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배고픔에 지는 당신, 참아라!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 돌입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식욕은 마음처럼 줄지 않는다. 든든히 밥을 먹고 후식까지 챙겨먹었지만 세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출출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막상 군것질을 하고 나면 배부르다는 행복감보다 괜히 먹었다는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 바로 ‘가짜’ 배고픔에 속았을 때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는 몸에 필요한 에너지(열량)가 부족하면 ‘배고픔’이라는 신호를 보내 음식물 섭취를 유도한다. 문제는 열량이 부족하지 않을 때도 뇌가 배고픔의 신호를 보낼 때가 있다는 것. 하지만 가짜 배고픔과 진짜 배고픔은 원인과 증상이 다른 만큼 차이점만 잘 알아만 둔다면 오히려 가짜 배고픔을 이용해 보다 효과적으로 체중 감량을 할 수 있다. 

■ 스트레스 받아도 배가 고프다 

가짜 배고픔의 대표적인 속임수는 ‘당’이다. 혈중 당분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혈당이 떨어졌다는 의미가 열량 부족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순간만 이겨낸다면 쌓여있는 지방을 효과적으로 태울 수 있다. 체내 혈당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먼저 간이나 근육에 축적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쓰다가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마련한다. 지방 분해 단계에 접어들기까지는 대략 한 시간.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바로 음식을 먹으면 혈당은 올라가고 지방은 그대로 쌓여 오히려 살이 찐다. 

스트레스도 가짜 배고픔을 유발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울적해지면 체내 세로토닌의 수가 줄어든다. 세로토닌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교감신경에 작용해 혈압과 호흡 횟수를 늘려 우리 몸에 활기를 주고 기억과 학습능력을 비롯해 소화나 장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피드백 작용에 따라 세로토닌의 분비량을 늘리려고 한다. 이 때 우리 몸이 사용하는 방법이 배고픔이다. 특히 단 음식을 찾게 하는데 이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통해 뇌 속에서 만들어지는데, 트립토판이 뇌에 도달하려면 인슐린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를 유도하기 위해 혈당을 높이는 단 음식을 찾게 뇌에서 신호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량을 감소시켜 식욕을 돋운다. 폭식증 환자 중에는 만성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과다 분비된 코르티솔이 끊임없이 식탐을 부르고 배고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상황 자체도 가짜 배고픔을 만든다.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아도 평소 섭취하는 열량보다 조금만 적게 먹으면 이를 채우기 위해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에너지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순간을 이겨내다 보면 어느 새 우리 몸도 변화에 적응하면서 더 이상 배고픔의 신호를 보내지 않게 된다. 

푸짐한 안주를 먹고도 과음 뒤에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가짜다. 술은 위와 장에서 흡수돼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친다. 간은 해독작용 외에도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화시켜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과음을 하게 되면 간이 해독작용으로 바빠지면서 포도당을 만드는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자연히 혈당은 떨어지고 뇌는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 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과식으로 이어지면 비만을 유발하는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음주 후 배고픔이 느껴질 때는 야식보다 꿀물이나 초콜릿 등으로 당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 식후 3시간, 특정 메뉴가 먹고 싶다면 ‘가짜’ 배고픔 

가짜와 진짜 배고픔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배고프다고 느낄 때 내 몸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진짜 배고픔은 배고픈 느낌이 서서히 커지면서 속이 쓰리거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살짝 어지럽거나 가벼운 두통, 기분이 쳐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정 음식보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상관없다 느끼고 먹고 나서는 만족과 행복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가짜 배고픔은 슬프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느끼는 경우가 많고 초콜릿처럼 달거나 떡볶이처럼 매운 것과 같은 특정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 또 배가 불러와도 계속 먹으려고 하고, 먹은 뒤에는 행복감보다 공허함과 자책감이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 

증상으로 구분이 어려울 때는 물을 한 컵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사한지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배가 고프다면 물을 한 컵(약 200mL) 마셔보자. 물을 마시고 20분 후에도 여전히 공복감이 있다는 이는 진짜 배고픔이다. 

■ 가짜 배고픔에는 오히려 강도 높은 운동과 고단백 식사가 도움 

가짜 배고픔을 이겨내는 방법에는 무엇보다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생활 습관의 변화로도 약간의 도움은 받을 수 있다. 우선 가짜 배고픔을 느꼈을 때,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엔도르핀뿐이다. 엔도르핀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우리가 통증을 느낄 때 진통제 역할을 한다. 유산소 운동보다는 스쿼시나 축구, 농구처럼 강도 높은 운동을 짧은 시간에 할 때 많이 분비된다.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논문을 살펴보면 총 칼로리는 같게 하면서 각각 단백질과 탄수화물, 불포화지방산을 강화한 식단을 각 실험군에게 6주간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단백질을 강화한 식단을 먹은 실험군이 다른 두 식단을 유지한 실험군에 비해 식욕 억제 효과가 두드러지게 높았다. 

