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H] 천재일우(千載一遇)와 확률            
국제 수학자대회가 2014년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이를 기념해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MATH]라는 주제로 우리생활 속 다양한 수학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기초과학의 꽃이라 불리는 수학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또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수학 원리들이 존재하는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동양의 수학은 서양의 수학보다 경험적이었다. 서양의 수학은 이성을 바탕으로 하여 추론과 연역에 의한 논리전개 위주였다면, 동양은 실생활에서 경험으로 얻어지는 사실을 바탕으로 수학을 일반화하였다. 확률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양에서는 확률을 수학적으로 엄밀히 정리하고자 노력하였다.

동양에서는 특별히 확률에 관한 내용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빈번하게 확률을 사용했다. 확률을 사용한 고사성어 중에 ‘아주 귀중한 만남이나 그 만남의 기회’를 말할 때 사용하는 ‘천재일우(千載一遇)’라는 말이 있다. 우선 이 고사성어의 유래를 알아보자.

■ 천재일우의 유래

동진(東晋)의 학자로서 동양태수(東陽太守)를 지낸 원굉(袁宏)은 여러 문집에 시문 300여 편을 남겼다. 특히 그는 <삼국명신서찬(三國名臣序贊)>이라는 것을 썼는데, 이 책은 <삼국지>에 실려 있는 건국 명신 20명을 찬양하는 시와 서문을 쓴 글이다. 원굉은 그 중 위나라의 순문약(筍文若)을 찬양한 다음과 같은 글을 적고 있다.
 

여전히 백락(伯樂)을 만나지 못했다면
천년이 지나도 천리마는 없으리라.
만년에 한 번 기회가 오는 것은
인생의 일반적인 법칙이며,
천 년에 한 번 만나는(千載一遇) 것은
현자와 지혜로운 자의 아름다운 만남이다.
그 만남에는 기쁨이 없을 수 없는 것인데,
그 기회를 잃는다면 어찌 개탄치 아니하리오.  


순문약은 삼국시대에 조조의 참모로 활약했으나 조조에게 역심이 있음을 알고 반대하다가 배척당한 강직한 인물이었고, 백락은 주나라 사람으로 명마를 잘 식별하는 사람이다. 이 글에서 원굉은 백락을 뛰어난 인물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임금으로 비유하였고, 천리마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명신으로 비유하였다. 이러한 임금과 신하의 만남은 ‘천 년 만에 오는 기회’라는 것이다.





우선 기회가 1년 마다 한 번씩 온다면 천재일우는 1/1000, 즉 만날 확률이 0.1%이다. 여기서 잡고자 하는 기회가 매일 찾아온다고 가정하면, 1년은 365일이므로 기회를 잡을 확률은 1/365000 이다. 그런데 1/365000 ≒ 0.00000274 ≒ 0 이므로 ‘천재일우’는 확률 0이다.

일반적으로 확률에는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어떤 시행의 표본공간 S가 n개의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모두 같은 정도로 기대될 때, 사건 A가 r개의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사건 A가 일어날 확률 P(A) = n(A)/n(S) = r/n 을 수학적 확률이라고 한다. 한편, 어떤 시행을 n번 반복할 때 사건 A가
rn 번 일어난다고 할 때, n을 충분히 크게 함에 따라 상대도수 rn/n가 일정한 값 p에 가까워지면 p를 사건 A가 일어날 통계적 확률이라고 한다.

■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

통계적 확률을 보다 정확하게 정의하기 위해서는 극한이라는 좀 어려운 수학적 개념이 필요하다. 이 개념을 이용하면 어떤 사건 A가 일어날 수학적 확률이 p일 때, 시행 횟수를 충분히 크게 하면 사건 A가 일어나는 상대도수는 수학적 확률 p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는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을 명확히 구별하지 않고 그냥 확률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주사위 하나를 던질 때 3의 눈이 나올 수학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은 모두 1/6 = 0.167, 즉 16.7%이다. 여러분이 주사위 놀이를 해 보아서 잘 알겠지만 실제로 이 정도의 확률이면 3의 눈은 잘 나오지 않는다. 또, 일기예보에서 비올 확률인 30% 또는 40%라고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비는 오지 않는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이 10% 이하인 경우, 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확률이 0.1%인 명군과 명신이 만나는 천재일우가 얼마나 잡기 힘든 기회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사성어 중에 확률적으로 천재일우보다 좀 더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도 있다. 시험을 칠 때 답을 모두 맞히는 경우나 다트와 같은 게임을 할 때 모두 맞힌다는 뜻을 가진 백발백중(百發百中)이 그것이다. 백발백중은 <사기(史記)>에 나와 있는 말로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장군 백기(白起)는 한나라와 위나라와의 전쟁에서 모두 크게 승리했다. 백기는 이 여세를 몰아 위나라의 수도 양(梁)을 공격하려고 했다. 그러자 주나라의 난왕은 백기가 양을 빼앗은 후 장차 주나라를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미리 백기 장군에게 전쟁을 그칠 것을 설득하기 위해 이런 말을 전했다.

