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자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아인슈타인. 하지만 그를 유명하게 만든 상대성이론이나 E=mc²이라는 공식은 그의 대중성에 비해 일반인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상대성이론을 증명하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은 이미 존재 하지만, 얼마 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결과로 인해 상대성이론은 현실세계로 한 발 더 다가섰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제임스 츤-원 처우 박사팀이 발표한 이번 연구결과는 한마디로 ‘고도가 높을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것. 이는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이 일상생활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쉽게 말해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는 내용이다. 이 이론을 발표하기 전 그는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즉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며 유일한 상수는 빛의 속도뿐이라고 본다. 따라서 시간은 관찰자의 위치나 운동속도에 따라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처우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 ‘광시계’라 불리는 원자시계를 이용했다. 광시계의 오차율은 37억년에 1초 미만으로, 기존 표준시간으로 사용되는 세슘 원자시계보다 40배나 더 정밀하다. 이러한 정확성 때문에 지상에서 불과 1m도 채 되지 않는 고도에서 지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는 곳의 위치가 지상에서 33cm 높아지면 시간이 10경(10¹⁷)분의 4 정도 빨라진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평균 79살을 산다고 가정했을 경우 지상에서 33cm 높은 곳에 살면 900억분의 1초만큼 더 빨리 나이를 먹는 정도의 시간이다. 결과적으로 높은 곳에 살면 빨리 늙는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일생을 통틀어 보면 무시해도 될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인지하기 힘든 ‘10경분의 4’ 라는 정밀한 시간은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이것은 원자시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원자시계는 모든 시계의 표준이 되는 시계로, 가장 정확하고 정밀한 시계를 말한다. 그 정밀도로 말할 것 같으면 수십억분의 1초를 측정할 수 있고 수십만 년에 1초 틀릴까 말까 할 정도다. 순간 기록이 중요한 운동경기에서도 고작 100분의 1초로 승부를 가르는 수준이니, 원자시계의 정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원자시계는 어떻게 만들까? 모든 시계가 일정한 속도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것처럼 원자시계도 이런 현상을 이용한다. 다만 일반 시계가 기준으로 삼는 현상은 오차가 심하고 원자시계는 오차가 없는 현상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현재 국제원자시(國際原子時)로 설정되어 있는 시계는 세슘(Cs) 원자시계로, 1967년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결정됐다. 원자시계는 원자가 일정한 진동수의 전자기파만을 흡수한다는 성질을 이용한다. 따라서 원자가 잘 흡수하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읽어 몇 번 진동했는지를 세면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현재 세계 표준에서 정의한 1초는 세슘 원자가 흡수하는 전자기파가 91억 9263만 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이다.

이에 반해 광시계는 새로운 종류의 원자시계이다. 세슘 원자시계와 비교하자면 1초에 10만 번 정도 더 진동한다. 이는 즉, 1초에 무려 1만경 정도 진동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광시계의 원자를 보기 위해서는 마이크로파보다 진동수가 더 많은 레이저 빛이 쓰인다. 때문에 이를 광시계라고 하는 것이다.

초기 원자시계는 지구의 자전으로 측정했던 부정확한 시간을 정확히 교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2005년과 2006년 사이인 12월 31일 12시 59분 59초 뒤에 1초를 추가하는 일이 있었다. 이는 원자시계와 천체시계의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지구의 자전은 계속 느려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바로잡지 않으면 수천 년 뒤 해가 떠있는데 시계는 밤을 가리키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자시계는 이런 표준시를 정의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계가 정밀해질수록 한정된 시간을 보다 값지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잴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을 잘게 쪼개 쓸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나의 신호를 주고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므로, 유․무선 통신을 할 때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정밀해지면 회선 하나를 많은 사람이 공유해서 쓸 수 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TV화면은 겉보기엔 화면이 한 번에 뿌려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방송국으로부터 화면 한 점 한 점의 정보를 받아서 화면을 구성한다. TV에 달린 시계와 방송국에 달린 시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화면을 재구성할 때 오류가 생긴다. 양쪽이 정밀한 시계를 가지면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다. 더욱 크고 선명한 화면을 방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으면 GPS(위성항법장치) 인공위성을 통해 위치도 정밀하게 알 수 있다. GPS 위성에는 정밀한 원자시계가 들어 있어 신호를 읽고 보내는 시각을 계산하는데, 이 시간 차이를 정밀하게 알수록 위치도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네 개의 GPS 위성으로부터 받은 신호를 조합하면 물체의 위치가 mm 단위로 정확하게 나온다. 이런 기술은 순항 미사일 같은 정밀 유도무기에 특히 중요하다.

