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수학'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5.19 [MATH] 사랑도 수학으로 풀 수 있을까
  2. 2008.12.31 한붓그리기의 아버지

국제 수학자대회가 2014년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이를 기념해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MATH]라는 주제로 우리생활 속 다양한 수학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기초과학의 꽃이라 불리는 수학이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또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수학 원리들이 존재하는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든 남녀 간의 사랑이든 또는 친구 사이의 사랑이든, 사랑은 우리를 밝고 좋은 세상으로 이끌어 가는 힘이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서로를 질긴 끈으로 꽁꽁 매놓은 매듭과도 같이 한 번 매 놓으면 풀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어려운 사랑을 수식으로 간단히 푼 사람이 있다.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천재로 알려진 아인슈타인(Einstein, Albert, 1879-1955)이다.

아인슈타인의 사랑방정식을 해석한 그림
Love=2□ + 2△ + 2● + 2V + 8<

 

어느 날 물리학 강의 도중 잠깐 숨을 돌리는 아인슈타인에게 한 학생이 물었다.
“박사님은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상대성 원리도 발견하시고 수식화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사랑도 방정식으로 표현하실 수 있습니까?”

잠시 생각하던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사랑 방정식을 만들어 냈다.

Love=2□ + 2△ + 2● + 2V + 8<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을 마지못해 떠나가며, 못내 아쉬워 뒤돌아보는 그 마음! 갈 수 없는 길인데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간절한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사랑이다.”
아인슈타인의 사랑에 관한 재치 있는 수식은 사랑의 감성적인 면을 나타낸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로 수학을 이용하여 사랑을 설명할 수 있을까?
수학은 뭐든지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인데 사랑인들 못하랴!

● 마당발 위상수학

사랑을 수학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우선 위상수학(位相數學, topology)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상수학을 간단히 말하자면 공간 속의 점, 선, 면 그리고 위치 등에 관하여 양이나 크기와는 상관없이 형상이나 위치 관계를 나타내는 수학의 한 분야이다.

 


이를테면 진흙 덩어리를 가지고 둥근 공을 만들었다가 공 모양을 변형하여 긴 막대기나 손잡이가 없는 컵을 만들 수 있다. 이때, 모양은 공에서 막대기나 컵으로 바뀌었지만 진흙 덩어리가 모래로 바뀌었다든지 서로 떨어졌다든지 구멍이 뚫렸다든지 하는 변형은 없다. 이럴 경우 우리는 둥근 공과 막대기 그리고 손잡이 없는 컵은 위상적으로 동형이라고 한다. 그러나 구멍 뚫린 도넛과 공은 위상적으로 동형이 아니다. 구멍 뚫린 도넛은 구멍 뚫린 손잡이가 달린 컵과 위상적으로 동형이다.

위상수학은 여러 면에서 기호논리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수학의 거의 모든 분야는 물론 예전에는 수학적 방법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여겼던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기계 장치, 지도, 배전망, 복잡한 기능을 계획하고 제어하는 조직 설계에 영향을 미친다.


● 애정에 관한 파국이론

1950년대 말쯤부터 영국의 수학자 지이만(E. C. Zeeman)이 처음으로 위상수학을 수학 이외의 다른 과학에 응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뇌의 위상적 모델을 만들어 여러 가지 현상을 해석함으로서 많은 수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자극을 받은 톰(R. Thom)은 수학의 이론을 생물학과 물리학 더 나아가 사회과학에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고, 1973년 말, <구조안정성과 형태형성의 이론>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톰은 이 책에서 갑작스러운 큰 변화를 카타스트로피(catastrophe, 파국)라고 하며 이 ‘파국’을 어떻게 수학적으로 파악하는가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그런데 파국에 관한 톰의 생각은 난해하고 철학적이었기 때문에 지이만이 톰의 이론을 쉽고 응용하기 편리하도록 풀이하였다. 지이만은 파국이론을 전개하는데 ‘적에 대한 개의 행동’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개에 대한 지이만의 예 대신 사랑으로 파국이론을 간단히 알아보자.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젊은 남녀가 있다. 그들의 사랑을 수치적인 양으로 나타내기는 힘들지만, 둘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방에게 더욱 깊은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됐다. 이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몇 차례 싸움도 했다.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가던 연인은 어느 날 하찮은 일로 심하게 싸우게 되었다. 그래서 화가 난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던 마음이 시들게 됐다. 하지만 예전의 사랑을 되찾고 싶어 하는 남자는 어떤 방법으로 여자에게 화해를 청할까 생각하다가 편지를 쓰기로 했다. 그래서 남자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짧지만 진심이 가득담긴 화해의 편지를 정성껏 써서 보냈다. 편지를 읽어본 여자는 남자의 진심에 너무 감동한 나머지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벅차올랐다. 결국 그들의 사랑은 다시 뜨거워졌고 예전보다 더욱더 사랑이 깊어지게 됐다.

