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향이 나는 지리여행] 울릉편, 칼데라 지리여행(Caldera Geotravel)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뭘 좀 알아야 하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과학향기에서 5월부터 새롭게 지리 여행을 테마로 한 칼럼을 마련했습니다. [과학향이 나는 지리여행]은 평소 익숙한 곳이지만 잘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꾸며 매월 마지막 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비의 섬 울릉도!’. 울릉군청의 울릉도 관광안내 문구다.1 울릉군청은 왜 울릉도를 신비로운 섬이라 소개하고 있는 것일까? 발 닿기가 어려운 머나먼 깊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일까? 아니면 동극(東極)에 위치한 독도의 지정학적 아련함 때문일까? 울릉군이 말하는 ‘mysterious island’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대체 왜 울릉도가 신비롭다는 것일까?

한마디로 울릉도는 보물섬이다. 규모에 비해 보물 같은 볼거리가 너무도 많다. 울릉도 지리여행 콘텐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화산, 동식물, 섬 생활상이 바로 그것. 이 중 뭐니 뭐니 해도 으뜸은 화산 경관이다. 울릉도 지형에 대한 이해 없이 동식물도, 또 그곳의 인문 경관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울릉도 보물을 잘 건지기 위해선 울릉도 땅의 생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250만 년 전, 3천m, 조면암, 급사면, 칼데라, 외륜산, 이중화산, 중앙화구구, 지하수 등이 울릉도 화산 지형을 구경하기 위한 주요 키워드들이라면 성인봉, 나리분지, 알봉, 알봉분지, 추산 수력발전소는 이와 관련된 고유명사들이다. 그럼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며 본격 울릉도 지리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충분한 여유를 갖고 찬찬히 관찰해 보는 거다.


 


그림 1. 울릉도 칼데라. 지름 3km, 길이 10km 정도의 외륜산 가운데에 나리분지와 알봉분지가 들어서 있다. 빨간 점선은 칼데라 외륜산을, 파란 점은 추산용천을 가리킨다. 북쪽 외륜산(빨간 점선이 없는 부분)은 약 1만2천 년 전의 강력한 화산폭발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인용: 네이버 지도)

 


울릉도 화산 경관은 칼데라로 대표된다(그림 1). 칼데라만 잘 구경해도 힘들여 울릉도 간 본전은 뽑는다. 칼데라(caldera)란 화산 폭발이 끝난 후 마그마가 빠져나와 생긴 지하의 빈 공간이 산 정상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꺼져 생긴 넓은 함몰분화구를 말한다. 세계 최대의 칼데라는 일본 아소산 칼데라로 지름 20km, 둘레 130km 정도의 놀라운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칼데라가 발견되는 곳은 백두산과 울릉도 두 곳뿐. 백두산 칼데라에는 천지(天池)가 칼데라호(湖)를 이루고 있으며, 울릉도 칼데라에는 나리분지(羅里盆地)와 알봉분지가 들어서 있다.


 

  사진 1. 성인봉 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칼데라 전경. 사진 왼쪽의 높은 능선은 외륜산(A), 앞쪽 평지는 알봉분지(B), 그 뒤편으로 오똑 솟은 분화구는 알봉(C)이다. 오른쪽 귀퉁이에 나리분지(D)가 보인다.
(사진 제공: 건국대 지리학과 배소희 학생)

 


그럼 울릉도 칼데라를 어떻게 구경해야 할까? 칼데라의 전체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성인봉(聖人峰)으로 올라가 보자(사진 1). 이곳은 ‘지리여행이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평소의 지론이 딱 들어맞는 장소다.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984m)을 중심으로 미륵산(901m)과 나리봉(840m)을 좌우로 잇는 들쑥날쑥한 외륜산과 그 가운데로 움푹 꺼져 내린 분화구가 환상적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는 약 2만 년 전까지만 해도 울릉도 칼데라에 백두산 천지처럼 물이 가득 차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사진 2. 칼데라 내부의 나리분지. 나리분지 뒤로 높게 보이는 평탄한 지형은 알봉분지로 나리분지보다 100m 가량 고도가 높다. 나리분지가 제주도와 달리 검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나리분지를 만든 용암이 현무암보다 색깔이 연한 조면암질 용암이기 때문이다.

