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쳐도, 모자라서도 안 되는 ‘소금’


우리 속담에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라는 말이 있다. 소금이 얼마나 귀한 존재였길래, 그 좋다는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가 더 좋다고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런 속담이 생겨난 것을 보니, 예전의 소금이 황금과 맞먹는 귀중품이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오늘날의 소금은 어떠한가? 성인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 식품으로 꼽히면서, 그 존재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건강을 위해 음식에는 가능한 한 소금을 적게 넣거나, 아예 넣지 말고 무염식으로 먹는 것도 괜찮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다. 

어쩌다 소금의 신세가 불과 몇 백 년 만에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혹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소금이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진짜로 사람에게 해로운데도, 예전에는 몰라서 그렇게 보물처럼 여겼던 것일까? 이제 소금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을 파헤쳐, 소금의 진짜 정체를 알아봐야겠다. 

■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던 소금 

인류 역사상 소금만큼 인간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존재도 없을 것이다. 사람은 생리적으로 소금을 먹어야만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금은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하면서부터 음식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사용돼 왔다. 

특히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로 소금을 활용했다. 소금으로 이를 닦는 것은 물론, 혀에 백태가 끼거나 발가락에 무좀이 생겼을 때 소금을 바르거나 문질렀다. 또한 치통이나 피부병이 발생했을 때도 소금으로 닦고 씻는 등, 소금을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겼다.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소금을 중요한 약재로 사용했다는 기록들이 나온다. 명나라의 대표적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총 75종의 소금을 활용한 처방이 수록돼 있고, 또한 세종대왕 시절에 편찬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도 소금 치료법만 수백 가지가 넘게 실려 있다. 

이 외에도, 소금은 병을 걸리게 하는 귀신을 쫓는 주술 행위에도 많이 사용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줌을 자주 싸는 아이에게 키를 씌워서 소금을 얻어오는 풍습이다. 해독과 살균작용이 있는 소금이 오줌의 냄새를 없애고, 어린이들의 야뇨증을 방지시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때는 만병통치약이자, 안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까지 여겨졌던 소금이 최근 들어서는 성인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까지 몰리며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냉장고의 등장과 각종 약품의 개발로, 보존제 및 치료제로서 사용되던 기능마저 이제는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 소금의 면역력 강화 기능이 새롭게 밝혀져 

소금이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고혈압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소금을 구성하는 나트륨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세포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분을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막이 팽창하면서 근처에 있는 혈관을 압박하는데, 이런 현상이 바로 혈압을 상승시키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소금의 임장에서 보면 억울한 점이 많다. 지금도 소금이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성인병을 일으킨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식탁에서 퇴출될 위기로까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소금은 너무 많이 먹어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적게 먹어도 탈이 난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마라톤이나 축구처럼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할 때다. 우리 몸은 일정 수준의 염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 소금 섭취를 거의 하지 않은 채 물만 마시게 되면 체내 염도가 떨어져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적게 먹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체내 염도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소금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동안 몰랐던 소금의 효능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독일과 미국의 연구진이 저명한 학술지인 <셀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최근호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소금이 사람의 몸에 침입한 세균을 파괴할 수 있는 면역력을 기르는데 많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의 요나단 얀취(Jonathan Jantsch) 교수와 미국 밴더빌트대의 옌스 티체(Jens Titze)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소금 섭취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던 중에, 상처가 난 피부에서 고농도 소금이 축적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현상에 흥미를 느낀 연구진은 대식세포(몸에 침입한 세균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를 서로 다른 조건에서 배양해 보았다. 즉 대식세포를 배양하는 2개의 배지에 대장균을 감염시킨 후, 한 쪽에만 소금을 첨가해 본 것이다. 

그 결과 소금을 첨가한 배지에서 자란 대식세포가 훨씬 빠른 시간에 대장균을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소금 섭취 실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소금을 많이 먹인 쥐들이 적게 먹인 쥐들보다 세균의 감염으로부터 더 빨리 회복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공동 연구진은 “항생제도 없고, 수명도 짧았던 조상들에게 짜게 먹는 것이 세균 감염을 물리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소금을 많이 먹을수록 면역력이 따라서 증가하는 것은 아닌 만큼, 소금을 ‘먹는’ 용도 보다는 ‘바르는’ 용도로 바꾸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피부가 세균으로 감염됐을 때 먹는 소금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소금을 함유한 수액이나 젤 등을 발라서 피부의 염분 농도를 상승시키자는 것이다. 

