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전기신호를 소리로 바꾼다! 스피커 만들기

바야흐로 멀티미디어의 시대다. 우리는 TV와 라디오, PC는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영상․음악 콘텐츠를 즐긴다. 멀티미디어의 필수품 중 하나는 바로 ‘스피커’다.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우리의 귀가 들을 수 있는 건 스피커나 이어폰 덕분이다.

스피커(speaker)는 전기로 된 신호를 음성신호, 즉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해 주는 장치다. 우리말로 확성기라고도 부르며, 스피커를 휴대용으로 작게 만든 것이 이어폰이다.

오디오에서 만들어진 소리 정보는 전기신호 형태로 전선을 통해 스피커까지 전달된다. 스피커에 들어있는 코일에 소리의 전기신호가 흐르면 자기장의 작용에 의해 코일 사이에 있는 철 조각이 움직인다. 이 진동이 진동판에 전해져 소리가 발생한다. 소리 신호와 자기장, 전기, 진동판이 있다면 스피커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간단한 재료를 사용해 직접 스피커를 만들어 보자.


[교과과정]
초등 3-2 자석의 성질
초등 5-1 전기 회로
초등 6-2 자기장

[학습주제]
전기와 자기의 관계 이해하기
스피커의 원리 이해하기
자기장을 이용한 스피커 만들기

<실험 방법 및 원리>



<실험 동영상>



* 실험 참고사항 :
• 에나멜선, 네오디뮴 자석은 문구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에나멜선의 끝부분 코팅면을 벗기기 위해 라이터를 이용할 경우, 손을 데거나 다른 곳에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 플라스틱 컵 대신 종이컵을 사용해도 됩니다.
• 오디오용 전선 대신 한쪽이 고장 난 이어폰을 잘라내어 사용해도 됩니다.

※오디오용 전선 표면의 피복을 벗겨내면 안에 전선이 3개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빨간색, 검은색, 니크롬선), 이 경우 빨간색과 검은색의 전선은 다시 벗겨 두 개를 꼬아 묶어준다. 두 개를 묶은 전선과 니크롬선에 각각 전선을 연결하면 된다.


플라스틱 컵에서 소리가 나오는 비밀

전류는 전자가 이동하면서 흐른다. 전자의 움직임은 자기장도 함께 만들어 내는데, 이 때문에 전류가 흐르는 전선 주변에는 자기장이 발생한다. 이와 반대로 원형 전선 안에서 자석을 움직이면 전선에 전류가 발생한다. 이처럼 전기와 자기는 늘 함께 존재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음악이나 음성신호는 디지털화 또는 아날로그화해 매체에 기록된다. 실험에서는 그 매체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재생하면 디지털 또는 아날로그 신호가 추출돼 전기신호로 전송된다. 이 전기신호는 오디오용 전선과 에나멜선을 따라 흐르는데, 이때 생긴 전류의 변화가 자기장을 만들고, 이 자기장이 네오디뮴 자석의 자기장과 함께 작용해 플라스틱 컵을 진동시킨다. 이 진동이 소리를 만들어 우리 귀에 들리는 것이다. 소리의 높낮이와 크기는 전기신호의 주파수와 전류의 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다양한 스피커의 개발

앞에서 소리 신호와 자기장, 전기, 진동판이 있다면 스피커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독특한 형태의 스피커를 개발한 사례도 종종 발표된다. 2004년 일본에서는 꽃병 바닥에 도넛 모양의 자석과 코일을 부착한 ‘꽃잎 스피커’를 선보였다. 오디오에 연결하면 전기신호가 꽃줄기를 거쳐 꽃잎을 진동시키고, 이를 통해 소리를 듣게 되는 원리다. 일반 스피커가 한 방향으로만 소리를 전파한다면, 이 꽃잎 스피커는 사방으로 소리를 전파한다.