앞으로 원자시계는 더 정확하고, 더 작게 발전할 것이다. 2007년 12월 미국 콜로라도대 준 예 교수팀이 개발한 스트론튬(Sr) 원자시계는 기술적 보완을 통해 세슘 원자시계보다 정밀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상대성이론을 증명한 광시계 역시 세슘 원자시계보다 100배 이상 정확한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이렇듯 과학자들은 더 정확한 원자시계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553호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시계는 얼마?(2007년 1월 22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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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생신 때문에 목포에 있는 처가로 가는 길, 빠르게 스쳐가는 창밖 풍경이 어지럽다. 아내는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 일찍 내려갔고, 난 학교에서 돌아온 철수와 함께 후발대로 가는 중이다. 역에서 산 도시락은 이미 먹었고 식후 커피 한 잔도 즐겼다. 창에 반사되는 오후의 햇살이 눈부시고 따스하다. 그래서인가 졸리다. 너무 졸리다. 눈꺼풀이 무거워….

“졸리시면 주무세요. 도착하기 전에 깨워드릴게요.”

책을 보던 철수 녀석이 씨익 웃으며 말을 건다. “졸리긴 누가 졸려”하고 너스레를 떨어봤지만 녀석의 다 안다는 표정에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다. 담배 한 대만 딱 피면 잠이 깰 것 같은데. 하지만 기차는 전체가 금연이다. 거기다 난 지금 금연 중이다. 사나이 오나전, 가족과 한 약속을 깰 수 없다!

“아빠 지하철 안에서도 조시죠? 어쩐지 ‘헤드뱅잉’을 열심히 하실 것 같은데.”
“이 녀석, 난 창문에 머리 붙이고 얌전하게 자.”

철수 녀석이 던진 질문을 계기로 난 얘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입과 머리를 움직이면 잠이 깨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지하철에서 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 사실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에이. 또 핑계 대려고 그러시는 거죠?”
“누가 들으면 내가 매일 핑계만 대고 사는 사람인 줄 알겠다! 사람들이 지하철만 타면 자는 이유에 대해 연구한 과학자들이 실제로 있단 말이야.”
“그걸 연구해요? 그냥 아침에는 잠이 부족해서, 저녁에는 피곤해서 조는 거 아니에요?”
“물론 그런 것도 이유 중 하나지. 그렇지만 낮에 자는 사람들은? 다 전날 밤을 새거나 잠을 설쳤을까?”
“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유가 대체 뭐죠?”
일본철도기술연구소에서 조사했더니 지하철의 진동수가 2Hz로 나타났단다. 1초에 두 번씩 진동한다는 얘기지. 그런데 2Hz로 흔들리는 곳에서 사람들이 가장 잠들기 쉽다고 해. 그러니 지하철에서 다들 꾸벅꾸벅 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란다.

으아. 자는 얘기 하니까 더 졸립네!

“요즘에는 흔들침대라고 하던데, 요람 알지? 흔들의자처럼 왔다 갔다 하는 아기용 침대. 거기 누우면 잠이 솔솔 오는 것도 같은 원리지. 바다가 잔잔한 날의 배도 마찬가지야. 물론 배멀미가 심한 사람은 별개겠지만. 기차나 버스도 지하철만큼 딱 맞는 진동수는 아니지만 꽤 흔들리잖니?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잘 자는 이유야.”

말 끝나기가 무섭게 기차가 ‘덜컹’하며 멈췄다. 얘기하는 중에 역에 들어선 모양이다. 자다가 깨서 놀란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로 부산스러운 와중,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반가웠다. 조금은 잠이 깨는 것 같다.

이산화탄소도 사람을 재우는 중요한 요소지. 이산화탄소가 늘면 뇌로 가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나른하고 졸립단다.
“아…. 기차나 버스처럼 사람이 많고 좁은 공간에는 이산화탄소가 많겠군요.”

이런 내가 할 대사를 미리 해버리면 어떡해. ‘이래야 대화가 이어지죠’라는 표정으로 싱글거리는 철수 앞에 할 말을 잠시 잃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사했더니 기차는 1,400~2,200ppm, 고속버스는 2,500~3,500ppm까지 나왔단다. 1ppm은 100만 분의 1이야. 버스나 기차 같이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의 허용기준인 1000ppm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지. 사람이 많은 좁은 공간에서 환기를 잘 안 해서란다. 산소가 부족하고 이산화탄소가 너무 늘어나면 사망할 수도 있어. 그래도 버스나 기차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죽을 정도는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렴.”

얘기를 하며 계속 이산화탄소를 만들어서 그런가, 다시 잠이 쏟아졌다. 아 안 돼. 아들 앞에서 얘기하다 잠들어버리는 ‘주말의 게으른 아버지’상을 보여줄 수 없지. 할 수 없다. 입을 다시 움직여라 오나전. 네가 아들 앞에서 체면 구기지 않을 길은 그것뿐이다.

