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 TV를 보다 말고 눈물을 글썽이며 아빠에게 간다.

“아빠, 아무래도 저는 오래 못 살 거 같아요. 그동안 제가 잘못한 게 많아요. 죄송해요.”
“아니 태연아, 그게 무슨 말이냐.”

“방금 TV에서 봤는데요. 어릴 적 지능지수(IQ)가 낮으면 장수하기 힘들데요. 영국에서 조사해보니까 76세 이전에 죽은 사람들의 평균 IQ는 97인데, 76살 이상 산 사람들은 102라잖아요. 그럼 IQ가 93인 저는 훨씬 더 일찍 죽게 되겠죠?”

“하하, 겨우 그런 걸로 운거니? 걱정 마. 그건 단지 통계수치가 그렇다는 얘기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란다. 또 IQ는 어떤 검사지를 선택했는가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만 백 개가 넘는 검사지가 사용되지. 그러니까 IQ를 단순 비교하는 건 각기 다른 문제지로 시험을 푼 다음 점수를 비교하는 것과 같은 거란다.”

“정말요? 그런데 IQ 같은 건 누가 만든 거예요? 누군지는 몰라도 기분 나빠요!”

IQ 테스트는 1912년 독일의 심리학자 빌헬름 슈테른이 만들었단다. 기억력,계산력,추리력,이해력,언어능력 등을 종합 검사해 지적능력을 표현한 건데, 평균 100 정도가 나오도록 검사지를 만들지. 흔히 150이 넘으면 천재라고 하는데 독일의 시인 괴테가 190, 아인슈타인은 180이었다고 해.”

태연, 한숨을 푹 쉰다.

“어쨌든 너무해요. 아빠는 120, 엄마는 전체인구의 상위 2% 안에 드는 뛰어난 IQ를 가진 사람들만 가입한다는 멘사 회원인데. 전 어떻게 93이냐고요.”

“IQ는 유전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이 더 크단다. 지능은, 태어나면서부터 외부의 여러 가지 자극에 의해 뇌세포의 신경망이 얼마나 잘 연결되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좋은 자극을 반복적으로 자주 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훨씬 더 지능이 발달되지. 또 미국 하버드대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음악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지능 등 매우 여러 가지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IQ만 가지고 지능을 판단하는 건 잘못이라는 주장도 있어.

“엥? 언어나 음악지능 같은 건 알겠는데 인간친화기능, 자연지능 이런 건 뭐에요?”
“인간친화지능은 대인관계를 잘 이끌어가는 능력인데 이 지능이 뛰어나면 조직의 리더나 정치인의 재능이 있다고 할 수 있고, 자기성찰지능은 사람의 정서와 심리를 파악하고 적절히 드러내며 조절하는 재능 그리고 자연지능은 조류학자나 곤충학자처럼 자연환경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말하는 거란다. IQ가 뛰어나지 않아도 다른 지능이 높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글쎄요... 그런데 전, 그런 지능도 별로인거 같아요.”

아빠, 태연의 기를 살려주려 계속해서 얘기를 해보는데도 점점 의기소침해지는 태연을 보자 마음이 아프다.

“음... 그렇지만 넌 아주 판단력이 뛰어나잖니. 무엇을 먹을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집을 살지 팔지 등 사람은 언제나 뭔가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IQ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꼭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우리 뇌는 정보를 자동적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직관(intuitive)체계와 깊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숙고(deliberative)체계로 이뤄져 있지. 그런데 IQ가 180인 사람이라도 빨리해야 할 판단을 심사숙고하거나 깊이 고민해야 할 판단을 후다닥 해치워버린다면 결코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없어.

“하긴, 판단력은 뛰어난 것 같아요. 아빠한테 무슨 말을 해야 피자를 얻어먹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친구 인형을 빌려 놀 수 있는지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건 정말 제가 생각해도 ‘귀신’같거든요.”

이때, 태연과 아빠 옆으로 엄마가 과일접시를 들고 나온다. 순간, 태연의 입가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떠오른다.

“멘사 회원인데다 미인이며 성격까지 좋은 엄마가 아빠를 선택한걸 보면 IQ가 높다고 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건, 틀림없이 절대 아니에요. 그쵸, 아빠?”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드는 엄마.

“어머, 아냐. 엄마는 한 번도 아빠를 선택한 걸 후회한 적이 없단다. 물론 네 아빠 IQ가 92밖에 안 되는 건 알아. 그렇지만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과학자가 되셨잖니. 엄만 그 성실성에 완전 감동했어. 그래서 지금까지 아빠를 존경한단다.”

