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H] 천재일우(千載一遇)와 확률            
국제 수학자대회가 2014년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이를 기념해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MATH]라는 주제로 우리생활 속 다양한 수학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기초과학의 꽃이라 불리는 수학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또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수학 원리들이 존재하는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동양의 수학은 서양의 수학보다 경험적이었다. 서양의 수학은 이성을 바탕으로 하여 추론과 연역에 의한 논리전개 위주였다면, 동양은 실생활에서 경험으로 얻어지는 사실을 바탕으로 수학을 일반화하였다. 확률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양에서는 확률을 수학적으로 엄밀히 정리하고자 노력하였다.

동양에서는 특별히 확률에 관한 내용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빈번하게 확률을 사용했다. 확률을 사용한 고사성어 중에 ‘아주 귀중한 만남이나 그 만남의 기회’를 말할 때 사용하는 ‘천재일우(千載一遇)’라는 말이 있다. 우선 이 고사성어의 유래를 알아보자.

■ 천재일우의 유래

동진(東晋)의 학자로서 동양태수(東陽太守)를 지낸 원굉(袁宏)은 여러 문집에 시문 300여 편을 남겼다. 특히 그는 <삼국명신서찬(三國名臣序贊)>이라는 것을 썼는데, 이 책은 <삼국지>에 실려 있는 건국 명신 20명을 찬양하는 시와 서문을 쓴 글이다. 원굉은 그 중 위나라의 순문약(筍文若)을 찬양한 다음과 같은 글을 적고 있다.
 

여전히 백락(伯樂)을 만나지 못했다면
천년이 지나도 천리마는 없으리라.
만년에 한 번 기회가 오는 것은
인생의 일반적인 법칙이며,
천 년에 한 번 만나는(千載一遇) 것은
현자와 지혜로운 자의 아름다운 만남이다.
그 만남에는 기쁨이 없을 수 없는 것인데,
그 기회를 잃는다면 어찌 개탄치 아니하리오.  


순문약은 삼국시대에 조조의 참모로 활약했으나 조조에게 역심이 있음을 알고 반대하다가 배척당한 강직한 인물이었고, 백락은 주나라 사람으로 명마를 잘 식별하는 사람이다. 이 글에서 원굉은 백락을 뛰어난 인물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임금으로 비유하였고, 천리마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명신으로 비유하였다. 이러한 임금과 신하의 만남은 ‘천 년 만에 오는 기회’라는 것이다.





우선 기회가 1년 마다 한 번씩 온다면 천재일우는 1/1000, 즉 만날 확률이 0.1%이다. 여기서 잡고자 하는 기회가 매일 찾아온다고 가정하면, 1년은 365일이므로 기회를 잡을 확률은 1/365000 이다. 그런데 1/365000 ≒ 0.00000274 ≒ 0 이므로 ‘천재일우’는 확률 0이다.

일반적으로 확률에는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어떤 시행의 표본공간 S가 n개의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모두 같은 정도로 기대될 때, 사건 A가 r개의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사건 A가 일어날 확률 P(A) = n(A)/n(S) = r/n 을 수학적 확률이라고 한다. 한편, 어떤 시행을 n번 반복할 때 사건 A가
rn 번 일어난다고 할 때, n을 충분히 크게 함에 따라 상대도수 rn/n가 일정한 값 p에 가까워지면 p를 사건 A가 일어날 통계적 확률이라고 한다.

■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

통계적 확률을 보다 정확하게 정의하기 위해서는 극한이라는 좀 어려운 수학적 개념이 필요하다. 이 개념을 이용하면 어떤 사건 A가 일어날 수학적 확률이 p일 때, 시행 횟수를 충분히 크게 하면 사건 A가 일어나는 상대도수는 수학적 확률 p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는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을 명확히 구별하지 않고 그냥 확률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주사위 하나를 던질 때 3의 눈이 나올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은 모두 1/6 = 0.167, 즉 16.7%이다. 여러분이 주사위 놀이를 해 보아서 잘 알겠지만 실제로 이 정도의 확률이면 3의 눈은 잘 나오지 않는다. 또, 일기예보에서 비올 확률인 30% 또는 40%라고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비는 오지 않는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이 10% 이하인 경우, 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확률이 0.1%인 명군과 명신이 만나는 천재일우가 얼마나 잡기 힘든 기회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사성어 중에 확률적으로 천재일우보다 좀 더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도 있다. 시험을 칠 때 답을 모두 맞히는 경우나 다트와 같은 게임을 할 때 모두 맞힌다는 뜻을 가진 백발백중(百發百中)이 그것이다. 백발백중은 <사기(史記)>에 나와 있는 말로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장군 백기(白起)는 한나라와 위나라와의 전쟁에서 모두 크게 승리했다. 백기는 이 여세를 몰아 위나라의 수도 양(梁)을 공격하려고 했다. 그러자 주나라의 난왕은 백기가 양을 빼앗은 후 장차 주나라를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미리 백기 장군에게 전쟁을 그칠 것을 설득하기 위해 이런 말을 전했다.

