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또 담배 피세요? 이제 그만 끊으시라니까요.”
이크, 철수 녀석 잔소리가 시작됐다. 난 계면쩍은 웃음을 지으며 담배 든 손을 황급히 밖으로 뻗었다.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꼭 베란다에 나와서 피고 있지만 그래도 담배에 관해 지적받으면 할 말이 없다. 샐쭉한 표정을 하고 째려보는 철수 녀석을 피하기 위해 난 말을 돌렸다.

“이 담배 연기 색이 어떻게 보이니?”
“어떻긴. 흰색이죠. 아빠, 말 돌리시지 마시고…”
“땡~! 정답은 ‘파란색’이야. 잘 보렴.”
“엑? 자세히 보니 그러네. 담배 연기 흰색 아니었어요? 아님 담배를 바꾸신 거예요?”
넘어왔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말을 이어나갔다.

“담배를 바꾸다니~. 원래 담배 연기는 파란색이야. 왜 이럴 것 같니?”
“글쎄요. 담배 안에 들어간 성분 때문 아닌가요? 몸에 안 좋은 그 뭐더라~. 니코틴에 타르에~.”
역시 우리 아들, 말꼬리를 늘려가며 비아냥대는 폼이 만만치 않다. 난 철수의 반격을 피해 90년대 히트 드라마 주인공마냥 손가락을 살짝 흔들며 재빨리 대답했다.

“니코틴이나 타르에겐 색을 변하게 할 재주가 없어. 탄소 입자와 빛의 산란의 만남이 바로 주인공이지.”
“산란은 배운 적이 있어요. 빛이 구 형태의 작은 입자에 부딪혀서 여러 방향으로 반사되는 현상이죠?”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그런 것도 가르치나) 우리 철수 똑똑한데~. 우리가 보는 빛은 파장과 주파수가 다른 여러 색으로 이루어져 있어. 무지개가 여러 색으로 보이는 이유지. 빛의 산란은 주파수에 비례해. 붉은색이나 노란색은 파장이 긴 대신 주파수가 작고 파란색이나 보라색은 파장이 짧고 주파수는 크단다.”
“그럼 파란색이 붉은색보다 더 잘 산란되겠네요?”
“그렇지. 담배 연기에 있는 탄소 입자가 빛을 통과하면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나 보라색이 산란돼. 그래서 담배 연기는 파란색을 띤단다. 연기 안의 탄소입자 크기에 따라서 짙은 청보라색이나 아주 밝은 파란색을 띠는 경우도 있어.”
담배를 한 번 빨며 철수를 보고 싱긋 웃었더니 녀석은 손사래를 쳤다. 담배 냄새 난다는 사인이다. 최대한 먼 방향으로 연기를 내뿜으며 난 말을 이었다.

“빨리 피고 끌게. 그건 그렇고, 내가 뿜은 연기는 어떠니. 흰색이지?”
“앗. 정말 그러네요.”
“왜 이런 것 같아?”
“글쎄요. 니코틴이나 타르 같은 나~쁜 성분들이 몸에 다 흡수돼서가 아닐까요.”
이 녀석, 말에 뼈가 있다.

“몸에 빼앗겨서가 아니라 무얼 하나 더 달고 나온 탓이지. 담배 연기가 지나가는 기관지나 폐에는 수분이 많아. 이 수분은 탄소 입자를 핵으로 삼아서 아주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내. 작다고는 해도 가시광선의 파장보다는 크기 때문에 모든 빛을 다 반사하지. 빛이 다 합쳐지면 하얗게 되지? 그래서 한 번 빨아들였다가 다시 뿜은 연기는 흰색이란다. 구름이 하얀 것도 같은 원리야.”
“우와. 아빠, 과학 선생님 같아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는 철수를 보며 난 다시 우쭐한 기분이 됐다. 너무 우쭐한 나머지 담배가 다 타들어간 것도 몰랐다가 손을 델 뻔 했지만. 담배를 황급히 비벼 끄고 손가락을 호호 불다보니 철수의 표정이 다시 ‘아빠 한심’으로 바뀌었다. 잔소리를 시작하려는 듯 입을 여는 녀석을 보고 난 황급히 말을 꺼냈다.