태연, 깜짝 놀라 눈이 둥그레진다. 그리고는 곧 아빠를 향해 증오의 레이저를 쏘아댄다.

“아빠!!! 그럼 저보다 IQ가 더 낮았던 거예요? 제 IQ가 아빠한테 유전된 거라고요? 그래놓고 여태 환경적인 영향이 크다고 그러신 거예요? 앙앙. 아빠 정말 실망이야! 아빠는 거짓말쟁이!”

“아, 아냐. 정말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크다니깐... 정말이야...”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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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부부는 닮는다’고 말한다. 이 말은 상당히 비과학적이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DNA가 섞여 가는 것도 아니고, 서로를 오랜 시간 본다 하여 얼굴 형태가 변하는 것도 아닐테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결혼한 지 20년이 지난 부부는 누구라도 사진만 보고도 부부임을 짝지을 수 있다. 심지어 약혼자나 결혼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은 부부 역시 가려낼 수 있다. 그만큼 부부는 닮았다는 얘기다.

최근 영국의 리버풀대 연구진은 ‘부부가 오래 살면 살수록 닮아간다’는 비과학적 사실을 과학적 사실로 밝혀냈다. 얼마나 자주 웃느냐 찡그리느냐에 따라 특정 얼굴 근육과 주름이 당기고 펴지면서 결정되는데, 오래 살수록 부부의 감정 표현이 비슷해지면서 근육과 주름의 움직임이 같아져 얼굴 표정이나 인상이 닮아간다는 것이다. 즉 결혼생활을 하면서 부부가 서로 웃고 즐긴다면 둘 다 좋은 인상을 갖게 되고, 서로 싸우거나 인상을 많이 쓰면 결국 주름이 많이 느는 얼굴 형태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부부가 닮았다는 것은 가치관이나 성격을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스타일이나 외모, 식성이 닮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성격이 닮아가다 보면 서로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같은 가치관을 갖게 되고, 같은 걱정과 같은 즐거움을 공유하다 보니 같이 웃게 되고, 따라서 서로서로 풍기는 인상이나 행동이 비슷해지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부부가 길게는 몇십년을 함께 살면서 전혀 닮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부부는 병도 닮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한 집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사는 부부는 같은 식성을 갖게 되고, 같은 운동습관에 음주․흡연처럼 나쁜 생활습관도 닮아가기 때문에 병도 유사한 질병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복부 비만 등의 질병을 조사한 결과 부부는 비슷한 병을 함께 앓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과학자들은 “부부는 닮아진 것이 아니라 원래 닮아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부부는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자신과 닮은 이성에게 더 매력을 느끼고, 자신과 닮은 사람을 더 신뢰하며, 자신과 닮은 이성을 배우자로 선택하여 결혼한다고 한다.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배우자를 선호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계에서 충돌이 적고 원만한 사이가 유지되며, 아이를 기르는 데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일반적으로 감수성이 예민했던 어린 시절에 본 부모의 모습을 닮은 이성에게 서로 끌린다고 주장했다. 자신과 가장 유사한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부모의 얼굴을 연상하기 때문이며, 내면적인 성격이나 가치관에 국한된 게 아니라 외모가 반드시 포함된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부모를 닮은, 즉 자신과 유전자가 비슷한 배우자를 선택하는 근연교배가 특정 환경에 잘 적응한 유전자들을 더욱 잘 보존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전적 특성이 비슷한 부부일수록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성격이나 체형이 비슷한 커플일수록 유전적으로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성격과 체형이 비슷한 부부일수록 행복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럼 애초부터 나와 닮은 사람을 배우자로 찾아나서야 할까. 과학은 이렇다, 저렇다고 하나의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특히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해 주고 배려하는 사람에게 이끌린다는 점이다. 얼굴이 하나도 닮지 않았어도, 체취가 딴 판이라 하더라도 상대에게 진심으로 익숙해지려고 노력한다면, 상대는 나를 자신과 닮은 사람으로 여기게 될 것이 분명하다.

부부는 3주 서로 연구하고, 3달 사랑하고, 3년 싸우고, 30년 참고 견딘다고 한다.
‘다름’으로 만나 ‘같음’으로 사는 게 부부다. 부부가 서로를 닮으려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서로에게 바치는 최상의 배려이자 이해다. 좋은 부부는 그래서 닮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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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브라질의 칸디도 고도이(Candido Godoi)라는 독일인 마을에서 여성 5명이 임신을 할 경우 그중 1명이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쌍둥이를 출산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나치 과학자 요세프 멩겔레의 실험 결과가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았다. 평균적으로 여성 80명이 임신할 경우 그중 1명이 쌍둥이를 출산하는 확률에 비하면 꽤 놀라운 쌍둥이 출생률이다. 도대체 요세프 멩겔레가 누구기에 한 마을의 쌍둥이 출생률을 높였다고 추측할만한 위력을 지닌 걸까?

