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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1 눈 위의 발자국, 너 누구니?
  2. 2008.08.14 청설모는 우리강산 토박이다?! (2)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의 색체 향연이 끝난 겨울 산의 모습은 황량하다. 메마른 풀과 앙상한 나뭇가지, 그리고 고요함만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산허리에 올라 목을 축이고 한참을 둘러봐도 움직이는 것은 작은 새들뿐. 박새나 곤줄박이, 멧비둘기가 간혹 기웃거리다 사라진다. 새들은 작은 몸집에도 날아다녀 쉽게 눈에 띄지만 산짐승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노출된 흙이나 눈 쌓인 길가에서 야생동물의 발자국과 배설물은 어김없이 발견된다. 우연히 야생동물을 만날 때 그들이 왜 그 시각에 그 곳을 지나는지 알 수 없지만 흔적을 찾아 뒤쫓게 되면 책을 보지 않아도 그들의 생태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동물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동물원이 아닌 산이나 강가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덩치 큰 포유동물은 보호색이 강하고 울음소리를 내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 밤에 활동한다. 그만큼 자기와 다른 생물종과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하지만 수컷과 암컷이 만나 사랑을 하거나 경쟁자와 영역다툼을 하기 위해서 야생동물은 반드시 자신의 흔적을 남길 필요가 있다. 우리도 그들의 흔적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야생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셈이다.

일반인이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야생동물의 흔적은 바로 고양이 발자국이다. 시내 주택가뿐 아니라 인근 야산에도 많은 수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 동물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고양이의 발자국과 개의 발자국이 언뜻 비슷해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고양이와 개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고양이의 발자국은 개에 비해 원형에 가깝고 발톱 자국이 없다. 물론 진흙땅을 밟거나 뛰어 내디딜 때는 고양이도 발자국에 발톱 자국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평소에는 발톱을 숨기다 사냥하거나 경쟁자와 싸울 때 발톱을 사용한다. 또한 개 발자국이 좌우 대칭을 이루는 반면 고양이는 발자국이 비대칭이어서 자세히 살펴보면 왼발 자국인지 오른발 자국인지 알 수 있다.

관찰의 시선을 발자국에서 발걸음으로 넓히면 고양이의 성격도 추측해 볼 수 있다. 고양이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아주 까다롭고 조심스럽다. 그래서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도 발을 끌지 않고 또박또박 내딛는다. 즉 개들보다 발을 더 높이 들어 올려 걷는다는 얘기다.

나무 가지나 줄기 끝에서만 시작되고 사라지는 발자국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청설모의 발자국이다. 다람쥐의 발자국일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겨울에는 만날 수 없다. 걷지 않고 주로 뛰어 다니는 청설모는 앞발 자국 2개와 뒷발 자국 2개가 규칙적으로 나란히 찍힌다. 또 청설모는 까치처럼 나뭇가지를 빼곡히 모아 침엽수나 땅바닥에 둥지를 튼다. 까치는 주로 활엽수에 둥지를 트는 것이 일반적이니 나무를 보면 청설모집과 까치집을 구별할 수 있다.



깊은 산 속이나 하천 등지에 가면 평소 보지 못한 ‘V’자 모양의 발자국을 발견할지 모른다. 바로 고라니다. 겨울철 철새 구경을 위해 철원 일대를 찾거나 한강변 김포습지, 상암동의 하늘공원에 가보면 쉽게 고라니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V자 모양의 발자국은 사슴이나 노루, 산양, 염소일 수도 있다. 이들은 배설물도 까만 구슬모양인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고라니나 노루의 배설물에선 은은한 계피향이 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고라니와 노루를 구별할 수 있을까. 이럴 땐 발자국 주변의 나무줄기를 살펴라. 사슴과 동물들은 뿔을 날카롭게 유지하고 영역표시를 하기 위해 나무에 뿔을 간다. 나무를 긁은 자국이 땅바닥에서 30cm 아래면 사슴이나 노루나 또는 산양이고 40cm 위면 고라니다. 뿔을 비비는 사슴과 동물은 고개를 숙여야 하지만 송곳니로 긁는 고라니는 고개를 쳐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라니는 뿔이 없어 송곳니로 영역 표시를 한다.

산 속에서 누구나 쉽게 발견하는 야생동물의 흔적은 여기저기 땅을 파헤쳐 놓는 자국이다. 바로 ‘반항아’처럼 거친 멧돼지의 흔적이다. 멧돼지는 봄나물이나 고사리, 칡 같은 식물의 뿌리를 즐겨 먹는데, 겨울에도 쥐가 굴에 저장해 놓은 도토리를 찾기 위해 주둥이로 땅을 뒤엎는다. 만약 두 개의 발굽과 함께 ‘며느리발톱’이 선명하게 찍힌 자국(그림 참조)을 발견했다면 멀지 않은 곳에 멧돼지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사실 야생동물의 흔적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큰 발자국은 몸집이 큰 동물이라는 뜻이고 선명한 발자국은 최근에 지나갔다는 얘기다. 똥에 풀이 섞여 있으면 초식동물의 것이고 뼈와 털이 섞여 있으면 육식동물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숲에서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은 20종을 넘지 않는다. 추운 겨울 집안에 움츠리고 있지만 말고 자연에 나와 야생동물과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어떨까.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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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청서모·靑鼠毛)는 한자로만 해석하면 청서(靑鼠)의 털이 된다.
실제로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붓을 만드는 원료로 이 청설모의 꼬리털을 많이 이용한다. 워낙 이 털이 유행이다 보니 청서라는 이름보다 청설모가 아예 동물 이름이 되어 버렸다. 간단히 이 이야기만 보더라도 청설모는 예부터 우리 산하에 많이 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야산에서 인간의 무분별한 침습으로 인해 맹금류, 늑대, 여우 삵, 담비, 구렁이 같은 청설모의 천적이 사라지면서 환경 적응력이 강한 청설모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어디 이들뿐이랴 멧돼지, 야생고양이, 너구리, 고라니 심지어 야생들개까지, 생태계 파괴 후 인간의 방심과 무단 폐기가 부른 동물들이 생태계의 우점종으로서 새로운 균형을 잡아가는 추세다. 이들은 새 생태계의 탄생을 알리는 한편 산림 파괴로 초점을 맞춘 개발지상주의 인간들과의 피치 못할 충돌 선상에 서 있기도 하다.

