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의 과학] 황금빛 가을철 영양과 맛의 보고, 대하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도 지나가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 속에서 가을을 느낀다. 가을은 무릇 오곡백과의 추수철이라 먹을거리가 가장 풍부한 계절이지만 이 가을에 딱 먹기 좋은 바닷가 식재료는 따로 있다. 말 그대로 몸집이 큰 새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대하(大蝦)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우는 약 90여종에 이르는데, 바다에 서식하는 새우는 보리새우, 대하, 중하, 꽃새우, 젓새우, 도화새우 등이 있다. 대하는 보리새우과에 속하는 새우로 왕새우라고도 한다. 대하는 봄바람 따라 서해의 얕은 바다로 나와 산란을 한다. 다 자란 새우는 남서풍이 불 때 좀 더 깊은 바다로 나간다. 이 시기가 살이 통통하고 맛이 제일 좋을 때로 지금이 제철이다. 

옛날부터 대하는 서해안의 명물이었다. 지금도 서해안 쪽 외포, 소래, 태안, 보령까지 대하천지고, 안면도, 남당, 무창포 등은 가을철 대하 축제까지 열어 우리들을 대하의 세계로 유혹한다. 오래 전 조선시대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에서 쓴 <자산어보>(1814)에도 대하가 등장한다. “대하는 빛깔이 희거나 붉다. 흰 것은 크기가 두 치(약 6cm), 보랏빛인 것은 크기가 5~6치(15~20cm)에 이른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붉은 수염이 몸길이의 세 배나 된다”고도 했다. 이 수염 때문에 중국에서는 긴 수염을 두고 ‘해로(海老)’ 즉 바다의 노인으로 표현했다. 또한 새우는 암수가 구별되는데 크기만 보면 암컷이 수컷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암컷은 붉은 보랏빛을 띠며, 수컷은 하얀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띤다. 

대하는 초가을, 쌀쌀해질 무렵이 특히 좋은데 이는 대하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질 좋은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많으며, 특히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서 뼈 건강과 원기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는 출장 가는 남편에게 대하를 먹이지 말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도 대하가 양기에 좋은 강장 식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하를 한 때 기피하기도 했는데, 이는 콜레스테롤 때문이다, 물론 대하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다. 대하 100g당 약 300mg으로 적은 양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100g당 420mg정도가 들어 있는 달걀보다는 오히려 적은 양이다. 그런데 최근 대하가 괜찮다고 보는 이유는 대하에 들어 있는 타우린 성분이 혈압을 안정시키고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형성을 억제해주기 때문이다. 병 주고 또한 약도 함께 준 셈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라는 점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부신 피질 호르몬, 성 호르몬과 같은 여러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물질이고 또한 담즙을 만드는 데에도 필요하다. 담즙은 지방질 물질을 소화하고 흡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호르몬 기능과 두뇌활동이 저하되고 피부도 까칠해진다. 그래서 피부가 윤기 나게 하려면 콜레스테롤을 적당히 먹어주는 게 좋다. 콜레스테롤을 제한하면 오히려 혈관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하는 살이 많고 맛이 좋은 고급 새우로 어업이나 양식을 통해 잡힌다. 경제성이 높고 보리새우에 비해 기르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많이 양식되고 있다. 그래서 대하는 자연산과 양식이 있는데 그것은 꼬리와 뿔로 구분 한다. 꼬리가 분홍색을 띠면 양식이고, 뿔이 머리보다 밖으로 길게 나오면 자연산이다. 그리고 수염을 보는데, 자연산은 수염이 자신의 몸보다 두 배 이상 길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하를 골라야 할까? 몸이 투명하고 윤기가 나는 것과 껍질이 단단한 것이 좋다. 물론 머리와 꼬리가 제대로 붙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하를 보관해두었다가 먹으려면 깨끗이 손질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고 한 달까지는 보관해서 먹어도 된다. 그리고 대하는 이쑤시개를 이용해 등의 두 번째 마디에서 긴 내장을 빼내고 옅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는다. 

대하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과거 조선시대에도 우리 조상들은 대하를 무척 즐겼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1820)에서는 “빛깔이 붉고 길이가 한 자 남짓 한 것을 대하라고 하는데 회에 좋고, 국으로도 좋고, 그대로 말려서 안주로도 한다”고 적어두었다. 또한 <증보산림경제>나 <군학회등>에서 대하는 쪄서 볕에 말려 두고 겨울에 먹는다고 했다. 조선의 유명한 미식가인 허균이 쓴 <도문대작>(1611)에는 도하(桃蝦)가 기록돼 있는데, “주로 서해에서 나며 알로 젓을 담그면 매우 좋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하의 감칠맛을 그대로 살린 소금구이가 단연 인기다. 특히 은박지를 얹은 석쇠에 소금을 깔고 구워서 먹는 소금구이는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튀김이나 구이로 먹을 때는 껍질째 먹기도 한다. 그런데 대하를 제대로 먹는 사람은 머리만 먹는다고 하니 머리를 떼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머리를 바삭하게 구우면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대하와 꽃게를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해서 끓이는 대하꽃게탕은 역시 이 계절의 별미다. 대하는 특히 부추나 아욱, 마늘과 같은 채소와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이런 채소들은 항산화물질도 풍부하고, 대하에 부족한 비타민C나 섬유소가 많아 영양적으로도 궁합이 좋다. 