아마 공동 연구진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속담을 염두에 두고, 소금을 바르는 용도로 사용해 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이 말처럼, 연구진은 이 제안을 통해 소금이 지나쳐도 안 되지만, 모자라서도 안 되는 존재임을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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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가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낸 사연

수백 년 전만해도 인간의 평균수명은 불과 20~30살에 불과했다. 태어난 아이 10명 중 3명은 1살도 되기 전에 사망했으며, 절반 정도는 10살 이전에 사망했다. 그 이유는 천연두, 홍역, 말라리아, 콜레라, 이질, 설사, 폐렴, 패혈증 같은 질병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인류는 질병의 원인을 알지 못했다. 기껏 귀신의 저주이거나 나쁜 공기에 의한 것이라고 짐작했을 뿐이었다. 인간이 걸리는 질병의 대부분이 미생물 때문이란 사실을 밝힌 사람은 파스퇴르와 코흐였다.

미생물에 의한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노력은 예방과 치료 두 가지로 형태로 발전했다. 이중 예방법은 좀 더 빨리 등장했다. 1796년 에드워드 제너는 천연두를 막기 위해 우두를 만들어 최초로 예방접종을 했다.

그러나 미생물을 직접 억제하거나 죽이는 항생제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먼저 특정 질병은 특정 병원균 때문에 생긴다는 이론이 확립됐다. 그중 독일의 에를리히는 매독균을 억제하는 특효약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무려 606번의 실험 끝에 비소화합물인 살바르산 606호를 만들어냈다. 당시 매독 치료제로 썼던 수은은 부작용이 많고 효과는 적었던 것에 비해, 살바르산은 화학요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였다.



[그림] 페니실린을 찾아낸 알렉산더 플레밍.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그러나 여러 항생물질은 인간에게도 해롭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인류 최초의 항생제는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이 찾아낸 ‘페니실린(Penicillin)’이라 할 수 있다. 플레밍은 1881년 스코틀랜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세인트 메리 의과대학에 들어가 미생물학자가 됐다. 그는 페트리접시라는 특수한 배양접시에 미생물을 키우면서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내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연구를 통해 눈물에서 추출한 라이조자임(Lysozyme)이라는 효소가 몇몇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종종 위대한 발견에는 행운이 따르는 법이다. 플레밍이 일하던 실험실의 아래층에서는 곰팡이를 연구하던 라투슈가 실험을 하고 있었다. 1928년 여름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접시를 배양기 밖에 둔 채로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에서 돌아온 플레밍은 페트리접시를 확인하던 중 푸른색 곰팡이가 페트리 접시 위에 자라있고 곰팡이 주변의 포도상구균이 깨끗하게 녹아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냥 재수 없는 일이라고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곰팡이가 포도상구균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푸른곰팡이의 대부분은 페니실린을 만들지 못하고 오직 페니실리움 노타툼(Penicillium notatum)만이 페니실린을 만든다. 그리고 이 특별한 곰팡이는 아래층의 라투슈의 연구실에서 올라와 플레밍의 페트리 접시에서 자리를 잡고 자란 것이었다.

플레밍은 문제의 곰팡이를 배양했다. 그리고 배양된 곰팡이를 새로운 액체 배지에 옮기고, 다시 1주일이 지난 뒤 배양액을 1000분의 1까지 희석했는데도 포도상구균의 발육이 억제됐다. 이로써 곰팡이가 생산해 내는 어떤 물질이 강력한 항균작용을 나타낸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그 곰팡이는 페니실리움(Penicillium)속에 속했으므로 그 이름을 따서 곰팡이가 만든 물질을 페니실린(penicillin)이라고 불렀다.

페니실린은 포도상구균 외에도 여러 종류의 세균에 대해 항균작용을 나타냈다. 특히 연쇄상구균, 뇌수막염균, 임질균, 디프테리아균 등 인간과 가축에 무서운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에 효과가 컸다. 이와 더불어 페니실린은 다른 약물들에 대체로 취약한 인간의 백혈구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과 페니실린을 생쥐에 주사해도 거의 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플레밍은 이듬해인 1929년 연구결과를 ‘영국 실험병리학회지’에 발표했다.