요세프 멩겔레(Josef Mengele, 1911~1979) 박사는 독일 친위대 장교이자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Auschwitz-Birkenau) 나치 강제 수용소의 내과의사였다. 그는 수용소로 실려온 수감자 중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강제노역에 동원할지를 결정하였으며 수용소 내에서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였던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그가 유대인에게 했던 생체실험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너무나 악독해서 인간의 행동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러한 그의 별명은 ‘죽음의 천사(Angel of Death)’로 알려져 있다.

당시 히틀러로부터 나치독일을 위한 완벽한 인종을 만들라는 임무를 받은 멩겔레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순수 독일혈통 아리안족의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유전학적으로 쌍둥이를 출산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른바 우생학과 나치 국가주의 이념에 그가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뮌헨에서의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 귄츠부르크 김나지움(고등학교)을 졸업한 그는 뮌헨 대학(University of Munich)에서 약학과 인류학을 공부하였으며, 1935년 유대인 하층민들의 인종적 차이점에 대한 논문을 작성,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크푸르트 대학(Frankfurt University)의 유전 생물학 및 인종 위생학 연구소에서 또 다른 나치 과학자 오트마 폰 페르슈어(Otmar Von Verschuer)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그는 1938년 ‘갈라진 입술과 구개에 관한 가족사 연구’라는 논문으로 약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치 우생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이 시기의 그의 논문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뮌헨 대학과 프랑크푸르트 대학은 전후 1964년 그의 학위를 취소하였다.

그는 학업도 우수했고 외모도 출중한데다가 냉철한 머리를 가지고 있어서 장래가 촉망되는 인텔리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끔찍한 학살자로 변했다. 충성심과 출세욕이 강했고 뮌헨 대학에서 약학과 의학,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우생학에 깊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나치가 주장하는 게르만족의 우월성과 우생학 연구에 맹목적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히틀러의 유대인 대량 학살은 우생학과 정치 이데올로기가 만난 최악의 사건이었다. 그 선두에 있었던 멩겔레는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에 있는 동안 수감자들을 이용하여 그의 유전학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였다. 그는 특히 쌍둥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이들을 선별하여 특별 병영에 따로 수용하였다. 멩겔레는 또한 어린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수암(Noma)이라는 질병을 연구하였으며, 수암의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였지만 이 질병이 영양실조 등으로 면역체계가 무너진 아이들에게 주로 발병하여 홍역과 결핵 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멩겔레는 수암이 인종적 열성요소 때문에 발병한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였지만 이 또한 실패하였다.

아우슈비츠에 있었던 동안 멩겔레는 여자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것 역시 우생학적으로 순수 독일혈통의 쌍둥이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연구였다. 영국 텔레그래프지에 따르면 전후 독일 내에서 가명을 쓰며 숨어지내던 멩겔레는 남미로 도주했지만 그곳에서도 실험을 멈추지 않았고, 1960년대 초반 칸디도 고도이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는 독일인들이 고향을 떠나 함께 모여 살았는데 멩겔레가 여성들에게 새로운 약품을 먹이는 등의 의료행위를 하면서 이곳의 쌍둥이 출생률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사실 나치가 유대인을 대량학살한 홀로코스트 사건 때문에 우생학이 나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우생학은 1883년 영국의 프랜시스 골턴이 창시한 학문이다. 골턴은 1874년 ‘본성(nature)과 양육(nurture)’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유전학적으로 인류를 개량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우수한 소질을 가진 인종을 증가시키고 열악한 소질을 가진 인종을 감소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은 그 맥락이 끊겼지만 과거 우생학에 기초하여 정신분열증 등의 유전성 정신병이나 유전성 기형을 가진 환자들을 임의로 단종시키는 우생법안이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었고, 미국에서는 알코올중독 환자나 범죄자까지 범주에 포함해 강제로 단종시키는 단종법이 존재하였으나 다수의 안전과 복지 추구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려 1970년대에 시행을 중단하게 되었다.