이 이야기를 수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그래프로 나타내어 보자. 그림의 수평 좌표는 둘이 만남을 유지하는 시간이고 수직 좌표는 사랑의 양이라고 하자.

 왼쪽의 그래프는 불연속적인 현상을 나타낸 것이고
오른쪽의 그래프는 이들을 포함하는 곡면이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처음 만남을 가졌을 때부터 꽃을 선물할 때까지 연속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꽃을 선물한 다음은 사랑의 감정이 위로 ‘점프’했다. 또 약속을 어긴 이후에 연속적으로 변하던 곡선이 말다툼이 있은 다음에는 밑으로 ‘점프’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남자의 편지를 받고 둘이 화해를 한 이후에는 기존에 있던 양보다 훨씬 많이 점프했다. 이런 복잡한 불연속을 어떤 한 곡면 위에 모두 나타낼 수 있고 그 곡면의 성질로부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파국이론이다.

● 자연재해를 통해 본 파국이론

파국이론은 예전의 연속적 현상만을 다루었던 수학에 불연속 현상을 도입하는 획기적인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어떤 현상에 대한 다양한 표현 방법의 모델이 수학자로부터 자연과학자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자에게도 제공됐다.

지이만은 이런 기법을 이용하여 국방 문제에서부터 나라 사이의 외교 관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응용의 보기를 들어 파국이론을 설명했다. 이런 설명 중에서 사회과학과 관련된 어떤 것은 이야깃거리로는 재밌지만 아직까지 엄밀하게 정립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자연과학의 여러 곳에서는 실제로 파국이론이 응용되고 있다.

 



2004년 인도네시아는 쓰나미로 약 15만 명의 인명 희생과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런 큰 자연재해는 역사적으로 인간과 자연에 큰 영향을 끼쳤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미국의 고고학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키즈는 세계 각국의 사료를 조사해서 쓴 <대(大)재해(Catastrophe, 2000년)>에서 서기 535에서 536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대기가 혼탁해지면서 태양을 가려 큰 기근과 홍수가 나고 전염병이 창궐해 구시대가 몰락하고 새 문명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1815년에는 인도네시아 숨바와 섬의 탐보라 화산 폭발로 수십만 명이 숨졌다. 대기를 뒤덮은 150만 km³의 화산재와 먼지는 지구의 기온을 낮췄고, 이로 인해 이듬해인 1816년은 유럽인들에게 ‘여름이 없었던 해’로 기억됐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흉작이 이어졌다.

미국 해군에서 입수한
2004년 인도네시아의 실제 쓰나미 사진.


1845년 여름 아일랜드에서는 3주 동안 내린 큰비와 습한 날씨 때문에 감자 역병(감자 마름병)이 퍼졌고, 이 비는 이듬해 봄까지 계속됐다. 결국 주식인 감자 농사를 망친 수많은 아일랜드 인들이 굶어죽었고 200만 명 이상이 이후 10년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대규모 자연재해가 인류역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파국이론의 실제 예이다.

●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지금까지 주로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면 이번에는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자.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부인을 미망인이라고 하고, 아내를 잃은 남자를 홀아비라고 하며, 부모를 잃은 자식을 고아라고 한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나라 말에도 자식을 잃은 부모를 지칭하는 단어는 없다고 한다. 그만큼 자식을 잃는다는 것은 말로 도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그렇다면 자식의 부모 사랑은 어떨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효를 매우 중요한 인간의 도리로 생각하고 있었고 지금도 아름답게 이어지고 있다. 효에 대하여는 매우 많은 예와 훈훈한 이야기가 있다. 그 중에서 우리는 김삿갓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겠다.

방랑시인 김삿갓! 그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과 함께 우리 민족의 영원한 해학으로 기록되고 있는 인물로 원래 이름은 김병연이다. 그는 조선말에 선비 집안에서 태어나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집안이 역적으로 몰려 가정과 관직을 버리고 평생을 삿갓을 쓰고 방랑하며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호방하고 재치 있는 시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많은 시 가운데에서 일대일 대응을 이용하여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한 시를 한 편 소개하며 이야기를 맺고자 한다. 이 시는 그가 전국을 떠돌던 때에 바닷가 어떤 사람의 회갑연에 초대받게 됐다. 그때 그 자식들이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비는 시를 부탁하자 즉석에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의 소재는 모래알인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대인인 아르키메데스는 지구 상의 모래알의 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구 상의 모래알의 개수는 유한하며, 그 개수는 ‘제 7의 옥타드 천 단위’수인 10의 51승 보다 적다.”