체중 조절이 날씬한 몸매를 뽐내고자 할 때도 필요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비만은 만성질환의 위험 인자로 꼽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가짜 배고픔에 조금은 단호하게 대처해 보는 건 어떨까. 효과적인 체중감량은 물론 더 건강한 삶을 사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좋은 탄수화물은 뭐고 나쁜 탄수화물은 뭐야?

빵, 과자, 국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탄수화물은 거의 ‘적’으로 표현된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무조건 지방을 적게 먹는 것보다 탄수화물을 줄여야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비단 다이어트뿐만 아니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는 건강의 적으로도 꼽힌다. 최근 스웨덴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자나 케이크 종류를 자주 먹으면 자궁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 포도당을 적게 섭취하면 당뇨 예방은 물론 장수, 암 예방에도 좋다거나 간식을 자주 먹는 등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생물체의 필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 어쩌다 건강의 적처럼 공격받고 있는 걸까? 하지만 탄수화물이라고 다 나쁜 것이 아니다. ‘좋은 탄수화물’ 을 적당량 먹으면 혈당을 천천히 올려 운동의 에너지원이 되면서 운동할 의지도 만들어지고 아까운 근육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반면 ‘나쁜 탄수화물’ 은 혈당을 급격히 올려 빨리 허기지게 만들고 탄수화물 맛에 중독되게 한다.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 탄수화물

우리는 음식을 통해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지만 그 중 에너지, 즉 칼로리를 내는 것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3가지다. 그 외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내는 과정을 연결해주는 필수적인 요소긴 하지만 그 자체가 칼로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중 에너지원으로써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탄수화물과 지방이다. 물론 단백질도 g당 4kcal의 에너지를 내지만 단백질의 주된 역할은 우리 몸의 세포와 골격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탄수화물과 지방은 우리 몸의 핵심 에너지원이지만, 탄수화물은 지방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뇌 세포는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원으로써 탄수화물만을 고집한다. 물론 탄수화물 공급이 완전히 제한됐을 경우, 시간이 흐르면 뇌의 적응력에 의해 지방에서 유도된 ‘케톤체’라는 것을 에너지로 사용하지만 이는 매우 특별한 상황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뇌 세포는 탄수화물만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즉 뇌는 밥만 먹고 산다고도 말할 수 있다.

뇌의 이런 독특한 특성 때문에 우리 몸은 어떻게든 혈당, 즉 혈액속의 포도당(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단위의 형태 중 한 가지)의 농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혈액 속 포도당의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뇌 세포로의 에너지 공급이 줄어들게 되므로 뇌의 기능이 떨어지며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면 의식을 잃게 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중요한 탄수화물의 저장 공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 저장할 수 있는 탄수화물은 근육에 300g, 간에 100g 정도다. 이는 1,600kcal 정도의 양으로 하루만 완전히 단식을 하면 그 저장량이 모두 고갈된다. 반면 지방은 g 당 칼로리도 높으면서(체내에서 g 당 약 7.7kcal) 그 저장량도 무궁무진하다. 일반적인 남성의 경우 체중이 70kg이면 체지방량은 대략 10kg 정도다. 이를 칼로리로 환산하면 무려 7만 7,000kcal다. 탄수화물 저장량과 비교를 해보아도 그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장지방(중성지방)에서 탄수화물로의 전환은 그 효율이 떨어지는데 반해 우리가 섭취하고 남은 탄수화물은 쉽게 지방으로 전환되는 특징이 있다.

운동할 때 사용되는 양은 어떨까? 지방은 유산소성 운동의 에너지원으로만 사용되며 그 저장량이 많아 운동 전 지방 섭취량에 따라 운동능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탄수화물은 유산소성 운동과 무산소성 운동 모두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저장량은 제한돼 있어 운동 전 몸속 탄수화물의 저장량에 따라 단기간에 큰 힘을 사용하는 무산소성 운동뿐 아니라 장기간 지속하는 유산소성 운동 능력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좋은 경기 기록을 내기 위한 선수들의 식사 요법은 시합 전 몸속 탄수화물 저장량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도록 고안돼 왔다.

탄수화물의 역할은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몸은 탄수화물의 섭취와 고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탄수화물은 우리가 무조건 피하고 멀리해야 할 영양소가 아니라, 잘 다스리고 조절해서 섭취해야 할 영양소인 것이다.


[그림 1]잡곡빵과 각종 야채, 양질의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은 좋은 탄수화물 섭취법이다. 사진 제공 : 박상준
● 탄수화물 다스리기, 이렇게 하자!

