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기후변화 대응, 이번이 마지막 기회!

 

2013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FUTURE]라는 주제로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미래기술은 KISTI에서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개발 중이며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한 미래기술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미래기술이 상용화 된 10년 이후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또 이 기술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상청에 근무하고 있는 박하늘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이 매년 올라가는 것이 걱정이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 기후는 뚜렷한 4계절은 먼 나라 얘기가 됐고 여름, 겨울만 나타나는 연중 고온다습한 아열대 기후로 굳어져 버렸다.

서울의 가로수는 이미 야자수로 변해버렸다. 한낮에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쉽게 외출을 할 수 없게 됐고 외출 시 선글라스와 자외선차단제는 필수품이 됐다. 멜라닌 세포가 많은 사람들은 점점 얼굴색이 까맣게 변해갔다. 멜라닌은 일정량 이상의 자외선을 흡수해 유해한 자외선이 인체 내로 침투하는 것을 차단,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부작용은 피부가 검게 변한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일하거나 야외 활동,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점점 피부색이 동남아인처럼 변해갔다.

한국인의 특징인 근면과 성실, 거기다 우리나라를 빠른 시간 내에 선진국 대열에 오르게 한 ‘빨리빨리’ 습관은 사회문제화 됐다. 아열대 기후로 변한 걸 모르고 대낮부터 여기저기 거래처를 돌던 세일즈맨들이 일사병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경우가 연쇄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정부에서는 바깥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1~2시대에 강제적으로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이 시간에 냉방이 갖춰진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외출을 하는 사람들은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좀처럼 요리를 하지 않는 게 트렌드가 돼 버렸다. 더운 날씨에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하던 주부들이 현기증을 일으키거나 쓰러지는 등 목숨 걸고(?) 요리하느니 차라리 요리를 포기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음식은 대부분 외식으로 해결하거나 배달, 혹은 인스턴트 음식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쪽으로 생활습관이 변했다. 2023년, 외식산업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변한 정도로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현재 지구가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인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데 있다. 아주 먼 옛날 급격한 기후 변화로 공룡이 멸종했듯이 조만간 양서류의 30%, 포유류의 23%, 조류의 12%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타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가 가장 큰 원인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15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섭씨 8도 정도 상승했다.

계속 녹고 있는 남극의 빙하도 변수다. 빙하가 녹으면 바닷물의 양이 많아지고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바닷물의 부피가 불어나면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태평양에 있는 섬들은 거의 물에 잠겨 주민들이 대피했고, 상당수의 도시가 현재 물에 잠길 태세다. 둑을 쌓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거대한 자연의 힘을 더 이상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2년 리우회의와 1997년 교토의정서를 발표했지만 대다수 국가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2023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전 세계 국가들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서울회의’를 열었고 ‘서울의정서’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참여키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이제 지구를 지키고 곧 우리 목숨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전 세계가 공감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온실가스 처리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산화탄소 심해, 지중저장 기술¹⁾ 과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먹이생물(식물/동물성 플랑크톤) 대량 배양기술²⁾이다. 전자는 발전소나 공장에서 대량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심해 해양 퇴적층에 저장해 처리하는 기술이다. 후자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플랑크톤 등 미세조류를 대량 배양해 바이오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제는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탄소를 발생시키면 의무적으로 탄소세를 내야한다. 탄소를 포집해 처리하는 기술은 바야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거기다 그 탄소를 이용해 바이오연료까지 만들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다. 위기가 기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박하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는 기상청에서는 슈퍼컴퓨터로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 해수면 변화, 지역별 해수 침수 및 범람 예상도 실시간 예측기술³⁾을 활용하고 있다. 전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를 실시간 감시하고 예측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저감에 기여하고, 온실가스 배출저감을 통한 우리나라 산업체의 국제 경쟁력 확보와 세계 녹색시장 점유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박하늘 연구원도 인류가 공룡처럼 멸종하지 않고 자손대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오늘도 슈퍼컴퓨터에서 예측한 데이터들을 더욱 철저히 분석·감시해 기후변화를 막는 첨병이 돼야 겠다고 다짐한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미래 기술]
1)이산화탄소 심해, 지중저장 기술 : 화력발전소, 제철소 등에서 대량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수송해 심해 해양 퇴적층에 저장해 처리하는 기술. 지중저장 기술 중 대수층주입기술은 현재 실용화 연구단계이고 기술적 과제만 해결된다면 조만간 실현 가능. 2015~2030년 동안 이산화탄소 1억 톤을 감축할 수 있음. 관련 산업은 11.4조 원 성장이 예상되고 일자리 창출은 4만 7,000명으로 기대됨.

2)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먹이생물(식물․동물성 플랑크톤) 대량 배양기술 :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랑크톤 등 미세조류를 대량 배양할 수 있는 기술.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 따른 환경보호와 미세조류 생산에 따른 고부가가치 자원 생산 및 새로운 소득 증대 창출이 기대됨. 기술의 실현 시기는 3~4년 후로 예상됨.

3)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 해수면 변화, 지역별 해수 침수 및 범람 예상도 실시간 예측기술 : 기후변화 유발 및 환경 인자 관측을 통해 정확성 높은 지구시스템 장기 예측 모델링으로 고기후·환경변화 규명·추적 및 전 지구 해수면 변화, 지역별 해수 침수 및 범람 예상도 실시간 예측, 기후변화 예측을 목표로 하는 기술. 기술의 실현 시기는 7~8년 후로 예상됨.

참고 : <KISTI 미래백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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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몽글몽글~ 저절로 부푸는 풍선 만들기             

우리가 내쉬는 숨에는 기체인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다. 이산화탄소는 무색, 무취의 기체로 동물이 내쉬는 숨이나 물질을 태울 때 발생하는 기체에 들어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꼭 필요한 기체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산화탄소는 지구상에 꼭 필요한 물질이자 항상 존재하는 물질이다. 여러 물질을 섞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재미있는 화학 실험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풍선을 저절로 부풀게 해 보자.

[교과과정]
초등 3-2 액체와 기체의 부피
초등 5-2 용해와 용액
초등 6-2 여러 가지 기체

[학습주제]
산과 염기의 반응 알아보기
특정 액체의 반응으로 생기는 기체 알아보기
여러 가지 기체의 특성 알아보기

<실험 방법 및 원리>



<실험 동영상>




* 실험 참고사항 : 풍선을 병에 씌울 때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실험에 사용한 약품과 용액을 먹거나 마시지 마세요.