그중 날렵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청설모는 잣, 호두 등 예전에 자기 고유의 주식이었지만 이제는 값 비싼 인간의 기호식품이 되어 버린 나무 열매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총까지가진 골리앗 인간과의 웃지 못할 한 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미 이들은 몇몇 이해 당사자들에 의해 유해조수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쟁에서 선동전이 중요하듯, 전선에 선 인간들은 청설모에게 나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안간힘을 쓴다. 가령 청설모가 다람쥐를 모두 잡아먹어 버린다느니, 청설모는 원래 우리나라에 없던 중국산 외래종이라느니 하는 유언비어들이다.

과학향기링크하지만 청설모가 비록 벌레나 작은 새알들을 취하기는 하지만 다람쥐를 사냥해서 먹을 정도의 극단의 육식성은 지니고 있지 않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들 주식의 99% 나무열매이다. 그리고 대개 가족 또는 단독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다람쥐를 통째로 몰아낼 만한 조직성도 갖추고 있지도 않다. 대부분 우리 야산에는 다람쥐와 청설모가 사이좋게 영역을 나누어 생활하는 걸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다.

다람쥐는 주로 땅 위에서 생활을 하고 청설모는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먹이 또한 다람쥐는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청설모는 나무에 달린 잣이나 호두 등을 먹기 때문에 먹이 다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인간들이 한 산을 사방으로 깎아 고립된 섬으로 만들어 버리면 두 종의 마찰이 빚어질 수는 있지만 그 경우 또한 주로 힘이 약한 다람쥐가 먼저 이사를 가는 방식으로 조용히 해결된다.

위에서 언급했듯 청설모는 그 이름조차 청서의 털로 쓰일 정도로 우리 조상들의 문방사우의 필수 품목이었다. 그리고 청설모의 명칭 또한 Korean squirrel 즉, 한국 다람쥐로 표기한다. 비록 쥐 과로 천시되어 많은 문헌이나 민화 등에 별로 등장하진 않지만 청설모는 오히려 세계적으로 다람쥐보다도 인정받는 분명히 우리 토종 동물이다. 아무리 중국산 물품이 범람하고 청설모가 보기 싫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우리 고유의 토종동물을 중국산이라고 우기는 행위는 우리 스스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 부르는 것과 하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육지로 국경이 마주 닿아 수많은 동물들이 우리나라와 중국을 자유로이 오고 갔었다. 그 중 일부는 사람의 왕래 중에 섬나라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는 두 나라 사이에 생태통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동물이동에 있어 교량역할을 하다 보니 동물 종 다양성이 중국의 어느 지역보다 풍부했다. 중국과 일본에 공통적으로 있는 동물은 대부분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다만 일본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는 일본원숭이가 옛 기록에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야생에는 공식적으로 단 한 마리도 살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를 한반도 생물학적 미스터리라 부르기도 한다. 얼마 전 사육장을 탈출해 야생에서 홀로 5년 넘게 살아온 일본원숭이를 본 적이 있었는데 매우 건강하고 잘 적응하던 걸 보면 우리나라에 원숭이가 살지 못할 이유가 없었을 것 같다. 포유동물들의 경우는 어느 정도 텃세권이나 영역이 있어 지역에 고립되어 자체 진화하기도 하지만 새들의 경우에는 사실 국경이 없다. 그러니 동물들을 굳이 같은 생태권인 중국산, 한국산, 일본산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매체에서 앞다투어 보도되고 있는 곤충이 있다. 그 주인공인 중국산 주홍날개꽃매미는 색깔도 다른 매미에 비해 꽤 원색적이라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 매미는 중국이 아닌 중국 이남과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는 아열대 매미라 불러야 맞다. 이들은 알 형태로 한반도에 우연히 들어와 대부분이 우화 과정에서 죽고 극히 일부가 살아남아 성충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은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가속된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번창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자연도태하게 될 것이다. 작년에 번성했다면 앞으로 알이 성충이 되는 4~5년 후를 주목해 보아야 한다. 매미 앞에 중국산이란 별칭을 붙여 과민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우리나라 매미의 대부분은 중국과 일본에도 똑같이 분포한다.

주홍날개꽃매미의 약충(불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의 성충이 되기 전 상태)과 성충은 나무의 즙액을 빨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선호하는 나무는 가죽나무나 참죽나무 등의 활엽수이다. 이 매미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해를 끼치진 않으나 나무줄기와 잎이 까맣게 그을린 듯 변하는 그을음병을 유발시킨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주홍날개꽃매미에 대해 과수에 피해를 주는 검역해충으로 분류해 놓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 매미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그런 신종의 출현만큼 무서운 것은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다. 바로 레이첼 카슨이 경고한 ‘침묵의 봄’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은 오싹함을 느끼게 하는 전조이다.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은 우연하게도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도 없어진다.’라는 무서운 예언을 남겼다. 한 외래종의 반짝 출현도 분명히 우려할 만한 현상이긴 하지만 정말 우리가 머리 싸매고 걱정해야 할 현실은 한 종의 이유 없는 사라짐이다. 그것이 크든 작든.

글 : 최종욱 수의사(광주우치동물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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