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전자파 얼마나 나올까?

한때 ‘전자레인지 괴담’이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때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하고 뇌기능을 파괴하며 성 호르몬의 분비를 멈추게 하는 등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파괴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이런 주장이 왜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일까.

지난 2011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를 한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 전자파에 대한 공포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자파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WHO가 일부 가전제품 또는 고압선 주변에 어떤 문제점에 대해서는 사전적 예방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매일 사용하며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전자제품들이 우리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의 원래 명칭은 전기자기파(電氣磁氣波)로 우리는 이것을 줄여서 전자파라 부른다. 즉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두 가지 성분으로 구성된 파동(波動)으로서, 공간을 광속도로 전파(傳播)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파는 주파수(1초에 진동하는 횟수)에 따라 가정용 전원주파수 60Hz, 극저주파(0~1kHz), 저주파(1k~500kHz), 통신주파(500kHz~300MHz), 마이크로웨이브(300MHz~300GHz)로 분류된다. 그리고 적외선 < 가시광선 < 자외선 < X선 < 감마선 순으로 주파수가 높아진다.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교차할 때, 혹은 교류전기로부터 급속히 발생한다. 비단 휴대전화 뿐 아니라 TV, 헤어드라이기, 전기장판, 냉장고, 정수기, 심지어 화장실의 비데까지, 모든 가전제품에서 방출된다.

알고 보면 태양도 전자파를 발생시킨다. 태양은 여러 가지 주파수를 방출하는데, 이 가운데 상당한 양이 지구에 도달하고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도 사실은 전자파의 한 작은 주파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지구는 전자파에 의해 온도가 유지되고 있으며,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자파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인체가 만성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되면 건강상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낮은 주파수가 인체가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변화와 생체리듬이 깨져 질병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아주 강한 전자파는 스트레스를 일으키거나 심장질환, 혈액의 화학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남성의 경우 정자 수 감소, 여성의 경우 생리 불순 및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가전제품 30cm 떨어져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아

국립전파연구원은 주요 가전제품 52개 품목의 전자파 노출량을 측정한 결과를 분석해 2013년 5월 30일 ‘가전제품 사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립전파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경우 인체에 노출돼도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래도 전자파 노출은 적을수록 좋다. 전자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생활가전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30cm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 가장 좋다. 가전제품을 몸에 바짝 붙여 사용할 때와 그렇지 않은 경우 전자파 노출은 최대 6~7배 차이가 난다.

전자레인지의 경우 음식이 잘 익고 있는지 궁금증이 발동해도 작동 중인 전자레인지 안을 들여다봐선 안 된다. 사람의 눈은 민감하고 약한 부위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즉석식품 등을 데우는데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의 경우 작동 중에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전기장이 19.79V/m인데 비해 30cm만 떨어져도 4.55V/m으로 1/4 수준까지 전자파가 줄었다.

헤어드라이기를 쓸 때는 이왕이면 커버를 분리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커버가 있을 때 전기장이 185.42V/m인데 반해 커버를 벗기면 350.12V/m으로 전자파에 2배 정도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데는 전자파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몸에 가장 밀착해서 사용하기 때문으로 비데를 사용할 때 방출되는 전자파는 425V/m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내 습도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가습기도 최대한 멀리 놓고 사용해야한다. 가습기를 30cm 거리에 두고 사용할 때 발생되는 전기장을 측정한 결과 68.97V/m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겨울에 많이 사용하는 전기장판 역시 전자파가 나오는 전기제품이다. 전파연구원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전기장판을 그냥 깔 경우 121.29V/m의 전기장이 방출되지만 두께가 3cm인 담요나 이불을 덮으면 93.52V/m, 5cm 담요를 덮으면 81.35V/m로 전기장 방출량이 줄었다. 또 저온(취침모드)로 온도를 낮추면 고온으로 사용할 때에 비해 전기장판 장기장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참고로 전기장판의 전자파는 ‘온도조절기’와 ‘전원접속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가전제품 앞에서 측정된 수치 뿐 아니라 주변의 전자파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전기밥솥에서 밥을 담는 순간에도,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는 찰나에도 전자파는 흐른다. 냉장고의 경우 앞쪽보다는 뒤쪽에서 상당히 강한 전자파가 발생된다. 휴대전화의 경우에는 처음 연결되는 신호가 나올 때 가장 많은 전자파가 흐르고 엘리베이터처럼 밀폐된 공간에서는 신호를 잡기 위해 더 강한 전자파가 방출된다.

