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놀이 백전백승의 비법을 알려주마

태연과 사촌은 설날을 맞아 오랜만에 시골 할머니 집에서 만났다. 이들은 결의에 가득찬 표정으로 뒷동산에 오른다. 일명 대머리 언덕으로 불리는 널찍한 산등성이는 누가 봐도 연날리기 최적의 장소다.

“자, 오늘은 반드시 지존을 가리기로 하자. 우리가 어찌어찌하다 동갑으로 태어났으나, 서열 없이 마구 이름을 부르는 불상사는 막아야 하는 법! 그리하여 오늘 이 대머리 언덕에서 역사적인 서열정하기를 하고자 한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태연과 사촌의 연이 동시에 하늘을 나른다. 이때 태연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어제 밤늦도록 아빠에게 배운 과학적 비법이 있기 때문이다.

“사촌, 난 과학적으로 완전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너한테 도저히 질 수가 없네. 연실을 잡아당기면 왜 연이 높이 뜨는 줄 알아? 바로 ‘베르누이의 정리’ 때문일세. 유체의 속도가 증가하면 압력이 감소하고, 반대로 속도가 감소하면 압력이 커진다는 원리를 말하는 것이지.”

“잘난 척 하시기는. 그거랑 연날리기랑 무슨 상관이야!”

“이런 무식한 인생 같으니라고~! 잘 보게. 연줄을 잡아당기면 연의 앞머리가 앞으로 기울어지게 되네. 그렇게 되면 유체(공기)가 지나가는 단면적 길이가 연의 윗부분은 길고 연의 아랫부분은 짧아지게 되지. 당연히 길이가 긴 윗부분을 지나는 공기가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고, 속도가 빨라진 만큼 압력은 떨어지게 된다네. 이때 압력이 높은 아래쪽에서 낮은 위쪽으로 공기가 움직이면서 물체가 비행하도록 해주는 힘, 즉 ‘양력’이 생기는 것이지. 이러한 연유로 연줄을 앞으로 잡아당기면 연이 위로 쑥 올라가게 된다는 말씀이네.”

태연은 사촌 앞에서 얼레를 돌려 연실을 감는다. 아빠의 말처럼 연이 쑥~ 하고 솟아오른다. 완전 의기양양해진 태연은 이번엔 항력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다.

바람이 앞에서 불어오면 그 방향을 따라 연은 뒤로 밀려나는 힘, 즉 항력을 받게 되지. 그리고 항력을 받으면 연은 밑으로 내려간다네. 다시 말해 연을 당기면 양력에 의해 올라가고 연실을 풀면 항력에 의해 밑으로 내려간단 말씀이지. 연싸움에서 상대방의 연 실을 끊을 때도 이런 원리를 이용하면 된다네. 상대방의 연이 공중에 정지해 있을 때 내 연실을 그 위에 올려 건 다음, 실을 재빨리 풀어주면 내 연이 밑으로 쑥 내려가면서 상대방 연실을 끊게 되는 거… 악!!!”

태연이 연싸움의 승리비법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순간, 태연의 연이 똑 끊어지면서 하늘로 훌훌 날아가 버린다. 얘기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이미 일격을 당한 것! 사촌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태연아, 과학도 좋지만 실전경험이 더 중요하지 않겠니? 이래봬도 난 실전으로 다져진 몸이라고! 과학자인 아빠한테 들은 대로 달달 외워서 원리를 설명한 건 참으로 가상하지만, 솔직히 공부도 내가 너보다 훨씬 더 잘하고. 이쯤에서 오빠라고 부르는 게 어때?”

태연은 분노와 오기로 두 눈이 이글이글 탄다.
“흥! 원리도 모른 채 운 좋게 이긴 주제에 감히 나에게 오빠로 불리기 원하다니 가당치 않구나! 그럼 이번에는 수학적 원리로 가득한 윷놀이로 승부를 겨뤄보자꾸나!”

사촌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윷판과 윷을 꺼낸다. 태연은 머릿속으로 어젯밤 아빠가 해 준 얘기를 급히 떠올린다.

