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1.02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게 된다 (1)
  2. 2008.07.28 머피의 법칙은 우연이 아니야 (1)
2009년, 소의 해가 밝았다. 소는 옛날부터 농사꾼의 듬직한 존재였기에 부와 성실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 민족의 좋은 동반자 관계여서 그런지 유난히 소와 관련된 속담도 많은데, 그중에서 아마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속담은 우연히 행운을 얻게 된다는 뜻의 ‘소 뒷걸음질치다 쥐잡기’가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과학사에도 이러한 사례는 종종 있다.

실험 과정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위대한 발견을 부르기도 한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불리는 기적의 물질 페니실린도 실수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국의 미생물학자인 플레밍은 세균을 관찰하는 실험을 하던 중, 세균 배양기 위에 콧물을 떨어뜨렸다. 칠칠치 못한 일이었으니 얼른 치워버렸으면 그만일 텐데, 그는 자신의 실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관찰했다. 관찰 결과 콧물이 들어 있는 배양기의 세균이 모두 죽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콧물 속에 세균을 죽이는 리소자임이라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 플레밍은 실수를 통해 더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당시 플레밍은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부스럼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을 배양하고 있었다. 세균을 배양할 때는 다른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배양기의 뚜껑을 잘 닫고, 다른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실수로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배양기가 있었고, 거기에 푸른곰팡이가 끼어 못쓰게 된 일이 생겼다. 배양기 뚜껑이 열린 사이 푸른곰팡이 포자가 날아와 붙었던 것. 그런데 신기하게도 곰팡이가 핀 배양기에는 세균이 모두 죽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플레밍은 푸른곰팡이가 세균을 죽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플레밍이 맞았다. 그는 ‘페니실륨 노타튬’이라는 푸른곰팡이가 폐렴균, 탄저균 등의 세균을 죽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플레밍은 이 성분을 추출해 페니실린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최초의 항생제가 탄생한 것이다. 플레밍은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1945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세균도 곰팡이도 수많은 종류가 있다. 플레밍이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은 배양기에 딱 알맞은 세균과 곰팡이가 만나 반응을 한 것은 정말 로또 당첨에 맞먹는 행운이라 할 수 있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이후 병리학자인 플로리와 체인이 페니실린을 정제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페니실린이 상용화되는데도 역시 우연의 힘이 작용했다. 실험 동물로 기니피그가 아니라 생쥐를 썼다는 점이다. 페니실린은 생쥐에게는 독성이 없지만 기니피그에게는 독성이 강하다. 따라서 기니피그를 실험용으로 사용했다면 페니실린을 약으로 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지 모른다. 현대 의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항생제는 이렇게 이어진 우연의 결과로 세상에 선을 보였다.

많은 과학사가들이 20세기 과학의 기점으로 삼는 X선의 발견 역시 행운의 여신이 준 선물이다. 뢴트겐은 음극선에 대해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X선을 발견하게 되었다. 검은 종이로 둘러싼 크룩스관으로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근처에 있던 판이 형광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진공관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음극선이 금속 벽에 빠른 속도로 충돌하면서 투과력이 강한 새로운 광선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미지의 빛이라는 뜻에서 이 새로운 광선을 X선이라 명명했다. 뢴트겐은 이 발명으로 1901년 최초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최근 우연한 발견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원료 실데나필의 개발은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원래 연구팀은 심장병 환자를 위해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약제를 개발하던 중이었다. 이 약은 영국에서 심장병 환자들에게 투여되었는데, 심장 기능을 개선하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약을 수거하려고 하자 환자들이 거부했다. 환자들은 그 이유를 “심장에는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성생활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약이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과는 미미하지만 부작용으로 음경 발기를 일으킨다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이후 대대적인 심상 실험을 거쳐 화이자는 1998년 4월 비아그라를 출시했고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제품의 부작용이 각광받은 사례는 탈모제에도 있다. 탈모 치료제인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은 원래 각각 전립선 치료제와 고혈압약으로 개발되었는데 둘 다 머리, 팔, 다리 등에 다모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미국 제약회사 MSD는 자사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를 사용한 사람에게 다모증이 생기는 점에 착안, 제품에 포함된 피나스테리드 용량을 1mg 줄여서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를 내놓았다. 먹는 고혈압 치료제로 혈관확장제였던 미녹시딜은 바르는 탈모 치료제가 되었다. 미녹시딜은 남성호르몬과 무관하게 모발을 자라게 하기 때문에 여성 탈모나 원형 탈모증 등 남성 탈모와 다른 유형의 탈모증에도 널리 쓰이게 되었다. 물론 고혈압 치료제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의약품 중에는 본래 의도와는 다른 효과를 내는 것들이 종종 있다.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된 부프로피온(상품명 웰부트린)도 그런 예다. 이 약은 니코틴 성분이 없지만 흡연에 대한 갈망과 니코틴 금단 증상을 완화시킨다. 금연 이후 체중이 느는 것도 막는 효과가 있다.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안락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기전으로 금연을 돕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빨강, 노랑, 분홍, 복숭아색 등 여러 가지 색의 장미꽃이 있지만, 파란색 장미는 없었다. 파란색 장미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우연히 찾아왔다. 지난 2004년 미국 밴더빌트대학의 생화학자 2명은 암과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연구하던 중 박테리아가 파랗게 변하는 모습을 발견했고, 이 박테아의 유전자를 장미에 옮겨 넣으면 파란색 장미가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실현 여부를 떠나 작은 현상이라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하나의 생각을 다른 분야에 적용해보는 열린 마음이 낳은 결과다.

