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체했을 때 바늘로 손가락 따면 낫는다?!

대식가 태연에게는 일 년에 정확히 다섯 번의 경축일이 있다.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그리고 설과 추석. 이유는 단 하나,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모조리! 그것도 잔소리 한번 듣지 않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명절에 할머니 댁에 갈 때는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칭찬까지 듣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곤 한다.

“아이고, 잘 묵네. 구여운 내 강아지. 송편두 먹구, 부침개두 먹구, 갈비두 먹구, 불고기두 먹구, 오구오구”

“네! 할머니 분부대로 따를게요~. 아빠보다 훨씬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위대한, 그러니까 위(胃)가 엄청 대(大)한 손녀가 돼서, 청출어람이 무슨 뜻인지 꼭 증명해 보일게요!”

그러나 강철도 녹여낼 듯 건강하던 태연의 특 A급 위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급체를 한 것! 체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할머니는 뾰족한 바늘을 불로 소독하고 바람처럼 달려와 태연의 엄지손가락을 잡는다.

“하…, 할머니. 왜 이러세요! 제발 그 바늘 내려놓아 주세요! 체했을 때 바늘로 손가락 끝을 따면 낫는다는 건, 말짱 다 거짓말이라고요. 그치 아빠?”

“뭐, 현대의학 입장에서 보면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 현대의학에서는 정식 질환명도 없는 병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한국사람 치고 체했다는 말이나 증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걸?”

“암만! 내 아들 똑 소리 나게 말 한번 잘 허는구먼. 글고 체하믄 손가락을 따야 헌다는 것두 한국 사람이면 다 아는 얘기여.”

“악, 안돼요!”

“그럼, 되는지 안 되는지 차근차근 짚어볼까? ‘체증’, 그러니까 체한 증상은 음식을 급히 많이 먹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이유로, 위의 운동력이 떨어지고 위액 분비가 잘 안 돼서 생기는 증상이란다. 그러고 보면 만날 허겁지겁 먹는 네가 여태 체한 적 없이 살았다는 것도 기적이야. 암튼, 체하면 명치 부위가 탁 막히면서 손발이 싸늘해지고, 속이 답답하면서 트림과 매슥거림이 계속되지. 복통이나 두통, 어지럼증과 구역질 같은 증상도 동반되고 말이야.”

“네, 딱 그 증상이에요.”

한의학 입장에서 보면, 이럴 때 손가락 끝을 따는 건 아주 현명한 응급처치란다. 위가 갑자기 마비돼 기혈이 막혔을 때 엄지손가락 손톱 밑 바깥쪽에 있는 혈자리를 침이나 바늘로 찔러서 검은 피를 내면, 막혔던 기가 뻥 뚫려 멈춰 있던 위가 다시 정상적인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논리지.”

“그래도 바늘은 무서운데….”

“그래. 현대의학에서는 단지 심리적인 효과일 뿐 실제로 치료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단다. 오히려 소독이 잘 안 된 바늘로 손가락을 찔렀다가는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손가락을 따는 대신 병원에 가라는 거야.”

“병원도 싫어요!”

“어떤 게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지만, 다만 한 가지 정확한 건 있단다. 체했을 때 가장 좋은 치료법은 ‘한두 끼쯤 굶기’라는 거지. 굶으면서 따듯한 보리차만 조금씩 마시다가 좀 나아지면 소화가 잘 되는 죽으로 속을 달래는 게 최고야.”

“그,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산해진미가 가득한 이 명절에, 절 보고 요염하게 손짓하는 저 갈비들을 외면하고 굶으라고요?!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요?”

“한 번에 확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체했을 때 먹으면 좋은 음식들은 있단다. 일단 매실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 체증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고, 무에는 소화에 도움이 되는 디아스타아제와 페루오키시타제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서 옛날부터 천연소화제로 불리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도움이 될 거야. 또 양배추도 위의 점막을 강화하고 기능을 회복시킨다고 알려져 있지.

“그러니까 아빠 얘기는, 병원에 가거나, 맛없는 매실이나 무, 양배추를 듬뿍 먹거나, 아니면 쫄쫄 굶어라…, 이 말씀이신 거네요?”

“그렇지.”

