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월이면 전 세계의 이목이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집중된다.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문학, 평화, 경제학 이렇게 한 분야씩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세계는 들썩거린다. 그런데 여섯 분야 중 보통 사람들이 가장 멀게 느끼는 분야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물리학이라고 얘기하지 않을까 싶다.

노벨물리학상의 수상업적은 범인(凡人)에게는 도통 이해가 안 되는 난해하고 복잡한 이론이거나 실험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그 이론이나 실험이라는 게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몰라도 그만인 것이지 않는가. 그래서였을까. 올해 노벨상수상위원회는 노벨물리학상다운(?) 업적이 아니라 우리 생활과 너무나도 친근한 분야에 상을 수여했다.

인터넷 광통신과 디지털카메라(간단히 디카라고 하자). 두 가지가 없다고 상상하면 아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 정도로 이 둘은 오늘날 정보기술(IT) 세상에서 아주 익숙하고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바로 이 두 가지에 대한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그 주인공은 영국 스탠더드텔레콤의 찰스 가오 박사(76)와 미국 벨연구소의 윌러드 보일 박사(85), 조지 스미스 박사(79) 등 세 명이다. 가오 박사는 인터넷 광통신의 핵심기술인 광섬유를 개발한 업적으로, 보일 박사와 스미스 박사는 필름이 없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카의 핵심기술인 ‘전하결합소자(CCD)’을 발명한 공로로 이번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올 노벨물리학상은 수상자들이 40여 년 전에 이룩한 업적이었다. 사진은 1960년대 젊은 과학
자였던 찰스 가오 박사가 광섬유에 대한 초기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Copyright © The
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

광섬유의 원리는 전반사이고 CCD의 원리는 광전효과로, 이들은 이미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나오는 원리이다. 그러니까 올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신의 영역이었던 ‘빛’을 인간의 이해 영역으로 끌어내린 ‘빛의 마스터’들이다. 그렇다면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언제 어떻게 업적을 세운 것일까. 그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 1월 중국계 영국인 가오 박사는 광섬유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것은 광섬유의 발명은 아니었다. 광섬유는 이미 1930년대부터 환자의 위나 치과치료 중에 치아를 들여다보는 용도로 의료분야에서 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쓰인 광섬유는 짧고 단순했다.

광섬유는 이론적으로는 매우 간단하다. 굴절률이 높은 매질에서 굴절률이 낮은 매질로 빛을 비출 때 어느 각도 이상이 되면 더 이상 굴절을 하지 않고 모두 다 반사되는 전반사가 일어난다. 광섬유는 전반사의 원리를 통해 빛을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먼 곳까지 정보를 전달해준다.

초기에 광섬유는 이론처럼 성능이 좋지 않았다. 1960년대 가오 박사가 광섬유 연구를 시작했던 당시만 해도 광섬유를 통과한 빛은 20m만 가도 1%밖에 남지 않았다. 가오 박사는 1km를 지나갈 때 1%의 빛이 남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1966년에 광섬유에 쓰이는 유리의 투명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광섬유에 적합한 유리는 당시까지 만들어진 어느 유리보다 투명해야 했던 것이다.

가오 박사가 원하는 정도의 광섬유를 뽑을 수 있었던 건 1971년이 돼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리 제조사인 코닝사의 과학자들이 가오 박사의 제안에 따라 1km에 달하는 광섬유를 뽑아냈다.

오늘날의 광섬유는 1km를 가도 95%의 빛이 남을 정도로 가오 박사의 목표를 크게 추월했다. 이런 광섬유가 오늘날 지구를 무려 2만 5천 번이나 감을 수 있는 정도로 세계 곳곳에 깔려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세계 어디서나 빛의 속도로 정보를 접하고 산다. 참고로 가오 박사는 물리학이 아니라 전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디카의 핵심기술인 CCD가 개발된 것도 1960년대였다. 1969년 9월 어느 날, 벨연구소의 물리학자 보일 박사와 스미스 박사는 보일 박사의 사무실에서 칠판에 CCD에 대한 기초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당시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건 디카의 이미지센서가 아니라 이전보다 나은 전자메모리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근무하는 벨연구소로부터 새로운 메모리 기술을 개발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보일 박사와 스미스 박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CCD의 용도를 이미징 기술에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CCD는 우표만한 크기의 네모 판으로 그 위에는 수많은 광센서들이 들어있다. 디카에서 몇백만 화소라는 말을 하는데 화소 수가 많을수록 사진의 화질이 좋다. 화소 수는 바로 광센서인데, 예를 들어 400만 화소라면 400만 개의 광센서가 CCD에 붙어 있는 것이다.

