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부가 피해야 할 음식 list, 정말 먹으면 안 될까?

“먹을 수 있는 게 없어!”

임부들의 푸념이다. 임신했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리는 순간 임부는 수많은 속설을 듣게 된다. 특히 먹으면 안 되는 음식에 관한 얘기가 많다. 과거에는 대표적인 예가 자장면과 닭, 오징어 등이었다. 자장면이나 콜라같이 색이 짙은 음식을 먹으면 아이 피부가 검어지고, 닭을 먹으면 아이가 닭살이 되고, 오징어를 먹으면 흐물흐물 뼈가 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막상 들으면 말도 안 된다며 코웃음을 쳐도 막연한 걱정에 입도 대지 않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지금이야 이런 말을 믿는 임부는 없지만 여전히 인터넷에는 업데이트 된 ‘리스트’가 존재한다.

•식혜와 수정과, 참치는 피해야
임부가 피해야 할 대표적인 음식 리스트에는 짜고 매운 음식, 인스턴트 음식, 알로에, 팥, 율무, 녹두, 생강, 감, 수박, 멜론, 참외, 배, 파인애플, 복숭아, 생선회, 참치, 복어, 생강, 마늘, 인삼, 술, 담배, 콜라, 카페인 함유 식품(커피, 녹차, 초콜릿 등), 식혜, 수정과 등이 있다.

이 음식들을 먹으면 정말 아이에게 해가 될까. 물론 술과 담배는 피해야 한다. 알코올은 태아의 뇌, 심장, 신경 등에 기형을 일으킬 수 있고 담배는 유산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태아의 염색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혜와 수정과도 전통적으로 젖을 말리기 위해 마셨던 것으로 임신기간 중에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참치류의 생선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살에 수은이 많이 축척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선회의 경우 산모가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 권하지 않을 뿐, 어쩌다 한번 먹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커피는 하루에 300mg 이상의 카페인을 마실 경우, 태아의 생식능력이나 신경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하지만 하루에 300mg 이하, 1~2잔 정도의 커피는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연구가 많다(출처 : 캐나다 기형유발물질정보센터인 마더리스크프로그램(Can Fam Physician. 2013)). 학회 권장사항은 2~3일에 한 잔 정도다.

이 외에 다른 음식은 특별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임신성 고혈압(임신중독증)을 걱정해 떡볶이나 라면 등 조금이라도 짠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 산모도 있지만 한두 번 먹었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비만이나 당뇨, 유전적 요인이 임신성 고혈압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원인이 다양하고 특정 음식이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평소에 먹지 않았던 음식을 몸에 좋다고 먹다가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며 “음식은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임부에게 가장 좋다”고 말한다.

•변비 해소엔 자두와 요구르트
임부들 사이에서 금기시 되는 음식 목록을 보면 수박, 멜론, 참외, 배, 복숭아 등 과일이 많다. 임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면 이 과일들이 몸을 차갑게 하면서 설사를 유발해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하지만 과일은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오히려 변비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임신을 하면 장운동이 감소하고 커진 자궁이 장을 눌러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평소보다 활동량이 줄어서 생기기도 하며 철분제 섭취가 변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변비 해소를 위한 방법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식습관이 중요하다. 육류 대신 채소나 과일, 과일 중에서도 자두가 좋다. 또 호두나 잣 등 견과류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변비에 좋다는 요구르트를 마시거나 물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 골고루 음식을 잘 섭취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영양제를 반드시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정량의 영양제는 혹시라도 부족할 수 있는 산모의 필수 영양소를 보충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임신 전부터 초기까지는 엽산제를, 중기부터는 철분제를 챙기자. 엽산은 임신 초기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예방해 유산이나 사산, 선천성 기형아 출산 등을 막는다. 철분은 빈혈로 발생할 수 있는 조산과 유산, 산모 사망 등을 예방한다.