태연, 달달한 냄새를 가득 풍기는 갈비와 할머니가 가져온 바늘을 번갈아 보며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하, 할머니. 그러니까 손가락만 따면 진짜 쑥 내려가요? 그러니까 고기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암만, 암만!”

태연, 결심한 듯 바들바들 떨며 할머니에게 손가락을 맡긴다. 잠시 후, 십 리 밖에서 길 가던 사람도 깜짝 놀랄 정도로 우렁찬 “악!”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진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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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쳐도, 모자라서도 안 되는 ‘소금’


우리 속담에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라는 말이 있다. 소금이 얼마나 귀한 존재였길래, 그 좋다는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가 더 좋다고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런 속담이 생겨난 것을 보니, 예전의 소금이 황금과 맞먹는 귀중품이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오늘날의 소금은 어떠한가? 성인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 식품으로 꼽히면서, 그 존재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건강을 위해 음식에는 가능한 한 소금을 적게 넣거나, 아예 넣지 말고 무염식으로 먹는 것도 괜찮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다. 

어쩌다 소금의 신세가 불과 몇 백 년 만에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혹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소금이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진짜로 사람에게 해로운데도, 예전에는 몰라서 그렇게 보물처럼 여겼던 것일까? 이제 소금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을 파헤쳐, 소금의 진짜 정체를 알아봐야겠다. 

■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던 소금 

인류 역사상 소금만큼 인간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존재도 없을 것이다. 사람은 생리적으로 소금을 먹어야만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금은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하면서부터 음식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사용돼 왔다. 

특히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로 소금을 활용했다. 소금으로 이를 닦는 것은 물론, 혀에 백태가 끼거나 발가락에 무좀이 생겼을 때 소금을 바르거나 문질렀다. 또한 치통이나 피부병이 발생했을 때도 소금으로 닦고 씻는 등, 소금을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겼다.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소금을 중요한 약재로 사용했다는 기록들이 나온다. 명나라의 대표적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총 75종의 소금을 활용한 처방이 수록돼 있고, 또한 세종대왕 시절에 편찬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도 소금 치료법만 수백 가지가 넘게 실려 있다. 

이 외에도, 소금은 병을 걸리게 하는 귀신을 쫓는 주술 행위에도 많이 사용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줌을 자주 싸는 아이에게 키를 씌워서 소금을 얻어오는 풍습이다. 해독과 살균작용이 있는 소금이 오줌의 냄새를 없애고, 어린이들의 야뇨증을 방지시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때는 만병통치약이자, 안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까지 여겨졌던 소금이 최근 들어서는 성인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까지 몰리며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냉장고의 등장과 각종 약품의 개발로, 보존제 및 치료제로서 사용되던 기능마저 이제는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 소금의 면역력 강화 기능이 새롭게 밝혀져 

소금이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고혈압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소금을 구성하는 나트륨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세포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분을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막이 팽창하면서 근처에 있는 혈관을 압박하는데, 이런 현상이 바로 혈압을 상승시키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소금의 임장에서 보면 억울한 점이 많다. 지금도 소금이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성인병을 일으킨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식탁에서 퇴출될 위기로까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소금은 너무 많이 먹어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적게 먹어도 탈이 난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마라톤이나 축구처럼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할 때다. 우리 몸은 일정 수준의 염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 소금 섭취를 거의 하지 않은 채 물만 마시게 되면 체내 염도가 떨어져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적게 먹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체내 염도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소금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동안 몰랐던 소금의 효능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독일과 미국의 연구진이 저명한 학술지인 <셀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최근호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소금이 사람의 몸에 침입한 세균을 파괴할 수 있는 면역력을 기르는데 많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의 요나단 얀취(Jonathan Jantsch) 교수와 미국 밴더빌트대의 옌스 티체(Jens Titze)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소금 섭취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던 중에, 상처가 난 피부에서 고농도 소금이 축적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현상에 흥미를 느낀 연구진은 대식세포(몸에 침입한 세균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를 서로 다른 조건에서 배양해 보았다. 즉 대식세포를 배양하는 2개의 배지에 대장균을 감염시킨 후, 한 쪽에만 소금을 첨가해 본 것이다. 

