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1.22 성당에서 힙합을 연주하면?
  2. 2008.10.08 와인과 함께 음악을 마셔요
성당 한편에 모인 수녀들이 영화 ‘시스터액트’(Sister Act)에서 나온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영화에서 들로리스(우피 골드버그 역)의 지휘로 느리고 감미롭게 시작했다 후반부에 빠르고 경쾌하게 바뀌는 그 곡이다. 연습을 진행하면서 수녀들은 처음 생각과 다르게 빠른 후반부가 왠지 이상하게 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처럼 멋지게 들리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레고리 성가를 오래된 성당 안에서 들으면 은은히 퍼져 나오는 음악소리에 심취해서 즐길 수 있지만, 빠른 힙합 음악을 연주하면 음이 마구 얽혀 들을 수가 없게 된다. 수녀들은 연주회장의 성격을 이해 못하고 곡을 선정한 것이다.

연주회장을 선택하는 오래된 기준 중 하나는 연주회장의 ‘반향시간’이 연주곡과 잘 맞는 지이다. 반향이란 한 음표의 연주를 마친 후 벽에 반사된 소리들이 들리다가 결국은 벽에 흡수되어 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성당과 같이 딱딱한 표면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데, 한 소리의 연주를 마치고 오랜 후에도 소리가 메아리친다. 반대로 침실과 같이 부드러운 물체가 많은 좁은 공간에서는 소리는 부드러운 가구에 빨리 흡수되어 빨리 없어진다.

예를 들어 야외는 반사되어 돌아오는 소리가 없으므로 반향시간이 0초다. 소리를 모두 흡수하는 방음장치가 된 방도 반향시간이 0초다. 그리고 일반적인 침실과 거실의 반향시간은 약 0.4초, 보스톤 심포니홀은 약 1.8초, 런던의 왕립 알버트홀은 약 2.6초이다. 현대에 지어진 연주회장은 대부분 1~3초이지만, 오래된 성 바울 성당의 반향시간은 13초나 된다.

그럼 어떤 곡이 어떤 장소에 잘 어울릴까? 그레고리 찬송과 같은 교회음악은 성당같이 매우 긴 반향시간을 가진 곳에 어울린다. 바하의 많은 오르간 작품들은 성당의 반향을 조사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으로 연주가 끝났을 때 청중들은 오르간 곡의 마지막 소리가 성당 안을 떠돌아다니는 신비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앞뒤의 음이 뒤섞여 이런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런 음악을 좁은 방에서 연주하면 웅장한 느낌을 전할 수 없다.

반면 18세기에 하이든과 모차르트와 같은 작곡가들은 후원자와 손님들을 위한 음악을 작곡했는데, 이 음악은 반향시간이 짧은 실내에 잘 어울린다. 이들 실내악을 성당 같은 곳에서 연주하면 분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는 앞의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뒤의 소리가 나서 음을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대의 힙합과 같은 음악도 마찬가지다.

또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작곡가의 독특한 타악기와 복잡한 리듬이 섞여 있는 소리는 깨끗하고 선명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현대에 지어진 연주회장에 가장 적합하다. 사실 현대의 연주회장은 큰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최적화되었지만, 그 외의 음악에도 큰 무리없이 잘 어울린다. 다양한 음악회가 이곳에서 연주되기 때문에 감안해서 설계한 것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 좋은 연주회장이란 반향시간을 고려하여 많은 종류의 음악회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외부의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무대에서 나오는 소리를 연주회장 곳곳에 있는 청중들에게 좋은 음질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보다 좋은 연주회장을 만들기 위해 건축가들은 실제 건축할 연주회장의 작은 모형을 만들어 소리가 퍼지는 것을 실험한다. 모형은 실물의 십분의 일에서 오십분의 일 정도로 만드는데, 그 안에서 시험하는 소리의 파장도 모형에 비례해서 작아져야 정확한 실험이 된다. 일반 음악 소리를 그 비율로 줄이면 모형에서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초음파가 되기 때문에 초음파를 측정하는 장비를 써서 실험한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소리가 어떻게 퍼지는지 분석한다.