“기차나 버스에는 잠을 방해하는 요소도 분명히 있어. 저주파 소음이라고 들어봤니?”
“저주파? 주파수가 낮은 소음인가요?”
“맞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범위는 20~2만Hz인데, 저주파 소음은 주파수가 200Hz 이하인 소리란다. 주파수가 너무 낮아 잘 안 들리거나 아예 들을 수 없지만 몸은 느낄 수 있어. 저주파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처럼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나오고 심장 박동과 호흡수가 바뀌지. 잠도 푹 잘 수 없단다.
“그럼 기차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건가요?”
“응.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고속버스, 지하철, 기차에서 다 저주파 소음이 나왔어. 그것도 차 밖보다 안이 훨씬 심했단다. 적게는 95dB부터 많게는 110dB까지 측정됐어. 그러니 기차 속에선 듣지 못 한다 뿐이지 굉장히 큰 소리에 노출돼 있는 거야. 귓가에서 록밴드가 연주하고 있거나 코앞에서 트럭이 고속으로 지나간다고 생각해보렴.”
“으… 생각만 해도 괴롭네요. 차 안에서 자고 일어나면 몸이 아픈 이유가 저주파 소음인 거군요.”
“불편한 자세로 장시간 잔 탓도 있겠지만, 저주파 소음도 무시 못 하겠지. 아무래도 버스나 기차에서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개운하지 않잖니.”

한참 떠들었더니 잠이 달아났다. 이제 슬슬 과학 얘기는 그만두고 철수의 학교생활 얘기를 들어볼 때다. 그러고 보니 요전에 아내가 ‘철수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귀띔했었지. 요즘 초등학생은 참 조숙하단 말이야.

“아빠…”
“응?”
“죄송해요. 나 졸려요~. 도착하면 깨워주세요.”
“뭐라?”

얘기하느라 잠이 다 깼는데 이제 네 녀석이 자면 어쩌란 말이냐! 절규하는 사이 철수 녀석은 잠이 들었다.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녀석이니 그냥 포기하자. 흑.

어느새 캄캄해진 창가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빠르게 스쳐지나갈 뿐이다. 뭔가 먹는 꿈이라도 꾸는지 입맛을 쩍쩍 다시는 철수를 편하게 누이고는 나도 눈을 감았다. 희미한 진동을 느끼며 부자끼리 나란히 저녁잠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종착역에 도착하면 승무원이 깨워줄테니 마음 편히 자도록 하자. 저주파 소음 때문에 피로해진 몸은 오늘밤 목포의 바닷바람이 달래줄 게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 과학향기 제633호 ‘차만 타면 꾸벅꾸벅, 대체 왜?(2007년 7월 27일자)’를 다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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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생신 때문에 목포에 있는 처가로 가는 길, 빠르게 스쳐가는 창밖 풍경이 어지럽다. 아내는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 일찍 내려갔고, 난 학교에서 돌아온 철수와 함께 후발대로 가는 중이다. 역에서 산 도시락은 이미 먹었고 식후 커피 한 잔도 즐겼다. 창에 반사되는 오후의 햇살이 눈부시고 따스하다. 그래서인가 졸리다. 너무 졸리다. 눈꺼풀이 무거워….

“졸리시면 주무세요. 도착하기 전에 깨워드릴게요.” 책을 보던 철수 녀석이 씨익 웃으며 말을 건다. “졸리긴 누가 졸려”하고 너스레를 떨어봤지만 녀석의 다 안다는 표정에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다. 담배 한 대만 딱 피면 잠이 깰 것 같은데. 하지만 기차는 전체 금연이다. 거기다 난 지금 금연 중이다. 사나이 오나전, 가족과 한 약속을 깰 수 없다!

“아빠 지하철 안에서도 조시죠? 어쩐지 ‘헤드뱅잉’을 열심히 하실 것 같은데.”
“이 녀석, 난 창문에 머리 붙이고 얌전하게 자.”
철수 녀석이 던진 질문을 계기로 난 얘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입과 머리를 움직이면 잠이 깨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지하철에서 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 사실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에이. 또 핑계 대려고 그러시는 거죠?”
“누가 들으면 내가 매일 핑계만 대고 사는 사람인 줄 알겠다! 사람들이 지하철만 타면 자는 이유에 대해 연구한 과학자들이 실제로 있단 말이야.”
“그걸 연구해요? 그냥 아침에는 잠이 부족해서, 저녁에는 피곤해서 조는 거 아니에요?”
“물론 그런 것도 이유 중 하나지. 그렇지만 낮에 자는 사람들은? 다 전날 밤을 새거나 잠을 설쳤을까?”
“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유가 대체 뭐죠?”
“일본철도기술연구소에서 조사했더니 지하철의 진동수가 2Hz로 나타났단다. 1초에 두 번씩 진동한다는 얘기지. 그런데 2Hz로 흔들리는 곳에서 사람들이 가장 잠들기 쉽다고 해. 그러니 지하철에서 다들 꾸벅꾸벅 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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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흔들침대라고 하던데, 요람 알지? 흔들의자처럼 왔다 갔다 하는 아기용 침대. 거기 누우면 잠이 솔솔 오는 것도 같은 원리지. 바다가 잔잔한 날의 배도 마찬가지야. 물론 배멀미가 심한 사람은 별개겠지만. 기차나 버스도 지하철만큼 딱 맞는 진동수는 아니지만 꽤 흔들리잖니?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잘 자는 이유야.”