이 밖에도 우연이 만들어낸 과학적인 성과는 셀 수 없이 많다. 3M은 강력 접착제를 연구하다가 의도와는 전혀 다른 물건인, 붙였다 뗐다 하는 접착물질을 이용해 포스트잇을 만들어냈다. 듀폰사의 플룬케트는 우주선을 열로부터 보호하는 물질을 연구하다가 테플론을 발명했다. 이러한 의외의 발명품들은 획기적인 과학 발달의 계기가 되기도 했고, 막대한 상업적인 이익을 낳기도 했다. 본래의 의도대로라면 실패한 결과지만 연구자들이 그 사건이나 현상이 주는 중요함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만일 플레밍이 곰팡이가 낀 접시를 그냥 내다 버렸다면, 뢴트겐이 실험실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콜럼버스는 인도를 향해 가다가 아메리카 대륙에 닿았다. 하지만 그가 인도를 향해 그 길고 험난한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결코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과학사의 우연이라는 것도 끈질긴 연구의 결과로 얻어지는 결과이다. 과학적인 지식과 어떤 현상에 숨겨진 비밀을 캐기 위한 열정이야말로 세기의 과학적 발견과 발명을 이끌어내는 로또다. 부디 기축년 새해에는 여러분에게도 이런 행운이 오길 바란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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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은 대부분 안 좋은 쪽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라고 한다. 버터를 바른 면이 항상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거나 하필 내가 선 줄이 가장 늦게 줄어든다거나 하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법칙이라는 말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다소의 위안을 얻는다.

머피의 법칙은 미공군 엔지니어였던 머피가 수행한 어느 실험 과정에서 유래된 이후, 수없이 많은 버전으로 파생되고 발전되어 왔다. 머피의 법칙은 그냥 재수 없는 현상으로 치부되기 보다는 심리적이거나 통계적으로 또는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며 다음과 같이 세 가지 경우로 분류하여 논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서두르고 긴장하다 보니 자신이 실수를 해서 실제로 일이 잘못될 확률이 높아지는 경우이다. 긴급한 이메일을 보내려 할 때 멀쩡하던 네트워크가 다운된다거나, 중요한 데이트를 앞두고 잘 차려 입은 옷에 음료를 쏟는다거나 하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을 연구하던 소드(Sod)는 1000명을 대상으로 경험에 의존한 여러 가지 현상들에 관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결과적으로 긴급하고, 중요하고, 복잡할수록 일이 잘못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였다. 사람들은 일이 잘못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며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일이 잘못 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긴장하게 되고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일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무리 급해도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컴퓨터에게도 자신이 급하다는 사실을 절대 눈치 채게 해서는 안된다. 그럴 때일수록 태연하게 행동하고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 실제 확률은 50%지만 심리적 기대치가 높아서 잘못될 확률이 높게 인식되는 경우이다. 이것은 한편 인간의 선택적 기억에 기인한다. 일이 잘된 경우에 받은 좋은 기억은 금방 잊혀 지지만, 일이 잘못된 경우에 받은 안 좋은 기억은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 섞인 비교대상의 선정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정체된 도로에서 자신이 속한 차선이 정체가 심하다고 느끼는 것은 앞서가는 옆 차선 차량과의 비교에 의한 것으로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얘기이다.