일반 유리창에 진동 장치를 붙여 소리를 내는 특수한 스피커 ‘사운저볼’도 있다. 진동 장치에서 나오는 진동이 유리 표면을 흔들면 표면 진동이 공기를 울려 소리를 전달하는 원리다. 진동 장치를 붙일 수 있는 넓은 면만 있다면 어떤 물체라도 스피커로 사용할 수 있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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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대한민국은 실업자 100만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3월 들어 전체적인 고용 지수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채용시장이 꽁꽁 언 것은 마찬가지.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본격적인 취업, 면접 시즌을 맞아 면접할 때 유리한 말소리의 비밀을 알아봤다. 실제로 2010년 4월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면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끝말 흐리기(20.8%)’와 ‘말 더듬기(6.9%)’, ‘음~아~뭐~ 등 추임새 넣기(4.6%)’ 등 말소리와 관련된 것이 많았다. 면접에서 자신 있고 당당하게 보이기 위한 말소리의 비밀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김과학 군이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카페에 앉아 있다. 취직 준비 중인 김과학 군은 이번 달 들어 면접을 세 번 봤지만 다 신통치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선배 이향기 양을 만나 조언을 들으려는 참이다.

“과학 군, 오늘 면접은 어땠어?”
“아, 선배. 그게… 예상 질문들이 나왔지만 어쩐지 잘 못한 것 같아요. 같이 면접을 본 사람들은 다들 저보다 훨씬 당당하게 말을 잘하더군요. 아마 이번에도…”

“과학 군, 혹시 면접을 볼 때도 지금 같은 목소리로 말했어?
“제 목소리인데 당연히 같은 목소리로 말했죠. 사람 목소리야 한결같은 거 아닌가요?”

이향기 양은 김과학 군이 자꾸만 면접에서 낙방하는 이유를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설명을 시작했다.

“과학 군, 메시지를 전달할 때 상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게 뭘까?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목소리야.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이라는 게 있는데, 메시지 전달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38%로 1위, 다음으로 표정(35%), 태도(20%)가 영향을 미치고 대화의 내용은 겨우 8%에 불과하다는 법칙이지. 특히 전화에서는 목소리의 중요도가 82%까지 올라간다고 해. 면접이든 소개팅이든 전화 통화든 목소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기억해둬.”

김과학 군은 면접을 숱하게 보면서도 표정이나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목소리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 타고난 것이니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다. 이향기 양은 말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의 목소리 음역은 100∼4,000㎐, 보통 남자의 목소리는 100~150Hz 정도야. 100Hz는 1초에 성대가 100번 진동한다는 뜻이지. 소리가 높아질수록 주파수가 높아지는데, 높은 주파수일수록 파장이 짧아서 또렷하게 들려. 대신 전달 거리는 짧지. 주파수가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는 반대로 안정감과 지적인 느낌을 주지. 아주 낮은 저주파수의 음은 두려움과 경외감을 느끼게 하고.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면 좋을 것 같아.”

김과학 군은 이향기 양과 헤어지고 나서도 줄곧 좋은 목소리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목소리에 대한 지식도 많아졌다.

듣기 좋고 매력적인 좋은 목소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모닉스(Harmonics)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하모닉스란 성대가 진동하면서 만들어진 화음. 성대가 진동하여 나오는 순수한 소리가 목의 인두강·구강 등 공명강에 부딪쳐 진동하면서 화음이 생겨난다.

맨 처음 만들어지는 하모닉스는 기본주파수의 2배의 주파수를 갖는다. 만일 기본 주파수가 120Hz라면 인두강 등을 거치면서 240Hz이 된다. 이후 360Hz, 480Hz 등의 여러 주파수 음이 섞이면서 화음을 형성하게 된다. 일반인의 목소리에는 하모닉스가 4~6개뿐이다. 하지만 벨칸토(bel canto)창법으로 노래하는 유명 성악가들의 경우 하모닉스가 12개에 이른다고 한다.