 


칼데라를 둘러싼 외륜산의 지름은 대략 3km. 그 속에 나리분지와 알봉분지가 들어가 있다(사진 2).3 직경 1km, 면적 약 3.7㎢의 나리분지의 해발고도는 대략 350m로 성인봉과는 630m 정도 차이가 난다. 이 나리분지에 쌓여 있는 화산재 층 깊이는 약 60m로 울릉도 유일의 평탄지를 이루고 있어 한때 비행장 또는 축구장 건설 부지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우매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진 3. 알봉분지에서 바라다 본 성인봉(사진 가운데 높은 산). 성인봉에서 내려오면 알봉분지를 먼저 만나게 된다. 알봉분지의 일부는 현재 밭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알봉분지는 알봉(538m)에서 분출된 용암이 만든 분지다(사진 3). 알봉은 약 1만2천 년 전의 화산폭발로 북측 외륜산이 파괴된 후 칼데라 호숫물에 잠겨있던 나리분지가 육상으로 노출된 다음 분출된 화산체다.2 알봉은 울릉도 칼데라의 중앙화구구에 해당된다. 중앙화구구(中央火口丘, central cone)란 칼데라 내부에서 다시 폭발해 생긴 화산을 말한다.

성인봉에서 내려와 칼데라 속으로 걸음을 옮겨 보자. 성인봉에서 내려오면 먼저 알봉분지를 만나게 된다. 칼데라 외륜산은 경사가 급해 하산 시 조심해야 한다. 곳곳에 40도 전후의 급경사면이 도사리고 있다. 해발 600m 인근에선 성인봉 원시림(천연기념물 제189호)을 지나치게 된다. 숲속 곳곳에서 나무 밑둥이 심하게 굽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급경사면을 따라 천천히 토층이 움직인다는 토양포행(土壤匍行, soil creep)이 만들어낸 결과다. 성인봉에서 내려와 신령수 약수터를 벗어나면 제법 평탄한 알봉분지에 이르게 된다.

칼데라 내부를 걷는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용암 분출사를 온몸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봉분지길은 색깔이 허옇다. 푸석푸석한 게 발밑에서 뭔가 깨지는 느낌도 든다. 알봉이 뱉어낸 부석(浮石, pumice) 때문이다(사진 4). 경석(輕石)이라고도 불리는 이 돌은 아주 가벼워 물에 잘 뜬다. 발꿈치 미는 구멍 뚫린 바로 그 돌이다. 부석은 칼데라에서 자주 발견된다. 백두산의 백(白)자도 부석층이 많아 산머리가 하얗게 보이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 4. 알봉분지 부석길. 알봉분지길은 부석이 두껍게 자연 산포되어 있어 허연 색깔을 띠고 있다. 사진 오른쪽 뒤로 뾰쪽하게 솟은 송곳산(491m, 추산이라고도 함)이 보인다.

 


이 알봉분지를 지나가면 나리분지가 나온다. 나리분지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다. 나리분지 위를 알봉의 화산분출물이 덮었다는 말이 실감난다. 알봉분지와 나리분지는 약 100m 정도의 고도차가 난다. 나리분지에는 알봉분지와 달리 사람이 살고 있다. 나리분지에 펼쳐진 넓은 밭 주변으로 관광객을 위한 식당과 민박집들이 보인다. 과거 원주민들이 살았던 투막집과 너와집도 보인다. 
울릉도 칼데라는 울릉도에 인간의 거주를 허락한 장본인이다. 울릉도 정상에 칼데라가 없었다면 울릉도는 지금과는 판이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처럼 1만 명 이상의 사람이 살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연간 4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아올 수 없음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칼데라가 없었다면 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울릉도 칼데라는 제주도 곶자왈 같은 곳이다. 이곳은 거대한 지하수 물탱크다. 칼데라 내부에 담겨진 지하수는 외륜산 외부로 흘러나가 울릉도 주요 하천의 수원을 이루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나리분지에서 북서쪽으로 1.2km 떨어진 곳에 추산용천이라는 우리나라 최대의 용천이 자리하고 있다(사진 5).

 



사진 5. 추산용천(그림 1의 파란색 점). 이 용천에서 솟아오르는 하루 약 3만2천 톤의 용출수는 울릉도 전기의 2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에너지원이다. 울릉군은 최근 이 용출수를 사용해 먹는 샘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용천수가 용출되고 있는 곳은 해발 약 300m 지점. 나리분지 한복판의 해발고도보다 50m 정도 낮다. 이곳에서는 하루 최대 3만2천 톤의 지하수가 솟아오르고 있다.4 현재 울릉군은 이 용출수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있다. 이 용천 아래에 위치한 추산 수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울릉도 전체 전기 생산량의 20%를 넘는다. 실로 엄청난 에너지 공급원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울릉군은 이 1급수 계곡물을 원수로 한 먹는 샘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릉도는 신비의 섬이다. 내용을 파고들면 들수록 신비롭기만 하다. 250만 년 전부터 바다 속에서 솟아오른 3천m의 화산체가 지금은 3분의 1 정도만 얼굴을 내밀고 있다는 섬. 제주도 현무암과는 다른 조면암질 용암으로 점성이 높아 급사면을 이루고 있는 섬. 그래서 아직도 일주도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섬. 이런 이야기를 새롭게 늘어놓기 시작하면 이 글이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다.