그 결과 소금을 첨가한 배지에서 자란 대식세포가 훨씬 빠른 시간에 대장균을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소금 섭취 실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소금을 많이 먹인 쥐들이 적게 먹인 쥐들보다 세균의 감염으로부터 더 빨리 회복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공동 연구진은 “항생제도 없고, 수명도 짧았던 조상들에게 짜게 먹는 것이 세균 감염을 물리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소금을 많이 먹을수록 면역력이 따라서 증가하는 것은 아닌 만큼, 소금을 ‘먹는’ 용도 보다는 ‘바르는’ 용도로 바꾸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피부가 세균으로 감염됐을 때 먹는 소금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소금을 함유한 수액이나 젤 등을 발라서 피부의 염분 농도를 상승시키자는 것이다. 

아마 공동 연구진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속담을 염두에 두고, 소금을 바르는 용도로 사용해 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이 말처럼, 연구진은 이 제안을 통해 소금이 지나쳐도 안 되지만, 모자라서도 안 되는 존재임을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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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역사]탄생 400주년 맞은 동의보감, 어떻게 편찬됐을까

17~18세기 동아시아를 떠들썩하게 했던 책이 있다.

1613년 정식 발간 이후 수백 년 동안 중국과 일본에까지 지속적으로 소개되며 온갖 찬사를 불러 모은 책이다. 18세기 조선 정조 임금은 “고금의 의서를 통틀어 진실로 우리나라의 쓰임새에 적절함으로 판단하면 이 책에 견줄 만한 것이 없다”고 극찬했다. 1723년 일본의 후지와라 노부아스(藤原信篤)는 “이 책은 지금까지 떠돌던 이야기를 손으로 잡히도록 설명했으니 의학의 가르침과 바로잡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1747년 중국 학자 왕여존(王如尊)은 “이 책은 병세와 병증을 상세하게 설명해서 치료법을 적었고 그 원리를 밝혀놓으니 그야말로 의서의 대작”이라 평가했다. 1766년 능어(凌魚)는 “이 책은 이미 황제에게 올려져 명의임을 인정받았지만 아직도 비각에 갇혀 있어 사람들이 엿보기 어렵다”며 “천하의 보배는 마땅히 천하가 함께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다시 중국어 본을 펴냈다. ‘열하일기’를 지은 연암 박지원도 중국 땅에서 동의보감을 만나고 기쁨과 자랑의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이 책에 대한 찬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1995년 중국 장쩌민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한·중 문화교류의 아름다운 역사를 빛낸 작품”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지난 2009년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고 2013년 탄생 400주년을 맞았다. 이쯤이면 ‘이 책’이 무엇인지 다들 짐작했을 것이다. 조선의 어의 허준이 지은 불후의 명작 ‘동의보감(東醫寶鑑)’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의 정보 집대성한 아시아 최고의 의학서
동의보감은 당시 동아시아의 한의학 정보를 집대성한 일종의 임상 백과사전이다. 전체 구성은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탕액편, 침구편 등 다섯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의 의학으로는 내과질환, 외과질환, 유행병과 가정의학, 약제와 약물, 침과 뜸으로 나눈 셈이다.

네 권으로 이루어진 ‘내경편’에서는 인체의 구성 원리와 신진대사를 설명했고, 이어 다시 네 권의 ‘외형편’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생김새를 보고 질병을 판단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열한 권의 ‘잡병편’에서는 체온, 구토, 부종 등 증상에 따른 치료법을 적었고, 세 권짜리 ‘탕액편’에서는 갖가지 재료를 이용해 치료약을 만드는 법을 설명했다. 마지막 한 권짜리 침구편은 침과 뜸 사용법을 담았다.

이처럼 다양한 질병의 치료방법을 담아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병의 발생 원인까지 상세하게 밝혔기 때문에 학술서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도 수백 수천에 달하는 기존의 수많은 의학 이론과 서적을 한데 모아 논리적으로 엮음으로써 한의학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당대 최고의 의서라 불리던 동의보감이지만 그 탄생 과정은 힘들고 복잡했다. 임진왜란이 나라를 휩쓸고 얼마 지나지 않은 1596년 5월, 조선 선조 임금은 전쟁과 기근의 고통으로부터 백성을 구할 방도를 찾으라는 어명을 내린다. 어의 허준은 정작, 양예수, 김응탁, 이명원, 정예남 등 유의와 태의 5인과 함께 의서 편찬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듬해인 1597년 왜군이 다시 쳐들어와 정유재란이 발발하자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결국 선조는 의서 500권을 내어주며 혼자서라도 책을 집필하라고 허준을 격려한다.

