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수제 치약 만드는 비법!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늙으면 기억이 깜빡깜빡해서 말이다. 아, 그래. 그 때 내가 그렇게 집을 두 개 부쉈다고 했지. 지금이야 이렇게 비리비리한 노인네다만, 그 땐 한 체력 했거든. 숨결이 얼마나 강했던지 말이다, 후 하고 불면 지푸라기 집도 나무 집도 훅 하고 날아갔다는 거 아니겠니.

그런데 그놈의 돼지들이 웬 발이 그렇게 빠른지, 아주 쌩 하니 사라지더란 말이지. 도저히 따라잡질 못하겠는 거야. 내가 그놈들보다는 훨씬 날씬하고 초콜릿 복근까지 겸비했건만! 첫 번째 집을 부니 첫 번째 놈이 튀어서 두 번째 놈 집에 들어가고, 그 집도 불어버렸더니 두 놈이 한꺼번에 튀어서 세 번째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 들어가더라고. 그래, 헥헥하며 숨 가다듬고 놀란 근육 푸느라 스트레칭도 해주고, 있는 힘껏 공기 들이마신 뒤 세 번째 집도 좀 불어볼까 했는데 기껏 마신 숨이 김빠지듯이 피익 나와 버렸지. 요놈은 머리가 좀 돌아가는지 단단한 벽돌로 집을 만들었더란 거야.

어디 틈이 없을까 싶어 빙빙 돌다 보니 구석에 약간 금이 가 있더라고. 옳거니 부실공사다, 하며 그쪽을 향해 숨을 불어댔어. 한 번, 두 번, 세 번을 불었더니 집이 흔들흔들! 한 게 아니라 갑자기 뭐가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나는 거야. 늑대 간 떨어지게 이게 무슨 짓이냐! 소리라도 빽 지르려고 그쪽을 봤더니 아까 그 첫째, 둘째 놈이랑 똑같이 생긴 돼지 한 마리가 문고리를 붙잡고 씩씩대고 있지 뭐냐. 응? 알아서 문 열어주니 고마워해야 한다고? 그래, 나도 얼씨구나 문으로 줄달음쳤는데 그 놈이 손부터 먼저 내밀더니 날 막아. 나머지 한쪽 손은 코를 움켜잡고 있더구나. 얼굴은 시뻘개져서 말이다.

“네 이놈, 잡아 먹겠…!”
“아 진짜! 못 참겠네. 이거 봐요, 아저씨! 매너가 꽝이잖아요!”

침까지 뚝뚝 흘리면서 달려들었더니 하는 말 봐라? 귀, 코가 다 막혀서 멍하니 있노라니 그놈이 따발총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해.

“뭐가 자꾸 퀴퀴한 냄새가 난다 싶었더니 우리 형들이 이거 맡아본 냄새라며 벌벌 떨잖아요. 늑대다, 하고. 아니 무슨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어디서 거짓말이냐고 그랬더니 자기들 코는 개보다 정확하대요. 그래서 냄새나는 데 찾아서 헤매 돌다 보니까 저번 태풍 때 금갔던 그 벽이네? 바깥 정탐한답시고 거기 얼굴 들이댔다가 진짜 저 세상 가는 줄 알았어요. 대체 뭘 드시고 오신 거예요. 숨 막혀서 죽는 줄 알았잖아요!”
“어제부터 한 끼도 못 먹었다, 이놈아!”
“그런데! 왜! 삼십년은 쓰레기장에서 묵힌 우유 찌꺼기 같은 냄새가 나는 거냐고요!”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울분을 터뜨린 그놈은 다시 쪼르르 집으로 들어가더라고. 어이쿠 이거 놓치겠구나 싶어 재빨리 따라 들어가려 하는데 그놈이 다시 쪼르르 기어 나와.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손전등이랑 작은 거울을 든 이상한 차림새로 말이다. 그놈은 그대로 내 입을 쩍 벌리더니 거기 머리를 쑤셔 넣어. 날 잡수셔~하는 자세였다면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몸으로는 내 아래턱을 누른 채 손 하나로 윗 턱을 있는 힘껏 벌리고 있어서 깨물 수도 없고 죽을 맛이었지. 거울과 손전등으로 온 입을 쑤셔대는 힘은 또 왜 그리 센지. 한참을 깔짝대던 그놈이 머리를 쑥 빼더니 또 얼굴이 시뻘개져서 숨을 헉헉 몰아쉬어.

