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술, 박쥐에게 배운다!

‘과연 어떤 녀석을 데리고 왔을까?’ 
오늘따라 집으로 향하는 아빠는 발걸음이 급하다. 어젯밤, 무려 14일이나 교제한 남자친구를 당당히 부모님 앞에 소개하고 싶다는 태연의 폭탄선언에 서운함과 뿌듯함 등등 만감이 교차했던 아빠다. 그런데 웬걸. 집에 도착하자마자 태연의 신경질적인 고함소리가 담 밖을 넘는 게 아닌가. 

“너, 지금 내가 공부 못한다고 무시하는 거야?” 
“어허,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구나. 박쥐는 조류가 아니라니깐.” 
“날아다니는데 조류지 그럼 어류냐? 난 딴 건 몰라도 무시하는 남자랑은 절대 못살아!” 
“난 너랑 살자고 한 적 없는데?” 
“아니 그럼, 14일이나 사귄데다 손까지 잡았는데 결혼을 안 하겠다는 거야? 이 나쁜 놈! 사기꾼! 바람둥이!!” 

아빠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14일 사귀고 결혼을 하겠다는 태연의 무모함과 박쥐를 조류라고 우기는 무식함에 또 한 번 만감이 교차하는 아빠다. 

“아이고 태연아. 그건 네 남자친구 말이 맞아. 박쥐는 틀림없이 포유류란다. 깃털이 아닌 털로 덮여있고,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다고! 박쥐의 날개는 정확히 말하면 날개가 아니라 ‘비막(飛膜)’이야. 박쥐의 손가락이 점점 길어지면서 손가락 사이의 피부가 늘어나서 날개 역할을 하게 된 거라고.” 

“어머, 정말요?? 원표야 미안해.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봐. 원래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태연이로 돌아갈게. 사실 나 싸움 같은 거,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애거든. 호호호” 

아빠는 태연의 가증스러운 애교에 속이 더부룩하다. 하지만 원표 앞에서 태연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라도 박쥐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줘야겠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박쥐는 참 신비한 동물이란다. 하늘을 나는 유일한 포유류라는 점도 그렇지만 더 놀라운 건 최첨단 과학기술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동물이라는 거야. 레이더, 초음파 영상탐지기, 유체흐름감지기, 열감지기 같은 기술들 말이지.” 

“정말요? 아버님, 저는 과학에 아주 많은 흥미를 가진 사나이랍니다. 자세히 좀 말씀해주세요.” 

아빠는 자신을 아버님이라 부르며 적극적인 호감을 표하는 원표가 싫지 않은 듯, 신나게 지식자랑을 시작한다. 

“레이더장치가 뭔지는 알고 있지? 전파를 사방으로 보낸 다음, 그 전파가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것을 분석해서 어디에 있는 어떤 물체가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기계 말이야. 그런데 박쥐도 그와 같은, 아니 그보다 훨씬 뛰어난 레이더를 갖고 있단다. 박쥐는 입과 코로 초음파를 내보내. 그 다음 그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메아리를 듣고 방향을 설정해서 길을 찾기도 하고 먹이를 잡아먹기도 하는 거지. 초음파는 주파수가 높은 소리로,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음파를 말해. 사실 박쥐의 시력은 아주 나빠. 어두운 곳에만 있다 보니 눈이 굳이 좋을 필요가 없어서 퇴화된 거지. 그래서 시력 대신 초음파 같은 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해 생활한단다.” 

“와, 진짜 신기하다. 제 2의 눈이 있는 거네요?” 

“그렇지. 물체를 단순히 인식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입체적으로 1mm 차이까지 완벽히 구분해 볼 수 있어. 심지어는 물체의 재질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해. 최첨단 3차원 초음파 영상탐지기 기능을 하는 셈이지. 보통 병원에 가면 초음파 영상탐지기를 이용해서 뱃속의 아기나 심장 같은 장기의 움직임을 보잖니. 그런 능력이 박쥐에게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대단하네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한꺼번에 수백 수천마리의 박쥐들이 초음파를 낼 땐 어떤 게 자기가 낸 초음파인지 헷갈리지 않을까요?” 

