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세고 강력한 가을태풍

2013년 11월 4일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이재민이 430만 명에 12,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는 집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하이옌은 필리핀 타클로반에 상륙했을 때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05m였다. 역대 태풍 기록 중 가장 강력했다고 한다. 한 여름도 아닌 늦가을에 기록적인 태풍이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태풍 하이옌이 발생했던 북위 5도의 해수온도가 당시 31℃를 넘었다. 엄청난 에너지 공급이 가능했던 것이다. 태풍 하이옌은 해수 온도가 가장 높은 저위도 해역을 통해 이동했다. 태풍의 힘을 약화시킬 저기압이나 차가운 공기나 육지를 만나지 않았다. 이런 요인들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면서 슈퍼태풍이 만들어진 것이다.

겨울로 접어들기 직전인 11월에 발생한 태풍이 큰 피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역대 태풍 기록 중에서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열대성 사이클론은 1970년 11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했다. 폭풍과 해일을 동반한 바람은 최소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세기가 태풍 하이옌 보다는 약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인프라가 약해 희생자가 더 많이 나왔다.

■ 가을 태풍이 더 무섭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을 월별로 분석을 해 보니, 1971년부터 2013년까지 가장 많은 태풍이 만들어진 달은 8월이었다. 234개의 태풍이 북태평양 상에서 만들어졌다. 두 번째로 많은 달이 9월로 214개였다. 다음이 7월로 164개, 10월이 159개다. 여름 태풍의 수가 477개인데 가을에는 470개였다. 가을 태풍의 발생수가 여름에 못지않다는 말이다. 이중 9월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던 태풍 수는 28개, 10월에 영향을 준 태풍 수는 3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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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1971년부터 2013년까지 월별 태풍 발생 횟수 (출처: 케이웨더)


가을에 올라오는 태풍이 더 무섭다는 말을 한다. 여름 태풍보다 더 독하다는 이야기다. 정말 그럴까? 기상청에서 1904년부터 2013년까지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 순위를 발표했다. 인명 피해에서 가을 태풍은 전체 10권내에 2개가 들었다. 재산 피해는 10위권 내에 4개가 포함됐다. 인명 피해는 1980년대 이전이라 약한 태풍에서도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산 피해를 보면 가을 태풍이 훨씬 더 강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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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 순위(기간 : 1904-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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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태풍으로 인한 재산 피해 순위(기간 : 1904-2013)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태풍은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2002년 9월 태풍 루사는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 100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는 131명의 인명 피해와 4조2225억 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1959년 9월에 찾아온 태풍 ‘사라’는 849명의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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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태풍 루사의 소용돌이와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위성영상 (출처: 케이웨더)



최근 10년간(2002~2011년) 우리나라는 총 138회의 자연재해를 입었다.(소방방재청 재해연보) 이 중 호우나 태풍이 77회로 전체의 55.8%를 차지했다. 호우 피해는 7~8월, 태풍피해는 9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호우나 태풍 피해액 중 상위 1~3위가 태풍 피해였다. 강력한 태풍이 우리나라의 자연재해의 주요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이 중 가을 태풍의 피해가 가장 컸다.

■ 그럼 왜 가을 태풍은 강력하게 발달하는 것일까

가을 태풍이 강력하게 발달하는 이유로 먼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을 들 수 있다. 태풍이 발생하는 해역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이동경로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그러다 보니 북상하는 태풍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또한 태풍 발생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9월에 가장 높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해수 온도도 높기 때문에 가을 태풍이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북태평양고기압의 계절적 수축도 한 몫을 한다. 여름철에는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으로 태풍이 직접 우리나라로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을철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면서 우리나라 쪽으로 통로를 만들어준다. 여기에 가을이 되면 북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내려온다. 태풍과 기온 차이가 커지다보니 한반도에는 강력한 대기 불안정이 만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여름 태풍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바람도 더 강해진다. 그러다보니 가을철 태풍의 피해가 커지는 것이다.

유엔 정부간 기후 위원회가 2013년 9월 27일 5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의 해수 온도 상승은 최근(1991-2010년) 20년간 0.19℃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변 해수 온도 상승은 무려 0.81℃나 상승했다.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은 년 3.2mm나 된다. 그 이전 보다 거의 두 배나 빨리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상승은 세계 평균치보다 4배가 높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런 변화는 태풍의 강도에 영향을 준다.

제주대 문일주 교수가 1951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최저 기압(氣壓) 변화 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태풍의 최저기압이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다. 이 이야기는 태풍이 점점 강력해진다는 말이다. 문일주 교수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슈퍼태풍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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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태풍 최저기압 변화 추이 (문일주교수 논문)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데이터센터(CDC) 연구진은 태풍의 에너지 최강지점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1982년부터 2012년까지 태풍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태풍의 에너지 최강 지점이 10년마다 53∼62㎞씩 적도에서 극지방 방향으로 올라온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것은 지난 30년간 태풍의 세력이 강력한 지점은 적도 부근에서 약 160㎞ 멀어졌다는 뜻이다. NOAA의 제임스 코신 연구원은 "일본과 한국이 큰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점차 아열대기후구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기후가 변하면 우리나라도 가을이 아닌 겨울에도 태풍이 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강력한 슈퍼 태풍은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영향을 줄 것이다. 무엇이 슈퍼태풍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바로 기온 상승, 해수 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을 막는 길이다.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합의와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글 :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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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CO₂ 농도 400ppm, 지구 온도에 빨간불!

1958년 3월, 313ppm.
2013년 5월, 400ppm.


미국 하와이 마우나 로아(Mauna Loa) 관측소에서 최초로, 그리고 가장 최근에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다. 이 기록은 55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기 중 CO₂ 농도가 무려 87ppm이나 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지구 온도는 높아졌고 이상기후 현상도 많아졌다.

