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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9 나이 들면 입맛도 늙는다
  2. 2008.12.12 메롱하면 건강이 보인다

“홍시입니다. 홍시 맛이 나옵니다.”
장금은 단맛이 나는 고기를 씹더니 대번 ‘홍시’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정 상궁은 방금 금영이 고기를 만들 때 ‘물엿을 썼다’라고 말해 흐뭇했던 마음이 싹 가셨다. 대체 저 아이는 어찌 ‘홍시’를 운운한단 말인가. 혹시 장금이란 녀석이 자신의 관심을 끌려고 엉뚱한 답을 말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정 상궁은 무서운 얼굴로 이유를 물었다.

“어찌 홍시라 생각하느냐?”
“예? 저는… 제 입에서는…, 고기를 씹을 때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장금은 맑은 눈망울을 굴리며 우물쭈물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했다’니 정말 맛을 보고 대답한 게 확실했다. 놀란 정 상궁은 굳었던 표정을 풀며 크게 웃었다.

“호오~ 타고난 미각은 따로 있었구나! 그렇지, 홍시가 들어있어 홍시 맛이 난 걸 생각으로 알아내라 한 내가 어리석었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절대미각을 인정받은 장금은 궁중 최고 요리사로 자리 잡았고, 40년 넘게 전설의 절대미각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최근 장금에게 고민이 생겼다. 새로 왕위에 오른 젊은 임금이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고 짜다, 시다 불평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체 임금의 입맛이 얼마나 까다롭기에 절대미각 장금의 손맛에 넘어오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고민에 빠진 장금은 한 상궁을 찾았다. 한 상궁은 장금이 등장하기 전 수라상을 책임진 사람이다. 장금이처럼 맛에 일가견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 사신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으로 유명하다.

“마마님, 저는 어쩌면 좋아요. 새 임금님은 제가 만든 음식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입니다. 매번 수라를 받으실 때마다 짜다거나, 시다는 불만이 나오지 않은 적이 없어요. 다른 상궁은 다 맛있다고 하는데 임금님만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울상을 짓는 장금을 보고 빙그레 웃음 짓는 한 상궁. 다짜고짜 장금에게 나이를 물었다. 장금은 10살 즈음 궁에 들어와 40년을 넘게 지냈으니, 50이 훌쩍 넘었다.

“그 나이가 됐으니 혀도 나이가 든 게야.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지는데 맛봉오리라고 멀쩡할 리가 있겠니?”
네? 혀도 나이를 먹는다고요? 마마님,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맛봉오리는 또 무엇인가요?”
“수라간을 나와서 서책을 좀 봤더니 맛에 대한 이야기도 있더구나. 거기서 본 건데 우리 혀에는 ‘미뢰(味蕾)’라고 부르는 맛봉오리가 있다고 해. 여기에는 맛을 느끼는 세포, 미각세포들이 있어서 맛을 느끼게 해준단다. 신맛과 쓴맛, 단맛, 짠맛을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이 세포들 덕분이지.
“그런데 나이가 들면 맛봉오리가 달라진다는 말씀이옵니까? 맛만 보고 홍시를 알아낼 수 있는 제 미뢰들이 늙어버렸다고요?”
“늙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나이를 먹으면 맛봉오리의 크기도 줄어들고 숫자도 적어진단다. 보통 혀의 앞쪽에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맛봉오리는 기능이 떨어지고, 혀의 뒤쪽에 분포하는 신맛과 쓴맛을 느끼는 맛봉오리는 나이가 들수록 더 잘 기능한다고 해. 덕분에 나이 들수록 단맛과 짠맛은 잘 못 느끼고, 신맛과 쓴맛은 잘 느끼게 된단다. 이런 변화는 45세부터 시작되고 60대에 최고조에 달한다는구나.”

이런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있나. 장금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느끼는 맛이 예전과 다르다는 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조선 최고의 맛’을 자부했던 장금의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이를 살피지 못한 한 상궁은 계속 맛에 대해 설명하는 중이다.