실험에서 풍선이 저절로 부풀어 오르는 이유는 산과 염기가 만나 화학반응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식초에는 아세트산()이 들어 있고, 탄산수소나트륨과 만나면 물과 이산화탄소 기체가 발생한다.

반응은 풍선 속 탄산수소나트륨을 식초가 있는 병에 붓자마자, 순식간에 일어난다. 이때 병 속을 관찰하면 하얀 거품들이 끓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기포가 터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렇게 두 물질이 반응하며 생긴 이산화탄소는 병을 가득 채우고도 흘러넘쳐 풍선을 저절로 부풀게 한다.

[반응식]
탄산수소나트륨 + 식초(아세트산) = 초산나트륨 + 이산화탄소 + 물
NaHCO3(고체)+ CH3COOH(수용액)=CH3COONa(수용액)+CO2(기체)+H2O(액체)

산은 수용액 상태에서 수소 이온(H⁺)을 내놓고 염기는 수산화 이온(OH⁻)을 내놓는다. 이 반응에서는 고체 상태였던 탄산수소나트륨이 액체인 식초와 만나면서 녹아 수산화 이온을 내놓는다. 이것이 식초에서 나온 수소 이온과 만나면 물(H₂O)이 된다.

산과 염기가 만나면 일어나는 중화반응의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묽은 염산과 수산화나트륨 용액의 반응이 있다. 이 두 용액을 섞으면 염산의 수소 이온과 수산화나트륨의 수산화 이온이 만나 물이 만들어지고, 나머지 이온들로 소금이 만들어진다. 이렇듯 중화반응은 산과 염기가 만나 기존 자신들의 성질을 잃고 새로운 물질로 변하는 반응이다.

실험에 사용된 탄산수소나트륨은 베이킹파우더의 주성분으로 빵을 만들 때 많이 사용된다. 밀가루 반죽에 베이킹파우더를 첨가하고 오븐에 넣어 구우면 빵이나 쿠키가 봉긋 부풀어 오른다. 탄산수소나트륨에 가열을 해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응식]
탄산수소나트륨 (가열) → 탄산나트륨 + 이산화탄소 + 물
2NaHCO3(고체) → Na2CO3 + CO2(기체) + H2O(액체)

탄산수소나트륨에 열을 가하면 탄산나트륨으로 변하며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긴다. 그 결과 오븐에 넣고 가열한 빵 반죽에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점점 부풀어 오르고, 이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간 자리에는 구멍이 생겨 스펀지처럼 변하게 된다.

탄산수소나트륨은 빵 외에도 사이다를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다. 물에 탄산수소나트륨과 시트르산을 섞으면 사이다처럼 탄산 기포가 순식간에 올라온다. 단, 이 상태로는 단맛이 전혀 나지 않기 때문에 설탕이나 시럽을 첨가해야 사이다가 완성된다.

하지만 사이다나 콜라 등의 탄산음료는 뚜껑을 열어둔 채 오래 방치하면 톡 쏘는 맛이 사라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탄산음료 속 이산화탄소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갖는다. 특히 압력이 높고 온도가 낮을수록 물에 잘 녹기 때문에 탄산음료를 컵에 따른 후 실온이나 따뜻한 곳에 놓아두면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쉽다. 탄산 특유의 톡 쏘는 맛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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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CO₂ 농도 400ppm, 지구 온도에 빨간불!

1958년 3월, 313ppm.
2013년 5월, 400ppm.


미국 하와이 마우나 로아(Mauna Loa) 관측소에서 최초로, 그리고 가장 최근에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다. 이 기록은 55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기 중 CO₂ 농도가 무려 87ppm이나 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지구 온도는 높아졌고 이상기후 현상도 많아졌다.

여기서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할 부분은 가장 최근 기록인 ‘400ppm’이다. 지난 2007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제시한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IPCC는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이지 않으려면 대기 중 CO₂ 농도가 400ppm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그나마 지금의 지구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세계 각지에서 측정한 CO₂ 농도가 400ppm을 넘긴 데다 마우나 로아 관측소 기록까지 이 선을 넘어버렸다. 2013년 5월 9일에는 400.03ppm으로 발표됐고, 가장 최근 측정값인 5월 27일치는 400.27ppm이었다.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빨간색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55년 간 살펴본 지구 상태 진단서, ‘킬링 곡선’

마우나 로아 관측소의 기록이 특히 중요한 경고가 되는 까닭은 ‘킬링 곡선(Keeling Curve)’에 있다. 이 그래프는 1958년부터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대기 중 CO₂ 농도의 추세를 나타내는데, 매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1950년대 말에는 연간 0.7ppm 꼴로 높아지다가, 최근 10여 년 동안에는 매년 2.1ppm씩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등 인간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CO₂ 농도가 급격히 늘어나고 지구 온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지구 상태의 진단서’인 셈이다.

[그림] 미국 하와이의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대기 중 CO₂농도를 측정한 값을 그래프로 나타낸 킬링 곡선. 1958년 3월 313ppm이었던 CO₂농도는 2013년 5월 27일 400.27ppm으로 측정됐다. 출처 : 미국 Scripps 해양과학연구소.


이런 귀한 자료가 만들어지게 된 건 1958년 당시 서른 살이었던 젊은 화학자 찰스 데이비드 킬링(Charles David Keeling) 박사 덕분이다. 그가 맨 처음 마우나 로아 화산 중턱 해발 3,397m에 세워진 관측소에서 수집한 공기를 분석해 대기 중 CO₂ 농도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처음 1년 동안 측정한 CO₂ 농도는 평형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식물의 광합성 등의 영향으로 대기 중 CO₂ 농도가 높아졌다 낮아지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자 CO₂ 농도가 확실히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2005년 77세로 죽을 때까지 이 작업을 지속했으며, 이후에는 그의 아들이 이 일을 계속하며 지구 상태를 꾸준히 살피고 있다.

결국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CO₂ 농도가 400ppm을 기록했다는 점은 중요한 경고다. 이런 속도로 CO₂ 농도가 늘어난다면 곧 450ppm도 넘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지구 온도도 섭씨 2도 높아져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여유 온도는 0.65도, 마지막 시간 벌었나?