여기서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할 부분은 가장 최근 기록인 ‘400ppm’이다. 지난 2007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제시한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IPCC는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이지 않으려면 대기 중 CO₂ 농도가 400ppm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그나마 지금의 지구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세계 각지에서 측정한 CO₂ 농도가 400ppm을 넘긴 데다 마우나 로아 관측소 기록까지 이 선을 넘어버렸다. 2013년 5월 9일에는 400.03ppm으로 발표됐고, 가장 최근 측정값인 5월 27일치는 400.27ppm이었다.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빨간색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55년 간 살펴본 지구 상태 진단서, ‘킬링 곡선’

마우나 로아 관측소의 기록이 특히 중요한 경고가 되는 까닭은 ‘킬링 곡선(Keeling Curve)’에 있다. 이 그래프는 1958년부터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대기 중 CO₂ 농도의 추세를 나타내는데, 매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1950년대 말에는 연간 0.7ppm 꼴로 높아지다가, 최근 10여 년 동안에는 매년 2.1ppm씩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등 인간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CO₂ 농도가 급격히 늘어나고 지구 온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지구 상태의 진단서’인 셈이다.

[그림] 미국 하와이의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대기 중 CO₂농도를 측정한 값을 그래프로 나타낸 킬링 곡선. 1958년 3월 313ppm이었던 CO₂농도는 2013년 5월 27일 400.27ppm으로 측정됐다. 출처 : 미국 Scripps 해양과학연구소.


이런 귀한 자료가 만들어지게 된 건 1958년 당시 서른 살이었던 젊은 화학자 찰스 데이비드 킬링(Charles David Keeling) 박사 덕분이다. 그가 맨 처음 마우나 로아 화산 중턱 해발 3,397m에 세워진 관측소에서 수집한 공기를 분석해 대기 중 CO₂ 농도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처음 1년 동안 측정한 CO₂ 농도는 평형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식물의 광합성 등의 영향으로 대기 중 CO₂ 농도가 높아졌다 낮아지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자 CO₂ 농도가 확실히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2005년 77세로 죽을 때까지 이 작업을 지속했으며, 이후에는 그의 아들이 이 일을 계속하며 지구 상태를 꾸준히 살피고 있다.

결국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CO₂ 농도가 400ppm을 기록했다는 점은 중요한 경고다. 이런 속도로 CO₂ 농도가 늘어난다면 곧 450ppm도 넘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지구 온도도 섭씨 2도 높아져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여유 온도는 0.65도, 마지막 시간 벌었나?

지구 생태계를 어느 정도 유지하기 위해 IPCC에서 제시한 지구온난화의 기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아지지 않는 것’ 이다. 현재 여기까지 남은 여유는 섭씨 0.65도에 불과하다.

이미 지구 온도가 섭씨 0.75도 높아졌고, 앞으로도 섭씨 0.6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섭씨 0.6도 상승은 2005년 국립기상연구소의 기후변화모델로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농도를 고정시키고 미래를 전망한 결과 나온 값이다. 그러니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남은 여유는 섭씨 0.65도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은 지구온난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연구결과다.영국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Environmental Change Institute)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진은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게 생각보다 느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013년 5월 19일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었다.

2007년 IPCC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히말라야 빙하가 오는 2035년까지 완전히 녹아 없어질 수 있고, 지구 온도가 단기간에 섭씨 1~3도 높아질 거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그 상승폭이 섭씨 0.9~2.0도 정도일 것으로 예상돼 최대 섭씨 1도 차이가 났다. 또 향후 수 십 년간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예상치의 약 20% 정도만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최근 바다가 대기 중의 열 흡수를 크게 늘린 데서 찾고 있다. 지난 10년 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열을 흡수해 대기 중 CO₂ 농도가 400ppm을 돌파하는 와중에도 지구온난화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바다가 열을 흡수하는 일을 멈추게 되면 대기의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구온난화를 경계하는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늘어나면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높아지는 건 여전히 시간문제일 수 있다. 결국 약간의 여유는 생겼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덜 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미 400ppm이라는 위험한 지점을 넘어서고 말았지만 아직 완전히 늦지는 않았다. 지구와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을 맞을 수 있도록 오늘부터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는 건 어떨까.

반세기 세월을 하와이 화산 위에서 묵묵히 CO₂ 농도를 측정한 킬링 박사가 꿈꾼 건 어쩌면 매번 꼬물꼬물 올라가는 킬링 곡선의 기울기가 조금이라도 누그러지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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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졌기 때문에 추워졌다고? 올 겨울 추운 이유

지난 9월, 기상청은 올해 12월부터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올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 그 이유로 지목된 것이 바로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지구가 더워지는데 왜 더 추워진다는 걸까?

이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올겨울 한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가로 지목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의 한 부분으로 냉각화(glaciation)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엄밀히 말하면 빙하기에서 벗어나면서 온도가 상승하는 것도 온난화의 범주에 들어간다. 원래는 원인에 관계없이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현재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인한 기온의 증가’라는 좁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최근의 기온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분명히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역적으로 한파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급격한 온난화에 대한 지구의 반작용’이라고 해석한다. 수십억 년의 세월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추워지면 기온을 높이는 방향으로, 더워지면 낮추는 방향으로 지구는 나름의 노력으로 안정을 유지하려 한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겨울 한반도에 닥친 국지적 한파는 급격하게 상승하는 기온을 진정시키려는 지구의 노력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국지적 한파의 요인으로 북극진동 세기, 북유럽의 기단변화, 적도의 대류현상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난 2년간 한반도에 닥친 한파는 북극진동의 세기 변화에 의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북극은 일조량이 적어 대기가 냉각돼 수축하는 반면 중위도의 대기는 상대적으로 따뜻해 팽창한다. 때문에 중위도의 대기가 극지방의 대기를 밀어내 북극을 중심으로 고리 모양의 편서풍 제트기류가 발달한다. 평상시에는 중위도 대기의 세력이 강해 제트기류가 극지방에 가깝게 형성돼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에어커튼’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기온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지는 않으므로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세력 크기는 주기적으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제트기류도 중위도 지역의 세력이 강해지면 북상하고 극지방의 세력이 강해지면 남하하는 식으로 위치가 바뀐다. 이러한 현상을 북극진동이라고 한다.

