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배운 과학자의 위대한 업적

지난 9월, 한국영화계의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손꼽히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제 69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그간 흥행률 저조, 평단의 혹평 속에도 묵묵히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왔는데, 영화 관련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꾸준히 수상할 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인정받고 있다. 과학기술계에도 소위 이런 류의 이단아들이 있다.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관련종사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학기술계에 기여한 과학자들. 그들의 업적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오늘날 우리생활에 꼭 필요한 가전제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전자레인지는 우연한 기회에 발명됐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퍼시 스펜서’라는 한 과학자의 끊임없는 노력 뒤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미국의 공학자이자 발명가였던 퍼시 스펜서(Percy Spencer, 1894~1970)는 미국 메인주(州)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 어머니에게도 버림받아 남의 손에서 자라야 했다. 어려운 가정을 돕기 위해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교육만 받은 채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제지공장에서 일했다. 밤에는 공부를 하며 기계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주경야독(晝耕夜讀)’ 생활을 하던 중, 16세 무렵 그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찾아온다. 당시 제지공장에서는 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관련 기술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퍼시는 책으로만 알던 내용을 직접 시험해 보기 위해 사장을 설득했고, 갖은 시행착오 끝에 전기를 설치하는데 성공한다. 관련 서적을 독학해 얻은 실력임에도 다른 기술자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그 후로 그는 메사추세츠 주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전기 기술자로 통했다.

해군에 입대해서는 학력을 속이고 무전병과를 지원해 삼각함수, 미적분, 화학, 물리학, 야금학 등을 배우게 된다. 관련 분야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그의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다. 제대 후 25세의 나이로 레이시온이라는 무전장비회사에 들어간다.

1945년,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근무하던 그에게 일생의 사건이 일어난다. 당시 레이시온에서는 마그네트론을 제조하고 있었는데, 마그네트론이 작동 중이던 실험실에 들어갔던 퍼시가 주머니에 넣어둔 초콜릿 바가 녹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마그네트론은 마이크로파 신호를 생성하기 위한 진공관으로 당시 레이더에 필수적인 장치였다.

이 우연한 사건에 호기심을 느낀 퍼시는 초콜릿 바가 녹은 이유와 마이크로파와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한다. 우선 옥수수 알맹이를 마그네트론 옆에 놓아두었다. 그러자 알맹이가 터지며 팝콘으로 튀겨졌다. 다음날은 달걀을 옆에 두어 달걀을 익게 만들었다. 이를 본 퍼시는 마이크로파가 음식 조리에도 쓰일 수 있다고 추측하고 오늘날 전자레인지라고 불리는 상자를 만들어냈다.

레이시온은 이 발명을 요리에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보스턴의 한 레스토랑에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실험과 개량을 통해 마침내 1947년 첫 번째 전자레인지인 ‘레이더랜지(RaderRange)’를 만들어냈다. 최초의 전자레인지는 높이가 무려 167cm, 무게는 340kg에 달하는 ‘거구’의 장치였다. 가격은 무려 5,000달러로 가정용으로는 보급될 수 없는 사양이었다. 하지만 냉동식품을 빨리 해동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레스토랑이나 항공사 등에서 이용됐다.



[그림] 1961년경 레이시온사에서 출시한 전자레인지 레이더랜지.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가정용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1952년부터였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팔려나간 시기는 1970년 이후였는데, 이미 퍼시가 사망한 다음이었다.

“교육 받은 과학자들은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에 대해 미리 예단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퍼시는 무엇이 불가능한지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

퍼시의 동료 과학자는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식으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아이 같은 호기심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기의 발명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전자레인지 외에도 그는 생전에 무려 225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오늘날 예술과 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로 꼽히는 다빈치 역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빈치는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업적이나 그의 작품이 끊임없이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 과학자로 불려도 부족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공증인이었던 아버지와 그의 시중을 들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두 부모 모두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서 사생아가 돼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당시 사생아는 대학에도 갈 수 없었다. 심지어 아버지로부터 성도 물려받지 못했는데, 다 빈치(Da Vinci)는 ‘빈치 지역의’라는 뜻이다.

 

 

 

 

 


그가 15세가 되던 해, 공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스승인 베로키오 곁에서 그림을 배웠으며, 여러 예술가들을 지켜보았다. 30세에는 밀라노에서 화가이면서 동시에 군사 기술자,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해부학, 광학, 지질학, 천문학, 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몰두한다. 그가 그림을 그릴 때에는 무서울 정도로 몰입했는데, 새벽부터 저녁까지 붓을 놓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많았다.