‘태연아, 윷짝의 윗면과 아랫면이 나올 확률이 동등하다는 가정 하에, 도가 나올 확률은 1/4, 개는 3/8, 걸은 1/4, 윷과 모는 1/16이야. 즉 ‘개-도·걸-윷·모’ 순으로 나온다는 거지. 그런데 윷짝은 정확한 반원 형태가 아니라 반원을 넘어 아래가 약간 잘려진 불룩한 모양이거든. 이런 형태적 특징을 고려하면 ‘걸-개-윷-도-모’ 순으로 윷짝이 많이 나온단다. 그러니까 윷판을 쓸 때 이런 확률을 생각해뒀다가 지름길로 가는 순간을 잘 포착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윷놀이를 할 수 있어. 전통놀이에서 백전백승할 수 있는 비법이 바로 과학에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니?’

태연은 마구 머리를 굴려 윷판을 써본다. 그런데 이 무슨 확률을 거스르는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오늘따라 나오기 힘들다는 도만 계속해서 나오고, 윷이나 모는 나와 줄 생각을 않는다. 결국 시작한 지 10분도 채 안 돼 태연은 패배할 위기에 처한다. 바로 이때, 아빠가 태연과 사촌의 경합을 구경하기 위해 대머리 동산에 나타난다.

“어떻게 돼 가고 있냐? 오빠의 탄생이냐, 혹은 누나의 탄생이냐?”

“아빠! 내가 아빠 말만 믿고 전통놀이 결투를 신청한 게 잘못이었어요. 과학보다 실전경험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요!! 그러니까 내가 전통놀이 말고 몸무게나 얼굴너비 같은 걸로 서열을 정하는 게 낫다고 했잖아요. 몸무게로 치면 내가 그냥 누나도 아니고 큰누나인데 저렇게 비쩍 마른 녀석한테 오빠라고 해야 하다니, 이건 정말 악몽이야~ 설날의 악몽!!”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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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맞이 전동 윷놀이 만들기

제비 다리몽둥이 와작 부러뜨려 받은 씨앗도 제대로 된 씨앗이긴 한 모양이다. 번쩍번쩍한 기왓장 사이를 넘고 타며 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아따 저 놈들 탐스럽구만, 하나 나눠주면 안 되겠나? 입맛 쩝쩝 다시며 그리 물어오는 이웃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놀부가 대체 어떤 위인인가. 친동생 줄 재산도 없는데 담 넘어 이웃에게 넘어갈 박이 있을 리가 없잖은가. 대문 꾹 닫아걸고 박 여물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황금 햇살 쏟아지는 어느 가을날 드디어 박을 뚝뚝 따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대박의 기운이 가득하다. 그래도 요놈이 잘 말라야 타지. 말은 그리 하며 창고 안에 꼭꼭 숨기는 세상눈을 피하기 위해서 아니겠나. 기왓장 걸친 박 넝쿨이 시커멓게 말라 죽어 뚝뚝 떨어지는 정월 초하루에 그제야 두 내외 마당에 고급 비단 턱 하니 깔아놓고 박을 똘똘 굴려 나온다.

드디어 타는구려.
타야지.
뭐가 나올까요.
봐야 알지.

불퉁하게 이야기하지만 내외 입술이 짐짓 실룩대는 것이 기쁘기 한성에 한량없는 속내가 절로 드러난다. 요걸 탈까 조걸 탈까. 느릿느릿 움직이는 놀부 손길에 속 타는 놀부 마누라가 툭 튀어 나와 하나를 들고 자리에 폭 주저앉으니, 늦가을 마당 먼지가 풀썩풀썩. 입 삐죽하게 내밀고 배 실룩대던 놀부도 제 성질은 급한지라 같이 푹 주저앉아 톱을 든다. 박 하나를 슬근슬근 타보자꾸나.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데구루루 굴러 나오니 이것이 무엇이냐?

수수깡?
수수깡일세 그려.

또르르 또르르. 맑은 소리와 함께 구르는 긴 대 하나에 내외는 멍해져서 잠시 손을 멈추고 박 안을 기웃기웃한다. 방금 구른 놈 외에 아무 것도 없으니 다시 한 번 표정이 멍해진다. 이것은 꽝인게야. 꽝이겠지요. 서로를 위안하듯 건넨 말을 다시 톱에 싣고 두 번째 놈을 타보자꾸나. 그래 또 박에서 뭔가가 펑 하더니 데구루루 나오는구나.