또 청중도 중요한 요소다. 가령 청중석이 가득 차면 소리의 약 55%를 청중들이 흡수한다고 한다. 청중들로 인한 음의 흡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연주회장의 청중석은 영화관보다 경사가 급하다. 하지만 많은 사전 시험을 거쳐도 실제 연주회장에서 청중들이 있을 때 어떤 소리가 날지는 지어놓고서야 알 수 있다. 그만큼 연주회장의 건축은 어려운 일이다.

많은 작곡가들은 그들이 작곡하는 음악이 연주되는 공간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염두에 두게 된다. 예전에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지어진 연주회장의 특성 때문에 연주되는 음악의 성격이 변하기도 했다. 좋은 연주를 하려면 연주되는 곡은 물론 연주회장의 특성까지 잘 알아야 한다. (글 : 최준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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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의 일화다. 제나라 위왕이 순우곤의 업적을 치하하는 주연에서 그의 주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

“그대는 얼마나 마시면 취하는가?”
“신은 한 되를 마셔도 취하옵고 한 말을 마셔도 취하나이다.”
“허, 한 되를 마셔도 취하는 사람이 어찌 한 말을 마실 수 있단 말인가?”
“예, 경우에 따라 주량이 달라진다는 뜻이옵니다.”

이렇게 답한 신하 순우곤은 고관대작들이 지켜보는 어려운 자리나 나이 드신 근엄한 친척들이 모인 엄숙한 자리라면 두렵고 어려워 한두 되의 술에도 취하지만, 옛 벗을 만나 회포를 풀면서 마신다면 대여섯 되까지는 마실 수 있다고 아뢴다. 또 집 안에 등불이 꺼질 무렵 안주인이 손님들을 돌려보낸 뒤 옅은 속적삼의 옷깃을 풀어헤칠 때 색정적인 향내가 감돈다면 그때는 한 말이라도 마실 수 있다고 순우곤은 위왕에게 솔직히 고백을 한다.

이렇게 술은 분위기와 마시는 상대에 따라 취하는 정도와 흥이 다르지 않나 싶다. 그뿐만 아니다. 술집의 음악 소리의 크기에 따라서도 마시는 술의 양이 달라진다. 언뜻 보면 둘의 상관관계가 그리 있어 보이지 않을 듯하지만, 보이는 것만 믿는 것은 금물. 이들의 관계를 자세히 파고들어가 보면 나름대로 함수관계가 존재한다. 술집의 음악 소리가 클수록 혹은 빠를수록 사람들이 술을 더 빨리, 더 많이 마신다고 한다. 술집들이 마주 보고 앉은 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음악 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랑스 남 브르타뉴-쉬드대학 행동과학과 니콜라스 게강 교수팀은 술집의 음악 소리가 클수록 손님은 많은 양의 맥주를 마시며, 과음할 위험이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교수팀은 3주에 걸쳐 토요일 밤,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술집 두 곳을 방문하여 틀어주는 음악의 음량 크기를 조절해 가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생맥주(250㎖)를 마시는 데 걸리는 시간과 맥주 주문 양을 조사하여, 음악 소리가 큰 곳에서는 많은 양의 술을 급하게 마신다는 것을 밝혀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술집의 손님들이 술을 더 빨리 마시고, 벌컥벌컥 마신다는 것이다.

교수팀은 18~25세 남성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상당히 시끄러운’ 음악(88dB)이 나오는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보통 크기’의 음악(72dB)이 나오는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게 했다. 그리고 두 그룹이 맥주를 마시는 양과 속도가 얼마나 다른지 살폈다. 이들의 관찰 결과, ‘음악을 크게 틀면 술 마시는 양과 속도가 늘어난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술집에 있던 사람들의 경우 평균 3.4잔의 맥주를 마신 반면, 시끄럽지 않은 음악이 나오는 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평균 2.6잔의 맥주를 마셨다. 또 시끄럽지 않은 음악이 나올 땐 맥주 1잔을 마시는 데 14.5분의 시간이 걸렸으나, 시끄러운 음악이 나올 땐 11.5분이 걸려 3분가량 빨라졌다.

