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과 움직임이 비밀번호가 되는 세상! 내 몸이 곧 비밀번호가 된다. 움직임을 감지하는 순간, 결재됐습니다!

가게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간다. 그런데 가방 속에도 주머니를 뒤져봐도 지갑이 없다. 이럴 때는 포기하고 물건을 다시 갖다놓을 수도 있지만 주인에게 “이따가 다시 와서 값을 치르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이른바 ‘외상’을 긋는 방법도 있다. 외상은 ‘따로 장부에 올려놓는다’는 뜻으로 주인과 손님이 안면을 트고 신용이 쌓였을 때만 가능한 거래 방식이다. 

물건을 먼저 가져가고 돈은 나중에 지불하는 신용거래 방식은 현대에 와서 ‘신용카드’를 탄생시켰다. 은행과 거래한 내역을 살펴보고 믿을 만한 수준에 도달한 사람에게는 현금 대신 결제할 수 있는 카드를 주고,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한두 달 후에 해당 금액을 은행에 입금하는 후불식 체계다. 신용카드와 비슷하지만 돈을 먼저 입금한 후에 한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식도 있다. 체크카드나 일반교통카드가 여기에 속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매일 가지고 다니는 물건에 결제 기능을 넣는다면 현금도 신용카드도 필요가 없다. 몸에서 떨어질 새 없는 휴대전화에 결제 기능까지 탑재하는 것이다. 근거리에서만 인식되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모듈을 스마트폰에 장착하고 계산대의 기기에 갖다 대면 마치 신용카드를 긁은 것처럼 인식되는 식이다. 최근 공개된 삼성페이와 라이벌 애플페이는 NFC에 인간의 신체를 감지하는 기술을 결합시켰다. 스마트폰의 지문센서 또는 스마트워치의 손목센서를 통해 주인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손가락의 지문이나 눈의 홍채, 음성이나 표정 등 신체를 이용해 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을 생체인식 결제(biometric payment)라 부른다. 금융기술과 IT를 결합시킨 핀테크(FinTech) 중에서 생체인식 결제의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생체인식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사용자는 2013년 세계 4천만 명 가량이었지만, 오는 2017년에는 4년 만에 4억5천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덕분에 관련업계가 누릴 수익만 해도 2013년 5천만 달러 수준에서, 매년 40% 가까이 성장해 2019년에는 4억 달러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체인식은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금융거래를 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공인인증서, 아이핀,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백신 프로그램 등 여러 개의 파일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고 손가락만 갖다 대면 한 번에 로그인이 된다. 노트북이나 자동차도 주인이 이용할 때만 반응을 하고 현관문도 가족이 왔을 때만 열린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관공서에서 서류를 발급받을 때도 자동화 시스템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손바닥의 정맥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는 은행 ATM 기기가 전국에 8만 개 이상 보급돼 있다. 

생체인식에 사용되는 신체 부위는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얼굴이 기본으로 쓰인다. 증명사진을 찍어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일은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요즘에는 SNS에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얼굴을 판별해 이름을 붙여주기도 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얼굴을 신용카드처럼 사용하는 ‘스마일 투 페이’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분증을 만들거나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손가락 끝의 지문을 찍어 본인임을 증명했다. IT 기술과 결합하면서는 회사 출퇴근이나 공항 출입국과 같은 다양한 곳에서 지문인식기가 사용된다. 해외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급식을 이용할 때 직접 돈을 내지 않고, 사생활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다만 인구의 5% 정도는 지문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눈동자 주변의 홍채를 통해 판별하는 방법도 있다. 위조가 불가능해 안전성이 높지만 눈을 갖다 대야 해서 불편하고 고해상도의 기기가 필요해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 