초나라에 사는 양유기(養由基)라는 사람은 활을 잘 쏘았습니다. 그는 100보 떨어진 곳에서 활을 쏘아도 100번 쏘면 100번 다 맞추었습니다. 그가 활을 쏠 때면 구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양유기의 활 솜씨를 칭찬했습니다.
어느 날 양유기가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활을 쏘고 있는데 구경꾼 중에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활을 잘 쏘는군요. 당신에게 활 쏘는 법을 가르칠 만하겠어요.”
이 말에 화가 난 양유기는 쏘던 활을 버리고 칼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내게 활 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는가?”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내가 한 말은 당신에게 활 쏘는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100보 떨어진 곳에 있는 버들잎에 100발의 화살을 쏘아 100발 모두 명중시킨다고 해도 사람들이 잘 쏜다고 말하기 전에 그만두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무리해서 계속 활을 쏘다가 기운이 떨어지고 팔 힘도 없어지면, 활도 기울고 화살도 빗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가 화살이 하나라도 빗나가게 된다면 지금까지 백발백중이던 것도 다 소용없어질 것이오.”


이 이야기는 백기 장군이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면서 다시 양을 공격해 빼앗으려고 하지만 만약 단번에 빼앗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공로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니 전쟁을 그치는 것이 좋다고 권유한 것이다.

그렇다면 백발백중의 출처에서 화살의 한 대가 빗나갈 확률은 얼마일까? 백발백중의 유래에서는 양유기가 100발을 쏘아 모두 명중시킨 후 한 발을 더 쏘았을 경우를 말하고 있다. 따라서 101발을 쏘아 100발을 명중시킬 확률은 100/101≒0.99이므로 한 발을 명중시키지 못할 확률은 1/101≒0.0099이다. 그런데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에 0.0099는 반올림하여 0.01, 즉 1%의 확률이 된다. 이 확률은 100발을 쏘아 99발을 명중시키고 1발을 명중시키지 못할 경우의 확률과 같다.

■ 실생활에서의 천재일우

앞에서 알아본 천재일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일이다. 그렇다면 실생활에서 천재일우와 비슷한 확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로또 당첨을 들 수 있다. 로또는 1부터 45까지 각각 번호가 하나씩 표시된 45개의 공에서 6개를 뽑아서 당첨을 확인하는 확률게임이다. 로또는 수학적으로 45개 중에서 6개를 선택하는 것이므로 조합과 같다.

실제로 계산하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6! = 6·5·4·3·2·1 = 720과 같이 계산하므로 다음과 같다.






따라서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1/8,145,060 이다. 2등은 평균 6명이 당첨되므로 2등에 당첨될 확률은 1/8,145,060 x 6 = 1/1,357,510 이고, 3등은 평균 228명이 당첨되므로 1/35,724이다. 또 4등은 평균 11,112명이 당첨되므로 1/733이고, 5등은 평균 181,000명이 당첨된다고 하니 5등에 당첨될 확률은 1/45 ≈ 0.02 = 2/100 이다.
이번에는 내가 번개에 맞을 확률을 계산해 보자. 2013년에 한 일간지(조선일보)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번개는 평균 105,000회라고 한다. 따라서 하루에 평균 105,000 ÷ 365 ≈ 288회의 번개가 발생한다. 이 중에서 많은 경우는 하늘에서 사라지고 실제로 땅에 떨어져서 위험한 경우는 2010년 기준으로 12,458회라고 한다. 따라서 하루 평균 12,458 ÷ 365 ≈ 34회이다. 물론 가을과 같이 맑은 하늘이 많은 날은 낙뢰가 전혀 없고 여름 장마철에는 많을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토의 전체 면적은 100,150㎢이고, 인구밀도는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 안에 약 487명이라고 한다. 하루 평균 34회의 낙뢰가 있으므로 이 넓이가 1㎢인 정사각형 안에 번개가 떨어질 확률은 34/100,150 ≈ 0.00034이다. 그런데 이 정사각형 안에 약 487명이 살고 있으므로 그 중에 1명이 번개에 맞을 확률은 0.00034/487 ≈ 0.0000007이다. 그리고 0.0000007 = 7/10,000,000 인데, 좀 더 이해하기 쉽게 7을 넉넉하게 약 10 이라고 하면 오늘 내가 번개에 맞을 확률은 10/10,000,000 = 1/1,000,000 즉 1백만 분에 1인 것이다. 그래도 번개에 맞을 확률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보다 8배나 높다.

