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멸종 비상 바나나, 해답은 유전자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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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멸종위기에 빠졌다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과일로, 우리나라에서도 과일로 먹지만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선 주식일 만큼 중요한 식량.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 이 설명이 가리키는 과일은 무엇일까? 바로 ‘바나나’다.

바나나는 그냥 날로 먹거나 샐러드 등 디저트용 음식에 첨가해서, 혹은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으로 먹는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일이다. 그 역사와 숨은 이야기 또한 많은 과일이기도 하다.

바나나는 높이가 3m에서 크게는 10m까지 되는 나무에서 열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바나나는 나무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풀에서 열린다. 바나나 농장에서는 바나나를 수확하자마자 베어버린다. 바나나가 한번 열린 줄기에는 다시 바나나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바나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림 1]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풀에서 열린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바나나는 기원전 5,000년 전부터 말레이 반도 부근에서 재배되기 시작했을 만큼 그 역사가 길다. 이후 원주민의 교류에 의해 각지로 전파되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백 종의 바나나가 자라고 있다. 하지만 이중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용하는 바나나는 단 1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야생 바나나들인데, 이 야생 바나나는 열매 속에 크고 딱딱한 씨를 가득 품고 있어 먹기가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처음 재배할 당시만 해도 바나나 열매가 아닌 뿌리를 캐 먹기 위해 경작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씨 없는 돌연변이가 나타나면서 오늘날의 바나나가 정착된 것이다.

그렇다면 씨가 없는 바나나는 어떻게 번식을 할까? 열매를 수확한 후 밑동을 잘라내면 6개월 후 땅속줄기에서 새로운 어린줄기가 자라게 된다. 뿌리를 잘라 옮겨심기만 해도 바나나가 열리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동일한 바나나만 얻게 된다. 씨 없는 바나나의 경작으로 인간들은 바나나를 먹기 쉬워졌는지 몰라도, 바나나 입장에서는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져 그만큼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병충해가 휩쓸 경우 전멸당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캐번디시(Cavendish)’라는 한 품종인데, 처음부터 이 품종이었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까지는 ‘그로 미셸(Gros Michel)’이라는 품종이 주를 이뤘다. 이 품종은 맛과 향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워 장거리 운송이 가능하단 점 덕분에 상품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파나마병이 유행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파나마병은 푸사륨(fusarium) 속 곰팡이가 물과 흙을 통해 바나나 뿌리에 감염되는 병으로, ‘바나나 암’이라 불릴 만큼 바나나에게는 치명적인 병이다. 1903년 파나마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 병에 걸리면 잎이 갈색으로 변한 후 말라죽게 된다. 그로 미셸은 이 병에 저항성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바나나 농장들은 바나나가 집단 폐사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결국 1960년대 그로 미셸은 생산이 중단됐다.

하지만 인류는 바나나를 포기하지 못했다. 결국 1960년대 중반, 파나마병에 잘 견디는 ‘캐번디시’ 품종을 간신히 찾아냈다. 그로 미셸보다 크기가 작고 맛과 향도 떨어졌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후 그로 미셸 품종은 사라지고 캐번디시 품종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림 2] 야생 바나나는 크고 딱딱한 씨가 가득 차 식용으로 먹기 힘들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1980년대 대만에서 캐번디시 품종이 파나마병 증상으로 말라죽기 시작했다. 분명 캐번디시 품종은 파나마병에 내성이 있는 종이었지만, 변종 파나마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대만에서 재배되던 캐번디시 70%가 사멸했다. 현재까지 파나마병의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아 바나나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종 파나마병은 대만을 시작으로 중국, 인도, 호주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로써 단 한 종뿐인 식용 바나나 캐번디시 역시 멸종 위험에 노출됐다.

그렇다면 변종 파나마병에도 강한 바나나 품종을 개발하면 되지 않겠나 생각할 수 있지만, 바나나의 품종개량은 그리 쉽지 않다. 앞서 밝혔듯, 씨가 없는 바나나는 번식력이 전혀 없다. 이런 식물을 품종개량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자손을 길러내 원하는 특성을 모두 담은 후 다시 씨 없는(번식력이 없는) 식물로 만드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빠졌다는 것은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과학자들은 병충해에 강하고 맛이 좋은 바나나 품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단지 과일이 아닌 인류의 좋은 먹거리이자 식량인 바나나, 유전적으로 취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한 신품종이 하루 빨리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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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소장님! 나이스샷~!”