양날의 칼 탄수화물 다스리기, 그 첫 번째 방법은 ‘섭취량’ 조절하기이다. 탄수화물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은 섭취하는 ‘양’이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면 활동할 기력이 떨어지지만 그 양이 과하면 금세 지방으로 전환돼 저장된다. 따라서 자신의 신체 활동량에 따라 탄수화물 전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자가운전으로 출근해 하루 종일 앉아서 일을 하다가 집에 와서 TV를 보는 직장인과 하루 종일 발로 뛰는 운동선수가 같은 양의 탄수화물이 필요할리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종류’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듯이 탄수화물도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이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섭취 후 얼마나 혈당을 빨리 올리느냐에 있다. 나쁜 탄수화물은 섭취 후 혈당을 빠르게 증가시켜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급격히 자극한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탄수화물은 그 후 혈당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말과도 같다. 때문에 다음 식사 시간이 오기도 전에 배고픔을 느끼게 되며 단시간동안 과도하게 증가한 몸속 탄수화물은 그 저장고를 채우고 넘쳐 결국 지방으로 저장된다.

또한 나쁜 탄수화물은 그 자체가 우리의 머릿속에 그 맛을 각인시키고 그 맛을 계속해서 찾게 만든다. 나쁜 탄수화물로 대변되는 탄수화물은 정제된 탄수화물로, 대표적인 것이 오로지 단맛을 더하려 청량음료, 도넛, 과자 등에 첨가되는 설탕과 같은 첨가 탄수화물이다.

반면 좋은 탄수화물은 혈당을 서서히 올린다. 우리의 주식인 쌀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나쁜 탄수화물 공급원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흰 쌀밥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빠르게 자극하지만, 잡곡밥이나 현미밥은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좋은 탄수화물이다.

추가적으로 탄수화물은 단독으로 섭취하는지 다른 음식들과 함께 섭취하는지에 따라 혈당과 인슐린 분비에 차이를 나타낸다. 단백질이나 지방과 함께 섭취하는 경우 탄수화물만 단독으로 섭취하는 것에 비해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서서히 자극한다. 이런 의미에서 밀가루로 만든 면류의 경우 쌀보다 조금 더 불리한 면이 있다. 쌀밥은 보통 다른 반찬들을 함께 섭취하는 형태임에 반해 면은 하얀 밀가루로 만든 정제 탄수화물이면서 그 외의 반찬 없이 오로지 면만 섭취하는 형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잔치국수를 예를 들어보자. 하얀 면에 단지 김치만을 얹어서 한 끼를 해결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밥에 각종 나물 반찬과 생선구이 한 토막을 얹어서 섭취하는 것에 비해 좀 더 급격히 혈당을 상승시키게 된다. 이러한 우리 몸의 반응을 이해한다면 밀가루 음식을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이에 맞는 적절한 방법, 즉 가능한 정제 밀가루는 피하고 (흰 빵 보다는 잡곡빵으로) 채소와 양질의 단백질을 함께 섭취한다면 똑똑한 밀가루 섭취법이 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는 값싸고 입맛을 자극하는 탄수화물 음식들을 쉽게 먹을 수 있다. 무조건 맛을 좇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적당량의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한다면 건강과 다이어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박상준 가정의학과 전문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기원전 1500년 고대 이집트의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에는 ‘너무나 많은 소변을 보는 병’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2세기 터키의 의사 아레테우스는 이 병을 ‘뼈와 살이 녹아서 소변으로 나오는 병’이라고 기록했다. 이 병을 현대식으로 바꿔 말하면 당뇨병(糖尿病), 이름대로 ‘당이 섞인 오줌을 누는 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로 30년 전에 비해 무려 10배나 증가했다. 당뇨병은 한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고 수많은 합병증을 동반하는 탓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당뇨병 사망률은 OECD 국가 중에 최고인 35.3%다. 결코 만만히 볼 질병이 아니란 뜻이다.

정상인은 오줌에 당이 전혀 없다. 당뇨병 환자의 오줌에 당이 많이 섞여 나오는 이유는 혈액에 당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신장이 혈액을 걸러 오줌을 만들 때 혈당(혈액 속에 있는 당)이 거를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면 오줌에 당이 섞여 나온다. 지나치게 높은 혈당, 이것이 당뇨병의 실체다.

