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2 과학기술 TOP 10!

2012년 12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맞이 준비를 할 시점이다. 2012년을 마무리하며 올해 과학기술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또 어떤 일들이 크게 주목을 받았을까.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과 동아사이언스, 한국경제, YTN이 공동으로 12월 3~7일 5일간 회원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012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수많은 과학기술계 이슈 중 TOP 10을 간략히 소개한다.

고장, 은폐…잇단 원전 사고
올해의 과학기술 뉴스 1위는 58.08%로 집계된 원전사고가 차지했다. 지난 7월 31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최신 원자력발전소 신월성 1호기가 한 달도 채 안된 8월 19일, 고장이 나 가동을 멈추는 사건으로 문제가 됐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불감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이 12월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입산 부품에 이어 국내산 부품도 가짜 공인기관의 시험 성적서를 달고 원전에 납품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가동 중단과 사고 은폐 등 원전 사고 뉴스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이어 원전과 관련된 뉴스가 2년 연속 1위로 선정됐다.

신의 입자 힉스, 잠정적 발견 확인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의 발견이 50.77%로 집계되며 2위를 차지했다. 지난 7월 4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힉스로 추정되는 입자를 발견했다는 발표가 전해졌다. 이는 전 세계 물리학계를 비롯한 과학계에 핫이슈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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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역사를 새로 쓰다, ‘힉스’의 발견  



[그림] 과실연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동아사이언스, 매일경제, YTN).
자료 제공 : 과실연





























구미 불산 누출 사건 발생, 재난 대응 미비 지적
지난 9월 27일 경북 구미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42.31%로 4위를 차지했다. 이 사고로 마을 주민 5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반경 700m 이내 지역의 숲과 들이 초토화됐다. 사고 이후 대응이 늦어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알려지면서 관련사고 발생 이후 전문가의 역할이나 재난 대응 매뉴얼을 재고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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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 성공적 안착
미항공우주국(NASA)이 2011년 11월 발사한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Curiosity)’호가 2012년 8월 7일 화성에 무사히 안착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10가지 첨단장비를 탑재한 탐사로봇이 화성에 도착한 것은 처음이라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큐리오시티는 화성 도착 후 687일 동안 화성을 탐사하며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화성에서 살 수 있게 된다면, 아마 그 일등공신으로 큐리오시티가 지목받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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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만능줄기세포 노벨상 수상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으로 선정된 유도만능줄기세포(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를 관련 뉴스가 35.38%로 7위를 차지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기존 배아줄기세포의 윤리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미 성숙하고 분화된 세포를 미성숙한 세포로 역분화해 다시 모든 조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유도만능줄기세포의 개념은, 즉 인간의 수정란이나 난자 대신 피부세포만으로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앞으로 모든 줄기세포 연구 방향은 iPS세포로 모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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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권 내에 잇단 원전사고나 구미 불산 누출 사건, 한반도 거대 태풍 3연타 등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뉴스, 또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이 상위권에 올라 국민들의 관심영역을 알 수 있다.

신의 입자 힉스 잠정적 발견이나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의 성공적인 안착, 양자컴퓨터 가능성 제시, 중국 첫 유인 우주도킹 성공 등 꿈과 희망을 주는 과학기술의 성과 역시 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이렇듯 새로운 지식을 탐색하는 과학기술의 끊임없는 노력은 어느 해나 주목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로호를 비롯한 아리랑 5호, 과학기술위성 3호 등 우리나라의 우주 탐사 관련 뉴스가 6위로 선정되고 기초과학연구원 단장 선정을 통한 노벨상 탄생의 기대 증가가 9위로 선정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국민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자료 제공 : 과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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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역사를 새로 쓰다, ‘힉스’의 발견

2012년 7월 4일 현지 시간으로 9시 반이 좀 지났을 무렵, 제네바 근처의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대강당에 모인 사람들에게서 첫 번째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물리학 세미나에서 발표 중간에 박수가 나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내가 물리학을 전공하고 이십여 년 동안 여러 학회와 세미나를 참가했지만 이전에는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이 세미나는 CERN에서 건설한 역사상 최대의 가속기 실험인 대형강입자가속기(LHC)의 두 검출기인 CMS(Compact Muon Solenoid)와 아틀라스(ATLAS, A Toroidal LHC Apparatus) 팀이 2012년 상반기에 얻어진 데이터로부터 힉스 입자를 탐색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첫 번째 박수가 나온 시점은 CMS에서 두 개의 광자 신호로부터 새로운 입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99.9999%라고 보고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주요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박수는 계속 터져 나왔고, 이어진 ATLAS의 세미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세미나가 끝나고 CERN의 소장 롤프 호이어가 “우리가 새로운 입자를 보았다(observation)”는 것을 선언하자, 청중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반세기가 넘는 CERN의 역사에서, 아니 입자물리학의 역사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이었다.

