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에 관한 오해와 진실

요즘 쌍둥이가 대세다.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배우 송일국 씨의 세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는 이름처럼 대한민국을 들썩이고 있다. 개그맨 이휘재 씨의 쌍둥이 서언, 서준이까지 힘을 합쳐 국민들을 ‘쌍둥이 바보’로 만들고 있다. 쌍둥이들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우리 주변에도 다태아(多胎兒)가 많다고 느끼는 분위기다.

● 쌍둥이 출산율, 20년 새 3배 늘어나

실제로도 최근 쌍둥이가 많이 태어났다. 지난 20년간 전체 출생아 수는 점점 감소하면서도 쌍둥이 출생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출생 통계 결과’에 따르면 다태아는 1만 4천여 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3%를 차지했다. 7000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1%를 차지하던 1991년과 비교했을 때는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다태아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인공 수정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공 수정은 인위적으로 만든 수정란을 엄마의 자궁에 넣고 착상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엄마 몸에 수정란 2~3개를 이식하는데, 이 때 이식한 수정란이 모두 착상되면 다태아가 태어나는 것이다. 또 다른 시술법인 ‘과배란’은 수정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여러 개의 난자가 배란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여러 개의 난자가 모두 수정에 성공하고, 착상돼 쌍둥이로 태어날 확률이 자연 임신보다 50배나 높다. 따라서 최근 우리 주변에는 쌍둥이가, 정확히 말하면 ‘이란성 쌍둥이’가 많은 것이다.

● 같은 날 태어난 형제일 뿐

이란성 쌍둥이는 같은 날 태어났을 뿐, 유전적으로는 형제와 똑같다.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비율이 일란성 쌍둥이는 100%지만, 이란성 쌍둥이와 일반적인 형제는 50%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별이 다를 수도 있고 성격이나 외모도 조금씩 다르다. 쌍둥이지만 대한, 민국, 만세를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 이유는 이란성 쌍둥이가 이름처럼 서로 다른 두 개의 수정란으로 자랐기 때문이다. 두 개의 난자가 각각 수정돼 함께 자란 것이다.

그렇다면 두 개의 정자가 하나의 난자에 함께 수정이 돼도 쌍둥이가 될 수 있을까? 정답은 될 수 없다! 아주 드물게 2개 이상의 정자가 동시에 난자에 들어가는 ‘다정자 수정’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수정란은 정상적인 사람의 염색체 수인 46개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아기로 자라지 못하고 자연유산이 된다.

일반적으로 엄마는 한 달에 하나의 난자를 만든다. 그러니까 이란성 쌍둥이는 한 달에 난자 두 개 이상 만들어지는 특별한 상황에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정란이 3개 모두 자라면 세쌍둥이, 그 이상 자라면 수에 맞는 다둥이가 태어난다. 그런데 세쌍둥이부터는 다양한 방법으로 태어날 수 있다. 두 개의 난자가 수정되고 그 중 하나가 분열을 하면, 이 세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와 일란성 쌍둥이가 되는 것이다.

● 이란성 쌍둥이는 모계 유전된다

‘쌍둥이는 한 대를 걸러 태어난다’는 속설이 있다. 한 대를 걸러 발현되는 유전자가 있기라도 한 걸까? 속설과 달리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된 후 2개로 분리돼 쌍둥이로 자란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정란이 된 후 며칠 안에 분리가 되는데,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란성 쌍둥이를 결정하는 특정한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FSH(난포자극호르몬)의 양이 일반사람들보다 훨씬 많다. 난포자극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돼 난자를 자라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호르몬 때문에 한 달에 두 개 이상의 난자를 내보내는 경우가 생기고, 정자와 만나 둘 다 수정해서 자라면 이란성 쌍둥이가 되는 것이다. 난자 생성과 관련 있는 유전자이기 때문에 모계 유전된다.

엄마의 키나 몸무게 등 신체가 크면 이란성 쌍둥이를 낳을 확률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신체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신체의 호르몬 분비가 상대적으로 왕성하다는 것. 그만큼 난포자극호르몬도 많이 분비될 확률이 높고, 한 달에 두 개 이상의 난자를 분비할 수 있는 확률도 높다는 얘기다.

● 일란성 쌍둥이가 복제 인간보다 더 똑같다?