이 고철 덩어리는 뭣이야?
거 참 작구만.

슬슬 언성이 높아지는 품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으렷다. 손 안에 쑥 들어갈 작은 철 덩어리를 만지작대는 놀부 마누라는 이미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다. 그래도 가장입네 ‘커험’ 헛기침을 한 놀부가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박 하나를 더 집어 들고 오니 이미 덩어리를 집어 던진 마누라가 째려본다. 아 그래, 가엾은 짐승 하나 해치고 얻은 재물이 겨우 요것이었소? 눈으로 전해지는 말에 놀부가 또 한 번 헛기침을 커험.

내 눈이 어두워 채 여물지 못한 놈을 고른 게지. 이번엔 뭔가 재미난 게 나오지 않겠소?
에잉 나와야지. 안 나오면 내 열불 올라 서방 다리를 고만 똑 부러뜨릴 지경이오.
아이구야 말도 무섭게 하시는구만.
내가 누구 옆에서 살며 심성 다 버려 이렇소.

오가는 말만큼 톱질도 험해지니 박 껍데기를 벅벅 긁어대는 소리만 눈 시리게 찬 하늘 아래 크게 울리는구나. 다시 한 번 펑 하더니 이번엔 여러 개가 우르르.

아이구야 나왔구만.
그런데 이게 또 뭣이야?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종지 같은 게 하나, 긴 선이 여러 개. 그래 종지야 물 뜨러 갈 때 쓴다 치더라도 요 놈의 선들은 어디 쓸까? 남은 박이고 뭐고 죄다 깨부술 기세로 창고로 달려가는 마누라 치맛자락 붙잡고 놀부가 사정사정 하니 박이 아까워서기도 하고 제 다리가 걱정되기도 해서다. 그 때 뾰로롱 날아드는 놈이 하나 있으니, 까맣고 하얀 깃털 맵시 있게 기른 제비 한 마리다.

성질도 급하게 벌써 타셨소. 제가 늦었네요.

입에 문 덩어리를 내려놓으며 재잘재잘 높은 소리로 소리를 내는데 다리 한 가운데가 볼록한 것이 지난 늦여름 운 없이 잡힌 그 제비가 맞는 듯하다. 놀부가 끄응 하니 마누라도 끄응 하는 것이 저들이 저지른 짓이 기억나기 때문이렷다. 내외가 이러든 말든 제비는 힘차게 뱅뱅 돌며 마당에 내려앉아 고개를 갸웃갸웃한다. 맑은 눈빛이 비단 위를 요로조리 훑더니 표정이 더욱 환해진다. 예전에 당한 일쯤 아무 문제없다는 태도다.

윷놀이를 합시다요.
윷놀이?
그렇소이다. 그게 다 윷놀이용 물품입지요.

다리가 불편하지도 않은지 요리조리 콩콩 뛰며 부리로 재료를 모아댄 제비가 다시 한 번 높은 소리로 재촉을 해댄다. 윷놀이, 윷놀이, 윷놀이를 합시다요. 정월 초하루에 윷놀이 하는 거야 알고는 있다만 부모님 살아계실 때나 그러했지. 게으르고 일도 안 하면서 식솔만 주렁주렁 늘려가는 흥부네를 보다 못해 내쫓은 날 이후로 윷가락을 본 기억도 없다. 그러던 말던 혼자 쫑쫑 정신없이 오가던 제비 놈은 어디서 칼 하나를 덥석 물어와 턱 내려놓는다. 시퍼렇게 날선 칼날에 놀부 마누라는 제풀에 아이고 비명을 지르는데 제비 눈빛이 부드러운 게 사람 해칠 낯은 아니다.

먼저 수수깡을 잘라야 합니다요. 어서요.
거, 내가 저지른 짓은 말이다.
거 참, 시간 없어요. 정월 초하루 해는 성질이 두 내외분보다 급해서 금세 꼴딱 집니다요. 어서 자르자구요. 그래그래, 그렇게 반쪽으로 자르면 됩니다요.