“아~, 아저씨 이 안 닦으셨구나~?”
“야, 이 닦는 늑대 봤어?”
“아, 아저씨는 늑대였지. 어쨌든 이는 닦고 살아야죠! 하루 세 번, 밥 먹은 뒤 바로!”
“네 말마따나 난 사람이 아니라서 상관없거든?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에게 사람 기준 강요하지 말아줄래?”
“지금 우리 보세요. 사람이 사는 것 같은 집에서 살고 있잖아요. 아저씨도 두 발로 걸으면서 잘도 말하고 있고요. 동화 속 의인화 몰라요? 사람 기준 좀 맞춰 주라고요. 아 귀찮으니까 말은 여기까지! 좀 와 봐요.”

세상에, 돼지에게 귀를 잡혀 집에 질질 끌려 들어간 늑대 이야기 들어봤니? 부끄럽지만 그게 나란다. 그런데 난 그 때 얼이 이미 빠질 대로 빠진 상태라 그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어. 굳이 변명을 하나 더 하자면 돼지 새끼들 쫓아다니느라 이틀간 굶은 것도 치명타였지. 어쨌든 날 집안으로 끌고 들어간 그 놈은 뭘 또 뒤지더니 쑥 내밀어. 무슨 솔 같은 거랑 커다란 튜브더구나.

“자요. 저기 세면대에서 빨리 이 닦고 와요. 3분간 칫솔질 하는 거 잊지 말고요!”
“나 이 안 닦는다고! 방법 모른다고!”
“으으 진짜 귀찮게 하는 아저씨네. 잠깐만 있어 봐요, 내가 닦아줄 테니까. 어서 입 벌려요, 빨리~!”

솔에다가 튜브 안에 든 허연 덩어리를 쭉 짠 그놈은 솔을 입가에 대고 쿡쿡 찌르면서 막 재촉하더라.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뭐에 홀린 것처럼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단다. 그랬더니 이놈이 내 입속으로 솔을 쑤셔 박고 이에 대고 문지르기 시작하더구나. 거품이 입 안을 가득 메우면서 맵고 톡 쏘는 맛이 온 입을 지배하는데, 아이고 죽겠더라고.

“밥을 먹잖아요? 그럼 음식찌꺼기가 이빨 사이에 끼겠죠? 거기에 이 음식찌꺼기 좀 먹겠다고 세균이 모인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빨을 계속 안 닦잖아요? 찌꺼기와 세균이 계속 쌓이겠죠? 이러면 눈에 보이는 커다란 덩어리로 커져요. 이거 이름이 플라크에요. 그 왜 텔레비전 광고에 가끔 나오잖아요. 플라크를 없앱시다 어쩌고 하면서. 잠깐, 좀 더 벌려봐요. 어금니 닦아야죠!”

그 놈은 인정사정없이 솔로 이를 문지르면서 끊임없이 조잘댔어.

“플라크까지는 괜찮아요. 얘들은 이를 잘 닦으면 사라지거든요. 그런데 아저씨처럼 그걸 몇 년이고 그대로 냅두면 말이에요, 침에 있는 석회 성분과 결합해서 아주 단단한 치석이 되거든요. 이건 돌처럼 딱딱해서 치과에 가야 없앨 수 있다고요. 치석이 생기기 시작하면 세균이 이를 공격해 충치를 만들기 쉬울 뿐 아니라 잇몸도 상할 수 있으니까 정기적으로 치과에서 스케일링 받는 거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치약 삼키지 말고 어서 뱉어요. 여기 물로 가글하고!”

시키는 대로 치약을 뱉고 물로 헹구고 나니까 입안이 좀 상쾌해진 것 같더라? 그래도 죽어도 인정하기 싫어서 불퉁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자니 그 놈이 조금 주눅 든…, 표정을 했을 것 같아? 설마 그럴 리가. 솔을 박박 씻어 헹구면서 여전히 나불대더라고. 거기에 아까 도망갔던 그놈 형제들이 뒤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있어. 이거 한 마리라도 잡아먹으면 딱 좋겠구먼, 이상하게 식욕이 사라지는 거야.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를 닦으면 식욕 감소 효과도 있다나 뭐라나.