북극진동은 보통 ‘극진동지수’라는 수치로 그 정도를 표시한다. 극진동지수는 중위도 기압이 북극보다 높으면 양의 값으로, 북극 기압이 중위도보다 높으면 음의 값으로 표시한다. 따라서 극진동지수가 양의 값이면 제트기류가 북극에 가깝게 형성되고 팽팽해진다. 이때는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의 지역이 중위도 공기의 세력권에 들어 평소보다 더 따뜻해진다. 반대로 극진동 지수가 음의 값이면 제트기류가 남하해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며 동아시아, 북미 중동부 등에서는 더욱 남쪽으로 쏠려 돌출부를 형성한다. 이렇게 생긴 제트기류의 돌출부에 속한 지역에는 극지방의 찬 공기가 밀려들어 평소보다 훨씬 추워진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북극진동의 지수가 계속 증가했으나 2000년 이후 극진동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09년 겨울에는 11월 말부터 무려 3주 동안 100년에 한 번 있을 정도로 매우 강한 음의 극진동 상태를 보였으며 그 결과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쳤다.

극진동지수가 강한 음의 지수를 기록하고 제트기류 고리가 남하하는 주요 원인은 가을철 시베리아의 폭설이라 추측된다. 스키장에서 살이 타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듯, 눈은 지표면보다 태양 에너지를 훨씬 잘 반사시킨다. 따라서 눈이 쌓이면 태양열을 반사하여 기온이 낮아진다. 때문에 시베리아에 평년보다 눈이 많이 내리면 공기가 평소보다 더욱 차가워져서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해진다. 시베리아의 공기가 차가워지면 수직 파동 활동이 활발해져 북극 대기 상층은 오히려 따뜻해진다. 결국 따뜻해진 북극의 공기 압력이 중위도보다 높아지므로 음의 북극진동 상태를 만든다. 이 과정은 보통 1~2개월 정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가을철 시베리아의 눈의 양을 보면 이듬해 겨울의 한파를 대략 예측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시베리아 지역의 눈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북극 주변 온난화에 따른 해빙 감소와 연관이 있다고 추정된다. 북극해빙은 9월에 가장 작은 면적을 나타내는데, 최근 북극의 여름철 해빙 면적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겨울에조차 그 양이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9월 지구의 평균 온도는 1880년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북극 해빙(海氷)이 역대 가장 많이 녹아내렸다고 한다. 북극해빙의 면적이 줄면 북극해의 수분 증발이 심해져서 시베리아의 적설량이 증가할 수 있다. 결국 극지방의 온난화가 시베리아의 강설을 유도하고, 시베리아에 쌓인 눈이 극지방 공기의 세력을 강화시켜 제트기류를 남하시키면, 중위도 지역에 한파가 찾아오는 것이다.

최근의 기상이변을 잘 관찰해보면 지역과 계절에 따른 온도차가 극심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도 말했듯 이는 급속한 온난화가 중요한 요인이며, 최근의 한반도 기후변화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당분간 한반도는 여름은 더욱 더워지고 겨울은 더욱 추워지는 양극성기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겨울의 혹한을 예방하고 기후의 양극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뜻이겠다.

글 : 김성중 극지연구소 극지기후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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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과 함께 드디어 나들이하기에 딱 좋은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가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동물원이 최고라는 태연의 근거 없는 주장에 따라 태연이네 가족은 오랜만에 동물원 나들이에 나섰다. 무척이나 따분해 보이는 엄마 아빠와는 달리 태연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우리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동물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러니까 호돌이가 너 말고 저 바위 너머 호숙이를 좋아한다 이거지? 됐어, 모양 빠지게 매달리지 말고 포기해버려~. 세상에 수호랑이가 호돌이만 있는 건 아니잖아? 훨씬 더 멋진 호랑이들이 쌔고 쌨어. 자고로 여자의 생명은 도도함이라는 걸 명심하도록!”

“태연아, 그건 잘못된 충고인거 같다. 세상에 수호랑이가 많다는 착각은 버려. 호랑이는 벌써 오래전부터 멸종위기종이란 말이다. 저쪽에 있는 코끼리, 침팬지, 매, 독수리도 다 멸종위기종이고. 머지않아 사진에서만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많이많이 봐두렴.”

“예에에에? 무슨 그런 무시무시한 농담을 하세요. 동물이 이렇게 많은데 멸종이라니, 우리아빠 오늘 쫌 오버하신다.”

“아니야. 얼마 전 세계 자연보전기구는 현존하는 동물들 가운데 포유류 22%, 양서류 43%, 파충류 29%가 멸종위기종이라고 발표했단다. 멸종위기종이란 개체수가 극단적으로 감소해서 확실히 멸종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되는 동식물군을 말하는데, 그런 생물이 엄청나게 많다는 거야. 전문가들은 환경오염 때문에 옛날보다 멸종 속도가 천 배에서 심하게는 만 배까지 빨라졌다고 얘기하고 있어. 하루에 한 종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지.”

“이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다 사라질 수 있다고요? 아빠, 지난번에 들었던 식인종 얘기보다 더 무서워요. 으으으….”

생물종이 하나 없어지는 건 어쩌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사라진 그 생물 때문에 생태계의 고리가 끊어지면 연속적으로 다른 종까지 빠르게 파괴될 가능성이 있거든. 그래서 급격히 대멸종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단다. 6,5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중생대 대멸종처럼 말이야. 그래도 그 때는 전체 생물의 4분에 1이 살아남았으니까 완전한 대멸종이라고 보긴 힘들지.”

“그럼 그보다 더 많은 생물이 죽은 적도 있단 말이에요?”