어찌나 재촉 해대는지 사죄도 후회도 죄다 날리고 일단은 칼을 잡아 본다. 시키는 대로 이래저래 잘라보니 어찌 윷가락 비슷한 놈이 네 조각 뚝딱 나오렷다. 마누라가 정성스레 표시 그려 넣는 새에 가장은 종지에 철 덩어리와 선을 연결하느라 낑낑댄다. 시끄러운 제비 놈이 물고 온 또 다른 덩어리에 연결하니 종지가 빙글빙글 도는 바람에 깜짝 놀라 놓칠 뻔하기도 한다. 그새 제법 윷가락 형태를 갖춘 수수깡 조각을 들고 온 마누라는 신기한지 종지만 빤히 바라보고 있다. 제비 말에 따르면 전동기라나.

자 이제 한 번 윷가락 넣고 종지를 휙 뒤집어 보세요. 가만히 있는 종지에 수수깡 조각을 넣고 뒤집으면 조각들은 바닥에 쏟아지겠지요? 다시 전동기를 돌리며 넣어 보면, 아이고 안 떨어집죠. 요 때 딱 전동기를 멈추면 윷가락이 우르르르, 저는 걸이네요. 먼저 가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종지를 들었다 놨다, 윷가락을 떨어뜨렸다 놨다 하는 동안 어디서 찾았는지 먼지 쌓인 말판을 들고 온 것은 놀부 마누라다. 한 십오 년 둘이서 산 게 헛세월은 아니었나 보다. 제비가 걸이오, 놀부가 개요, 놀부 마누라는 윷이라 한 번 더 던져 도요. 한동안 전동기 도는 푸르르 소리만 이어지다가 또 제비가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한다.

돌아가는 종지 속에 있는 수수깡 윷가락은 처음 움직이던 방향대로 직진하려는 성질 때문에 종이컵 바깥방향으로 힘을 받습니다. 이런 성질을 관성이라 하지요. 놀부가 계속 마음과 달리 심술을 부리고 흥부가 계속 가난하게 사는 것도 생활 속의 관성이랄까. 아이고 요 말은 과학과는 관계없지만요. 그렇게 튀어나가려는 윷가락들을 이 종지가 막아 주고 있기 때문에 튀어나가거나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식으로 풀면 원심력과 구심력도 설명할 수 있습지요. 빙글빙글 도는 원운동을 하는 물체는 원 밖으로 향하는 원심력을 받아요. 하지만 원 안으로 향하는 구심력이 또 작용하기 때문에 계속 원 위에 있을 수 있지요. 그러다가 전동기를 딱 멈추면 이런저런 힘도 사라지고 윷가락들은 바닥에 우르르 쏟아집니다요. 고걸 보고 말을 움직이면 되지요.

그 사이에도 말이 차례대로 오가니 조용조용 어느새 놀부 마누라의 승리. 어찌나 조용하게 해갔는지 이긴 사람도 밋밋하고 진 놈도 덤덤하니 슬슬 넘어가는 햇살만 말판을 붉게 비춘다. 이쪽저쪽 눈치를 보던 제비가 이때다 하며 날개를 펄럭이니 내외가 깜짝.

그래 두 분이 하시면 재미없죠잉?
시끄럽다 이 녀석아.
거 원래 윷놀이라는 게 여러 무리가 해야 재미난 법입니다요.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옛날 옛적 만주 벌판에 부여가 있던 시절 그 나라 사람들이 각 부족의 가축을 경쟁적으로 키우기 위해 윷놀이를 했다 하네요. 도, 개, 걸, 윷, 모 이게 다 가축 이름이라 이 소립니다요. 이 집에 가축은 많은데 사람은 적으니 도부터 모까지 언제 다 키우실 겝니까. 이왕 하실 거면 사람 많은 집에 가서 같이 즐기시는 게 어떠신가요. 그러니 동생 분 댁으로 가시죠.
뭐라고?
아이고, 말 못 알아들으시는 척 하긴. 거 바로 옆 고을에 있잖습니까. 요새 새로 지어서 그렇게 쾌적하다던데. 정월 초하루에 인사도 할 겸 해서 한 번 같이 가십시다. 저도 신세진 게 있다 보니 같이 인사드리면 좋을 것 같고요.
싫다. 내가 왜.
정월 초하루 하면 새해를 시작하는 커다란 명절이지요. 원래 명절은 가족 친척 모여 인사 나누고 맛있는 것도 먹고 허물도 좀 덮어주고 지내다 오는 그런 날 아닙니까요.
사이 나쁘고 척지고 원한 쌓인 이들끼리 그 날 하루만 그러면 뭐한대. 그게 다 전통이라는 이름의 허상이여.
아 거야 저도 알고 있지요. 그래도 말입니다. 또 마음 상해서 다시 1년 내내 싸우더라도 하루쯤은 다 같이 웃으며 윷도 굴리고 말도 옮기고 머리싸움도 하고 그리 사는 게 나쁜 건 아니잖습니까.