“아주 스마트한 질문이구나! 수천 마리의 박쥐가 초음파를 내는 상황을 한 사람이 수천 개의 라디오 채널을 틀어놓은 것에 비유해 보자. 과연 하나의 내용이라도 정확히 들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인간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그런 일들을 박쥐는 손쉽게 해낸단다. 안타깝게도 그 놀라운 능력의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하지만 피막에 있는 털이 부드러운 비행을 도와줘서 초음파에 더 정확히 반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은 밝혀져 있단다.” 

“엥? 털이 비행을 도와줘요?” 

“신기하지? 박쥐는 급정지, 급출발, 급회전, 거꾸로 날기와 같은 고난이도의 비행도 척척 해낼 수 있단다. 새 보다 비행 솜씨가 좋을 때가 많지. 이런 놀라운 비행의 비결은 피막에 나 있는 미세한 털이라고 해. 이 털은 공기의 흐름을 엄청나게 예민하게 읽어내는 재주가 있어서 공기 흐름에 어긋나지 않게 갑자기 방향을 돌리거나 공중에서 멈추는 것까지 가능하게 해준단다.” 

“처음에 말씀하신 유체흐름감지기와 같은 기능 말이군요. 자, 그럼 이제 박쥐의 열감지기 기능을 말씀해 주실 차례입니다.” 

“원표야, 아나운서 흉내 내지 말고 좀 애답게 말해주면 안되겠니? 암튼 박쥐의 열 감지 능력은 솜씨 좋은 드라큘라가 되는데 꼭 필요하단다. 박쥐의 코에 있는 생체물질(TRPV1)은 열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지. 그런데 동물의 몸에서 정맥이나 동맥이 흐르는 곳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약간 높아. 박쥐는 그 미묘한 차이를 기가 막히게 구분해서 정맥에 송곳니를 박고 쪽쪽 피를 빨아먹는단다. 물론 모든 박쥐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사는 일부 흡혈박쥐들이 그런다는 거야.” 

아빠의 흡혈박쥐 얘기에 태연의 오버연기가 작렬한다. 무서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원표에서 매달리다시피 한 태연. 태연의 그런 태도를 도저히 봐주기 힘들어진 아빠는 쐐기를 박는 한 마디를 던진다. 

“태연아, 오늘도 부엌에 있는 바퀴벌레 잡아 줄꺼지? 원표야, 너 그거 아니? 태연이가 손바닥으로 바퀴벌레를 찍~ 눌러서 잡는 데는 아주 선수란다. 국가대표 급이야. 태연아 이참에 한 번 보여줄래?” 

“아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찜통 같은 더위. 귓가를 앵앵거리며 귀찮게 하다가 어느새 새빨간 흔적을 남기고 궁극의 가려움까지 선물하고 떠나는 불청객은? 그렇다. 그 주인공은 여름밤을 한결 더 불쾌하게 만드는 모기다. 인간은 매년 모기와 반복되는 전쟁을 펼치지만 번번이 패배하고 만다. 모기를 퇴치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오랫동안 사용했던 모기향과 스프레이는 식상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몇 년 전부터는 모기를 잡아 준다는 이색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방법부터 각종 생물 무기까지! 모기들을 정복할 필승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몇 년 전에 등장해 가정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파리채 모양의 ‘전기 모기채’가 있다. 이는 ‘휘두르는 동작’ 하나로 모기를 퇴치할 수 있어 모기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채를 이루고 있는 전류그물망에 전기가 흐르고 있으므로 모기가 채에 닿으면 전기충격을 받고 죽는다.

또 음식점이나 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푸른빛이 감도는 등도 있다. 모기를 유인하는 등이라는 의미에서 ‘유문등’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장치는 대부분의 야행성 곤충이 좋아하는 350nm~370nm 파장의 푸른빛을 내보낸다. 빛으로 모기를 유인한 뒤 그물에 넣거나, 전기로 태우는 식이다. 일종의 모기 지뢰라고도 할 수 있다.