“맛에 둔해진다고 생각해보렴.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하면 음식에 더 많은 소금을 넣게 되겠지. 그래서 상감마마께서 네 음식이 짜다고 여기셨을지도 모르겠구나. 또 나이가 들면 입과 입술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고 침의 분비량도 줄어들지. 이런 것도 맛을 느끼는 데 영향을 준단다.
“노인들이 단 음식을 많이 먹고, 음식도 짜게 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군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병에 걸릴 수도 있겠네요.”
“그렇겠지.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먹는 습관을 더 잘 들여야 하는 거란다.”

장금이 한층 침울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제야 장금의 표정을 눈치 챈 한 상궁은 빙긋 웃으며 장금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렴. 미각은 타고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교육을 통해서 익혀지는 것이란다. 혀를 통해 직접 느낀 맛은 냄새와 함께 뇌에 남겨지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게 뭐겠니? 바로 기억이란다. 많이 먹어볼수록 미각도 더 섬세해지고, 맛도 더 잘 구분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 맛도 아는 만큼 느끼는 거란다. 너는 어려서부터 지금껏 많은 식재료를 맛보고, 음식도 만들었으니 그 기억이 모두 남아있을게다. 지금 상감마마의 까다로운 식성에도 곧 익숙해질게야.”
“네…. 하지만 어쩐지 기분이 나아지질 않습니다.”
미각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면 수분과 영양소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것도 도움이 될게야.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과 설탕을 조절해서 맛봉오리가 상하는 것도 막아주고 말이야.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금. 한 상궁은 50세가 훌쩍 넘은 제자가 아이처럼 느껴진다. 자신이 수라상에서 손을 뗄 때 느꼈던 감정도 떠올랐다.

“장금아, 나이가 드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란다. 너는 오랜 시간 동안 음식을 만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지식도 쌓지 않았니? 그게 다 나이가 들어서 가질 수 있는 능력이란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훗날 수라간을 떠날 때가 되면 나와 함께 음식에 대한 서책이나 보자꾸나. 책 속에는 우리가 음식을 만들며 보지 못했던 세상이 많단다.”

한 상궁의 따뜻한 표정을 보며 장금은 힘을 냈다. 홍시 맛을 알아낸 어린 장금이 음식과 맛 연구자로 다시 태어날 꿈을 품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감나무에 걸려 햇살을 받은 홍시 하나가 무척 탐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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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 혈색이 영 좋지 않은데 무슨 고민이 있나?”
“영 소화도 안 되고, 밥 먹기가 힘드네요.”
“저런, 얼마나 된 거지? 많이 여위었네.”
“한 일주일은 된 거 같아요. 병원에 가봐야 할까요?”
“어이쿠, 일주일이나! 혀 좀 봐야겠네. 입 벌리고 혀 좀 내밀어 봐.”
“아니, 과장님. 소화가 안 된다는데 왜 혀를 보자는 겁니까?”

이과장은 혀를 끌끌 찼다.

“김대리, 알고 봤더니 헛똑똑이군. 혀는 소화기관의 거울 같은 존재야. 혀를 보면 몸이 건강한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단 말이네.”
“네? 혀를 보면 건강을 알 수 있다고요?”
“그래, 내가 이제부터 김대리에게 혀 보는 방법을 알려주지. 혀 건강만 잘 관리해도 큰 병을 피할 수 있으니 잘 들어두라고.”

이과장은 ‘메롱’하고 김대리에게 혀를 내밀어 보였다.

“건강한 혀는 이렇게 핑크색이지. 혀의 색깔이 너무 붉거나 창백하면 정상이 아니야. 혀가 선홍색을 띠고 촉촉한 느낌이 든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이제 거울로 자네 혀를 한번 살펴보게. 어떤지 말이야.”

“네, 혀의 색깔을 확인하면 되는 거군요. 제 혀는 과장님 혀에 비하면 하얀 이끼가 상당히 많네요. 가장자리도 울퉁불퉁하고 영 모양이 예쁘질 않네요.”

“혀 윗면에 끼는 회백색 이끼를 설태라고 하는데, 가장 흔한 증상으로 혀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어. 설태는 입 안 조직에서 떨어져 나온 상피세포와 백혈구, 혈액의 대사산물, 음식물 찌꺼기가 주름 사이에 침착되어 생긴다네. 설태가 두꺼워진다면 위 등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는 뜻이고, 색이 노래진다면 몸에 열이 많아져 변비나 간 질환이 생긴 걸 의심해 볼 수 있어. 항생제를 과다 복용하면 검은색 설태가 나타나기도 한다네.”