플라크나 치석 안 만들려면 하루 세 번, 밥 먹고 난 뒤에 이를 닦는 게 좋아요. 치약에는 플라크, 치석을 없애주는 연마제랑 입안을 시원하게 소독하는 소독제가 들어있으니까 이 닦을 때 적정량의 치약을 쓰는 게 좋아요. 충치를 예방하는 불소도 들어 있곤 해요. 물론 치약보다는 제대로 된 칫솔질이 더 중요하지만요.”

정리를 마친 놈이 날 돌아보며 씩 웃어. 그러더니 손끝으로 뒤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더라. 내가 앉을까보냐 하며 노려보고 있자니, 그놈은 어깨를 으쓱하고 척척 걸어가서는 의자에 앉아. 옆에는 그놈 형제들이 나란히 앉고. 오, 한 입에 세 마리를 먹으라는 이야기구나 싶어 입을 쩍 벌리고 얼굴을 들이밀었더니 이놈이 또 웃네?

“먹히는 게 그리 기쁘냐?”
“그게 아니라 제가 한 짓이 제가 생각해도 기특해서요. 봐요, 이 닦으니까 훨씬 낫잖아요.”
“아 그래. 뭐 어쨌든 네가 시키는 대로 하고 왔으니 이제 잡아먹어도 되는 거냐?”
“아니 잠깐! 아저씨, 이가 지금 반짝반짝하잖아요? 민트향 콸콸 풍기죠? 그런데도 우리 먹고 싶어요?”
“민트향이고 자시고 난 지금 배가 고파 죽겠거든?”
“생각해 보세요. 우리 돼지잖아요. 게다가 아저씨는 늑대구요.”
“그러니까 잡아먹겠다고!”
“늑대가 돼지에 소금 치고 후추 뿌려 허브 향 솔솔 나게 구워 먹는다는 이야긴 못 들어봤으니 아저씬 분명 우릴 살아있는 그대로 냠냠 드시겠죠? 그런데 우린 돼지잖아요. 끈적끈적한 지방에 콸콸 흐르는 피가 아저씨 이빨에 쩍쩍 달라붙을 거라고요. 게다가 내장이라도 잘못 건드려 봐요. 저 오늘 아침에 인간 마을에서 나온 신선한 음식쓰레기 좀 먹은 상태거든요? 그게 또 이빨에…, 으윽. 저 같으면 그렇게 반짝반짝한 이로 이런 거 못 먹어요. 독창적 먹이 찾기, 예를 들면 상큼한 상추 무침?”
“아이돌 팬이었니?”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요. 대신 제가 좀 좋은 이야기 해드릴게요. 아까 아저씨에게 드린 건 우리가 쓰던 치약 맞는데, 그거 집에서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형들, 재료 좀 가져와볼래?”

뭘 또 주섬주섬 늘어놓나 싶어서 멍하니 보고 있자니 하얀 가루들을 섞고 민트 냄새 나는 뭔가를 떨어뜨려 또 섞고 물과 기름을 따로 섞어서 한꺼번에 반죽해 버리지 않겠냐. 응? 너희 말이 맞긴 맞다.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새 그냥 잡아먹으면 되지. 그런데 사실 그쯤 오면 이것들이 어디까지 하는가 보고 싶은 호기심도 생기잖냐. 원래 늑대가 머리도 좋고 호기심도 많은 종족이란다.

지금 제가 만든 게 치약이에요. 이렇게 포일에 문지르면 색이 싹 날아가잖아요. 탄산칼슘이랑 탄산마그네슘이 연마제 역할을 해서 그래요. 붕사는 소독제 역할을 하죠. 글리세린은 요렇게 촉촉한 크림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넣는 거구요. 민트향은 상큼한 향을 주기 위해서 넣는 건데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역겨운 냄새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참, 이 실험은 어디까지나 치약 구성물이나 원리를 배우기 위해서 하는 거니까, 실험해서 만들었다고 냅다 입에 넣지 말고 이 닦을 땐 그냥 파는 치약 쓰세요. 이걸로 이 닦았다가 무슨 일 생겨도 우린 몰라요.”
“나한테 설명하랴 독자에게 설명하랴 참 바쁘구나.”
“이런 글에 나오는 캐릭터의 운명이죠. 어쨌든, 제 볼일은 모두 끝났어요. 설명도 다 했고 아저씨 입도 상큼해졌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결말을 짓죠. 오케이?”
“내가 너흴 잡아먹어야 제대로 된 결말이 지어지지 않겠니? 그런 의미에서, 잘 먹겠습니다~.”

