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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30 동물과 인간, 모두가 행복한 과학을 위해 (1)

동물과 인간, 모두가 행복한 과학을 위해

인간과 반려동물은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어울려 살고 있을 만큼 친숙하다. 고양이와 개, 소, 닭은 물론 너구리나 고슴도치, 스컹크 등 종류도 다양하다. 동물이라는 단어 앞에 ‘짝이 되는 동무’란 뜻의 ‘반려’가 붙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동물은 과학의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같은 동물이라고 해도 위의 예시와는 의미가 좀 다르게 느껴진다. 과학에서는 일방적으로 동물의 ‘희생’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에서 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닌 실험동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실험동물이란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약이나 새로 개발된 화장품의 안전성, 질병의 발생과정을 확인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연구나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을 말한다. 야생 상태의 동물을 포획해 그대로 실험에 사용하지만, 정확한 실험을 위해 목적에 맞도록 특정 성질을 갖거나 특정 반응이 일어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동물을 생산하기도 한다. 

동물실험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부터 시작된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동물을 해부해 생식과 유전을 설명했고, 외과 의사였던 갈레노스는 원숭이와 돼지, 염소 등을 해부해 심장과 뼈, 근육, 뇌신경 등에 대한 의학적 사실을 규명했다. 16세기 베살리우스가 직접 사람 시체의 배를 가르고 몸을 탐구해 인체해부학을 발전시키기 전까지 동물 해부 연구는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재 과학에서 동물실험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도 없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동물실험에 쥐나 토끼, 원숭이, 초파리, 제브라피시 등이 주로 사용된다. 이밖에도 고양이와 개구리, 도롱뇽, 갑각류, 바퀴벌레, 진드기도 실험동물에 예외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200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실험으로 희생되고 있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하기엔 절대 적지 않은 숫자다. 더 큰 문제는 동물실험을 걸친 의약품이나 화장품이라도 인간에게 100%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실험 문제는 1950년대 후반 유럽에서 처음 발생했다. 1953년 독일에서는 진정제 효과가 있는 ‘탈리도마이드’가 개발됐다. 임산부가 이 약을 복용하면 입덧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유럽은 물론 세계 50여 개 나라에 팔렸다. 특히 이 약이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개와 고양이, 쥐, 햄스터, 닭 등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했고, 이 실험에서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부작용이 없는 기적의 약’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다는 이 ‘기적의 약’은 사상 최악의 부작용 사태를 일으켰다.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팔다리가 짧거나 발가락이 들러붙은 기형아를 출산한 것이다. 독일에서만 5천여 명, 세계 50여 개국 나라에서는 1만2천 명의 아이들이 이 약으로 인해 기형아로 태어났다. 4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기형아와 이 약의 상관관계가 밝혀졌고, 판매 금지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은 인간과 동물은 유전자 구조가 100% 같지 않기 때문에 동물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물질도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동물실험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 다른 문제는 동물의 권리 침해 문제다. 최근 뉴질랜드 과학자들이 총을 쐈을 때 피가 어디로 어떻게 튀는지 알아보기 위해 살아 있는 돼지에게 총을 여러 발 쏴 보는 실험을 한 뒤 이를 ‘법과학 저널(Journal of Forensic Sciences)’에 발표해 논란이 됐다. 또한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실험용 쥐 몸에 암 종양을 일으키는 물질을 허용치보다 많이 사용해 문제가 됐다. 앞선 두 실험에서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일종의 실험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우주 왕복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과거에는, 우주 실험동물이 임무를 완수한 뒤 그대로 우주에 버려지는 일도 있었다. 우주 실험동물은 사람이 가기 전 미리 우주에 나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지 특정 질병이 생기는지 알아보는 역할을 한다.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는 1957년 소련에서 발사한 인공위성을 통해 우주로 나간 최초의 우주 실험동물이다. 이 개는 실험 도중 온도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추정되는 스트레스와 과열로 생을 마감했다. 라이카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 채 아직도 우주 어딘가에 떠돌고 있을 것이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법을 찾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화장품 안정성 평가 부분에 대해 동물실험 대신할 피부일차자극시험이나 안점막자극시험, 피부감작성시험 등의 방법을 마련해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실험 대안 중 가장 획기적인 방법으로 ‘오가노이드’가 꼽히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나 장기세포에서 분리한 세포를 배양하거나 재조합해서 만든 미니장기를 뜻한다. 2009년 네덜란드 후브레히트 연구소의 한스 클레버스 박사가 생쥐의 직장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내장을 만드는 데 성공해 최초의 오가노이드를 선보였다. 

이후 2013년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메들린 랭커스터 박사가 사람의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뇌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이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자폐증이나 조현병, 파킨슨병 등 다양한 뇌질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와 신장, 갑상선, 간, 췌장 등도 오가노이드로 만들어져 실험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오가노이드 연구도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해선 오가노이드 배양에 관한 표준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동물실험이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안법에 대한 고민은 아직까지도 화장품 분야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1월 ‘화장품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앞으로 동물실험을 시행한 화장품이나 원료를 사용해 만든 화장품이 판매될 수 없게 된 수준에 불과하다. 동물도 사람도 행복한 세상을 위해 생명체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제품의 안정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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