“그렇단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지금까지 모두 5번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약 2억 5,000만 년 전에 일어난 페름기 대멸종 때는 전체 생물의 95%가 멸종됐다는구나. 시베리아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지각 속 깊은 곳에 있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고, 이 때문에 지구온난화현상이 일어나서 지구의 기온이 지금보다 섭씨 6도나 높아졌단다. 그렇게 되면서 거의 모든 생물이 멸종되고 말았다고 해.”

“휴, 그래도 다행이에요. 앞으로 시베리아처럼 넓은 땅덩어리가 갑자기 폭발을 일으킬 일은 없을 테니까요.”

“글쎄다. 안심할 일은 아니야. 전문가들은 페름기 대멸종 때와 같은 이유로 지구에 6번째 대멸종이 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단다. 환경오염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약 0.7도 올랐는데, 앞으로는 온도상승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이번 세기 말쯤이 되면 지구 평균 온도가 6.4도나 오를 수도 있다는구나.(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발표) 그럼 페름기 때보다도 온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6번째 대멸종이 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거지. 얼마 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안토니 바르노스키라는 교수가 현재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아예 사라질 경우, 인류는 300~2,200년 안에 대멸종이라는 큰 재앙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단다.

“생물종의 95%가 멸종된다면, 인간도 멸종될 수 있다는 거예요?”

“인간도 자연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하나의 생물종에 불과하니까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

“아빠, 전요. 정말 오래, 오~~~래 살고 싶어요.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200년쯤은 너끈히 살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구온난화라는 나쁜 녀석 때문에 장수의 꿈을 이룰 수 없을 수도 있다니, 이건 아니에요. 정말 말도 안 된다고요!! 아빠,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이 한 몸 불살라 지구온난화를 꼭 막아보겠어요!!”

“음…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배출을 줄여야 하니까,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고, 전기와 물을 아껴 쓰고…, 그리고 무엇보다 방귀를 좀 그만 뀌어야 한단다.”

“엥? 방귀요?”

“그래, 바로 바로 삼 만년 묵은 썩은 청국장 냄새가 나는 네 방귀 말이야! 젖소 한 마리는 소형차 한 대 분의 메탄가스를 배출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지만, 내가 짐작 컨데 넌 대형버스 열 대 분의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게 틀림없다고! 그러니까 지구온난화를 막아 오래 살고 싶다면 제발 방귀와 트림을 적당량만 배출하기를 바란다. 꼭꼭꼭!!!”

“흥! 아빠 배출량은 뭐 적은지 아세요? 내가 누굴 닮아서 초대용량 방귀를 뀌는 장트라블타가 됐는데요. 아빠, 미워!!”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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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더웠던 지난해 여름. K씨는 더위보다 호되다는 실연을 당했다.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날씨에도 K씨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식구들은 연애가 사람 잡는다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K씨에게 그토록 깊은 상처를 준 아가씨는, 이름부터 하늘하늘 아름다운 ‘윤나비’. 하지만 K씨 가족에게 지난여름 이후 ‘나비’는 금칙어가 되었다. 어쩌다 ‘나비~’라는 말이 나올라치면 황급히 입을 막았다. 가족은 K씨가 없을 때에 혹시라도 그 이름이 거론되는 게 두려워, 별칭을 만들어 냈다. 나비는 무슨 나비, 매섭기 짝이 없는데. 해서 붙은 윤나비의 새 이름은 ‘독수리’였다. 다행히도 K씨는 이번 가을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가족들은 “이번 애인은 독수리 같지 않아야 할 텐데’라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K씨의 사랑을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나비’와 ‘독수리’는 곤충이나 동물이 아닌, 태풍의 이름이다. 2005년 발생한 태풍 ‘나비’는 막대한 피해를 가져와 더 이상 나비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대신 ‘독수리’라는 새 이름으로 교체했다. 이렇듯 태풍에는 고유한 자신만의 이름을 붙이고 있으며, 여차하면 ‘개명’할 수도 있다.

다른 자연 현상이나 재난과는 달리 태풍은 어엿하게 자신만의 이름을 갖고 있다. 한 번 발생한 태풍은 일주일 이상 지속되어, 같은 지역에 동시에 여러 개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혼선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구분하기 쉬운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태풍 이름은 태풍의 영향을 받는 14개국이 각자 자국어로 된 이름을 태풍위원회에 10개씩 제출해 사용하고 있다. 총 140개의 이름을 28개씩 5개조로 나눠 1조부터 5조까지 순서대로 쓰고, 사용이 끝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한다. 하지만 태풍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고 나면, 그 태풍 이름은 다시 듣는 것조차 불쾌해지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태풍위원회에서는 특정 태풍에게 피해를 당한 회원국이 해당 이름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까지 16개의 태풍 이름이 퇴출되었으며, 이렇게 퇴출된 이름은 다시는 태풍 이름으로 쓰이지 못한다. 2003년 발생한 태풍 ‘수달’은 미크로네시아의 요청으로 ‘미리내’로, 2005년 발생한 태풍 ‘나비’는 일본의 요청으로 ‘독수리’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던 태풍 ‘매미’의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청해 ‘무지개’로 바뀌었다.

태풍에 최초로 이름을 붙인 사람은 호주 퀸즐랜드 지방 기상대에서 근무하던 클레멘트 래기(Clement Wragge)다. 1900년대 초, 래기는 난폭한 폭풍우가 발생하면 정치인을 비롯해 자신이 평소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여 예보를 했다. 아마도 이때 래기가 붙인 이름은 남자가 많았을 것이다.

