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연구 이그노벨상, 올해의 주인공은?

“Please Stop, Im bored!(그만둬요, 너무 지루하다고요!)”

8살 남짓한 여자 아이가 수상소감을 말하는 연구자에게 다가와 두 마디의 말을 날린다. 주어진 60초의 시간을 모두 썼으니 멈추라는 의미다. 시상식장은 삽시간에 웃음바다가 되고, 당황한 수상자의 반응은 웃음소리를 더 키운다. 재밌고 기발한 연구를 골라 상을 주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다운 장면이다. 연구자가 수상소감을 그만둘 때까지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스위티 푸(Ms. Sweetie Poo)’의 활약은 매년 행사를 더 즐겁게 만든다. 올해도 어김없이 스위티 푸와 함께 신나는 이그노벨상이 돌아왔다.

미국 하버드대의 잡지, ‘기발한 과학 연구(AIR)’는 2013년 9월 12일 하버드대 선더스 극장에서 제23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을 열었다. 수상 목록을 보면 황당하고 우습지만 이런 연구가 영 엉터리는 아니다. ‘처음엔 사람들을 웃기지만, 그런 뒤에 생각하게 하는(first makes people laugh, and then makes them think)’ 연구라는 원칙으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올해 심리학상을 수상한 연구는 일상과 가까운 ‘술’에 대한 연구라 더욱 흥미롭다. 우리는 흔히 술을 마시면 안 예쁘던 여자도 매력적이고, 못 생겼던 남자도 멋져 보인다고 말한다. 이른바 ‘비어 고글(beer goggle)’ 현상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로랑 베규(Laurent Bègue)와 미국의 브래드 부시맨(Brad Bushman) 등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진은 이와 조금 다른 견해를 내놨다. ‘술 취한 사람은 자신을 매력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술 취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발표하게 했다. 그러자 맨 정신일 때보다 훨씬 똑똑하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게 드러났다.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술에 취하면 사랑을 고백하기 쉬운지도 모른다. 물론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의학상은 심장을 이식한 쥐에 오페라를 들려준 일본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은 그냥 두고, 다른 쪽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들려줬다. 그 결과 음악을 듣지 않은 쪽은 평균 1주일 뒤에 죽었지만 오페라를 감상한 쪽은 3주 넘게 살았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음악이 동물의 면역계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시상식장에서 이들이 생쥐로 분장하고 ‘라 트라비아’를 부르는 바람에 관객들은 더 크게 웃고 즐길 수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만 선정되는 노벨상과 달리 이그노벨상은 사망한 과학자에게도 주어진다. 올해 안전공학상을 받은 미국의 발명가 구스타노 피조(Gustano Pizzo)도 2006년 타계한 사람이다. 그는 비행기 납치범을 낙하산에 묶어 경찰에게 내려 보내는 방법을 고안해 1972년 미국 특허를 받았는데, 이것이 올해 안전공학상 부분에 뽑혔다.

이 시스템은 납치범을 함정에 빠뜨린 뒤 캡슐에 넣고 비행기 밖으로 떨어뜨리도록 설계됐다. 캡슐은 추락하면서 전파를 보내 현재 위치를 알리고 낙하산을 펼쳐 무사히 착륙한다. 그러면 미리 도착한 경찰이 캡슐 속 납치범을 체포하게 되는 것이다. 특허를 받은 지 한참 지났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피조의 발명품은 이그노벨상 덕분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사람이 물 위를 걸을 수 있을지 연구한 이탈리아 알베르토 미네티(Alberto Minetti) 교수팀은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들에 따르면 지구 중력(중력가속도 9.8㎨)의 16% 정도인 달의 중력에서 사람이 물갈퀴를 부지런히 구르면 물에 빠지지 않는다. 만약 달에 호수가 있다면 사람들이 그 위를 걷는 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는 결과보다 실험 과정이 재미있다. 사람을 인공장치로 매달고 물갈퀴를 신겨 어린이 수영장 수면 위에서 직접 달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인공장치는 줄의 세기를 조절해 중력을 줄였고, 물갈퀴는 가라앉기 전에 물을 박차는 데 도움을 줬다. 중력을 줄여 가벼워진 인간은 바실리스크도마뱀처럼 수면 위를 걸을 수 있었다. 어떤 일이건 ‘말도 안 된다’고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이유를 이 연구가 보여줬다.

