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서클 생기는 이유, 피로 때문 아니다?

귓가에 맴도는 웽웽~ 모기소리에 열대야까지, 여름밤은 잠을 설치기 일쑤다. 아침이면 한층 짙어진 다크서클에 절로 울상이 지어진다. 피곤함의 상징으로 굳어진 다크서클. 하지만 자도 자도 다크서클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무조건 수면부족만 의심할 일이 아니다. 다크서클과 함께 재채기를 자주하거나 맑은 콧물이 나고 코도 막힌다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은 성인의 경우, 유병률(어떤 시점에 일정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그 지역 인구에 대한 환자 수의 비율)이 전체 25.8%로 나타났다. 4명 중 한 명꼴로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만 19세~29세의 청년층이 전체 38.9%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항원)에 과민 반응해 생긴다. 항원은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의 털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증상은 반복적인 재채기와 맑은 콧물, 코 막힘, 콧속 가려움으로 눈이 가렵거나 붓고 충혈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 다크서클에 얼굴 길어질 수도 있다?

외형적인 특징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다크서클이다. 비염으로 비강의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눈꺼풀 아래 혈류도 정체되는데, 이 때 혈액 내 헤모시데린이라는 색소가 피부에 침착되면서 검붉은 색의 다크서클이 생긴다. 이 밖에도 콧속 가려움으로 코를 위 아래로 만지면서 콧등 아래 수평주름이 생기기도 한다. 또 코막힘으로 입을 벌리고 숨 쉬는 습관이 굳어지면서 상하로 긴 얼굴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외형적 변화뿐 아니라 중이염과 천식, 수면질환 등도 유발한다. 연구 결과, 알레르기 비염환자의 20~50%는 천식이 있고 천식환자의 80% 이상은 비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질환은 비강과 기관지의 구조적인 문제나 생리, 면역학적 문제로 생길 수 있는데 그 원인이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알레르기 비염이 천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지만 알레르기 비염 자체가 천식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계절 관계없이 나타난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가 항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봄철 질환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항원에 따라 가을이나 여름 등 특정계절에만 나타나거나 사계절 내내 앓기도 한다. 봄인 3~5월에는 소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자작나무 등 수목류가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항원이다. 여름에는 호밀, 큰조아재비 등 목초류가, 늦여름부터 가을에는 환삼덩쿨, 돼지풀, 쑥 등 잡초류에 알레르기 비염 증세를 보일 수 있다.

겨울에는 감기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알레르기 비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많은 수가 감기약을 먹다 온 경우”라며 “보통 감기는 재채기나 콧물 증상이 2주 이상 가지 않는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2주 이상 증상이 계속되고 열이 나지 않는데도 콧물이 나면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한다.

• 나이를 먹으니 없어졌다?

알레르기 비염은 나이를 먹으면서 없어지기도, 또 새로 생기기도 한다. 보통 출생 후 6개월에 아토피 피부염으로 시작해 호흡기 아토피 질환인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를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이 일련의 순서를 가지고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성인이 되면서 약 20% 정도는 없어지기도 하지만 40~50대에 그동안 없던 알레르기 비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유전적인 영향도 큰데 양쪽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경우 약 50%, 두 쪽 모두 있는 경우 약 75% 확률로 자녀도 알레르기 비염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알레르기 비염 치료법은?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인 항원을 피하는 게 첫 번째 방법이다. 하지만 항원을 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집먼지 진드기만 하더라도 아무리 청소를 깨끗이 해도 늘 주변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법도 있다. 전문가들은 “요즘 나오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예전과 달리 약을 먹어도 졸음이 오는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면역계를 변화시켜 증세를 호전시키기는 치료법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항원에 면역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면역치료법은 항원을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주입해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낮춘다. 효과가 있는 경우 3~5년 정도 치료하는데, 효과는 치료를 받은 기간만큼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조사결과, 치료가 끝난 뒤 4~5년 정도 지난 뒤에도 80~90% 정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한다.

식염수를 이용해 코를 세척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이는 코 안의 염증성 물질이 포함된 점액을 씻어내고 점액을 지속적으로 코 인두 쪽으로 이동시키는 점액섬모운동을 촉진한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입을 모아 “겪어보지 않고는 불편함을 모른다”고 토로한다. 연중 감기를 달고 사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 초기에는 약만 먹어도 증세가 크게 호전된다. 아무리 푹 자도 다크서클이 짙어진다면, 에어컨 탓으로 돌리기에는 콧물이 너무 잦다면 이번 기회에 증상을 제대로 살펴보자.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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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전자 감식 회사의 문의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남편과 저는 모두 O형입니다. 그런데 아기가 A형이에요. 아기는 남편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남편과 저의 혈액형은 모두 확실한 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요. 남편 몰래 유전자 검사를 받고 싶은데 남편의 머리카락만으로 가능한지요?”

상담게시판 담당자는 모근(毛根)이 달린 남편의 머리카락을 보내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전화 상담을 받으라는 답글을 남겼다. 남편과 똑같이 생겼으니 남편의 애일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거짓말 하지 않는 유전자’가 문제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O형이면 아기도 O형이어야 하는 게 정상적인 중학교 과학교육을 받은 사람의 상식이지만 이 상식도 예외가 있다.