초나라에 사는 양유기(養由基)라는 사람은 활을 잘 쏘았습니다. 그는 100보 떨어진 곳에서 활을 쏘아도 100번 쏘면 100번 다 맞추었습니다. 그가 활을 쏠 때면 구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양유기의 활 솜씨를 칭찬했습니다.
어느 날 양유기가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활을 쏘고 있는데 구경꾼 중에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활을 잘 쏘는군요. 당신에게 활 쏘는 법을 가르칠 만하겠어요.”
이 말에 화가 난 양유기는 쏘던 활을 버리고 칼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내게 활 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는가?”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내가 한 말은 당신에게 활 쏘는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100보 떨어진 곳에 있는 버들잎에 100발의 화살을 쏘아 100발 모두 명중시킨다고 해도 사람들이 잘 쏜다고 말하기 전에 그만두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무리해서 계속 활을 쏘다가 기운이 떨어지고 팔 힘도 없어지면, 활도 기울고 화살도 빗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가 화살이 하나라도 빗나가게 된다면 지금까지 백발백중이던 것도 다 소용없어질 것이오.”


이 이야기는 백기 장군이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면서 다시 양을 공격해 빼앗으려고 하지만 만약 단번에 빼앗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공로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니 전쟁을 그치는 것이 좋다고 권유한 것이다.

그렇다면 백발백중의 출처에서 화살의 한 대가 빗나갈 확률은 얼마일까? 백발백중의 유래에서는 양유기가 100발을 쏘아 모두 명중시킨 후 한 발을 더 쏘았을 경우를 말하고 있다. 따라서 101발을 쏘아 100발을 명중시킬 확률은 100/101≒0.99이므로 한 발을 명중시키지 못할 확률은 1/101≒0.0099이다. 그런데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에 0.0099는 반올림하여 0.01, 즉 1%의 확률이 된다. 이 확률은 100발을 쏘아 99발을 명중시키고 1발을 명중시키지 못할 경우의 확률과 같다.

■ 실생활에서의 천재일우

앞에서 알아본 천재일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일이다. 그렇다면 실생활에서 천재일우와 비슷한 확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로또 당첨을 들 수 있다. 로또는 1부터 45까지 각각 번호가 하나씩 표시된 45개의 공에서 6개를 뽑아서 당첨을 확인하는 확률게임이다. 로또는 수학적으로 45개 중에서 6개를 선택하는 것이므로 조합과 같다.

실제로 계산하면 아래와 같다.





여기서 6! = 6·5·4·3·2·1 = 720과 같이 계산하므로 다음과 같다.






따라서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1/8,145,060 이다. 2등은 평균 6명이 당첨되므로 2등에 당첨될 확률은 1/8,145,060 x 6 = 1/1,357,510 이고, 3등은 평균 228명이 당첨되므로 1/35,724이다. 또 4등은 평균 11,112명이 당첨되므로 1/733이고, 5등은 평균 181,000명이 당첨된다고 하니 5등에 당첨될 확률은 1/45 ≈ 0.02 = 2/100 이다.
이번에는 내가 번개에 맞을 확률을 계산해 보자. 2013년에 한 일간지(조선일보)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번개는 평균 105,000회라고 한다. 따라서 하루에 평균 105,000 ÷ 365 ≈ 288회의 번개가 발생한다. 이 중에서 많은 경우는 하늘에서 사라지고 실제로 땅에 떨어져서 위험한 경우는 2010년 기준으로 12,458회라고 한다. 따라서 하루 평균 12,458 ÷ 365 ≈ 34회이다. 물론 가을과 같이 맑은 하늘이 많은 날은 낙뢰가 전혀 없고 여름 장마철에는 많을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토의 전체 면적은 100,150㎢이고, 인구밀도는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 안에 약 487명이라고 한다. 하루 평균 34회의 낙뢰가 있으므로 이 넓이가 1㎢인 정사각형 안에 번개가 떨어질 확률은 34/100,150 ≈ 0.00034이다. 그런데 이 정사각형 안에 약 487명이 살고 있으므로 그 중에 1명이 번개에 맞을 확률은 0.00034/487 ≈ 0.0000007이다. 그리고 0.0000007 = 7/10,000,000 인데, 좀 더 이해하기 쉽게 7을 넉넉하게 약 10 이라고 하면 오늘 내가 번개에 맞을 확률은 10/10,000,000 = 1/1,000,000 즉 1백만 분에 1인 것이다. 그래도 번개에 맞을 확률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보다 8배나 높다.