전자파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시중에는 이러한 전자파를 차단해 준다는 전자파 차단 필터가 출시돼 있다. 하지만 일부 전자파 차단 필터의 경우, 이를 사용하자 전기장이 오히려 늘어났다. A사 제품 전원콘센트에 필터를 부착하지 않았을 때는 전기장이 94.62V/m 방출됐는데, 필터를 부착하자 95.87V/m이 방출됐다. B사 제품은 95.47V/m으로 전기장이 아주 조금 줄었다.

숯이나 선인장 등도 전자파 차단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실험 결과 이러한 제품들이 실제로는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220V 60Hz를 사용하는데, 60Hz 주파수가 방출하는 것은 숯이나 선인장으로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숯이나 선인장을 사용하기보다는 가급적 가전제품과의 노출거리를 30cm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전자파를 피하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다.

또 전자제품은 플러그만 꽂아놔도 미세한 전자파가 발생하므로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은 플러그를 빼는 것이 좋다. 전자파도 줄이고 전기세도 아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글 : 윤수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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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전의 대형 할인 마트는 주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하고 쾌적했다. 식재료 코너 사이에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따라 카트라이더의 본능을 발산하며 짠돌 씨는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제 스톱! 슬슬 카트라이더 놀이는 그만 하고 돌아가자. 장 다 봤잖아. 몇 시간 있으면 애들도 돌아올 테고….”
“조금만 더 하면 안 될…, 아냐! 아냐! 자기 말이 맞아. 얼른 돌아가자.”

짠돌 씨는 아내의 눈초리가 위험 수위까지 올라간 것을 용케 눈치 채고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카운터로 향했다. 그래도 남는 아쉬움에 입맛을 쩍쩍 다시며 괜히 주변만 살피던 그의 눈에 완구 코너가 들어왔다. 아차, 그러고 보니 노느라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막신이랑 막희에게 여행 못 가는 대신 장난감 사 주기로 했는데….”
“그랬어? 마침 잘 됐네. 그럼 여기서 사.”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어쨌든 멋지고 재미있고 신기한 장난감일 터. 무엇을 어떻게 고르느냐는 둘째 치고, 아내 손에서 돈을 얻어내는 것 자체가 넘을 수 없는 난관이다.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 볼 테니까 저쪽 문구 코너 가서 네오디뮴 자석 두 개랑 1.5v 건전지 한 쌍만 사 와.”
“도, 돈은?”
“그쪽 주머니에 고이 접혀 쉬고 계시는 비상금으로도 충분하거든요? 난 먼저 이 짐들 계산할 테니까 자석 사들고 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눈초리를 뾰족하게 세운 채 총총 사라지는 김 씨의 등을 따라, 대형 마트의 에어컨 바람을 뛰어 넘는 시베리아 강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짠돌 씨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켜쥐며 문구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으흑, 그냥 출근할 걸….

다행히 시베리아 강풍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멎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김 씨가 뭔가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거실에 멀뚱히 앉아 아내의 종종걸음을 멍하니 구경하던 짠돌 씨는 아내가 내민 종이와 가위를 보고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별 오려 줘. 예쁘고 균형 잡힌 모양 만드는 거 알지?”
“으응, 노력해 볼게….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이걸로 뭘 할 거야?”
“일단 보기나 해. 생각보다 꽤 재미있을 걸?”