지구 생태계를 어느 정도 유지하기 위해 IPCC에서 제시한 지구온난화의 기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아지지 않는 것’ 이다. 현재 여기까지 남은 여유는 섭씨 0.65도에 불과하다.

이미 지구 온도가 섭씨 0.75도 높아졌고, 앞으로도 섭씨 0.6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섭씨 0.6도 상승은 2005년 국립기상연구소의 기후변화모델로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농도를 고정시키고 미래를 전망한 결과 나온 값이다. 그러니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남은 여유는 섭씨 0.65도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은 지구온난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연구결과다.영국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Environmental Change Institute)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진은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게 생각보다 느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013년 5월 19일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었다.

2007년 IPCC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히말라야 빙하가 오는 2035년까지 완전히 녹아 없어질 수 있고, 지구 온도가 단기간에 섭씨 1~3도 높아질 거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그 상승폭이 섭씨 0.9~2.0도 정도일 것으로 예상돼 최대 섭씨 1도 차이가 났다. 또 향후 수 십 년간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예상치의 약 20% 정도만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최근 바다가 대기 중의 열 흡수를 크게 늘린 데서 찾고 있다. 지난 10년 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열을 흡수해 대기 중 CO₂ 농도가 400ppm을 돌파하는 와중에도 지구온난화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바다가 열을 흡수하는 일을 멈추게 되면 대기의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구온난화를 경계하는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늘어나면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높아지는 건 여전히 시간문제일 수 있다. 결국 약간의 여유는 생겼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덜 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미 400ppm이라는 위험한 지점을 넘어서고 말았지만 아직 완전히 늦지는 않았다. 지구와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을 맞을 수 있도록 오늘부터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는 건 어떨까.

반세기 세월을 하와이 화산 위에서 묵묵히 CO₂ 농도를 측정한 킬링 박사가 꿈꾼 건 어쩌면 매번 꼬물꼬물 올라가는 킬링 곡선의 기울기가 조금이라도 누그러지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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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몽글몽글~ 저절로 부푸는 풍선 만들기

우리가 내쉬는 숨에는 기체인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다. 이산화탄소는 무색, 무취의 기체로 동물이 내쉬는 숨이나 물질을 태울 때 발생하는 기체에 들어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꼭 필요한 기체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산화탄소는 지구상에 꼭 필요한 물질이자 항상 존재하는 물질이다. 여러 물질을 섞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재미있는 화학 실험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풍선을 저절로 부풀게 해 보자.

[교과과정]
초등 3-2 액체와 기체의 부피
초등 5-2 용해와 용액
초등 6-2 여러 가지 기체

[학습주제]
산과 염기의 반응 알아보기
특정 액체의 반응으로 생기는 기체 알아보기
여러 가지 기체의 특성 알아보기

<실험 방법 및 원리>



<실험 동영상>



* 실험 참고사항 : 풍선을 병에 씌울 때 찢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실험에 사용한 약품과 용액을 먹거나 마시지 마세요.


실험에서 풍선이 저절로 부풀어 오르는 이유는 산과 염기가 만나 화학반응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식초에는 아세트산()이 들어 있고, 탄산수소나트륨과 만나면 물과 이산화탄소 기체가 발생한다.

반응은 풍선 속 탄산수소나트륨을 식초가 있는 병에 붓자마자, 순식간에 일어난다. 이때 병 속을 관찰하면 하얀 거품들이 끓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기포가 터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렇게 두 물질이 반응하며 생긴 이산화탄소는 병을 가득 채우고도 흘러넘쳐 풍선을 저절로 부풀게 한다.

[반응식]
탄산수소나트륨 + 식초(아세트산) = 초산나트륨 + 이산화탄소 + 물
NaHCO3(고체)+ CH3COOH(수용액)=CH3COONa(수용액)+CO2(기체)+H2O(액체)

산은 수용액 상태에서 수소 이온(H⁺)을 내놓고 염기는 수산화 이온(OH⁻)을 내놓는다. 이 반응에서는 고체 상태였던 탄산수소나트륨이 액체인 식초와 만나면서 녹아 수산화 이온을 내놓는다. 이것이 식초에서 나온 수소 이온과 만나면 물(H₂O)이 된다.

산과 염기가 만나면 일어나는 중화반응의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묽은 염산과 수산화나트륨 용액의 반응이 있다. 이 두 용액을 섞으면 염산의 수소 이온과 수산화나트륨의 수산화 이온이 만나 물이 만들어지고, 나머지 이온들로 소금이 만들어진다. 이렇듯 중화반응은 산과 염기가 만나 기존 자신들의 성질을 잃고 새로운 물질로 변하는 반응이다.

실험에 사용된 탄산수소나트륨은 베이킹파우더의 주성분으로 빵을 만들 때 많이 사용된다. 밀가루 반죽에 베이킹파우더를 첨가하고 오븐에 넣어 구우면 빵이나 쿠키가 봉긋 부풀어 오른다. 탄산수소나트륨에 가열을 해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응식]
탄산수소나트륨 (가열) → 탄산나트륨 + 이산화탄소 + 물
2NaHCO3(고체) → Na2CO3 + CO2(기체) + H2O(액체)

탄산수소나트륨에 열을 가하면 탄산나트륨으로 변하며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긴다. 그 결과 오븐에 넣고 가열한 빵 반죽에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점점 부풀어 오르고, 이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간 자리에는 구멍이 생겨 스펀지처럼 변하게 된다.

탄산수소나트륨은 빵 외에도 사이다를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다. 물에 탄산수소나트륨과 시트르산을 섞으면 사이다처럼 탄산 기포가 순식간에 올라온다. 단, 이 상태로는 단맛이 전혀 나지 않기 때문에 설탕이나 시럽을 첨가해야 사이다가 완성된다.

하지만 사이다나 콜라 등의 탄산음료는 뚜껑을 열어둔 채 오래 방치하면 톡 쏘는 맛이 사라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탄산음료 속 이산화탄소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갖는다. 특히 압력이 높고 온도가 낮을수록 물에 잘 녹기 때문에 탄산음료를 컵에 따른 후 실온이나 따뜻한 곳에 놓아두면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쉽다. 탄산 특유의 톡 쏘는 맛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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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천덕꾸러기만은 아냐!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빙하가 더 빠르게 녹고 바닷물 온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동식물은 멸종위기를 맞거나 서식지를 옮긴다.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과 홍수, 한파 등은 사람이 사는 도시를 망가뜨린다. 이런 피해가 커질수록 온실가스, 그 중에서도 이산화탄소에 쏠리는 시선이 따가워진다. 어느새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덮어쓴 ‘천덕꾸러기’가 돼 버렸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로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지 않도록 회수하는 연구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새 용도를 찾는 연구도 많아졌다.

