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공기도 건조해지고 있다. 게다가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져 난방 기구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화재 발생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단풍구경을 위한 등산객들도 증가하면서 산불의 빈도수도 증가하고 있다. 가을 산에 불이 붙으면 건조한 공기와 쌓여있는 낙엽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기 쉽다. 때문에 한국의 가을과 겨울은 화재의 위험이 높은 계절로 꼽힌다.

이에 각 소방서들은 11월 한 달을 ‘전국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하고 국민들에게 화재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각종 정책들을 많이 추진한다. 2010년 올해도 어김없이 ‘11월 전국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겨울철 화재예방과 더불어 자율적 생활안전 실천에 대한 예방홍보를 추진하고 있다.

11월 1일 소방재난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2009년) 화재건수 대비 겨울철(11, 12월) 화재건수는 연중 비슷하다. 하지만 인명 및 재산피해는 11, 12월이 월등히 높아 화재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화재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아야 한다. 화재는 발화점 이상의 온도, 산소, 땔감이 있을 경우 발생한다. 이를 바꿔 말하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불충분하면 불은 꺼지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진행되는 모든 진화 작업은 불의 온도를 떨어뜨리고 산소와 땔감 사이를 분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연소 후 재가 남는 일반 화재는 주로 나무나 종이 등을 땔감으로 삼는다. 이때 불을 끄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을 뿌리는 것이다. 물이 닿으면 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물은 땔감과 산소 사이에 끼어들면서 둘 간의 접촉을 막는 역할도 한다. 물이 수증기가 되면서 일종의 차단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물보다 소화 능력이 좋은 첨단 소화 약재를 쓰는 국가가 늘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에서 사용하는 인산암모늄 수용액과 계면활성제의 혼합약재가 그 주인공이다. 이 약재의 가장 큰 특징은 계면활성제, 즉 일종의 비누 성분 때문에 거품이 생긴다는 데 있다. 거품은 불에 닿는 즉시 재빨리 열기를 빼앗는다. 물보다 빨리 불의 온도를 끌어내리는 것이다. 게다가 수증기보다 더 두껍게 불을 포위해 땔감과 산소의 접촉을 효과적으로 막는다.

일반 화재 외에 석유나 기름으로 인한 유류 화재도 있다. 유류 화재로 인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물을 사용하면 안 된다. 기름이 물 위에 올라타 화재가 더 확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류 화재 시 소화 작업의 핵심은 발화점 이하로 불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불을 담요처럼 덮어 산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다.

담요 역할을 하는 소화약재 중 하나로 인산나트륨이 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한 소화약재의 주성분인 인산나트륨은 상온에서 액체지만 열을 받으면 기체가 된다. 이 기체가 불 주위를 둘러싸면서 산소 공급을 차단해 불을 끄는 것이다. 해당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물을 분당 4L 뿌렸을 때 25초 만에 꺼지던 불이 인산나트륨을 쓰면 17초 만에 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보다 진화 속도가 1.5배나 빠른 것이다.

과학기술이 스며든 소방대책은 약재에만 그치지 않는다. 불과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의 몸에도 첨단 장비들이 숨어있다. 국내 한 대학 연구진은 ‘니티놀’로 만든 용수철을 소방복의 외피와 내피 사이에 수직으로 끼워 넣은 시제품을 개발했다. 니티놀은 정해진 온도에 이르면 수축하거나 팽창하도록 미리 ‘프로그래밍’된 형상기억합금이다. 소방관이 고온에 노출되면 니티놀 용수철이 늘어나 내피와 외피 사이를 벌리고 이 틈에 공기층이 만들어져 단열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첨단 소방장비들이 개발되고 있다. 2010년 8월에는 대구에서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열려 다양한 소방장비들이 선보여졌다. 국내 한 업체는 화재 및 재난현장에서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고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소방관 보조로봇’을 개발했다. 휴대가 가능한 원통형의 이 로봇은 무선 네트워크 통신을 이용해 원격제어 할 수 있다.

또 충격에 강해 화재 장소에 던져지더라도 2차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로봇은 화재 및 재난현장에 투입돼 구조가 요구되는 인명을 탐색하고 피난을 유도하거나 구조대원 투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로봇에 장착된 센서모듈은 화점 탐지, 유독가스 검출여부 파악, 온도 측정 등 화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휴대단말기를 통해 인간에게 전달된다. 앞으로 소방관 보조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화재지역과 원자력발전소 오염지역, 지진으로 인한 피해현장 등 인간이 직접 접근하기 힘든 재난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에 걸맞게 ‘친환경’ 기능을 갖춘 소방장비들도 있다. 국내 한 업체가 개발한 무선불꽃감지기는 태양전지를 장착하고 있다. 이 감지기는 태양전지를 이용해 자가발전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전력선이 필요치 않고 무선통신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선로가설에 따른 시공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면 2주 이상 작동하고 일조량에 따라 집열판이나 배터리 용량을 조절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에도 효과도 크다.