김대리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설태를 깨끗이 제거하는 게 좋겠군요.”

“그렇지는 않다네. 어느 정도의 설태는 정상적인 구강 기능을 위해 필요해. 하얀색 설태가 고르게 덮여 있어야만 건강한 상태야. 혀의 표면에 있는 유두가 혈액 부족 때문에 위축되면서 염증을 일으켜 붉어진다네. 즉, 빈혈일 때 설태가 없어지는 거지. 급성 전염병이나 폐렴, 열이 높을 때도 혀가 벌겋고 설태가 없어지지. 설태가 없는 벌건 혀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일 때도 나타나고, 비타민 결핍이나 만성 간염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이야.”

“많아도 안 되고, 없어도 안 된다. 설태 관리하기가 참 어렵겠네요. 참, 혀의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한 건 괜찮나요? 전 원래 이렇게 생긴 거 같기도 하고…”

이과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원래 그렇게 생기긴. 혀 주변에 이 자국이 난 것처럼 울퉁불퉁해지는 건 소화기가 나쁘기 때문이야. 뱃속에서 소리가 나거나 설사를 하거나 속이 매스꺼울 때 혀를 쭉 내밀어 보게. 분명히 혀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해져 있을 테니.”

이과장은 어리둥절해하며 거울을 보는 김대리에게 몇 가지를 더 알려 주었다. 혀를 살필 때는 색깔뿐 아니라 혀의 굳기나 가시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 혀가 둔하거나 무겁게 느껴진다면 신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 혀 아래에 있는 혈관이 부풀어 있다면 심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김대리는 혀를 내밀어 거울에 비춰보면서 새삼 이과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설태가 많아도 안 되고 적어도 안 된다니 혀를 어떻게 관리할지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이과장은 김대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자세하게 혀의 관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김대리는 덕분에 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혀에는 10만 개에서 100만 개의 세균이 살고 있는데, 종류만도 500개가 넘는다. 그중에는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긴기발리스, 로프시덴시스, 인터미디아, 렉터스 같은 고약한 놈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균들 때문에 생기는 충치나 잇몸병은 입안에서 끝나는 병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치주질환은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이런 병에 걸리면 치주질환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또 이런 세균이 있는 여성의 잇몸 뼈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뼈 소실이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설태를 계속 방치해두면 구강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입 냄새의 주범 중 하나도 혀에 있다.

다행인 것은 혀를 잘 닦아주기만 해도 세균이 29%까지 줄어든다는 것. 또 혀를 닦으면 입 냄새 고민도 줄어든다. 입 냄새의 주범은 휘발성 황화합물(VSC)인데, 혀와 잇몸 부위에 주로 존재한다. 칫솔질만 할 때는 25%만 없어지지만, 혀를 같이 닦아주면 75%까지 없어진다. 설태가 많이 쌓이면 맛을 느끼는 감각도 둔해지기 때문에 혀를 닦아주면 미각도 살아난다.

이과장은 김 대리에게 혀 닦기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한 뒤, 이렇게 매듭을 지었다.

“혀를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혀가 싫어하는 담배와 술을 멀리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일이라네. 치약이 좋다지만, 우리 몸에서 혀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있어. 바로 침이지. 적절한 식사와 수분 섭취가 침의 분비를 도와 결국 혀를 건강하게 해주는 거라네.”

김대리는 이과장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김대리는 혀에도 암이 생길 수 있으며, 설암이 치료도 어렵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침샘의 기능이 떨어져 ‘혀 건조증’이 생기는데 요즘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 맛이 변했다 싶은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어머니한테 물을 더 많이 드시면 한결 나아질 거라고 말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입속에 항상 갇혀 있어 잘 몰랐던 혀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 날이었다. 혀가 헐거나 딱딱해지지 않는지, 항상 선홍색에 적당한 양의 설태가 끼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보살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제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화장실에 가서 혀를 쭉 내밀어 보겠습니다. 혀를 보기만 해도 저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걸요. 하하. 이과장님. 그런데 이제부턴 혀과장님이라고 불러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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