2012년 3월 7일에는 ‘이산화탄소로 인공뼈를 만든다’는 뉴스가 방송과 신문을 장식했다. 차형준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탄산무수화효소(carbon anhydrase)’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줄이면서 탄산화합물도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탄산무수화효소는 이산화탄소와 물을 반응시켜 탄산을 만드는 효소다. 만들어진 탄산이 양이온과 반응하면 탄산화합물이 생성된다. 자연에서도 생명체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같은 유기물과 미네랄 같은 무기물을 흡수해 껍질이나 뼈 등을 만드는 ‘바이오미네랄화’ 과정이 있지만 그 속도가 매우 느리다.

차 교수팀은 직접 만든 탄산무수화효소를 이용해 탄산화합물 생성 속도를 높였다. 이 효소는 자연 상태보다 1,000만 배 정도 빠르게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므로 탄산화합물 생성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

탄산무수화효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효소의 가격도 낮췄다. 기존 소의 혈청에서 검출한 효소는 1g 당 300만원 정도였지만 연구팀이 만든 효소는 1g 당 1,000원 정도 수준이다. ‘나이세리아 고노레아’라는 미생물에서 탄산무수화효소 유전자를 검출한 뒤 대장균에 이식해 대량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탄산화합물은 인공뼈나 칼슘보조제 등의 의료용품은 물론 플라스틱이나 제지, 고무, 시멘트, 페인트, 치약 등의 공업용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차 교수팀은 앞으로도 싼 가격에 이산화탄소를 탄산화합물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KAIST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양지원 교수에게 이산화탄소는 일종의 ‘사료’다. 양 교수는 클로렐라 같은 미세 조류로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이산화탄소가 사용된다.

바다나 강 등에 살고 있는 미세 조류는 수만 종에 이르는데 이중 수백 종이 바이오 디젤 생산용으로 연구되고 있다. 햇빛과 이산화탄소만 공급하면 쑥쑥 잘 자라기 때문에 고갈 염려가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와 더불어 미세 조류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전남 담양의 딸기 농가에게 이산화탄소는 효자다. 영농법인 ‘에코프리미엄프로듀스’가 꾸리고 있는 딸기 온실은 이른바 ‘이산화탄소 강화재배법’을 적용해 딸기의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도 향상시켰다.

이들은 비닐하우스 안에 30kg짜리 드라이아이스 2개를 넣어 온실 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썼다. 드라이아이스가 기화해 이산화탄소로 바뀌면 온실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진다. 식물의 광합성에 꼭 필요한 이산화탄소가 풍부하게 공급되다보니 딸기도 튼튼하게 자라게 된다.

2011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이산화탄소로 환경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방법을 두 가지 개발했다. 우선 이산화탄소처분실의 장영남 박사팀은 비료공장과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폐석고를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에 반응시켜 황산암모늄과 탄산칼슘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황산암모늄은 질소계 비료로, 탄산칼슘은 산업용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의 인체 위해성을 완전히 없애는 데도 이산화탄소가 이용된다. 2009년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된 이후, 석면은 포대에 넣어 땅에 묻거나 시멘트를 섞어 굳히는 식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석면의 위해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석면을 최대한 안전하게 처리하려면 섭씨 1,400도씨 이상의 열을 가하거나 다량의 산성용액으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방법도 다른 환경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지질자원연구원의 류경원 박사팀은 이 문제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해결했다.

석면 물질인 ‘크리소타일’을 알칼리 용액에 넣고, 이산화탄소를 대기압의 5∼40배 되는 압력으로 가한 뒤 섭씨 100도에서 열처리하면 크리소타일이 마그네슘 화합물로 변한다. 이렇게 변한 물질은 인체나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막으려고 진행했던 연구로 이산화탄소의 역할을 새롭게 찾게 됐다. 색안경을 쓰고 ‘이산화탄소는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면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산화탄소의 재발견으로 나온 연구결과를 보며 세상 모든 것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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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기자입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추석 연휴가 시작됐는데요. 귀향길에 오른 인파들로 전국이 들썩들썩한 기분입니다. 이번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다지요? 하지만 저는 연휴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께 과학 지식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 취재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다들 두 손 가득 선물을 들고 가는군요. 이 선물들을 포장하는 데도 섬세한 과학이 숨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특히 맛과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추석 선물 포장에는 다양한 과학 원리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올해처럼 덥고 습도가 높은 여름이 지속된 해엔 더욱 그렇답니다. 그렇다면 선물포장에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있는지 알아볼까요?

(장소 이동, ○○백화점 안) 여기는 막바지 추석선물 판매에 한창인 한 백화점 정육코너입니다. 냉장 정육 선물세트의 포장이 좀 달라진 것 같군요. 기존에는 포장 소재가 스티로폼이었는데, 올해는 EPP(발포폴리프로필렌)라네요. EPP는 오토바이용 헬멧을 제작할 때 쓰이는 물질 아닙니까? (마이크를 담당자에게 넘긴다)

담당자 : EPP 소재는 생산과정에서 스티로폼보다 이산화탄소 같은 공해물질이 적게 나와 친환경적인 데다, 복원력과 탄성이 뛰어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운전자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토바이 헬멧을 생각하면 그 성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튼튼하기만 한 게 아닙니다. 열을 차단하는 단열효과도 뛰어나 유통과정 중 차가운 기운의 손실을 줄여 고기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 기자 : 지난해까지만 해도 항균 아이스 팩이 정육 선물세트 포장 아래쪽에 깔려있었는데, 올해는 포장 뚜껑 쪽, 그러니까 상자 윗부분에 들어 있네요. 아이스 팩을 포장 윗부분에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담당자 : 그 이유는 바로 차가운 공기가 일반 공기보다 밀도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을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이스 팩을 상자 위에 넣으면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상자 전체에 골고루 전해지겠지요. 이렇게 하면 상자 아래에 아이스 팩을 넣을 때보다 보냉 효과가 30% 가량 높아집니다.

