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 3D 프린터에 맡겨라

장마가 끝나면 뜨거운 여름이 시작된다. 한여름엔 ‘피서(避暑)’라는 말처럼 더위를 피해 시원한 강이나 산으로 떠나야 제격이다. 요즘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다를 자랑하는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외국 여행이 평범한 일상이 되고 있다.

외국이 아니라 달이나 화성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은 어떨까. 피서와는 거리가 있지만 색다른 경험에 자신만의 추억을 쌓는 데는 최고일 것이다. 물론 우리가 우주여행을 떠날 수 있으려면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의식주에서 ‘식(食)’과 ‘주(住)’에 해당하는 먹고 마시며 거주하는 문제다. 달로 여행을 떠나더라도 그곳에 머물 수 없으면 멀리서 달을 구경하고 그냥 돌아와야 한다. 또 화성으로 여행을 떠나려면 오고 가는 데만 3개월이 넘게 걸리는데, 그동안 맛없기로 유명한 우주식량으로 배를 채워야 한다.

이런 문제 해결에 3D프린터가 나섰다. 3D프린터는 잉크젯프린터가 종이에 글자를 인쇄하듯이 플라스틱이나 고무 같은 재료를 이용해 물건을 입체적으로 인쇄하는 프린터다. 손으로 만들기 어렵거나 어딘가를 끊었다가 꼬거나 붙여야 하는 복잡한 모양도 한 번에 인쇄할 수 있다.

재료도 플라스틱이나 고무에서 금속이나 음식, 살아있는 세포까지 다양해져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무궁무진하다. 전문가들은 3D프린터가 의료와 건축, 의류, 음식 같이 생활 곳곳에 쓰여 우리 삶에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D프린터가 물건을 인쇄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피규어를 인쇄한다면 먼저 컴퓨터를 이용해 사람이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수천~수만 개 이상의 얇은 층으로 잘게 쪼개서 분석한다. 이렇게 얻은 정보에 따라 발바닥부터 머리까지 얇은 층을 한 층씩 쌓아 올린다. 물건에 따라 위치와 크기를 조절하면서 조금씩 층을 쌓으며 인쇄한다.

•달의 흙과 돌로 달 기지 건설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달에서 얻은 재료로 부품을 인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2012년 11월 ‘쾌속조형저널(Rapid Prototyping Journal)’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달에서 가져온 돌과 거의 비슷한 물질을 얻었다. 그 다음 3D프린터를 이용해 이 물질로 어떤 것을 만들 수 있는지 직접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달과 비슷한 물질로 부품과 같은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어냈다.

3D프린터를 이용하면 달의 흙이나 돌을 재료로 지구에서처럼 원하는 것을 대부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NASA는 오래전부터 3D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화성탐사로봇 로버(Rover)에는 3D프린터를 이용한 부품이 70개나 들어가 있다.

3D프린터로 건물을 만든다는 얘기가 자칫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2013년 5월 말 네덜란드에서는 뫼비우스 띠처럼 생긴 2층 건물을 3D프린터로 찍어 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5m 높이의 대형 3D프린터를 이용할 계획인데 이미 돌, 모래 등 다양한 건축 재료로 모형을 찍어내는데 성공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3D프린터로 건물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림 1]5m 높이의 대형 3D프린터로 만들 예정인 네덜란드의 건축물. 사진 제공 : Universe Architecture

•어떤 음식이든 만드는 3D푸드프린터

장거리 우주여행에서 먹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다양한 음식에는 그만큼 재료나 준비해야 할 게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주선은 공간이 제한적이라서 조금 밖에 실을 수 없고, 요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우주에서도 지구에서처럼 먹을 수 있게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2년 NASA는 우주인이 이용할 수 있는 ‘3D푸드프린터’를 6개월 안에 개발해 달라고 한 기업에 요청했다. 이 기업의 연구팀은 15년이 지나도 먹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하는 장거리 우주여행용 음식을 위해 재료를 모두 가루 형태로 만들고 있다. 식재료의 습기를 빼고 가루로 만들면 상온에서 30년이 지나도 썩거나 변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2012년 11월에 3D푸드프린터로 초콜릿을 입힌 쿠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3D푸드프린터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은 어떻게 될까. 연구팀이 생각하는 피자 인쇄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뜨겁게 달군 쟁반 위에 도우를 인쇄한다. 쟁반이 달궈져 있어 인쇄와 동시에 도우가 구워진다. 이 위에 가루 형태로 저장해둔 토마토소스를 물과 기름을 섞어서 인쇄한다. 마지막으로 맛있는 단백질 층을 쌓아 토핑을 하면 완성된다. 모든 재료를 가루로 만들어 합성하기 때문에 단백질 층 재료는 동물이나 우유, 식물을 포함해 어떤 것을 써도 괜찮다.

[그림 2]3D푸드프린터로 만든 꼬인 띠 모양의 과자(좌)와 영국 엑세터대학교와 브루넬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초콜릿 3D프린터(우). 사진 제공 : oskay, 엑세터대학교

특히 3D푸드프린터는 재료를 모두 가루 형태로 만들어 쓰기 때문에 원재료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단백질 성분으로 고기류 대신 벌레나 콩과 같이 자연에 널려 있지만 직접 먹기에 거부감이 있거나 잘 먹지 않는 수많은 동식물을 음식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조류나 풀, 각종 씨앗, 벌레 같은 다양한 요소를 음식으로 활용한다면 지구 환경 보호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3D프린터를 잘만 활용하면 달이나 화성에 기지를 세울 수도 있고, 지구에서처럼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달이나 화성에서 몇 달을 머무는 긴 우주여행이 좀 더 실현 가능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우주여행을 앞당기는데 발 벗고 나선 3D프린터의 다양한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글 : 박응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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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화 역사는 아바타 이전과 아바타 이후로 나뉠 뿐이다”

3차원(3D) 입체영화 ‘아바타’ 열풍이 어느 정도였는지 실감할 수 있는 말이다. 아바타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만큼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이를 증명하듯 3D영화가 줄줄이 상영될 예정이다.