또한 평균 100명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할 확률은 50%,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할 확률은 26%, 과장에서 부장 승진은 14%, 부장에서 이사가 될 확률은 8%, 사장이 될 확률은 2%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첫 직장에서 정년퇴직할 확률은 8.2%, 정규직으로 취업에 성공할 확률은 28.6%라고 한다.

※고사성어 한자 음운
천재일우(千載一遇) : 千 : 일천 천, 載 : 실을 재, 一 : 한 일, 遇 : 만날 우
백발백중(百發百中) : 百 : 일백 백, 發 : 쏠 발, 百 : 일백 백, 中 : 가운데 중

 

: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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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혼율 50%? 통계의 진실을 밝히다

매년 9월 1일은 통계의 날이다. 통계의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제정된 날로, 통계는 이미 과학 분야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종 분야에서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통계는 변수에 따라 그 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자칫 조그마한 실수로 오류가 나기 쉬운 분야다. 통계적 분석을 할 때는 표본을 어떻게 수집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기도 한다.

“여성들이여, 그대들의 남편을 조심하라. 살해당한 모든 여성의 절반은 자신의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 희생당했다.” - <런던타임즈>
이 글은 살해당한 여성들의 가해자를 통계자료로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자신의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수치를 보고 보도된 기사다. 때문에 모르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살해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결론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숫자만 보고 판단한 대표적인 통계의 오류다.

남편이나 애인이 있는 여성들은 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타인과 보내는 시간보다 많은 편이다. 밤보다 낮에 교통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통계 자료 수치를 보면 밤 시간에 일어난 교통사고보다 낮 시간에 일어난 교통사고가 더 많다. 이는 단순 비교를 통해 통계를 해석했을 때 발생하는 오류로 볼 수 있다. 낮 시간의 교통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은 까닭은 밤 시간보다 낮 시간에 운전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국내 이혼율에서도 대표적인 통계의 오류를 찾을 수 있다. 2002년 국내 이혼율이 47.4%를 기록했다는 통계자료가 발표돼 논란이 일었다. 이 수치대로라면 국내 부부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곧 통계 오류임이 밝혀졌다. 특정 연도에 이혼한 부부의 수를 동일한 연도에 결혼한 부부의 수로 단순히 나눈 수치였던 것이다. 결혼한 부부의 수는 특정 연도에만 해당하지만, 이혼한 부부의 수는 그 이전에 결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간과하고 특정 연도만 따질 경우, 결혼한 부부보다 이혼한 부부가 더 많을 수 있어 결혼이 적은 해는 이혼율이 100%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통계의 오류’라는 허점을 이용해 통계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기도 한다. 정부예산이나 기업실적, 경제전망 등은 기간과 변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지지율은 조사방법과 표본 설정, 질문 내용에 따라 10%에서 90%까지 끌어낼 수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화 설문 조사를 통해 각 후보들의 지지도를 산출하는데, 여기에도 오류가 숨어있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말하지만, 정작 전화를 받은 사람들의 투표율은 100%가 아니다. 오히려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다.

통계 오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1986년 1월 28일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된 지 73초 만에 폭발해 우주비행사 7명이 전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처참한 광경은 TV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돼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폭발 사고의 진상을 밝히던 조사팀은 발사할 때 사용되는 고체로켓 모터의 접합부위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는데, 이 사건 뒤에는 ‘표본 선택 편의’라는 통계적 오류가 숨겨져 있었다. ‘표본 선택 편의’는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표본을 선정해 발생하는 잘못된 결과를 가리키는 통계학 용어다.

챌린저호 발사 전날 밤, 일부 관계자들은 고체로켓 모터의 접합부위를 염려해 우주왕복선 발사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주왕복선이 이륙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고체로켓 모터가 필요한데, 로켓 모터를 각각 네 부분으로 분해해 케네디우주센터로 옮긴 뒤 다시 조립해 로켓 동체에 연결했다. 발사 당일의 기온은 섭씨 영하 0.56도로, 과거 기록상 최저 기온이었던 11.7도보다 12도 이상 낮았다. 일부 관계자들은 낮은 온도로 인해 로켓 모터와 동체의 접합에 이상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실제 1985년 1월 24일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자료를 근거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과거 기록상 최저 기온(11.7℃)이었던 이날의 발사는 비록 성공적이었지만 기록상 가장 많은 3곳에서 접합 이상이 발견됐던 것이다.

