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세고 강력한 가을태풍

2013년 11월 4일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이재민이 430만 명에 12,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는 집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하이옌은 필리핀 타클로반에 상륙했을 때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05m였다. 역대 태풍 기록 중 가장 강력했다고 한다. 한 여름도 아닌 늦가을에 기록적인 태풍이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태풍 하이옌이 발생했던 북위 5도의 해수온도가 당시 31℃를 넘었다. 엄청난 에너지 공급이 가능했던 것이다. 태풍 하이옌은 해수 온도가 가장 높은 저위도 해역을 통해 이동했다. 태풍의 힘을 약화시킬 저기압이나 차가운 공기나 육지를 만나지 않았다. 이런 요인들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면서 슈퍼태풍이 만들어진 것이다.

겨울로 접어들기 직전인 11월에 발생한 태풍이 큰 피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역대 태풍 기록 중에서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열대성 사이클론은 1970년 11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했다. 폭풍과 해일을 동반한 바람은 최소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세기가 태풍 하이옌 보다는 약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인프라가 약해 희생자가 더 많이 나왔다.

■ 가을 태풍이 더 무섭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을 월별로 분석을 해 보니, 1971년부터 2013년까지 가장 많은 태풍이 만들어진 달은 8월이었다. 234개의 태풍이 북태평양 상에서 만들어졌다. 두 번째로 많은 달이 9월로 214개였다. 다음이 7월로 164개, 10월이 159개다. 여름 태풍의 수가 477개인데 가을에는 470개였다. 가을 태풍의 발생수가 여름에 못지않다는 말이다. 이중 9월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던 태풍 수는 28개, 10월에 영향을 준 태풍 수는 3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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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1971년부터 2013년까지 월별 태풍 발생 횟수 (출처: 케이웨더)


가을에 올라오는 태풍이 더 무섭다는 말을 한다. 여름 태풍보다 더 독하다는 이야기다. 정말 그럴까? 기상청에서 1904년부터 2013년까지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 순위를 발표했다. 인명 피해에서 가을 태풍은 전체 10권내에 2개가 들었다. 재산 피해는 10위권 내에 4개가 포함됐다. 인명 피해는 1980년대 이전이라 약한 태풍에서도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산 피해를 보면 가을 태풍이 훨씬 더 강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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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 순위(기간 : 1904-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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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태풍으로 인한 재산 피해 순위(기간 : 1904-2013)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태풍은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2002년 9월 태풍 루사는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 100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는 131명의 인명 피해와 4조2225억 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1959년 9월에 찾아온 태풍 ‘사라’는 849명의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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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태풍 루사의 소용돌이와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위성영상 (출처: 케이웨더)



최근 10년간(2002~2011년) 우리나라는 총 138회의 자연재해를 입었다.(소방방재청 재해연보) 이 중 호우나 태풍이 77회로 전체의 55.8%를 차지했다. 호우 피해는 7~8월, 태풍피해는 9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호우나 태풍 피해액 중 상위 1~3위가 태풍 피해였다. 강력한 태풍이 우리나라의 자연재해의 주요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이 중 가을 태풍의 피해가 가장 컸다.

■ 그럼 왜 가을 태풍은 강력하게 발달하는 것일까

가을 태풍이 강력하게 발달하는 이유로 먼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을 들 수 있다. 태풍이 발생하는 해역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이동경로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그러다 보니 북상하는 태풍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또한 태풍 발생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9월에 가장 높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해수 온도도 높기 때문에 가을 태풍이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북태평양고기압의 계절적 수축도 한 몫을 한다. 여름철에는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으로 태풍이 직접 우리나라로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을철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면서 우리나라 쪽으로 통로를 만들어준다. 여기에 가을이 되면 북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내려온다. 태풍과 기온 차이가 커지다보니 한반도에는 강력한 대기 불안정이 만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여름 태풍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더 강해진다. 그러다보니 가을철 태풍의 피해가 커지는 것이다.

유엔 정부간 기후 위원회가 2013년 9월 27일 5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의 해수 온도 상승은 최근(1991-2010년) 20년간 0.19℃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변 해수 온도 상승은 무려 0.81℃나 상승했다.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은 년 3.2mm나 된다. 그 이전 보다 거의 두 배나 빨리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상승은 세계 평균치보다 4배가 높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런 변화는 태풍의 강도에 영향을 준다.