1896년 독일의 화학자 빙클러(Clemens Winkler)는 ‘아쥐로다이트(Argyrodite)’라는 화합물을 분석하다가 이전까지 아무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원소를 발견했다. 게르마늄이라고 이름붙인 이 원소는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정리한 주기율표에 빈자리로 남아있던 원소였다. 1964년 미국 브룩헤이븐 연구소의 사미오스(Nicholas Samios)는 가속된 양성자를 표적에 충돌시키는 실험을 통해서 오메가(Ω-)라고 불리는 입자를 발견했다. 이 입자는 미국의 물리학자 겔만이 자신의 이론을 통해서 매우 정확하게 예측한 입자였다.

이와 같이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는 일은 현대의 물리학에서 낯설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힉스 입자를 발견하는 일에는 왜 특별히 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왜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각종 언론에서는 힉스 입자의 발견으로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힐 수 있게 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알아보자.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는데 있어 가장 커다란 질문 두 가지는 ‘우주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물질이란 무엇인가’ 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의 모습, 그 시작과 끝을 연구해온 사람들은 우리 우주가 약 137억 년 전에 탄생해서 진화해 왔음을 알게 됐다. 물질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해온 사람들은 물질을 이루는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했고, 더 근본적인 입자의 존재와 그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했다. 그러면서 놀랍게도 우주는 태초에 ‘빅뱅’이라고 불리는 아주 작고 뜨거운 상태였기 때문에, 우주의 시작을 논하기 위해서는 입자물리학의 지식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즉 가장 근본적인 두 질문은 서로 연결돼 있었던 것이다.

자연을 이루는 물질들이 상호작용하는 방법은 네 가지가 있다. 우리가 언제나 느끼고 있는 중력, 사실상 우리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현상을 일으키는 전자기력, 원자핵을 만드는 매우 강한 핵력과 원자핵 속에서 일어나는 약한 핵력이 그 네 가지 힘이다. 그리고 기본 입자들이 중력을 제외한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을 통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를 하나의 방정식으로 표현한 것이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the Standard Model)이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수많은 실험적 검증을 거친 가장 성공적인 이론으로서, 기본적으로 세 가지 원리를 기초로 하고 있다. 그 하나는 양자론이며 다른 하나는 특수상대성이론, 마지막 원리는 게이지 대칭성이라는 원리다. 현대물리학의 기초가 되는 앞의 두 원리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게이지 대칭성은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에서 찾아낸 원리로, 상호작용을 묘사하는 기초가 된다. 이렇게 세 개의 원리와 관측된 몇 가지 사실에 의해 우주의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하나의 방정식이 나오는 것이다. 정말 굉장한 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 이 원리만을 가지고는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입자의 ‘질량’이다. 입자의 질량을 설명하기 위해 표준모형에 도입된 새로운 원리가 힉스 메카니즘이며, 그 결과로 힉스 입자라는 새로운 입자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니까 힉스 입자는 137억 년 전 우주탄생 직후에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입자인 셈이다. 그동안 힉스 입자가 밝혀지지 않아 표준모형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 LHC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됨으로써 입자의 질량이 생기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이제야 표준모형의 모든 부분을 검증하고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표준모형이 적용되는 범위까지는 올바른 자연의 법칙을 알고 있다고 말해도 좋겠다. 여기서 올바른 이론이란 엄청나게 복잡한 진짜 이론을 이상화시킨 근사적인 이론이 아니라, 진짜 옳고 아주 구체적인 부분에까지 옳은 이론인 것이다. 사실 힉스 메커니즘이라는 새로운 원리가 표준모형이 예측한 대로 정확하게 재현된다는 사실은 전율을 일으킬 만큼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아직 우주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우리는 우주의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우주의 에너지의 70%에 이르는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입자가 전부인지, 우주가 시작될 때는 다른 입자가 더 있었는지도 알 수 없고, 중력이 다른 힘들과 왜 그렇게 다른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은 우주와 물질에 대한 탐구를 결코 그치지 않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표준모형은 가장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다. 힉스 입자의 발견은 이제부터 우리가 새로운 탐구를 해나가는 출발점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가르쳐 주는 사건이다.

글 : 이강영 건국대학교 물리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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