드디어 먹을 때가 왔다! 눈물까지 날 것 같은 기쁜 기분으로 다시 한 번 입을 쩍 벌리는데 그놈이 한숨을 쉬더니 뭐라 중얼거려. 뭐라더라? 내가 여기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화를 자초하네 어쩌네?

“자꾸 결말 결말 하시는데 이 동화 원래 결말 모르시죠?”
“알게 뭐냐. 일단 너부터 잡아먹고 읽어볼게.”
“아니 아니, 이거 미리 아셔야 해요. 꼭! 반드시! 절대로!”

그놈이 워낙 절박하게 굴길래 난 또 멈칫했지. 그러자 그놈이 또 귀를 잡고 끌더니 귓속말로 소곤대더라고. 지 말마따나 이는 열심히 잘 닦는지 민트향이 솔솔 풍기는 게, 먹으면 참 맛있겠다~ 싶은 마음만 굴뚝같더구나. 그런데 그놈 하는 말은 전혀 향기롭지 않았어. 뭐라고 했는지 아니?

“결말은 이래요. 제가 아저씨를 속여서 저기 굴뚝으로 들어오게 하거든요? 그리고 전 미리 물이 팔팔 끓는 솥을 벽난로에 걸어두죠. 자, 그럼 어떻게 될까~요?”
“굴뚝? 끓는 물? 소옽?!”
“아저씨 표정 보니까 눈치 채신 거 같네요. 하지만 이걸 어쩌나, 이미 늦었는데….”

어느새 준비했는지 포크와 나이프를 양손에 하나씩 장착한 세 놈이 슬슬 일어났지. 그 모습은 정말이지 아주 으스스했단다. 그 새 날은 어두워지고 방을 비추는 건 벽난로 불빛 뿐. 그걸 등지고 서서 씨익 웃는 돼지 세 마리의 이빨은 하얗게 빛났지. 마치 내 목을 노리는 단검처럼.

“동화 속 결말처럼 이제 아저씨는 솥으로 멋지게 다이빙~! 푹푹 삶긴 뒤에 우리의 맛있는 식사거리가 된단 말씀!”
“하지만 너희들 초식동물 아니었냐. 어떻게 늑대를…”
“모르시나 본데 돼지는 잡식동물이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누가 그놈들을 아기 돼지 삼형제랬더냐. 아기 돼지라면 자고로 좀 보들보들하고 연약하고 귀여운 맛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어느새 흉악범 삼인조로 변한 것들이 낄낄대며 다가오는데, 공기가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아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벌벌 떨 뿐이었지. 아니야, 내가 겁쟁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너희가 정말 그놈들 표정을 봤어야 해.

“잘 먹겠습니다!”

덮쳐 오는 세 개의 그림자는 어쩜 그리 크고 흉악하든지! 난 젖 먹던 힘을 쥐어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단다. 낄낄거리는 그놈의 웃음소리가 어둠 속에서 계속, 계속 쫓아오는 것 같아서 비명까지 질러대면서 말이다. 그리고 또 사흘간 먹이에 입도 못 대고 끙끙 앓다가 너희 할머니를 만난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 그 후 사십년 간 그 동네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았지. 부끄럽지만 이 할애비는 아직도 그놈들의 하얀 이빨이 어둠 속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악몽을 꾸고 벌떡 일어나곤 한단다. 너희들도 돼지 조심하거라. 이상한 소재로 집 지으면서 치약 만들고 노는 애들은 특히!

그러니까 교훈이 뭐냐고? 밥 챙겨먹고 다니려면 이빨부터 잘 닦으란 이야기다 이놈들아!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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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하다 보면 여러 번 헹궈도 뿌연 물이 계속 나올 때가 있다.
도대체 세탁이 제대로 된 건지, 깨끗하게 헹궈진 건지 찝찝한 느낌이 들면서도 딱히 어쩔 도리가 없다. ‘아무래도 기계로 세탁을 하면 손으로 빨래를 하는 것보다는 때가 깔끔히 빠지지 않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문제는 세제다. 세제 속의 제올라이트(Zeolite)라는 성분은 불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물에 완전히 녹지 않는다.