그러나 김삿갓은 이 세상의 모래알의 수를 무한으로 보고 그 개수를 세는 방법을 칸토르가 무한집합의 개념을 만들 때 사용한 ‘일대일 대응’의 원리를 사용하고 있다. 참으로 뛰어난 인물이었던 것 같다.

可憐江浦望 (가연강포망) 강에 나와 그 경치를 살펴보니
明沙十里連 (명사십리연) 유리알 같은 모래가 십리에 걸쳐 있구나.
令人個個捨 (영인개개사) 모래알을 일일이 세어보니
共數父母年 (공수부모년) 그 수가 부모님의 연세와 같구나.


비록 김삿갓이 알고 있었던 모래알의 수는 틀리지만, 이 시에 나타나 있는 것과 같이 그는 이미 일대일대응 규칙으로 무한을 계산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 시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대일 대응


일대일 대응이란 두 집합 A, B의 원소를 서로 대응시킬 때, A의 한 원소에 B의 단 하나의 원소가 대응하고, B의 임의의 한 원소에 A의 원소가 단 하나 대응하도록 할 수 있는 대응이다. 이 때 집합 A, B는 대등(對等, 서로 견주어 높고 낮음이나 낫고 못함이 없이 비슷함)이라고 한다. 자연수 전체의 집합, 짝수 또는 홀수 전체의 집합은 각각 일대일 대응이므로 대등이다. 또 A, B 집합 사이에 일대일 대응이 이루어지면, 각 집합에 속하는 수의 개수는 같다.

위상수학과 일대일 대응을 통해 사랑을 수학적으로 풀어보았다. 수학과 사랑이 또 다른 것으로 엮일 수 있다면, ‘사람에게 소중한 가치’라는 공통분모로 묶일 수 있지 않을까.
이 세상의 모든 자식과 부모님들이 모두 건강하게 사랑하며 살길 기원한다.


글 :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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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등학교 수학문제들 중에 한붓그리기라는 주제로 위상수학이 소개되고 있다. 과거 중등교육 과정 중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양적인 면에서 많이 발전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극히 일부만 접할 수 있었던 수학문제를 지금은 중등교육 과정의 모든 학생들이 그들의 수학시간에 풀고 있는 것이다. 지식의 홍수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이 실감 난다.

위상수학의 학문적 바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복소수, 원주율, 적분, 함수 등을 표시하는 기호를 처음으로 사용했던 오일러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철학자 칸트의 생활공간이었던 독일의 괴니히스베르그의 주민들이 가졌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오일러의 노력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 도시를 관통하는 프레겔이라는 강과 그 내부에 고립된 두 섬 사이에 7개의 다리가 있었다. 주민들은 프레겔 강변의 어느 한 쪽에서 출발해 7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지나서 되돌아올 수 있는 산책로를 알고 싶어했다. 오일러의 결론은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는 산책길은 없다.였다.

오일러는 주민들 눈에 보이는 다리와 땅을 종이로 옮겨 놓았다. 실재세계를 머릿속 추상적 세계로 옮겨 놓은 것이다. 오일러의 머릿속 공간에서 다리는 선으로 땅은 점으로 보이고 그 사이를 힘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면서 논리를 세우고 문제의 해답을 찾았고, 이렇게 해서 위상수학은 탄생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위상수학이 중등교육에 도입되는 이유는 현대생활에 있어서 그것의 유용성 덕분이다. 한붓그리기에서 시작된 위상수학은 지하철 노선의 계획, 반도체 집적회로의 설계, 컴퓨터의 기억장치 배열, 세일즈맨이나 여행가들의 최적 경로 찾기 등에 이용되고 있다. 실재하는 이 세상의 경제적 활동영역에 넓게 응용되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한붓그리기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위상수학은 최신의 물리학에도 이용되고 있다. 물리학은 운동과 공간의 형식을 갖는 추상적 세계라 할 수 있다. 이런 물리학의 형식화는 17세기 말 뉴턴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공간 속에서의 변화 또는 운동은 원인이 있는데 그 원인이 바로 힘이라는 것이다. 자연에서 물체가 움직일 때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을 모두 알게 되면, 원인을 알게 되는 것이고 그 결과로 미래의 특정한 시간에서의 위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된다는 원리다. 이후에 물리학자들은 힘의 역할을 대신하는 에너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추상적 세계의 묘사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물리학에서 형식화의 틀이 20세기 초에 크게 바뀌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때문이다. 뉴턴의 물리학 형식에서 공간은 단순히 연극의 무대배경과 같다고 보았다. 연극이란 희곡을 바탕으로 인간 삶의 변화무쌍함을 배우가 몸짓과 언어로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것이다. 이때 무대는 특정한 시대 또는 시간에 고정되어 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뉴턴 이래로 200년 넘게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무심코 믿어 오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시간과 공간이 합쳐져서 상황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시공간은 관심의 대상인 물체와 무관한 고정불변의 것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아인슈타인은 상황에 따라 그 표정과 몸짓을 달리하는 무대 위의 배우로 바꾸어 놓았다.