제주대 문일주 교수가 1951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최저 기압(氣壓) 변화 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태풍의 최저기압이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이 이야기는 태풍이 점점 강력해진다는 말이다. 문일주 교수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슈퍼태풍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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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태풍 최저기압 변화 추이 (문일주교수 논문)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데이터센터(CDC) 연구진은 태풍의 에너지 최강지점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1982년부터 2012년까지 태풍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태풍의 에너지 최강 지점이 10년마다 53∼62㎞씩 적도에서 극지방 방향으로 올라온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것은 지난 30년간 태풍의 세력이 강력한 지점은 적도 부근에서 약 160㎞ 멀어졌다는 뜻이다. NOAA의 제임스 코신 연구원은 "일본과 한국이 큰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점차 아열대기후구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기후가 변하면 우리나라도 가을이 아닌 겨울에도 태풍이 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강력한 슈퍼 태풍은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영향을 줄 것이다. 무엇이 슈퍼태풍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바로 기온 상승, 해수 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을 막는 길이다.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합의와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글 :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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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신문지, 비닐하우스 찢기…태풍 대처도 ‘과학’

2012년 강력한 태풍이 연이어 우리나라를 지나갔다. 태풍은 평년 기준(1981~2010년)으로 연 25.6개가 발생한다. 이 중 2~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데, 2012년 올해는 9월 중순까지 16개의 태풍이 발생했다. 발생 빈도는 평년(1~9월 18.4개)과 비슷하지만,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태풍의 수는 4개로 평년보다 많았다.

8월에 발생한 제14호 태풍 ‘덴빈(TEMBIN)’과 제 15호 태풍 볼라벤(BOLAVEN), 9월에 발생한 제 16호 태풍 산바(SANBA)가 잇따라 우리나라에 근접하게 지나가거나 상륙해 인명․재산 피해를 냈다. 특히 볼라벤은 순간 최대풍속 30~40㎧의 강한 바람을 동반한다고 알려지며 건물 유리창까지 위험 대상이 됐다. 이에 유리창마다 물에 적신 신문지를 붙이라는 예방법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기도 했다. KBS 2TV ‘위기탈출 넘버원’에서는 이를 직접 실험해 보였는데, 여기에는 어떤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는 걸까?

이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명을 이해해야 한다. 공명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태풍은 바람에 의한 진동과 소리에 의한 공명 둘 다 온다. 공명은 물체의 진동을 유발하는데, 물체의 탄력성이 낮을수록 공명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파손되기 쉽다.

유리 역시 고체지만 어느 정도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위에 신문지를 붙여주면 진동의 일부를 신문지가 흡수한다. 진동의 일부를 흡수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굳이 신문지가 아니라 탄력성 있는 재질을 붙여도 될 것이다. 하지만 신문지가 주변에서 구하기 쉽기 때문에 널리 알려진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단, 유리창에 신문지를 붙일 때는 신문지 위에 분무기를 뿌려 유리창과 빈틈없이 밀착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틈이 없어야 진동을 잘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지에 물이 마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물을 뿌려줘야 한다.

신문지 대신 테이프를 X자 모양으로 붙이는 방법도 자주 거론된다. 이 방법은 신문지처럼 진동을 흡수하는 대신 유리창의 탄력부분을 보강해 준다.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이면 유리의 탄성 강도가 상승해 바람에 좀 더 잘 버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볼라벤과 같이 최대 풍속이 큰 태풍에는 그닥 효과적이지 않다.

태풍은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여러 농작물에도 영향을 끼쳤다. 태풍이 올 때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들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농촌진흥청은 농촌지역에서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제시했다. 우선 비닐하우스는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에 약하므로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밀폐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비닐은 하우스 끈으로 단단히 묶고 환풍기를 가동해야 한다. 태풍으로 골조가 파손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비닐을 찢어야 한다. 비닐을 찢는 것은 바람이 부는 반대방향부터 찢어야 쉽다.