이 기자 : 아 그렇군요, 또 다른 건 없습니까?

담당자 : 한우 선물세트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쿨러 백(Cooler Bag)과 항균 밀폐용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쿨러 백에는 살균 효과가 있는 은과 참숯 성분 등이 녹아 있어 항균·항취 작용을 하는데요, 항균·항취 작용에도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쿨러 백은 겉보기엔 꽉 막혀 있는 비닐봉투의 형태지만, 나노기술(nano-technology)이 적용돼 있습니다. 여기서 나노기술은 1m의 10억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극 미세가공 과학기술을 말합니다. 쿨러 백 겉면에 나노 수준의 미세한 구멍들이 뚫려 있어서 그 안의 성분들이 밖으로 전해지는 것이지요.

또한 일반적으로 정육세트는 섭씨 영하 30도 이하에서 급속 냉동시켜 영양과 맛의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이 때문에 가정용 냉장고로 고기를 얼릴 때와 품질에 큰 차이가 나는데요. 정육제품의 신선한 배송을 위해 축산물 가공센터를 만들고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한 할인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진공상태로 포장한 제품에 산소 20%와 이산화탄소 80%의 공기를 넣은 뒤 재포장하는 ‘2중 산소포장’으로 신선도를 더욱 높였답니다.

이 기자 : 네, 그럼 이번에는 발효식품코너로 가볼까요? 젓갈이나 고급 전통 장류 선물세트는 합성수지 용기 대신 도자기에 담겨 있네요(또 다른 담당자에게 마이크를 넘긴다).

담당자 : 이것은 판매 이후에도 계속 발효가 지속되는 젓갈과 장류의 특성을 감안한 것입니다. 도자기에는 아주 미세한 숨구멍들이 있어서, 공기는 투과하고 그 밖의 내용물들은 통과하지 않거든요. 따라서 발효음식을 도자기에 담아두면 바깥의 신선한 산소들이 계속 공급돼 발효 작용을 도와줍니다.

이 기자 : 여기서 조상님들의 지혜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자리 이동하며) 다음으로 추석선물용 과일도 빼놓을 수 없겠죠. 올해는 특히 이상고온현상의 여파로 과일의 신선도와 맛을 오래도록 보존하는 게 유통업계 전체의 고민거리였다고 하는데요. 여름 내내 비가 많이 내린 탓에,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 것도 숙제였답니다.

담당자 : 저희는 올 추석 선물용으로 사과와 배에 특별한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과일 포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스티커 속에는 과일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에틸렌 가스 흡수제가 들어 있지요. 과일의 호흡이 90% 이상 꼭지 부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과일 꼭지 부분에 스티커를 붙여 놓았습니다.

이 기자 : 에틸렌 가스요?

담당자 : 에틸렌 가스는 과일이 공기 중에서 호흡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가스로, 과일의 신선도를 해치는 원인이 됩니다. 냉장고 속에 오래 놔둔 사과의 꼭지 부분이 갈색으로 뭉개지는 이유도 바로 이 에틸렌 가스 때문인데요. 저희는 개별 과일마다 스티커를 붙여, 포장을 풀고 냉장고에 넣어도 신선도가 유지됩니다. 실험 결과 이 스티커를 붙인 과일은 냉장고에 한 달 넘게 보관해도 그 맛이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자 : 과일의 당도를 2~3배 이상 유지시키는 선도 유지제인 ‘후레쉬업’을 개발해 이번 추석 선물 세트 패키지에 적용한 곳도 있습니다(또 다른 담당자에게 마이크를 넘긴다).

담당자 : 선도 유지제란 과망간산칼륨 수용액을 규조토에 넣어 굳힌 물질로, 농산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 가스를 빨아들여 농산물의 노화와 부패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과일 하나하나마다 띠지를 두르고, 그 안에 후레쉬업을 넣어 더운 추석에도 과일의 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기자 : 우리나라 대표 명절 중 하나로 꼽히는 추석, 신선도는 물론 맛과 향까지 보존해주는 선물포장 덕분에 달 밝은 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추석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겠네요. 아, 저도 이제 추석 음식 좀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다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십시오!

글 : 이수기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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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시 성동구 행당역 주변에서 ‘CNG 시내버스’가 운행 도중에 폭발해 8명이 부상을 당했다. 연료통 손상과 압력조절밸브 오작동(誤作動)이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가스’를 사용하는 시내버스의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에 무려 2만 5,000대의 CNG 버스가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솔린이나 디젤보다 폭발력이 높은 가스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비단 시내버스만이 아니다. 시내에서는 LPG 택시들이 다니고 있고, LNG는 정부에서 장거리 운행버스나 트럭의 연료로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LNG와 CNG, 그리고 LPG 등은 어떤 연료일까?

사실 LNG(Liquefied Natural Gas 액화천연가스)와 CNG(Compressed Natural Gas‧압축천연가스)는 둘 다 메테인(methane)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가스의 ‘일란성 쌍둥이’다. 메테인은 비중이 0.555이므로 LNG와 CNG도 공기보다 가볍다. 천연가스는 가솔린이나 LPG에 비해 황과 수분이 적게 포함돼 있고 열량이 높은 청정에너지로 현재 가정용 도시가스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천연가스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솔린이나 디젤보다 한참 늦게 에너지원으로 이용됐다.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는 부피가 커서 충전과 운반, 보관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이하로 냉각시켜 LNG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액화된 천연가스 부피가 1/600로 감소(비중도 낮음)하므로 초대형 LNG 전용 운반선으로 수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LNG는 천연가스의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버스나 자동차의 연료로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버스나 자동차에서 LNG를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초저온 탱크를 달아야 하는데, 이 탱크는 소형화하는 것도 어렵고 비용도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LNG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크고 운행거리가 긴 시외버스나 대형화물차의 연료로 연구되고 있다.

반면 CNG는 천연가스를 200기압 이상의 고압으로 압축한 것이다. 운반해 온 LNG를 상온에서 기화시킨 후 압축하면 CNG가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부피가 늘어나 LNG의 3배가 된다. 이 때문에 1회 충전 시 운행 가능한 거리가 너무 짧다는 단점이 있다. 같은 크기의 연료탱크에 실을 수 있는 천연가스는 CNG가 LNG의 1/3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CNG를 연료로 사용하면 냉각과 단열 장치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LNG에 비해 경제적이다. 또한 시내버스용으로 이용하면 연료 충전량이 적어도 무리가 없다. 게다가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원을 공급하기 위해 보조금 정책을 펴고 있어 CNG 시내버스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대다수의 버스는 디젤엔진을 장착했으나, 향후 2~3년 안에 전국의 모든 시내버스가 CNG버스로 바뀔 전망이다.