화학상은 양파 껍질을 벗기면 눈물 나는 이유를 보다 자세히 밝힌 일본 과학자들이 수상했다. 이미 알려졌던 내용이지만 연구자들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 덕분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양파의 화합물이 만들어지는 마지막 단계를 담당하는 효소를 발견했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괜한 수고를 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논문은 네이처에 실릴 정도로 학술적인 의미를 인정받았다.

앉아 있는 소가 누웠다가 일어나는 시간을 측정한 연구는 확률상을 받았다. 영국의 버트 톨감(Bert Tolkamp) 박사팀은 암소 73마리의 다리에 센서를 붙이고, 앉았다 서는 변화를 컴퓨터로 측정해 통계를 냈다. 그 결과 암소는 누운 지 15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일어설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서 있는 암소가 언제 누울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호기심을 채우려 너무 많은 공을 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연구는 암소의 발정이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데 쓸모 있는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이그노벨상 취지에 꼭 맞게 우습지만 의미 있는 연구인 셈이다.

생물학-천문학 통합상을 받은 주인공은 쇠똥구리를 연구한 스웨덴의 마리 데크(Marie Dacke) 박사팀이다. 쇠똥구리는 주로 일직선으로 움직여 자신이 만든 쇠똥경단을 빠르게 옮기는데, 이때 태양이나 달을 보고 방향을 찾는다. 그렇다면 달이 없는 밤에는 어떻게 할까. 데크 박사팀은 이런 상황에서 쇠똥구리가 은하수를 기준으로 길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시상식장에서 수상자들은 쇠똥경단을 닮은 커다란 공을 가져와 재밌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고고학상에는 캐나다의 브라이언 크랜달(Brian Crandall) 박사팀의 연구가 뽑혔다. 연구 목적은 포유동물이 어떤 뼈를 소화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인데 방법이 매우 엽기적이다. 실험 참가자에게 설익은 뾰족뒤쥐를 삼키게 한 뒤 분변을 받아 어떤 뼈가 나왔는지 조사한 것. 이 결과로 인류 거주지에 남은 뼈 화석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받겠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공중보건상은 잘린 음경을 다시 붙이는 수술을 선보인 태국 의료진에게 돌아갔는데, 이 또한 이그노벨상다운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평화상은 2011년 공공장소에서 박수를 금지한 벨라루스 대통령(알렉산드르 루카셴코)과 손이 하나뿐인 남성을 체포한 남성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시상식장에서는 한 팔을 몸에 붙인 채 두 사람이 나머지 한 손만으로 박수를 치려 낑낑대는 장면이 연출됐다. 물론 이건 평화상을 받은 두 사람을 비꼰 행동이다.

올해 수상자들은 상금으로 10조 달러(약 1경 860조 원)를 받는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하지만 기준 화폐가 미국 달러가 아닌 짐바브웨 달러라고 밝혀 한바탕 크게 웃겼다. 짐바브웨 달러는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경제개혁 실패로 화폐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2009년 사용 중단된 100조 짐바브웨 달러를 우리 돈 4,000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으니 10조 짐바브웨 달러는 많은 돈이 아닌 것이다.

연구결과뿐 아니라 시상식 전체를 소소하게 재미와 기발함으로 무장한 이그노벨상. 널리 알려진 것을 거꾸로 보고(심리학상), 더 깊게 파고들고(화학상), 쓸데없어 보이는 생각을 발전시키는(물리학상) 등의 연구는 우리가 살아가는 태도와도 연결되는 듯하다. 어떤 발상도 하찮은 건 없다. 중요한 건 어떤 눈으로 보고 대하느냐다. 자칫 쓸모없어 보이는 발상이지만 도전해서 성과를 이뤄낸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의 자세를 배운다면, 세상을 더 다양하고 풍요롭게 일궈낼 수 있지 않을까.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2013 이그노벨상 수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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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입 막는 법? 2012 이그노벨상이 알려주마

2012년 올해도 어김없이 하버드대학 샌더스 강당에서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의 수상 목록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이 평화상 선정 논란에 시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그노벨상의 수상목록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쯤 호기심을 가졌을 문제들에 대해 과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본산업기술종합연구소 가즈타카 구리하라 연구팀은 쉴 새 없이 떠드는 수다쟁이의 입을 막을 방법을 연구해 음향상을 수상했다. ‘스피치 재머(Speech Jammer)’라는 이 장치는 누군가 말을 하면 수십 분의 1초 간격을 두고 자기 말을 다시 듣게 해서, 자기가 얼마나 말을 많이 하고 있는지 깨닫게 만드는 장치다.

