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모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5.22 엔지니어들이 꼽는 위대한 스승, 자연
  2. 2010.05.31 파리의 비행스피드, 비밀은 무엇?
엔지니어들이 꼽는 위대한 스승, 자연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활약했던 화가이자 과학자이자 공학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한 말이다. 이 말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자연모사공학, 또는 생체모방에 딱 들어맞는다. 자연모사공학이란 말 그대로 생물들의 생태나 신체구조를 모방하거나 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기술 조류를 일컫는다.

과학과 공학에서 자연모사공학이 주목받은 것은 최근이지만, 최근에야 그 이름이 붙었을 뿐, 사실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자연모사공학의 출발점은 재닌 M. 베니어스(Janine M. Benyus)다. 그녀는 1997년 생체모방이라는 책에서 자연의 설계와 프로세스를 모방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이 책에서 베니어스가 이름붙인 생체모방은 그대로 공학의 한 분야, 나아가서는 방법론을 일컫는 이름이 됐다. 이후 생체모방협회를 설립한 베니어스는 수많은 강의와 컨설팅을 통해 과학자와 공학자, 기업가,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자연모사공학은 이미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칸센이 있다. 신칸센은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로 일본 첨단 기술의 상징이자 비행기에 밀려 저평가되던 철도 산업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장본인이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달리는 신칸센이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꼽힐 만큼 일본인들의 관심과 애정도 대단하다.

[그림 1] 현대 일본을 상징하는 이미지인 후지산은 일본의 자연과 전통을, 그 앞을 내달리는 신칸센은 현대 일본의 역동성과 발전상을 상징한다. 신칸센의 소음 문제는 물총새 덕분에 해결됐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그림 2] 먹잇감을 발견한 물총새는 수면의 요동을 최소한으로 일으켜 목표물이 도망가지 않도록 한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일본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신칸센에 문제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소음이었다. 신칸센 열차들이 좁은 터널에 빠른 속도로 진입하면 터널 내 공기가 갑작스럽게 압축되면서 압력이 높아진다. 열차가 터널에 깊이 들어올수록 압축은 점점 더 심해져서 음속에 가까운 압력파가 발생하고, 이 파동이 터널 출구를 통해 빠져나가면서 강력한 저주파 파장을 발생시켜 굉음을 낸 것이다. 때문에 터널 주변에서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신칸센의 엔지니어들이 눈을 돌린 곳은 바로 물총새였다. 물총새는 수면 위 1.5m 정도 높이에서 물속으로 빠르게 다이빙하며 물고기를 잡는다. 저항이 약한 매질(공기)에서 강한 매질(물)로 빠르게 진입하는데도 물이 거의 튀지 않아 먹잇감이 뭔가를 눈치 챌 겨를도 없이 사냥 당하고 만다. 물총새만의 고요한 사냥 비법은 바로 길쭉한 부리와 날렵한 머리에 있다. 날개를 접고 다이빙할 때의 물총새는 앞쪽이 가늘고 길게 튀어나온 탄환 모양이 되며, 이 덕분에 수면에 진입할 때 파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총새를 본뜬 디자인이 적용돼 탄생한 것이 바로 500계열의 신칸센이다. 1996년에 개발된 500계 신칸센은 이전의 모델들과 달리 뾰족하게 튀어나온 앞머리와 항공기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특유의 멋진 디자인 덕분에 터널에서의 소음을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500계 신칸센의 디자인은 이후 모델들에 계승돼 현용 최신 모델인 E6계열도 머리 부분이 길고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다.

[그림 3] 물총새의 머리 모양을 최초로 적용한 500계 신칸센(좌)과 이를 계승한 최신형 신칸센 E6(우).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기대를 모으는 풍력발전기에도 동물에게서 얻은 지혜가 적용됐다. 혹등고래는 이름 그대로 등과 지느러미에 혹과 같은 돌기가 잔뜩 나 있다. 물속에서 생활하는 동물이라면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부가 매끈해야 할 것 같은데 이처럼 울퉁불퉁한 표면을 지닌 이유가 무엇일까?

혹등고래 앞지느러미의 앞쪽에 난 작은 혹들은 유체의 흐름을 교란시키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지느러미 표면 부분에는 소용돌이가 생기는데, 이들은 지느러미에 물이 착 달라붙어 흐르도록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지느러미에 가해지는 유체 압력이 증가해 양력이 커지고, 이로 인해 혹등고래는 거대한 몸집을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캐나다 풍력에너지 연구소에서는 혹등고래의 지느러미에서 힌트를 얻어 풍력발전기의 회전날개에 요철을 더했다. 실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요철을 적용한 회전날개는 같은 속도의 바람에도 이전의 풍력발전기보다 두 배의 회전 속도를 낼 수 있었으며 항력도 줄어들어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고속철도와 풍력발전기 이외에도 물을 튕겨내는 연잎의 표면구조를 응용한 발수소재, 어디에든 달라붙는 게코 도마뱀에서 영감을 얻은 흡착 소재, 홍합의 결합조직에서 힌트를 얻은 접착제 등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있다.

글 :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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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 지긋지긋한 파리. 생선장사 10년인데 어떻게 아직도 파리를 제대로 못 잡는지.”