바람세기가 강해지면 하우스가 넘어지거나 뽑혀 날아갈 위험이 있으므로 안전에 주의하고, 하우스가 침수되지 않도록 사전에 하우스 주변 배수로를 정비해 물 빠짐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 태풍이 오기 전 붕괴 위험이 있는 축대를 사전에 보수하고 축사 주변 배수로를 정비한다. 또한 축사 내에 있는 전선은 미리 점검해 누전으로 인한 축사의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

물에 잠긴 벼는 빠른 시간 내에 물이 빠지도록 만든다. 태풍이 통과한 후에는 흰잎마름병 상습발생지나 벼가 침수된 논은 흰잎마름병을 포함한 복합 살균제를 뿌려야 한다. 그 외 포장에도 복합 살균제를 뿌려준다.

태풍으로 쓰러진 고추는 세워주고 지주대를 보강하며, 침수된 밭작물은 빠른 시간 내에 물을 빼준다. 습해를 입어 생육이 부진한 포장은 요소나 제4종 복합비료를 뿌려주며, 피해가 심한 포장에는 다른 작물을 재배한다.

초지나 사료작물 포장은 배수구를 정비해 습해를 받지 않도록 관리하고 사료는 비에 젖지 않도록 받침대 위에 보관한다. 이미 젖은 사료나 풀은 가축에게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가축분뇨 저장시설과 퇴구비장의 배수구는 빗물이 들어가거나 오폐수가 유출되지 않도록 점검한다. 축사 환풍장치를 가동해 환기하고 우리 바닥에 까는 톱밥이나 짚은 자주 교환해 습도를 낮추고 가축 사육환경을 청결하게 한다.

최근 21세기 말이 되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수가 지금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립기상연구소가 한국,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총 8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이용해 서태평양의 태풍발생 가능성과 한반도 남서 해상의 태풍 잠재강도를 전망한 결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태풍은 발생 횟수와 잠재강도가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를 저감하지 않을 경우 21세기 말에는 37%나 증가한다고 한다.

태풍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다. 하지만 태풍이 오기 전 꼼꼼한 사전준비를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더불어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노력해 태풍의 증가를 막는 노력도 필요하겠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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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더웠던 지난해 여름. K씨는 더위보다 호되다는 실연을 당했다.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날씨에도 K씨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식구들은 연애가 사람 잡는다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K씨에게 그토록 깊은 상처를 준 아가씨는, 이름부터 하늘하늘 아름다운 ‘윤나비’. 하지만 K씨 가족에게 지난여름 이후 ‘나비’는 금칙어가 되었다. 어쩌다 ‘나비~’라는 말이 나올라치면 황급히 입을 막았다. 가족은 K씨가 없을 때에 혹시라도 그 이름이 거론되는 게 두려워, 별칭을 만들어 냈다. 나비는 무슨 나비, 매섭기 짝이 없는데. 해서 붙은 윤나비의 새 이름은 ‘독수리’였다. 다행히도 K씨는 이번 가을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가족들은 “이번 애인은 독수리 같지 않아야 할 텐데’라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K씨의 사랑을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나비’와 ‘독수리’는 곤충이나 동물이 아닌, 태풍의 이름이다. 2005년 발생한 태풍 ‘나비’는 막대한 피해를 가져와 더 이상 나비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대신 ‘독수리’라는 새 이름으로 교체했다. 이렇듯 태풍에는 고유한 자신만의 이름을 붙이고 있으며, 여차하면 ‘개명’할 수도 있다.

다른 자연 현상이나 재난과는 달리 태풍은 어엿하게 자신만의 이름을 갖고 있다. 한 번 발생한 태풍은 일주일 이상 지속되어, 같은 지역에 동시에 여러 개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혼선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구분하기 쉬운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태풍 이름은 태풍의 영향을 받는 14개국이 각자 자국어로 된 이름을 태풍위원회에 10개씩 제출해 사용하고 있다. 총 140개의 이름을 28개씩 5개조로 나눠 1조부터 5조까지 순서대로 쓰고, 사용이 끝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한다. 하지만 태풍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고 나면, 그 태풍 이름은 다시 듣는 것조차 불쾌해지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태풍위원회에서는 특정 태풍에게 피해를 당한 회원국이 해당 이름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까지 16개의 태풍 이름이 퇴출되었으며, 이렇게 퇴출된 이름은 다시는 태풍 이름으로 쓰이지 못한다. 2003년 발생한 태풍 ‘수달’은 미크로네시아의 요청으로 ‘미리내’로, 2005년 발생한 태풍 ‘나비’는 일본의 요청으로 ‘독수리’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던 태풍 ‘매미’의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청해 ‘무지개’로 바뀌었다.