경쾌한 소리와 함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작고 하얀 골프공이 날아갔다. 하지만 멋지게 날아가던 골프공은 갑자기 오른쪽으로 휘며 호수에 빠졌다. 슬라이스(slice, 골프공이 오른쪽으로 휘며 날아가는 현상)가 났다. 라운딩을 즐기던 사람들은 안타까움에 탄식을 터뜨렸지만 캐번디시연구소의 3대 소장인 조셉 존 톰슨은 호기심이 생겼다. 혹시 골프공에 작용한 보이지 않는 힘이 마그누스가 주장한 그 힘일까?

톰슨은 1856년 12월 18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맨체스터 대학의 오웬스 칼리지에서 학부과정을 마친 톰슨은 1875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도전하지만 실패하고 이듬해 비로소 입학에 성공한다.

그 뒤 톰슨은 맥스웰과 레일리의 뒤를 이어 캐번디시연구소의 3대 소장으로 취임했다. 이곳에서 톰슨은 기체방전 연구를 하다가 1897년 영국 왕립연구소의 금요저녁회의에서 음극선은 원자보다 작은 (-)극을 띈 미립자라는 사실과 이 미립자의 전하량과 질량비를 발표했다.

톰슨은 음극선이 원자보다 작은 (-)극을 띈 미립자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톰슨은 1883년 ‘음극선은 전자기장에서 휘지 않는다’는 헤르츠의 실험 결과를 뒤집어야 했다. 톰슨은 음극선의 경로에 있는 기체로 인해 실험에 오차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음극선관을 거의 완벽한 진공으로 만들었다. 음극선은 진공 상태가 돼서야 비로소 전자기장을 지나며 휘었다. (-)극을 띈 이 미립자는 훗날 전자로 불리게 되는데 전자의 발견으로 인해 톰슨은 190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는다.

톰슨의 연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03년에는 최초로 원자핵 모형을 제안하고, 1912년에는 질량분석기를 만들어 아스톤(1922년 노벨 화학상 수상)과 함께 네온의 동위체를 발견했다.

그는 후학을 양성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캐번디시연구소에 실험과학의 전통을 심어 우수한 인재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었다. 톰슨이 재직한 33년 동안 캐번디시 연구소에서는 러더포드, 아스톤, 콤프톤을 비롯 7명의 노벨상수상자가 연구를 했으며 27명의 왕립학회 회원을 배출했다.

톰슨은 연구하랴, 캐번디시연구소 운영하랴, 후학 양성하랴 바빴지만 골프를 즐기는 여유만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골프를 즐기며 갖게 된 호기심을 직접 해결해 ‘골프공 동력학’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골프공 동력학’은 골프공에 슬라이스나 훅(hook, 골프공이 왼쪽으로 휘며 날아가는 현상)이 나서 좌우로 휘는 이유인 마그누스 효과에 대한 논문이다. 톰슨이 골프공을 이용해 마그누스 효과를 연구한 1910년은 마그누스 효과가 새로운 이론으로 떠오르는 시기였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양력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다.

톰슨은 골프공 좌우의 압력차에 의해 공이 휘었다고 가정하고 골프공이 회전할 때 좌우에 생기는 압력차를 측정했다. 골프공에 있는 딤플(옴폭 패인 작은 홈)도 마그누스 효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 딤플이 있는 골프공과 없는 골프공으로 바꿔가며 실험했다. 실제로 딤플이 있는 골프공이 없는 골프공보다 양력을 많이 받아 날아가는 거리가 멀다. 지금은 모든 골프공에 300~500개의 딤플이 있다.

톰슨은 마그누스 효과에 대한 실험에서 그치지 않았다. 음극선 방전연구로 전자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그의 특기를 되살려 음극선이 전자기장을 통과할 때 골프공이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서 움직이는 것처럼 움직이도록 재현했다. 적당한 세기의 전자기장을 걸어 음극선이 이를 통과할 때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고 이를 중력으로 인한 자유낙하로 가정했다. 그리고 자기장의 세기를 바꿔 골프공에 걸리는 양력을, 자기장의 방향을 바꿔 골프공에 걸리는 훅과 슬라이스를 재현했다.

톰슨은 이 음극선관의 이름을 전자 골프장(electric golf links)이라고 지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제 골프장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세계 최초의 가상 골프장이었다.

톰슨은 노벨상을 수상한지 4년이 지난 1910년 3월 영국 왕립연구소에서 ‘골프공 동력학’ 연구를 발표했고, 논문은 1910년 12월 22일자 ‘네이처’에 게재됐다. 골프를 사랑한 노벨상 수상자의 진지한 취미 정도로 보기에는 대단한 결과였다. (글 : 전동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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