신체 자체가 아닌 소리나 움직임을 통해 구별하기도 한다. 목소리를 구별하는 음성인식 기술이 대표적인데, 개발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변 소음이 없어야 하고 건강 상태나 기분에 따라 결과 값이 다르게 나오기도 해서 아직은 일반화되지 않았다. 글씨를 쓰는 필체로 사람을 알아보기도 한다. 도장보다는 서명이 일반화된 서양에서 주로 쓰는 방법이다. 이밖에도 걸음걸이나 체취를 이용한 생체인식이 얼굴이나 지문보다 정확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생체인식 기술은 편리하고 정확하기 때문에 인기를 얻지만, 보안이 완벽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얼굴은 성형수술로 고치고 지문은 자국을 떠서 복제할 수 있으며, 목소리는 고품질 녹음으로 위조가 가능하다. 심지어 지문인식 자동차를 훔치기 위해 주인의 손가락을 자르는 흉악범죄도 실제로 등장했다. 인식기기에 등록된 정보가 안전하게 보존된다고 볼 수도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는 해킹에 의해 1억 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주민등록번호 대신에 생체인식을 도입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의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생체정보가 금융거래에 도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보안업계에서는 ‘편리’와 ‘안전’을 양날의 검이라 부른다. 누구나 쓰기 쉽게 만들면 도둑맞기 쉬워지고, 반면에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사용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생체인식 기술이 가져올 미래 시대에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이 등장할까.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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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54년 미국 워싱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경인 이곳에는 범죄를 미리 예측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이 설치돼 있다. 범죄 예측뿐 아니라 개인 식별 시스템도 훌륭하다. 시민들이 거리를 지날 때마다 전광판에 붙은 개인 식별 장치가 홍채 정보를 읽어서 신원을 판별하고, 간드러진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물건을 사라고 유혹한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같은 신분증도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눈’뿐이다. 문의 잠금장치도, 지하철 요금 지불도 모두 홍채를 읽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2. 2010년 한국. 부산 해운대에 자리 잡은 이안엑소디움 아파트 입구에는 홍채 인식기가 설치돼 있다. 기기 앞에 사람이 서면 특수 카메라가 위아래로 움직여 눈동자를 찾는다. 눈동자를 찾은 기기는 3초 안에 홍채 패턴을 분석해 입주민과 외부인을 구별해낸다. LG U+ 상암동 DMC 사옥과 덕수궁미술관 미술품 보관실,대전 지하철에도 이런 기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후를 상상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홍채 인식기술이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아파트 같은 건물 입구에 홍채 인식기가 설치되는 곳이 하나둘 늘고, 인도에서는 홍채 인식을 이용한 ‘전자주민등록증(UID, Unique ID)’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는 2015년이 되면 인도 국민들은 눈 하나만으로 자신을 증명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문서로 만들어진 신분증이 아니라 사람이 가진 신체적인 특징이나 행동적인 특성으로 개인을 식별하는 것을 생체 인식 기술, 즉 ‘바이오메트릭스(biometrics)’라고 한다. 이 기술은 사람 몸에 원래부터 있던 특징을 잡아내는 것이므로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적어서 미래의 신분증으로 각광받는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생체 인식 수단은 ‘지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만 17세가 되면 동사무소에 가서 지문을 찍고,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시스템을 사용해왔다. 문 잠금 장치나 현금 자동 입출금기, 증명서 자동 발급기에도 지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손가락 무늬를 통해 개인을 식별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문은 심한 노동을 하면 지워지기도 하고, 땀이나 이물질이 묻으면 제대로 인식이 안 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차세대 생체 인식 방법으로 지문보다 홍채가 주목받는다.

홍채는 사람의 신체 부위 중에서 개인 간의 차이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빛을 조절하는 홍채의 무늬는 생후 6개월경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2~3살이면 완전한 모양을 갖춘다. 이때 형성된 원형의 홍채 패턴은 사람마다 다르며 이후로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홍채 인식은 사람의 홍채 패턴이 각각 다르다는 걸 이용한다. 홍채의 모양과 색깔, 망막 모세혈관의 형태 같은 홍채의 특성을 분석해 코드로 나타내고, 이를 영상신호로 바꿔 사람의 홍채와 비교하는 것이다. 홍채 인식 코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생성, 검색된다.

우선 사람이 일정한 거리에 서서 홍채 인식기 중앙 거울에 눈을 맞추면, 적외선 카메라가 줌렌즈로 초점을 조절한다. 홍채에 초점을 맞춘 카메라는 홍채를 촬영해 이미지로 만들고, 홍채 인식 알고리즘이 홍채의 패턴을 영역별로 분석해 개인 고유의 홍채 코드를 생성한다. 생성된 홍채 코드는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고, 각종 홍채 인식 시스템에서 비교 검색 기준으로 활용된다.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해도 홍채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으며, 인식 판에 직접 눈을 갖다 대지 않아도 홍채 인식은 가능하다. 먼 거리에서 특수 카메라로 홍채 사진을 찍어 기존 정보와 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특별한 동의(사인이나 손가락을 갖다 대는 것 등)가 없어도 한꺼번에 여러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어 지문이나 다른 인증시스템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홍채의 특징적인 패턴은 200여 가지나 된다. 30여 가지의 특징적인 패턴이 조화를 이루는 지문보다 훨씬 다양한 셈이다. 그만큼 복제하거나 정보를 유출하기가 힘들어 안전한 식별 시스템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자칫 잘못 사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 침범될 위험성도 있으므로 홍채 인식 시스템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한다.

발달된 모든 과학기술이 그렇듯 생체 인식 기술 역시 양날의 칼이다. 잘 사용하면 생활을 편리하고 여유롭게 만들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기술이 인간을 옭아매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칼날의 어느 쪽을 사용할지는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32호 ‘눈만 봐도 그대를 알 수 있소!(2003년 9월 24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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