“손가락은 괜찮으니 걱정마라. (‘걱정 안 해요’ 철수가 툴툴거렸다) 어쨌든! 이런 산란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어. 대표적인 것이 하늘색!”
“아, 그건 저도 학교에서 배웠어요. 태양빛이 공기 중의 먼지나 작은 입자들 때문에 산란되죠. 이 가운데 파란색이 가장 산란되기 쉽기 때문에 우리 눈에 가장 잘 들어와요.”
“이야~ 우리 아들 만물박사! 대단해!”
박수를 치며 칭찬해주자 철수 녀석은 부끄러운지 “에이 참, 학교에서 배운 거라니까요”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녀석, 수줍음이 많은 건 날 닮았다니까.

“하지만 아침이나 저녁에는 붉게 물들잖니. 그건 왜 그럴까?”
“그것도 산란 때문! 이라고 말씀하시고 싶은 거죠? 저녁에는 산란되는 색이 바뀌는 건가요? 이유가 뭐죠?”
“낮에는 해가 머리 위에 있지만 아침과 저녁에는 지면 근처에 있어. 이때는 태양빛이 공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길기 때문에 여기저기로 산란되는 파란색보다 산란되지 않고 직진하는 붉은색이 눈에 더 잘 보인단다. 노을이 아름다운 붉은색을 띠는 이유야.”
담배 한 대를 더 꺼내서 무심코 입에 물었다. 시선을 느껴 돌아보니 철수가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붕붕 젓고 있다. 차마 불을 붙이지는 못 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도시의 밤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봐. 지금 보는 하늘은 뿌연 붉은색이지? 저건 산란 때문에 일어난 ‘광공해’ 현상이야.”
“밤에도 산란이 일어나요? 해도 없는데?”
“하늘이 아니라 땅에 있는 불빛 때문이지. 밤에도 꺼지지 않는 도시의 빛이 하늘로 향하다가 공기 중의 먼지를 만나면 산란된단다. 이렇게 산란된 빛이 모여 만든 거대한 막은 수천~수억 년을 날아온 별빛을 희미하게 만들거나 아예 막아버려. 보통 대기오염 때문에 도시에서 별을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광공해도 큰 몫을 한단다.”
어린 시절 고향집에서 본 밤하늘을 떠올리며 난 감상에 젖었다. 온갖 풀벌레 소리가 들리던 마당의 작은 평상. 시원한 수박을 먹고 드러누워 하늘을 빼곡하게 메운 별을 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 없었는데…. 난 한숨을 내쉬며 담배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것만 피고 들어가야겠다.

“아빠,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도 답례로 중요한 거 하나 알려드릴게요. 사실 이거 말하려고 나왔던 거였는데, 아빠 얘기에 정신 팔리는 바람에….”
“에끼 이 녀석아, 날 핑계대면 안 되지. 어쨌든 고맙다~.”
“들으시면 별로 안 고마우실 건데…. 담배 안 끊으실 거면 아예 들어오시지 말래요! 엄마 전언!”
뭐, 뭐라고?! 망연자실한 날 남겨두고 철수 녀석은 “전 먼저 들어갈게요~”하며 쪼르륵 가버렸다. 그래. 생각해보니 담배 때문에 아내나 철수에게 계속 걱정만 끼친 것 같다. 이게 마지막 한 대다. 이후부턴 눈 딱 감고 끊는 거야! 광공해로 덮인 밤하늘에 파란 담배연기가 피어올랐다. 내 몸으로 들어갈 마지막 파란색이다. 내일 밤하늘엔 하얗게 반짝이는 별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글: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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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몰레~ 몰레~ 몰레~”

태연, 열심히 CM송을 따라 부르며 손담비의 아몰레드 춤을 연마하고 있다. 손담비에 비해 현격하게 짧은 팔다리에도 불구하고 엇비슷하게 동작이 나오는 것이 신기할 따름. 이 때 ‘띵동~’ 벨소리가 들리고 아빠가 들어온다. 태연, 아빠 앞을 막아서고는 지금까지 연마한 춤을 열정적으로 춘다.

