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유통기한이 지났네. 으…. 아까워.”
초보주부 김 씨는 어제 사놓은 우유를 꺼내 마실 참이었다. 하지만 덜렁거리는 성격 탓에 유통기한을 꼼꼼히 못 살핀 것이 죄. 산 지 하루 만에 우유를 버리게 생기게 된 것이다. 하지만 피 같은 돈을 주고 산 우유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 김 씨는 어떻게 하면 우유를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을 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 우유로 바닥을 닦으면 때가 잘 진다던데…. 바닥이나 닦아볼까? 아냐…. 괜히 상한 우유 때문에 안 할 일을 더 할 수는 없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버려야지.’
김 씨가 싱크대에 대고 우유를 버리려는 찰나. 멀리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바로 김 씨의 남편인 짠돌 씨였다.
“유통기한이 넘어서 버리는 거야”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왜 버려. 아깝잖아.”
“그럼 당신이 마셔”
“음…그건 곤란한데. 그럼 내가 우유를 이용해 당신을 위한 선물을 만들어 주지”
“어떻게?”
“식초, 냄비, 우유만 준비하면 돼. 당신은 잠자코 보기만 하라고.”

김 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여보. 우유가 플라스틱이 됐네. 어떻게 이렇게 된 거야?”
“그건 바로 우유 속에 든 카제인이라는 성분 때문이야. 우유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 가운데 약 80%가 카제인 단백질인데 카제인은 열이나 산에 굉장히 약해. 그래서 가열한다든가 식초를 넣게 되면 변성이 일어나 굳게 되지.”
“그럼 카제인 단백질만 이런 성질을 갖고 있는 거야?”
“아니야. 모든 단백질은 산을 만나면 응고가 돼. 하지만 특이하게도 카제인과 산의 반응은 아교처럼 접착성이 생기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어. 이런 성질을 이용해 깨진 그릇의 틈을 붙일 수도 있지. 즉 접착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야.”

“정말 신기하네. 왜 응고가 되는지 좀 더 자세하게 말해줘.”
“음~ 그럼 쉽게 말해줄게. 우유 속의 카제인을 구슬이라고 하자. 이 구슬을 화학에서는 혼자 있는 분자라는 뜻으로 모노머라고 하고 구슬이 모여 목걸이가 되면 폴리머라고 해. 그런데 대부분의 모노머는 아주 자존심이 강해서 폴리머가 되기를 싫어해. 그래서 정상 상태의 우유에는 이런 모노머 상태의 카제인이 둥둥 떠다니지. 하지만 식초를 넣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져. 음이온 상태의 모노머가 식초 속의 양이온인 산과 만나 성질이 달라지지. 모노머 상태의 카제인이 서로 달라붙어 폴리머로 변하는 거야. 카제인 구슬이 모여 목걸이가 되는 셈이지.”

“그럼 상한 우유에 덩어리가 지는 현상도 같은 원리야?”
“그렇지~! 우유 속의 젖산균이 젖산을 만들어내 우유가 산성이 되므로 카제인이 응고되는 것이지. 우리가 실험한 우유는 유통기한이 약간 지나서 덩어리를 볼 수 없었지만 만약 많이 상한 우유로 플라스틱을 만든다면 이미 응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식초를 조금만 넣어도 돼. 하지만 상한 우유는 냄새가 지독하니까 그리 추천할만한 건 아냐.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우유가 상하면 암모니아도 생기는데, 암모니아는 때를 잘 녹이는 성질이 있고 휘발성분도 있기 때문에 상한 우유로 타일이나 마룻바닥을 닦으면 잘 닦여.”

“근데 지금 플라스틱은 천연가스나 석유로 만들잖아. 왜 우유로 안 만드는 거야?”
“옛날에는 카제인으로 단추 같은 간단한 플라스틱을 만들었어. 하지만 카제인으로 만드는 것보다 석유나 천연가스로 만드는 게 더 값이 싸기 때문에 더 이상 만들지 않게 된 것이지.”
“오~! 여보, 굉장해. 언제 그런 과학지식을 공부했어?”
“(후훗~ 사실은 과학향기를 열심히 읽었을 뿐인데….)뛰어난 두뇌와 손재주를 타고 났기 때문이 아닐까?”
“오! 그럼 뛰어난 손재주로 딸기, 초코, 바나나 우유를 이용해 무지개빛 토끼를 만들어 줘.”
짠돌 씨는 괜히 잘난 척 한 덕분에 그날 밤새도록 눈물의 토끼 인형을 만들었다.

글 : 김맑아 과학전문 기자



[실험방법]
1. 우유를 냄비에 넣고 적당히 뜨거울 때까지 끓인다. 너무 끓으면 응고가 되므로 많이 끓이지 않도록 조심하자. 200ml는 한 3분 정도면 끓는다.
2. 데워진 우유에 식초 1티스푼을 넣고 잘 저은 다음 식힌다.
3. 우유가 식어서 하얗게 알갱이가 생기면 체로 거른다. 체가 없으면 못쓰게 된 스타킹을 이용하면 된다. 이 때 물기를 너무 많이 제거하면 빨리 건조되나 모양 만들기가 어렵고 너무 물기가 많으면 건조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적당히 조절하자.
4. 걸러 낸 내용물을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해 원하는 모양을 만든다. 반죽을 많이 하면 알갱이들이 잘 뭉쳐 원하는 모양을 예쁘게 만들 수 있다. 참고로 짠돌 씨는 토끼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토끼 인형을 만들었다.
5. 바람이 잘 통하는 장소에 놔둬 말리자. 짧게는 2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면 딱딱하게 굳는다. 도저히 못 기다릴 것 같은 사람은 드라이기나 전자레인지를 적절히 이용하면 된다.