울릉도 칼데라는 울릉도 관광의 핵심 콘텐츠다. 울릉주민의 건강한 삶과 지속가능한 울릉도 관광을 위해 울릉도 칼데라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다. 이 칼데라는 우리나라 명승지로 반드시 지정해야 할 곳이다. 울릉도 칼데라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될 자격도 충분하다. 이것이 바로 칼데라 지리여행이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글 : 박종관 건국대학교 이과대학 지리학과 교수(http://jotra.com), 문화체육관광부 생태관광컨설팅위원장(MP)
사진 : 박종관 교수 제공


<인용 자료>
1. 울릉군청: www.ulleung.go.kr
2. 과학동아 인포그래픽 2014년 5월호: http://science.dongascience.com/articleviews/info-view?acIdx=13139
3. 네이버 지도: http://map.naver.com
4.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11/13/0200000000AKR20131113121300053.HTML?input=1179m


[추천 여행지]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km, 동해안의 죽변에서는 동쪽으로 216.8km 떨어져 있는 섬이 있다. 바로 독도다.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독도는 동도와 서도, 2개의 큰 섬과 주위에 89개의 부속도서로 이루어져 있다. 1982년 문화재청은 독도를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했고, 1999년 천연보호구역으로 변경했다. 2009년에는 환경부 고시로 특정도서로 지정, 독도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독도는 화산암체로 이루어져 있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그리고 섬의 경사가 심해 비가 내려도 빗물이 비탈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토양이 건조한 편이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독도에는 60여 종의 식물이 발견된다. 억새나 산조풀과 같은 벼과 식물이 주를 이루고, 민들레, 괭이밥, 질경이와 같은 본초류도 발견된다. 또한 독도는 동해를 건너는 조류의 중간 서식지 구실을 하고 있다. 독도에는 바다제비, 슴새, 괭이갈매기 등 22종의 조류가 발견된다.
1년에 50일 정도만 접안이 허락되는 독도, 울릉도의 칼데라 지리여행을 끝내고 아름다운 독도까지 볼 수 있다면 더욱 풍성한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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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이 나는 지리여행] 제주도 편 - 제주의 생명수, 용천을 찾아서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뭘 좀 알아야 하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과학향기에서 5월부터 새롭게 지리 여행을 테마로 한 칼럼을 마련했습니다. [과학향이 나는 지리여행]은 평소 익숙한 곳이지만 잘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꾸며 매월 마지막 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삼다도(三多島). 바람, 돌, 여자가 많아 붙여진 제주도 별칭. 태풍 길목에 놓인 화산섬 특징을 잘 표현한 제주의 멋진 아이콘이다. 여행자들은 이 삼다를 떠올리며 제주를 음미한다. 삼다는 제주 스토리텔링의 핵심 소재다. 사실 ‘삼다’ 말고도 제주 아이콘은 수도 없이 많다. 용천, 곶자왈, 오름, 동굴, 화산층, 건천, 패사…. 이 모두 제주의 자연을 나타내는 주요 키워드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전부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약간의 지구과학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뭘 좀 알아야 한다.

사진 1. 일반적인 제주 하천의 모습. 남부의 강정천 등을 제외한 제주 하천의 대부분은 평소 때 물이 흐르지 않는다. 강우 강도가 높은 비를 제외하고는 거의 땅속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가기 때문이다. 수직 옹벽으로 만든 강둑이 인상적이다. 


위의 것들 중 제일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단연 ‘용천(湧泉, spring)’이다. 제주의 용천은 제주 ‘사다(四多)’로 꼽힐 만큼 중요하다. 제주에선 지표수를 거의 볼 수 없다. 웬만큼 내린 빗물은 땅속으로 곧바로 들어가 지하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의 하천들은 남쪽 몇 개를 제외하곤 거의 말라있다(사진 1). 물론 그들 발원지에 가보면 영락없이 많은 양의 용천수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용천수를 잘 구경하기 위해선 ‘물 순환(water balance)’과 ‘물 수지(water budget)’ 개념을 알아야 한다. 전자는 지구상의 물은 돌고 돈다는 말이고 후자는 그 물이 일정량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한 지역의 물 환경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물이 잘 순환돼야 한다. 다행히도 제주는 아주 양호한 물순환 시스템을 갖고 있다. 용천은 제주 물 순환의 결과물인 것이다.