자신이 말을 한 이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하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현상에서 착안했다. 이 장치는 마이크에 잡힌 소리를 약 0.2초 후에 지향성 스피커로 최대 약 30m 떨어진 발화자에게 되돌려 준다. 연구자는 시상식에 참여해 이 발명품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이로써 일본은 6년 연속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영광을 누렸다.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귀가 솔깃해질 연구도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기계공학과의 H.C 매이어와 R. 크레체트니코프는 ‘커피를 들고 걸으면 왜 쏟아질까?’라는 연구로 이그노벨상 유체역학상을 수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다니고, 또 종종 엎지르게 된다. 연구진은 이 흔한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걷는 속도와 컵에 담긴 액체의 양 등 조건의 변화에 따라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분석한 것이다. 애석하게도 연구진은 일반적인 커피 컵의 크기와 커피라는 물질적 특성, 걷는 행위에는 엎지르는 현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꽉 찬 커피잔을 들고 있다면 천천히 걷거나 아예 다 마시고 걷는 것이 안전하겠다.

긴 머리를 하나로 즐겨 묶는 사람이라면 이 연구를 주목하자.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은 포니테일, 즉 말총 모양이 되도록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 하나로 묶는 머리 모양에 대한 연구가 차지했다. 긴 머리를 상큼하게 묶고 공원을 시원하게 달리는 사람을 떠올려보라. 달리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며 상체를 움직이지 않더라도, 뒤통수에 묶인 머리만은 좌우로 흔들린다. 조셉 켈러, 레이먼드 골드스테인 등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유니레버 사의 연구자들은 이 문제에 호기심을 품었고 말총머리의 모양과 움직일 때 힘의 균형 문제를 조사하고 나섰다. 시계추 같이 단단한 것부터 줄처럼 유연한 것까지 다양한 모양의 말총을 대상으로 각각의 진동 양태를 선방정식으로 풀어냈다.

건강검진을 앞둔 사람에게 솔깃할 연구도 있다. 신경과학상은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와 관련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크레이그 베닛 연구팀은 뇌 속 혈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fMRI를 죽은 연어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죽은 연어의 촬영 결과에서도 뇌가 활성화됐을 때 나타나는 데이터들이 발견됐다. 물론 이것은 거짓 양성 반응이다. 이 연구는 MRI 등 뇌 촬영 결과를 무조건 믿는 경향에 경종을 울리는 결과다.

이 밖에도 2012년 이그노벨상은 흥미로운 연구를 다수 소개한다. 해부학상은 침팬지의 인식 기능을 연구한 네덜란드 연구자 프란스 드 바알과 제니퍼 포로르니가 수상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침팬지는 엉덩이가 나온 뒷모습 사진을 보고 다른 침팬지를 구별해낼 수 있다고 한다. 영장류 학자 프란스는 원래 침팬지가 처음 본 상대의 성별을 얼굴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을 연구하려고 했다. 때문에 성별에 따라 모양이 다른 엉덩이 사진을 이용했다. 그런데 실험 과정에서 침팬지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동료일 경우 얼굴과 엉덩이를 완벽히 매치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참고로 침팬지는 얼굴만으로는 성별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심리학상은 왼쪽으로 자세를 기울였을 때 에펠탑이 더 작게 보인다는 사실을 입증한 애니타 얼랜드, 롤프 즈완, 튤리와 과달루페가 수상했다. 이 연구에는 닌텐도의 게임기인 ‘위 밸런스 보드(Wii Balance Board)’가 사용됐다. 연구진은 33명의 대학생을 이 위 밸런스 보드 위에 서게 한 뒤 왼쪽, 오른쪽으로 기울인 상태에서 에펠탑의 높이를 평가하게 했다.

평화상은 오래된 탄약을 이용해 사물을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한 러시아의 SKN회사가, 화학상은 스웨덴 앤더스뢰프 지역 주민의 머리카락이 녹색으로 변하는 이유를 밝힌 스웨덴 화학자가 수상했다.

2012년 노벨문학상은 한국 시인 고은이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 동아시아권 작가의 수상이 점쳐졌던 까닭에 더욱 기대를 모았다. 결국 중국 소설가 모옌이 수상했으니 아주 빗나간 예상은 아니게 됐다. 그렇다면 이그노벨상은 누구에게 문학상을 수여했을까? 수상자는 미국 회계감사원으로, 수상작은 2012년 5월 10일 발표한 보고서와 연구 작업에 드는 비용 추정에 관한 보고서였다.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 준비를 위한 보고서 작성을 권고하는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공로”였다. 먼저 웃고 그 다음 생각하게 만드는, 이그노벨상 다운 선정작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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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냉이로 알람 만들다? 2011 이그노벨상

2011년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이그노벨상(Ignoble prize)의 주가는 매년 올라간다. 2010년에는 이그노벨상 수상자 출신의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으니 이 유머러스한 상은 이제 권위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하지만 ‘먼저 웃게 하고 그 다음에 생각하게 한다’는 이그노벨상의 본령은 그대로다.

