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바다 속 탐험에 자유를 선사한 쿠스토

1943년 6월 프랑스 남부 지중해 도시 방돌의 바닷가에 희한한 차림의 남자가 등장했다. 기다란 오리발을 착용한 채 눈과 코를 한꺼번에 가리는 커다란 수경을 쓰고 등에는 쇳덩어리를 메고 있었다. 새로 개발한 잠수장비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잠수부의 겉모습은 우스꽝스러웠지만 인간의 바다 진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날이었다. 기계에 연결된 고무호스를 마스크에 연결하고 수평 자세로만 헤엄쳐야 했던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공기탱크를 등에 지고 물속에서 어떤 자세로든 자유롭고 편안하게 헤엄칠 수 있는 아쿠아렁(Aqualung)을 개발한 것이다.

‘수중 허파’라는 뜻을 지닌 아쿠아렁은 프랑스의 발명가 에밀 가냥(Emile Gagnan)과 20세기 최고의 해저 탐험가 자크 이브 쿠스토(Jacque-Yves Cousteau, 1910~1997)가 탄생시킨 혁신적인 잠수장비다.

쿠스토는 1942년 가냥을 만나 아쿠아렁의 개발을 제안했다. 1943년 1월 첫 시제품을 메고 파리 근교의 마른느 강물에 뛰어들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차가운 물속에 계속 머물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덕분에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6월에 드디어 개인 잠수장비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쿠스토 덕분에 전 세계의 해양 애호가와 과학자들은 바다 속을 유유히 헤엄치며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인류에게 바다 속 풍경의 장엄함과 수중 생태계의 놀라움을 선사한 것이다.

• 가마솥 던져 넣고 가죽주머니로 숨 쉬던 고대 잠수부

[그림] 1960년 3월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자크 이브 쿠스토

바다를 향한 인간의 도전은 역사 초기부터 시작됐다. 수천 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는 노를 젓거나 돛을 올려 빠른 속도로 물 위를 이동하는 배를 이용했다. 그러나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물고기와 조개를 얻기 위해 잠깐 몸을 담그고 몇 미터 아래로 내려갈 수는 있었지만 호흡 때문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이 고안됐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레베타(lebeta)라는 잠수장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기원전 168년 제3차 마케도니아 전쟁을 종식시킨 피드나 전투에서 페르세우스 왕이 로마군에게 쫓기다 보물상자를 그리스 앞바다에서 던졌는데, 레베타는 이를 건져내기 위해 개발된 장비다. 커다란 가마솥 모양의 쇠로 된 틀을 거꾸로 해서 물속에 던져 넣고 가라앉힌 후 내부에 남은 공기를 이용해 잠깐씩 잠수를 할 수 있는 장비였다. 레베타라는 이름도 그리스어로 ‘가마솥’이란 뜻이다.

세계 정복으로 유명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보다 발전된 형태의 콜림파(colympha)에 탑승해 바다 속 경치를 즐겼다. 콜림파는 잠수 틀에 유리창이 달렸으며 가죽호스가 연결돼 공기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로마인들은 간단한 개인용 장비를 이용했다. ‘물에 뛰어든다’는 뜻을 가진 우리나토레스(urinatores)라는 가죽주머니에 공기를 잔뜩 넣은 후 몸에 매달고 잠수를 했다. 개인용 잠수장비의 시초인 셈이다.

이후 16세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마스크, 호흡기, 공기탱크, 오리발 등을 디자인한 스케치를 남기기도 했지만 잠수장비 기술은 2,000년 가까이 큰 진전이 없었다. 해녀나 전문 잠수부가 아니고서는 바다 속을 구경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20세기 들어 쿠스토가 아쿠아렁을 개발함으로써 마침내 인간은 바다 속을 안방처럼 자유롭게 드나들게 된 것이다.


• 포기를 모르는 도전정신으로 인류에게 꿈을 불어넣다

쿠스토는 1910년 6월 11일 프랑스 남동부의 대서양 연안도시 보르도 인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어 어린 시절 내내 빈혈로 고생했다. 그의 성 쿠스토(Cousteau)가 ‘튼튼하다’는 뜻의 프랑스어 코스토(costaud)와 비슷해 친구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꼬마 쿠스토의 마음에 위안을 준 것은 바다였다. 여름마다 가족 전체가 지중해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바다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점차 수영 실력이 늘었다. 1920년 아버지를 따라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뒤에는 써머스쿨에서 여름을 보내며 수영과 잠수를 연습했다. 승마에 소질이 없는 쿠스토를 벌주기 위해 수영장 청소를 시킨 선생님의 지시가 쿠스토에게는 오히려 행운으로 작용한 것이다.

