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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0 최악의 가뭄, 엘니뇨 때문?!

최악의 가뭄, 엘니뇨 때문?!


마른장마가 계속 되면서 가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제9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제주 등 일부 남부 지역에 누적강수량이 1,200㎜에 달했지만, 제주나 남해안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가뭄 해갈엔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 가뭄이 심한 중부지방의 강수량은 서울 38.5㎜, 파주 53.4㎜, 춘천 30.2㎜ 등에 그쳤다. 

박용진 기상청 통보관은 “가뭄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100㎜ 이상 비가 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1㎜로 같은 기간 최근 30년 평년치(98㎜)의 1% 수준이다. 반면 폭염은 기록적이다. 5월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가 하면, 찬홈이 지나간 14일에는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치솟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통 6월 말부터 시작되는 장마의 영향으로 7월 상순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게 한반도 여름 기후의 특징이다. 장마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고기압이 만나는 경계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이전만큼 발달하지 못했다. 때문에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못하면서 마른장마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 제기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라는 뜻의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약 2~7년 주기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나타나는 이유는 열대지역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무역풍이 약화되면 서쪽에 있는 따뜻한 해수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동태평양 지역의 차가운 물이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湧昇, upwelling)현상을 억제해 이곳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게 된다. 

열대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해당 지역에 막대한 양의 열과 수증기가 대기로 공급된다. 이는 지구의 기압계에 영향을 미쳐 특정 지역에선 고기압을, 다른 지역에서는 저기압을 강화시킨다.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진 곳에선 폭염 등 고온현상이, 저기압이 심해지면 폭우, 홍수가 발생한다. 

현재 엘니뇨 감시구역(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20~170도)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3도 높은 상태로, 중간 강도의 엘니뇨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하반기에는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고, 호주 기상청도 “이번 엘니뇨는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1997~1998년 이후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엘니뇨 발생 주기 역시 점차 짧아지고 있다. 기상청 관측 자료를 보면 과거에는 4~6년 간격을 두고 엘니뇨가 발생했다. 1953년 봄~가을 발생한 엘니뇨는 4년 뒤인 1957년 봄에 다시 나타났다. 이후 엘니뇨가 또 다시 발생한 건 6년이 지난 1963년이었다. 그런데 2000년 이후에는 발생주기가 2002년 봄, 2004년 여름, 2006년 가을, 2009년 여름(발생 시기 기준)으로 2,3년 터울로 나타나고 있다. 1951년 이래 올해까지 엘니뇨는 총 20차례 발생했다. 

엘니뇨는 한반도의 날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겨울에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이상고온 현상이나 폭설피해가 잦았고, 여름철에는 집중호우가 발생했었다. 다만 봄과 여름에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장마 기간이 짧았다. 1994년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엘니뇨가 이어졌던 당시 중부지방은 10일, 남부는 6일 만에 장마가 끝이 났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엘니뇨가 발생하면 집중호우로 강수량이 많아지고, 태풍도 평년보다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발생한 태풍은 12개다. 1981~2010년 30년 평균(7.6개)보다 1.57배 많다. 

■ 한반도 영향 미치는 태풍 세기 커져 

문제는 엘니뇨 발생이 한반도의 태풍 피해를 키운다는 점이다. 태풍은 수온이 27도 이상의 따뜻한 저위도 지역에서 발생한다. 이후 수증기를 에너지 삼아 세력을 키운다. 그러나 북상하면서 차가운 해역과 만나게 되고, 수증기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세력이 약화되는 경우가 잦았다. 강한 태풍이 발생해도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으로 올라오면 위력이 많이 약해졌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반도 인근 해수면 온도는 한여름에도 25도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해수면 온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급하게 오르고 있어, 엘니뇨의 영향으로 발생한 태풍이 중위도에 올라와서도 세력이 약화되지 않고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래 국내에서 재산피해를 많이 낸 태풍 10개 중 6개가 2000년 이후 발생했다. 

그만큼 태풍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뜻이다. 1937~2014년에 발생한 1일 최대풍속 상위 10위 태풍 가운데 6개 역시 모두 2000년 이후 발생한 것이었다. 특히 1~5위까지 모두 2000년 이후 발생한 태풍이었는데, 1위 매미(2003년, 최대풍속 초속 60m) 2위 쁘라삐룬(2000년, 최대풍속 초속 58.3m), 3위 루사(2002년, 최대풍속 초속 56.7m), 4위 나리(2007년, 최대풍속 초속 52.4m), 5위 볼라벤(2012년, 최대풍속 초속 51.8m)이었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의 최대 풍속에 따라 약한 태풍(최대 풍속 초속 17~25m 미만), 중간 태풍(초속 25~33m 미만), 강한 태풍(초속 33~44m 미만), 매우 강한 태풍(초속 44m 이상)으로 분류한다. 초속 15m의 바람은 건물에 붙은 간판을 떨어뜨리고, 초속 25m 바람은 지붕이나 기왓장을 뜯어 날릴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최대 풍속이 초속 65m인 슈퍼태풍은 철탑마저 휘어지게 할 정도로 강력한데, 2005년 8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카트리나가 대표적인 예다. 카트리나로 사망이나 실종된 사람은 최소 2,5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당시 800억 달러(약 91조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슈퍼태풍이 국내에 온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슈퍼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경우, 수 m의 해일이 부산을 덮치고, 하루에 비가 1,000㎜ 이상 퍼부어 서울 여의도가 물에 잠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우로 소양강댐마저 무너져 내렸다. 

최근 우리나라 기상청이 태풍 찬홈의 이동 경로를 미국, 일본, 중국과 비교해 가장 부정확한 예보를 했다. 태풍에는 장사가 없다. 정확한 예보와 그에 따른 적절한 대비가 중요한 때이다. 

글 : 변태섭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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