일란성 쌍둥이는 같은 수정란에서 나온 만큼 많은 것이 똑같다. 성별이 같고 엄마 뱃속에서 갓 나온 쌍둥이의 외모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의 똑같이 생겼다. 이것은 쌍둥이가 갖고 있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똑같기 때문이다. 염기서열은 DNA를 구성하는 성분들이 나열돼있는 순서인데 몸의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일란성 쌍둥이는 ‘인간복제에 가장 근접한 존재’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복제동물과 쌍둥이 중 누가 더 똑같을까? 사실 복제 동물과 쌍둥이는 둘 다 유전자가 같다. 그런데 갓 태어났을 때를 비교해 보면 복제 동물이 좀 더 똑같다고 볼 수 있다. 동물을 복제할 때는 균이 없는 특별한 공간에서 동물을 자라게 하고, 몸의 일부를 떼어내 배양할 때 외부의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가 덜 망가지고 원래 모습 그대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제 동물도 쌍둥이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변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스트레스와 먼지,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환경에 의해 성격과 질병들이 정해지는데, 이런 외부 환경이 기존에 갖고 있는 유전자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내용을 다루는 학문이 ‘후성유전학’인데, 복제 동물도 이 이론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목포대학교 허윤미 교수는 “같은 수정란에서 시작된 쌍둥이와 달리 복제 동물은 이미 성장해서 유전적으로 변화가 생긴 동물의 세포를 배양한 것이다. 따라서 복제 동물이 자라면서 나타나는 차이가 일란성 쌍둥이의 차이보다 더 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일란성 쌍둥이가 복제 인간보다 유전적으로 더 똑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일란성 쌍둥이도 DNA가 다를 수 있다?

그 동안 우리는 일란성 쌍둥이의 DNA는 완전히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태어나는 순간의 염기서열이 100% 일치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란성 쌍둥이도 아주 미미하지만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적인 차이를 갖고 태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유로핀스(EUROFINS, 유해물질 분석 시험 연구기관)의 과학자들은 일란성 쌍둥이인 아빠와 삼촌 그리고 한 명의 아들, 이렇게 3명의 정자를 채취해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쌍둥이 아빠와 아들에게서 쌍둥이 삼촌이 갖고 있지 않은 유전적인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즉, 아빠와 삼촌이 쌍둥이지만 DNA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돌연변이가 쌍둥이 중 한 명에게만 나타난 것에 대해 수정란이 분리된 직후에 한 쪽 유전자에만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태아로 발달하기 전에 외부 환경, 즉 엄마 뱃속 환경에 의해 쌍둥이의 DNA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여자 쌍둥이인 경우에는 어떤 유전자가 발현하느냐에 따라 외모가 달라질 수도 있다. 여자의 성 염색체는 ‘XX’. 똑같은 X유전자가 2개나 있으니 둘 중에 어느 한 쪽에서 발현돼도 결과는 똑같다. 같은 위치의 유전자가 발현되는데 언니는 두 개의 X 중 왼쪽이 발현되고, 동생은 오른쪽 X가 발현이 되면, 같은 신체적 특징이라도 아주 미세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의 DNA 분석이나 자라면서 나타나는 변화는 과학자들이 언제나 관심을 갖는 연구 대상이다. 유전자가 환경과 유전자의 연결고리를 찾고, 노화나 질병을 대처할 수 있는 치료제나 방법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성유전학은 우주에서도 진행된다. NASA(미항공우주국)는 2015년 3월에 쌍둥이 중 한 명은 지구에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우주정거장에 1년간 머문 뒤, 누가 더 늙는지, DNA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지 확인할 계획이다. 과연 쌍둥이 우주인 형제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일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증명할 수 있을지, 후성유전학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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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사람 기피하게 만드는 기술!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유난히 모기에게 자주 물리는 사람들은 여름이 괴롭다. 하지만 모기에게 시달릴 걱정 따위 하지 않아도 될 날이 조만간 올지 모르겠다. 사람의 체취를 좋아하지 않는 유전자 조작 모기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 록펠러 대학과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HHMI) 소속의 과학자들이 모기의 후각 유전자를 조작해 사람의 체취와 곤충 기피제의 냄새에 대한 반응을 변화시키는 실험에 최초로 성공했다.

과학기술 전문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모기의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 외에도 모기들이 왜 그토록 사람의 체취에 끌리는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대처법을 알려주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 모기를 매개체로 하는 질병의 퇴치에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연구진은 뎅기열과 황열병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 열대모기인 이집트 숲모기(Adedes aegypti)의 유전체(genome)가 지난 2007년에 완전히 해독되자, 이 데이터를 이용해 곤충의 후각과 관련된 오르코(orco)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실험에 착수했다. 오르코는 이보다 앞선 파리의 유전자 조작 실험에서 후각과의 관련성이 입증됐던 유전자다.