“아빠!! 어때요, 기쁘시죠? 손담비와 똑같은 외모와 춤이 가능한 이 딸이 정말로 자랑스러우시죠? 전 아빠가 이 사랑스러운 딸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아몰레드 폰을 생일선물로 사오셨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그러나 아빠, 신문쪼가리 같은 종이 한 장을 쓱 내밀뿐이다.

“이, 이게 뭐에요?”
“아몰레드가 갖고 싶다며. 이게 아몰레드야.”
“엥? 그게 무슨 하품하다 방귀 3연발 자동발사 하는 소리세요?”

“아빠 연구소에서 새로 개발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로 만든 전자책이라고. 아직 시판하기 전이니까 네가 쓰면서 테스트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갖고 왔단다. 이참에 전자책으로 공부도 하면 좋고.”

“아빠 너무해! 딸 탄신일에 장난을 치시다니. 아몰레드는 핸펀이거든요!”

“아니야. 아몰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는 PDP, LCD에 이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말하는 거야. 그 휴대폰은 디스플레이 이름을 딴 거고. 아몰레드는 자연색감을 거의 100% 재현할 수 있는데다 동영상 응답속도는 기존의 TFT-LCD에 비해 1천배 이상 빠르고, 전력소비량도 17%에 불과해서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고 있단다. 앞으로 게임, TV, 전자종이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장착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어요.”

“헉, 정말요? 저는 ‘아빠 몰래 전화해야지’를 줄여서 아몰레드라고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도대체 이런 첨단기술은 어떤 원리로 개발된 거에요?”

“우리 태연이가 이렇게 심층질문을 해주다니, 정말 기쁜걸? 아몰레드는 탄소(C) 덕분에 태어날 수 있었단다. 탄소는 결합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다른 원소들과 결합해 다양한 화합물을 잘 만들어내지. 이렇게 탄소를 기반으로 한 화합물질을 유기전자재료라고 하는데, 이 물질들은 이전의 무기전자재료에 비해 훨씬 가볍고 깨질 위험도 없는데다 에너지효율도 아주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 아몰레드도 유기전자재료가 활용됐기 때문에 아주 뛰어난 성능을 가질 수 있게 된거고 말야.”

“정말 대단해요. 저는 탄소가 ‘불에 탄 소’인줄 알았는데, 원소였다니!”
“헉! 너의 무식이 더 대단해!”
“그럼 아빠가 갖고 오신 이 전자책도 아몰레드 덕분에 더 좋아지는 건가요?”

“그래.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종이책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전자책을 많이 보지 않거든. 그런데 아몰레드가 종이와 비슷한 느낌을 내주고 아주 빠르게 책장을 넘기거나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

전자책은 손바닥 크기의 기계 안에 수천 권 분량의 책을 넣어놓고 도서관처럼 찾아 읽을 수 있게 해주고, 필요한 자료는 언제 어디서나 다운받아 볼 수 있게 해주는데다, 책을 읽으면서 동영상이나 음악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등 장점이 아주 크단다. 여기에 아몰레드 같은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이 더해지면 전자책이 보편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하는구나.”

“제일 먼저 교과서가 전자책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아침마다 가방 챙기고, 들고 다니는 게 너무 귀찮거든요.”

“맞아. 책가방 쌀 필요도 없고, 수업시간에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참고자료를 활용하는 것도 훨씬 쉬워지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벌써부터 전자교과서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구나. 뿐만 아니라 종이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머지않아 등장할거라고 하니까, 아침에 종이 한 장 주머니에 넣는 것만으로 학교 갈 준비가 모두 끝나는 날도 곧 등장하겠지.”

“정말요? 완전 좋다!! 그럼 전자종이를 조그맣게 접어서 아빠 몰래 놀이터에 가지고 간 다음, 실컷 만화책이나 만화영화를 보고 때때로 게임까지 하는 게 가능해진단 말이잖아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만화와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그야말로 유비쿼터스 낙원인거죠!!”

“태연아, 어쩜 노는 쪽으로는 그렇게도 머리가 잘 돌아간단 말이냐!!”