2011년에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어떤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으로 이그노벨상을 거머쥐었을까.

우선 수학상은 수학적인 추적과 계산을 통해 세계 종말을 예측한 사람들이 공동 수상했다. 이들이 제시한 종말의 해는 각각 1954년, 1982년, 1990년, 1992년, 1999년, 2011년 10월 21일까지 다채롭다. 영광스럽게도 1992년 세계 종말을 예언한 이는 한국의 이장림 목사. 이로써 우리나라는 향기 나는 양복으로 1999년 환경보호상을 받은 FnC코오롱의 권혁호 씨, 3,600만 쌍 합동 결혼을 공로로 2000년 경제학상을 받은 통일교 문선명 교주에 이어 세 번째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갖게 됐다.

경제학상, 평화상 등은 대체로 기발하거나 기이한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데, 올해의 평화상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수상자는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니우스 시의 아투라스 주오카스 시장이다. 지난 8월, 불법 주차된 벤츠를 장갑차로 깔아뭉갠 공로였다. 그는 시상식에 참가하진 않았지만 이메일로 소감을 밝혔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상금은커녕 시상식 참가비조차 주지 않는 이그노벨상이지만, 노벨상 수상자들도 꼭 한 번 서 보고 싶어 하는 무대다. 2011년에도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그노벨상을 찾았다. 1986년 화학상 수상자 더들리 허슈바흐, 1990년 물리학상 수상자 제롬 프리드먼, 1998년 의학상 수상자 루이스 이그나로, 2005년 물리학상 수상자 로이 글라우버, 2007년 경제학상 수상자 에릭 매스킨, 2010년 경제학상 피터 다이아몬드 등이 올해의 참석자다. 이들은 시상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공연에도 참가하며 이 시상식을 재능 있는 과학자들의 축제로 만들었다.

이그노벨상의 하이라이트는 기발한 연구를 수행한 과학 분야의 수상자들이다. 2011년 올해의 수상자들을 살펴보자.

혹시 시험시간을 앞두고 벼락치기에 급급해 소변을 참고 있지 않은가? 일이 급하다며 화장실 가길 미루고 있나? 그렇다면 당장 화장실 먼저 다녀오길 바란다. 올해 이그노벨상 의학상은 소변을 연구한 네덜란드, 벨기에, 미국, 호주 연합팀 과학자들이 수상했다. 소변을 오래 참으면 어떤 종류의 의사 결정이 나아지고 어떤 종류의 의사 결정이 나빠지는지를 연구한 것이다. 수상자들은 소변을 참을 경우 술에 취하거나 24시간 잠을 자지 않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러니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다면 먼저 화장실부터 다녀올 일이다.

화학상은 고추냉이(와사비)를 공중에 분사해 화재 등 위험 상황에서 잠자는 사람을 깨우는 알람을 연구한 일본의 과학자들이 수상했다. 이들은 고추냉이 외에도 썩은 계란 등 100여 가지 재료를 연구했지만 고추냉이가 가장 강력한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물론 이 ‘와사비’는 초밥에는 뿌려먹을 수 없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냄새를 이용한 알람은 시각,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특히 필요한 시스템이다.

물리학상은 원반던지기 선수들이 느끼는 어지러움에 대해 연구한 프랑스와 네덜란드 연구자가 차지했다. 해머던지기 선수들은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는 반면 원반던지기 선수들은 어지러움증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연구한 것이다. 실제로 실험에 참가한 운동선수 중 59%가 원반던지기에서 불편을 호소한 반면 해머던지기에서는 불편을 호소한 선수가 전혀 없었다.

녹화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두 운동 사이에는 머리의 움직임과 지지하는 발바닥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해머 쪽이 돌리고 던질 때 안정감이 커 어지럼증을 유발하지 않았다. 이 연구는 해머와 원반던지기가 일반인이 보기엔 거의 비슷한 경기로 보이지만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원반던지기 선수가 되려고 한다면 어느 정도의 어지럼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생물학상은 호주와 캐나다 연구자가 수상했다. 이들은 호주산 맥주병을 짝짓기 대상으로 착각한 딱정벌레를 연구했다. 수컷 딱정벌레가 맥주병에 올라가는 건 목이 마르기 때문이 아니다. 갈색의 반짝거리는 병 표면이 암컷의 날개무늬와 비슷해서 착각했기 때문이다.