•임부에게 금기시 되는 행동은?
임부가 되면 행동의 제약도 많아진다. 파마와 염색이 그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신 기간 중에는 파마나 염색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임신 초에 모르고 했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파마약과 염색약에는 다양한 화학물이 포함돼 있다. 파마약에는 머리의 각질을 떨어뜨리는 성분과 웨이브를 유지시키는 카르복시-산 성분이 있다. 염색약에는 페닐디아민, 아미노페놀 등이 들어있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파마약이나 염색약에 있는 성분 중 두피를 통해 체내로 흡수되는 약물의 양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신으로 흡수되는 성분은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 결과, 임신 중 이들 약물에 노출된 임부라고 해도 태아의 기형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당 30시간 이상 근무하는 헤어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일부 논문에서 자연유산과 기형, 저체중아 출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치료는 미룰 수 있다면 분만 후에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조건 미루는 것은 오히려 산모와 아기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치주질환의 경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조산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꼭 치료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에는 여성 호르몬이 변화하면서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혐기성 세균은 증가하는 반면 면역세포가 감소해 잇몸에 쉽게 염증이 생긴다. 위산이 역류하면서 치아를 부식시킬 가능성도 있다.

치료를 받는다면 임신 중기(4~6개월)가 좋다. 중기에는 항생제, 소염제를 복용하지 않는다면 국소마취 하에 진행되는 모든 치과치료가 가능하다. 임신 초기인 3개월까지는 치과 치료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조기 유산을 주의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치료를 피하는 것이 좋다. 임신 말기가 되는 7개월에서 출산까지는 치과 진료 의자에 누워 머리를 젖히는 자세가 혈압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스트레스로 인한 조산 우려가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요즘 임부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얻는다.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간편히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좋은 점이 많지만 ‘~카더라’식의 말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나친 맹신과 걱정이 아기와 임부에게 더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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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태연과 엄마, 아빠 온 가족이 스스슥~ 빠른 동작으로 쿠션을 하나씩 안고 소파에 자리를 잡는다. 다들 신령스러운 무언가를 앞둔 듯 무척 경건한 태도로 TV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드디어 드라마 시작!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 무척이나 잘난 여러 명의 남자들이 가난하고 별로 예쁘지도 않으면서 성격만 활발한 어벙한 여자가 좋다고 경쟁을 벌인다.

“여보, 도대체 저런 여자가 뭐가 좋다고 저 훤칠하고 돈 많은 남자애들이 죽자 살자 매달리는지 몰라. 나보다 훨씬 못났구만.”

“당신은 매번 흉보면서도 왜 그렇게 열심히 드라마를 보나 몰라.”

“엄마 아빠는 진짜 모르는구나. 난 다 아는데. 원래 처음에 사람이 만들어질 때도 정자들이 난자를 만나려고 미친 듯이 달려가잖아요. 그런데 수 억 마리가 달려가도 1등으로 도착하는 정자만 난자를 얻을 수 있죠? 수많은 정자가 난자에게 달려가듯, 수많은 남자들이 한 여자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게 바로 인생인거죠.”

엄마, 아빠는 멍해져서 태연을 바라본다. 드라마와 태아 수정의 과정이 도대체 무슨 상관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그런데 태연아, 네가 뭔가 좀 잘못 아는 게 있구나. 실은 1등이 아니라 2등으로 도착한 정자가 난자와 만나게 된단다. 보통 정자는 한 번에 1~2억 개 정도가 방출되고, 자궁에 들어간 정자들은 나팔관까지 15~20cm의 힘든 여행을 하게 되지. 다행히 자궁이 정자를 끌어들이는 운동을 하기 때문에 난자까지 가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지만, 질 내에서 분비되는 산성 물질에 죽기도 하고, 자궁경부에 사는 대식세포에 잡아먹히기도 하고, 때로는 방향을 잃어버리기도 한단다.”

“아니,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뚫었으면 1등으로 도착한 정자가 난자를 만나는 게 맞잖아요. 그게 제일 힘이 쌔고 똑똑한 놈이니까요.”