“헤헤헤… 그쪽으로라도 잘 돌아가니 그나마 다행인 것이겠죠? 헤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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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게임이나 만화책을 끼고 있던 아들 녀석이 주말인데도 방에서 끙끙거리며 책상 위에 앉아있는 모습이 건축씨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무얼 그리 열심이니?”
“환경오염에 관해서 작문해야 해요.”
그때 엄마가 거든다.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생기는 지구온난화 같은 걸 쓰면 되잖니?”

아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건축씨는 아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다. 탄소라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란다. 탄소가 얼마나 아름다운데.”
“아빠, 탄소가 아름답다니요?”

“탄소가 아름답다는 건 네가 작년에 아빠한테 한 말인데 기억을 못 하는 모양이구나? 작년 어린이날 우리 가족이 놀이동산에 놀러 갔을 때 네가 둥근 건축물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했잖니?”
“에이 아빠는, 그 건축물이랑 탄소가 무슨 상관이에요?”
아내도 궁금한 모양이다.

어째서 탄소가 아름다운지, 또 탄소와 그 건축물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제부터 들려주마. 네가 작년에 놀이동산에서 본 둥근 건축물 같은 것을 지오데직 돔(Geodesic dome)이라고 한단다. 지오데직 돔은 미국의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Richard Buckminster Fuller, 1895-1983)가 디자인했지. 그는 1940년 말 지오데직의 개념을 발전시키고, 지오데직이라는 이름을 붙인 장본인이란다.”



“아! 벅민스터 풀러라는 건축가가 처음으로 그렇게 둥근 건축물을 만들었어요?”
“그건 아니란다. 지오데직 돔처럼 둥글게 건축물을 만든 것은 1923년 독일의 카알짜이스(Carl Zeiss) 회사에서 지은 천문대가 세계최초란다. 이 회사는 독일 박물관장 뮐러(Van Muller)와 천문학자 볼트(Max Wolf), 공학기술자 바우에르스펠트(Walther Bauersfeld)등의 사람들과 협력해서 1912년에 짓기 시작했는데, 세계 1차대전 때 중단되었다가 종전 후 다시 시작하여 1923년에 완성하였지.”

“그럼 풀러라는 건축가는 그 둥근 모양이 예뻐서 그 모양을 흉내 낸 건가요?”
“풀러가 지오데직의 개념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가장 안정된 기하학형태인 단일삼각형(omnitriangulated)이 표면을 덮은 구조체라는 점이지. 즉, 다시 말해서 어떤 닫혀진 공간을 만들 때 최소의 외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란다. 그러니까 경제적이고, 안정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해. 건축에서 요구하는 3요소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셈이지.”

대화를 묵묵히 듣던 아내가 한마디 던진다.
“그래서 탄소와 돔이 무슨 상관있다는 말인지는 설명이 안 되는 걸요?”
“자,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1985년 서섹스(Sussex) 대학의 로버트 F. 컬(Robert Curl), 해럴드 W. 크로토(Harold Kroto)와 라이스(Rice)대학의 리처드 E. 스몰리(Richard Smalley)라는 학자는 풀러린(Fullerene)이라는 탄소원소의 새로운 형태를 발견했단다.”

“풀러? 풀러린?”
아들 녀석이 알겠다는 듯 되뇐다.

“그렇지! 눈치 챘구나. 탄소 동소체인 풀러린이 마치 지오데직 돔 구조를 가졌다고 해서 건축가 풀러의 이름을 따서 지었단다. 그런데 풀러린이 돔형(球形)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타원형, 튜브형, 평면형 구조가 있는데, 속이 빈 구형(돔형)을 버키 볼(buckyballs), 벅민스터풀러린(Buckminsterfullerene) 또는 탄소 원자 60개로 구성된 분자라고 하여 ‘C60’이라 부르고, 튜브형태는 카본 나노튜브(Carbon nanotubes) 또는 버키 튜브(buckytubes)라고 부르지. 또 평면형 판상구조는 그래핀(Graphene)이라 부른단다. 풀러린의 구조는 마치 6각형의 벌집처럼 연결되어 쌓여 있는 점에서는 흑연(graphite)의 구조와 유사하고, 평면형을 제외한 플러린 구조는 모두 6각형 이외에 5각형 구조를 사용하여 3차원 구조를 가진단다. 여기서 흑연, 즉 그래파이트 한 겹을 그래핀이라고 부르지.”