<왼쪽 사진에서는 벨연구소의 물리학자 윌러드 보일 박사(왼쪽)와 조지 스미스 박사(오른쪽)
가 CCD를 장착한 비디오카메라의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 1974년에 찍은 사진이다. 오른쪽
사진은 보일 박사와 스미스 박사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초창기 CCD 이미지 센서. 오늘날
디카는 물론 비디오카메라에 핵심적으로 쓰이고 있다. 사진제공. 박미용.>

CCD의 원리는 1921년 아인슈타인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안겨준 광전효과다. 광전효과는 금속이나 반도체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CCD는 광전효과를 이용해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어준다. CCD가 빛 알갱이를 전자로, 즉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것이다. 이 전자에 대한 정보를 메모리 반도체에 기록하면 사진 파일이 된다.

보일 박사와 스미스 박사가 개발한 CCD는 금세 이미지센서로서 장점이 드러났다. 그래서 발명 1년 후, 그들은 자신의 비디오카메라에 최초로 CCD를 장착했다. 1981년에는 CCD가 들어간 디지털카메라가 최초로 시장에 나왔다. 이후 해상도가 높아지고 소형화되면서 오늘날에는 필름카메라를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게 하고 있다.

CCD는 오늘날 천문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예가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이다. 1980년대 개발된 허블우주망원경은 CCD를 이용한 덕분에 1990년 발사 이후 우리에게 지상에서 얻을 수 없는 우주의 모습을 보여줬다. 올 3월 태양계 바깥 지구형 행성을 탐색할 목적으로 발사된 NASA의 케플러우주망원경에도 디지털이미지 기술이 적극 활용됐다. CCD는 우주뿐 아니라 심해 바닥에서도 관측기구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노벨상 수상의 마지막 조건은 과학기술의 ‘상용화’ 라고 한다. 기초과학의 혁신이 낳은 기술이 상용화 되고, 그런 기술이 또다시 과학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인류를 위한 과학과 기술은 서로 맞물려 끝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은 것은 아닐까?

글 : 박미용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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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파는 카메라’가 등장했다. 최근 올림푸스가 ‘초소형 DSLR’이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내놓은 디지털카메라 ‘펜 E-P1’이야기이다. 회사가 예약판매를 위해 준비했던 1,000여대의 카메라가 발매 5시간 만에, 정식판매를 위해 준비해 둔 물량 500여대는 2시간 만에 동이 났다.

홈쇼핑이나 인터넷 홈쇼핑에서 신제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100만원이면 큼지막하고 좋은 카메라를 렌즈까지 끼워서 살 수 있는 세상인데, 몸체만 120만원이 넘는 이 카메라가 뭐기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을까?

카메라의 종류를 구분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기준은 있다.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사진사가 카메라에 찍힐 영상을 어떻게 들여다보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특히 개인용 카메라는 SLR(Single Lens Reflex)이라고 불리는 일안반사식 카메라가 대세인데,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면서 앞에 D(Digital)자를 붙인 DSLR 카메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 DSLR 카메라는 필름 대신 빛에 반응하는 센서(CCD 또는 CMOS)가 들어 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흔히 수동식 카메라라고 부르던 과거의 SLR 카메라와 꼭 같다.

SLR카메라의 최대 장점은 눈으로 본 그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SLR 형식의 카메라 내부에는 거울이 들어 있는데, 필름(또는 디지털센서)에 비추어줄 빛을 반사시켜 파인더로 옮겨준다. 파인더를 들여다보던 사진사가 이때다 싶어 셔터를 누르면 카메라는 거울을 위로 들어 올리며 빛을 필름으로 보내 사진을 찍는다. SLR 카메라가 유달리 찰칵 소리가 큰 이유다.