“그러나!! 1등 그룹 수백 마리들은 장렬히 살신성인 하는 것을 선택한단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려면 먼저 난자를 싸고 있는 난구세포를 없애야 하는데, 그 일에 온 힘을 쏟고는 그만 지쳐서 쓰러져 버리지. 진정 멋진 싸나이들 아니냐!!! 그러고 나면 2등 그룹들이 도착하고, 그 가운데서 가장 운동성이 좋은 놈이 난구 안쪽의 투명대를 통과해 난자의 세포막과 결합한단다. 그렇게 정자를 받아들이면 난자는 투명대를 두껍게 만들어서 다른 정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버리지.”

“헐~ 대박!! 그럼 내가 1등이 아니라, 1등의 희생을 밟고 얍삽하게 기회를 노린 2등 정자로부터 태어났단 말이에요? 완전 실망이에요!!”

“얍삽한 걸로 따지자면 난자도 뒤지지 않아요. 보통 정자만 경쟁을 하고 난자는 그냥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단다. 오히려 더 치열하지. 배란이 되려면 난포가 성숙돼야 하는데, 보통 월경 85일 전부터 여러 개의 난포가 같은 출발선 위에 서서 경쟁을 시작한단다. 아, 여기서 난포란 난소조직에 있는 주머니 모양의 세포집합체로 난자를 포함하고 있어. 아무튼 경쟁을 시작한 난포는 가장 성장이 빠른 우성난포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교활한 꼼수를 쓰게 되는데, 다량의 여성호르몬을 만들어 자신의 성장은 촉진시키고 난포자극호르몬(FSH) 분비를 억제해서 다른 난포들은 퇴화하도록 만들어버리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같이 출발했다 해도 가장 뛰어난 난자 하나만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배란이 된단다.”

“와~ 완전 드라마에요. 형의 희생을 딛고 얍삽하게 여자를 차지하는 동생과, 여러 자매들이 가진 것을 쪽쪽 빨아서 결국 자신이 모든 걸 차지해 버리는 교활한 여자. 드라마 속 인간의 본성이 정자와 난자 시절부터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대단한데? 드라마 박사가 따로 없구나!”

“제가 공부는 꼴찌지만 드라마 분석은 일등이라고요. 그런데 아빠, 그렇게 힘들게 정자와 난자가 만났으니까 그 다음부터는 고난 없이 아기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게 그렇지 않아요. 수정란에서 배아가 형성된 이후에도 70% 정도는 자궁 안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해.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임신이 됐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하지.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는 태아는 자연적으로 유산이 되고, 자궁이나 엄마의 건강상태에 따라서도 유산이 되고 말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태연이는 수억 대 일의 경쟁을 뚫은 데다 유전적으로도 아주 훌륭했기 때문에 이렇게 태어날 수 있었던 거란다. 그런데 우리 태연이, 이런 일에 관심 많은걸 보니 사춘기가 된 건가?”

태연은 가소롭다는 듯이 엄마 아빠를 보며 썩은 미소를 날린다.

“흥! 제가 아직 아이로 보이세요? 벌써 알만한 건 다 안다고요. 제 출생의 비밀을, 엄마 아빠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해서 제가 태어났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요!”

엄마와 아빠, 얼굴이 벌개져서 서로를 바라본다.

“두 분이 사랑을 하셨겠죠. 그런데 친할머니가 죽어라 반대를 하셨을 거예요. 그건 엄마가 친할머니 첫사랑의 딸이었기 때문이었죠. 할머니는 엄마와 아빠가 배다른 오누이라고 생각하셨던 거예요.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할머니와 첫사랑 사이를 찢어버린 집안의 원수가 있었고, 아빠는 마침내 그 원수를 찾아내 인생을 망가뜨려 버렸어요. 복수를 하신 거죠. 그리고 끝내 어머니와 결혼을 쟁취해내셨고, 저같이 완벽한 딸을 얻게 되셨어요. 어때요, 제 말이 정확히 맞죠?”

엄마, 아빠 넋이 나간다. 아빠, 당장 TV를 꺼 버린다.

“태연, 오늘부터 드라마 한 달간 금지! 드라마 중독 부작용이 심해도 너~무 심해~!”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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