본성 대 양육 이론은 인간의 행동이 유전에 의한 본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 이론과 양육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 이론 간의 논쟁이다. 초기에는 철학자들에 의해 논쟁이 이루어졌으나 다윈이 펴낸 종의 기원에서 인간 본성에 관한 보편성이 입증되면서부터 극단으로 치달았다. 특히 20세기 들어서면서 공산주의의 양육옹호론과 나치주의의 본성옹호론으로 대립되었고 현재에도 인간 게놈 프로젝트와 관련되어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멩겔레는 남미로 도주한 이후 아르헨티나를 거쳐 1959년 브라질로 이주하였으며 사고로 익사했다. 멩겔레가 나치 정권 아래에서 유대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은 우생학 연구라는 자신의 의학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하기엔 너무나 잔인하고 비열한 짓이었다. 과학이라는 이름하에 인간의 존엄성을 헤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눈이 먼 명분을 가진 과학은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는 교훈이다.

글 : 김형근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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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도 유전이다?!

과학향기 기사/Sci-Fusion 2009.02.04 09:17 by 과학향기
새해를 맞아 사람들이 남몰래 하는 결심 중 하나는 “성격 좀 바꿔야지”이다. 술ㆍ담배 끊고 운동하고, 일과 사람 관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태도나 습관, 성격을 바꾸고 싶어한다. 하지만 곧 벽에 부딪친다. 타고난 성격이나 정신력 등을 바꾼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한 기질은 바꾸기 힘든 것일까.

1979년 어느 날, 미국의 한 신문에 ‘태어나자마자 각자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쌍둥이가 40년 만에 만났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를 읽은 미국의 토마스 부샤드는 심리학자로서 두 쌍둥이에게 매우 흥미를 느꼈다. 40년 동안이나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면, 두 쌍둥이는 과연 어떤 점이 비슷하고 또 어떤 점에 차이가 날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기사를 읽고 나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 없었던 부샤드는 두 쌍둥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조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조사 결과에서 깜짝 놀랄 사실이 드러났다.

자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습관이나 취미 등이 두 쌍둥이에게서 똑같게 나타났다. 두 사람은 습관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었고, 취미는 목공이었으며, 농구를 싫어하는 것도 같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충격을 받은 부샤드는 이후의 다른 쌍둥이의 조사에서 성격이나 습관 등이 유전적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전자 결정론자들은 습관적인 거짓말이나 도벽도 아이 때 입은 정신적 충격의 결과라기보다는 대부분 유전적 소질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는 사랑과 야망, 효도심, 창조성 등의 정신적 특성까지 부모의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과학적 연구 결과들은 개인의 성격이나 정신력, 습관에 미치는 유전적 영향력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캐나다의 토니 베논 박사는 같은 유전자 조합을 갖고 태어나는 219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인생에 대한 제어’ ‘책임감’ ‘자신감’ ‘새로운 도전 능력’ 등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48개의 질문을 통해 유전이나 환경이 강인한 정신력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각기 다른 생활환경 속에서 이들의 성격과 습관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환경보다는 유전이 더 많은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적 요인이 52%, 환경적 요인이 48%의 영향을 미쳤다.