또한 평균 100명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할 확률은 50%,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할 확률은 26%, 과장에서 부장 승진은 14%, 부장에서 이사가 될 확률은 8%, 사장이 될 확률은 2%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첫 직장에서 정년퇴직할 확률은 8.2%, 정규직으로 취업에 성공할 확률은 28.6%라고 한다.

※고사성어 한자 음운
천재일우(千載一遇) : 千 : 일천 천, 載 : 실을 재, 一 : 한 일, 遇 : 만날 우
백발백중(百發百中) : 百 : 일백 백, 發 : 쏠 발, 百 : 일백 백, 中 : 가운데 중

 

: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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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모두가 분주한 월요일 아침 출근길. 졸린 눈을 비비는 사람, 지각이라며 뛰어가는 학생들. 그 사이에 유난히 싱글벙글한 얼굴의 윤 대리가 있다. 로또 하나로 일주일을 설렘과 기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윤 대리, 어김없이 로또 가게로 향한다.

“아주머니, 자동으로 만원어치요.”
“이번 주도 로또와 함께 시작하네요. 이번엔 꼭 대박 터지세요. 호호.”
“그럼요. 꼭 돼야죠. 그런데 전 당첨돼도 로또 사러 올 거예요. 티 나지 않게. 킥킥. 그래도 아주머니껜 한 턱 낼게요.”

로또를 들고 회사에 온 윤 대리는 점심 내내 지갑에 있는 로또를 보고 또 본다. 그리고 당첨되면 뭘 할지 상상의 나래를 편다.

‘강남에 집을 살까? 당첨자가 많이 안 나와야 빌딩을 살 수 있는데…. 당첨되면 1억 정도는 물 쓰듯 쓰는 거야. 백화점에 가서 사고 싶은 것 다 사고. 이참에 차도 바꿔야지. 나도 베컴처럼 부가티~ 부가티~’

실없는 웃음을 흘리는 이때 옆에 직원이 윤 대리에게 한 줄 빛이 되는 말을 하는데….

“어제 텔레비전 봤어? 로또 예측 프로그램인가? 뭐 그런 게 있대. 그 프로그램 이용해서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나왔는데 엄청나게 많더라고. 당첨 확률이 높은가 봐. 너도 한번 해 봐. 꽤 수학적인 방법으로 예측하던 걸.

눈이 번쩍 뜨이는 윤 대리. 사무실에서 몰래 인터넷 검색을 해 보지만 부장님의 레이더에 걸려 혼이 난다.

“윤 대리. 자네, 신성한 근무시간에 웹서핑하다니 이번 인사 평가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상관없다 이건가? 허구한 날 로또, 로또 하더니 로또라도 당첨돼서 회사를 그만둘 생각인 거야? 그게 아니라면 근무시간에 한눈팔지 말고 열심히 일을 해야지.”

굽실굽실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고 자리에 돌아와 앉는 윤 대리.

‘내 로또만 당첨되면 저 대머리 부장에게 큰소리치고, 사표 탕 던지고, 이놈의 회사 그만둘 거야!’

띠 띠 띠 띠~ 여섯 시가 되자마자 칼같이 퇴근한 윤 대리는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검색창에 ‘로또 예측’이라고 쓰자 로또를 분석하는 사이트만 수십 개가 나왔다.

“세상에…. 나만 몰랐던 거야? 이거 너도 나도 이렇게 연구하는데 나만 뒤처져 있었구먼. 빨리 정보를 얻어야 남들보다 빨리 당첨되지.”