연구진은 모기의 오르코 유전자도 냄새를 맡는 데 필수적인 유전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우선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ZFN(zinc-finger nuclease) 효소를 모기 배아에 주입한 후 성숙되기를 기다렸다가 돌연변이를 유발한 후 부화시켰다. 그 결과 이 돌연변이 모기들은 후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뉴런(neuron)의 활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 관찰 시험에서는 더욱 큰 변화를 보였다. 야생종의 열대 모기들은 사람과 다른 동물이 같이 있을 때 보통 사람에게 달려드는 데 반해, 유전자가 조작된 열대 모기들은 사람보다 다른 동물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유전자 조작 모기는 이산화탄소가 있는 곳에서도 사람의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했다. 이산화탄소 성분은 사람의 냄새를 맡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유전자 조작 모기들이 곤충 기피제(DEET, Diethyl meta tolumide)의 냄새도 맡지 못했다는 것이다. DEET는 벌레들을 쫓아버리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연구진은 10% 정도의 농도를 가진 DEET 용액에 담갔던 사람의 팔과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사람의 팔을 함께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유전자 조작 모기들은 양쪽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즉 유전자 조작 모기들은 DEET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록펠러대의 레슬리 보스홀(Leslie Vosshall) 박사는 “오르코 유전자가 한 가지 냄새에 대한 선호도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해 주는 것”이라며 “DEET와 관련된 반응까지는 사전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미국 농무부와 미군이 공동으로 개발한 곤충기피제인 DEET는 50여 년 전 개발됐다. DEET 덕분에 군인들은 곤충이 옮기는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고 민간인들은 야영이나 야외 바베큐 파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DEET의 정확한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록펠러대의 연구진은 지난 200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DEET의 분자표적을 찾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에 의하면 DEET는 Or83b라는 수용체를 차단해 마치 화학적 망토처럼 인간의 냄새를 은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간의 냄새를 숨겨 피를 빠는 곤충의 후각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인간이 선천적으로 좋은 향기와 악취를 구별할 줄 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곤충의 경우는 당연히 특정한 유전자가 특정한 냄새에 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과학계는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농업 발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인류의 건강을 저해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곤충들을 막으려면 곤충의 냄새 감각을 무디게 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어 전략이라는 게 록펠러대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진은 4종의 서로 다른 곤충종들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썩은 과일에 모여드는 습성을 보이는 초파리와 귤 해충인 지중해초파리, 옥수수 및 토마토 등에 피해를 입히는 왕담배나방과 인간을 흡혈하는 말라리아 모기 등이 실험대상이었다.

연구진은 4종의 곤충을 대상으로 후각과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한 뒤 선호하는 대상을 같은 공간에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이들 곤충들은 예전의 선호하던 냄새들을 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연구진은 후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를 모기에서 제거한 다음 이를 다시 후각 유전자가 결여된 돌연변이 초파리에 전환시켰다. 그 결과 다른 종의 곤충에서 기인한 유전자라 해도 전반적으로 곤충들의 냄새 감각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일 우리들이 이러한 유전자 정보를 냄새 수용체들의 운송을 화학적으로 저해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모기가 인간들을 인식할 수 없게 만들거나 해충이 농작물을 인식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스홀 박사의 말처럼 이런 연구가 질병이 전파되거나 곡식이 죽는 것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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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맞은 생명설계도의 주인공, DNA의 변신

2013년은 생물학과 의학 분야 최대의 발견으로 꼽히는 DNA 이중나선 구조가 발견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DNA는 195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구조를 드러낼 정도로 작은 물질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신비할 정도로 정교한 구조가 있다. DNA 발견은 전통적인 생물학을 분자생물학으로 완전히 바꿨을 뿐 아니라, 생물을 유전자 중심으로 바라보게 하는 관점의 전환을 일으켰다. 이제 질병과 생김새, 성격과 심리 등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유전자와 연관지어 설명하려는 시도가 낯설지 않다. 이런 경향은 인간이 지닌 유전체 전체를 해독하려 한 인간게놈프로젝트로 정점에 달했다.

60주년이 된 DNA는 이제 더 이상 세포 안에 있는 유전물질로 머물지 않는다. 세포 밖으로 나와 질병을 진단하거나 생체 재료를 만들 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DNA 활용 기술 가운데 가장 낯선 것은 바로 DNA로 생체 컴퓨터를 만드는 ‘DNA 컴퓨팅’기술이다. DNA의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등 네 개의 염기 서열을 신호로, 염기끼리 달라붙는 결합 반응을 이용해 연산을 하는 것이다. 1g 안에 10²¹개의 염기가 들어 있는 만큼 저장할 수 있는 정보량도 엄청나다. 특히 사람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병렬연산’을 한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언어나 시각정보 처리 등 지금의 컴퓨터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터에 비해서도 기술적으로 쉽다”고 말했다.

DNA 컴퓨터는 최근 나노바이오 기술과 접목돼 응용되기도 한다. DNA는 화학적으로 안정된 나노 구조이며(DNA 분자의 폭은 3.4nm) 염기끼리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특성이 있어, DNA 서열을 잘 설계하면 복잡한 나노 구조를 만들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펑인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팀의 연구다. 2011년 5월 네이처에 실린 논문은 자기조립만으로 재미있는 그림과 구조물(튜브 등)을 선보였다. 특히 완전히 합성으로만 만든 염기 42개짜리 인공 DNA 가닥을 이용하고, 접착시킬 수 있는 다른 물질을 전혀 쓰지 않은 채 DNA의 상보성에만 의지해 만들었다. 비유하자면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끼워 맞추는 나무 건축물 같다.