생리학상과 심리학상은 모두 ‘하품’ 연구가 차지했다. 생리학상은 붉은다리거북의 하품에는 전염성이 없다는 것을 연구한 과학자들이, 심리학상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하품하는 이유를 연구한 노르웨이 연구자가 수상했다.

우리가 하찮다고 생각하는 궁금증이나 비웃음을 살만한 일들 속에 오늘날 문명을 만들어낸 비밀이 숨어 있기도 하다. 18세기 이탈리아의 생물학자 갈바니는 개구리를 해부할 때 개구리 뒷다리가 움찔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학교 실험실에서 한번쯤 경험해봤을 사소한 발견이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다양한 금속 재료로 개구리 뒷다리를 자극하는 실험을 계속했고 오늘날 전기의 시대를 여는데 기여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이그노벨상은 사소하고 엉뚱한 호기심 속에 과학이 있다고 알려준다.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이그노벨상 덕에 올해도 과학에 한 발 더 가까워진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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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괴짜노벨상, 엽기노벨상으로 불리던 이그노벨상. 하지만 2010년에는 이 상을 더 이상 웃자고 주는 상으로 여길 수 없게 됐다.

이그노벨상 수상은 2010년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9월 30일, 예년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대학교 샌더스홀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할 수 없었던 공중보건상 수상자 매뉴엘 바레이토 등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수상자가 참가했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그노벨상에 대해 ‘우스개 연구나 하는 변두리 학자들만 모이는 것 아니냐’, ‘괴짜들만 모여서 자기들끼리 하는 잔치가 아니냐’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이 과감히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그노벨상은 이제 과학자라면 한번쯤 시상대에 서 보고 싶은 특별한 행사로 여겨지고 있다. 이 상은 쉽게 주어지는 상도 아니다. 이그노벨상을 받는 데는 노벨상만큼이나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2010년 올해 공중보건상을 수상한 연구는 시상대에 서기까지 무려 40년을 기다려야 했다.

2010년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 교수를 먼저 알아본 것도 이그노벨상이다. 가임 교수는 이미 2000년에 개구리 공중부양 실험으로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가임 교수의 연구 태도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에서나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에서나 크게 차이가 없었다.

가임 교수와 그의 동료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에게 노벨상을 안긴 주인공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이다. 그런데 이들이 그래핀을 얻는 데 사용한 도구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스카치테이프’였다. 그들에게는 별다른 실험 도구도, 특수한 환경의 실험실도 없었다. 그래핀은 이미 1947년부터 연구되기 시작한 소재였지만, 과학자들은 그래핀을 추출해내는 일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래핀은 육각형 벌집구조를 이루는, 탄소가 딱 한 층만 있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소재다. 흑연은 그래핀이 여러 장 쌓여 있는 탄소 층상구조를 하고 있는데, 가임 교수는 이 흑연에 테이프를 붙였다 뗀 것을 다른 테이프에 10~20번 가량 붙였다 떼는 과정을 반복해 한 층의 그래핀을 얻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다소 엉뚱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만나 노벨상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가임 교수는 최초로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을 동시에 수상한 과학자다. 앞으로 그처럼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과학자가 많아지게 될까? 그렇다면 이그노벨상이 노벨상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유머 감각이 위대한 과학자의 필수조건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먼저 웃게 하고 그 다음 생각하게 하는 연구’라는 이그노벨상의 캐치프레이즈는 올해도 유효하다. 웃음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2010년의 수상 내용을 살펴보자.

평화상에는 ‘욕하기가 고통을 덜어준다’는 영국 킬 대학 연구팀의 연구가 선정됐다. 얼음물에 손을 담그고 참는 실험에서 욕이나 다짐의 말을 한 실험 참가자 군이 그렇지 않은 쪽에 비해 고통을 더 잘 참고 실제로 느끼는 고통도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욕이 고통을 덜어준다는 것이 실제로 입증된 것. 이 연구에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평소에 욕이나 다짐의 말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 실험에 앞서 욕이나 다짐을 할 경우, 그 효과가 더 컸다는 사실이다. 욕은 유용하지만 평소에 늘 쓰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해야 더 효과가 크다는 가르침을 준 셈이다.