반면 발사를 강행하자고 주장한 사람들은 과거에 발견된 접합 이상의 수와 기온을 나타낸 그래프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그래프는 기온과 접합 이상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1985년 1월 24일의 발사 자료를 빼고 본다면 오히려 기온이 낮을수록 접합 이상은 감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발사를 강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알고 보니 논쟁에 참여한 이들은 접합 이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발사자료를 포함하지 않았다. 이 자료를 포함해 접합 이상의 수와 기온의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명확한 추세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온도가 낮아지면 접합이상이 증가한다는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면 처참한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까지 다양한 통계의 오류들을 살펴봤다. 하지만 여기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통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통계를 해석하는 과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의도적인 조작을 통해 통계의 결과를 바꾸는 경우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또 기간과 변수, 표본 설정 등을 정확히 하고 문항에 맞는 세부 요소들을 고려해 통계를 산출해야 할 것이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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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모두가 분주한 월요일 아침 출근길. 졸린 눈을 비비는 사람, 지각이라며 뛰어가는 학생들. 그 사이에 유난히 싱글벙글한 얼굴의 윤 대리가 있다. 로또 하나로 일주일을 설렘과 기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윤 대리, 어김없이 로또 가게로 향한다.

“아주머니, 자동으로 만원어치요.”
“이번 주도 로또와 함께 시작하네요. 이번엔 꼭 대박 터지세요. 호호.”
“그럼요. 꼭 돼야죠. 그런데 전 당첨돼도 로또 사러 올 거예요. 티 나지 않게. 킥킥. 그래도 아주머니껜 한 턱 낼게요.”

로또를 들고 회사에 온 윤 대리는 점심 내내 지갑에 있는 로또를 보고 또 본다. 그리고 당첨되면 뭘 할지 상상의 나래를 편다.

‘강남에 집을 살까? 당첨자가 많이 안 나와야 빌딩을 살 수 있는데…. 당첨되면 1억 정도는 물 쓰듯 쓰는 거야. 백화점에 가서 사고 싶은 것 다 사고. 이참에 차도 바꿔야지. 나도 베컴처럼 부가티~ 부가티~’

실없는 웃음을 흘리는 이때 옆에 직원이 윤 대리에게 한 줄 빛이 되는 말을 하는데….

“어제 텔레비전 봤어? 로또 예측 프로그램인가? 뭐 그런 게 있대. 그 프로그램 이용해서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나왔는데 엄청나게 많더라고. 당첨 확률이 높은가 봐. 너도 한번 해 봐. 꽤 수학적인 방법으로 예측하던 걸.

눈이 번쩍 뜨이는 윤 대리. 사무실에서 몰래 인터넷 검색을 해 보지만 부장님의 레이더에 걸려 혼이 난다.

“윤 대리. 자네, 신성한 근무시간에 웹서핑하다니 이번 인사 평가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상관없다 이건가? 허구한 날 로또, 로또 하더니 로또라도 당첨돼서 회사를 그만둘 생각인 거야? 그게 아니라면 근무시간에 한눈팔지 말고 열심히 일을 해야지.”

굽실굽실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고 자리에 돌아와 앉는 윤 대리.

‘내 로또만 당첨되면 저 대머리 부장에게 큰소리치고, 사표 탕 던지고, 이놈의 회사 그만둘 거야!’

띠 띠 띠 띠~ 여섯 시가 되자마자 칼같이 퇴근한 윤 대리는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검색창에 ‘로또 예측’이라고 쓰자 로또를 분석하는 사이트만 수십 개가 나왔다.

“세상에…. 나만 몰랐던 거야? 이거 너도 나도 이렇게 연구하는데 나만 뒤처져 있었구먼. 빨리 정보를 얻어야 남들보다 빨리 당첨되지.”

눈에 불을 켜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돌아다니던 윤 대리는 사이트 하나를 클릭해 들어갔다. 그러자 지금까지 당첨된 번호를 분석했다는 설명과 함께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와 그래프가 나온다.

“381회까지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가 37, 총 63회 당첨됐고 가장 적게 당첨된 번호가 22로 총 36회 당첨됐네. 그럼 37은 고르면 안 될 것 같아. 자주 나왔으니 이번엔 안 나오겠지. 상대적으로 22는 많이 안 나왔으니 이번엔 나올지도 몰라. 이런 사이트가 다 있었다니. 왜 아직 몰랐지. 부가티가 내 손안에 들어올 날이 머지 않았어.”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윤 대리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고, ‘이제 로또 당첨은 시간문제’라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떠들고 다녔다.

“윤 대리, 정말 이 방법으로 로또를 할 건가? 상대적으로 가장 적게 나온 번호를 뽑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부장님 말에 당황한 윤 대리.