태풍에 공식적으로 이름이 붙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였다. 2차 대전 이후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폭풍을 감시하던 미국 군인들은 태풍에 보고 싶은 부인이나 애인의 이름을 붙였다. 피해를 겪은 사람에게는 끔찍한 태풍 이름이 기상 관측을 하던 누군가에게는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람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당시 태풍 이름은 여자 이름이 대부분이었는데, 1970년대 태풍에 여자 이름만 붙이는 것이 여성 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1978년 이후로는 여자 이름과 남자 이름을 번갈아 사용하게 됐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140개의 태풍 이름들은 저마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공모를 통해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 등 10개를 태풍위원회에 제출했다. 주로 작고 순한 동물이나 식물 이름으로, 태풍이 온화하게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일본에서 제출한 이름들은 일본에서 보이는 별자리의 이름이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입힌 ‘곤파스’는 일본에서 붙인 이름으로, 센타우루스자리 남동쪽에 있는 ‘컴퍼스자리(Circinus)’를 말한다. 그 밖에 독특한 이름으로는 채찍질을 의미하는 필리핀의 ‘하구핏’, 닭의 간과 벼슬이 들어간 햄이라는 뜻으로 마카오가 낸 ‘파마’ 등이 있다. 이 중 ‘파마’는 2009년 필리핀에 큰 피해를 줘 영구 제명될 예정이다.

2010년 9월에는 우리나라를 찾는 태풍이 유난히 많다고 한다. 게다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금까지의 태풍과는 위력이 전혀 다르며, 발생 위치와 경로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슈퍼 태풍’이 등장하리라는 경고도 있다. 미국 지구물리유체역학연구소에서는 2080년경 이제껏 볼 수 없던 최대 규모의 슈퍼태풍이 발생하리라 경고하고 있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을 기준으로 약한 태풍, 중간 태풍, 강한 태풍, 매우 강한 태풍으로 나뉘는데, 9월 2일 한반도를 강타한 ‘곤파스’는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44m 이상인 매우 강한 태풍이었다. 초속 40m의 강풍은 사람은 물론 커다란 바위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세기다.

태풍은 충분한 열에너지와 수분, 공기를 소용돌이치게 하는 회전력에 의해 발생한다. 회전력은 지구 자전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수분이 충분하고 해수면 온도가 섭씨 27도 이상인 열대의 바다에서 태풍이 형성된다. 이렇게 발생한 태풍이 어디로 어떻게 지나갈지, 얼마만큼의 강도를 가질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애초에 태풍 발생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아직까지 태풍을 인공적으로 제어할 방법은 없다. 만일 차가운 심해 바닷물을 이용해 열대지방의 해수면 온도를 낮춘다면 태풍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태풍은 지구 에너지의 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억지로 막는다면 더 심각한 재앙을 부를 수 있다.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태풍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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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들 떠올려보자. 깜깜한 지하세계, 박쥐들이 사는 무서운 곳, 신비로운 종유석과 석순이 자라는 공간, 여름철 시원한 관광지 등 사람마다 동굴에 대한 느낌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지하의 컴컴한 공간을 모두 동굴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하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져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만이 학술적으로 인정되는 동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동굴은 강원도나 충청북도에서 발견되는 ‘석회동굴’과 제주도의 ‘용암동굴’, 그리고 바닷가에서 파도에 의해 깎여 만들어진 ‘해식동굴’이다. 이런 동굴을 탐험하다 보면 길을 잃을 때도 있고 위험한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동굴 내에 발달된 통로의 형태가 너무 다양한데다 동굴 내부에서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동굴마다 환경이 달라서 어떤 동굴은 다른 동굴보다 덥기도 하고, 혹은 더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동굴 속 온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지하에 발달한 동굴 속 기온이 1년 내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즉, 동굴 내부의 온도가 변하는 게 아니라 동굴 바깥의 온도가 계절에 따라 심하게 변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동굴이 시원하게 느껴지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느껴진다.

동굴의 내부 기온이 1년 내내 일정한 이유는 동굴 내의 온도가 그 지역 동굴 외부의 평균 온도를 항상 간직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의 평균 기온은 오랫동안 유지됐기 때문에 주변 암석에 기록돼 있다. 계절에 따라 대기 온도가 많이 변해도 암석은 거의 평균 기온을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암석 내에 위치하는 동굴 속 기온이 암석의 온도와 일치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물론 동굴 바깥에서 많은 물이 흘러들어가서 흐르게 되면 동굴 내부의 온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는 있다.

유럽에 있는 오스트리아나 슬로바키아에는 1년 내내 얼음이 존재하는 동굴들이 많다. 동굴 속에 항상 얼음이 있어서 얼음동굴이라 부르는데, 오스트리아의 ‘아이스리젠벨트 동굴’이나 ‘다크스타인 동굴’은 세계적인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얼음이 있는 동굴은 대부분 석회동굴인데, 이곳에 얼음이 많은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동굴 내부의 평균 온도가 섭씨 0도보다 낮기 때문에 동굴 속에 흘러들어간 물이 얼어서 1년 내내 얼음 상태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얼음이 존재하는 동굴은 동양에도 있다. 만주지역에 수직으로 발달한 동굴을 약 20m 내려가면 얼음으로 된 수많은 석순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몇몇 지역에서 ‘얼음골’이 존재한다. 바깥기온은 섭씨 30도가 넘는데, 동굴 속에는 얼음이 있다니 어찌된 일일까? 이런 현상은 대기의 흐름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표면은 항상 중력의 영향을 받으므로 무거운 것이 가벼운 것보다 아래에 존재하려고 한다. 물이나 공기도 마찬가지여서 상대적으로 무거운 차가운 물이나 공기가 항상 아래에 있으려고 한다.