‘나도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왜 남자에게만 변성기가 오는 걸까? 변성기 전에는 나도 제법 맑은 목소리였는데…’

김과학 군은 변성기를 탓하기도 했다. 변성기에 이르면 남성의 성대는 한 번에 배로 늘어난다. 성대가 늘어나면 목소리 톤도 낮아진다. 변성기는 남성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게도 오지만, 여성의 성대 길이는 남성의 20% 수준이고 크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 차이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남성들만 이런 극적인 변화를 겪는 것은 수컷이 암컷에게 접근할 때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란 설이 있다. 실제 변성기를 지난 중저음의 남성 목소리는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고민하고 한탄만 하던 김과학 군은 목소리도 훈련을 통해서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선은 성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첫 번째. 성대의 면이 깨끗하고 진동이 정확하게 일어나야 많은 하모닉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는 당연히 피해야 하고, 커피, 홍차, 녹차 등과 기름진 음식도 목소리에는 좋지 않다. 김과학 군은 좋은 목소리를 만들기 위한 훈련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좋은 목소리만큼이나 상황에 맞는 목소리가 중요하다. 홈쇼핑의 판매자들은 높고 빠르게 말한다.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유발해 구매를 촉진하려는 전략이다. 전화 안내나 텔레마케터들은 상쾌한 느낌을 주기 위해 목소리 톤을 살짝 높인다. 설득을 할 때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김과학 군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보면서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점검하고, 남들이 듣기 좋고 본인이 말하기에 자연스러운 톤을 찾아 목소리 훈련을 했다. 목소리 훈련을 시작한 뒤로는 자신감도 생기고 어쩐지 사람들이 자기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하. 다음 면접은 분명히 합격이라고!’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 2008년 9월 12일자 과학향기 ‘면접에 성공하는 목소리의 비밀(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을 재활용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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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는 왜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걸까. 편곡과 녹음이 조금씩 세련되지기는 하지만 기본 멜로디나 가사는 한 치도 틀림이 없는 지겨운 곡을 왜 항상 들어야 하는 걸까. 12월도 어느새 23일, 불빛도 사람들도 화려하게 반짝이는 거리를 걸으며 짠돌 씨는 투덜거렸다.

따지고 보면 캐롤송에는 아무 죄가 없었다. 일정한 속도로 돌며 중위도 지역에 4계절을 만들어 내는 지구 역시. 더 따지고 보면 짠돌 씨에게도 죄는 없었다. 이 계절에 사고 아닌 사고를 쳐서 사람을 지방 공장으로 부른 계열사에게도 죄는 없으리라. 사고 수습을 위해 2박 3일 지방 출장을 명한 상사도 이하생략이다. 속으로 죄를 따질 곳을 이리저리 찾다가 지친 짠돌 씨는 투덜거림 대신 한숨을 내쉬며 작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반짝이는 네온사인 밑 작은 트리를 억지로 외면하며 들어선 모텔 방은 작고, 춥고, 황량했다.

[아빠~! 언제 와?]

노트북을 켜고 메신저를 연결하자마자 웹캠 화면에 막희가 가득 찼다. 막희 뒤로 보이는 트리는 12월 초 함께 마트에 갔을 때 구입한 녀석이다. 짠돌 씨는 피로에 찌든 얼굴 피부를 문질러 억지로 미소 지으며 막희에게 손을 흔들었다.

“응. 아빠 두 밤만 더 자면 돌아가.”
[두 밤 지나면 크리스마스잖아!]
“맞아. 크리스마스 밤에 집에 갈 거야.”
[싫어~! 아빠 없으면 산타 할아버지도 안 오시잖아~! 선물 없잖아~!!]

나보다 산타 할아버지가 더 중요하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꾹 씹어 삼키며 짠돌 씨는 다시 한 번 억지 미소를 지었다. 이 귀엽고 철없는 막내와는 절대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방법이 없다. 짠돌 씨는 그저 손을 싹싹 비비며 빌었다.

“올해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밤에 오시는 걸로 하자~. 아빠가 멋진 선물 사 갖고 갈게. 막희야, 알았지?”
[안 돼! 그럼 지금 당장 선물 줘!]
“…아빠 지금 대구에 있어. KTX 타고 가도 2시간은 넘게 걸…. 아냐아냐, 지금 그럼 여기서 선물 보여 줄게. 대신 엄마 바꿔 주라, 응?”