펑인 교수팀은 한 단계 더 나아가 2012년 11월 사이언스에 아예 3차원 블록 형태의 구조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만든 DNA 나노 구조는 질병치료를 위한 단백질이나 약물을 담아 전달하는 구조물로 사용될 수 있다. DNA는 또한 전기전도성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아주 작은 나노 전선을 만드는 연구 사례도 있다. 컴퓨터 회로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지훈 서울대 바이오지능연구실 박사과정 연구원은 “나노 와이어 구조를 만들면 실리콘보다 작은 구조의 전자 소자로 직접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성질을 갖는 물질 개발에도 DNA가 쓰인다. 이종범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2013년 1월 출판된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DNA 메타 하이드로겔’이란 물질에 대한 논문을 실었다. 이 물질은 DNA의 염기가 갖고 있는 저절로 결합하는 특성을 활용했다. 솜뭉치처럼 일정한 모양 없이 흐물흐물하지만 물속에 넣으면 미리 만들어둔 모양을 회복한다. 겔은 담는 용기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물질이다. 하지만 DNA 메타 하이드로겔은 물을 제거하면 물먹은 솜처럼 흐물흐물해지고, 다시 물을 부으면 형태를 회복한다. 또한 다공성 물질이라 안에 넉넉한 공간이 있어 세포를 키울 수 있다.

이 교수는 “생체 조직을 만드는 데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캡슐처럼 안에 약물을 넣어서 몸 안에 넣을 수 있다. 몸 안에서 DNA를 분해시키면 자연스럽게 약물이 나온다. 염증 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DNA 정보를 상품의 바코드처럼 활용해 즉석에서 생물 종을 찾는 ‘DNA 바코드’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병원균 진단에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 이 기술은 바코드만 있으면 수만 가지 상품이 섞여 있어도 종류별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수천 종의 병원균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다. 때문에 침이나 피 한 방울만 있어도 중복 감염된 병까지 한 번에 진단할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인공 DNA를 만들기도 한다. 필립 홀리거 영국 MRC분자생물학연구소 교수는 핵산의 분자를 바꾸거나 구조를 변형해 DNA 대신 쓸 수 있는 새로운 DNA 분자를 만들었다. ‘XNA’라고 이름 붙인 이 인공 DNA는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병을 진단하거나 약물을 전달하는 데 재료로 쓸 수 있다.

조병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과학자들은 최근 DNA로 새로운 정보를 표현하기 위해 염기서열 합성 외에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DNA는 더 이상 생체 내에서 원래 주어진 역할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 DNA 연구는 제 2막으로 들어섰다. 새로운 DNA, 즉 ‘네오 DNA’ 시대다. 네오 DNA 시대를 이끄는 과학자들은 DNA를 세포 밖으로 꺼내 전혀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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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신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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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자는 이유, 당신 탓이 아니다

겨울철 아침은 늦잠과의 싸움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아침에 눈을 뜨는 게 고역이다. 일찍 잠들기, 강력한 알람 맞춰 놓기 등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해 보지만, 안간힘을 써 봐도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게을러서일까? 아니면 선천적으로 잠이 많아서일까? 지금부터 늦잠 자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파헤쳐보자.

우리 몸에는 시계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들은 잠이 들고 깨는 시기, 필요한 수면의 양 등을 결정한다. 초파리에서는 per, tim, clock, cyc 유전자가 그 역할을 한다. per는 시기를 뜻하는 period, tim은 영원하다는 뜻의 timeless, cyc는 주기를 나타내는 cycle의 줄임말이다. 이름에서부터 생체 시계라는 느낌이 묻어난다.

이 유전자들은 어떻게 우리 몸에게 시간을 알려줄까. 유전자 per, tim, clock, cyc는 각각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네 가지 단백질들이 많아졌다 적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우리 몸에 시간을 알려준다. PER와 TIM 단백질이 많아지면 각성효과가 생기면서 잠에서 깨고, 줄어들면 잠이 온다. 보통 오전 6시부터 단백질 수치가 점점 높아졌다가 정오부터 낮아져 오후 3시가 되면 가장 낮아진다. 어김없이 낮잠이 몰려오는 시간이다. 그러다 조금씩 높아져 저녁 9시에 최고점을 찍고 다시 양이 줄어든다.

생체 시계 유전자들의 조절에 따라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24시간 주기의 생체곡선을 갖는다. 대개 아침형은 늦은 아침부터 정오까지 per와 tim단백질의수치가 올라가면서 주의력이 높다. 반면 저녁 6시가 넘어가면 단백질 수치가 떨어지면서 주의력도 급격히 떨어진다. 저녁형은 그 반대다. 오후부터 집중력이 높아져 오후 6시 이후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늦잠을 자는 이유도 특정 유전자에서 찾을 수 있다. 늦잠꾸러기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수면시간은 다른 사람과 비슷하지만 아침잠이 유독 많은 경우. 저녁이면 정신이 맑아져서 밤늦게 잠자리에 들고 이 때문에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이다. 영국 서레이대 사이먼 아처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per3 유전자가 짧은 사람이 대게 이런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faxl3 유전자도 늦잠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우리 몸은 하루를 길게 인식한다. 쥐로 실험한 결과, 정상 쥐는 하루를 23.6시간으로 인식했지만 faxl3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쥐는 하루를 27시간으로 인지했다. 쉽게 말해 밤 12시를 오후 9시쯤으로 인식하고 오전 7시를 새벽 4시쯤으로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일찍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아침이면 일어나는 게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평균 수면시간인 8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야만 하는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다.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4시간 일하고 15분씩 자는 방법으로 하루에 여섯 번 잠을 잤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하루 90분의 짧은 수면시간에도 결코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영국의 수상 처칠도 같은 방법으로 하루 4시간 이하로 잤고, 나폴레옹과 발명왕 에디슨도 하루에 4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매일 11시간씩 잤던 늦잠꾸러기로 유명하다. 이렇게 짧게 자고도 괜찮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긴 시간을 자야만 괜찮은 사람이 있다.