 

[그림] 동의보감 신형장부도. 사진 출처 : 동아일보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600년 내의원에서 가장 높은 수의 자리에 오르고 두 번의 왜란 동안 임금을 보필한 공로로 1604년 ‘양평군’이라는 칭호를 하사받자 다른 신하들의 질투를 사게 돼 허준을 탄핵하라는 상소가 줄을 이었다. 결국 1608년 선조가 급사하자 그 책임을 물어 의주로 귀양을 가게 된다.

선조에 이어 왕위에 오른 광해군은 허준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 “임금이 병이 많은데 경험 많은 의원이 부족하다”는 구실로 이듬해 귀양을 풀어주었다. 이후에도 허준을 내치라는 탄원이 수십 차례나 이어졌음에도 광해군은 의서 저술에 전념해야 한다며 중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덕분에 허준은 1610년 드디어 동의보감 완성 소식을 전했고 광해군은 말 한 필을 선물로 하사하며 속히 간행해 널리 퍼뜨리라고 명한다. 그러나 초안의 양이 워낙 방대해 교정과 필사에만 몇 년이 소요되자 활자를 이용해 인쇄하라는 명을 다시 내린다. 결국 1613년 11월 광해군 5년에 동의보감 활자본이 25권 25책으로 탄생해 조선의 높은 의학 수준을 동아시아에 널리 떨치게 된다.


➢소설과 드라마로 만들어져 한류 이끈 우리의 문화유산
동의보감에 얽힌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최근 소설과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드라마 작가 이은성은 1976년 집필한 ‘집념’을 바탕으로 장편소설을 구성하던 중 1988년 타계해, 1990년에야 유작으로 소설 ‘동의보감’이 발간됐다. 1999년에는 전광렬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아시아 곳곳에 ‘신의(神醫)’라는 제목으로 수출됐다.

탄생 400주년을 맞은 올해는 갖가지 행사가 줄을 잇는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보물 제1085-1호로 지정된 원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판본을 한데 모아 오는 10월 31일까지 ‘전통의약을 생활 속으로’ 전시회를 연다. 허준이 편찬한 의서와 한·중·일 각국의 전통의학 자료도 선보인다.

오는 9월에는 영어판 동의보감도 발간된다. 100여 명의 전문인력과 7억 7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6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이다. 같은 달에는 경남 산청에서 동의보감 400주년을 기념하는 ‘2013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린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허준박물관’은 연중 언제든 동의보감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도 듣고 한약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에까지 오른 불후의 명저 ‘동의보감’. 질투와 역경을 딛고 방대한 저술을 완수한 허준의 집념 덕분에 우리는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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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끈 쾅! 한 시간이 넘는 긴 실랑이 끝에 급기야 태연의 방 문짝이 나가 떨어지고 만다. 발목이 삐었을 때는 침이 최고라는 엄마, 아빠와 죽는 한이 있어도 침은 맞지 않겠다는 태연의 발버둥 사이에서 엉뚱하게 방문만 부서지고 만 것.

“침을 맞느니 차라리 마늘 백만 개를 까먹고 곰이 돼버릴 거예욧!! 저의 소중하고 신성하고 아름다운 발목에 불온하며 사악하기 그지없는 침 따위를 꽂을 생각은 애시 당초 하지도 마시라고욧!”

“아무리 내 딸이지만 네 괴력은 진정 어메이징하구나. 무슨 초등학생이 문짝을 다 떼냐! 침술의 효과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미 인정을 다 했어요. 침이 신경을 자극하면 뇌로 그 자극이 전달돼 엔도르핀 등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현대의학의 가설이지. 아직 해부학적인 실체를 찾지 못했고, 치료 원리에 대한 한의학과 서양의학 간 관점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거봐, 거봐, 해부학적인 실체가 없다고 아빠 입으로도 방금 얘기하셨잖아요! 아빠는 과학자면서 어떻게 그리도 비과학적인 침술의 세계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딸내미를 내모시냐고욧!”

