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탁기 회사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탁기 살리기 대책회의’를 열기 위해서였다.

“스스로 세탁하는 옷이 등장하며 세탁기 판매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10년 전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코웃음을 쳤는데 지금은 친환경 제품으로 각광받으며 우릴 몰아내고 있어요. 반면 세탁기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아니 왜 우리가 만든 세탁기가 환경오염의 주범이지요?”

“물 때문이죠. 세계적으로 물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데 세탁기는 한번 빨래할 때마다 물을 150~200리터씩 소비하다보니 역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스스로 세탁하는 옷은 물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죠?”

“그래서 우리의 적인 그 옷의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는 법이니까요.”

스스로 세탁하는 옷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기술은 물을 밀어내는 성질(초소수성)을 가진 물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애경정밀화학과 미국 바텔기념연구소가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는 스스로 세탁하는 옷을 보자. 이 옷은 스스로 정화하는 나노물질을 이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물에 젖지 않는 연(蓮)잎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연잎은 비가 떨어지면 빗방울이 동그랗게 뭉쳐 잎이 기울어질 때마다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이런 현상은 연잎의 표면에 물을 밀어내는 작은 돌기들이 코팅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연잎의 원리를 모방한 초소수성 코팅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옷, 유리, 플라스틱에 이 제품을 코팅하면 물을 조금만 뿌려도 표면이 깨끗해진다. 즉 더러워진 옷에 물을 적당히 뿌려주기만 하면 ‘빨래 끝’인 셈이다.

연잎에 맺힌 물방울은 먼지 등을 씻어내는 역할만 할 뿐, 연잎을 적시지 않는다. 연잎이 가진 소수성 때문이다.

이스라엘 연구팀은 비둘기 날개를 모방해 초소수성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비둘기 날개는 아무리 많은 비를 맞아도 젖지 않는 완벽한 비옷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기능성 스포츠 의류나 방수텐트는 물론 선박이나 방수빌딩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를 살펴보던 한 세탁기 회사 사장이 소리친다. “대단하군요. 이런 옷이 세상에 나와 있다니. 정말로 큰일이 아닙니까?”

“그것만이 아닙니다. 이 스스로 세탁하는 옷은 점점 진화하고 있어요. 이제는 우리가 깨끗이 빨아서 없애려고 하는 세균을 이용해 옷을 깨끗하게 만드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사실 섬유과학자들은 섬유에 사는 세균을 죽이기 위해 은가루나 염소를 섞는 등 많은 애를 섰다. 세균은 오염물질을 분해하며 악취를 발생시키기 때문.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섬유회사는 세균을 박멸하기는커녕 오히려 옷감에 주입해 스스로 세탁하는 섬유를 만들고 있다. 이 세균은 사람 몸에서 배출된 땀이나 오염물질을 먹지만 악취가 나는 배설물을 만들지 않는다. 즉 입기만 해도 세탁 효과가 나는 셈이다.

문제는 철이 지난 옷을 옷장에 오래 넣어 둔 사이 세균이 굶어죽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섬유를 개발한 회사는 “가끔씩 옷을 입고 땀을 내 세균을 먹여 살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마저도 귀찮은 사람을 위해 박테리아에게 영양소를 공급하는 스프레이도 개발할 계획이다.

세균을 응용한 첨단 섬유의 기능은 무궁무진하다. 방수물질을 분비하는 세균은 방수섬유에, 소독제나 방부제를 분비하는 세균은 항균성 의료 붕대에, 땀을 먹고 향을 내는 세균은 향수섬유에 응용될 수 있다.

세탁이 필요 없는 옷을 넘어 공기를 정화시키는 옷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코넬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올리비아 옹 씨는 섬유과학을 전공한 학생과 함께 ‘개인용 공기정화 시스템’ 옷을 개발했다. 이 옷에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없애는 나노물질이 붙어있어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입기에 안성맞춤이다.

“아니, 대체 이런 옷이 나올 동안 세탁기 업계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글쎄요. 귀사에선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우리 회사에서는 세탁이 필요 없는 옷을 ‘손쉽게’ 세탁하는 세탁기를 만들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 세탁이 필요 없는 옷을 세탁하다니?”

“옷장처럼 생긴 이 세탁기는 여러 벌의 옷을 걸고 세탁 버튼을 누르면 아주 적은 양의 물이나 세균이 먹을 수 있는 물질을 스프레이로 분사해 줍니다. 땀에 흠뻑 젖은 운동복이나 포도주스로 얼룩진 흰 원피스를 걸어두기만 해도 1분이면 깨끗해지죠. 벌써 특허 등록도 마쳤고… 혹시 저희와 함께 생산하실 분 안 계신가요? 적은 특허료에 모시겠습니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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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청정한 것을 비유할 때 연꽃을 든다. 진흙층이 쌓인 연못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결코 그 더러움에 더럽혀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연꽃잎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잎에 떨어진 빗방울이나 아침 이슬은 잎을 적시지 못하고 동그랗게 뭉쳐서 주르륵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표면에 있던 오염물이 물방울과 함께 씻겨나가기 때문에 연잎은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육안으로 보면 연꽃잎은 다른 잎들보다 훨씬 매끄럽게 보인다. 단순히 표면이 매끈매끈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미경으로 나노 크기를 볼 수 있을 만큼 확대해서 들여다보면 육안으로 보이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연꽃잎 표면은 3~10㎛ 크기의 수많은 혹(bump, 융기)들로 덮여 있고, 이 혹들은 나노크기의 발수성(water-repellent) 코팅제로 코팅되어 있다.