수면을 늘리는 대표적인 유전자로 ABCC9가 있다. 유럽에서 7개국 4,25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필요한 수면량이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최소 8시간 반에서 9시간은 자야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초파리를 이용한 추가 연구에서도 이 유전자를 가진 초파리가 평균 3시간 정도 더 잤다.

그 이유는 칼륨 이온 통로에 있었다. 신경세포는 이 통로를 통해 신경정보를 뇌로 전달하는데, ABCC9 유전자가 이 통로를 망가뜨려 신경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면량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변이가 일어난 셰이커 유전자도 칼륨 이온 통로를 망가뜨린다. 하지만 ABCC9 유전자와는 반대로 수면 시간을 줄여준다. 미국 위스콘신대 키아라 치렐리 박사가 초파리 9,000마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수면시간(800분)의 3분의 1만 자고도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초파리들을 발견했다. 사람으로 치면 하루에 3~4시간만 자고도 멀쩡한 것이다. 이 초파리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셰이커 유전자의 아미노산 하나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적게 자고도 멀쩡하니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대신 이들의 수명은 보통 초파리에 비해 짧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도 셰이커와 같은 기능을 가진 유전자가 있다. 초파리로 잠 유전자를 연구하는 최준호 카이스트 교수는 “잠은 항상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평균 수면시간을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며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항상성이 충족되지 못하면 반대급부로 수명이 단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노인이 되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일까? 이는 나이가 들면서 수면 패턴이 변했기 때문이다. 노인의 수면 패턴은 넓은 U자형으로, 조금씩 자주 잠을 자서 평균 수면시간을 채운다. 반면 아이들의 수면 패턴은 좁은 U자형으로, 평균 수면시간을 밤에 몰아서 푹 자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잠을 못잔 것도 늦잠의 이유가 된다. 못잔 잠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8시간을 평균 수면시간으로 보는데, 전날 5시간을 잤다면 그 다음날은 빚진 3시간을 합해 11시간을 자야 다음날 피곤함 없이 정상적으로 깨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전날 잠을 설치면 우리 몸은 수면 빚을 갚기 위해 더 늦게까지 자려고 한다.

다른 계절에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겨울이면 늦잠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일조량의 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잠을 오게 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이 길어질수록 분비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때문에 밤이 긴 겨울에는 멜라토닌이 아침 늦게까지 남아있어 늦잠을 자게 되는 것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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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전자 감식 회사의 문의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남편과 저는 모두 O형입니다. 그런데 아기가 A형이에요. 아기는 남편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남편과 저의 혈액형은 모두 확실한 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요. 남편 몰래 유전자 검사를 받고 싶은데 남편의 머리카락만으로 가능한지요?”

상담게시판 담당자는 모근(毛根)이 달린 남편의 머리카락을 보내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전화 상담을 받으라는 답글을 남겼다. 남편과 똑같이 생겼으니 남편의 애일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거짓말 하지 않는 유전자’가 문제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O형이면 아기도 O형이어야 하는 게 정상적인 중학교 과학교육을 받은 사람의 상식이지만 이 상식도 예외가 있다.

O형 부모 사이에서도 A형이나 B형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 부모의 어느 한쪽 혈액형이 ‘봄베이(Bombay) O형인 경우다. 그리고 부모가 모두 봄베이 O형이라면 AB형 아기도 가능하다. 봄베이 O형은 처음 발견된 인도의 봄베이 지역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봄베이 혈액형을 이해하려면 중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유전’을 잠깐 되새겨 보아야 한다. ‘유전자형’과 ‘표현형’이란 단어가 기억나는가? ABO 혈액형에서 A, B, AB, O형 혈액형은 표현형이다. O형은 누구에게나 피를 줄 수 있지만 O형 피만 수혈할 수 있다는 식의 혈액형의 상관관계는 익히 알고 있는 지식이다. 아무 혈액이나 수혈 받지 못하는 이유는 원래 갖고 있던 혈액과 수혈한 혈액이 엉기기 때문이다.