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 이왕 여행을 떠날 거면 서해안 바다가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바다 풍경도 즐기고 싱싱한 대하를 소금구이로도 먹고, 다양한 채소를 듬뿍 넣어 끓인 대하꽃게탕으로도 즐기면서 여름철 손상된 마음과 원기를 회복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제철 식재료를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한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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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바다에서 피로회복제를 찾다, 주꾸미!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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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이면 봄나물과 같은 채소류 이외에도, 봄이 제철인 주꾸미도 피로회복에 매우 좋은 식재료다. 보통 쭈꾸미라고들 많이 부르지만 표준어는 주꾸미다. 한자어로는 구부린다는 뜻의 ‘준(蹲)’자를 써서 준어(蹲魚), 속명은 죽금어(竹今魚)라고 한다. 추측하건대 죽금어가 주꾸미가 된 듯하지만, 주꾸미를 한자어로 죽금어로 썼을 수도 있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낙지가 보양에 좋은 식재료로 나오지만 주꾸미도 등장한다. “크기는 4∼5치에 지나지 않고 모양은 문어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이 겨우 문어의 반 정도이다.”라고 해 주꾸미가 문어가족임을 알려주고 있다. 

주꾸미가 제대로 대접을 받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주꾸미는 보릿고개 시절에는 해안가 사람들에게 구황식품의 역할을 했고, 이후 주로 남해안이나 서해안에서 맛을 아는 사람들이 낙지대신으로 즐겨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 라고 한다. 원래는 ’봄 도다리, 가을 낙지‘ 라고 하던 것이 변했다. 그러니까 낙지의 대체품이던 주꾸미의 지위가 급상승한 것이다. 지금은 봄이면 낙지보다도 값도 더 비싸고 더 대접을 받는 건강 식재료가 됐다. 

그런데 낙지, 주꾸미, 문어, 오징어, 그리고 꼴뚜기까지 비슷한 연체동물류가 많아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이들을 가장 쉽게 구분하는 첫 번째는 다리의 개수다. 다리가 8개인 것을 팔목과, 10개인 것을 십목과로 나눈다. 주꾸미는 다리가 8개로 바로 문어과에 속한다. 즉, 다리가 8개인 문어, 낙지 및 주꾸미는 문어과고, 오징어, 꼴뚜기, 갑오징어 등은 다리가 10개로 재미있게도 오징어과로 부르지 않고 꼴뚜기과라고 한다. 주꾸미와 낙지는 같은 문어과이기는 해도 종류는 다르다. 주꾸미는 낙지에 비해 몸집이 작을 뿐 아니라 다리도 일정하게 짧아, 두개의 다리가 나머지 여섯 개의 다리보다 훨씬 긴 낙지와는 외관상으로도 확실히 구분된다. 

주꾸미는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산란기는 5∼6월이며, 바다 밑의 오목한 틈이 있는 곳에 알을 낳는다. 알은 지름이 1cm 정도로 큰 편이다. 그물로 잡거나 소라와 고둥의 빈껍데기를 이용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잡기도 한다. 고둥, 전복 등의 껍데기를 몇 개씩 줄에 묶어서 바다 밑에 가라앉혀 놓으면 밤에 활동하던 주꾸미가 이 속으로 들어간다.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꽉 들어찬 것은 특히 맛이 좋다. 산란기가 5~6월이라 3월 중순부터 5월까지 알이 꽉 차 가장 맛있다. 실제로는 몸통만한 머리 부분으로 불리는 부위에 알이 꽉 차 있어 오독오독 씹힌다. 밥알 같이 생겼다고 해서 ‘주꾸미쌀밥’이라고도 한다. 툭툭 터지는 ‘쌀밥’은 맛이 고소하고 살은 쫀득쫀득 해 씹는 맛이 그만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주꾸미는 낙지보다는 부드럽고 오징어보다 감칠맛이 난다. 

