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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25 [keyword로 읽는 과학]미역국과 오이무침, 그리고 기수어
[keyword로 읽는 과학]미역국과 오이무침, 그리고 기수어 
2014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Keyword로 읽는 과학]이라는 코너를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와 관련된 과학계의 신조어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에 [Keyword로 읽는 과학] 코너에서 최신과학기술용어나 신조어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독자 분들의 참여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내 독자참여-주제제안 란, 또는 댓글로 알고 싶은 키워드를 남겨 주시면 선정 후 기사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침상을 보는 주부의 손놀림은 늘 분주하다. 오늘의 식단은 미역국과 오이 무침. 마른 미역을 물에 넣고 불리는 동안, 오이에 소금을 뿌려 절여둔다. 딱딱한 미역은 부드럽게 불리고, 오이는 수분을 빼서 아삭거리게 만드는 이 두 행위 뒤에 놓인 과학적 원리는 같다. 모두 삼투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삼투 현상이란 반투과성 막을 사이에 두고 농도가 서로 다른 용액이 존재할 경우, 농도가 더 묽은 쪽에서 진한 쪽으로 용매(주로 물)가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 반투과성막에 걸리는 압력을 삼투압이라고 한다. 마른 미역을 구성하는 세포의 세포질은 물보다 농도가 짙으므로 마른 미역에 물을 넣으면 삼투 현상에 따라 물이 미역 세포 안으로 이동하여 부풀어 오른다. 반대로 오이에 소금을 뿌리면 오이 세포보다 오이 표면에 녹은 소금물의 농도가 짙으므로 오이 세포 안의 수분이 빠져나와 물기가 흥건해지고 오이는 꼬들꼬들해진다. 우리는 음식을 더욱 맛있게 조리하는데 삼투 현상을 이용하지만, 삼투 현상을 조절하는 것 자체가 생존과 연관된 존재들도 있다. 바로 물속에서 살아가는 수중 생물들이다.

물속은 육지와는 달리 주변 환경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용기 속에 든 용액과 같으므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은 늘 삼투압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개중에는 주변 환경과 체내의 농도가 같도록 진화해 삼투압을 아예 없애버린 종류들도 있다. 이런 동물들을 삼투순응형 동물이라고 하는데, 내부 체액의 농도를 주변 환경과 같게 만들어 삼투 스트레스를 근본부터 제거한 존재들이다. 해파리와 같은 해양 무척추동물들 중 다수는 이런 삼투순응형 동물이다. 상어나 가오리 같은 연골어류 역시도 체액 속에 요소를 다량 함유하여 체액 농도가 바닷물의 농도와 비슷해 삼투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동물은 신장이 걸러내 그대로 소변에 섞어서 배출해 버리는 일종의 노폐물인 요소를 이들은 다시 흡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야만 삼투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생물체가 삼투 순응적 특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생물체에 따라서 가장 최적화된 체액의 농도는 다르고, 특히나 대부분의 척추동물들은 주변 환경과는 상관없이 체액의 농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항삼투성 동물이다. 대표적인 수중 척추동물인 어류, 그 중에서도 경골어류의 경우, 체액 농도는 약 1.5% 정도로 민물보다는 높고 염도가 3.5% 정도인 바닷물보다는 낮다. 따라서 이들은 삼투 현상으로 몸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거나(담수어) 쪼글쪼글하게 줄어들지 않으려면(해수어) 주변 환경에 맞춰 적절하게 조절해야한다.

삼투 현상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담수어나 해수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 대응 방식은 전혀 다르다. 담수어의 경우, 주변보다는 체액의 농도가 더 높기에 물이 몸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 때 담수어가 취하는 전략은 ‘퍼내기’이다. 폭우로 댐 안에 가둔 물의 양이 늘어나면 수문을 열어 물을 빼내듯이, 몸 안의 물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묽은 소변을 다량 배출하는 방법으로 체액의 농도를 유지한다. 반면 해수어의 경우, 상대적으로 농도가 짙은 주변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걸러내기’ 방식을 이용한다. 물에 섞인 부유물들을 체를 통해 걸러내듯 다량의 바닷물을 마시고 소화관을 통해 수분과 염류를 흡수한 뒤, 염류만 골라 아가미에 존재하는 염분 배출 세포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시켜 체액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대개의 물고기들은 ‘퍼내기’와 ‘걸러내기’ 중 하나의 전략만을 가지고 주변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며. 급작스럽게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지 못하고 죽고 만다. 담수어를 바닷물에 방류한다든가, 해수어를 민물 어항에 넣어두면 얼마 못 가 죽어버리고 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현재 밝혀진 물고기의 종류는 약 21,600여 종으로 그 중 41%는 ‘퍼내기’ 전략을 사용하는 담수어이며, 58%는 ‘걸러내기’ 전략을 사용하는 해수어이다.

그럼 나머지 1%는? 이들은 특이하게도 ‘퍼내기’와 ‘걸러내기’의 이중 삼투 전략을 모두 사용할 줄 아는 종류로 이런 물고기들을 기수어(汽水魚)라고 한다. 원래 기수(汽水, brackish water)란 강 하구처럼 바닷물과 강물이 섞이는 곳의 물로 민물보다는 짜고, 바닷물보다는 묽은 물을 의미한다. 기수가 존재하는 기수역은 매우 넓고 염분 농도도 다양해 거의 민물에 가까운 곳부터 심지어는 해수보다 염도가 높은 곳¹까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변화무쌍한 곳에 적응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고기들의 삼투 전략 역시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주변 농도에 따라 어떨 때는 묽은 소변을 다량 배출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가미를 통해 염류를 배출하기도 하면서 체액의 농도를 지키며 살아간다. 염분 농도가 일정치 않은 기수역에서 서식하는 은어, 숭어, 전어 등의 물고기들 뿐 아니라, 뱀장어나 연어처럼 성장 시기에 따라서 강과 바다를 오가며 살아가는 물고기들도 기수어의 일종이다.

기수어들이 어떻게 두 가지 정반대의 삼투 전략을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추론할 수는 있다. 태초에 바다, 즉 짠물에서 태어난 어류들은 우연히 민물과 경계선을 이루는 기수역 근처까지 나아갔으며, 먹잇감이 풍부한 연안 지역의 특성상 이 곳에 적응하려 시도한 존재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원래 가지고 있던 ‘걸러내기’ 전략에 ‘퍼내기’ 전략을 동시에 지니게 되어 적응에 성공했다. 이들 중 다시 일부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민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걸러내기’ 전략이 도태됐을 것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기수어의 존재는 지구상의 어류들이 또 다른 곳으로 서식 지역을 넓혀 생존하기 위해 수억 년 동안 치열하게 애써온 흔적이 아닐까.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각주
1) 하구의 모양이 호수처럼 닫힌 형태이고 기후가 건조하다면 물의 증발량이 많아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사해(死海)의 경우, 바다가 아니라 호수이지만 건조한 기후로 인해 유입량보다 증발량이 많아 염분 농도가 20%로 세계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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