윷가락 종지에 척 하니 모아놓고 혼자 신나게 떠들어대는 제비의 주둥아리 끝은 왜 그리 뾰족한지. 과거의 제 언사가 그대로 돌아와 마음을 찌르는 듯해 놀부 입만 괜히 더 나온다.

동생분만 부자 되니 배알 좀 꼴리셨죠? 아이고 말씀 안 하셔도 다 압니다요. 굳이 그렇게 착한 척 안 해도 척 보면 딱 아니겠소.
요놈의 제비, 주둥아리도 확 부러뜨려줄까.
말씀 그렇게 하셔도 절대 못 하시는 것도 압니다요. 제 다리 망가뜨리시고 계속 마음에 걸려하신 것도 말입죠.
에끼 이 놈 헛소리도 작작….
아 뭐가 그리 어렵습니까. 한쪽 성별 노동력만 쏘옥 빼내서 종일 음식을 만들거나 시댁친정 어디에 먼저가 어디에 오래 있느냐로 언성 높여야 하는 그런 명절이란 이름의 착취도 아니고 그냥 이웃 고을 동생 분 집에 잠깐 인사가서 윷가락이나 좀 던져보자는 건데. 이 기회를 틈타 화해할 방법도 찾아 보시구요. 심술은 좀 있지만 물려받은 재산 잘 보존해 키우신 건 형님이오, 게으르고 능력 없지만 바보같이 착한 태도로 인심 모은 건 동생이니 형제의 힘을 합치면 훨씬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언제까지 시샘하고 부러워하고 또 후회만 하면서 지내실 겁니까.