제올라이트는 물속에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을 공극 안에 포집하여 센물을 단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바로 경수연화 작용이라 한다. 제올라이트는 환경에 대해서도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수에서의 퇴적량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적고 하수처리 과정에서 방해가 되지 않으며 활성오니(活性汚泥) 처리단계에서 오니에 흡착·제거되어 수중생물에 대해서도 나쁜 영향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올라이트는 다공성의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액상성분을 함유하게 함으로써 분체가 잘 흐를 수 있도록 하고, 분말 입자끼리 엉키지 않도록 하여 세제가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을 막는다. 이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올라이트는 분말 세제에 있어서 필수적인 원료이지만 반면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제올라이트의 미세입자가 물에 녹지 않고 분산되어 있어 헹굼과정에서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아서 소비자들은 여러 번 헹구게 되는 불편을 겪고 있으며, 미처 못 헹궈진 제올라이트는 건조 후 미세한 먼지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세제제조 회사에서는 제올라이트의 함량을 점차 줄여 왔으나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세계적인 세제 회사인 독일의 헨켈에서도 의류에 잔류물로 남는 제올라이트를 줄이기 위해 2004년부터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얼마 전 세계최초로 국내 세제제조 회사에서 제올라이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여 이러한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였다. 단순히 대체 소재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조 프로세스까지 바꿔 제품화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제올라이트가 없으면 분말 세제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제조 프로세스도 바꿔야 했던 것이다.

새로운 소재는 고분자전해질로써 물에 쉽게 녹아 물속에 있는 +2가 이온인 금속이온(주로 칼슘, 마그네슘 이온)들과 먼저 이온결합을 하여 음이온 계면활성제가 +2가 금속과 이온결합 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렇게 되면 음이온 계면활성제는 금속이온과 결합하지 않게 되어 본래의 기능인 계면장력을 낮추는 역할을 충분히 하게 되고 계면장력이 낮아지면 잘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 성분이 잘 섞이게 된다. 즉, 옷에 있는 때가 잘 빠지고, 빠져나온 때는 물과 잘 섞이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고분자전해질을 이온 강도가 높은 성분으로 물에 쉽게 녹게끔 만들어 물과의 친화성을 높였다. 또한 적절한 혼합 모노머를 사용해서 이들의 비율과 분자량의 조절을 통하여 물속에 있는 이온들과 잘 결합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제올라이트보다 경수연화 효과가 2~8배까지 좋아졌고 제올라이트 양의 1/8로도 충분히 제올라이트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고분자전해질은 드럼세탁기의 열교환기에 생길 수 있는 스케일의 발생을 방지해준다. 열교환기는 온도가 높은 조건에서 빨래를 하는 드럼세탁기에 부착되어 물의 온도를 높이는 기능을 하는데, 이때의 온도 변화로 인해 열교환기 표면에 스케일이 발생되는 것이다. 이 스케일은 물에 있는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성분과 세제에 있는 성분들이 결합하여 탄산칼슘, 황산칼슘과 같은 물질을 만들고 이 물질은 물에 녹지 않고 열교환기 표면에 단단하게 부착되어 만들어진다. 이렇게 스케일이 누적되면 열교환기의 효율을 떨어뜨려 과열과 에너지 낭비의 원인이 되며 세탁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올라이트 대신 고분자전해질이 첨가된 세제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옷이 말끔히 헹궈지도록 하고 세탁기를 보호하는 효과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이제는 뿌옇게 나오는 헹굼물을 보면서 찝찝해하지 않고 안심해도 되는 것이다. 깨끗이 세탁하는 방법! 이것은 앞으로도 세제를 만드는 회사나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제이며, 더 좋은 세탁 세제가 개발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글 : 오영기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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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초의 베네치아는 요즈음의 파리나 뉴욕이 그렇듯 미술의 메카였다. 당시 베네치아에는 근대 회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티치아노, 풍부한 색채감의 화가 지오반니 벨리니, 수수께끼의 상징성으로 점철된 그림 ‘폭풍’을 그린 지오르지오네 등이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베네치아 화가들은 다른 유럽지역의 화가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색상과 재료를 사용했고, 그 결과 베네치아 화가들은 유럽의 회화를 선도하는 화가군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이 당시 베네치아 화가들의 활동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미국화학회 소식지에 실렸다. 16세기 베네치아 화가들이 사용했던 환상적인 색상에 과학적인 비밀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소식지에 따르면 당시 베네치아에는 벤데콜로리(Vendecolori)라고 불리는 물감 판매업자들이 성업하고 있었다. 벤데콜로리는 다양한 색상의 염료, 착색제, 물감 등을 직접 제작하고 판매하는 일종의 도매상이었다. 화가들은 벤데콜로리의 상점에서 물감을 구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료 화가들을 만나서 새로운 기법이나 재료에 대한 정보를 얻어갔다. 말하자면 벤데콜로리의 상점은 가게뿐만이 아니라 베네치아 화가들의 살롱 역할까지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또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는 이 같은 벤데콜로리가 없었던 것일까? 당시 대부분의 유럽 화가들은 물감을 약방에서 구해다 썼다. 벤데콜로리처럼 종합적인 화방이 있는 도시는 베네치아 외에는 없었다. 때문에 이탈리아 전역의 화가들이 벤데콜로리에서만 판매하는 다양한 물감과 재료를 구하기 위해 베네치아를 찾아왔다고 한다.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던 16세기 베네치아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과의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었다. 이러한 해상무역로를 확보하고 있었던 벤데콜로리들은 다양한 물감과 그림 재료들을 어렵지 않게 수입할 수 있었다. 즉, 무역 강국이던 베네치아의 위치가 미술의 전성기를 이끄는 일등 공신 역할을 했던 것이다.