외향적 성격일수록 좌절 등을 겪은 뒤 재기하는 정신적 능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부모 모두 혹은 한 사람이 운동선수인 경우 자녀들은 모든 일에 승부욕과 도전의식이 강한 경우가 많았다. 강인한 정신력이나 성격 형성은 환경과 유전자의 복합적 상호작용의 산물이지만, 유전적 요인이 앞선다는 얘기다. 아마도 자식들을 키워보거나 아이들을 가르쳐본 사람이라면 기질이나 성격, 습관이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 준다고 해서 얼마든지 바꿔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인정할 것이다. 따라서 정신적으로 강한 자녀를 키우고 싶다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성격이나 의지도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근심걱정이 많은 성격도 마찬가지다. 이런 성향은 ‘17번 염색체에 있는 세로토닌 운반체(5-HTT) 유전자를 억제하는 DNA의 길이가 짧은 사람’이 그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1996년 독일 뷔르부르크대 정신과 레슈 교수팀이 밝힌 내용이다. 이런 사람들은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어 사교모임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흔히 우리는 자녀의 성격이 삐뚤어지면 가정환경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성격에 대한 가정환경의 영향은 10% 미만이다. 따라서 유전자에 의해 타고난 소심한 성격을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억지로 바꾸려다가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럴 때는 사람의 기본 성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며, 오히려 소극적인 면을 타고났다고 말해 주는 것이 소극적인 것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운명이 될 순 없지만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성격이나 정신력을 바꾸기 위해선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랜 세월 학자들은 부모의 심리적 특징과 습관ㆍ정신력ㆍ성격 등이 환경이냐 유전이냐, 천성이냐 양육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여 왔다. 유전자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기 시작하고 쌍둥이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들 요소는 유전에 의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유전자는 인간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물론 유전자가 한 인간을 100% 결정하지는 않는다. 또 특정 유전물질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그런 특질이 발현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유전자에 내재되지 않은 특질이 인간에게 발현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게놈에 피부색을 검게 하는 유전자가 들어 있다 해도 환경적 요인 혹은 제 3의 다른 요인에 의해서 검은 정도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유전자는 잠재적 소질이다. 잠재적 소질은 그것이 타오를 수 있도록 불을 붙여 줄 때 능력 발휘가 가능하다. 그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 발현이 되게 하는 것이 곧 환경이다. 유전자가 전등이라면 환경은 스위치인 셈이다. 인간은 한편으로는 유전적인 소질에 의해, 또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성장ㆍ발달하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환경적 자극은 성숙한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영양분이다. 자신의 미래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그 유전자를 끄집어내는 노력이 만드는 것임을 잊지 말자!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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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타카’를 보면 신생아가 태어나자마자 의사가 유전자 분석기에 태아의 피를 한 방울 떨어뜨려 검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컴퓨터는 즉시 태아의 DNA를 분석해 그의 인생을 예측한다. “이 아이는 키는 최대 175cm까지 자랄 것이고 30세에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70%며, 심장병의 위험이 있습니다….”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DNA 검사는 이미 질병을 조사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 그럼 검사에 쓰인 DNA는 어디서 왔을까. 세포의 핵 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DNA는 세포의 핵 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 소기관에도 존재한다. 따라서 DNA 검사를 하려면 미토콘드리아의 DNA까지 검사해야 한다. 사람의 DNA 중 1%밖에 차지하지 않는 미토콘드리아의 DNA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선 미토콘드리아에 대해 살펴보자.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중학교 생물시간에 미토콘드리아에 대해서 배운 기억이 날 것이다. 세포 안에는 여러 소기관이 존재하는데 그 중 에너지 생성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포도당과 산소를 사용해서 생체가 쓰는 에너지인 ATP를 만들어 낸다.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면 세포는 포도당 1분자에서 기껏해야 2분자의 ATP밖에 못 만들지만 미토콘드리아가 있으면 포도당 1분자로 38분자의 ATP를 만들 수 있다. 에너지 효율로 따지면 약 40%나 된다. 인간이 최첨단 기술로 만든 엔진이 20%에 불과한 효율을 보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토콘드리아는 가히 ‘고효율 생체발전소’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세포일수록 미토콘드리아가 많다.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 세포, 생체 독소를 정화하는 기능을 하는 간 세포, 소화액을 만들어 내는 상피세포에 많이 존재한다.

또 같은 세포라도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부위에 모여 있다. 난자를 찾아 움직이는 정자에는 꼬리를 움직이는 부위에 미토콘드리아가 집중 분포한다. 세포 내에서 물질을 수송하는 부위, 예를 들어 소화액을 분비하는 세포막 가까운 곳에 주로 분포한다. 결론적으로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곳 가까이 있으면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과학향기링크 그럼 미토콘드리아 DNA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인 만큼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대사와 관련이 깊은 질병인 당뇨, 비만과 관련이 깊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토콘드리아의 DNA 유형에 따라 당뇨나 비만에 걸릴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미토콘드리아의 DNA가 N9a형인 사람은 당뇨, 비만에 걸릴 확률이 낮다. 서울대 의대 이홍규 교수팀은 한국인 당뇨병 환자 732명과 일본인 당뇨병 환자 1289명의 혈액을 조사해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인 중에 N9a형을 가진 비율은 5.3%였으나 당뇨병 환자 중에 N9a형을 가진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N9a형 DNA를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거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N9a형 DNA를 가진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 생산을 더 활발히 하기 때문이다. 이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바로 필요하지 않은 영양분까지 모두 태워 에너지를 만든다. 영양분이 저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비만이 될 확률도 낮고,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위험도 줄어든다. N9a형 DNA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사람은 추위에도 잘 견딘다고 한다.

이 교수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사람일수록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효율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내놨다. 우선 혈액의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한 세포에 실험 대상자의 세포(혈소판)를 융합한 ‘사이브리드’라는 세포를 만들었다. 조사 결과 체질량지수가 높은 사람의 사이브리드의 에너지 소모능력이 체질량지수가 낮은 사람의 사이브리드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될수록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건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오직 어머니로부터 유전된다는 사실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뤄질 때 정자는 핵만 난자와 결합한다. 결국 수정란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오직 난자에 있던 것 뿐이다. 자식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반씩 닮지만 미토콘드리아의 DNA만큼 어머니를 더 닮는다고 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와 비만의 관계가 더 밝혀지면 비만과 당뇨의 탓을 어머니에게 돌리는 사람이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글 : 목정민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ndsl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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