혈액이 섞였을 때 엉기거나 엉기지 않는 것은 무엇이 결정할까? 먼저 혈액의 구성성분을 살펴보자. 혈액을 가만히 두면 혈구와 혈청으로 분리되는데, 혈구는 적혈구와 백혈구 같은 고체성분이고 혈청은 맑은 노란색 액체다. 혈구는 항원(응집원)으로, 혈청은 항체(응집소)로 작용해 둘이 맞으면 엉기는 것이다.

A형 혈액의 적혈구에는 A라는 항원이, B형 적혈구에는 B라는 항원이 있다. AB형 적혈구에는 A, B 항원이 모두 있으며, O형 적혈구에는 A, B 항원이 없다. 한편 A형 혈청에는 anti-B 응집소가 있어 B형 적혈구가 들어오면 엉긴다. B형 혈청에는 anti-A 응집소가 있어 A형 적혈구가 들어오면 엉긴다. O형 혈청에는 anti-A, anig-B 응집소가 모두 존재해서 A형 적혈구, B형 적혈구 모두 엉긴다. AB형 혈청에는 응집소가 없으니 엉기지 않는다.

여기서 잠깐, A형 환자에게 O형 혈액을 수혈할 때, 넣어주는 O형 혈청이 A형 환자의 적혈구와 만나 엉기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맞다. 하지만 수혈하는 O형 혈청은 환자 몸속의 전체 혈액에 비하면 적은 양이기 때문에 혈액에 섞이면 희석되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큰 사고로 대량의 혈액이 필요할 때 가급적 같은 혈액형의 혈액을 수혈한다.

그렇다면 봄베이 O형이란 무엇일까? 봄베이 O형은 분명히 A형 또는 B형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적혈구에는 A형 또는 B형 ‘항원’이 없는 경우다. 그래서 어떤 응집소와도 엉기지 않는다. 따라서 유전자형은 A 또는 B형이지만 표현형은 O형이 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H, A, B 항원의 구조를 살펴보면 A, B 항원은 H 항원이 먼저 만들어진 뒤 A, B 항원이 붙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봄베이 O형은 어떤 이유에서 H항원이 만들어지지 않아 다음에 만들어져야 할 A항원이나 B항원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A항원 또는 B항원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으니 자식에게 유전자는 그대로 전달되어 ‘중학교 지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O형 둘이 만나 A형, B형, AB형이 태어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문의자나 남편의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둘 중 하나 이상이 봄베이 O형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봄베이 O형 외에도 여러 가지 희귀혈액형이 있다. 전체 인구의 0.4퍼센트를 차지하는 비교적 풍부한(?) Rh형은 ABO식 혈액형과는 별도로 Rh항원의 유무에 따라 구분하는 혈액형 판별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Rh항원이 있는 Rh+형이다. ABO와 별도로 구별하는 것이기 때문에 Rh-형은 혈액형을 ‘A, Rh-’라는 식으로 표기한다.

cis-AB형은 A, B 항원을 만드는 유전자가 염색체 하나에 동시에 들어가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AB형과 O형이 만나면 A형 혹은 B형이 나오지만, cis-AB형인 경우 AB형 혹은 O형으로 나온다. 이 외에도 -D-(바디바)혈액형, Duffy(a)-(더피 에이 음성) 혈액형, 밀텐버거 혈액형 등이 있다.

최근 Rh-형 혈액을 구한다는 방송자막이 드문 까닭은 Rh- 혈액형이 늘어서가 아니라 ‘Rh 음성봉사회’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필요한 혈액을 비교적 원활히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헌혈하는 사람이 적어 ‘희귀혈액형’보다 ‘일반적인 혈액’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사람에게 수혈을 한 것은 1667년이지만, 혈액형은 1901년에야 규명되어 혈액형에 따른 수혈이 가능하게 됐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여러 종류의 혈액형이 있어서 수혈할 때마다 구별해야 하는 것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조물주는 어떤 이유로 자연선택에 불리하게 작용할 이런 ‘불편’을 숨겨두었을까? (글 : 이정모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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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의 연구물인 ‘고대 중국 고구려 역사 속론’(2003년)에는 고구려인이 중국의 고대 국가인 은나라와 상나라의 씨족에서 분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인과 중국 한족은 혈연적으로 한 핏줄이란 얘기인데, 과연 그럴까?

2003년 단국대 생물과학과 김욱 교수는 동아시아인 집단에서 추출한 표본을 대상으로 부계를 통해 유전되는 Y염색체의 유전적 변이를 분석했다. 이 결과 한국인은 주로 몽골과 동․남부 시베리아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전자 형, 그리고 동남아시아 및 중국 남․북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전자형이 모두 발견되었다.

한국인은 동아시아의 여러 민족 가운데서 동남아시아인인 중국 동북부 만주족과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했고, 중국 묘족이나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시아인과도 비슷했다. 이는 한민족이 크게 북방계와 남방계의 혼합 민족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300여 년 전 농경문화와 일본어를 전달한 야요이족이 한반도를 거쳐 일본 본토로 이주했음을 나타내는 유전학적 증거이기도 하다.