눈에 불을 켜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돌아다니던 윤 대리는 사이트 하나를 클릭해 들어갔다. 그러자 지금까지 당첨된 번호를 분석했다는 설명과 함께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와 그래프가 나온다.

“381회까지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가 37, 총 63회 당첨됐고 가장 적게 당첨된 번호가 22로 총 36회 당첨됐네. 그럼 37은 고르면 안 될 것 같아. 자주 나왔으니 이번엔 안 나오겠지. 상대적으로 22는 많이 안 나왔으니 이번엔 나올지도 몰라. 이런 사이트가 다 있었다니. 왜 아직 몰랐지. 부가티가 내 손안에 들어올 날이 머지 않았어.”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윤 대리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고, ‘이제 로또 당첨은 시간문제’라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떠들고 다녔다.

“윤 대리, 정말 이 방법으로 로또를 할 건가? 상대적으로 가장 적게 나온 번호를 뽑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부장님 말에 당황한 윤 대리.

“그럼 아니에요? 맞다! 과장님 통계학과 나왔죠?”
“그래 통계학과 나왔지. 이런 식으로는 백날 해봐야 헛수고야. 자네는 지금 큰 수의 법칙 때문에 함정에 빠졌고만.”
“큰 수의 법칙이요? 그게 배운 것 같기는 한데…. 뭐죠?”
“동전 던지기 같은 통계 실험을 무한히 반복하면 이론상 확률에 근접한다는 논리야. 예를 들어 동전 던지기를 무한히 반복하면 앞면이 나올 확률이 1/2에 가까워진다는 거야.”

“아…. 그런데 제가 어떤 함정에 빠졌다는 거죠?”

“하나의 번호가 당첨번호에 속할 이론적 확률은 6/45, 약 0.133이지.”
“그런가요?”
“381회까지 37이 총 63회 나왔으니 이 확률은 63/381. 약 0.165이지. 22는 총 36회 나왔으니까 36/381. 약 0.094이라네.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37이 나올 확률이 약 0.133이 되기 위해서는 한동안 당첨되지 않겠지. 반대로 22는 자주 당첨되고.”
“맞아요. 얼핏 생각해 봐도 그렇죠. 그런데 뭐가 문제죠?”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함정이 있지. 윤 대리는 어떤 번호가 당첨번호가 될 확률은 언제나 똑같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만 걸세.”
“네? 제가요?”
“확률은 이전의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아. 37이 당첨번호가 될 확률이나 22가 나올 확률이나 언제나 6/45이지. 따라서 37이 또 나올 수도 있고 22가 계속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

“그래요…? 그럼 부장님, 어떻게 해야 로또에 당첨되나요?”
“그걸 내가 알면 이 자리에 있겠나? 수학적으로 로또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면 수학자들은 모두 부자가 됐겠지.”
“그럼 없는 건가요? 내 부가티, 내 빌딩, 내 집…. 한낱 꿈이었던가?!”

윤 대리는 한동안 공황 상태에 빠졌다.

“윤 대리, 정신 차리게. 어차피 일주일 동안 행복해지려고 재미삼아 산 거 아니었어?”
“그건 그렇지만….”
“로또라는 게 되면 좋지만 안 돼도 그간 행복했으면 그걸로 제 값어치는 한 게 아닌가.”
“네? 그래도 부가티가 아른거려서….”

“허허. 자네만큼 월요일을 즐겁게 시작하는 사람도 드물다네. 자넨 엉뚱한 면이 있지만 참 좋은 사람이야. 로또 같은 일확천금보다는 지금처럼 즐겁게 일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나.”
“부장님 감사합니다.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다니. 전 그것도 모르고 부장님을….”
“허허허, 하지만 근무시간에 딴 짓 하는 건 금지일세. 허허허.”