 

사진 2. 제주 서부에 위치한 수월봉의 화산재층. 강력한 수중 분화에 의해 쌓인 화산재층이 두껍게 쌓여 있다. 화산재층은 그 성분과 굳기 정도에 따라 투수층 또는 불투수층으로 구분된다.


본디 화강암이었던 제주도에 화산 활동이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80만 년 전. 화산재층 위로 투수성(透水性, 물이 토양 속을 얼마나 쉽게 통과할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척도)이 높은 현무암과 해저 분출로 형성된 불투수성 응회암층이 겹겹이 쌓여 제주표 물탱크를 만들었다(사진 2). 그 후 육지보다 연간 350mm 이상이나 많은 강수량과 45%나 되는 지하수 함양율이 땅속에 지하수를 가득 채워 넣었다. 제주 용천수는 제주의 기후와 지질, 지형이 만든 합작품이다.

용천은 우리말로 샘이라 하며 용천수는 샘물이라 부른다(사진 3). 제주 사람들은 용천수를 ‘산물’로 불렀다. 용천수는 지하수면이 땅과 맞닿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다. 제주에서는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용천수를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했었다. 상수도의 원수가 지하수인 점을 생각해 보면 용천수는 여전히 제주의 생명수인 셈이다.

 

 

사진 3. 논짓물. 제주 최대의 용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콘크리트로 막힌 왼쪽에는 용천수가, 오른쪽에는 바닷물이 들어와 있다. 이 사진은 현재의 논짓물 담수욕장 모습 이전의 것으로 용천수와 해수가 잘 분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제주 용천에 대한 정부 통계를 꺼내보자. 현재까지 밝혀진 제주의 용천은 모두 911개. 제주시에 540개, 서귀포시에 371개가 있다. 이중 841개인 92.3%가 해발 200m 이하의 저지대에 놓여 있으며, 5.4%(49개)가 중산간지대, 2.3%(21개)가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보존 상태가 양호한 637개를 제외하면 수량이 부족하거나 고갈된 용천이 100개, 주변이 훼손되었거나 위치를 찾을 수 없게 된 용천이 174개나 돼 제주 용천은 꼼꼼하게 관리돼야 할 문화재인 것이다.

제주도 전역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량은 알 길이 없으나 해안에 위치한 122개 용천의 총 용출량은 하루 약 60만 톤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산지역 4곳의 하루 평균 용출량이 약 2만2천 톤인 반면, 서제주 지역 2곳의 하루 평균 용출량은 약 600톤으로 제주 동쪽 해안의 용천수량이 북쪽 해안의 용천수량보다 3배 이상이나 많다. 이렇듯 제주의 용천수량은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해안가 122개 용천 중 하루 500톤 이상의 용출량을 보이고 있는 곳은 76개. 그 중 성산에 위치한 용천 한 곳에서만 하루 2만 톤 이상의 물이 나오고 있다. 하루 2만 톤이라 함은 초당 1리터짜리 우유팩 230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량이다. 참고로 집에서 수도꼭지를 아주 세게 하루 종일 틀어놨을 때 나오는 물의 양은 고작 100톤에 불과하다.

한편, 같은 용천이라 하더라도 계절에 따라 나오는 용출량 역시 달리 나타난다. 이는 제주의 우기와 건기를 용천수가 반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제주 지역의 월평균 용출량을 보면 5월보다 9월의 용출량이 7배 이상 많게 나타나고 있다.

 

 

그림 1. 제주도 지하수의 부존 형태. 제주의 분화 역사를 반영해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부터 상위지하수, 준기저지하수, 기저지하수로 구분되고 있다(인용: http://www.jejuwater.go.kr).