원래 우리 몸에는 혈당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다. 바로 이자의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인슐린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세포가 혈액 속에서 포도당을 가져다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촉진한다. 또 지방세포가 포도당을 산화시켜 지방산을 만들도록 촉진한다. 한마디로 우리 몸의 세포를 자극해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대사에 문제가 생기면 당뇨병이 된다. 당뇨병은 그 발생 원인에 따라 1형, 2형, 임신성 당뇨로 나뉜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가 파괴돼 발생한다. 바이러스 침투 등으로 면역작용에 이상이 생겨 면역세포가 베타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뿐 아직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어릴 때 나타나기 때문에 소아 당뇨병, 혹은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1형 당뇨병의 비율은 1% 미만으로 매우 적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들기는 하지만 그 양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몸의 세포에 문제가 생겨 평균 농도의 인슐린으로는 반응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즉 인슐린은 정상적으로 분비되고 있는데 세포가 인슐린의 명령을 받아 혈액에서 당을 흡수하지 않으니 혈당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다. 보통 40살이 넘어 발생하므로 성인 당뇨병, 혹은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으로 부른다. 당뇨병의 95%가 바로 2형이다.

임신성 당뇨병은 전에는 당뇨병이 없었는데 임신과 함께 당뇨병이 생기는 경우다. 임신 중에는 태반에서 여러 호르몬이 분비돼 인슐린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 임신성 당뇨병에 걸리면 태아가 엄마의 호르몬에 영향을 받아 선천성 기형이 될 수 있으므로 혈당 수치를 평균으로 유지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보통 아이를 낳으면 없어지나 절반 정도는 10년 뒤 2형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당뇨병은 그 자체보다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다. 혈당이 정상치보다 높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혈당이 높다는 말은 세포가 써야 할 당이 혈액에 있다는 뜻이므로 세포는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이때 우리 몸은 당 대신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쓰려고 하는데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케톤체’가 과다하게 생길 수 있다. 케톤체가 쌓이면 우리 몸은 빠르게 산성으로 변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를 ‘케톤산혈증’이라고 한다. 케톤산혈증은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1형 당뇨병에서 자주 나타난다.

하지만 당뇨병 합병증은 대부분 몸 전체에서 서서히 나타난다. 높은 혈당은 먼저 눈을 망가뜨린다. 오랜 동안 높은 혈당에 노출된 눈은 망막병증을 일으키고, 백내장, 녹내장에 쉽게 걸린다. 높은 혈당은 신경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발바닥이 저릿하다가 아예 감각을 잃는 경우가 생긴다. 발기부전, 요실금 등도 모두 높은 혈당으로 신경이 망가져 생기는 증상이다.

높은 혈당은 혈관도 망가뜨린다. 혈액이 끈적해지면서 미세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다. 당뇨병 환자가 발에 염증이 쉽게 생기는 이유다. 중간 크기의 혈관도 좁아지면서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심하면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병을 일으킨다. 당뇨병 환자는 상처가 나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 세균이 혈액 속에 당 성분을 먹고 강해져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를 퇴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뇨병 치료의 핵심은 혈당을 정상 수치로 조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뇨약을 먹고, 인슐린을 주사하거나,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한다. 수시로 혈당을 점검하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관리만 잘 하면 정상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생활할 수 있다.

과거에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하다가 효과가 없으면 당뇨약을 투여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 ‘초기 강력 진압’으로 바뀌고 있다. 또 당뇨약 효과가 없으면 재빨리 다른 종류의 당뇨약으로 바꾸도록 한다. 당뇨약은 인슐린 저항성을 떨어뜨리는 종류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종류가 있다. 이같이 하는 이유는 가능한 일찍 혈당을 정상으로 만들어 조직의 손상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뇨약은 내성이 없어 일찍 복용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당뇨병의 근본 문제인 이자의 베타세포의 사멸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이 연구는 특히 1형 당뇨병에 유효하다. 지난 5월 국내 벤처기업 인피트론은 피하지방과 양막조직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해 이를 베타세포로 분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베타세포가 파괴된 생쥐에 투여해 60% 이상의 생쥐의 당뇨증상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사람의 베타세포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되면 당뇨병 완치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면역세포가 베타세포에 접근해 파괴하는 것을 막는 기술도 나왔다. 7월 미국 존스 홉킨스대 아라빈드 아레팔리 박사팀은 베타세포를 특수캡슐에 담아 간에 이식했다. 간에 이식한 이유는 간이 인슐린을 온 몸에 보내기 더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특수캡슐의 구멍은 베타세포에서 만든 인슐린이 빠져나올만한 크기였지만, 베타세포를 파괴하는 면역세포가 접근할 수는 없는 크기였다. 이식한 베타세포는 2개월 이상 인슐린을 생산했다.

앞으로 당뇨병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면 번거로운 관리 없이도 당뇨병을 완전히 정복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적절한 식생활과 운동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기적인 검사로 초기 대처를 잘 해야 한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30대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니 나이가 적다고 안심할 일도 아니다.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1 
BLOG main image
생활에 밎줄 긋는 과학이야기♡ -KISTI의 과학향기-
by 과학향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78)
과학향기 기사 (892)
과학향기 이벤트 (1)
과학향기 독자참여 (1)
이런주제 어때요? (1)

달력

«   2017/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
Clicky Web Analytic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