시공간이 고정불변이 아니고 변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것은 빛이 움직이는 경로를 보면 알 수가 있다. 그전까지 모든 물리학자들은 빛은 곧게 뻗어 진행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인슈타인은 태양과 같은 무거운 물체의 근처를 지나는 빛은 물체의 존재가 원인이 되어 그 시공간 자체가 휘어진다고 생각했다. 휘어진 공간을 따라 빛이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그 경로도 휘어질 것이다.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1919년 개기일식을 이용하여 검증되었다. 시공간을 인간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없을 뿐이지 물리학의 눈과 손에는 보이고 만져지고 때때로 이곳에 있을 때 저곳에 있을 때 그 성질을 달리하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공간의 틀을 깨뜨린 것이 양자역학이다. 입자가 운동하는 것은 그것에 미치는 힘 또는 그것이 가지는 에너지 때문이다. 그런데 입자의 운동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변한다는 것은 그 입자가 가지는 에너지의 증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뉴턴은 멀리 있는 입자들 사이의 상호 영향력을 미칠 때 그 사이의 공간은 무대배경처럼 아무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양자역학에서는 그 입자들의 존재로 인해서 공간의 이곳저곳에서 다른 값을 갖는 필드 또는 장이라는 것이 실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입자가 운동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입자 에너지의 증감을 장이 주거나 받게 되어 자연스럽게 입자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양자역학의 또 다른 특징으로 입자가 제한된 영역에 구속되어 있으면 그곳에서 에너지는 연속적인 값을 갖지 못하고 띄엄띄엄한 값만을 갖게 된다. 다른 값을 가진 상태로 변하게 되면 그 차이만큼의 에너지 덩어리, 즉 입자를 외부로 방출하거나 외부에서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장이 에너지를 가지며 실재한다고 생각하면 각기 장마다 고유한 입자를 만들어내거나 그 입자를 다시 흡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동안 텅 비어 있는 것으로 생각해왔던 공간은 오히려 장이라는 것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고 더불어 입자가 생성되기도 하고 사라지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물리학의 형식에 있어서 큰 변화는 100년 전에 시작되었다. 현재 새 이론들은 낡은 이론이 잘 들어맞는 실험적 조건에서도 낡은 이론과 똑같은 예측을 함으로써 물리학의 대응원리를 만족시키고 있다. 뉴턴 역학이 포함된 물리학을 굳건히 지켜주는 2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큰 변화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거대한 우주를 하나의 얇은 막으로 생각하는 M-이론이 그것이다. 올여름 유럽 입자물리학연구소의 LHC의 가동과 더불어 언론매체에 자주 소개되기도 했다. M-이론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오일러에 의해서 개발된 위상수학의 도구들을 많이 빌려와 사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공간 해석에 있어서 고유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물리학의 버팀목 2개를 1개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머릿속 세계에서 11차원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수와 공간으로 생각의 범위를 넓혀가는 수학자들은 이러한 고차원의 세계를 많이 탐색해 놓았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그들이 차려놓은 공간의 밥상 위에 입자들의 운동을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말은 쉬워도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안성맞춤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에서 출발선을 넘어선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최첨단의 순수 물리학으로 세계 곳곳의 인재들이 이 일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의 두드러진 기여는 없다. 앞으로 한붓그리기와 같은 추상세계에 빨리 익숙해진 지금의 중등학교 학생들에게 큰 기대를 해본다.

우리들 눈길이 닿는 곳에 색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또 다양한 모양의 선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삭막한 세상인가. 이처럼 우리 생활에서 미술의 유용함을 믿으면 추상화란 결코 쓸모없는 그림이 아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젊은 세대의 활약은 추상적 세계의 가치를 소홀히 다루지 않는 사회적 인식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추상적 세계의 근본은 실재세계다.

글 : 김태연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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