2006년 김 교수는 모계유전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DNA도 분석했다. Y염색체가 아버지를 통해 아들에게만 전달되는 부계유전을 하는 것과 달리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를 통해 아들과 딸 모두에게 전달된다. 더욱이 미토콘드리아 DNA는 돌연변이율이 높고,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 정보인 하플로타입 상태를 분석해 조상을 추적해 낼 수 있다.

하플로타입이란 일련의 특이한 염기서열이나 여러 유전자들이 가깝게 연관돼 한 단위로 표시될 수 있는 유전자형을 가리킨다. 하플로그룹은 같은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자형을 가진 그룹으로 보면 된다. 한국인은 3명 가운데 1명꼴로 몽골과 중국 중북부의 동북아시아에 많이 분포하는 하플로그룹D 계통이 가장 많았고, 전체적으로 한국인의 60% 가량이 북방계로, 40% 가량이 남방계로 분류됐다.

유전적인 분화 정도를 통해 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중국 조선족과 만주족 그리고 일본인 순으로 가까웠다. 그러나 중국 한족은 베트남과 함께 다른 계통에 묶여 한국인과는 유전적으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동북아시아에 속한 중국 북경의 한족은 한국인과 다소 비슷한 결과를 보였지만 중국 남방의 한족과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특히 만주족과 중국 동북 3성인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에 살고 있는 조선족은 중국 한족보다는 한국인과 유전적으로 더 가까웠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과거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서 활동했던 고구려인의 유전적 특성은 중국 한족 집단보다 한국인 집단에 더 가깝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중국 한족을 물리치고 중원을 점령했던 금나라의 여진족(훗날 만주족)이 신라인의 후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금사(金史)에는 “금태조가 고려에서 건너온 함보를 비롯한 3형제의 후손이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금을 계승한 청나라의 건륭제 때 집필된 ‘흠정만루원류고’에는 금나라의 명칭이 신라 김(金)씨에서 비롯됐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한국인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면 우리의 유전자가 누구와 가까운지 알
수 있다. 사진은 생명공학기업인 마크로젠이 소개한 한국인 유전자 지도 초안
이다. 사진 제공. 동아일보>

청나라 황실의 만주어성 ‘아이신줴뤄’ 중 씨족을 가리키는 아이신은 금(金)을 뜻한다. 이는 아이신줴뤄를 한자로 가차한 애신각라(愛新覺羅)에 “신라(新羅)를 사랑하고, 기억하자”는 뜻이 담겼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런 결과로 볼 때 한국인의 유전자는 북방계가 다소 우세하지만 남방계와 북방계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섞여있다. 4000~5000년 동안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서 동일한 언어와 문화를 발달시키고 역사적인 경험을 공유하면서 유전적으로 동질성을 갖는 한민족으로 발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주에 살던 이들은 중국 황하 유역을 중심으로 발원한 한족과는 달리 한반도에 살던 이들과 깊은 혈연관계였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나아가 금나라와 청나라를 세웠던 여진족과 만주족의 역사를 한국사에 새로 편입시켜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단일민족’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단일민족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유전적 동질성을 획득했다는 의미이지 한국인의 기원이 하나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한국인은 동아시아 내에서 남방과 북방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이뤄져 형성된, 다양성을 지닌 민족이다.

유전적으로 다양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집단 구성원이 갖고 있는 유전적 다양성이 세대를 통해 유지될 확률이 크다. 그리고 집단의 안정성도 높아진다.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한 집단은 단순한 집단에 비해 집단이 유지되고 진화하는데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인은 ‘잡종강세’의 전형적인 집단이다. 어쩌면 중국이 동북공정을 서두르는 이유도 한국인의 유전적 다양성을 두려워해서가 아닐까?


KISTI NDSL(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지식링크


○관련 논문 정보
Y-염색체 DNA haplogroup과 동아시아인집단에서 초기농경민족의 집단팽창[바로가기]
인간 Y 염색체: 구조, 기능 그리고 진화[바로가기]
한국인 집단의 미토콘드리아 DNA HV1 부위에서의 염기서열 다양성[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개인인식표지(한국등록특허)[바로가기]
인간 미토콘드리아 DNA의 변이 판별 방법과 변이 판별용폴리뉴클레오티드 프로브, DNA 칩 및 키트(한국등록특허)[바로가기]
유전자의 변이 분석 키트(한국등록특허)[바로가기]

○해외 동향분석 자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술과 돌연변이 - 2009년 [바로가기]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분석완료 - 2009년 [바로가기]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 점 돌연변이 병리학의 20년 - 2009년 [바로가기]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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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미국 코넬대 인근 어느 미장원에서 미용사와 “긴 머리가 좋으냐, 짧은 머리가 좋으냐”를 놓고 장시간 철학적 토론을 나눈 끝에 자기 머리를 바짝 올려 짧게 깎아달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다음날 교정은 발칵 뒤집어 졌다. “여자 머리가 저게 무슨 꼴이냐”고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고 난리가 났다.