말 끝나기가 무섭게 기차가 ‘덜컹’하며 멈췄다. 얘기하는 중에 역에 들어선 모양이다. 자다가 깨서 놀란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로 부산스러운 와중,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반가웠다. 조금은 잠이 깨는 것 같다.

“이산화탄소도 사람을 재우는 중요한 요소지. 이산화탄소가 늘면 뇌로 가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나른하고 졸립단다.”
“아…. 기차나 버스처럼 사람이 많고 좁은 공간에는 이산화탄소가 많겠군요.”
“이런 내가 할 대사를 미리 해버리면 어떡해 (‘이래야 대화가 이어지죠’ 싱글거리는 철수 앞에서 할 말을 잠시 잃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올해 초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사했더니 기차는 1400~2200ppm, 고속버스는 2500~3500ppm까지 나왔단다. 1ppm은 100만분의 1이야. 버스나 기차 같이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의 허용기준인 1000ppm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지. 사람이 많은 좁은 공간에서 환기를 잘 안 해서란다. 산소가 부족하고 이산화탄소가 너무 늘어나면 사망할 수도 있어. 그래도 버스나 기차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죽을 정도는 아니니 너무 걱정은 말렴.”

얘기를 하며 계속 이산화탄소를 만들어서 그런가, 다시 잠이 쏟아졌다. 아 안 돼. 아들 앞에서 얘기하다 잠들어버리는 ‘주말의 게으른 아버지’상을 보여줄 수 없지. 할 수 없다. 입을 다시 움직여라 오나전. 네가 아들 앞에서 체면 구기지 않을 길은 그것 뿐이다.

“기차나 버스에는 잠을 방해하는 요소도 분명히 있어. 저주파 소음이라고 들어봤니?”
“저주파? 주파수가 낮은 소음인가요?”
“맞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범위는 20~2만Hz인데 저주파 소음은 주파수가 200Hz 이하인 소리란다. 주파수가 너무 낮아 잘 안 들리거나 아예 들을 수 없지만 몸은 느낄 수 있어. 저주파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처럼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나오고 심장 박동과 호흡수가 바뀌지. 잠도 푹 잘 수 없단다.”
“그럼 기차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건가요?”
“응.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고속버스, 지하철, 기차에서 다 저주파 소음이 나왔어. 그것도 차 밖보다 안이 훨씬 심했단다. 적게는 95dB부터 많게는 110dB까지 측정됐어. 그러니 기차 속에선 듣지 못 한다 뿐이지 굉장히 큰 소리에 노출돼 있는 거야. 귓가에서 록밴드가 연주하고 있거나 코앞에서 트럭이 고속으로 지나간다고 생각해보렴.”
“으… 생각만 해도 괴롭네요. 차 안에서 자고 일어나면 몸이 아픈 이유가 저주파 소음인 거군요.”
“불편한 자세로 장시간 잔 탓도 있겠지만, 저주파 소음도 무시 못 하겠지. 아무래도 버스나 기차에서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개운하지 않잖니.”

한참 떠들었더니 잠이 달아났다. 이제 슬슬 과학 얘기는 그만두고 철수의 학교생활 얘기를 들어볼 때다. 그러고 보니 요전에 아내가 “철수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귀띔했었지. 요즘 초등학생은 참 조숙하단 말이야.

“아빠…”
“응?”
“죄송해요. 나 졸려요~. 도착하면 깨워주세요.”
“뭐라?”

얘기하느라 잠 다 깼는데 이제 네 녀석이 자면 어쩌란 말이냐! 절규하는 사이 철수 녀석은 잠이 들었다.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녀석이니 그냥 포기하자. 흑.

어느새 캄캄해진 창가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빠르게 스쳐지나갈 뿐이다. 뭔가 먹는 꿈이라도 꾸는지 입맛을 쩍쩍 다시는 철수를 편하게 누이고는 나도 눈을 감았다. 희미한 진동을 느끼며 부자끼리 나란히 저녁잠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종착역에 도착하면 승무원이 깨워줄테니 마음 편히 자도록 하자. 저주파 소음 때문에 피로해진 몸은 오늘밤 목포의 바닷바람이 달래줄게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ndsl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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