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0.11 매운 고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
  2. 2010.06.21 자외선 피해, 누가 더 클까? (1)

지난 추석 귀경길 서울 톨게이트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청양고추와 고추볼펜이 함께 담긴 세트를 선물하는 행사가 벌어졌던 것. ‘맵기로 유명한 청양고추를 먹고 졸음운전을 막으라’는 의미였다. 청양고추는 다른 고추보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capsaicin)’ 성분이 6배 정도 많아 한 토막만 먹어도 졸음을 쫓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사실 고추의 캡사이신은 세균이나 곰팡이, 바이러스, 새,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기방어물질이다. 그래서 이 성분은 졸음 방지뿐 아니라 통증을 완화시키는 연고나 소화장애 치료제에도 사용된다.

캡사이신이 우리 몸에 들어간 직후에는 강한 자극을 준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통증전달 물질이 분비되는 것을 막아 진통 작용을 한다. 이 점을 이용한 캡사이신 연고는 당뇨병이나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통증을 완화한다.
처음에 이 연고를 바르면 화끈거리고 따갑지만 2~3일 후부터는 통증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운맛은 위를 자극한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소량의 캡사이신은 위 점막을 자극하지 않고 위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위염 같은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위 점막 세포의 염증을 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이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내과 이용찬 교수는 2007년에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헬리코박터’에 발표하기도 했다.

캡사이신이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팀은 피부암 세포를 주사한 쥐에게 캡사이신을 발라 캡사이신의 항암 효과를 증명했다. 캡사이신을 바르지 않은 쥐는 100% 피부암에 걸렸지만, 캡사이신을 바른 쥐는 60%만 피부암으로 발전했던 것. 이 연구결과는 2003년 ‘네이처’에 실렸다. 미국에서는 전립선암 세포를 가진 쥐에게 캡사이신을 주사해 암세포의 80%가 줄어들고 종양이 축소된 실험결과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매운맛 성분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건국대 생명공학과 이기원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 캡사이신이 암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고, 이것이 암 발생에 중요한 단백질 발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암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암 연구(Cancer Research)’ 2010년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캡사이신이 최루탄의 원료로 이용되고, 염증이나 지극을 유발시키는 물질이라는 데 주목했다. 정상세포에서 캡사이신이 암을 억제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없었던 것이다. 또 기존에 밝혀진 캡사이신의 항암효과들은 모두 암세포를 대상으로 실험했던 결과였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해 캡사이신이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그 결과 캡사이신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라는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염증을 유도하고, 피부암을 일으켰다. 원래 캡사이신은 TRPV1 단백질이라는 수용체를 통해 진통제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서 피부암 발생과정에서 캡사이신이 EGFR 단백질과 결합돼 암 발생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캡사이신을 다량으로 주입했을 경우 암 억제 물질인 TRPV1 수용체의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캡사이신이 EGFR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확인됐다. TRPV1 단백질 같은 암 억제 물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 캡사이신을 다량 섭취했을 때 암 발생이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없이 캡사이신만 단독으로 주입했을 때는 암이 발생하지 않았다. 캡사이신이 암 발생을 촉진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만 보고 고추 섭취를 피할 일은 아니지만 과도하게 매운 고추를 많이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전했다.

비록 캡사이신이 암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캡사이신의 장점이나 고추 자체의 영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캡사이신은 여전히 몸속 지방을 분해하고, 장내 살균 작용을 하며, 식욕도 좋게 한다. 젖산균의 발육을 도와 김치에도 이용된다.

고추에는 비타민 C를 비롯해 비타민 A, 비타민 P(바이오 플라보노이드) 같은 각종 비타민도 풍부하다. 풋고추 하나에 들어 있는 비타민C는 귤의 2배, 사과의 30배 정도 되는데, 비타민C는 피로회복과 괴혈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 비타민A는 호흡기 계통에 대한 감염에 저항력을 높이고, 야맹증과 냉방병을 예방하는 데 좋다. 비타민P는 노화를 막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며, 비타민C가 파괴되지 않도록 돕는다.

결국 캡사이신도 항상 위험한 것만은 아니고, 고추 자체에도 유익한 영양성분이 많다. ‘캡사이신이 암을 촉진한다’는 결과 한 줄이 아니라 이런 결과가 나온 맥락을 살펴야 한다. 고추뿐 아니라 다른 천연물도 각각의 성분이 특정 질병에 대해 각각 다른 작용을 해 기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새겨야 할 것은 천연물의 성분을 이용한 기능성식품이나 화장품, 신약 연구에 있어서 각 성분이 다른 질병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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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인 오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태양의 세기만큼 자외선도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되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하지를 전후로 2개월 동안은 자외선의 강도가 무척 강하니까 자외선 차단제품 준비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침 뉴스에서 기상캐스터가 이렇게 당부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햇볕이 제법 따갑게 느껴진다. 어느덧 여름에 들어선 모양이다. 그런데 자외선 무서운 줄 모르고 햇볕에 몸을 태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도 한 명 있으니 바로 김 여사의 아들, 한택연이다.