화학상 역시 상식을 깨는 연구에 주어졌다. 미국 MIT와 텍사스 A&M대학 연구팀이 수상했는데, 이들의 연구는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트렸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심해에 기름과 천연가스를 방출하는 무모한 실험이 강행됐다고 한다.

수염을 기른 사람을 보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가? 그 생각은 이제 과학적으로도 사실인 것으로 입증됐다. 1967년,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미군 의료기관인 포트 데트릭 산업보건안전소 연구원들은 수염이 비위생적인 것을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수염 깎기를 한사코 거부한 동료 과학자를 설득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었다.

이 실험을 위해 마누엘 바레이토와 3명의 자원자가 몸소 실험대상으로 나섰다. 그들은 73일간 수염을 기른 뒤 수염에 세균을 뿌리고 씻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입증했다. 또 병원성 세균을 뿌린 수염을 마네킹에 붙인 뒤, 그 마네킹을 닭과 기니피그에 노출시키는 실험도 진행했다. 실험동물 중 일부는 정말 병에 걸렸다. 실험 결과를 본 동료 과학자는 결국 수염을 깎았고, 이 연구는 40여 년이 지난 2010년에 이르러서야 이그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편 물리학상은 뉴질랜드의 오타고 대학 물리학자들이 수상했다. 뉴질랜드 항구도시 더니든은 겨울철이면 빙판이 되는 길 때문에 시민들에게 신발 위에 양말을 덧신으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양말을 신발 위에 신으면 덜 미끄럽다는 것은 통념에 불과한 일이었다. 오타고 대학 연구진들은 빙판에서 양말을 신발 위에 덧신은 보행자들을 조사해 실제로 마찰력이 늘어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 밖에도 생물학상은 박쥐의 구강성교를 증명해낸 중국 연구팀이, 공학상은 원격 조종 헬리콥터로 고래의 콧물을 모으는데 성공한 영국 연구팀이 수상했다. 이탈리아 카타냐 대학 연구팀은 직원들을 무작위로 승진시키면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 경영학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은 거창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실은 얼마나 사소한 물음에서 시작되는지, 얼마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20번 반복한 끝에 얻은 결과가 2010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진 것처럼 과학은 멀리 있는,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번 이그노벨상 수상 내용을 보며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우리나라에 부족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유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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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지어 마스크와 함께라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순간이나 위기 대처 능력을 갖춘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여성이 브래지어를 착용하니까요.”

브래지어로 긴급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니 무슨 이야기일까? 올해의 ‘이그노벨상’ 공중보건 분야의 수상자인 엘레나 보드너 박사에게 그 답이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과학자인 그녀는 라파엘 리, 샌드라 매리전 씨와 함께 위급 상황에서 접으면 방독면 역할을 할 수 있는 브래지어를 개발했다.

이 브래지어는 여성들이 평소에 착용하다가 화재 등으로 유독가스가 발생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브래지어 한쪽을 떼어 입과 코를 막고 브래지어 끈으로 고정하면 위기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데, 브래지어 컵부분 패드가 필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쪽은 남자친구나 옆 사람에게 줄 수 있어 다른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

보드너 박사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에서 마스크가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방사성 요오드(Iodine-131) 중독 현상을 겪는 것을 계기로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긴급한 상황을 대비해 속옷을 이용한다는 재미있는 발상. 이렇듯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그것 참 재미있네’라는 말로 시작된다.

결국 과학도 ‘재미’에 근원이 있다. 흔히 어렵고 딱딱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과학으로도 세상을 한껏 웃길 수도 있다. 세상을 즐겁게 만든 연구자에게는 마땅히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에 주는 상’, 이그노벨상은 바로 이들을 위해 준비된 상일지도 모른다.

이그노벨상은 미국의 유머 과학잡지인 ‘애널스 오프 임프로버블 리서치(AIR, Annals of Improbable Reaseach)’가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에 노벨상 발표에 앞서 수상한다. 199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열아홉번째 시상식을 맞았다. 브래지어 방독면 외에도 ‘데킬라 다이아몬드’ ‘빈 맥주병이 흉기로는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와 ‘임신한 여성이 넘어지지 않는 이유’ 등 기상천외한 수상작이 선정됐다.

물리학상은 임신부의 배가 불룩하게 불러와도 넘어지지 않는 이유를 추적해 ‘여성의 척추가 남성이나 다른 포유동물보다 더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캐서린 위트컴 미국 신시네티대 교수진에게 돌아갔다.