잠시 꼼지락 대던 김 씨가 “짜잔~”하며 내어놓은 것은 못과 자석, 전선이 붙은 작은 전지. 그리 거창하게 굴더니 겨우 이거냐고 짠돌 씨가 궁시렁 준비운동을 하는 순간, 자석과 자석 밑에 붙은 별이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남편이 전지로 고개를 들이미는 것을 보고 김 씨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기 표정 걸작이야. 실험보다 자기 표정이 더 재미있다~.”
“이게 무슨 조화야? 자석이 대체 왜 돌아가는 거지?”
“전자기력 때문에 그래. 아마 중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웠을 텐데, 기억 나?”
“음, 어렴풋하긴 하지만…. 전류가 흐르는 선 주변에도 자기장이 생긴다는 그거?”

“정답~! 자석 주변에 자석의 힘이 작용하는 걸 자기장이라고 해. 그런데 자기가 말한 것처럼 전류가 흐를 때도 주변에 자기장이 생기거든. 그래서 전류가 흐르는 전선으로 전자석을 만들 수 있는 거지. 왜, 공사할 때 보면 철근을 커다란 판에 붙여서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커다란 차 있잖아? 그 판이 전자석이야. 우리가 흔히 자석이라 부르는 ‘영구자석’과 다르게 전자석은 전류의 양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고 영구자석보다 자기장 자체도 훨씬 강하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쓰이고 있어.”

“그럼 전자석과 같은 원리로 이 자석이 돌아가는 건가?”
“이건 자기장 두 개가 만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야. 둥근 네오디뮴 자석 주변에는 가만히 있어도 자기장이 생기겠지? 그런데 자석, 못, 전지를 전선으로 연결하면 전류가 흐르면서 또 하나의 자기장이 생기거든. 이 두 자기장 사이에 인력과 척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못이 돌아가는 거지.”

“인력, 척력…. 아, 자석이 서로 당기거나 밀어내는 힘을 말하는 거지? 전류로 생기는 자기장에도 그런 힘이 있구나.”
“어엿한 자기장이니까 당연하지. 아까 얘기했듯이 전자석은 자기장의 세기를 아주 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MRI 같은 의료 기기에도 쓰여. MRI 찍을 때 들어가는 커다란 원형 터널이 전자석이야.

“오오, 그렇군! 참, 하나 더 궁금한 게 있는데 왜 밑에 별을 붙였어?”
“자석만 두면 돌아가는 게 잘 안 보이거든. 별 같은 걸 붙여 놓으면 훨씬 보기도 좋고 재미도 있으니까….”
“왜 하필 별이야?”
“왜냐하면….”

묘하게 말끝을 흐리는 김 씨의 볼이 조금씩 빨개졌다. 짠돌 씨는 짓궂은 미소를 띠며 아내에게 좀 더 가까이 얼굴을 디밀었다. 아까 ‘별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은 그 순간, 뇌 깊숙한 곳에서 살포시 떠올랐던 기억. 풋풋하고 달콤했던 그 가을의 풍경.

“내가 맞혀 볼까? 첫 데이트 때 종이별을 가득 오려줬던 거 기억한 거지? 그지?”

안 그래도 전기 팽이 보느라 얼굴을 가까이 했던 두 사람이다. ‘지이이이이’ 팽이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듯 들리지 않는 듯 이어지는 가운데 남편과 아내의 눈은 살포시 감겼다. 공기에 핑크빛이 맴돌고, 그리고…!

“학교 다녀왔습니다! 신종 플루 때문에 오늘 단축 수업…!”
“……”
“……”
“…인 줄 알았는데 제 착각인가 봐요. 다시 학교 가겠습니다. 두 분, 계속 하세요.”

얼굴을 가까이 하던 때보다 10배는 빠른 속도로 후다닥 떨어진 두 사람과 힘차게 열렸다 조용히 닫힌 현관문, 못과 자석이 분리된 채 바닥에서 뒹구는 팽이와 창문 너머에서 무심히 반짝이는 가을 햇살. 일상인 듯 일상이 아닌 듯 묘한 경계선에 선 어떤 것들이 흩어진 정오 무렵의 집안에는 미안함과 민망함이 적절히 배합된 아들의 목소리만 긴 여운을 남겼다.