빼액 소리가 스피커로 튀어 나오기 전에 재주 좋게 막희를 달랜 짠돌 씨는 아내 김 씨를 호출했다. 여기서 뭘 갖고 가는 건 불가능해도 ‘만드는 방법’은 설명할 수 있다. 뒤는 아내가 알아서 잘 해주리라. 아니나 다를까, 메신저 대화창에 쳐 넣은 준비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김 씨는 손가락을 흔들어 아들 막신을 불렀다. 이 손발 착착 맞는 모자가 분명 자신을 구할 것이다. 짠돌 씨는 도리도리 잼잼 하듯 쥐었다 편 손가락을 키보드에 살포시 얹었다. 지금부터는 만드는 법 강의 시간이다. 분당 500타의 속도로 달리는 손가락이, 제법 훈훈한 기가 돌기 시작한 작은 방에 경쾌한 소리를 새겨갔다.

[자기가 말한 대로 다 만들었어. 루돌프도 붙였고. 이제 어떻게 하면 돼?]
“막희 앞, 평평한 곳에 두고 스위치를 켜. 아, 너무 막희 쪽에 바싹 붙이지 말고. 카페트 위도 안 돼!”
[어머, 막희야~! 이것 좀 봐. 루돌프 퉁퉁 튀어 다니는 거 보여?]
[우와~! 루돌프가 막 점프해!]

갑자기 낸 아이디어였긴 결과물에 함께 감탄하며 웹캠 화면 너머 웃는 가족들을 지켜봤다.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은 예상 외로 좋은 평가를 얻은 듯하다. 계속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며 덜덜 움직이는 ‘루돌프 진동차’에 푹 빠져 있는 막희가 그 증거였다.

[이거 왜 이렇게 움직이는 거야 아빠?]
“역시 중요한 질문은 네가 하는구나. 진동차에 달린 모터, 즉 전동기에 뚜껑을 어떻게 끼웠지?”
[중간이 아니라 좀 옆에 꽂아 놨어.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했잖아.]
“전동기가 돌아갈 때 잘 보면 그 뚜껑이 불규칙하게 돌아갈 거야. 그럼 무게중심도 바뀌면서 차가 덜덜 떨게 돼.”

[무게중심? 자 중간에 손가락 얹어서 균형 잡고 하는 거 맞지?]
“아, 넌 학교에서 배웠겠구나. 무게중심은 정확히 말하면 물체를 이루는 입자들의 위치를 평균 낸 지점을 말해. 거기를 받치면 물체의 균형이 잡히는 거지. 자나 둥근 뚜껑 같이 좌우가 대칭되는 물체는 기하학적 중심이 바로 무게중심이야. 자, 생각해 봐. 자에 손가락을 얹을 때처럼 무게중심을 잘 잡으면 물체가 균형을 이루잖아. 그게 계속 바뀌거나 중심을 못 잡으면 어떻게 될까?”

[넘어지거나 비틀대겠지. …아, 그래서 차가 덜덜 떠는 거구나.]
“그렇지~. 무게중심을 잘 받치면 물체 전체를 들 수 있기 때문에 무게중심은 그 물체의 평형점이라고 할 수 있어.”
[자기야. 갑자기 난입해서 미안한데, 이거 방향은 못 바꿔? 계속 제자리에서 돌 뿐이라서 막희가 슬슬 싫증내려고 해….]
“아! 다리 사이에 끼운 막대기를 빼. 그럼 막 뛰면서 아무 데로나 가.”
[그것만 하면 돼?]

“못도 앞은 짧게, 뒤는 길게 박아놨잖아. 그럼 짧은 앞의 못을 중심으로 차가 돌게 되거든. 반대로 못 다리 길이를 조절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낼 수도 있어. 막희 손 안 찔리도록 조심하면서 시켜 봐.”