내차와 옆 차선의 차가 그림 1과 같이 20초를 주기로 섰다 갔다를 반복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두 차의 속도는 위상차를 갖고 주기적으로 변하며 평균속도는 10m/s로 동일하다. 이 때 주행거리는 속도그래프를 적분한 아래 면적에 해당된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두 차량은 동일 지점에서 시작해서 섰다 갔다를 반복하는 동안 동일한 거리를 주행하게 된다. 그러나 주행 과정을 비교해 보면, 옆차에 비하여 내차가 항상 뒤처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차가 앞서가는 시간은 1주기 20초 중 5초에 불과하다. 나머지 15초는 옆차가 내차 보다 앞서서 달린다. 그러니 그 차와 비교하면 내가 선택한 차선에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비교 대상으로 삼던 옆차 대신 그 차와 같은 차선에서 약 50m 뒤를 따라오고 있는 차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면 상황은 거꾸로 된다. 그래프에서 가는 선으로 나타난 바와 같이 그 차는 항상 나보다 뒤에서 달리고 있다. 그 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내차를 보면서 머피의 법칙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즉 비교대상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머피의 법칙’이 될 수도 있고 ‘샐리의 법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과학향기링크셋째, 실제 확률은 50%가 아닌데, 사람들이 50:50일 것으로 잘못 착각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도 과학적으로나 통계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태양이 동서남북 어디서든지 뜰 수 있는데 왜 하필 동쪽에서만 뜨는가 하고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되기로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결정론적 문제라고 한다. 반면,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어올 것인가 하는 것은 다소 무작위적이다. 뉴턴은 천체의 운동이나 물체의 움직임에 관한 과학적 법칙을 연구하여 자연현상을 모두 결정론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였다. 반면 예측이 불가능하고 무작위적인 것을 일명 ‘카오스’라고 한다. 실제의 자연현상은 결정론적인 것과 무작위적인 것이 복합되어 나타난다. 일상용어로 표현하면 우연과 필연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머피의 법칙으로 돌아가서 버터 바른 빵이 식탁에서 떨어지는 예를 생각해 보자. 축구경기에서 선공을 정할 때 동전을 던지는 것과 달리 이 경우에는 앞뒷면이 결정되는 확률이 50%가 아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지 않고 있는 가정과 조건이 여럿 숨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탁의 높이가 약 75cm이고, 빵의 크기가 약 15cm라는 가정, 지구 중력장의 크기가 9.8m/s2라는 조건, 그리고 빵과 식탁 사이의 마찰계수가 일정 범위 내에 있다거나, 주위에 공기유동이 거의 없다거나 하는 등의 가정들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초기조건으로 버터 바른 면이 식탁위에 있을 때 항상 위를 향하고 있다는 가정도 있는 셈이다. 버터를 발라서 접시에 업어놓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까.

이러한 조건하에서 빵이 식탁에서 떨어지도록 가해진 외력(외부에서 주어진 힘)이나 떨어지는 순간 빵과 식탁사이의 마찰력에 의하여 회전력 즉 토크가 발생된다. 이 토크에 의하여 빵은 자유낙하하면서 일정 회전각속도를 갖고 돌게 된다. 결국 바닥에 닿을 때까지 몇 바퀴를 회전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물론 엎어져서 떨어진다는 것이 꼭 정확하게 180도를 회전한다는 것은 아니다. 회전각도가 90-270도 사이로 떨어지면 버터 바른 면이 바닥을 향한다.



그림 2는 빵이 떨어지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이다. 물론 떨어지는 과정에서 주변 조건에 따라서 약간씩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탁이 흔들린다거나, 손으로 세게 쳐서 떨어지게 된다거나, 바람이 갑자기 분다거나 하는 등 외부 교란 변수에 따라서 회전각이 다소 바뀔 수는 있으나 270도를 넘거나 90도에 못 미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즉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 (식탁의 높이, 빵의 크기, 중력의 세기 등) 하에서는 버터 바른 면이 바닥을 향하는 것은 재수 없는 우연이 아니라 그렇게 되게끔 결정되어 있는 필연인 셈이다.

머피의 법칙은 뉴턴의 법칙이나 케플러의 법칙과 같이 완전한 과학법칙의 범주에 들지는 않을지라도 심리적, 통계적 현상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일종의 과학 법칙이다. 또 나에게만 일어나는 재수 없는 법칙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 법칙인 것이다.

글 : 한화택 교수(국민대학교 기계공학과)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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