태풍에 최초로 이름을 붙인 사람은 호주 퀸즐랜드 지방 기상대에서 근무하던 클레멘트 래기(Clement Wragge)다. 1900년대 초, 래기는 난폭한 폭풍우가 발생하면 정치인을 비롯해 자신이 평소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여 예보를 했다. 아마도 이때 래기가 붙인 이름은 남자가 많았을 것이다.

태풍에 공식적으로 이름이 붙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였다. 2차 대전 이후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폭풍을 감시하던 미국 군인들은 태풍에 보고 싶은 부인이나 애인의 이름을 붙였다. 피해를 겪은 사람에게는 끔찍한 태풍 이름이 기상 관측을 하던 누군가에게는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람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당시 태풍 이름은 여자 이름이 대부분이었는데, 1970년대 태풍에 여자 이름만 붙이는 것이 여성 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1978년 이후로는 여자 이름과 남자 이름을 번갈아 사용하게 됐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140개의 태풍 이름들은 저마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공모를 통해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 등 10개를 태풍위원회에 제출했다. 주로 작고 순한 동물이나 식물 이름으로, 태풍이 온화하게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일본에서 제출한 이름들은 일본에서 보이는 별자리의 이름이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입힌 ‘곤파스’는 일본에서 붙인 이름으로, 센타우루스자리 남동쪽에 있는 ‘컴퍼스자리(Circinus)’를 말한다. 그 밖에 독특한 이름으로는 채찍질을 의미하는 필리핀의 ‘하구핏’, 닭의 간과 벼슬이 들어간 햄이라는 뜻으로 마카오가 낸 ‘파마’ 등이 있다. 이 중 ‘파마’는 2009년 필리핀에 큰 피해를 줘 영구 제명될 예정이다.

2010년 9월에는 우리나라를 찾는 태풍이 유난히 많다고 한다. 게다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금까지의 태풍과는 위력이 전혀 다르며, 발생 위치와 경로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슈퍼 태풍’이 등장하리라는 경고도 있다. 미국 지구물리유체역학연구소에서는 2080년경 이제껏 볼 수 없던 최대 규모의 슈퍼태풍이 발생하리라 경고하고 있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을 기준으로 약한 태풍, 중간 태풍, 강한 태풍, 매우 강한 태풍으로 나뉘는데, 9월 2일 한반도를 강타한 ‘곤파스’는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44m 이상인 매우 강한 태풍이었다. 초속 40m의 강풍은 사람은 물론 커다란 바위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세기다.

태풍은 충분한 열에너지와 수분, 공기를 소용돌이치게 하는 회전력에 의해 발생한다. 회전력은 지구 자전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수분이 충분하고 해수면 온도가 섭씨 27도 이상인 열대의 바다에서 태풍이 형성된다. 이렇게 발생한 태풍이 어디로 어떻게 지나갈지, 얼마만큼의 강도를 가질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애초에 태풍 발생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아직까지 태풍을 인공적으로 제어할 방법은 없다. 만일 차가운 심해 바닷물을 이용해 열대지방의 해수면 온도를 낮춘다면 태풍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태풍은 지구 에너지의 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억지로 막는다면 더 심각한 재앙을 부를 수 있다.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태풍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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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카트리나는 2005년 8월 뉴올리언스를 중심으로 한 걸프연안 지역을 강타해 무려 1600여명에 달하는 희생자와 400억 달러 이상의 재산피해를 냈다. 한 달 후 같은 지역을 엄습한 허리케인 리타로 인해 다시 11명이 사망하고 수십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하면서 재기의 희망마저 빼앗아 가버렸다. 흑인밀집지역이라서 정부가 늑장 대응했다는 비난과 함께 인종차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런 대형태풍은 미국의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혔다. 대형태풍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꼽혔는데 미국이 지구온난화 방지에 미적댔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자본을 등에 업고 두 번이나 집권한 부시 대통령은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호된 야단을 맞았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세계적인 노력에 등을 돌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내 산업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내용의 교토의정서에서 발을 뺐으며, 그 이후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감축노력에도 불참했다. 그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독일 환경부 장관은 “도대체 몇 번이나 카트리나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가?”라며 독설을 서슴지도 않았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허리케인은 하늘의 일이지 사람의 일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견지했다. 심지어 이산화탄소와 지구온난화의 무관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을 후원하기도 했다.