네 발로 걷는 포유류는 배가 불러와도 무게중심이 변하지 않지만 인간처럼 두발로 걷는 경우는 다르다. 태아의 무게 때문에 골반 위에 있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이 때 여성은 허리를 뒤로 젖혀 무게중심을 잡게 된다. 휘트컴 박사는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는 원리가 여성의 요추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여성의 요추는 남성보다 한 개 더 많은데, 이 세 개의 요추는 쐐기 모양으로 결합돼 있다. 쐐기 모양의 결합은 요추를 활처럼 앞뒤로 구부러질 수 있게 하고, 이 때문에 상체를 쉽게 척추 뒤로 젖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여성은 무게중심을 쉽게 잡을 수 있고 출산 후 아기를 팔로 안을 때도 남성보다 더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휘트컴 박사는 “여성의 척추 구조는 인간이 바로 서면서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07년 네이처에 발표됐다.

<올 이그노벨상 ‘브래지어 방독면’ 2009년 이그노벨상 공중보건 부문 수상
자인 옐레나 보드나르 박사(왼쪽 두번째)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시상식
에서 수상작인 ‘브라 방독면’ 착용 시범을 보였다. 사진출처. 이그노벨상
공식홈페이지>


평화상에는 ‘빈 맥주병이 흉기로서는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스테판 볼리거 스위스 베른대 법의학장이 선정됐다. 그는 빈 맥주병이 사람의 두개골에 더 심한 치명상을 입힌다는 사실을 2009년 범죄수사 및 법의학지 4월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철제 공과 맥주병을 실험도구로 사용했고, 사람의 머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적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화학상에는 멕시코 전통술인 데킬라에서 뽑아낸 원료로 다이아몬드 필름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연구한 자비에 모랄레스, 미구엘 아파티카, 빅터 카스타노 교수 등 멕시코 국립자치대 교수진이 선정됐다. 수학상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방치해 실제 가치는 1센트인 액면가 100조달러짜리 지폐를 발행한 짐바브웨 중앙은행에게 돌아갔다.

생물학상에는 자이언트 팬더의 얼굴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10%까지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일본 사가미하라 기타사토대 다구치 후미아키와 송 고우푸, 장 구앙레이 박사팀이 선정됐다. 또 수의학상은 ‘이름이 있는 젖소는 그렇지 않은 소보다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한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팀이 차지했다.

이외에도 문학상에는 속도 위반 상습범에게 50여차례나 법칙금 고지서를 발부한 아일랜드 경찰이 선정됐다. 범인은 폴란드어로 ‘운전면허’라는 프라보 야르시(Prawo Jarzy)라는 이름을 가졌다.

이렇게 2009년 이그노벨상 수상작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재미만큼 의미 있는 연구도 있어 ‘네이처’ 등 유명 연구 저널에도 실렸다. 혹시 아직도 과학은 진지하고 근엄할 것 같다는 편견을 가졌다면 이그노벨상 결과를 보고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움베르트 에코가 소설 ‘장미의 이름’에 쓴 것처럼 진리는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재미있는 연구, 그래서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이그노벨상 시상식장이 아닐까.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과학자와 그 연구가 기대된다. 그래서 내년 이그노벨상이 또 기다려진다.

글 :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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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도 세계 곳곳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을 고르고 골라 전해 드리는 ‘세상에 이런 일도’ 시간입니다. 오늘은 톡 쏘는 맛으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콜라에 대해서 알아보죠. 사람들은 단순히 기호식품으로 마시는 콜라만을 알고 있지만, 사실 콜라는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 주방용 세척제로 콜라를 사용해요.”
“전 기름때를 뺄 때 콜라를 씁니다.”
“녹슨 볼트에 콜라를 부으면 녹이 깨끗하게 빠집니다.”

아하,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콜라를 사용하고 있었군요. 이제 카트에 콜라를 골라 담는 사람들이 꼭 마시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는 건 아시겠죠? 그런데 콜라를 더 색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피임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콜라와 피임이라니 언뜻 상상이 안 되시죠? 과연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요? 1950~60년대 미국에서는 성관계 후 콜라가 피임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민간 피임요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심지어 최근까지도 몇몇 나라에서는 콜라를 피임용 질 세정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민간요법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는 걸까요? 다행히도 그런 궁금증을 풀어줄 연구가 있었습니다. 지난 1985년 미국 하버드 의대 데보라 앤더슨 박사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지에 발표한 내용입니다. 데보라 앤더슨 박사는 정자를 넣은 튜브에 다이어트 콜라, 일반 콜라, 카페인이 없는 콜라를 넣고 정자의 상태를 관찰했는데, 그 결과 정자들은 한 시간 내에 거의 죽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다이어트 콜라가 살정 작용이 가장 강했다고 하네요.