태연이 제아무리 괴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이다. 엄마, 아빠의 합공에 밀려 바닥을 질질 끌며 결국 한의원으로 끌려가고 만다.

“차라리 병원에 가자고요. 주사처럼 한방 딱 맞고 끝나는 건 괜찮은데, 침은 엄청 오래 꽂고 있어야 한단 말이에요. 세 시간? 네 시간? 거기다 찌릿찌릿 전기까지 통하게 하고, 이건 고문이지 치료가 아니에요. 인류 역사상 이렇게 끔찍한 고문은 없었다고욧!”

“과장 좀 적당히 해라. 침을 꽂아놓는 건 기껏 30분 정도야. 한방에서는 기(氣)가 인체를 순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분이라고 하고, 양방에서는 침 자극을 줬을 때 아세틸콜린이란 신경전달물질이 15분 이후부터 분비된 뒤 30분에 멈추기 때문에 30분이 적당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이런 일반적인 침 말고도 침술은 상당히 다양하단다. 약물을 넣은 약침(藥鍼), 레이저를 이용하는 광침(光鍼), 침에 아로마 오일을 입히는 향침(香鍼), 침에 전류를 흘려 자극을 주는 전침(電鍼) 등 여러 가지 요법이 있어. 방금 네가 말한 그 침은 전침을 말하는 것 같구나.”

“악!! 제발 전기침 같은 그런 사악한 단어는 제 귀에 들리지 않게 해주세요.”

“그럴 순 없지. 지금 네가 병원에 가서 맞을 침이 바로 그건데 말이야. 전기침은 전선이 연결된 커다란 집게를 침에 연결해서 전기 자극을 줌으로써 침의 효과를 높이는 요법이란다. 환자가 움직이거나 힘을 주면 침이 구부러지거나 뽑히기도 하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치료법은 아니지. 하지만 최근에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초소형 스마트 침 시스템’ 덕분에 치료가 훨씬 쉬워졌어요. 이 스마트 침은 복잡한 선도 필요 없고, 지능형IC를 붙인 500원짜리 동전만한 패치를 붙이기만 하면 되는데다, 값도 기존 전기침 치료기의 1/100밖에 안된단다.때문에 너같이 침 맞기 싫어하는 애들에겐 아주 딱 이란 말이지. 게다가 치료 중에 환자의 생체 신호 변화를 모니터링 할 수도 있는 아주 과학적인 시스템이기도 해. 한방과 현대과학의 아름다운 만남이랄까?”


그림 ‘스마트 전기침 시스템’은 전기침 패치, 침, 전도성 실로 구성된다. 사진 제공 : KAIST

“흥! 그럼 제가 치료 도중 침 공포증으로 기절이라도 하게 되면 그 스마트한 시스템이 참으로 모니터링을 잘 해주겠네요. 아버지, 전 발목을 삐고도 얼마든지 생활할 수 있어요. 삔 다리를 부여잡고 전국체전에 나가 100m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딸 수도 있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고요. 그러니까 제발…!!”

이렇게 실랑이를 하는 사이, 태연과 엄마 아빠는 드디어 한의원에 도착한다. 집에서 한의원까지 겨우 10분 거리를 오는 동안 사막을 횡단한 사람들처럼 완전히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 드디어 진료실이 문을 여는 순간, 태연은 공포로 실신할 지경이 된다.

“아이고, 귀여운 통통이 예쁜 아가씨가 오셨네? 아니다, 완벽한 이목구비 사이사이에 살짝쿵 자리 잡은 살을 보니 비만치료를 하러 왔나보구나! 전기침이 살 빼는데 효과가 쏠쏠하니까 한번 놔줘 볼까? 하나도 안 아프니까 걱정 말고. 약 60kg으로 보이는 너의 비대한 몸을 45kg으로 만들어 보자꾸나~!”

“고뢔요오~~??!! 전기침으로 살도 뺄 수 있다고요? 홍홍홍. 제가 침을 얼마나 잘 맞는 아이인지 의사선생님은 상상도 못하실 거예요. 심지어는 제 롤모델이 고슴도치라니깐요? 호호호. 빨리 원하시는 대로 맘껏 꽂아주시겠어요? 고슴도치를 엄마~ 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많이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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