만약 추운 겨울에 사방이 막혀 있는 골짜기에서 차가운 공기가 만들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이 공기는 골짜기에 갇혀 그 자리에 남게 된다. 여름이 와도 차가운 공기가 더운 공기보다 무거우므로 그 자리를 지키게 되고, 이 공기의 영향으로 얼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동굴에 수직으로 발달한 통로만 있고, 다른 통로 없이 막혀 있으면 동굴 내부는 1년 내내 항상 차갑게 유지될 수 있다. 중국의 석회동굴에서 여름에 얼음이 있었던 이유는 바로 차가운 공기가 동굴 속에 계속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동굴의 입구가 여러 곳에 있으면 그 형태와 위치에 따라 계절별로 공기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학자들은 남한에만 1,000개 이상의 천연동굴이 분포한다고 추정한다. 이 중에서 내부가 아름다운 동굴은 관광지로 개발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강원도 영월의 고씨굴, 삼척의 환선굴과 대금굴, 태백의 용연동굴, 동해의 천곡동굴, 정선의 화암동굴, 충청북도 단양의 고수동굴, 온달동굴, 천동굴, 경상북도 울진의 성류굴이 개방된 석회동굴이며, 제주도의 만장굴, 협제-쌍룡굴, 미천굴이 일반인에게 개방된 용암동굴이다.

이런 동굴들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고, 생활에도 유용하게 이용된다. 석회암과 종유석 같은 동굴생성물은 과거의 기후변화를 추적할 수 있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데 사용되고, 동굴 내에 살고 있는 희귀생물은 난치병 치료약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항상 깜깜하게 유지되는 독특한 내부 환경이 동굴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생물을 살 수 있게 했고, 이런 생물이 가지는 다양한 유전물질이 앞으로 우리에게 소중한 치료약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석유 자원도 동굴과 관련이 있다. 지하에 발달한 동굴은 석유가 저장되는 아주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석유자원의 절반 정도가 석회암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동굴을 명상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동굴에 음식물을 저장하기도 한다. 단양의 일부 동굴에서는 구석기 시대의 유적이 많이 발견돼 한반도에 살았던 조상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

이렇게 동굴은 여러 면에서 가치 있는 지하의 자연세계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동굴을 그리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동굴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은 아무 죄의식 없이 동굴생성물을 손으로 만지고 동굴에 쓰레기를 버린다. 사람이 만지는 동굴생성물은 검게 색이 변하며, 버려진 쓰레기는 동굴생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런 행동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

동굴마다 규모와 내부 환경이 다르므로 동굴이 개방되면 이곳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 내부 환경이 잘 유지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개방된 국내 동굴 대부분은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아 내부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동굴 내에 설치된 조명 아래에는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나 식물이 자라고, 사람들과 함께 들어온 먼지는 동굴벽면을 검게 만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동굴을 관리하는 기관에서도 개방된 동굴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모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관리자는 표만 팔 뿐 동굴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개방동굴은 그저 다른 관광지의 하나처럼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장소일 뿐이다.

다행히 최근에 개발돼 공개된 강원도 평창의 백룡동굴은 새로운 관광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동굴을 관람할 수 있는 인원이 동굴 환경에 따라 제한되며, 동굴 내에는 조명시설이 거의 없다. 또 사람들은 동굴탐험복을 입고 깜깜한 동굴을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관람한다. 조명시설이 없으니 동굴 내부는 잘 보전되며, 가이드가 동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있어서 천연동굴에 대한 소중함을 관광객에게 교육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패턴인 것이다.

2007년에 제주도의 용암동굴 5개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금수강산의 가치를 전 세계에서 인정해 준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소중한 동굴 환경은 관리 소홀로 점차 훼손되고 있다. 소중한 동굴 환경을 단지 깜깜하고 여름에 시원한 피서지로만 느끼는 것은 더 이상 선진국으로 가는 우리의 문화수준이 아니다. 이제라도 동굴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글 : 우경식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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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30일 또 한 명의 연예인 박용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0년 3월 배우 최진영이 목숨을 끊은 지 3개월 만의 일이라 세상은 또 자살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해졌다. 대체 사람들은 왜 자살을 하는 것일까?

사람이 자살하는 이유로 꼽히는 것은 잘 발달한 대뇌다. 대뇌피질이 창조적이고 조직적이며 모든 신경을 통제하는 중추기능이지만 취약점도 가지고 있다. 엄청난 자극에 의해 흐트러진 질서는 좀처럼 돌이키기 힘들거나 영구적으로 못 쓰게 돼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행동(우울증, 폭력)을 보이기도 하고, 아노미(anomie)에 빠지면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람만큼 대뇌가 발달하지 못한 동물들도 자살을 한다. 물론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자살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자살의 의미가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라고 할 때 동물들도 자살을 할 수 있다는 증거들은 얼마든지 있다. 아래 몇 가지가 좋은 예이다.

● 고래의 자살(Stranding)

스트랜딩(Stranding), 고래가 해안가로 밀려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는 현상을 일컫는다. 고래는 물 밖에 나오면 호흡하기 곤란해지므로 질식하거나 몸무게에 내장 등이 눌려 죽게 된다. 장소는 조금씩 다르지만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자연 현상 중 하나다. 이런 현상을 두고 학자들은 지구온난화와 먹이의 고갈, 해양오염 심지어 어군탐지기나 군함에서 쏘는 초음파의 영향이라고까지 말한다. 또 일부 병리학자들은 죽은 고래를 해부해 보고 위장병이나 전염병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고래의 떼죽음을 우울증 같은 정신적 이유로 본다. 고래의 상대적 지능이 높고, 바다로 돌려보내도 다시 해안으로 돌아온다는 것들이 근거다. 돌고래처럼 삶에 충실하고 낭만적인 동물들이 일부러 얕은 곳에 밀려온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자살하는 것과 거의 진배없는 행동이다.