16세기 화가들이 사용한 안료, 염료, 착색제 등의 생산과정은 화합물 추출, 유기반응, 무기반응, 유기금속 반응, 산화환원 반응 등을 포함하는 종합화학이었다. 벤데콜로리들은 이 화학 반응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화가들은 벤데콜로리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회화에 적극적으로 응용할 수 있었다.

16세기 베네치아 화가들의 화려한 화풍에는 또 다른 비밀도 있었다. 유리와 도자기 제품들은 베네치아의 전통적인 특산물인데 이는 16세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당시의 화가들이 유리 세공의 기법과 재료를 정통 회화에 응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역시 벤데콜로리의 역할이 컸다. 벤데콜로리는 유리세공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재료인 분쇄한 모래도 판매하고 있었다. 베네치아 화가들은 당시 유화에는 사용되지 않았던 유리질의 착색제를 도입해서 한층 빛나고 생생한 색채감을 내는 데 성공했다. 또 당시 화가들이 물감이 마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탄산칼슘이나 유리를 사용한 데 비해 베네치아 화가들은 물감에 분쇄한 모래를 섞어 덧칠했다.

베네치아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활약한 화가 로렌조 로토는 물감을 덧칠할 때 투명한 효과를 주기 위해 레이크 안료를 사용했다. 로토의 그림을 엑스선으로 분석해보면, 연한 백색과 주홍색을 섞어 만든 핑크색 물감층과 투명한 적색 레이크 안료층이 교대로 칠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학자들이 형광현미경으로 그의 그림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림 표면에 최소한 5개 층 이상의 투명한 적색 레이크 안료층이 덧발라져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황화비소로 만든 특이한 오렌지색상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입한 군청색 역시 베네치아 화가들이 즐겨 구사한 색상들이다.

로토가 사용한 기법은 베네치아 화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방법이다. 즉, 투명한 색상과 반투명한 색상의 유화물감을 번갈아 덧칠해서 특별한 효과를 얻는 것이다. 베네치아의 화가들은 여러 새로운 안료를 시험한 끝에 각각의 물감층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아래층의 색상을 가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색감을 내는 안료를 찾아낼 수 있었다. 벨리니는 하늘의 푸른빛에 노란빛이 나는 오렌지색을 조금씩 덧칠해서 미묘한 색감의 변화를 내기도 했다. 엑스분석법과 광학현미경 사진을 통해 화학자들은 벨리니가 사용한 주황색 물감이 안티몬과 철을 포함한 실리케이트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의 베네치아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색채감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좋은 빛깔을 나타내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가운데 과학적 노하우가 반영된 고유한 화법이 작품에 적용되었다. 그러한 노력이 마침내 예나 지금이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베네치아의 미술문화를 꽃피우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글 : 이식 박사(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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