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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09 건강 검진기에 담긴 과학원리, 심전도
  2. 2010.01.12 세계 사망원인 1위, 심혈관질환 (4)

건강 검진기에 담긴 과학원리, 심전도

몇 달 전부터 가끔씩 가슴이 답답하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경험했던 이모(48)씨. 최근 들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참을 수 없는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담당 의사는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협심증 초기 상태일 수도 있다”라고 진단하며 “앞으로 3개월에 한번 씩은 병원에 와서 ‘심전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권유했다. 

혹시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던 이 씨는 한 숨을 돌렸지만, 이내 심전도 검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심전도 검사에 대해 묻자 의사는 “심장의 현재 상황이나 심장 및 혈관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검사”라고 설명하며 “이를 통해 심장의 활동 상태가 건강한지를 점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심장이 보내는 전기신호를 포착하는 심전도계 

심장은 우리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엔진과 같은 존재로서, 생명과 직결되는 기능을 가진 장기다. 항상 규칙적으로 박동하기 때문에,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절대로 멈추는 법이 없다. 

하지만 심하게 놀라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에 기복이 생기면, 호르몬 분비의 변화에 의해 심장 박동이 달라진다. 이럴 때 보통은 심장에 문제가 없는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만,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이상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런 이상 신호를 포착해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기기가 바로 심전도다. ECG(electrocardiogram)라는 약자로 표시하기도 하는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신호를 피부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기록하는 것으로서, 심장에 대한 검사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전극은 신체의 여러 부위에 부착하는데, 이를 통해 심장 각 부위의 전기적 현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사물을 볼 때 한 쪽에서만 관찰하는 것 보다는 앞과 뒤, 그리고 위, 아래와 같이 3차원적으로 관찰해야 그 사물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심전도는 각 부위의 전극에서 검출된 신호의 크기, 즉 전압을 시간에 대한 그래프로 나타낸다. 이를 통해 심장 각 부위에서 전압이 약하거나 강해진 것을 분석할 수 있으며, 심장의 리듬이 어떻게 불규칙한지, 또는 빠르거나 느린지를 알 수 있다. 

이 같은 심전도 검사는 흉통이나 호흡곤란과 같이 심장의 이상 증상이 있는 환자나 고혈압과 같이 심장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있는 환자가 검사할 때 주로 사용한다. 또한 입원이나 수술 전 환자에게는 기본적인 검사로 시행되는데, 검사 전에 특별한 준비사항이 없다는 것도 심전도 검사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아래 사진은 26세 남성의 정상 심전도를 나타낸다. 파란색 상자 속의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키가 크고 날렵한 QRS파(QRS complex)형이다. QRS파는 심장 아랫부분인 심실의 기계적 수축을 뜻한다. QRS파를 중심으로 그 앞에 작은 돌기의 P파가 보인다. P파는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에 전기가 흐르면서 나타나는 파형으로 P파가 나타난 후에는 심방이 기계적으로 수축하게 된다. 

QRS파 뒤에는 P파보다 큰 돌기의 T파가 나타난다. T파는 심실이 수축한 후 다시 돌아오는, 즉 이완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정상 심전도의 파형은 P, QRS, T의 순서로 한 패턴이 되풀이 되는 파형이다. 
 

사진 1. 26세 남성의 정상 심전도(출처: wikipedia)



■ 입기만 하면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티셔츠형도 개발돼 

심전도를 개발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생리학자이자 의사인 ‘빌렘 에인트호벤(Willem Einthoven)’이다. 생리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인체 내를 흐르는 전기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 개발로 이어졌는데, 신경 및 근육 등에 일어나는 전류를 측정하는 ‘혈전류계’를 최초로 고안해 생물전기 분야에 공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혈전류계 개발에만 그치지 않았다. 혈전류계의 원리를 기반으로 심장에서 나타나는 전기 생리의 연구를 계속한 결과, 1901년 초기 형태의 심전도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전선을 사람에게 연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 대상은 ‘개’였다. 
 

사진 2. 초기 심전도계의 모습(출처: wikipedia)



개를 전선에 연결하면 타죽을 것이라 모두들 생각했지만, 에인트호벤의 생각대로 심전도 검사는 성공적이었다.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의료기로서의 가능성까지 구상했다. 심장의 규칙적인 박동을 검사할 수만 있다면, 심장에서 나타나는 각종 질병과 이상 신호를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병원 문까지 닫을 정도로 연구에 매진한 에인트호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단선 검류계’라는 현대적 심전도계의 초기 모델을 만든다. 이 장치는 전자선의 양극 사이에 은도금을 한 석영 선을 연결한 것으로, 심장근육의 수축 시에 발생하는 전류를 감지해 한 방향으로 통과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에인트호벤은 심장의 수축과 완화 시에 서로 다른 뚜렷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고, 비로소 심전도계라 부를 수 있는 기기가 탄생하게 됐다. 네덜란드 조그만 마을의 한 의사가 열정을 쏟은 덕분에, 인류는 오늘날의 심전도계를 갖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부경대학교 전자공학과 연구팀이 현대식 심전도계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된 티셔츠 형심전도계가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시스템은 온몸에 전극을 연결하는 불편을 덜고, 옷처럼 입기만 해도 간단하게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번에 개발한 심전도계를 통해, 앞으로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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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있다. 사고를 당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이 갑자기 죽는 이유는 대부분 심혈관질환 때문이다. 심혈관질환은 평소 아무 문제없이 잠복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목숨을 앗아간다. 전 세계 사망원인 가운데 심혈관질환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로 가장 높다.