[실험 Tip]
- 못에 찔리지 않게 주의하세요.
- 잘 돌지 않을 경우 건전지의 전압이나 자석의 세기를 올려서 실험하세요.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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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집들은 대부분 남향으로 지어진다.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그래야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심리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관습적이라고 행하는 것 중 많은 것이 은연중 우리 몸의 생리와 맞음을 느낄 때가 많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분명히 TV를 켜 놓은 채로 동서방향으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날 때에는 방바닥을 회전하여 남북 쪽으로 향해 있는 걸 발견하곤 한다. 나만 그런가 하고 식구들을 유심히 관찰하였더니 아침결에 누워 있는 방향은 대개가 그랬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 나침반이라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우리 몸을 순환하고 있는 피, 즉 적혈구는 철과 산소가 결합하는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 몸을 온통 순환하는 세포가 이렇듯 철이 주성분이니 외부의 자기장에 어느 정도 반응하리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자석일진대 그곳에 깃들여 사는 우리가 그 영향에서 벗어난다는 것도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철 지난 영화 중에서 ‘코어(core)’란 영화가 있다. 영화 중 지구 자기장의 소실로 비둘기가 날다가 집단으로 방향을 잃고 유리창에 부딪치거나 지상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또렷이 기억한다. 코어는 ‘지구 자기장이 갑자기 사라진다’라는 전제를 근거로 만들어진 SF 영화이다.

그러나 철새라면 몰라도 비교적 텃세권을 가지고 짧고 자유롭게 비행 생활을 하는 비둘기가 굳이 자기장을 의지해 난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한 상상일 것이다. 주로 남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의 경우라면 지구 자기장에 많은 것을 의지할 수 있고 그걸 증명하는 여러 실험결과도 나와 있다. 새들뿐만 아니라 연어, 바닷가재, 바다거북 같은 먼 대양을 몇 년씩 이동하는 회유성 동물들도 몸 안에 안정적인 방향 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면 도저히 이 같은 지구단위의 회유를 감히 감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연어는 원래 돌아온 곳의 물 냄새를 찾아, 비둘기는 지형지물을 기억해 찾아온다는 학설들도 있다. 대륙이나 대양을 횡단하는 지구적인 이동에는 자신들만의 내재된 나침반으로 목표지점에 가까이 접근한다는 이론이다. 즉, 기억력이나 냄새 등 좀 더 세밀한 도구들로 도달하는 것이다.

위의 가정들은 우선 지구자기장의 흐름이 영구하다는 걸 전제로 한다. 그러나 지구 자기는 지금도 조금씩 남북극 축이 이동하고 있고, 지질조사에 의하면 지구 자기장이 일시적으로 소멸 시기를 겪은 후에 아예 남북극이 역전되는 현상도 20만 년에 한번 꼴로 일어난다고 한다. 그 현상은 우리가 느끼기에는 너무나 먼 가상의 일일 테지만, 이럴 경우 과연 이동하는 동물들은 북극으로 향하던 것들이 남극으로 향하고 남쪽으로 향하던 것들이 갑자기 북극으로 이동할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지구 자기장에 의존한다지만 자북(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과 진북(지리상의 정확한 북쪽)은 엄연히 차이가 있고 지금도 자북은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데도 철새들은 해마다 똑같은 보금자리를 찾아가니 말이다. 즉 자기조절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지구 자기장의 역전보다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지구자기제로’ 현상이다. 이 경우 지구는 자기 보호막을 완전히 상실하고 해로운 태양풍을 그대로 맞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죽음의 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고래가 자살하는 현상에 대한 여러 가설 중에 지구 자기장 교란에 의한 이론이 있다. 고래의 몸 안에 나침반이 있다면 일반 동물들에 비해서 훨씬 더 정밀하고 복잡해야 할 것이다. 거대 항공모함이나 원자력잠수함이 그렇듯 고래 역시 대양을 떠도는 방랑자이자 대식가이니만큼 정확히 바다의 변화를 파악하고 먹이의 위치를 찾아가려면 일반 연안 어류들보다는 더욱 안정적이고 탁월한 감각기관의 존재가 필수사항일 테니 말이다.