이런 첨단 장비들은 아직까지 예산 문제로 인해 원활히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하루 빨리 이런 문제가 해결돼 화재를 예방하고 진압하는 데 첨단 소방장비들이 큰 도움을 주길 기대해본다. 물론 화재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689호 ‘화마(火魔) 잡는 첨단 소방과학(2007년 12월 5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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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화재로 불타 버린 숭례문에 대해 문화재청은 “2006년 작성해놓은 ‘숭례문 정밀실측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원형 그대로 복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2005년 숭례문 각 부분을 정밀하게 측정한 도면 182장과 1961년 중건 당시 도면 12장이 포함돼 있다. 숭례문에 쓰인 모든 목부재와 기와, 돌의 크기를 mm단위로 쟀을 정도로 정밀하게 기록돼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계획과 달리 숭례문의 완전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숭례문의 기둥과 보로 쓰인 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한 결과 위층 대들보 위 기둥에 얹혀 있는 마룻보와 고주(高柱, 높은 기둥)는 조선 태조 숭례문 창건 당시의 목재였다. 화재로 불타 버린 숭례문 기둥에 쓰인 소나무는 과연 최고 목질의 나무였을까.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느티나무가 소나무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며 궁궐이나 중요한 목조건물을 지을 때 많이 쓰였다. 내구성도 느티나무가 더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경북 경산 임당동 원삼국고분이나 부산 부천동 초기 가야 고분, 신라 천마총, 고려 부석사 무량수전의 기둥 16개는 모두 느티나무가 쓰였다.

박상진 경북대 임산공학과 명예교수는 “건물의 기둥으로 소나무를 사용할 때 100년을 버틴다면 느티나무는 300년은 버틸 수 있다”며 “느티나무의 비중은 1cm³당 0.70∼0.74g으로 소나무의 0.45∼0.50g보다 커서 마찰이나 충격에 훨씬 강하다”고 설명했다. 느티나무 목재는 나뭇결이 곱고 황갈색 빛깔에 윤이 난다. 또 벌레 먹는 일이 적고 다듬기까지 좋아 고급목재로 쓰였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소나무가 널리 쓰였다. 느티나무가 밀려난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 말기 몽골의 침입이나 무신정변 같은 사회 혼란을 겪으면서 축대벽을 쌓거나 건물을 짓느라 숲 속의 느티나무를 마구 벤 탓이다. 간혹 마을 인근에 느티나무가 자랐지만 이런 나무는 쓸 수 없었다. 울창한 숲 속에서 자란 나무는 ‘콩나물’처럼 곧고 기다란 형태를 지닌다. 반면 열린 공간에서 자란 나무는 키가 2~3m만 자라도 가지가 사방으로 돋아나 기둥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

궁궐이나 사찰 같은 목조건물을 지으려면 10m 이상 곧게 자란 나무가 필요하다. 기둥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 필요했던 조선 왕조는 느티나무를 대신해 숲에 늘어난 소나무에 주목했다. 특히 경북 봉화나 울진, 강원지역의 금강소나무나 안면도 소나무는 전봇대처럼 곧게 자라나 이 조건에 맞았다. 그래서 이 지역은 민가에서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출입을 막았다.

곧고 크게 자라는 나무로 전나무도 있다. 하지만, 금강소나무는 나무 바깥쪽의 변재보다 안쪽의 심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미생물이나 흰개미의 공격에 더 강하다. 심재가 2차 대사산물이나 송진 같은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왕실에서 금강소나무를 궁궐 목재로 고집한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금강소나무는 다른 소나무보다 단단하다. 생장이 더뎌 나이테가 촘촘하기 때문인데, 가령 다른 나무가 1cm 자라는 데 1년이 걸린다면 금강소나무는 3년이 걸릴 정도다.

나무의 강도로 치자면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가 으뜸이다. 참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자생하기 때문에 목재를 구하기도 쉽다. 그러나 참나무는 비중이 1cm³당 0.8g으로 너무 무겁다. 비중이 크면 목재가 단단해서 대패질이나 톱질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건축 자재로 이용하려면 적당한 강도와 가공하기 편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현재 지름 1m가 넘는 금강소나무가 국내에 별로 없으며, 있어도 개인 소유로 정부가 활용하기 쉽지 않다. 금강소나무를 구하지 못해 숭례문 복원이 쉽지 않게 되자 일부에선 ‘더글러스 퍼’(Douglas-fir)란 나무를 수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 자라는 더글러스 퍼는 금강소나무와 재질이 비슷하며 색상이 붉어 정서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숭례문 복원에 외국에서 자란 목재를 쓴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선 궁궐의 보수나 복원을 위해 별도의 숲을 관리하고 있다. 가령 일본에서 3대 아름다운 숲으로 꼽히는 기소지방의 편백나무림은 일본 왕가의 조상신을 모시는 이세신궁(伊勢神宮)의 보수에 필요한 목재를 공급하고자 마련된 곳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산림청이나 문화재청이 앞장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ndsl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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