LPG(Liquefied Petroleum Gas)는 LNG, CNG와 뿌리가 다르다. 흔히 액화석유가스라고도 부르는 LPG는 실질적으로는 프로페인(propane)과 뷰테인(butane, 일명 부탄가스)의 혼합 형태로 많이 사용한다. 원유의 채굴이나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기체상의 탄화수소가 발생하게 되는데, 여기에 프로페인과 뷰테인이 많이 포함돼 있다. 라이터에 많이 사용하는 뷰테인이나, 가정용 연료료 많이 사용하는 프로페인 모두 상온의 기체상태에서는 공기보다 무겁다.

프로페인과 뷰테인은 끓는점이 낮기 때문에 상온에서 소형의 가벼운 압력용기(봄베)에 쉽게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즉 상온에서 약간의 압력만 가하면 액화돼 프로페인은 약 270분의 1, 뷰테인은 약 240분의 1로 그 부피가 줄어든다. 덕분에 간편하게 압력용기에 담아 운반할 수 있다. 충전과 운송 그리고 보관이 편리하다보니 가정용·영업용 연료는 물론 택시 등 자동차 연료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LPG를 자동차 연료로 이용할 경우 기온에 따라 프로페인과 뷰테인의 혼합 정도를 달리 하는데, 더운 지역으로 갈수록 뷰테인의 함량이 점점 더 높아진다. 자동차 연료로서의 LPG는 옥탄가가 매우 높은 반면에 출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버스 같은 대형 차량보다 택시나 승용차 같은 소형 자동차에 많이 쓰인다. 또한 LPG는 누설되면 부피가 270배로 늘어나는데다, 공기보다 무거워서 밀폐공간에 갇히기 때문에 폭발위험이 크다.

LNG와 CNG, LPG 같은 가스가 자동차 연료로 확대되는 것은 이들 연료가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연소 과정에서 유해물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데다 가솔린이나 경유보다 CO2 방출량이 적다.

휘발유의 한 성분인 옥테인과 프로페인 그리고 천연가스 주성분인 메테인을 비교해 보면 옥테인은 3.72㎉의 에너지를 생성할 때 1g의 CO2를 발생시킨다. 반면 프로페인은 4.02㎉, 메테인은 4.84㎉를 얻을 때 1g의 CO2가 나온다. 즉 동일한 에너지를 얻는다면 메테인, 프로페인, 옥테인 순으로 CO2를 발생시킨다는 의미다.

LNG와 CNG 그리고 LPG도 엄격하게 관리만 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탱크 내 특수소재로 스펀지 같은 구조로 만들어 35기압 정도에서 거의 같은 용량의 메테인 가스를 저장할 수 있는 가볍고 작은 CNG 저장 탱크가 개발되며 기술적인 진보도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려됐던 안전성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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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생신 때문에 목포에 있는 처가로 가는 길, 빠르게 스쳐가는 창밖 풍경이 어지럽다. 아내는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 일찍 내려갔고, 난 학교에서 돌아온 철수와 함께 후발대로 가는 중이다. 역에서 산 도시락은 이미 먹었고 식후 커피 한 잔도 즐겼다. 창에 반사되는 오후의 햇살이 눈부시고 따스하다. 그래서인가 졸리다. 너무 졸리다. 눈꺼풀이 무거워….

“졸리시면 주무세요. 도착하기 전에 깨워드릴게요.”

책을 보던 철수 녀석이 씨익 웃으며 말을 건다. “졸리긴 누가 졸려”하고 너스레를 떨어봤지만 녀석의 다 안다는 표정에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다. 담배 한 대만 딱 피면 잠이 깰 것 같은데. 하지만 기차는 전체가 금연이다. 거기다 난 지금 금연 중이다. 사나이 오나전, 가족과 한 약속을 깰 수 없다!

“아빠 지하철 안에서도 조시죠? 어쩐지 ‘헤드뱅잉’을 열심히 하실 것 같은데.”
“이 녀석, 난 창문에 머리 붙이고 얌전하게 자.”

철수 녀석이 던진 질문을 계기로 난 얘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입과 머리를 움직이면 잠이 깨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지하철에서 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 사실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에이. 또 핑계 대려고 그러시는 거죠?”
“누가 들으면 내가 매일 핑계만 대고 사는 사람인 줄 알겠다! 사람들이 지하철만 타면 자는 이유에 대해 연구한 과학자들이 실제로 있단 말이야.”
“그걸 연구해요? 그냥 아침에는 잠이 부족해서, 저녁에는 피곤해서 조는 거 아니에요?”
“물론 그런 것도 이유 중 하나지. 그렇지만 낮에 자는 사람들은? 다 전날 밤을 새거나 잠을 설쳤을까?”
“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유가 대체 뭐죠?”
일본철도기술연구소에서 조사했더니 지하철의 진동수가 2Hz로 나타났단다. 1초에 두 번씩 진동한다는 얘기지. 그런데 2Hz로 흔들리는 곳에서 사람들이 가장 잠들기 쉽다고 해. 그러니 지하철에서 다들 꾸벅꾸벅 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란다.

으아. 자는 얘기 하니까 더 졸립네!

“요즘에는 흔들침대라고 하던데, 요람 알지? 흔들의자처럼 왔다 갔다 하는 아기용 침대. 거기 누우면 잠이 솔솔 오는 것도 같은 원리지. 바다가 잔잔한 날의 배도 마찬가지야. 물론 배멀미가 심한 사람은 별개겠지만. 기차나 버스도 지하철만큼 딱 맞는 진동수는 아니지만 꽤 흔들리잖니?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잘 자는 이유야.”

말 끝나기가 무섭게 기차가 ‘덜컹’하며 멈췄다. 얘기하는 중에 역에 들어선 모양이다. 자다가 깨서 놀란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로 부산스러운 와중,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반가웠다. 조금은 잠이 깨는 것 같다.