그 상태에서 만일 지구 자기장에 예고 없는 변화라도 일어난다면 이 무던한 고래에게 갑작스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10년 정도 주기로 일어나는 태양풍의 증가는 지구 자기장을 일시 교란시켜 고래를 육지로 올라오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 조사에 의하면 300년 동안 발생한 고래 자살 97건 중 중 87건이 이 바로 이 태양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일어났다고 한다.

얼마 전 촬영한 ‘구글’ 위성사진에 의하면 방목하는 가축이나 야생 초식동물의 60% 정도가 쉴 때나 먹이 섭취 시 남북으로 향해 있다고 한다. 크게 이동하지 않은 동물들조차 본능적으로 남북을 인식한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식생대가 남북으로 분포하니 향후 이동할 방향을 사전에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태양빛을 쬐기에 좀 더 유리한 데로 방향을 잡는 것인지는 앞으로 더 조사해 볼 과제이다.

벌이나 개미 같은 이동성 곤충들은 더욱 방향에 민감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므로, 그들 몸 중 많은 부분은 이러한 본능을 활용할 것이다. 다소 엽기적이긴 하지만 최근 중국의 한 과학자는 몸 안 자성체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강력한 자석 사이에 곤충들을 두고 공중 부양하는 실험을 한바 있는데, 작은 곤충들은 거의 모두 손쉽게 부양되었고 심지어 물고기나 개구리까지도 부양시켰다고 한다. 그는 현재 사람까지도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자신하고 있다.

남북극점 부근의 신기한 오로라는 지구 자기장 보호막의 안정적인 존재를 밝혀주는 등불이다. 지구라는 행성에 묶여 사는 우리는 직간접으로 당연히 이 강력한 자석의 영향하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거대한 힘을 부정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체념할 수도 없다. 동물과 식물이 다른 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움직인다는 건 때론 타고난 본능을 뛰어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인류는 자연과 문명으로부터 주어진 능력에 감사하는 자세를 가지는 겸손함이 필요할 때다.

글 : 최종욱 수의사(광주우치동물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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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만화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오로라는 단지 지구와 태양 간의 상호 작용이라고 느껴지기보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으로 보는 이를 황홀하게 만드는 하나의 신비한 마술이었다. 실제 극지방에서 볼 수 있는 이 환상적인 오로라의 장관은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스마 입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로 진입하면서 공기 입자와 충돌하여 만들어 내는 현상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태양 표면에서 방출된 플라스마 입자들은 지구 근처를 지나다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자기장 선을 따라 태양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이렇게 움직이던 플라스마 입자들이 갑자기 어떤 이유에선지 우주의 어느 지점에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진행하던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인 지구 쪽으로 가속하게 되는데 이를 소폭풍(substorm)이라 한다.