예전에는 심혈관질환으로 급사한 경우 ‘심장마비’로 통틀어 말했지만 요즘은 증상의 원인에 따라 세분해서 부른다. 혈관이 막힌 경우, 심장 박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심장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 심혈관질환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긴다. 언제 갑자기 찾아올지도 모르는 불청객, 심혈관질환은 왜 발생하며, 또 어떻게 예방하면 좋을까?

가장 치명적인 질환들은 피를 보내는 혈관이 막혀 일어난다. 심장은 우리 몸의 구석구석으로 피를 보내는 기관이다. 모든 세포는 심장이 보낸 피로부터 산소와 양분을 공급받아야 살 수 있다. 온 몸에 피를 보내는 심장도 이 원칙에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심장에는 심장 자신의 세포에 산소와 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관상동맥이라는 혈관이 존재한다.

심혈관질환 중 가장 위험한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에 의해 막혀 심장 세포가 죽는 병이다. 급성심근경색이 일어난 지 2시간이 지나면 심장 세포가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해 죽기 시작하고 심장이 멈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기 때문에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10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협심증’은 심근경색과 비슷하지만 정도가 약한 증상이다. 심장 세포가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관상동맥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심장 근육에 통증이 발생한다. 협심증은 주로 몸을 움직이다가 심장에 무리가 가면 발생한다. 따라서 운동할 때 통증이 오면 협심증, 쉴 때 오면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 ‘뇌중풍(뇌졸중)’도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이 혈관이 막혀 발생한다. 단 뇌중풍은 심장이 아니라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의 일부가 막혀 발생한다.

혈관이 막혀 일어나는 증상은 평소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게 고혈압 환자에게 이들 질환이 나타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으로 혈압을 잘 조절해야 한다. 증상이 심할 때는 혈관을 막히게 만든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금속관을 넣어 혈관을 늘리는 확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

‘부정맥’은 심장의 정상 리듬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정’한대로 ‘맥’이 뛰지 않는다고 해서 부정맥이라 부른다. 이때 심장은 분당 60~100회보다 빨리 뛰거나 천천히 뛰고, 뛰는 속도가 불규칙하게 되기도 한다. 이 경우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보내지 못해 혈압이 떨어지고 심하면 그 충격으로 실신할 수 있다. 게다가 불규칙적인 심장 박동 때문에 혈구가 터지면 혈전이 만들어져 심근경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심장의 정상 리듬이 깨져 부정맥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심장이 뛰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 모든 심장 세포들은 전기 자극을 만들어 수축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중 심장의 우심방 근처의 ‘동방결절’이라는 근육은 다른 심장 세포보다 한 박자 빨리 분당 60~100회 전기 신호를 만들어 낸다. 동방결절이 전기 신호를 만들면 그에 따라 다른 모든 심장 근육들은 세포들이 수축과 이완 운동을 한다. 즉 동방결절의 지휘에 따라 모든 심장 세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만약 동방결절 외에 심장의 다른 곳에서 전기 신호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1초에 평균 한번 정도 뛰던 심장 세포들은 어느 신호에 맞춰야할지 모르고 파르르 떨다가 ‘녹다운’된다. 이런 전기 자극은 심실 표면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토네이도’라고 부른다. 부정맥은 이처럼 심장에 부는 토네이도 때문에 일어난다.

부정맥은 외부에서 전기 자극을 가해 인위적으로 심장을 ‘재부팅’해 치료한다. 심장 박동수를 점검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 부정맥을 의심할 만하다. 부정맥에 걸린 사람은 심장을 흥분시키는 카페인이나 술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심장의 구조가 잘못돼 있어도 병이 생긴다. 심장판막증은 심장에서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해주는 판막에 문제가 생긴 병이다. 피가 역류하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가서 붓게 된다. 심장 박동에 문제를 일으켜 부정맥으로 발전하기 쉽다. 심장판막증을 치료하려면 수술을 통해 정상적인 모양으로 바꿔야 한다. 정도가 약한 경우는 모양을 교정하는 성형수술로 해결되지만, 심하면 아예 인공판막으로 교체해 줘야 한다. 인공판막을 달면 혈전이 생기기 쉬우므로 평생 동안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 항응고제는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는 약품이다.

심실중격결손은 심장의 각 부분을 구분하는 칸막이에 구멍이 뚫린 경우다. 심장에는 산소와 양분이 많은 깨끗한 피와 노폐물이 가득한 더러운 피가 존재하는데 정상인은 이 두 종류의 피가 완전히 분리된다. 심실 벽에 구멍이 뚫리면 깨끗한 피와 더러운 피가 섞인다. 피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병은 선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유아기에 발견해서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다행히 초음파 검사를 하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발견할 수 있다.

심장과 피는 생명의 상징이며, 뜨거운 감정의 상징이다. 그만큼 심장과 피는 우리 생명과 인격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치료약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심혈관질환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평소 적절한 운동과 식습관으로 피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벼운 산책이라도 당장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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