2010년 올해만 해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해 25편의 3D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아마존의 눈물’도 3D영화로 다시 찾아온다. EBS는 2월 28일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3D영상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그렇다면 3D영화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놀랍지만 3D입체영상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전문가마다 의견차가 있기는 하지만, 수백 년 전부터 그림 두개를 놓고 프리즘을 통해 입체 영상을 만들어 내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을 한 쪽씩 가리고 사물을 보면 두 장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두 눈은 약 6 cm 정도 떨어져 있어 약간 다른 각도에서 대상물을 쳐다보게 되고, 각각의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는 서로 약간씩 다른 상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양안시차’이다.

뇌는 두 영상을 하나로 인식하도록 만드는데, 3D영화는 이 영상을 분리해 입체감을 만든다. 처음부터 두 대의 카메라로 영상을 찍고 이것을 투사할 때 왼쪽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의 영상은 왼쪽 눈으로만 보고 오른쪽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의 영상은 오른쪽 눈으로만 볼 수 있도록 하면 실제와 똑같은 입체감과 거리감이 있는 입체 영상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3D의 원리이다.


<아바타가 일으킨 3D영화 열풍은 유성영화나 컬러영화의 도입에 견줄 만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아바타의 한 장면>

그런데 왜 이제야 3D영화가 ‘뜨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극장에서 오랫동안 관람하는 3D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2개의 카메라가 움직이면서도 각도 차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입체감도 반영을 해야 한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3D영화를 구상한 지 16년 만에 아바타가 개봉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아바타에 열광했지만 아직 3D입체영상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이다. 안정적인 3D영상을 위해서는 후반작업까지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3D입체영상으로 생방송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3D영상을 보고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소니는 안정적인 3D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2개의 렌즈가 내장된 카메라를 개발했고, 입체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2개의 카메라를 잇는 ‘리그’ 기술 개발에 많은 기업이 뛰어들었다.

3D영화 열풍에 힘입어 3D산업도 함께 활성화되고 있다. 영화에서 축적된 3D촬영 기술은 콘서트나 스포츠 실황을 3D로 제작하려는 시도로 이어졌고, 3D방송 열풍까지 일궈놨다. 방송사들은 2010년 10월 3D실험방송을 준비 중이다. 물론 2D방송을 보다가 보다 생동감 있는 영상이 적합한 프로그램을 볼 때면 서랍에서 안경을 꺼내야 하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2010 KCTA 디지털케이블TV쇼에서 삼성전자가 한 면에 55인치 풀HD 3D LED TV 9대(가로 3대*세로 3대)로 4면(총 36대)을 구성한 대형 ‘3D큐브’를 설치해 전시회에 방문한 관람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3DTV 방송의 시초는 1953년 미국의 LA에서 시작한 공상과학 드라마 ‘스페이스 패트롤’(Space Patrol)의 한 에피소드로 보고 있다. 이후 다양한 실험과 산업적인 적용을 거쳐 ‘미스 새디 톰슨’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이는 실험적인 단계를 넘어선 3DTV 영상으로 꼽히며, 이후 패밀리 매터스, 드류 캐리쇼, 아메리카스 퍼니스트 비디오 등의 TV쇼가 3DTV영상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3D로 중계하는 것을 계기로 3DTV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지상파 방송도 2010년 초반 3D방송사업자를 선정하고, 하반기에는 남아공월드컵을 3D입체 방송으로 실험중계할 예정이다. 또 스카이라이프는 2010년 1월부터 본방송 2시간 분량의 3D실험방송을 규모를 확대했고, 10월부터는 6시간 분량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3D 지상파DMB로 실험 방송될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3DTV의 안방 보급도 확대될 전망이다. 시제품 형식으로 시중에 나온 3DTV는 가격부담이 컸지만, 2010년 3월 말에 출시될 3DTV들은 기존 LCDTV와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3DTV 보급을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존 가격수준의 TV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TV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한 데에는 안경과 패널기술을 잘 활용한 영향이 컸다. 안경이 저렴한 편광식 3DTV는 디스플레이 자체에서 3D 입체감을 살려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오류가 날 경우 패널 자체를 버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 제품 가격이 높아진다. 셔터식 방식은 안경에서 오른쪽 영상과 왼쪽 영상을 번갈아 차단해 입체감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안경이 다소 비싸지만 패널 양산비용은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기존 가격대의 TV가 나올 수 있다.

3D기술을 웹과 모바일 환경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일본에서는 휴대폰 단말기에 3D라는 버튼을 넣었는데, 사용자가 이 버튼을 누르면 휴대폰 스크린 상의 이미지가 화면 위로 튀어나오는 듯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시각효과를 강화한 검색엔진인 ‘서치 큐브’(search cube)도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3D기술을 우리가 사용하는 미디어 환경을 바꿔놓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에서 영화로, 무성영화에서 음성영화로, 평면화면에서 입체화면으로 변화하는 영상기술의 다음은 무엇이 될 지 기대된다.

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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