모기를 대량 살상하는 레이저 총도 개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연구원들이 주축이 된 인텔렉추얼 벤처스라는 회사는 2010년 초, 모기의 날개소리를 인식해 레이저로 모기를 태워 죽이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름 하여 ‘스타워즈’ 총이다. 이 장치는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를 없애기 위해 개발됐다. 아직 실제로 사용된 사례는 없지만, 실전에 배치되면 건물 주위를 모기로부터 보호하는 보호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기하기는 하지만 효과가 없는 무기도 있다. 최근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모기가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준다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원리는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 사람의 피를 빠는 암컷 모기가 싫어하는 수컷 모기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모기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암컷 모기는 보통 일생에 한 번 수컷과 교배를 하고 알을 낳는데, 알을 낳기 전에는 수컷과 교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컷이 접근하면 날개 소리로 미리 알아채고 피한다. 하지만 이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초음파를 발생시켜 모기의 접근을 막는 각종 장치와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암컷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땀 냄새와 이산화탄소가 수컷의 날개 소리보다 암컷 모기를 더 유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초음파가 모기 퇴치에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강남구청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모기를 없애는 장치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순식 강남구청 방역팀장이 개발한 이 장치는 수컷 모기의 날갯짓 소리인 약 1만 2,000㎐보다 높은 4만 2,000㎐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를 제거한다. 물을 1초당 4만 2,000번 진동시킬 때 발생하는 거품이 장구벌레의 몸에 닿아 마치 폭탄처럼 터지면서 장구벌레를 죽이는 것. 정화조나 집수정에 이 장치를 설치했을 때 95% 이상의 장구벌레를 죽이는 놀라운 퇴치 능력을 보여줬다.

초음파 진동장치 못지않은 생물 무기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서초구청에서는 장구벌레의 천적인 미꾸라지를 집수정에 방사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모기는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들어오기도 하지만 집수정과 연결된 화장실이나 베란다의 배수구를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집수정에 미꾸라지를 풀어놓는 것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집수정에 미꾸라지를 풀어놓은 결과, 미꾸라지 한 마리가 약 1㎡ 넓이의 공간에서 하루에 1,000마리 정도의 모기를 먹어 치워 모기 때문에 들어오는 민원이 줄었다고 한다.

모기의 천적은 미꾸라지만이 아니다. 강가나 하천 주위에 사는 잠자리 애벌레나 물땡땡이, 깨알물방개 같은 곤충 역시 장구벌레를 잡아먹는다. 모기의 가장 강력한 천적은 박쥐라고 할 수 있는데, 박쥐는 하룻밤에 최대 3,000마리의 모기를 먹어치우기도 한다. 박쥐가 친환경 모기 해결사로 알려지면서 이탈리아에서는 모기를 잡기 위해 박쥐가 살 수 있는 나무집 설치도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레이저 총에서부터 미꾸라지나 박쥐 같은 생물 무기까지 다양한 모기 퇴치 방법들을 알아봤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몸을 잘 챙기는 것이다. 을지대학교 양영철 교수는 모기가 좋아하는 땀 냄새가 나지 않도록 자기 전에는 꼭 샤워할 것을 권한다. 특히 피에 영양소인 지방이 많이 녹아있는 고지혈, 고혈압 환자들은 모기에 물릴 확률이 더 높다. 통계적으로 고지혈, 고혈압 환자가 많은 O형 혈액형인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기술의 발달과 모기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면서 모기를 잡는 기술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모기를 잡는 천적들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올여름에는 모기를 잡는 다양한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모기의 천적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도 조금은 관심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글 : 최영준 과학칼럼니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1 
BLOG main image
생활에 밎줄 긋는 과학이야기♡ -KISTI의 과학향기-
by 과학향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78)
과학향기 기사 (892)
과학향기 이벤트 (1)
과학향기 독자참여 (1)
이런주제 어때요? (1)

달력

«   2017/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
Clicky Web Analytic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