그러나 페니실린 상용화에는 중요한 장애물이 있었다. 곰팡이를 직접 인간에게 투입할 수는 없기 때문에 페니실린을 약품으로 정제해야 하는데 플레밍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플레밍의 위대한 발견은 오스트리아 출신 플로리와 유대계 독일인 체인 덕분에 사장되지 않고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1935년 옥스퍼드 대학의 병리학교수로 발령받은 플로리는 곧 체인을 화학병리학 실험 강사로 채용했다. 플로리는 전부터 눈물과 침 등 점액에 들어있는 라이조자임에 관한 플레밍의 논문에 관심이 있었다. 플로리는 1937년 체인과 공동으로 라이조자임을 정제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라이조자임을 연구하는 동안 항균물질에 대한 논문을 많이 읽었는데 특히 플레밍의 페니실린 논문을 읽고 흥미를 느꼈다.

1939년 플로리와 체인은 페니실린 연구에 착수했고 반년 동안의 노력 끝에 페니실린을 정제해 결정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정제된 페니실린으로 동물실험을 거듭해 1940년 의학 저널 ‘란셋’에 페니실린이 강력한 전염병 치료 효과를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인간 대상의 임상시험이었다. 이듬해인 1941년 인간에게 최초로 페니실린이 투여됐다. 패혈증으로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앨버트 알렉산더에게 페니실린 200mg이 투여된 것이다. 페니실린은 3시간 단위로 투여됐는데 그 효과는 놀라웠다. 24시간도 안 돼 알렉산더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다. 체온이 정상으로 떨어지고, 곪아가던 상처가 낫기 시작했으며 입맛도 돌아왔다.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낫다고 생각했다. 엿새 만에 임상약이 떨어지는 바람에 알렉산더는 사망했지만, 이 임상시험 페니실린의 효능을 세상에 확실하게 알린 사건이었다.

페니실린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상용화에 성공해 1943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1944년부터는 민간에도 사용돼 수많은 전염병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플로리와 체인은 페니실린의 개발자인 플레밍과 함께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렇듯 페니실린의 발견은 인간이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엄청난 무기를 획득하게 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글 : 서홍관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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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약을 지을 때 약사들이 꼭 하는 말. “술은 절대 피하시고, 식사 30분 뒤에 드세요.” 술이야 몸에 좋지 않을 때가 많으니 그렇다 치지만, 술 이외에도 피해야 하는 음식은 없을까. 또 과연 모든 약이 식사 30분 뒤에 먹어야 하는 것일까.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식사 30분 뒤인 이유는 글 하단에)

사람이 서로 만나는 것에 인연과 궁합이 있듯 음식과 약도 마찬가지다. 약에 따라 먹으면 좋은 음식이 있는 반면, 먹으면 안 되는 음식도 있다. 알아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될 음식과 약의 궁합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우유와 약의 궁합이다. 우유는 ‘완전식품’이라고까지 불리는 몸에 좋은 음식이다. 그러나 어떤 약은 우유와 함께 먹었을 때 문제를 일으킨다. 대표적인 약이 변비 치료제. 우유는 약알칼리성으로 위산을 중화시키기 때문에 장까지 가야하는 변비 치료제를 위에서 녹인다. 약효가 떨어지고 복통이 일어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생제와 항진균제 중에도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우유가 약의 흡수를 방해하는 것이 있다.

반대로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좋은 약도 있다.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하는 아스피린 등의 진통제는 위를 자극하기 때문에 우유와 함께 먹으면 위 손상을 줄일 수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항생제와 변비 치료제는 우유와 함께 먹으면 좋지 않고, 진통제 종류는 우유와 함께 먹으면 좋다.

몸에 좋다는 과일, 채소도 예외는 아니다. 자몽은 첫맛은 달콤하고 끝맛은 쌉쌀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규칙적으로 먹는 약이 있다면 조심해야 할 과일이다. 정신질환 치료제인 항불안제와 혈액의 지방 성분을 줄여주는 고지혈증 치료제가 이에 해당한다. 간이 약을 분해할 때 자몽의 쓴맛 성분이 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불안제, 고지혈증 치료제와 자몽을 함께 먹으면 약이 분해되지 않아 약효가 과도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항불안제, 고지혈증 치료제를 먹는 사람에게 자몽은 ‘금단의 과일’이다.