파리채를 휘두르던 생선가게 주인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파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갈치들에 꼬여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파리를 잡을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빨리 날지는 않는 것 같은데. 영 잡을 수가 없네.’

생선가게 주인은 딴 곳을 보는 척하다가 갑자기 갈치를 향해서 파리채를 휙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

생선가게 주인의 파리채가 50도 각도로 파리 앞으로 떨어지는 동안 파리는 다리들을 앞으로 내어 비스듬하게 만든 뒤 다리를 들어 올려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파리가 몸의 각도를 틀어 파리채의 공격으로 벗어나는 순간 속도는 100밀리초(1밀리초는 1천분의 1초)에 불과했다.

대장 파리는 파리들에게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파리채가 앞에서 공격해올 때는 다리를 앞으로 들었다가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내면서 각도를 바꿉니다. 파리채가 뒤에서 나타나면 다리를 약간 뒤쪽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옆에서 오면 어떻게 할까요? 네. 다리를 고정한 채로 있다가 점프하기 직전에 반대방향으로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도망갑니다. 다리만 살짝 뻗어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내려앉은 상태에서 이륙하는 데 0.2초도 걸리지 않죠. 인간이 아무리 빨리 내려치더라도 이보다 빠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자신 있게 배운 대로만 하면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리들은 갈치 위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파리는 걸으면서 먹고 몸치장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파리채 피하는 일을 어떤 파리들은 스릴 넘치는 일종의 오락으로 여겼다. 파리채가 날아오면 어느 곳으로 날아갈지를 재빨리 계산한 다음 행동을 취했다. 파리들은 이전에 날았던 거리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도 허튼 동작을 하지 않고 치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앵앵 앵앵. 인간들은 우리가 허겁지겁 도망쳐서 운이 좋아 파리채를 피했다고 생각하겠지. 낄낄.’

파리들이 앵앵거리며 갈치 위에서 파티를 즐기는 동안 생선가게 주인은 소득 없이 파리채만 흔들고 있었다. 옆집 과일가게 주인이 말을 건다.

“아이고, 오늘 유난히 파리가 들끓네요.”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파리만 들끓으니 속이 상해 죽겠네요.”
“파리채라는 게 파리 잡으라고 만든 물건이라도, 웬만치 기술이 있지 않으면 잡기 힘들죠. 어찌나 나는 기술이 좋은지 과학자들도 파리 나는 법을 연구한다고 하잖아요.”
“아니, 과학자들이 파리 나는 걸 왜 연구하는데요?”

“그러게요. 우리 눈에는 앵앵거리고 더러워 잡아 없애고만 싶은 파리지만, 과학자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질 않나 봐요. 파리 같은 로봇을 개발하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 합니다. 헬리콥터 같은 거 생각해보면 뜨고 내릴 때 대단히 요란하죠? 파리나 벌처럼 빠르고 사뿐 하게 뜨고 내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 기술을 가진 비행 로봇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한대요. 실종자 수색이니 군사용 정보수집이니 쓸모가 얼마나 많겠어요.”

오랜 연구 끝에 미국 하버드 대학교 로버트 우드 교수 연구팀은 0.06g의 극소형 파리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의 날개는 1초당 150회를 움직인다. 하지만 아직은 직진과 상승 비행만 가능하고 자체 동력도 없다. 하지만 실제 파리는 공중부양을 위해 1초에 200회나 날개를 펄럭거리고 U자형 선회도 할 수 있다. 로봇 비행체가 공중에 안정적으로 계속 떠 있으려면 파리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나는 그런 기술 다 필요 없으니 파리만 쫓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생선가게 주인아저씨는 파리든 파리 로봇이든 생선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하하, 파리가 재빨리 도망치는 기술, 실은 이게 제일 대단한 거죠. 파리만큼 날다가 재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생명체가 없답니다. 수컷 파리는 마음에 드는 암컷 파리가 조금이라도 비행 궤적을 변경하면 0.03초 내에 비행 자세를 수정해 암컷을 따라갑니다. 정말 빠르죠. 우리가 파리채를 들어 올릴 때 파리는 벌써 날개를 움직이고 있다고 해요. 파리가 눈으로 보면 몸은 이미 달아나고 있는 셈이죠. 얼마나 두뇌가 빠르고 치밀한지 몰라요.”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마이클 디킨슨 박사 연구팀은 파리의 움직임을 초고속 디지털 이미지로 촬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파리는 자신을 잡으려는 파리채가 나타나면 날아오르기 전에 이미 알아채기 어려운 자세를 연속해서 취하면서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계획을 세우고 날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그럼 파리를 잡을 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설마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단지 어렵다는 얘기죠. 파리가 워낙 빨리 움직이니까 파리가 있는 곳을 치는 것보다는 파리가 도망갈 걸로 예상되는 곳을 치는 게 조금 더 효과적이겠네요.”

파리들은 생선가게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앵앵거리며 생선 위에 앉았다 날아올랐다를 반복하고 있다.

“앵앵 앵앵 우리 파리를 영어로 플라이(fly)라고 한다네. ‘날다’라는 뜻의 플라이(fly)와 철자도 같지. 나는 걸로는 우리를 따라잡기 힘들걸. 앵앵.”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 과학향기 제846호 ‘파리에게도 생각이 있다(2008년 12월 5일자)’를 다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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