어서 가시지요, 명절은 그런 날이니까요. 노래하듯 같은 구절을 반복하며 날아오른 제비의 모습은 이미 저 위의 한 점이 된다. 말마따나 성질 급한 해가 꼴딱 넘어가 언덕에 걸리고, 높이 솟아오른 해 마냥 둥글고 통통한 박들도 이젠 반 갈린 바가지로 변해 마당 여기저기서 데구루루. 제비 따라 대문 밖으로는 나왔다만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끝을 세워 뒷짐 지고 올려다 본 정월 초하루 하늘은 어느새 밤으로 덮여 간다. 한 발 내밀었다가 뒤로 돌렸다가, 내 발이 말인가, 도와 뒷도만 반복하는구나. 느릿한 발걸음을 따라 혼잣말이 길게 늘어졌다. 모로 가든 도로 가든 집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 법이라오. 같이 늘어진 마누라의 농에 내외가 함께 피식. 성질 급한 해 덕분에 밤이 긴 것이 그저 다행이다. 어느 쪽이든, 집으로 갈 수는 있을 테니.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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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설이 되면 가족이나 친척들과 함께 둘러앉아 윷놀이 한판을 벌리곤 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쉽게 즐길 수 있는 윷놀이나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의 민속놀이에도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단순히 명절 때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놀이를 넘어서서 사시사철 다양하면서도 과학을 적용한 조상들의 지혜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윷놀이는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삼국 시대 이전부터 행해오던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로, 조상들이 집에서 기르던 동물들의 이름을 붙여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가리킨다. 또한 윷판에서 자리의 순서도 각 동물의 속력에 비유된 것이다. 머릿속에 해당 동물들이 뛰는 걸 떠올려보면 정말 그럴 듯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윷놀이에 로또보다 재미있는 확률의 원리가 있다는 점이다. 윷을 던져서 나오는 확률을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 = 어떤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로 계산해보면 도와 걸이 4/16, 윷과 모가 1/16, 개가 6/16이 된다. 윷을 던졌을 때 개가 나올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하지만 조상들은 여기에 윷의 앞면과 뒷면을 다르게 만드는 약간의 변수를 추가했다. 위의 통계는 윷의 앞과 뒤가 같다고 했을 때, 즉 1/2로 가정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곡면인 부분을 앞이라고 하고 평면인 부분을 뒤라고 보면 확률은 달라진다. 고려대학교 허명회 교수는 윷의 곡면이 완전한 반원이 아니라는 점을 바탕으로 윷의 무게중심에 따른 회전운동을 계산하여 새로운 확률 결과를 내놓았다. 곡면이 위로 나올 확률과 평면이 위로 나올 확률이 4:6이고, 모-도-윷-개-걸의 순서로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결과가 완벽하게 정확한 확률 결과라고는 아직 단정 지을 수 없다. 만약 윷놀이를 할 때의 바닥, 예를 들면 멍석이나 땅바닥 등이 평평하지 않다거나 그로 인한 운동 방향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연구한다면 다른 확률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설날뿐만 아니라 겨울철 동안 아이들의 놀거리인 팽이치기에도 과학이 있다. 18~19세기에 생긴 팽이라는 말은 핑핑 돈다는 말에 그 유래가 있다. 지금은 비교적 많이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옛날에는 많은 아이들이 나무로 팽이나 썰매를 만들어 강가, 논바닥 등의 얼음 위에서 여가를 보냈다. 팽이채는 50cm 정도의 얇은 나무 끝에 실로 노끈을 만들어 묶었고, 팽이를 칠 때 감으면서 세게 돌릴 수 있도록 팽이채의 노끈 끝은 느슨하게 풀어놓았다. 팽이치기를 할 때는 팽이를 멈추지 않도록 쉴 새 없이 돌리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팽이를 오래 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팽이에는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고 있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하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둥근 물체가 축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하므로 회전 관성을 가지는 팽이는 무겁고 단단한 재질이 관성이 크기 때문에 다른 나무보다 소나무나 박달나무로 만들었다. 돌던 팽이가 어느 순간에는 공기저항과 바닥면과의 마찰력으로 인해 멈추게 되므로 아이들은 팽이의 표면을 잘 다듬어서 공기저항을 덜 받게 한다. 또한 얼음 위에서 팽이를 돌리면 바닥면과의 마찰이 적어지기 때문에 사계절 모두 팽이치기를 하지만 유난히 겨울에 아이들이 즐겨 한다.

겨울철 강가나 논두렁에서 바람을 이용해 날리는 연날리기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는 대보름에 액을 멀리 보낸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이제는 바람이 부는 날이면 쉽게 볼 수 있다. 연날리기는 한지와 대나무로 가볍게 연을 만들고 얼레에 감겨 있는 실을 조절해서 높낮이를 조종하는 놀이로 놀이의 방법은 쉽지만 잘 날리기가 그다지 쉽지 않다.

연날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연의 윗면과 아랫면을 바람이 동시에 지날 때 윗면을 흐르는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감소하는 원리를 이해하면 쉽다. 이것을 베르누이의 정리라고 하는데, 이때 연의 윗면에 작용하는 압력이 아랫면에 작용하는 압력보다 작기 때문에 연이 위로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연을 잘 날리려면 연의 윗면을 아랫면보다 앞으로 기울여서 들고 날리고, 양력과 항력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연이 위로 떠오르려고 하는 힘이 양력이고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뒤로 진행하려고 하는 힘이 항력이다. 실을 감으면 양력이 생겨 위로 뜨고 실을 풀면 항력이 생겨 뒤로 진행하므로 이러한 힘의 성질을 가지고 조종하면 된다.

이렇듯 우리 전통 민속놀이에는 재미와 동시에 과학이 숨 쉬고 있다. 이번 설에 종일 TV 프로그램에 빠져 있기보다는 민속놀이를 통해 창의력과 과학적 사고를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이상화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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