[응. …그나저나 자기 진짜 금요일 밤에 오는 거야? 휴일인데 더 일찍은 못 와?]
“여기 수습이 금요일 낮이나 돼야 끝날 거 같아. 모처럼 연휴인데 미안….”
[나는 괜찮은데, 애들이 난리라서 그러지. 알았어. 일인데 어쩔 수 없지 뭐. 대신에 올 때 진짜 선물 사와. 저 자동차, 분명 오늘 밤에 부서질 거 같아. 루돌프는 이미 너덜너덜~.]
“…자기마저….”
[아, 막희야! 안 되겠다, 자기야. 일단 메신저 꺼야겠다. 내가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부산스러운 목소리와 더불어 꺼진 웹캠 창에는 따스한 가족의 모습 대신 짠돌 씨의 허탈한 표정만 비춰지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대화창을 끄고 노트북 전원까지 꺼버리려던 짠돌 씨는 상태표시줄에서 깜빡이는 작고 긴 네모를 발견했다. 다시 띄운 대화창에는 파일 전송 안내가 남아있었다. ‘메리_크리스마스_선물_받아요.mp3’.

다운 받은 파일을 실행시키고 침대에 누운 짠돌 씨는 스피커에서 흐르는 목소리에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변성기가 얼마 남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와 아직 발음이 엉성한 귀여운 목소리가 겹쳐져 방을 물들였다. 가끔 킥킥대는 배경음은 아마 녹음한 이의 웃음이리라. 익숙한 목소리들에, 녹음기 앞에 모여 앉아 입을 모았을 세 명의 모습이 떠올랐다. mp3 플레이어의 무한 반복 버튼을 누르고 침대에 다시 누운 짠돌 씨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노이즈가 끼고 화음도 엉망이었지만, 지금껏 들은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캐롤송이 귀와 마음을 감싸고 있었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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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고에 나오는 휴대전화는 그저 단순한 기계 덩어리가 아니다. 흔들면 주사위가 구르는 느낌이 나고, 누르면 메뉴 아이콘이 따라 움직인다. 만지면 바로 반응한다. 지난해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아온 새로운 휴대전화 터치폰은 모바일 기기의 유행을 이끌고 있다. S전자에서 나온 햅틱폰도 터치폰의 일종이다.

이 때문에 햅틱이라는 전문용어를 마치 특정 휴대전화의 이름이나 애칭으로 아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다. 사실 햅틱은 촉감을 이용해 어떤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인데 쉽게 말하면 전자기기를 만지거나 다룰 때 실제로 특정한 물체를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최근 터치폰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용 스타일러스펜, 각종 게임장치 등 여러 종류의 전자기기에서 햅틱 기술이 쓰이고 있다. 차가운 디지털 기기와 따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결합됐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햅틱 기술의 핵심은 진동이다. 삼성전자의 햅틱폰은 진동 모터에서 22가지의 진동 패턴을 만들어 주사위 놀이나 윷놀이 등을 할 때 실제로 물체를 만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노키아는 휴대전화에 진동 센서를 달아 공이 튀는 느낌을 구현해 실감나는 탁구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과거의 밋밋한 터치스크린은 진동이 없어 기기를 만지고 다루는 느낌이 없다. 이 때문에 손가락이 큰 사람이나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이 사용할 땐 실수나 오작동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한 게 바로 햅틱 기술이다. 햅틱은 사용자에게 현실감과 정확성을 주는 한편, 오작동 비율을 줄이고, 동작 효율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동은 진폭과 주파수, 전달 시간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촉감 유형을 만들 수 있다. 이 자극을 사람의 피부에 가해 가상의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이 바로 햅틱 인터페이스다. 터치폰의 터치스크린 밑에는 작은 진동 모터가 달려 있다.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진동 모터가 작동하고 이때 발생한 진동 자극의 촉감은 누른 손가락의 피부를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햅틱 촉각을 사람이 인지하는 경로는 크게 2가지다. 무게나 형상, 굳기 등 근육이 감지하는 경로와 표면 무늬나 질감, 온도 등 피부가 느끼는 경로다. 크게 힘 인터페이스와 질감 인터페이스로 나눌 수 있다.

미국 기업 센서블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팬텀 장치가 대표적인 힘 인터페이스다. 이 기업은 팬텀 장치를 이용해 손가락을 넣고 컴퓨터 화면 속의 물체를 움직이면 촉감이 느껴지는 골무를 만들기도 했다.