“그럼 아니에요? 맞다! 과장님 통계학과 나왔죠?”
“그래 통계학과 나왔지. 이런 식으로는 백날 해봐야 헛수고야. 자네는 지금 큰 수의 법칙 때문에 함정에 빠졌고만.”
“큰 수의 법칙이요? 그게 배운 것 같기는 한데…. 뭐죠?”
“동전 던지기 같은 통계 실험을 무한히 반복하면 이론상 확률에 근접한다는 논리야. 예를 들어 동전 던지기를 무한히 반복하면 앞면이 나올 확률이 1/2에 가까워진다는 거야.”

“아…. 그런데 제가 어떤 함정에 빠졌다는 거죠?”

“하나의 번호가 당첨번호에 속할 이론적 확률은 6/45, 약 0.133이지.”
“그런가요?”
“381회까지 37이 총 63회 나왔으니 이 확률은 63/381. 약 0.165이지. 22는 총 36회 나왔으니까 36/381. 약 0.094이라네.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37이 나올 확률이 약 0.133이 되기 위해서는 한동안 당첨되지 않겠지. 반대로 22는 자주 당첨되고.”
“맞아요. 얼핏 생각해 봐도 그렇죠. 그런데 뭐가 문제죠?”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함정이 있지. 윤 대리는 어떤 번호가 당첨번호가 될 확률은 언제나 똑같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만 걸세.”
“네? 제가요?”
“확률은 이전의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아. 37이 당첨번호가 될 확률이나 22가 나올 확률이나 언제나 6/45이지. 따라서 37이 또 나올 수도 있고 22가 계속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

“그래요…? 그럼 부장님, 어떻게 해야 로또에 당첨되나요?”
“그걸 내가 알면 이 자리에 있겠나? 수학적으로 로또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면 수학자들은 모두 부자가 됐겠지.”
“그럼 없는 건가요? 내 부가티, 내 빌딩, 내 집…. 한낱 꿈이었던가?!”

윤 대리는 한동안 공황 상태에 빠졌다.

“윤 대리, 정신 차리게. 어차피 일주일 동안 행복해지려고 재미삼아 산 거 아니었어?”
“그건 그렇지만….”
“로또라는 게 되면 좋지만 안 돼도 그간 행복했으면 그걸로 제 값어치는 한 게 아닌가.”
“네? 그래도 부가티가 아른거려서….”

“허허. 자네만큼 월요일을 즐겁게 시작하는 사람도 드물다네. 자넨 엉뚱한 면이 있지만 참 좋은 사람이야. 로또 같은 일확천금보다는 지금처럼 즐겁게 일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나.”
“부장님 감사합니다.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다니. 전 그것도 모르고 부장님을….”
“허허허, 하지만 근무시간에 딴 짓 하는 건 금지일세. 허허허.”

글 : 조가현 수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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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의 주인공 닉 마샬은 광고기획자다. 어느 날 그는 기대했던 승진 기회를 빼앗기고, 상사가 된 그녀로부터 여성용품 광고 기획안을 짜보라는 지시를 받는다. 씩씩거리면서도 여자들의 마음을 알아내려 스타킹을 신어보는 등 애쓰다 감전돼 쓰러지는 닉. 하지만 그가 깨어나 보니 신통하게도 여성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사랑은 너무 복잡하다지만 상대방의 마음만 알아챌 수 있으면 ‘게임 끝’이다. 그러나 닉이 얻은 행운은 영화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에선 쉽지 않는 일이다. 그래도 사귈지 말지, 친구로 지낼 수 있을지 없을지 결정하려면 ‘착하고 성실한지 아니면 심술궂고 게으른지, 꼼꼼한지 덜렁거리는지, 돈은 잘 버는지’ 등 제 나름의 판단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저런 정보를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뒷조사를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겉모습으로 사람의 성품을 짐작하거나 알아내는 판별법에 대해 관심이 높다. 관상이나 손금, 혈액형 등이 그것이다.

요즘에는 손금보다도 손가락 길이, 특히 약지(네번째 손가락)와 검지(두번째 손가락) 비율 살펴보기가 한 몫 단단히 한다. 국내외에 검지와 약지 길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손가락과 발가락은 탄생 자체가 독특하다. 생명체의 모든 구조물은 세포 증식에 의해 형성되는데 손가락과 발가락은 일정부분 세포의 자살로 이뤄지는 것. 태아의 몸통에서 처음 나온 손은 주걱처럼 뭉툭하다. 여기에 다섯 개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뺀 나머지 부분의 세포가 자살해 손가락과 발가락이 만들어진다.