해부학에도 관심이 많던 그는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시체 한 구당 일주일 이상 해부하며 세밀하게 관찰해 스케치로 남기기도 했다. 당시 시체를 보관할 냉동기술이나 방부제가 없었음에도 총 30구 이상 해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 역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과학자로 꼽힌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통찰력으로 전자기학의 기초를 쌓았으며 평생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무료 강연을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어쩌면 이들 외에도 수많은 과학도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못 배웠기에 오히려 겸손했고, 남들보다 더 성실히 노력한 그들의 성과는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지 않을 것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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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이 함유된 식품 때문에 중국을 필두로 하여 홍콩, 한국, 미국까지 떠들썩한 물결이 훑고 지나갔다. 음식 속에 들어 있는 유해 성분은 인체에 곧바로 악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누적되면 돌이킬 수 없는 질병이나 장기 손상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수적인데, 그 파급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에 단 1퍼센트의 위험 가능성까지도 알리려는 측과 안전하다고 하는 측 사이에서 상반된 의견이 나오게 마련이다. 아직 멜라민 함유 식품에 대한 우려가 식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쯤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멜라민의 정체부터 짚고 넘어가자. 멜라민(melamine)은 포름알데히드라는 물질과 반응하여 수지성 화합물을 생산한다. 이 수지들은 충전제나 색소로 가공되어 식기류, 주방 기구들 등을 만드는 데에 쓰인다. 내수성과 내열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본래 멜라민은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공업용으로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포유동물이나 식물이 살충제인 ‘시로마진’을 섭취할 경우 체내에서 이 물질을 멜라민으로 변환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처럼,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멜라민을 입으로 섭취할 일이 거의 없다. 더 정확히는 음식에 멜라민을 첨가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왜 이번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까. 근본적인 원인을 따지자면 식품 가공업자들의 도덕성 불감 때문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런 일을 가능하도록 한 중국 검사기관의 책임이 크다. 식품의 등급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단백질 함량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동물 사료나 유제품이 그 예이다. 그런데 일부 기관이 비용 문제 때문에 단백질 농도 측정법 대신 단백질의 주성분인 질소 함량을 측량하는 간단한 방법을 채택했다.

말하자면 질소의 양만 기준에 맞으면 품질 검사를 통과시켰던 것이다. 업자들은 이를 악용했다. 멜라민을 우유에 섞으면 질소의 양이 많아지고, 결국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으로 결정되어 고급 제품으로 비싸게 팔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제품들이 그대로 유통되거나 다른 식품의 원료로 쓰여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멜라민 사태의 여파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서 향후 식품에 멜라민을 첨가한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공표한 상태이다.

그러면 멜라민은 얼마나 해로운가. 쥐를 대상으로 멜라민의 독성을 실험한 결과, 경구 LD50치(50%동물을 사망시킬 수 있는 농도)는 약 3g/kg 정도로 멜라민 자체의 독성은 매우 약하다. 일반적으로 동물실험에서 멜라민이 생체 내에 흡수되면 24시간 안에 뇨로 배출된다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사람들의 경우에는 아직 이렇다 할 결과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서 단정 짓기 어렵다. 하지만 만약 영유아 및 노약자 등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멜라민이 잘 빠져나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전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얼마 전 멜라민의 유해성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가 있었다. 2007년 미국에서는 특정 업체에서 제조한 동물 사료를 리콜한 일이 있었다. 다수의 동물들이 신장관련 질병을 앓거나 죽었는데, 중국 업체에서 원료로 수입해 온 과립형 밀 글루텐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고, 피해를 당한 동물들의 신장과 소변에서 결정 상태의 멜라민이 발견되었다. 이때에도 중국에서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멜라민을 사용한다는 점이 문제 된 바 있다.

올해 일어난 멜라민 분유 사건의 양상이 2007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사료 사태와 비슷하다. 9월 22일까지 집계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멜라민 때문에 신장 질환을 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이 약 5만 3천 명이며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12,800명가량이고 네 명의 유아가 사망했다. 현재 알려진 멜라민의 암 유발 가능성은 국제암연구소(IARC)의 기준에 따르면 3그룹에 해당한다. 즉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인체발암성 물질로 분류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장기간 섭취한 멜라민이 신장부 미세관에 모여 결정을 이루고 그 결과 신장기능 이상을 유발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멜라민의 인체 유입과정은 식품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멜라민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각종 식기와 조리용품에 널리 쓰인다. 이것들은 안전할까? 일단 공산품에 첨가된 멜라민은 섭씨 340도 이상으로 가열되어야 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주방용품들은 장시간에 걸쳐 열에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그 안에 포함된 멜라민이 전혀 녹아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멜라민을 사용한 접시를 전자레인지에서 직접 가열하거나 200도 이상 되는 기름에서 튀김 요리를 할 때 멜라민 함유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은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에 코팅식 프라이팬들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프라이팬 표면을 덮고 있는 것이 멜라민 코팅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에 몇몇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이 멜라민을 코팅재로 쓰지 않으며 불소수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멜라민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의 식품 생산과 유통 체제는 복잡하고 다분화되어 그 속에 들어 있는 특정 물질이 유입되는 경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2007년 미국에서는 앞서 얘기한 사료 리콜 사태뿐 아니라 또 다른 멜라민 관련 사건이 있었다. 가축용 사료를 묶고 고정시키는 바인더에 멜라민이 있었고, 이것이 사료에 스며들었던 사건이다. 가공 식품의 원료를 다국적으로 수입하다 보니 원가 절감을 위해 가격이 낮은 물건을 선호하게 마련이며 그 결과 검사 체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중국 등의 생산품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 소비자들의 노력만으로 유해물질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원칙적으로는 몹쓸 물질들을 음식에 섞는 행위 자체가 근절되어야 하겠지만,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조심은 물론 행정 기관들의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멜라민 분유 파동과 같은 사태가 두 번 세 번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태의연하게 방치해 둔다면 그 피해는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직접적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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