“이제 곧 여름 휴가가 시작될텐데 하얀 피부로 바닷가에 들어가면 촌스럽잖아요. 구릿빛 피부를 만들어놔야 여자들이 좋아한다고요! 저 이번 주말에 옥상에 올라가서 좀 태워야겠어요. 섹시한 몸을 준비해야죠~”

택연의 말을 듣고 있던 김 여사는 기가 막힌다. 아무리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예뻐한다지만, 자기가 생각해도 아들이 외모로 여자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속으로는 ‘아들아, 피부색만 바뀐다고 인기가 많아지는 게 아니란다’라고 여러 번 외쳤지만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 이때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저, 택연아. 구릿빛 피부도 좋지만 피부 건강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니? 엄마가 어디서 보니까 검게 피부를 그을리는 건 ‘무지가 나은 용기’라고 하던데….”
“엥?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식해서 선텐을 한다고요?”

슬슬 먹혀들기 시작한 모양새. 김 여사는 지난번 과학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내용을 아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응. 피부가 검게 타는 건 피부가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자구책이래. 햇빛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는 자외선이 진피까지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한단다. 이때 표피에서 분비되는 멜라닌의 양이 늘어나지. 이런 피부의 보호작용 때문에 피부가 구리빛이 되는 거야.

“자외선이 피부에 닿는 게 왜 위험한데요? 난 구릿빛 피부가 좋기만 하던데~”

“자외선은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 성분인 콜라겐과 엘라스틴이라는 단백질을 파괴하지. 피부가 자외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이런 단백질이 분해돼. 결국 피부가 늘어지고 주름이 깊어지는 거지. 햇빛 때문에 피부가 늙어버리는 거야. 이런 현상을 ‘광노화’라고도 한단다.”

평소 어려보이는 동안 피부에도 관심이 많던 택연의 귀가 쫑긋 섰다. ‘자외선 때문에 피부가 늙는 구나’라는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이다. 김 여사가 말을 잇는다.

“그뿐인 줄 아니? 자외선 때문에 시력이 손상되거나 백내장이나 피부암 같은 질병에 걸리기도 해. 또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백혈구의 기능과 분포가 변경돼 면역력이 떨어지기도 하지.

“헉. 피, 피부암에 시력 손상까지요? 자외선 엄청 무서운 것이군요. 저 이제 흐린 날에만 돌아다녀야겠어요.”
“아쉽게도 구름 낀 날도 안전하지 않단다. 옅은 구름일 경우 자외선의 투과율은 80%나 된다고 해.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지 않아도 자외선의 영향을 받는 셈이지. 참, 그리고 자외선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위험하다고 하더구나.”

눈이 동그래진 택연. 남자에게 더 위험하다는 건 또 무슨 소리일까.

“남자 피부는 여자 피부보다 햇빛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단다. 그래서 광노화 현상이 더 많이 생기는 셈이지. 햇빛에 손상되면 재생도 잘 되지 않는단다. 남자들이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막는 힘인 항산화력이 떨어져서 그렇대. 게다가 면도도 자주 하니까 피부 손상도 많고. 또 남자들은 자외선 차단제도 잘 안 바르잖니.”
“자외선 차단제? 선크림이요? 저도 당장 사서 발라야겠어요. 어떤 걸 사면 좋은지 알려주세요.”

몸을 태워 섹시한 구릿빛 피부를 만들겠다던 택연은 온데간데 없고, 피부 건강을 지키겠다는 택연만 남았다. 김 여사의 작전이 완벽하게 성공한 셈이다. 미소를 띤 김 여사의 설명이 어어진다.

“자외선 차단제에 보면 ‘자외선 차단지수(SPF : Sun Protection Factor)’가 표시돼 있단다. SPF 뒤에 적힌 숫자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시간을 뜻해. SPF1이 15분이니까 SPF15라고 쓰여 있으면 225분 동안 효과가 유지되는 거지.”
“아~ 그럼 SPF 숫자가 큰 걸 사면 좋겠네요.”

“아니야. 그 숫치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란다. 적당한 수치의 제품을 수시로 발라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눈을 보호하려면 자외선 차단용 안경이나 선글라스도 써야하고 말이야. 기상청에서 예보하는 자외선지수를 살피는 것도 좋겠지? 자외선지수는 태양 고도가 최대일 때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 양이라는 걸 참고하려므나.”

“네! 엄마가 아니었으면 전 피부노인이 될 뻔 했어요. 이제 자외선을 피해 다니면서 피부를 가꿔야겠어요. 요즘엔 뽀얀 피부의 꽃미남들도 인기가 많으니까. 그럼 전 이제 화장품 가게에 다녀올게요. 엄마, 고마워요!”

즐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는 택연. 김 여사는 차마 ‘피부만 좋아진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저 녀석은 언제쯤 본인의 경쟁력은 외모가 아니라는 걸 깨달을지….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156호 ‘자외선이 피부를 공격한다(2004년 7월 9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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