● 북극 레밍(Lemming)의 집단이주 현상

동물들 자살이야기가 나올 때 대표적으로 거론 되는 동물이 레밍이다. 일명 ‘나그네쥐’라고도 불리는 레밍은 먹이 환경이 좋아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일부 그룹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동을 시작한다. 거의 맹목적으로 선두를 따라가는 이런 동물 떼는 선두가 방향을 잘못 잡아 바다나 호수로 안내하면 그대로 빠져죽게 된다. 아마도 수명이 짧은 이 설치류들에게 물에 대한 두려움이란 걸 원초적으로 각인시키기엔 진화의 시간이 너무 짧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행동을 자살로 봐줄 순 없다. 더 좋은 곳에 살려고 이주하다가, 모르고 아니면 관성으로 전진하는 떼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죽는 것이지 삶을 스스로 포기 한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뒤에 남겨진 조금의 숫자는 살아남아 새 터전을 찾아간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집단행동에서 자살로 볼 수 있는 사례가 있는데 ‘누’의 경우가 그렇다. 건기에 아프리카 사바나에선 풀과 물을 찾아가는 초식동물의 대이동이 시작 되는데, 이동 중 맨 앞에 서는 우두머리 ‘누’가 맨 먼저 악어 밥이 되거나 거센 물살에 휘말려 죽으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뒤에 있는 것들이 살아남는다. 동물들의 세계에서 우두머리는 먼저 희생할 줄 아는 동물을 지칭하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들이야말로 집단을 위한 자살을 선택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침팬지의 자살

성숙한 침팬지의 겨우 보통 IQ 70정도의 지능을 가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인간에 빗댄 수치지 그들의 본능과 학습을 합쳐보면 개체나 무리에 따라 훨씬 더 합리적인 행동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의도적인 자살도 가능하지 않을까.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동물학자 ‘제인구달’의 침팬지 관찰 예에서 어미 ‘플루’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죽은 아들 ‘플린트’의 이야기가 자살의 사례로 자주 회자된다. 하지만 이것은 침팬지가 지능이 높아서라기보다는 어미를 잃은 새끼동물들이 통상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부모상실증후군’이다.

야생에서 독립하기 전의 새끼에게는 어미 곁에 붙어 있는 것이 삶의 법칙이고 불문율이다. 어미의 부재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쉽게 인간과 친해질 수 있는 침팬지의 특성상 그냥 관찰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이 새끼를 살려보려 했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옛날 인디언들의 생각은 일종의 선택이었다. 자신이 어느 정도 힘이 빠지고 공동체에서 더 이상 역할이 없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러 간다. 그저 벌판에 나가 조금 앉아 있으면 그대로 죽음이 찾아 들었고 그 자신은 동물들을 통해서 다시 대지로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일부 고승들도 이런 종류의 죽음을 택한다고 한다. 동물들도 이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만일 많은 동물들이 제멋대로 그 자리에서 죽는다면 사바나는 온통 해골무더기로 가득 차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들은 죽음이 가까이 오는 것을 알고 무리를 벗어나 스스로 잡혀 먹히던지, 코끼리 같은 경우는 무덤자리(집단 무덤은 아니다)를 찾아가기도 한다.

이런 예들을 통해 동물들은 죽음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걸 엿볼 수 있다. 만일 사고라면 뭍으로 올라온 고래를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혹시 그들의 자유로운 죽음으로의 선택을 인위적으로 방해하는 일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397호 ‘슬프고 미스테리한 동물의 선택(2006년 1월 23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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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매일 먹는 점심이건만 답을 내기 어렵다. 그래도 끼니를 거를 수는 없으니 먹기는 하는데 밥맛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자장면이나 햄버거, 스파게티를 찾는다. 예전에는 우리 음식문화에 없던 음식이었는데 말이다. 하루에 쌀밥을 먹는 일은 평균 잡아서 1끼를 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여기서 질문 하나. 우리는 1년에 얼마나 쌀을 소비할까.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연평균 2.4% 감소해 2008년에는 1인당 75.8kg을 소비했다고 한다. 1인 가족과 맞벌이 부부 증가로 인해 라면, 빵, 국수 등의 인스턴트 식품이나 육류 소비가 쌀 감소량만큼 증가했다는 얘기다.

또한 바쁜 일상생활로 인해 운동은 덜하고 고지방의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의 변화 때문에 성인병이나 이에 따른 각종 질병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웰빙과 채식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채식을 하면 건강도 지키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채식을 하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데, 이 말이 무슨 말일까? 육류 소비의 증가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쌀을 위주로 음식을 섭취했던 아시아까지도 육류 소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 가축 수는 인구의 약 10배인 600억 마리인데, 2050년에는 1,200억 마리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가축 수가 늘어나게 되면 물 소비량도 증가하고, 그에 따른 에너지 소비도 늘어나게 된다. 쌀 1kg 생산을 위해 물 3,000리터가 필요한 데 비해 쇠고기는 1kg 생산을 위해 1만 5,500리터가 필요하다고 하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또한 주 사료인 곡물의 사용량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현재 지구에서 재배되는 곡물의 1/3이 축산용으로 쓰이는데 쇠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는 사료가 10kg 필요하므로 쇠고기 소비량 증가에 비해 사료의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런 축산에 막대한 사료가 쓰인다는 점뿐만 아니라 다량의 이산화탄소도 배출된다는 점이다. 축산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는데 특히, 메탄가스 발생량의 37%가 축산에서 나온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23배나 크다고 하니 더욱 치명적이다.

가축 분뇨 문제도 심각해진다. 가축들이 내놓는 엄청난 양의 분뇨는 고체와 액체가 섞여 있기 때문에 저장이 어렵고, 유기물이 발효되면서 악취를 풍긴다. 가축의 분뇨를 퇴비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하수처리하거나 바다에 버리는 경우도 많다. 2012년부터 해양투기를 금지할 예정이라서 분뇨 처리 대책이 시급하다.