손과 발 세포의 자살은 발생과 분화 과정 중 불필요한 부분이 없어지는 절차다. 자살 과정에서 사라지는 부분 세포는 생체에너지 에이티피(ATP)를 적극적으로 소모하다 그만 쪼그라들어 죽고 이들 세포 조각을 주변 식세포가 잡아먹으면서 일단락된다. 손가락 모양이 다른 건 단백질 양(量)이 다르기 때문이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자라게 하는 ‘소닉 헤지호그(sonic hedgehog)’라는 단백질이 가장 많은 경우 새끼손가락이 되고 가장 적은 곳에서 엄지가 자란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뭉툭한 손에서 소닉 헤지호그의 분포 형태가 태아의 성장 단계에 따라 손가락마다 달라져 다섯 손가락이 제각각 다른 모양을 갖게 된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어쨌거나 손가락 연구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영국 센트럴 랭커셔대 심리학과의 존 T.매닝 교수(John T. Manning)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손가락은 건강과 성(性), 인류 진화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따라서 손가락으로 성격과 행동 경향은 물론 질병 가능성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가락 길이는 태아 초기(임신 6~8주)에 결정되는데 약지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검지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약지가 검지보다 길면 공격적이고 공간 지각력이 좋은 남성적 특성을 가지고, 검지가 길면 섬세하고 언어능력이 탁월한 여성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 그는 또 브라질 축구선수들과 영국 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예를 들어 약지가 긴 경우 운동 및 승부근성, 위험 감수 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음악적 재능 또한 뛰어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긴 약지’에 대한 연구보고나 설(說)은 수두룩하다. 영국 바스대 브러스넌 교수는 7세 남녀 어린이 75명의 손가락 길이와 영어·수학 점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약지가 검지보다 긴 남자아이들은 수학을 더 잘했고, 검지가 더 길거나 비슷한 여자아이들은 영어에 더 뛰어났다고 발표했다. 또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은 증권사 트레이더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지가 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배나 돈을 잘 벌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약지가 긴 남성에게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독일 마인츠대는 평균 38세 남성의 손가락 길이와 5년간 운전기록을 조사했더니 약지가 긴 남성에게 난폭운전 경향이 짙었다고 알렸다. 또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마크 브리드러브(Marc Breedlove) 교수팀에 따르면 약지가 긴 경우 동성애자일 가능성이 높고, 관절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기록도 있다.

바람둥이가 많다는 것도 통설이다. 약지가 아무리 길어도 중지보다 긴 경우는 드문데 혹시 약지가 중지보다도 길면 희대의 플레이보이 ‘카사노바 패턴’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서양에선 이처럼 약지가 긴 남성에 대한 연구가 주류를 이룬 가운데 국내 용인정신병원 이유상 박사팀은 검지가 긴 여성에 대한 분석결과를 내놨다.

검지가 긴 여성일수록 남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그것이다. 이 박사팀이 대학생 16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분석했더니 검지가 상대적으로 긴 여성일수록 남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함께 걱정해주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또한 부정적 측면도 있어 검지가 길면 젊을 때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과도 있다. 남자의 경우 검지가 길면 차분한 성격에 바람피울 확률이 낮지만 우울해하거나 불안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손가락 연구 대가인 매닝 교수조차 결과의 일반화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저 재미로 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확률과 통계는 불확실하고 예외도 많은데다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글 : 박성희 한국경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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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빌 클린턴(Bill Clinton)과 조지 부시(George Bush), 로스 페로(Ross Perot)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해 모였다. 이들은 대통령 후보라는 공통점 이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세 사람 모두 왼손잡이였다!

세계적인 업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 중에도 왼손잡이가 많다. 유명한 예술가인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 베토벤은 모두 왼손잡이다. 또 위대한 정치가이거나 사상가였던 처칠, 나폴레옹, 간디, 슈바이처, 뉴턴, 아인슈타인, 니체, 괴테도 모두 왼손잡이였다.