게다가 다른 여학생들은 모두 치렁치렁한 긴 치마를 입고 다녔는데, 농과대학에 다니던 그 여학생만은 야외실습 때 치마를 바지로 수선해 고쳐 입고 다녔다. 옥수수 밭에서 일할 때마다 긴 치마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 여학생이 198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바라 매클린톡이다.

매클린톡은 언제나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조금 앞서서 했을 뿐인데 당시 사람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했다. 마치 그녀가 과학계에서 이룩한 업적에 대한 주변 과학자들의 냉담한 반응과 비슷했다. 왜 그녀의 이야기는 한동안 무시 받고 미친 소리로까지 취급받은 것일까?

1960년대 말까지 과학자들 사이에는 유전자가 생명의 비밀을 간직한 열쇠라는 점에 모두들 동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전자의 배열 방식에 대해 그녀와 대다수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옥수수 세포 속 유전자 가운데 원래 자리를 이탈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튀는 유전자(jumping genes)’를 발견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차곡차곡 쌓인 벽돌처럼 늘 제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믿었다. 생명체의 정보는 언제나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로 흘러가므로 DNA에서 비롯된 정보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정된 자리를 지키던 유전자가 갑자기 대열을 이탈해 다른 자리로, 심지어 개별 염색체들 사이로 이리저리 옮겨간다는 매클린톡의 주장은 상식 밖의 발상이었다. 더욱이 매클린톡은 이런 유전자를 스위치에 비교해 다른 유전자의 활동을 끄고 켠다고 설명했다. 유전자를 끄고 켜는 조정능력 때문에 유전자가 다른 염색체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1951년 매클린톡은 유전학 심포지엄에서 자신이 발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참석자들은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 구조를 밝히면서 유전정보는 DNA에서 일방적으로 전달된다는 중앙통제론이 확고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그녀의 연구 성과는 계속 폄하될 수밖에 없었다.

매클린톡은 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매우 놀랐고 크게 실망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을 포기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도달한 결론의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이 분야의 해박한 지식이 필요했지만 옥수수 유전학에 대한 관심이 희박해지면서 관련 연구자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매클린톡은 ‘생명의 느낌’에 충실한 과학자로서, 평생을 옥수수 유전연구에만 몰두했다. “싹이 나올 때부터 그 식물을 바라보잖아요? 그러면 나는 그걸 혼자 버려두고 싶지가 않았어요. 싹이 나서 자라는 과정을 빠짐없이 관찰해야만 나는 정말로 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밭에다 심은 옥수수는 모두 그랬어요. 정말로 친밀하고 지극한 감정이 생겼어요. 식물들과 그렇게 깊은 관계를 맺는 게 나에게는 큰 기쁨이었지요.”
<바바라 맥클린 톡>

그 뒤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전혀 엉뚱한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박테리아의 게놈에서 일부 유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이 별난 유전자의 활동은 틀림없이 매클린톡이 관찰한 유전자의 조정능력을 암시했다. 기존의 중앙통제론으로 복잡한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동물에서도 유전자의 일부가 옮겨 다니는 현상이 관측됐다. 쥐의 혈액 가운데 항체를 만드는 DNA는 무수히 다양한 형식으로 유전자가 재배열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항체의 생김새가 다양한 까닭은 유전자의 무한한 재배열 덕분이었던 것이다.

나아가 암의 발생도 염색체의 구조가 바뀐 결과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체의 면역계가 수많은 종류의 항체를 만드는 것도 유전자가 뒤섞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각종 질병 치료에 매클린톡이 발견한 튀는 유전자 개념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어느덧 황당한 여자가 꾸며낸 헛소리로 치부되던 유전자의 자리바꿈 현상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이론으로 정립됐다. 점차 매클린톡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지면서 은둔자로서의 그녀의 삶은 깨지기 시작했다.

1978년 미국 브랜다이스대는 “매우 훌륭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매클린톡 박사는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인정을 받거나 명예를 얻은 적이 없었다”며 그녀에게 로젠스틸상을 수여했다. 또 1979년에는 미국 록펠러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그녀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헌정했다.

마침내 1983년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그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바바라 매클린톡에게 수여하기로 결정했다는 방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노벨상 역사상 여성 단독 수상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녀의 연구실에는 전화벨이 하루 종일 울렸다. 하지만 그녀는 라디오를 끄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산책을 하며 떨어져 있는 호두열매를 주웠다.

오히려 유명인사가 되는 바람에 차분히 자신의 일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속상해 했다는 매클린톡은 노벨상 수상식에서도 그녀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평소 입었던 푸른 작업복과 낡은 구두차림으로 들어섰던 것. 평생 독신이었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여든 한 살의 할머니는 다음과 같이 노벨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나 같은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것은 참 불공평한 일입니다. 옥수수를 연구하는 동안 나는 모든 기쁨을 누렸습니다. 아주 어려운 문제였지만 옥수수가 해답을 알려준 덕분에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거든요.”

글: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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