그럼 이제 우리도 콜라를 살정제로 사용해도 되는 걸까요? 오, 그건 아닙니다. 연구팀은 “콜라의 독한 성분이 질과 자궁을 보호하는 이로운 세포까지 죽일 수 있고, 성교 후 정자를 죽이는 데 콜라를 사용해봤자 정자는 이미 자궁에 도착한 이후”라며 “콜라로 질을 세척하면 성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실 콜라가 살정 작용을 제대로 하는지도 여전히 의문입니다. 1987년 대만 타이베이 의대 연구진도 데보라 앤더슨 박사의 연구팀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정말 콜라에 관심이 많죠? 어쨌든, 이 실험에서는 앞선 연구와 상반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만 연구팀도 일반 콜라, 카페인이 없는 콜라, 다이어트 콜라 등을 놓고 실험을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록 70% 이상의 정자들이 살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대만 연구팀은 “콜라가 살정 능력이 있을지 몰라도 기존 살정제보다 효과가 약하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의학적으로 안전한 다른 피임 도구들이 많은데 굳이 콜라를 사용할 이유는 없겠죠?

콜라의 피임 효과에 대한 연구는 과학자들이 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장난 같은 주제입니다. 항상 진지할 것만 같은 과학자들이지만 이렇게 제목만 들어도 웃음이 나오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기발한 과학 연구만을 골라 주는 상도 있습니다. 바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이죠. 지난해로 벌써 18회를 맞는 이그노벨상은 과학계의 엽기 노벨상인 셈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데보라 앤더슨 교수의 콜라 살정기능 연구와 대만 연구팀의 연구는 2008년 이그노벨상 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습니다. 다른 수상 목록을 한번 살펴볼까요?

영양학상은 ‘씹을 때 듣기 좋은 소리가 나는 과자가 더 맛있다고 믿게 된다’는 논문을 발표한 영국 옥스퍼드대 심리학과 찰스 스펜스에게 돌아갔네요. 생물학상 수상자는 프랑스 툴루즈 국립수의대 카디에르게 외 2명이 수상했습니다. 수상한 논문은 ‘개에게 기생하는 벼룩이 고양이에게 기생하는 벼룩보다 더 높이 뛰는 이유’입니다. 놀랍게도 개의 벼룩이 고양이 벼룩보다 평균 20cm를 더 높이 뛴다고 합니다. 의학상은 ‘가짜 약이라도 싼 것보다 비싼 약이 효능이 더 좋다’는 논문을 발표한 미국 듀크대 댄 아릴리가 수상했습니다.

경제학상은 스트립댄서의 생식주기와 수입 간의 관계를 연구한 미국 뉴멕시코대 심리학과 제프리 밀러에게 돌아갔습니다. 제프리 밀러에 따르면 가임 절정기의 스트리퍼들이 수입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18명의 스트리퍼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평소 5시간 동안 250달러를 버는 스트리퍼가 가임 절정기에는 350~400달러까지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평화상 부문도 있습니다. 2008년 이그노벨상 평화상 수상자는 식물에도 존엄성이 있다는 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스위스 비인류 생명공학 윤리위원회였습니다.

도무지 이런 연구가 정말 진지하게 이뤄진 것인지 궁금하다고요? 물론입니다. 이 연구결과들은 ‘네이처’같이 권위 있는 과학잡지와 연구 저널에 실린 것들입니다. 연구자들도 모두 ‘진짜’ 과학자들이죠. 시상식은 하버드 대학의 샌더스극장에서 매년 10월 열립니다. 진짜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기 1주일 전에 시상식이 거행되죠. 상금도 없고, 시상식에 참가할 교통비도 숙박료도 지급되지 않지만, 시상식에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가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에도 1천2백여 명의 관람객이 지쳐보는 가운데 재기 발랄한 퍼포먼스와 공연이 어우러진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과학자가 되길 꿈꾸시나요? 그렇다면 연구한 자신 말고는 아무도 주의 깊게 보지 않고 사라지는 논문이 한해 1만 편에 이른다는 것을 미리 알아두세요. 그리고 당신의 연구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사소하고 쓸모없어 보이고 심지어 엽기적인 연구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말입니다. 하지만 너무 실망 마세요. 그 사소하고 유머러스한 연구로 이그노벨상의 영광스러운 수상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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