1930년 미국에 대공황이 불어닥치면서 프랑스로 되돌아온 쿠스토는 해군사관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다. 실습선 잔다르크호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면서 처음으로 돌고래를 목격하고 다시 한 번 바다의 매력에 빠진다. 1936년 자동차 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때도 돌고래처럼 헤엄칠 날을 고대하며 꾸준히 재활치료에 임했고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난과 장애물에도 굴복하지 않는 쿠스토의 끈기와 열정은 잠수장비 개발에서 빛을 발했다. 기존의 장비를 시험하고 개량하다 여러 번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잠수를 중단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바다의 신비함을 알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했다. 트레이드 마크가 된 빨간 모자를 쓴 채 칼립소 호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며 바다 속 풍경을 촬영해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환경보호 운동에도 앞장서 대중의 관심을 해양생태 연구로 돌려놨다.

그의 업적은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없다. 최초의 개인용 스쿠바(SCUBA) 장비를 개발하고 잠수 중의 질소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1953년 완성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칸느 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1977년과 1988년에는 유엔으로부터 국제환경보호상을 받았다. 해양과학자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1966년에는 미국 국립과학원(NAS)의 회원이 됐고 1989년에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학술원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으로 추대됐다.

그러나 쿠스토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인류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그의 곁을 지키며 책을 펴낸 동료 이브 파칼레는 그의 명언을 이렇게 기록한다.

“인간에게 생명이 주어진 이유는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모든 일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다. 이 세상을 떠나면서 아무런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나는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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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에 게으른데다 운동치인 과학 군.
그가 여자 친구인 향기의 강력한 권유로 황금 같은 휴가 기간 동안 스킨스쿠버 자격증에 도전한다.

과학 군 : 향기야, 난 수영도 못하는 맥주병인데 스킨스쿠버 배우기 전에 수영부터 배워야 하는 거 아냐?
향기 양 : 수영을 하면 좋긴 하겠지만 스킨스쿠버를 배우는데 수영은 그리 중요치 않아. 물에 뜨는 것보다 ‘물에 잘 가라앉는 것’이 더 어렵거든.
과학 군 : 그래? 그러면 안심인데…. 여전히 물은 무서워~ 힝~
향기 양 : 그런데 넌 스킨스쿠버가 무슨 뜻인 줄은 알아?
과학 군 : 그냥 ‘잠수한다’라는 말 아냐?
향기 양 : 호호~ 보통 스킨스쿠버라고 하면 공기통을 매고 잠수를 하는 스포츠로 생각하지만 실은 좀 달라.

● 스킨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
스킨다이빙(Skin Diving)은 별도의 장비를 꾸리지 않고 하는 다이빙을 말한다.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에서 하는 스킨다이빙은 ‘스노클링(Snorkeling)’이라고도 하는데 머리를 물속에 넣고 숨 쉬도록 숨대롱(Snorkel)을 물고 다이빙을 한다. 반면 스쿠버다이빙(SCUBA Diving)은 공기통과 물안경(마스크), 레귤레이터, 부력조절기 등 물 속에서 숨 쉴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즐기는 다이빙을 말한다. 여기서 스쿠버(SCUBA)는 Self-Contained Under Water Breathing Apparatus의 약자로 ‘수중 자가 호흡’을 뜻한다.

과학 군 : 아, 그렇군. 그럼 이제 스킨스쿠버 뜻도 알았으니 바로 공기통을 메고 물로 들어가면 되는 거야?
향기 양 : 이제 겨우 스쿠버다이빙 세계에 한 발 내딛었는데… (찌릿!) 아직 멀었다고!
과학 군 : 그럼 또 뭐가 남았는데?
향기 양 : 이제 다이빙과 관련된 물리학적 이론을 공부해야 해.
과학 군 : 고작 잠수 하나 배우는 데 그렇게 머리 아픈 것들을 배워야 해?
향기 양 : 호호~ 환상의 바닷 속 세계에 들어가는 게 그리 쉬운 줄 알았어?