그래서일까. 왼손잡이들은 ‘왼손잡이는 재주가 많다’ 혹은 ‘천재 중에는 왼손잡이가 많다’며 수많은 천재들이 왼손잡이였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정말로 왼손잡이들이 재주가 뛰어나고 천재가 많을까? 영국의 데이비드 올먼은 그의 저서 ‘호모레프트, 왼손잡이가 세상을 바꾼다’에서 왼손잡이가 머리가 더 좋다는 선입견은 사실이 아니며, 대신 돈을 더 많이 번다는 통계는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왼손잡이는 ‘우뇌형 사고’에 능해서 다른 사람에게서 공감을 쉽게 이끌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갈라지는지 이유를 알면 왼손잡이가 우뇌형 사고에 능하다는 말의 뜻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손발을 움직이는 것은 뇌로부터 손발을 움직이라는 명령이 근육에 전달돼 이뤄진다. 오른손을 움직이는 신경은 뇌의 왼쪽에 있고, 왼손을 움직이는 신경은 뇌의 오른쪽에 있다. 즉 왼손이 강하다면 우측 뇌가 더 발달해 있다는 뜻이다. 우뇌는 창조적인 능력, 감성, 느낌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는 뇌의 어느 쪽이 더 발달됐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양손을 모두 잘 사용한다면 오른쪽 뇌와 왼쪽 뇌가 골고루 발달되어 있다는 얘기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를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호주 국립대 닉 처뷰인 박사는 왼손잡이에 대해 좀 더 과학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오른손잡이들이 오른손만을 사용하는 데 비해, 왼손잡이들 중에는 양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까닭에 왼손잡이는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우뇌와 좌뇌가 모두 활발하게 움직이고 오른손잡이보다 뇌 사이의 연결이 빨라 그만큼 정보전달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 게임, 운전, 스포츠 등 복잡한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분야에서 왼손잡이가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재미있게도 침팬지를 포함해 대부분의 동물도 사람처럼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에게 물을 뿌리는 것 같이 갑작스런 상황이 연출될 때 ‘왼손잡이’ 인 경우에는 왼발을, ‘오른손잡이’ 인 경우에는 먼저 오른발을 들어 반응한다. 순간적인 상황에서 내미는 쪽이 자주 쓰는 발이며 힘이 있다.

수캐의 경우 소변을 볼 때 땅에 딛는 발이 왼쪽이면 왼손잡이, 오른쪽이면 오른손잡이다. 반대편 발을 들 때 딛고 있는 발이 몸무게를 감당하기에 더 힘센 발이 된다. 원숭이는 작은 먹이를 집는 것을 보면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알 수 있다. 다리가 10개나 되는 오징어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있다고 한다. 갑오징어의 일종인 코위카과의 오징어 11마리를 수조에 넣고 움직임을 조사한 일본수산학회에 따르면, 오징어 11마리 중 절반에 가까운 5마리가 먹이인 새우를 잡을 때 각각 좌우 중 한쪽 방향으로 일정하게 돌며 새우를 낚아채 포식한다고 한다. 개체마다 움직임에 좌우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동물들은 세밀한 작업에 더 수월한 손을 사용한다.

왼손잡이의 비율은 어떨까? 전 세계적으로 왼손잡이의 비율은 10명 가운데에서 1명꼴로 나타난다. 이 비율은 지난 5000년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어 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만~400만 명의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잡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왼손잡이들이 운동이나 수학, 예술에 좀 더 재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스포츠계, 특히 야구에서 왼손잡이 선수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통산 734홈런으로 현존 최고의 홈런타자인 미국 메이저리그의 배리 본즈는 대표적인 왼손잡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도 왼손잡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 메이저 야구 경기를 통해 보면 왼손잡이의 수가 꾸준히 증가해 현재 왼손잡이 타자와 투수의 비율은 전체의 30%에 이른다.

야구선수 중에 왼손잡이가 많은 이유는 야구가 왼손잡이에게 유리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1루수의 경우 대부분의 송구가 몸의 우측으로 치우치기 때문에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는 편이 유리하다. 왼손잡이 투수는 희소성 때문에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든 장점은 물론, 공을 던지기 전 몸의 방향이 1루를 향하고 있어서 주자를 견제하기 좋다. 왼손잡이 타자는 1루까지 거리가 오른손잡이 타자보다 1~2m 더 짧고, 타구의 방향이 우측으로 치우치기 때문에 장타가 났을 때 3루타가 될 확률도 높아진다.

그러나 왼손잡이가 대접을 받는 것은 특수한 경우이다. 주류인 오른손잡이의 그늘에 묻혀 비주류인 왼손잡이는 외롭고 서럽다. 생활에서도 많은 불편함이 존재한다. 오른손잡이는 잘 모르겠지만 가위, 문손잡이의 위치 등을 보면 대부분의 생활용품이 왼손잡이에게는 불편하다. 역사적으로도 왼손잡이는 이유 없는 천대를 당해 왔다. 한 예로 인도나 태국에서는 용변을 볼 때 주로 사용하는 왼손으로 물건을 건네거나 악수를 청하면 예의에 크게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해서 따귀를 맞을 수도 있다. 철학적으로도 왼손은 부정하고 더러운 것으로 치부돼왔다.