“조금 더 설명을 해볼까? 컴퓨터의 최고중요부품인 실리콘 CPU를 앞으로는 그래핀으로 대치한다는구나. 또한 탄소 나노 튜브는 우주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을 수송하는 엘리베이터 박스의 역할을 할 계획이란다.”

“와! 정말 탄소는 우리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네 숙제도 무조건 탄소라는 물질이 나쁘다는 쪽으로 쓰기보다는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쪽으로 쓰는 게 어떨까 한다.”
“예, 아빠 저는 이제부터 탄소를 좋아하기로 했어요.”
“그래? 네 엄마는 예전부터 탄소를 제일 좋아했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나?”
“여보, 내가 탄소를 제일 좋아한다니요?”
“하하.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다이아몬드도 사실 모양 바꾼 탄소에 불과하거든.”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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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건축, 탄소
신부들이 결혼 예물로 가장 받고 싶어하는 보석은 아마도 ‘영원’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일 것이다. 지금까지 ‘절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다이아몬드의 명칭은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 어인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되었다.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가 정팔면체 형태로 배열돼 만들어지는데, 경도가 10으로 모든 광물 중에서 가장 높다. 다이아몬드에 견줄 만한 경도를 가진 물질은 아직 없으므로 거의 영구불멸하지 않을까 싶다.

가격 또한 만만찮은 보석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석은 추정가가 약 2,000억 원이나 된다. 그 주인공은 비운의 전설로 유명한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다. 호프 다이아몬드는 45.52캐럿(9.1g)의 무게에 가로 2.56cm, 세로 2.58cm, 높이 1.2cm로 대단히 큰 블루(청색)다이아몬드다. 이 블루다이아몬드는 소장자였던 헨리 필립 호프(Henry Philip Hope)의 이름을 따서 호프 다이아몬드로 명명되었다.

호프 다이아몬드의 원석은 1600년대 중반 인도에서 처음 채굴되었는데, 당시는 112캐럿짜리의 청색 다이아몬드였다. 이것을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가 사들여 67캐럿짜리로 조각해 소유했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기에 사라졌다가 지금의 45.52캐럿짜리로 발견돼 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특유의 매혹적인 빛과 광채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호프 다이아몬드만큼 비운의 전설적 역사를 가진 보석도 없을 것이다. 이 다이아몬드를 소유한 사람들은 모두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루이 14세는 단 한 번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연두로 사망했고, 이것을 이어받은 루이 16세도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1792년 9월에는 왕실의 이 호프 다이아몬드가 강탈당했다가 어느 날 다시 좀 작아진 크기로 런던 거리에 나타났다. 그것을 1830년 영국의 은행가인 헨리 호프가 구입했다. 하지만 런던의 부호였던 그 역시 몇 년 뒤에 파산하면서 가족이 모두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다. 불행이 너무나도 줄줄이 이어지자 1958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상 해리 윈스턴이 구입하여 이것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영구 보관하게 되었다.

‘희망’이라는 뜻의 ‘호프’ 다이아몬드는 전설로 보면 ‘저주’와 더 친숙한 느낌이다. 하지만 비운의 전설은 이야기에 그칠 뿐, 실제 호프 다이아몬드 자체는 신비로움을 지닌 보석이다. 호프 다이아몬드는 어떤 보석도 가지지 못하는 자기만의 독특한 색의 빛을 낸다.