글 : 조가현 수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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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설이 되면 가족이나 친척들과 함께 둘러앉아 윷놀이 한판을 벌리곤 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쉽게 즐길 수 있는 윷놀이나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의 민속놀이에도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단순히 명절 때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놀이를 넘어서서 사시사철 다양하면서도 과학을 적용한 조상들의 지혜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윷놀이는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삼국 시대 이전부터 행해오던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로, 조상들이 집에서 기르던 동물들의 이름을 붙여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가리킨다. 또한 윷판에서 자리의 순서도 각 동물의 속력에 비유된 것이다. 머릿속에 해당 동물들이 뛰는 걸 떠올려보면 정말 그럴 듯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윷놀이에 로또보다 재미있는 확률의 원리가 있다는 점이다. 윷을 던져서 나오는 확률을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 = 어떤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로 계산해보면 도와 걸이 4/16, 윷과 모가 1/16, 개가 6/16이 된다. 윷을 던졌을 때 개가 나올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하지만 조상들은 여기에 윷의 앞면과 뒷면을 다르게 만드는 약간의 변수를 추가했다. 위의 통계는 윷의 앞과 뒤가 같다고 했을 때, 즉 1/2로 가정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곡면인 부분을 앞이라고 하고 평면인 부분을 뒤라고 보면 확률은 달라진다. 고려대학교 허명회 교수는 윷의 곡면이 완전한 반원이 아니라는 점을 바탕으로 윷의 무게중심에 따른 회전운동을 계산하여 새로운 확률 결과를 내놓았다. 곡면이 위로 나올 확률과 평면이 위로 나올 확률이 4:6이고, 모-도-윷-개-걸의 순서로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결과가 완벽하게 정확한 확률 결과라고는 아직 단정 지을 수 없다. 만약 윷놀이를 할 때의 바닥, 예를 들면 멍석이나 땅바닥 등이 평평하지 않다거나 그로 인한 운동 방향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연구한다면 다른 확률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설날뿐만 아니라 겨울철 동안 아이들의 놀거리인 팽이치기에도 과학이 있다. 18~19세기에 생긴 팽이라는 말은 핑핑 돈다는 말에 그 유래가 있다. 지금은 비교적 많이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옛날에는 많은 아이들이 나무로 팽이나 썰매를 만들어 강가, 논바닥 등의 얼음 위에서 여가를 보냈다. 팽이채는 50cm 정도의 얇은 나무 끝에 실로 노끈을 만들어 묶었고, 팽이를 칠 때 감으면서 세게 돌릴 수 있도록 팽이채의 노끈 끝은 느슨하게 풀어놓았다. 팽이치기를 할 때는 팽이를 멈추지 않도록 쉴 새 없이 돌리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팽이를 오래 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팽이에는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고 있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하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둥근 물체가 축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하므로 회전 관성을 가지는 팽이는 무겁고 단단한 재질이 관성이 크기 때문에 다른 나무보다 소나무나 박달나무로 만들었다. 돌던 팽이가 어느 순간에는 공기저항과 바닥면과의 마찰력으로 인해 멈추게 되므로 아이들은 팽이의 표면을 잘 다듬어서 공기저항을 덜 받게 한다. 또한 얼음 위에서 팽이를 돌리면 바닥면과의 마찰이 적어지기 때문에 사계절 모두 팽이치기를 하지만 유난히 겨울에 아이들이 즐겨 한다.

겨울철 강가나 논두렁에서 바람을 이용해 날리는 연날리기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는 대보름에 액을 멀리 보낸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이제는 바람이 부는 날이면 쉽게 볼 수 있다. 연날리기는 한지와 대나무로 가볍게 연을 만들고 얼레에 감겨 있는 실을 조절해서 높낮이를 조종하는 놀이로 놀이의 방법은 쉽지만 잘 날리기가 그다지 쉽지 않다.

연날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연의 윗면과 아랫면을 바람이 동시에 지날 때 윗면을 흐르는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감소하는 원리를 이해하면 쉽다. 이것을 베르누이의 정리라고 하는데, 이때 연의 윗면에 작용하는 압력이 아랫면에 작용하는 압력보다 작기 때문에 연이 위로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연을 잘 날리려면 연의 윗면을 아랫면보다 앞으로 기울여서 들고 날리고, 양력과 항력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연이 위로 떠오르려고 하는 힘이 양력이고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뒤로 진행하려고 하는 힘이 항력이다. 실을 감으면 양력이 생겨 위로 뜨고 실을 풀면 항력이 생겨 뒤로 진행하므로 이러한 힘의 성질을 가지고 조종하면 된다.

이렇듯 우리 전통 민속놀이에는 재미와 동시에 과학이 숨 쉬고 있다. 이번 설에 종일 TV 프로그램에 빠져 있기보다는 민속놀이를 통해 창의력과 과학적 사고를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이상화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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