제주의 용천수는 전부 같은 지하수가 솟아나오는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제주의 지하수는 부존형태에 따라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부터 상위지하수, 준기저지하수, 기저지하수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그림 1). 상위 지하수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 있는 지하수를 말하며, 기저 지하수는 동부와 서부 지역 해안가에 위치한 지하수를 말한다. 또 준기저 지하수는 상위 지하수와 기저 지하수 사이의 지하수를 일컫는다. 제주 용천수는 그림 지하수 부존형태 모식도에서 보듯이 위의 세 가지 지하수가 각기 해안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지역에 따라 용천수의 근원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기저 지하수는 담수와 염수의 비중 차이로 인해 염수 위에 놓인 지하수를 말한다. 예컨대 기저 지하수의 해발고도가 1m일 경우 지하수와 해수의 경계면은 해수면 아래 40m에 위치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 Ghyben-Herzberg(가이벤-헤르츠베르크) 법칙이라고 한다(그림 2). 이 원리를 다소 어렵게 생각할지 모르나 해안가 지하수의 염수화와 관련해 자주 회자되고 있는 법칙이니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림 2. Ghyben-Herzberg(가이벤-헤르츠베르크) 법칙. 이 법칙은 담수와 해수의 경계면이 지하수 해발고도의 40배가 된다는 이론으로 해안가 지하수의 염수화 문제와 관련해 흔히 사용되고 있는 법칙이다. 예를 들어 지하수의 해발고도가 1m일 경우 지하수와 해수의 경계면은 지하 40m가 된다.

(인용:http://en.wikipedia.org/wiki/Saltwater_intrusion)



그렇다면 제주 용천수의 나이는 대체 얼마나 될까? 땅속으로 언제 들어간 물이 지금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일까? 지표수와 달리 지하수는 당연 나이를 갖고 있다. 물순환이 더딜수록 지하수 나이는 많아지며 물순환이 빠를수록 지하수 나이는 젊어지게 된다. '제주도 수문지질 및 지하수자원 종합조사'에 따르면 제주의 용천수 나이는 1살부터 25살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는 작년에 내린 빗물이 솟아나오는 용천도 있는 반면, 25년 전에 내린 빗물이 용출되고 있는 용천도 있다는 뜻이다. 용천수 나이는 해안가로 내려갈수록 많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만일 우리 눈앞에 10년의 나이를 갖는 용천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금 용출되는 물은 2004년에 내린 빗물이란 얘기가 된다. 그런데 2005년에 이 용천수 상부의 지하수 함양 유역에 축산 폐수, 화학 비료, 쓰레기 등의 오염원이 발생했다고 가정한다면 내년 2015년부터 이 용천수 수질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제주도 빗물을 다량 침투시키고 있는 제주 중간산 지역의 곶자왈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 엄격히 보존돼야 한다. 곶자왈 보존 여부는 제주의 영속성을 결정짓는 기본 잣대인 것이다.

제주로 가거든 용천을 두 곳 정도 방문해 볼 일이다. 제주시의 어승생수원지, 용연, 하물, 서창물, 서귀포시의 논짓물, 웃소먹는물, 자구리물, 여이물 등 어떤 곳이든 좋다. 용천수 수온을 느끼며 위에서 언급된 용천수의 물순환과 물수지 시스템을 되새겨 보자. 그래서 용천으로 인해 제주도가 ‘사다도(四多島)’라 불릴 만한 가치가 있는 지도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하자. 각 용천에 얽혀 있는 마을 이야기는 지리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고급 양념이 될 것이다.

글 : 박종관 건국대 이과대학 지리학과 교수(jotra.com)


* 사진 - 박종관 교수 제공

※ 참고
『제주도 수문지질 및 지하수자원 종합조사(III)』, p. 425, 제주도, 2003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 http://www.jejuwater.go.kr/

[추천 여행지]
제주도의 걷기 좋은 길들을 선정하여 개발한 도보여행 코스를 올레길이라고 한다. 올레길 곳곳에서도 좋은 용천수를 만날 수 있다.
올레길 18코스에 위치한 화북포구는 옛 제주 해상 교통의 관문으로 해신사, 화북진성, 별도연대와 같은 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화북포구에서는 큰짓물 용천수를 만날 수 있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생명수라 불리며 중요한 사람이 마셨던 물이라고 한다. 평균 수온이 섭씨 17~18도로 여름에는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삼별초의 항쟁 역사가 남아 있는 환해장성을 볼 수 있다. 배를 타고 들어오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돌을 이용해 만든 성벽이다. 올레길 18코스의 화북포구는 용천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유적지가 함께 있어 시원하게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올레길 8코스의 논짓물 용천수, 9코스의 화순해변 용천수, 10코스의 수월봉 용천수. 10코스의 신촌리 큰물 등이 있다. 올 여름 제주도 올레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용천수를 찾아 무더위를 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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