아시아 북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태풍(颱風)은 ‘큰 바람’을 의미하는 광동어(廣東語) 대풍(大風)이 그 어원이다. 주로 한자문화권이 지배하는 아시아 지역을 강타했기 때문에 어원 역시 중국에서 나왔다.

비슷한 발음으로 태풍을 의미하는 영어 타이푼(typhoon)은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나왔다는 주장이 있다. 티폰(Typhon, 또는 Typheus)은 무시무시한 괴력을 가진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무서운 거대한 거인이다.

이 거인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땅 밑 암흑세계의 신 타르타로스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머리에서 허벅지까지는 인간의 모습이고, 그 밑으로는 꽈리를 튼 거대한 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티폰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나무들이 부러지고 흙이 파헤쳐지며 모든 것들이 날아가버리거나 혹은 타 버려 생물의 그림자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였다. 거센 바람과 함께 불을 뿜는 굉장한 힘의 소유자로 심지어 제우스를 죽이려고 하다가 제우스의 번갯불에 타 죽고 말았다.

그리스신화의 티폰이 현실이 되는 것일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메가톤 급의 태풍이 밀려올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우려가 외신을 타고 전해온다. 허리케인이나 태풍의 위력이 지난 25년간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플로리다대 기상학과의 제임스 B 엘리너 교수는 메가태풍을 경고하는 과학자 중 하나다. 그는 1981년부터 2006년 동안의 인공위성 자료를 토대로 해수면 온도가 섭씨 28.22도에서28.5도로 올라갔다고 말한다.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최대 풍속도 1981년 시속 225킬로미터에서 2006년 251킬로미터로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열이 허리케인이나 태풍에 더 많은 회전을 가하고 있어서, 더 강한 태풍이나 허리케인을 만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태풍의 강도를 연결시키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취하는 학자도 있다. 사실 허리케인의 경우 2005년 카트리나 이후 심각한 위협을 주는 사례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 이후 지난 6년간 이렇다 할 피해를 안겨다 준 태풍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발생수가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수가 많아질지, 아니면 강도가 세질지는 정확히 진단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전체적인 면에서 볼 때 태풍의 에너지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메가 태풍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우선 해수면 상승으로 태풍의 발생지역이 점차 올라오고 있다. 이전의 태풍들은 주로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발달해 북상하다가 제주도 근처를 지나면서 찬 공기 때문에 점차 소멸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제주도 인근에서도 태풍이 시작될 수 있으며 북상하면서 한반도에도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일본 바닷물 온도의 상승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 허리케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허리케인을 약화시켜 카트리나와 같은 피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는 동료 발명가들과 함께 허리케인을 잡을 수 있는 묘책을 특허청에 신청했다. 특허내용은 많은 배를 동원해 깊은 바닷속 차가운 물과 해수표면의 따뜻한 물을 뒤섞어 물의 온도를 낮춘다는 것. 즉 허리케인으로부터 에너지를 빼앗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자연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오히려 자연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어쨌든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강력한 태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만은 없다. 미국 뉴올리안즈를 강타한 카트리나가 한반도에 오지 말란 법은 없다. 메가 태풍은 제발 일어나지 말아달라고 기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그 다음에 천명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다.


KISTI NDSL(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지식링크


○관련 논문 정보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치태풍에 의한 폭풍해일의 수치모의 [바로가기]
재해예측모형 구축을 위한 변수 선정 : 태풍 [바로가기]
태풍의 특성변화에 따른 경남해역 해일양상 고찰 [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해양 심층수의 취수 및 배수장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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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형근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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