큰 음악 소리가 알코올 소비를 늘리는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적당히 시끄러운 음악 소리는 술안주와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게강 교수는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흥얼흥얼 조금씩 따라 부르기도 해 깨어 있게 되고, 시끄러운 음악 소리 때문에 각성되어 술에 잘 취하지도 않고, 함께 있는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어서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음악을 틀면 사람들이 그 술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맥주병으로 손이 더 갈 수밖에 없을 게다. 한마디로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사람의 음주 조절능력을 무디게 한다. 따라서 호프집의 음악이 크면 맥주 판매량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그러므로 과음을 피해야 한다면 조용한 술집에 가는 것이 좋다.

이처럼 음악은 술의 양을 더 마시게도 할 뿐만 아니라, 음악은 또 와인의 맛을 60%까지 더 높여 주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와인과 음악 사이에도 궁합이 있어서 와인을 마실 때 듣는 음악에 따라 와인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영국 해리엇-와트 대학의 에이드리언 노스 교수팀은 음악과 와인 맛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를 하여, 음악이 와인의 맛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노스 교수팀은 25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각자 다른 방에서 네 가지 종류의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게 한 뒤 맛을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특정 음악을 들었을 때 해당 와인의 품질을 높게 평가했다. 노스 교수는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게 되면 음악이 뇌의 특정한 부분들을 자극해 다른 감각들을 인식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와인의 맛을 다르게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와인과 어떤 음악이 궁합이 잘 맞는 것일까.

어떤 와인의 경우, 힘차고 무거운 음악을 들으면서 마실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60% 이상 더 강렬하고 감칠맛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웅장한 클래식 음악, 샤르도네 와인은 생동감 있고 경쾌한 곡이 나올 때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음악을 정반대로 들려줬을 경우 만족도가 25%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주목 받는 칠레나 스페인 등의 제3세계 와인의 경우, 가벼운 재즈 음악이나 리듬감이 있는 스윙을 들을 때 더욱 감칠맛을 느낀다. 예를 들어 냇 킹 콜의 ‘Jazz On Cinema with Nat King Cole’과 브라이언 페리의 ‘As time goes by’는 가벼움과 강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칠레와 스페인 와인의 특징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프랑스 폼므롤 지역의 ‘비유 샤또 세르탕 1970년’의 경우,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첼로를 위한 콘체르토 C 마이너’와 강한 생명력과 투명한 에너지의 표현이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 등지의 정통적인 와인 생산국과 달리 대중적인 입맛을 강조한 미국, 호주의 신세계 와인은 세련된 R&B 음악으로 그 맛과 향을 더욱 음미한다. 조던의 ‘Flight to the Denmark’와 ‘Maxwells Urban Hang Suite’는 정통 기본 와인에 길든 입맛을 누그러뜨려 주는 역할을 한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는 비트가 강하지 않은 하우스나 레이브 음악으로 싱그러운 아로마 향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와인의 맛을 높이는 데는 즐기는 마음이 우선이다. 와인은 즐거움이다. 와인을 마시는 순간을 즐기고, 와인과 함께 듣는 음악, 그리고 와인을 마시면서 나누는 마음을 즐겨야 한다. 그래야 와인은 그것을 즐기는 기쁨을 유혹하듯 흩뿌릴 것이다.

여러 악기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음악은 수많은 장르를 가지고 있을뿐더러 서로 합쳐져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음악의 특징은 다양한 재료의 혼합으로 미묘한 맛을 창조해내는 칵테일과도 닮아 있다. 음악의 믹싱과 칵테일의 블렌딩, 이것이야말로 음악과 칵테일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이유다.

음악 속에는 희로애락, 삼라만상이 모두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음악에 반응한다. 특히 뇌가 음악과 ‘화음’을 맞춘다. 오늘 하루, 칵테일이나 와인 한 잔을 마시며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아름다운 음악에 취해 호사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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