이러한 울퉁불퉁한 독특한 구조 덕택에 연잎 위에 떨어진 물방울은 잎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내리게 된다. 즉 연꽃잎 위의 물방울은 돌기 위에 떠 있기 때문에 표면에 접촉하는 면적이 크게 줄어들어 표면장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연꽃잎과 물방울의 접촉 면적은 덮고 있는 표면의 2-3%밖에 되지 않는다. 물방울이 공기 위에 떠있는 모양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이다 보니 물방울이 모이고 합쳐져서 무거워질 때 땅으로 미끄러져 떨어지게 된다. 이때 잎에 앉은 먼지들도 물에 씻겨서 덩달아 떨어지면서 스스로 깨끗하게 씻어내는 것이다.

이런 특징을 학술적으로 ‘연꽃잎 효과(lotus effect)’라 한다. 이를 처음으로 명쾌하게 설명한 사람은 독일의 본대학교의 식물학자 빌헬름 바르트로트(Wilhelm Barthlott) 교수였다. 그는 현미경을 통해 연꽃잎을 관찰하고 나노규모에서는 거친 표면이 매끄러운 표면보다 더 강한 초소수성(疏水性 : 물과 친하지 않는 성질)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울퉁불퉁한 표면 덕택에 연꽃잎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면 방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표면이 조금이라도 기울어져 있으면 미끄러져 내린다는 것이다. 덕분에 아무리 심한 소나기가 내리는 동안에도 연꽃잎이 늘 마른 상태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먼지들은 물방울에 쓸려 내려가도록 해 연의 잎은 자정작용을 하게 된다.

반면 연꽃잎은 물방울의 상태에 따라 친수성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밀리미터 크기의 물방울에 대해서는 방수 역할을 하는 연꽃잎이지만, 응축된 수증기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성질을 보인다. 예를 들어 연잎을 수증기가 나오는 위치에 두면, 수 분 후 물은 연잎 상에서 작은 물방울들이 모인다. 아주 가는 입자가 합쳐져서 물방울로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증기의 작은 물방울이 연잎에 존재하는 나노크기 실타래 같은 것 사이에 갇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런 연꽃잎의 자정 능력은 어디에 사용될 수 있을까? 독일 본대학교 연구팀은 이런 원리를 이용한 꿀 숟가락을 개발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표면이 매끈매끈한 숟가락이라도 꿀이 넓게 퍼져서 잘 떨어지지 않지만, 연꽃잎 효과를 응용하면 달라진다. 연구팀은 꿀 숟가락은 표면에 수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특수 실리콘 돌기를 붙였다. 이 돌기 덕택에 꿀은 숟가락에서는 이 표면에 묻은 꿀은 퍼지지 않고 구슬 모양으로 뭉치게 된다.

비만 내리면 저절로 깨끗해지는 유리창, 물만 한번 내리면 깔끔해지는 변기, 비 한번 맞으면 청소가 자동으로 되는 자동차 등의 개발이 가능하다. 실제로 청소를 하지 않아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유리창, 하얀 면바지에 콜라를 흘려도 손으로 툭툭 털어 내면 깨끗한 원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면 섬유, 가죽·나무·섬유 등에 뿌리면 물과 오염을 방지해주는 스프레이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한 화학 및 바이오센서 등의 마이크로 소자와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의 표면 코팅에서도 연꽃잎 효과를 이용한 코팅 기술이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초친수(超親水)’ 현상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표면에 물방울이 묻으면 얇게 펼쳐지는 초친수 현상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연구됐다. 도쿄대 연구팀이 이산화티타늄을 이용해, 초친수성을 구현해 낸 것이다. 이후 미국 벨연구소 톰 크루펜킨 박사팀은 초발수성을 띠게 만든 실리콘 기판에 전기를 걸면 표면이 초친수성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우리나라에서도 포스텍 화학공학과 조길원 교수팀은 2006년 물질 표면 일부만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초친수 성질과 연꽃잎 효과를 함께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활용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잉크젯 프린터다. 잉크를 뿌려주는 노즐에 초소수성질을 응용하면 잉크 노즐에서는 잉크를 방울방울 떨어지게 만들 수 있고, 초친수성을 이용하면 종이에는 잉크를 얇게 퍼지게 뿌려줄 수 있다. 이렇게 노즐의 성질을 원하는 대로 변화시켜 적은 수의 노즐로도 다양한 인쇄가 가능해진다.

또한 약이 몸속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하는데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즉 당뇨병 환자가 정기적으로 맞아야 할 인슐린의 경우, 환자의 몸속에 뭉쳐진 형태의 약을 주입한 다음, 필요할 때 얇게 퍼지게 한다면 약효를 오랫동안 지속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나노단위에서는 표면에 따라 다양한 성질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진흙 속에서도 결코 자신을 아름답게 지키는 연꽃잎에 대한 연구는 나노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제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바꿔 놓을 것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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