질감 인터페이스는 진동 모터 같이 작고 효율적인 부품이나 소재로 사람 피부에 자극을 가해 가상의 느낌을 전달한다. 햅틱폰이 가장 단순한 질감 인터페이스의 사례다. 앞으로 질감 인터페이스는 많은 휴대기기에 내장되면서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다. 이런 기술은 기본적으로 터치스크린에 진동 모터를 달고,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와 촉각 효과 라이브러리, 응용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위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등으로 실현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지난해 개발한 햅틱펜. 이 펜으로 전자기기를 조작하면 실제로
누르고 만지는 듯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제공 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해 초 국내 처음으로 햅틱펜을 개발했다. 보통 PDA 같은 휴대기기에서 쓰이는 펜은 터치스크린에서 정확한 점을 찍는 걸 돕는 역할에 그친다. 이에 비해 햅틱펜은 내부에 소형 진동모터를 내장해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진동과 충격, 소리 제공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컴퓨터 윈도우 시스템의 메뉴와 아이콘, 버튼, 스크롤바를 클릭, 드래깅, 드롭하며 조작할 때 각기 다른 촉감을 생성한다.

햅틱펜은 햅틱폰보다 더 정교한 진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 햅틱폰에 달린 진동 모터는 전기가 끊어져도 관성 때문에 한동안 좀 더 떨리다 멈춘다. 이 때문에 같은 시간 동안 빠르게 자주 진동을 발생시키기 어렵다.

ETRI가 만든 햅틱펜에는 위아래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모터가 들어 있다. 모터가 전체적으로 떨리는 게 아니라 양방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 진동을 빨리 끊고 새 진동을 빨리 시작할 수 있다. 같은 시간 동안 햅틱폰보다 더 정교하고 더 많은 조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버튼을 누르는 동작은 아래로 내려가는 움직임과 위로 올라오는 움직임 두 가지를 아주 빠르게 연결해야 한다. 이를 햅틱폰에서 구현하면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햅틱펜에선 진짜 누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또 휴대전화에 진동 모터를 넣으면 전화기 자체의 질량 때문에 진동 효과가 일부 감소된다. 펜은 전화기보다 가벼워 약한 진동도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햅틱 기술은 자동차와 로봇, 의료 분야에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자동차 회사 BMW는 5 시리즈 이상의 고급 승용차 모델에 아이드라이브라는 햅틱 회전조절기를 설치했다. 이는 운전자가 에어컨, 오디오, 창문 등 자동차 내의 진동장치를 다이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장치다. 특히 조작 대상이 바뀌거나 기능이 바뀔 때 촉각을 전달해 운전자가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삼성전자의 햅틱폰. 여기 사용된 햅틱 기술은
디지털 기기와 아날로그적 감성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 기업 알프스전기는 햅틱 기술을 적용한 운전대와 페달, 기어 시스템인 햅틱 코멘더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 바퀴에 달린 센서를 통해 노면의 상태를 감지한 뒤 운전대에 달린 햅틱 장치를 통해 페달에 저항감을 줘 운전자가 노면 상태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또 바퀴가 차선을 벗어나거나 졸음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운전대를 통해 경고 진동을 주거나 동작을 멈추게 해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멀리 떨어져 있는 작업 환경에서 사람이 햅틱 장치를 이용해 로봇을 조작하면 원격지의 환경을 판단하면서 조작자의 의지대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우주나 원자로, 심해 등 극한 환경에서의 작업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수술용 기구로 피부를 절개하거나 장기를 다룰 때의 촉감까지도 만들어내는 의료용 햅틱 장치들이 등장하고 있다.

햅틱 기술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생활 곳곳에 적용되고 소리와 통합돼 다중감각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세상을 열 것이다. 휴대전화로 영화를 보며 액션신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부드러운 실크의 촉감을 맛보며 새 옷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온 몸으로 느끼는 햅틱의 디지털 세상을 맞을 준비가 되었는가?

글 : 박준석·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문 그린컴퓨팅연구부 책임연구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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