소폭풍이 발생하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이온층에는 플라스마 입자들이 새롭게 충전되어 이온층이 활성화되므로 우주방사능을 막아주는 좋은 영향을 끼친다. 반면 소폭풍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지구 대기권 중에 상당한 양의 플라스마 입자가 활동을 하게 되므로 인공위성의 작동, 위성 통신, 우주정거장에서 활동하는 우주인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소폭풍은 지구의 대기권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소폭풍이 발생하는 환경과 발생시간을 예측하려는 노력을 계속하였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 소폭풍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물리적 현상이 함께 순차적으로 발생해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두 가지 이론이 제시되었는데 전류의 단절(Current Disruption)이론과 자기선 재결합(Magnetic Reconnection) 이론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지구 표면으로부터 60,000km 떨어진 우주 지점은 태양풍의 영향으로 지구 자력선(Earth’s bar magnet influence)이 변형되어 약해지는 동시에 자기장의 변형이 시작되는 영역으로 지구에서 오로라가 발생할 때 이 영역에서는 전류의 단절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역은 우주 전류가 흐르는 도관 역할을 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 태양풍에 실려오는 강력한 에너지가 유입되면 정상적인 전류 방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전기적 단락(short circuit)이 발생하여 지구 이온층의 저고도 영역으로 방전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지구로부터 120,000km 영역은 지구 자기장의 변형이 끝나는 지점이고 풍향계의 꼬리 모습을 하고 있는 부분으로 길게 늘어진 서로 다른 두 개의 자기장이 재결합하는 부분이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오로라가 발생할 때 이 영역으로부터 강력한 플라스마 입자가 지구로 날아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오로라 발생과 전류의 단절, 자기장의 재결합 현상 중 어떤 것이 가장 먼저 일어나는가에 관하여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일치된 의견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오로라 발생에 대한 설명을 알기 쉽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전류의 단절 이론 자기선 재결합 이론
0초 전류의 단절 0초 자기선 재결합
30초 오로라 발생 90초 전류의 단절
60초 자기선 재결합 120초 오로라 발생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인 오로라를 일으키는 자기 소폭풍이 발생하는 장소와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2007년 2월 17일 NASA의 탐사위성 5개를 실은 델타II 로켓이 발사되었다. 이 탐사계획의 이름은 THEMIS(Time History of Events and Macroscale Interactions during Substorms)이다. 오로라가 발생하는 원인인 소폭풍은 우주의 먼 곳에서부터 시작되며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는 매우 거대한 크기의 물리적 현상이기 때문에 이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지구와 우주의 각 지점을 동시에 관찰했다.

이때 인공위성 5대를 원하는 위치에 동시에 정렬하여 전류의 단절과 자기선의 재결합 중에서 어느 것이 오로라를 발생시키는 원인인지 밝혀내고자 하였다. 5대의 인공위성은 각각 자기장의 세기, 방향, 플라스마 입자 밀도, 고주파 라디오 전파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장착하고 있으며 미리 정해진 우주공간상의 위치에 일정한 시간마다(4일에 한 번씩) 정확하게 정렬하여 자기장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위 그림에서 s1과 s2는 자기선 재결합 여부를 측정하는 인공위성이며 나머지 3개는 전류의 단절을 측정하기 위하여 배치되었다.

지난 2008년 7월 24일에 NASA는 공식적으로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오로라의 발생원인인 소폭풍이 자기선의 재결합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측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발표에 의하면 지난 2008년 2월 26일 5대의 인공위성이 각각의 위치에 정렬하여 있었고 지구의 자기장도 고요한 상태에 있었다. 그런데 태양풍의 에너지를 가득 포함한 채 변형되었던 자기장이 재결합하면서 갑자기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는 폭발 현상을 관찰하였다.

대략 진도 5 정도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방출되며 지구 방향과 그 반대방향으로 각각 플라스마 탄환(plasma bullets)이라 불리는 플라스마 입자들의 구름이 발생한 것이다. 지구 방향으로 향한 플라스마는 극지방으로 몰리면서 대기와 충돌하여 아름다운 오로라를 형성하였고 반대 방향의 우주로 향한 플라스마는 아무 해를 입히지 않고 우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관측 결과에 의하면 자기선 재결합은 지구-달 사이의 1/3되는 지점에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0여 년간 과학자들 사이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던 오랜 숙제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인류는 끊임없이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하여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탐사계획도 지구와 태양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노력의 하나였다. 또한 그 노력과 함께 간직되었으면 하는 소망은, 겨울 밤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를 보면서 가슴 한편에 느껴지는 오로라에 대한 낭만일 것이다.

글 : 이창진 교수(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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