주꾸미는 맛도 좋지만 최근에는 건강식재료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주꾸미에 많은 타우린 성분 때문이다. 사람들이 타우린성분 때문에 많이 찾는 낙지나 오징어에 비해 오히려 그 양이 월등히 많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한국수산물성분표’ 에 따르면 주꾸미의 타우린은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나 된다. 실제로 주꾸미 100g당 타우린 함량은 약 1600mg에 이른다. 타우린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간에 쌓여 있는 콜레스테롤을 바로 담즙산 형태로 만들어 배설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니 음주로 인해서 특히 피로해진 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피로회복에 좋다. 늘 높은 콜레스테롤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동맥경화증이나 지방간의 위험을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타우린이 뇌신경기능을 활성화시켜서 인지기능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뇌과학연구소는 타우린이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는 베타아밀로이드를 조절하고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신경교세포를 활성화한다는 결과를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즉, 이런 실험 결과는 타우린이 노인성 치매의 60∼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타우린을 건강보조식품으로 챙겨먹기보다는 주꾸미를 즐겨 먹는 것도 좋다. 또한 주꾸미는 불포화 지방산과 DHA가 풍부해서 두뇌 발달에도 좋다, 주꾸미는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DHA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노인뿐만 아니라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주꾸미는 지방이 적고 칼로리도 높지 않아 다이어트에 좋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데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종류가 다양하고 이소루신, 루신, 라이신, 메티오닌, 페닐알라닌, 트레오닌, 트립토판, 발린 등 반드시 식품을 통해서 섭취해야만 하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먹물도 버리지 말고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한다. 먹물에는 항종양활성 성분인 일렉신과 같은 뮤코 다당류가 포함돼 있는데, 이는 암세포의 증식을 막아주는 항암효과와 함께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소화에 도움을 준다. 

그럼, 주꾸미는 어떻게 요리해 먹는 것이 좋을까? 우선 봄철 주꾸미는 알이 가득 찬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주꾸미는 머리와 몸통이 탱탱하고 다리 흡반(sucker, 吸盤)이 뚜렷할수록 신선하다. 주꾸미는 무치고, 삶고, 볶고, 구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변신이 무궁무진하다. 고추장 양념구이, 철판볶음은 매콤하고 달콤한 맛이 입에 착착 감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삼겹살과 섞어서 주꾸미삼겹살볶음으로 먹기도 한다. 삼겹살만 먹는 것 보다 이렇게 먹으면 주꾸미의 타우린성분이 삼겹살의 콜레스테롤을 낮추어주기도 하니 좋은 궁합이다. 그렇지만 살짝 굽거나 데쳐서 그대로 먹는 것이 영양적으로나 맛으로도 최고다. 이때 오래 익히면 절대로 안 된다. 딱딱해지고 신선한 맛이 없어진다. 그리고 역시 신선한 주꾸미의 담백한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샤브샤브 식 전골이나, 주꾸미 연포탕도 별미다. 

모든 것이 나른해 지는 봄철, 쫄깃쫄깃한 감칠맛의 주꾸미를 챙겨 먹으면서, 간의 피로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도 낮춰 주고, 더 나아가 치매의 원인이 되는 알츠하이머도 예방해 보는 효과를 한 번 기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주꾸미의 영양성분(1인분량/100g)  

에너지(kcal) 47
단백질(g) 9.0
지질(g) 0.8
탄수화물 당질(g) 0.3
무기질 칼슘(㎎) 14.0
인(㎎) 120.0
철분(㎎) 0.7
나트륨(㎎) 240.0
칼륨(㎎) 310.0
비타민 레티놀(㎍) 14.0
B1(㎎) 0.03
B2(㎎) 0.07
니아신(㎎) 1.1
C(㎎) 0.00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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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찜통더위 속에서 운동장을 열 바퀴나 뛰고 돌아온 태연이는 집에 오자마자 물 한 병을 다 마시고 바닥에 널브러진다. 몽몽이가 태연의 찝찌름한 얼굴을 맛깔스럽게 핥아대는데도 태연은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한다.

“에고, 여름엔 운동 강도를 평소보다 10~20% 낮춰야 해! 높은 기온 때문에 땀이 발산되기 어려워서 체온이 급상승하고, 심박수도 높아져 위험할 수 있다고! 운동을 끝낸 다음에도 그렇게 털썩 누워버리면 심장에 몰린 혈액이 근육 쪽으로 순환되지 못해 급격히 맥박이 떨어지고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도 있단다. 어서 정리운동이라도 좀 해!”

“아빠… 헥헥…. 삼복더위에 살 빼려다 장렬히 전사했다고 친구들에게 전해주세요.”

“태연아, 아무리 워터파크 비키니를 위한 초스피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해도 이건 아니지. 왜냐! 결과적으로 살이 빠지지 않거든. 흔히 운동을 하면 바로 지방이 연소돼 살이 빠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뇌의 뇌하수체에 있는 체중조절 중추가 그렇게 내버려 두질 않아요. 체중이 일정하게 유지(setting point)되도록 끊임없이 조절을 하거든. 굶어서 단시간에 살을 뺐다가도 곧바로 요요현상이 오는 것도, 체중조절 중추가 예전 체중으로 돌려놓아 버리기 때문이란다.”