[실험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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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아 전통주가 인기를 끌면서 생막걸리의 판매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대형 주류업체가 막걸리를 전국에 유통하면서부터 막걸리 붐이 일었고, 최근에는 막걸리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여름 이후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는데, 전통주 국순당은 “6~8월 여름철 3개월간의 막걸리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막걸리의 인기 비결은 유통기한과 큰 관계가 있다. 막걸리는 크게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의 두 종류로 나뉘는데, 살균막걸리란 술을 열처리하여 안에 들어 있는 균을 모두 죽인 것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지만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좋은 균 역시 죽어버리므로 본래의 맛과 향을 잃는다는 단점이 있다.

생막걸리는 살균막걸리와 달리 효모와 유산균이 그대로 살아 있다. 단점은 살균막걸리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다는 점인데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열흘을 넘지 못한다. 막걸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탁주가 그 이상 보관하면 맛이 시어져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일례로 나로 우주로켓으로 유명했던 전남 고흥지방에서는 유자즙을 첨가한 새콤달콤한 맛의 ‘유자 동동주’가 인기지만 고흥 이외의 지역에서는 먹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 5월에 개발된 ‘생막걸리’는 이런 통념을 깨고 유통기한을 30일 이상으로 늘렸다. 이는 일반적인 유통기한에서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라 전국 유통도 가능해졌고, 출시 100일만에 100만 병이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제조사 측은 ‘특허 기술인 발효 제어 기술과 밀폐 마개를 사용해 유통기한을 연장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발효과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한다면 어떤 비법을 사용했는지 추측이 가능하다.

<“원더풀 막걸리” 외국인들도 막걸리 맛에 빠져들 만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생막걸리의 유
통기한에 담긴 비밀을 알고나면 막걸리 맛이 한결 더 좋을지도 모른다. 사진 제공. 동아일보>


먼저 막걸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보자. 우선 탄수화물인 쌀에 효모가 들어있는 누룩을 넣고, 물과 함께 섞어 항아리에 담는다. 이 항아리를 땅 속에 넣거나 아랫목에 놓고 발효시키는 것이 전통적인 탁주 제조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효모균은 탄수화물을 분해해 알코올을 내놓게 된다.

이 때 필수적으로 잡균이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잡균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알코올 때문에 곧 죽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알코올에도 견뎌낼 수 있는 초산균이다. 와인의 뚜껑을 열어두면 하룻밤 사이에 식초가 되어 버리거나 막걸리가 며칠 지나면 시큼한 맛이 나는 것은 모두 초산균 때문이다. 즉, 초산균의 활동만 막는다면 막걸리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셈이다.

초산균의 활동을 막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아예 초산균이 술 속에 들어가지 않도록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멸균시설에서 술을 담그면서 효모만을 첨가해 발효시켜 술을 담그면 된다. 그러나 실험실에 가까운 공장을 만들어야 하므로 많은 비용이 들고, 전통누룩이 아닌 효모균만을 배양해서 첨가해야 하므로 전통탁주 고유의 미묘한 맛을 재현하기 어렵다.

둘째는 초산균이 활동할 수 없도록 산소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초산균은 산소호흡을 하고, 그 결과 신맛의 원인인 산성 물질을 배출한다. 즉 효모의 발효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새로운 산소가 유입되지 않게 막아두면 초산균이 숨을 쉬지 못해 산성화가 느려지는 것이다.

산소를 차단해야 한다니, 단순히 술병의 마개만을 꽉 틀어막으면 될 것 같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가정에서 이런 방법을 써서 술을 담근 다음 무조건 꽉 틀어막았다간 병이 변형되거나 폭발할 수도 있다. 효모의 발효과정에서 생긴 이산화탄소가 병 속에서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해 압력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두 가지 기본적인 방법 이외에 발효 속도 자체를 정밀하게 계산해 가장 발효가 늦게 진행되는 조건을 만들어 냈다. 이는 술을 담글 때부터 발효가 되는 쌀의 분량,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산균의 양을 계산해 초산균이 천천히 자라나도록 막는 방식이다. 이 ‘발효제어기술’을 써서 막걸리 병 내부의 압력이 대기 압력의 2.4배가 되면 발효가 멈춰지도록 한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반드시 술이 있다. 곡식을 발효해 만든 술을 탁주, 그리고 그 술을 증류해 만든 술을 소주(서양에선 위스키) 라고 한다. 쌀쌀해진 가을에 친구와 함께 김치와 부침개 한 접시를 안주삼아 탁주 한 사발 기울여 보자. 과학기술로 더 푸근해진 탁주가 마음을 한층 더 훈훈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단, 미성년자는 금물!

글 :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기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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