하지만 최근의 사정은 다르다. 한때 물리력을 동원해 교정할 정도로 금기시됐던 왼손잡이들이 당당히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양손잡이 애호가들이 점점 등장하는 추세다. 양손을 두루 쓰는 것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왼손잡이, 이제 기죽을 이유 하나도 없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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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설날이다. 고향에서 반가운 얼굴을 볼 생각에 기쁘지만 꽉 막힌 고속도로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비단 명절만이 아니다. 운전하다보면 꽉 막혀 거북이걸음으로 가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정체가 풀리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도대체 저 구간이 왜 정체였지’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답은 찾을 길이 없다. 과학자들은 정체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하고 있다.

먼저 거시적인 방법부터 보자. 통계 물리학자들은 교통을 복잡계에 속하는 요소들의 흐름으로 보고 그 성질을 파악해 대책을 제시하려 시도한다. 통계 물리학이란 현대 물리학이 종래의 물리 문제 해결법, 즉 간단한 방정식 등을 이용해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를 위해 도입한 것이다. 간단히 말한다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은 경우 하나의 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해가 보이는 패턴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통계 물리학이 적용되는 ‘계’는 보통 변수가 많고 자유도가 높아 복잡계라고도 부른다. 복잡계를 분명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교통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주요 특성이 있다. ‘창발’(創發·emergence)이라고 불리는 특성이다. 예를 들어 흰개미는 한 마리는 집을 지을만한 지능이 없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흰개미 집단은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집을 짓는다. 이같이 구성요소에서는 없던 특성이나 행동이 전체구조에서 자발적으로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을 창발이라고 한다.

교통사고나 진입로의 병목현상이 없어도 정체는 발생한다. 이는 구성요소인 개개 차량의 움직임 때문이다. 한 운전자가 급정거를 하거나 무리하게 차선을 침범하면 그 결과는 전후좌우의 차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면서 정체라는 큰 변화를 일으킨다. 이런 요소들을 통계물리학으로 계산해 전체 교통의 흐름을 예측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런 기본 조건에 ‘운전자의 행동’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첨가했다. 이를테면 운전자가 차에 태운 아이를 살핀다거나 라디오의 주파수를 바꾸면 앞 차의 반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없다. 이런 운전자는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전진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운전자가 ‘딴 짓’을 하는 장소는 ‘시간 여유가 생기는’ 정체구간이라는 점. 한번 정체구간이 생기면 정체는 계속 누적된다.

운전자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운전자의 행동이 결코 작은 요소가 아니며 어쩌면 교통 정체의 본질일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로 나온 해결책은 실망스럽게도 단순하다. 불규칙한 노면 상태, 전방의 시야를 가리는 물체 같이 운전자가 한눈을 팔 만한 요소를 찾아 제거하는 것이다.

미시적인 예는 교통량이 큰 도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심의 교통량은 시간, 기능 구간의 분포, 교차로의 위치, 날씨, 행사 등 여러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전체를 아우르는 통계적 관점보다는 국지적 특성을 고려하는 개선이 필요하다.

진입 램프는 교통 체증의 해소책인 동시에 정체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울산의 삼호동과 태화동을 잇기 위해 건설되는 오산대교는 대도시 교통 혼잡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최초 계획에서 진입 램프가 빠져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비난이 있었다. 반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의 경부선 진입 램프는 해당 지역의 교통 체증을 심화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있어도 고민, 없어도 고민인 셈이다.

진입 램프 부근에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끼어들기다. 서울에서 끼어들기 민원이 가장 많은 곳은 영동대교 북단의 구리 방향 진입로와 한남대교 남단의 공항 방향 진입로. 경찰은 이곳에 끼어들기 무인 단속 시스템을 설치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영상 추적해 적극적으로 끼어들기 차량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신호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 대표적인 개선방법으로 ‘연동 신호 체계’와 ‘실시간 신호 체계’가 있다. 연동 신호는 동일선 상에 존재하는 신호등이 흐름을 끊지 않도록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실시간 신호란 교통경찰이 해당 교차로의 상황을 눈으로 보고 지시하는 것처럼 중앙통제실에서 현장을 파악해 유동적으로 신호를 바꾸는 방법이다. 후자의 경우 시스템에 과도한 부하가 걸려 교통량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지역적인 실태를 고려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보던지 교통 체증의 해결이란 결국 정보의 종합과 분석, 적용이다. ‘계’의 분석은 마치 과학자의 가설과 같아서 끊임없이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그 때마다 검증을 받아야 한다. 또한 분석 결과 채택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제약을 극복해야만 한다. 이론이 아무리 정확하다한들 제어체계가 엉망이라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북이와 경주를 해도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 만큼 차가 막힌 도로 위에서 ‘이대로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수많은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만큼 우리 아이들이 차를 몰 때에는 상황이 많이 나아질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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