● 다이빙을 위한 기초 과학
‘다이빙 한 번 하는데 무슨 공부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물속 환경은 지상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안전한 다이빙을 위해서는 몇 가지 물리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스쿠버 다이빙에는 산소가 약 20% 질소가 약 78%의 비율로 존재하는 공기탱크가 사용되는데, 수심에 따라 공기가 받는 압력이 달라지므로 탱크 속 공기의 부피도 달라진다. 이는 곧 호흡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수심에 따른 압력 정도와 기체 부피에 대한 관계를 이해해야 안전한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기억해야 할 물리 법칙 두 가지는 보일의 법칙과 헨리의 법칙이다. 보일의 법칙은 ‘일정한 온도에서 일정 질량을 갖는 기체의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한다’는 내용이고, 헨리의 법칙은 ‘일정한 온도에서 액체에 녹아 들어가는 기체의 양은 그 기체의 압력에 비례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런 법칙들이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데 어떻게 적용되는 것일까?

두 법칙에 등장하는 압력을 다이빙에 적용하면 수압으로 바꿀 수 있다. 보통 수면의 압력은 대기압과 같은 1기압이지만, 수심이 10m씩 깊어질수록 1기압씩 높아지게 된다. 즉 수심 10m에서는 2기압의 압력이, 20m에서는 3기압의 압력이 작용하게 된다.

어떤 다이버가 수심 10m까지 잠수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수압이 2기압으로 늘어나 공기탱크 속 산소와 질소는 대기압보다 2배 높은 압력을 받게 된다. 결국 부피는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보일의 법칙) 이렇게 되면 다이버는 지상에 있을 때보다 2배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게 된다.

결국 수심이 깊어지면 다이버가 더 많은 양의 공기를 소비하게 된다. 그러므로 다이버가 똑같은 크기의 공기탱크를 가지고 물에 들어가도 깊이에 따라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는 수심에 따라 공기탱크 속에 있는 공기의 양을 필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수심이 깊어질수록 다이버는 고압축의 산소와 질소를 마시게 된다. 이런 고압축의 질소(기체)는 헨리의 법칙에 따라 우리 몸의 혈액(액체)에 녹게 된다. 물론 같은 압력(수심)에서 혈액과 함께 체내를 순환하는 질소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다이버가 급하게 수면 가까이로 올라오면 수압이 낮아져 혈액에 녹아있던 질소가 다시 기체로 변하게 된다. 만약 기체로 변한 질소가 호흡으로 모두 내뱉어지지 않고, 체내에 기체로 남게 되면 혈관을 막거나 신경을 마비시키는 잠수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깊은 곳에 잠수할수록 천천히 수압에 적응하면서 몸 속 질소를 제거해야 한다.

과학 군 : 와 생각보다 스쿠버 다이빙이 매우 과학적이고 위험한 걸?
향기 양 : 호호~ 체계적으로 스쿠버 다이빙을 교육 받고 다이빙 규칙에 따르기만 하면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아.
과학 군 : 저거 말고 또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을까?
향기 양 : 응. 스쿠버 다이빙이 대기압보다 더 높은 압력 속에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몇 가지 더 있긴 있어.

● 충치가 있으면 다이빙을 못해?
물속은 압력이 높기 때문에 주로 공기의 호흡과 관련된 주의 사항이 많다. 들이마신 숨를 참은 상태에서 위로 상승할 경우 부피의 팽창으로 인해 폐가 파열되는 ‘공기색전증’, 그리고 고압의 산소를 마실 때 발생하는 ‘산소중독증’과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 중독 현상 등이 있다.

잠수에 따른 수압 증가로 중이가 압착되면서 귀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이때에는 침을 삼킨다거나 코를 막고 공기를 귀로 보내는 ‘발살바(Valsalva)’를 통해 압력의 균형을 맞춰주면 통증이 사라지게 된다. 아주 드문 경우로 충치치료를 한 사람이 치료한 치아에 가해지는 압력 증가나, 치아 사이에 있는 공기수축으로 치통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스쿠버 다이빙을 계획할 경우 사전에 치아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과학 군 : 그런데 이렇게 어렵고 위험한 스쿠버 다이빙을 꼭 해야만 하는 거야?
향기 양 : 푸른 바닷 속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물고기 떼, 그리고 수면 위로 쏟아져 내리는 환상적인 빛기둥의 모습이란 직접 보지 않으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감동이지. 물론 스쿠버 다이빙이 어렵고 위험하긴 하지만 제대로 교육과정만 이수한다면 누구나 안전하고 쉽게 할 수 있다고..
과학군 : 좋았어! 그럼 나도 이번에 꼭 바닷 속 사나이가 되고 말겠어!!

※ 글에서는 스쿠버 다이빙에 대한 여러 위험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반인들이 다이빙하는 10m 이내의 깊이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다만 스쿠버 다이빙을 위해서는 다이빙 교육을 꼭 이수해야 한다. 해당 교육은 잠수교육을 진행하는 교육센터에서 일주일 이내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글 : 양길식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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