재작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라젠드라 파차우리에 따르면 쇠고기 1kg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36.4kg 발생하는데, 이는 승용차로 250km를 주행할 때와 100w 전구를 20일 동안 켜놓는 것과 같은 양이라고 한다. 이러한 계산에 따라 라젠드라 파차우리 박사는 자동차 사용량을 줄이는 것보다 고기 소비량을 줄이는 게 지구 온난화 방지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쇠고기를 1kg 안 먹으면 그만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기에 말 그대로 채식을 하면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셈이다.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육류 소비가 줄면 산림파괴도 줄고, 물이나 에너지 소비도 줄고, 동물이 가져다주는 2차적 질병(광우병, 조류독감 등)의 피해도 줄기에 일석삼조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취지로 최근에는 녹색경영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국제적인 힘의 원천이 한 국가의 정치, 경제에서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누가 더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생활을 영위해 나가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존폐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생산집약형 국가는 국제사회에서의 파워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그보다 우리가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도 지나친 육류 섭취는 줄여야 한다. 무조건 고기를 먹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지구를 생각하며 육류 섭취를 자제해보자.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도 지키고 지구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글 : 임성아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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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름은 해파리 때문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렸다. 피서객들은 해수욕장에 갔다가 해파리 독침에 쏘여 고생하고, 어부들은 건져 올린 그물에 생선보다 해파리가 많아 곤욕을 치렀다. 의료계에 따르면 올여름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독에 쏘여 급히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 주변에서만 700여 명이 해파리에 쏘였다고 신고했고, 그 가운데 10% 정도가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몸이 움츠러든다. 어떤 사람들은 해파리는 식용이니까 잡아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사실 해파리 200여 종 가운데 4가지 정도만 식용으로 먹을 수 있다. 식용 해파리만 나타나주면 좋겠지만 문제는 어업에 큰 피해를 주는 해파리가 대량으로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물을 들어 올렸을 때 주로 잡히는 해파리 종류는 ‘노무라입깃해파리(Nomuras jellyfish)’인데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던 난대성 대형 해파리였다. 한 마리 크기가 1~2m에 달하고 무게가 무려 100kg 이상이다. 무리 생활을 하고 육식성이라 일단 출현했다 하면 주변의 물고기는 싹쓸이되고 느릿느릿 유영을 하므로 어부들의 그물에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혀 올라 그물훼손, 어족자원 고갈로 이어져 어부들의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해수욕장 부근에서 사람을 쏘는 해파리류로 대표적인 것은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더불어 ‘작은부레관해파리(bluebottle jellyfish)’가 있다. 이 역시 최근에 한반도 근해에 나타난 난대성 해파리이다. 이들의 크기는 갓길이 10cm 정도로 작지만 촉수에 물고기나 사람이 접촉하면 촉수 끝의 자포가 총알처럼 발사되어 독소가 주입된다. 이를 맞은 사람은 극심한 통증과 더불어 맞은 피부가 괴사할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고 만일 두 번 이상 연속으로 쏘이면 사망할 수도 있다. 비록 쥐치들이 천적이라지만 쥐치의 숫자는 한정돼 있고 한반도 근해 해파리들에만 적응되어 있는 터라 이들이 거대한 크기와 독으로 무장한 외래성 해파리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동안 우리 바다는 난류와 한류의 교차지점에 있어 어류 977종을 비롯하여 10,000여 종이 넘는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해 왔다. 비교적 생태자료가 부족한 옛날에도 정약전의 자산어보 같은 책에서 이런 풍요한 바다가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사실 대기보다 바다에 훨씬 더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반도 주변 바다의 생태계는 지금 급격한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파리뿐 아니라 난류성 어류인 고등어가 동해안까지 북상하여 잡히고 대표적인 한류성 어류인 명태나 대구는 몇 년 사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제주 특산인 아열대성의 자리돔이 울릉도 연안에서 잡히기도 한다.

현재 깊은 바다는 아직은 개발하기가 어렵고, 연안바다는 이미 오염과 고온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컨대 매년 되풀이되는 적조현상은 코클로디니움 등의 바다 플랑크톤의 급격한 증가에 의해 발생한다. 이 플랑크톤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과 육지로부터 다량의 영양염류유입에 의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해수면 온도상승이야 불가항력이라 해도 오염은 대부분 인간의 폐기물에 기인한다. 우린 이미 몇십 년 전부터 바다에 인분 등 온갖 폐기물을 무단 투기하고 있으며 양식어업의 증가로 바다 한복판에서조차 끊임없이 고정 오염원이 배출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섭게 증가한 플랑크톤들은 이제 역으로 양식장을 덮쳐 양식 물고기와 어패류의 집단폐사와 식중독을 일으키는 패류독소를 발생시킨다.

연안바다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또 하나의 심각한 현상 중 하나는 바로 ‘갯녹음현상(whitening event)’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수온상승과 영양 염류의 과잉유입으로 인해 바다 밑바닥 해조류들이 영구히 말라 죽고 이들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어패류들 마저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흰색의 무절석회조류가 대처하는 현상이다. 내륙에서 사막화가 진행되듯이 일단 바다 한곳에 이 현상이 일어나면 주변부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마치 서로에게 ‘이런 오염된 곳에서는 사는지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는 신호를 주고받는 듯이 보일 지경이다. 최근에 동해안 등에서 다시 해조류를 부착하여 갯녹음을 복구하려는 뒤늦은 노력이 이어지지만 한번 파괴된 자연은 복구하는데 그 수배 내지 수십 배의 시간이 들어간다. 경험상의 진리를 염두에 둔 인내심과 의지가 꼭 필요한 작업이다.

요즘 들어 주로 스페인이나 호주 인근해역에서 고래들이 해안으로 올라와 죽는 ‘스트랜딩(stranding)’ 현상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초음파 교란, 질병, 기아, 기생충 감염 등 여러 가능성을 찾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대신 특정 개체나 연령층이 아닌 집단이나 가족중심의 스트랜딩이 주로 일어나는 걸로 보아 지구온난화나 해양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인 환경변화와의 관련성도 간과할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이렇듯 예측하기 어려운 고래의 집단 자살은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바다 환경의 심각한 변화의 조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한반도 주변 바다의 현실일 수도 있다. 바다는 넓지만 결국 하나이니까.

글 : 최종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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