O형 부모 사이에서도 A형이나 B형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 부모의 어느 한쪽 혈액형이 ‘봄베이(Bombay) O형인 경우다. 그리고 부모가 모두 봄베이 O형이라면 AB형 아기도 가능하다. 봄베이 O형은 처음 발견된 인도의 봄베이 지역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봄베이 혈액형을 이해하려면 중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유전’을 잠깐 되새겨 보아야 한다. ‘유전자형’과 ‘표현형’이란 단어가 기억나는가? ABO 혈액형에서 A, B, AB, O형 혈액형은 표현형이다. O형은 누구에게나 피를 줄 수 있지만 O형 피만 수혈할 수 있다는 식의 혈액형의 상관관계는 익히 알고 있는 지식이다. 아무 혈액이나 수혈 받지 못하는 이유는 원래 갖고 있던 혈액과 수혈한 혈액이 엉기기 때문이다.

혈액이 섞였을 때 엉기거나 엉기지 않는 것은 무엇이 결정할까? 먼저 혈액의 구성성분을 살펴보자. 혈액을 가만히 두면 혈구와 혈청으로 분리되는데, 혈구는 적혈구와 백혈구 같은 고체성분이고 혈청은 맑은 노란색 액체다. 혈구는 항원(응집원)으로, 혈청은 항체(응집소)로 작용해 둘이 맞으면 엉기는 것이다.

A형 혈액의 적혈구에는 A라는 항원이, B형 적혈구에는 B라는 항원이 있다. AB형 적혈구에는 A, B 항원이 모두 있으며, O형 적혈구에는 A, B 항원이 없다. 한편 A형 혈청에는 anti-B 응집소가 있어 B형 적혈구가 들어오면 엉긴다. B형 혈청에는 anti-A 응집소가 있어 A형 적혈구가 들어오면 엉긴다. O형 혈청에는 anti-A, anig-B 응집소가 모두 존재해서 A형 적혈구, B형 적혈구 모두 엉긴다. AB형 혈청에는 응집소가 없으니 엉기지 않는다.

여기서 잠깐, A형 환자에게 O형 혈액을 수혈할 때, 넣어주는 O형 혈청이 A형 환자의 적혈구와 만나 엉기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맞다. 하지만 수혈하는 O형 혈청은 환자 몸속의 전체 혈액에 비하면 적은 양이기 때문에 혈액에 섞이면 희석되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큰 사고로 대량의 혈액이 필요할 때 가급적 같은 혈액형의 혈액을 수혈한다.

그렇다면 봄베이 O형이란 무엇일까? 봄베이 O형은 분명히 A형 또는 B형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적혈구에는 A형 또는 B형 ‘항원’이 없는 경우다. 그래서 어떤 응집소와도 엉기지 않는다. 따라서 유전자형은 A 또는 B형이지만 표현형은 O형이 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H, A, B 항원의 구조를 살펴보면 A, B 항원은 H 항원이 먼저 만들어진 뒤 A, B 항원이 붙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봄베이 O형은 어떤 이유에서 H항원이 만들어지지 않아 다음에 만들어져야 할 A항원이나 B항원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A항원 또는 B항원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으니 자식에게 유전자는 그대로 전달되어 ‘중학교 지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O형 둘이 만나 A형, B형, AB형이 태어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문의자나 남편의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둘 중 하나 이상이 봄베이 O형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봄베이 O형 외에도 여러 가지 희귀혈액형이 있다. 전체 인구의 0.4퍼센트를 차지하는 비교적 풍부한(?) Rh형은 ABO식 혈액형과는 별도로 Rh항원의 유무에 따라 구분하는 혈액형 판별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Rh항원이 있는 Rh+형이다. ABO와 별도로 구별하는 것이기 때문에 Rh-형은 혈액형을 ‘A, Rh-’라는 식으로 표기한다.

cis-AB형은 A, B 항원을 만드는 유전자가 염색체 하나에 동시에 들어가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AB형과 O형이 만나면 A형 혹은 B형이 나오지만, cis-AB형인 경우 AB형 혹은 O형으로 나온다. 이 외에도 -D-(바디바)혈액형, Duffy(a)-(더피 에이 음성) 혈액형, 밀텐버거 혈액형 등이 있다.

최근 Rh-형 혈액을 구한다는 방송자막이 드문 까닭은 Rh- 혈액형이 늘어서가 아니라 ‘Rh 음성봉사회’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필요한 혈액을 비교적 원활히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헌혈하는 사람이 적어 ‘희귀혈액형’보다 ‘일반적인 혈액’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사람에게 수혈을 한 것은 1667년이지만, 혈액형은 1901년에야 규명되어 혈액형에 따른 수혈이 가능하게 됐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여러 종류의 혈액형이 있어서 수혈할 때마다 구별해야 하는 것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조물주는 어떤 이유로 자연선택에 불리하게 작용할 이런 ‘불편’을 숨겨두었을까? (글 : 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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