“그럼 이렇게 운동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단 말씀이세요?”

“아니지!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니까 당연히 좋고, 장기적으로 보면 다이어트 측면에서도 아주 도움이 많이 돼요. 운동을 하면 근육량이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기초대사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살이 덜 찌는 체질로 바뀌게 된단다. 다시 말 해 체온유지, 심장박동, 호흡, 근육의 긴장 등 생명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하는데 남들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는 체질로 바뀔 수 있다는 말이야.”

“와, 그거 짱인데요? 얼마나 운동하면 기초대사량을 팍팍 늘릴 수 있어요?”

“그거야 근육 생성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일 년 정도 꾸준히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을 하면 확실히 기초대사량을 높일 수 있단다.

“네에? 아 진짜, 지금 농담하세요? 친구들이랑 워터파크 가기로 한 날이 딱 5일밖에 안 남았단 말이에요. 안되겠어요. 이젠 밥도 아주 쪼금, 병아리 눈물만큼만 먹을 거예요.”

“아이고, 그렇게 굶었다간 점점 더 살찌는 체질로 바뀌게 돼요. 우리 몸은 음식 섭취량이 크게 줄어들면 급격히 위기감을 느끼면서 지방 축적률을 높인단다. ‘어? 왜 밥을 조금만 주지? 큰일 났다. 최대한 지방으로 많이 축적해 두자! 그래야 버틸 수 있어!!’ 이러는 거지. 심지어는 기초대사량까지도 크게 떨어뜨려서 버린단다. 그래서 굶는 다이어트를 자주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초대사량은 낮고, 지방축적률은 높아요. 굶을수록 더 살찌는 체질로 바뀌어서 평생 살과의 전쟁을 벌여야만 하는 거지.

“그래도 아빠, 삼겹살 같은 지방 충만한 음식을 먹지 않으면 좀 낫지 않을까요?”

“아이고, 그렇지 않아요. 미국 보스턴아동병원의 카라 이벨링 박사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지방을 안 먹는 다이어트를 하면 저당(低糖) 또는 저단백질 다이어트를 할 때보다 평균 기초대사량이 220Cal나 줄어든다고 하는구나. 지방을 지나치게 적게 먹으면 기초대사량이 줄어 오히려 살찌는 체질이 된다는 거지.”

“지방만 안 먹으면 살이 빠지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살찌는 체질이 된다고요? 엄청 의외인걸요. 암튼 그래도 지방은 나쁜 거잖아요. 콜레스테롤이 있으니까.”

“콜레스테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콜레스테롤은 체내에서 세포의 안정성과 막 투과성을 유지하는 일을 하고,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 담즙산 등 스테로이드 계열 호르몬을 합성하는 원료가 되는 매우 중요한 성분이란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는 식품만 먹으면 몸속의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크게 낮아질까? 그렇지 않단다. 적게 섭취하면 간에서 많이 합성하고, 많이 섭취하면 덜 합성하는 식으로 일정수준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간이 활동을 하거든. 그래서 채식만 하는 스님들의 콜레스테롤도 일반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란다.”

“엥? 지방을 많이 먹으면 그게 몸속에 쌓여서 살이 찌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아져서 심장병 같은 거에 걸리는 게 아니었어요?”

“이미 공식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게 밝혀졌어요. 지난 2010년 농촌진흥청은 “식품으로 섭취된 콜레스테롤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단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고. 물론 지나치게 많은 지방을 섭취하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적당한 섭취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얘기야.”

“아, 정말. 그럼 어쩌라고요! 운동은 일 년씩 해야 된다 그러고, 굶었다간 살찌는 체질로 변한다고 하고, 지방을 안 먹는 것도 소용없다 그러고. 그럼 어떡하란 말이에요! 아빠 닮아 두툼하게 늘어진 이 뱃살들을 커버할 수 있는 비키니 수영복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욧!”

“방법이 없는 건 아냐. 당분 섭취를 줄이는 건 크게 도움이 되지. 당은 포만감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에 과식을 유도하는데다, 체내에서 지방으로 매우 쉽게 전환되거든. 그러니까 당이 많은 탄산음료나 흰쌀밥, 빵 같은 음식의 섭취를 확 줄이면 확실히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지. 하지만 그것보다 비키니를 안심하고 입을 수 있는 훨씬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 있단다.”

“지, 진짜요? 그게 뭔데요? 빨랑 알려달라고요!!!”

“너처럼 푸짐한 배 둘레 타이어를 가진 여자가 이상형인 남자를 찾으면 된단다.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힘들 테고, 어디 케냐나 우간다 혹은 알레스카 쪽에는 있지 않을까? 물론 거기에도 있을지 확신이 서진 않지만 말이야.”
“아빠!! 증오해버릴테야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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