이산화탄소도 사람을 재우는 중요한 요소지. 이산화탄소가 늘면 뇌로 가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나른하고 졸립단다.
“아…. 기차나 버스처럼 사람이 많고 좁은 공간에는 이산화탄소가 많겠군요.”

이런 내가 할 대사를 미리 해버리면 어떡해. ‘이래야 대화가 이어지죠’라는 표정으로 싱글거리는 철수 앞에 할 말을 잠시 잃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사했더니 기차는 1,400~2,200ppm, 고속버스는 2,500~3,500ppm까지 나왔단다. 1ppm은 100만 분의 1이야. 버스나 기차 같이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의 허용기준인 1000ppm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지. 사람이 많은 좁은 공간에서 환기를 잘 안 해서란다. 산소가 부족하고 이산화탄소가 너무 늘어나면 사망할 수도 있어. 그래도 버스나 기차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죽을 정도는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렴.”

얘기를 하며 계속 이산화탄소를 만들어서 그런가, 다시 잠이 쏟아졌다. 아 안 돼. 아들 앞에서 얘기하다 잠들어버리는 ‘주말의 게으른 아버지’상을 보여줄 수 없지. 할 수 없다. 입을 다시 움직여라 오나전. 네가 아들 앞에서 체면 구기지 않을 길은 그것뿐이다.

“기차나 버스에는 잠을 방해하는 요소도 분명히 있어. 저주파 소음이라고 들어봤니?”
“저주파? 주파수가 낮은 소음인가요?”
“맞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범위는 20~2만Hz인데, 저주파 소음은 주파수가 200Hz 이하인 소리란다. 주파수가 너무 낮아 잘 안 들리거나 아예 들을 수 없지만 몸은 느낄 수 있어. 저주파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처럼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나오고 심장 박동과 호흡수가 바뀌지. 잠도 푹 잘 수 없단다.
“그럼 기차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건가요?”
“응.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고속버스, 지하철, 기차에서 다 저주파 소음이 나왔어. 그것도 차 밖보다 안이 훨씬 심했단다. 적게는 95dB부터 많게는 110dB까지 측정됐어. 그러니 기차 속에선 듣지 못 한다 뿐이지 굉장히 큰 소리에 노출돼 있는 거야. 귓가에서 록밴드가 연주하고 있거나 코앞에서 트럭이 고속으로 지나간다고 생각해보렴.”
“으… 생각만 해도 괴롭네요. 차 안에서 자고 일어나면 몸이 아픈 이유가 저주파 소음인 거군요.”
“불편한 자세로 장시간 잔 탓도 있겠지만, 저주파 소음도 무시 못 하겠지. 아무래도 버스나 기차에서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개운하지 않잖니.”

한참 떠들었더니 잠이 달아났다. 이제 슬슬 과학 얘기는 그만두고 철수의 학교생활 얘기를 들어볼 때다. 그러고 보니 요전에 아내가 ‘철수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귀띔했었지. 요즘 초등학생은 참 조숙하단 말이야.

“아빠…”
“응?”
“죄송해요. 나 졸려요~. 도착하면 깨워주세요.”
“뭐라?”

얘기하느라 잠이 다 깼는데 이제 네 녀석이 자면 어쩌란 말이냐! 절규하는 사이 철수 녀석은 잠이 들었다.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녀석이니 그냥 포기하자. 흑.

어느새 캄캄해진 창가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빠르게 스쳐지나갈 뿐이다. 뭔가 먹는 꿈이라도 꾸는지 입맛을 쩍쩍 다시는 철수를 편하게 누이고는 나도 눈을 감았다. 희미한 진동을 느끼며 부자끼리 나란히 저녁잠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종착역에 도착하면 승무원이 깨워줄테니 마음 편히 자도록 하자. 저주파 소음 때문에 피로해진 몸은 오늘밤 목포의 바닷바람이 달래줄 게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 과학향기 제633호 ‘차만 타면 꾸벅꾸벅, 대체 왜?(2007년 7월 27일자)’를 다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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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공장이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채소나 곡물을 ‘공장’에서 공산품을 만들듯 대량으로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1999년 미국 컬럼비아대의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가 “30층 규모의 빌딩농장이 5만 명의 식량을 책임질 수 있다”고 말하며 빌딩형 식물공장 모델을 처음 제시했다.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황당무계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너무나 먼 미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이 지난 지금, 데스포미어 교수의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현재 식물공장 50개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2012년까지 100개의 식물공장을 더 만들 계획이다. 유럽도 비슷하다.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에서는 오래전부터 유리 온실과 태양광을 이용한 농촌형 식물공장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식물공장은 외부와 제한적으로 차단된 환경만 제공하는 기존 비닐하우스에서 크게 진화한 형태다. 폐쇄된 식물공장은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공기조절기로 온도를 유지한다. 토양 대신 양분을 포함한 배양액을 주고, 태양빛마저 LED 등 인공조명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로봇자동화 기술을 이용, 무인생산시스템까지 적용하는 것처럼 갈수록 기술이 첨단화되고 있다.

이러한 식물공장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땅과 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대규모 ‘농업’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풍이나 이상기후 등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에도 생산성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시기에 신선하고 균일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밀폐된 공간의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 해충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을 얻을 수도 있다. 특정 파장의 빛을 혼합하면 식물별 특정 물질을 촉진시켜 항산화물질 등 식품첨가원료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서는 식물로부터 경구백신 단백질을 얻어내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게 된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식물공장’ 파급이 제한되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우선 비닐하우스보다 17배 정도 많은 시설비가 든다. 또 노지농업이나 비닐하우스 농업은 ‘빛’이 되는 태양광을 공짜로 얻을 수 있지만, 식물공장에서는 형광등과 백열등을 광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막대한 전기료가 든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늘어나는 채소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유통비가 든다는 점이다. 특히 독일의 베를린, 영국 런던, 스위스 베른, 스웨덴 스톡홀름처럼 높은 위도에 위치한 유럽 도시들의 경우 일조량이 부족하다. 이들 도시들은 겨울철 채소를 남부의 스페인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비행기로 공수해 오고 있다. 런던의 경우 채소 1kg을 공수하는 데 이산화탄소가 430g이나 발생한다. 그런데 탄산가스 배출규제가 강화되면 수송비로 인해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LED 등장은 ‘식물공장’을 확산시킬 수 있는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LED가 각광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류를 빛으로 바꾸는 비율을 ‘광변환비율’이라고 하는데, 백열등은 8%, 형광등은 20% 수준이다. 반면 LED는 25~30%다. 광변환비율이 높다는 것은 열이 덜 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광원을 식물에 가까이 둘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빛의 세기는 광원과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결국 LED는 형광등이나 백열등에 비해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효과적인 광원이 된다.