주스로 자주 먹는 오렌지도 마찬가지다. 위산을 중화시켜 속쓰림을 줄여주는 겔포스, 알마겔과 같은 제산제에는 알루미늄 성분이 든 것이 많다. 알루미늄은 평소에는 몸에 흡수되지 않고 제산기능만 하고 배출돼 안심이지만 오렌지 주스와 함께 먹으면 흡수될 수 있다. 또 제산제의 역할이 산도를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산도가 높은 과일, 탄산음료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오렌지 주스는 제산제로 위장을 달랜 뒤 적어도 서너 시간 뒤에 마시자.

고혈압 치료제 중에 특히 과일, 채소류의 섭취를 잘 조절해야 하는 것이 많다. 여기서 핵심은 칼륨(K)이다. 고혈압 치료제 중에는 칼륨의 양을 늘리는 것이 많은데 여기에 칼륨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칼륨이 너무 과도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치료제 대부분이 칼륨 채널과 연관이 있다. 칼륨이 풍부한 음식은 바나나, 오렌지, 푸른잎 채소 등이다. 고혈압 치료제를 먹는 사람은 과일 채소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항응고제는 좀 더 까다롭다. 항응고제는 혈액이 굳지 않게 해주는 약이다. 여기에는 비타민K가 문제가 된다. 비타민K는 혈액을 잘 응고시키는 성질이 있어 항응고제와 정반대다. 따라서 항응고제를 먹는 사람은 비타민K 섭취를 피해야 한다. 비타민K가 많은 음식은 녹색채소,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케일, 간, 녹차, 콩 등이다.

질병에 걸리면 영양 섭취를 위해 단백질이 많이 포함된 고기를 권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결핵약은 티라민과 히스타민이 많이 든 음식과 함께 먹으면 오한과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티라민이 많이 든 대표적인 음식은 청어, 치즈, 동물의 간 등이고, 히스타민은 등푸른 생선에 많다. 결핵 치료 중인 환자는 단백질이 필요할 때 종류를 잘 가려 먹어야 한다.

티라민은 우울증 치료제 중 한 종류인 ‘MAO 억제제’와도 잘 맞지 않는다. 티라민은 혈압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평소에는 MAO 효소가 티라민을 분해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MAO 억제제를 복용하는 동안은 티라민이 분해되지 않아 고혈압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즉 고혈압 환자이면서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티라민 섭취를 줄여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커피, 콜라, 초콜릿 등의 기호식품은 약과 함께 먹으면 좋지 않다. 정신질환 치료제, 항생제를 먹는 사람은 기호식품에 든 카페인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골다공증 치료제를 먹는 사람에게 탄산음료에 든 인은 뼈의 칼슘을 빼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나쁘다. 술은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약물에서 크건 적건 술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식후 30분이 아니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먹어야 하는 약도 있다. 진균감염치료제 중 지용성 약물,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알레르기 치료제인 항히스타민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음식과 함께 먹었을 때 흡수력이 떨어지거나 약효가 감소한다. 이런 약물은 특별히 주의하지 않아도 괜찮다.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때 이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실 음식이건 약이건 위장을 통해 몸 안에 흡수된다. 따라서 이들 간에 궁합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먹는 약에 잘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을 알면 약의 효과를 더욱 배가시킬 수 있다. 정기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 먹는 약과 음식과의 상생관계를 점검해 보면 좋을 것이다.

※대부분 약이 ‘식사 30분 뒤 복용’인 이유
대부분의 약은 식사 전·후·중을 가리지 않는다. 그럼 왜 식후 30분으로 정했을까? 약의 효과는 약 성분의 혈중 농도와 연관이 깊다. 대부분의 약이 효과적인 혈중 농도를 유지하는 시간은 약 5~6시간. 이는 식사 간격과 거의 일치한다. 결국 이 조건은 섭취하는 음식물보다는 잊지 않고 꾸준히 약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 음식과 특별히 함께 먹거나 먹지 말아야 하는 약은 윗글을 참고해 주의하자.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2007년 7월 13일자 과학향기 ‘알면 두고두고 써먹을 식약(食藥) 궁합’을 다시 서비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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