사용자가 카메라 뒤쪽에 붙은 액정화면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액정식도 있는데, 흔히 똑딱이라 불리는 소형 디지털 카메라에 자주 사용되고 있다. 렌즈를 통해서 들어오는 상을 CCD로 바로 읽어서 디지털화한 화면을 LCD로 보여주는데, 어떤 사진이 찍힐 지 바로 이해할 수 있어서 카메라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개념적으로만 생각한다면 가장 편리하고 진보된 방식인 셈이다.

액정식은 최대의 특징인 액정화면이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다. 자연적인 빛을 그대로 반사해 주는 SLR에 비해 아무래도 시각적으로 불편하고, 신호 처리를 해야 하니 필수적으로 시간차가 발생해 누르는 순간 사진을 찍는 민첩함도 떨어진다.

이런 구분법은 모두 조작의 편리함과 관계가 있을 뿐, 화질과는 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사진에 취미를 붙여갈수록 사람들은 고성능의 SLR 카메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DSLR 카메라의 커다란 크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필름카메라 시절 부터 사용하던 렌즈를 그대로 쓰기 위해선 어느정도 큰 크기를 유지해야 했고, 필름과 비슷한 크기의 CCD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디지털카메라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CCD의 크기라고 할 수 있는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형 DSLR카메라에는 필름과 똑같은 크기(36 X 24mm)의 CCD가 들어 있으며, 100만원 안팎의 중, 저가형 카메라의 경우는 이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CCD가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보급형인 소형카메라에는 보통 손톱만한 작은 CCD가 사용되며, 심한 경우는 쌀알만 한 CCD가 들어있다.

흔히 카메라를 구분하는 기준인 ‘화소’는 ‘화질’과 다르다. 화소는 사진의 품질보다는 사진을 구성하는 점의 총 개수일 뿐이다. 즉 500만 화소면 500만개의 점으로 사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CCD 크기가 다른 상태에서 화소 수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같은 1,000만 화소라 할지라도 DSLR이 소형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각 화소별로 빛을 받는 면적이 크고, 당연히 사진이 더 밝게 찍힌다. 빛의 양이 충분하니 노이즈도 적은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DSLR 카메라가 화질이 더 뛰어나다는 말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고자 하지 않는 한 SLR카메라는 크고 무거워서 아무래도 불편하다. 적당히 잘 찍히면서도 가지고 다니기 편한 카메라를 찾는 실용주의자들에겐 부담스럽게 인식되곤 했다. 카메라 제작사들도 나름대로 크기를 줄이려고 했지만, 내부에 들어있는 거울과 머리부분에 쑥 튀어나와 있는, 빛을 파인더로 모아주는 펜타프리즘 만큼은 어쩔 수 없어서 소형화에 한계가 있다.

<올림푸스는 기존 DSLR 카메라보다 크기가 50%가 작아진 E-P1을 선보였다.
미러와 펜터프리즘을 삭제해 크기가 50% 정도 작아진 것이 특징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런데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DSLR 수준의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크기가 작아 휴대가 가능해진 디자인의 카메라가 등장한 것이다. 최근 발매된 올림푸스의 펜 E-P1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CCD 크기는 DSLR과 같아서 화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렌즈도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SLR식의 반사거울을 포기해 크기를 줄인 것이다. 이런 카메라를 2가지 기종의 장점만을 합쳤다고 해서 하이브리드 카메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림푸스와 공동으로 마이크로 포서즈(17.3 X 13mm) 규격의 하이브리드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는 파나소닉도 새롭게 LUMIX DMC-GH1를 내 놓으며 시장잠식에 나섰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이 올 하반기에 내놓을 NX 시리즈도 이런 하이브리드 방식의 카메라다. 삼성은 올림푸스나 파나소닉 보다 더 큰 APS-C(22.3 x 14.9mm) 규격의 CCD를 채용한 만큼, 보다 뛰어난 화질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스포츠나 작품사진 촬영, 취재보도 등 전문가의 영역에선 DSLR 카메라의 성능을 따라잡긴 어렵고, 휴대성만 생각한다면 손바닥만한 소형디지털 카메라가 더 유리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할 만하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보자. 높은 화질과 휴대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인 만큼, 발전의 소지도 충분할 것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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