빛을 쉽게 조합할 수 있다는 것도 LED의 장점이다. 자연광인 태양광에는 붉은색, 주황색, 노랑색, 파랑색, 남색, 보라색 등 여러 색이 섞여 있다. 형광등 빛에도 노란색, 초록색 등의 색이 섞여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식물에 따라서 좋아하는 빛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식물에 따라서 빛이 적색 : 청색 비율이 5 : 1, 8 : 1, 10 : 1, 20 : 1 등으로 조합될 때 생육이 가장 잘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제한 없이 공짜로 빛을 얻을 수 있는 태양과는 달리, 인공광원의 빛은 그 자체가 비용이다. 식물에 따라 최적의 비율을 만들어, 꼭 필요한 만큼의 빛을 쪼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결국 LED가 식물공장의 광원으로 각광을 받는 것은 효율성 때문인 셈이다.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의 식물공장 연구도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지난 1월 남극 세종기지에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설치했고, 국립농업과학원 내에 오는 10월까지 지하 1~3층, 높이 10m, 면적 396m² 규모의 빌딩형 공장과 높이 10m, 면적 50㎡ 규모의 수직형 공장, 총 2동을 건설하는 중이다. 또한 식물공장을 비즈니스모델로 하는 민간기업도 하나씩 나오고 있다.

식물공장의 경쟁력은 결국 식물의 종류에 따라 최적의 빛 혼합비율을 찾아내 빛을 가장 효율적으로 절감하는 공식을 찾아내고 파종, 발아, 수확, 포장 전 과정에 걸쳐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시작은 늦었지만 가능성은 있다. LED 분야의 강국인데다 생산효율을 높이게 될 IT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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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만 해도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손수건으로 코를 풀며, 행주로 식탁을 훔쳤다. 그리고 세탁해 다시 사용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는 천 대신 휴지와 냅킨, 키친타월을 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천보다 종이를 쓰는 게 더 위생적이라고 믿을 뿐 아니라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훨씬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티슈 사용량이 종이의 소비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숲에서 나무가 벌목되어 종이를 만들고 매립지에서 완전히 분해될 때까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종이 1t당 6.3t이다. 전 세계 종이의 생산량이 연간 3억 3500만t이므로 해마다 21억t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셈이다.

종이를 제조하는 과정에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요인이 있다. 바로 표백 과정이다. 펄프공장으로 옮겨진 나무는 열과 화학처리를 거쳐 ‘목섬유세포’ 단위로 잘게 부서지고, 목섬유세포는 여러 차례 물로 희석된 뒤 뭉쳐져 하나의 종이가 된다. 이때 만들어진 종이는 본래 누런색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흰색을 선호하기 때문에 염색과 표백을 거쳐 새하얀 종이로 탈바꿈한다.

표박과정에는 염소가 사용되는데, 1t의 종이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45~70kg의 염소가 필요하다. 나무와 같은 유기물이 염소와 결합하면 다이옥신을 비롯한 유기화합물이 방출되고, 표백처리과정에서 나온 폐수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새로운 개념의 종이, 공해 없이 종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하고 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종이공예가 조앤 가이르(Joanna Gair)가 만드는 종이 ‘루 푸(Roo Poo)’는 원료가 캥거루의 똥이다. 또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엘크, 아프리카 사람들은 물소 똥으로 종이를 만든다. 나아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코끼리 똥에서 추출한 식이섬유로 만든 ‘엘리 푸 페이퍼(Ellie Poo Paper)를 판매하며, 그 수익금으로 코끼리 보호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소비하는 종이를 나무가 아닌 동물의 똥으로 만들려면 많이 가축이 필요하다. 숲을 벌목해 초원을 만들어 가축을 방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오히려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숲의 기능을 악화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면서 종이를 만드는 것이 더 값어치 있는 일이다.

미국 노스웨스트대 화학생명공학과 바르토츠 그리지보프스키(Bartosz Grzybowski) 연구팀은 ‘스스로 지워지는 종이’를 개발했다. 이 종이는 자외선으로 인쇄되고 가시광선으로 지워진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시광선에 의해 종이에 인쇄된 내용이 지워지기 때문에 종이를 무한 반복해 쓸 수 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화학분야의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te Chemie)’ 2009년 9월 7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금과 은 나노입자를 아조벤젠 분자로 얇고 균일하게 코팅한 뒤, 유기 겔(gel) 필름에 넣어 합성시켰다. 합성된 필름에 있는 아조벤젠 분자들은 자외선을 받으면 구조적 대칭성이 깨지는데, 이때 나노입자를 끌어당기는 전기적 극성이 만들어진다. 이 힘이 나노입자들을 새로 조립하므로 필름 표면이 색상을 띠게 된다. 반면 이 필름에 가시광선을 쪼여주면 나노입자들이 본래의 대칭성을 지닌 구조로 되돌아가 점차 색상을 잃는다.



필름의 색상은 자외선에 얼마나 노출되었느냐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금 나노입자들은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하고, 은 나노입자들은 노란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한다. 아조벤젠 분자를 조작하면 필름에 내용을 인쇄하고 지우는 시간이 수 초에서 수 시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예전에는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하면 종이 없는 사무실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프린터가 널리 보급되자 종이 사용량은 정보화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증가했다. 일반 사무실에서 인쇄물의 40%가 한번 보고 버려지는 ‘1회용’으로 추정된다. 아쉽게도 숲은 마르지 않는 자원이 아니다. 나무는 베어 쓰면 쓸수록 사라지는 소모자원이며, 이 과정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가 가속된다.

이를 막고자 국내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2002년부터 ‘종이 안 쓰는 날(No paper day)’을 정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식목일 전날인 4월 4일은 하루만이라도 종이를 아껴 쓰자는 취지다. 이날 하루 우리나라 국민이 A4 종이 한 장을 아끼면 나무 800그루를 살릴 수 있다.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더 쾌적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사람이라면 단 하루라도 종이를 아껴 쓰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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