보통 다이아몬드는 주성분인 탄소 속의 불순물 차이 때문에 다른 색깔을 띤다. 다이아몬드를 무색투명한 아름다움의 대명사라고 하는데, 사실 광산에서 채굴되는 다이아몬드는 대부분 옅은 노란색이나 갈색을 띤다. 다이아몬드가 노란색을 띠는 이유는 질소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99.95%의 탄소와 0.05%의 불순물로 이루어져 있다. 순수한 탄소로 이뤄진 다이아몬드는 빛을 100% 반사해 무색으로 보인다. 다이아몬드가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다이아몬드로 들어온 빛이 모두 반사돼 그대로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0.05%의 이 미량의 불순물이 다이아몬드의 색상을 결정해 내보낸다. 즉, 탄소 대신 다른 원자가 섞여 있으면 다른 색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미량의 불순물이 특정 파장의 색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대부분(98%) 불순물 중 질소를 함유하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때 땅속에 풍부한 질소가 탄소와 자리바꿈을 하면서 결정 구조에 차이가 나타난다. 그리고 질소가 포함된 양에 따라 다이아몬드의 색이 바뀌어 노란색이나 갈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지각 아래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성장하기 때문에 이물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색투명한 천연 다이아몬드는 그만큼 희소성이 높은 셈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청색을 나타내는 블루다이아몬드, 즉 호프 다이아몬드에는 질소가 아닌 붕소가 함유되어 있다. 붕소는 땅속에 적게 분포해 다이아몬드 결정에 드물게 포함된다. 결국 불순물이 컬러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내는 비결인 셈이다. 대개 보석 속의 불순물은 특정 파장의 빛에 반응하여 색의 효과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루비는 루비에 섞여 들어간 크롬에 의해 붉은색을 띠게 된다. 사파이어는 철이나 티탄이 포함되어 황색, 녹색, 자청색 등의 여러 가지 색을 나타낸다. 에메랄드에 포함된 크롬은 루비와 달리 에메랄드를 녹색으로 빛나게 한다. 이는 루비와 에메랄드의 결정 구조 차이에 의해 크롬이 흡수하는 파장이 다른 데서 기인한다.




어둠 속에서 자외선을 비추면 원래는 아름다운 청색의 블루다이아몬드가 몇 분 동안 붉은 인광(phosphorescence)을 발한다. 이것은 다이아몬드 속의 전자가 자외선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가시광선으로서 그것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인광은 자극이 멎은 뒤에도 계속 빛을 내는 것이고, 형광은 자극이 작용하고 있는 사이에만 발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색의 호프 다이아몬드가 자외선을 쪼이면 선명한 붉은 인광을 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660nm(나노미터)의 빛이 훨씬 많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제프리 포스트 박사팀과 해군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45.52캐럿짜리 이 호프 다이아몬드에 백색광을 쪼이면 푸른빛을 내고 자외선을 쪼이면 붉은빛을 스스로 내는데, 붉은빛을 낼 경우에는 660nm 파장의 빛이 강했다고 한다. 블루다이아몬드에서 붉은 발광이 일어나는 현상은 아주 드문 일이다. 그래서 66개의 다른 블루다이아몬드에도 자외선을 쬐어 보았더니 미세하지만 저마다 다른 푸른빛이나 핑크빛을 나타냈는데, 이때는 500nm 파장의 빛이 더 강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블루다이아몬드가 내는 이런 빛의 특성은 다이아몬드를 하나하나 구별하는 데 일종의 ‘지문’처럼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인공적으로 만든 가짜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는 데에도 한몫한다. 인공적으로 만든 블루다이아몬드는 인광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컬러 다이아몬드는 비싸게 거래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에 인공적으로 색을 넣기도 한다. 천연 다이아몬드에 방사선을 쏘여 결정 구조를 조금이라도 뒤틀리게 하면 색을 띠게 된다. 이런 다이아몬드를 간혹 천연 컬러 다이아몬드로 착각하기도 한다.

숯과 다이아몬드는 그 원소가 탄소로 구성돼 원소기호(C)가 똑같다. 그 똑같은 원소가 하나는 아름다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가 되고, 다른 하나는 보잘 것 없는 검은 덩어리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는 탄소 원자의 완전히 다른 배열과 결합 방식에 있다. 같은 원소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물질을 만들어내는 과학 원리가 참 신기하면서도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삶은 다이아몬드라는 아름다움을 통째로 선물하지 않는다. 단지 가꾸는 사람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고 숯이 될 수도 있는 씨앗을 선물할 뿐이니 말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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