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 영화,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비결!

여름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는 시기다. 쾌적한 영화관 안에서 거대한 화면에 펼쳐지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쾌감은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보낸다. 게다가 이젠 시각, 청각을 넘어 후각, 촉각 등 실시간으로 영화를 체험하는 4D 시대가 열렸다.

보통 ‘영화를 본다’고 할 때의 영화는 2D(2차원, Two Dimension) 영화를 가리킨다. 그런데 입체 안경을 사용해 영화를 즐기는 3D(3차원, Three Dimension) 영화가 개발되면서 영화를 훨씬 실감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젠 4D라 불리는 체험형 실감 영화가 개발돼 우리 곁에서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를 체험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해진 걸까?

전시관이나 놀이공원, 체험관 등에서 움직이는 의자를 타고 물과 바람을 맞으며 놀라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누렸던 기억이 있는가. 이런 곳을 통틀어 체험형 실감 영화관이라 하는데, 크게 라이더(Rider)와 극장용 4D로 나뉜다.

라이더는 항공기나 탱크, 자동차 등 가상공간에서 교육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가상 시뮬레이터로, 예전부터 많이 사용하던 방식이다. 주로 유압(Oil Pressure)을 사용하고 6축의 구조를 가지며 상․하․전․후․좌․우 평형이동 등 많은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약간 딱딱한 의자를 사용해서 관객들이 최대한 많은 느낌을 받도록 설계되며 안전벨트를 사용할 정도로 움직임이 매우 강하다. 대부분 10분 이내의 라이더 전용 3D 입체 영상으로 체험하며, 주로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가 연상되는 장면이 사용된다. 하나의 세트가 6석 이상의 좌석을 가지며, 의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의자를 지지하는 바닥 전체를 움직인다.

극장용 4D는 보통 공압(Air Pressure)식과 전동식으로 설계되며 협소한 공간에서 효과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 위해 3축을 사용한다. 3축은 6축과 움직임은 동일하지만 평형이동이 안 된다. 보통 1시간 30분 이상을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편안한 구조의 의자로 설계되며, 대체로 안전벨트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의자 아래 공간에 많은 장치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작고 가볍게 만들어진다.


[그림] 전동식 3축(좌)과 체험장치(우) 모형도

그렇다면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가장 중요한 시각 장치가 있다. 2D와 3D로 구분되며 번개효과를 낼 수 있는 스트로브 라이트가 있다. 이는 고급 카메라의 플래시 같은 장비로 관객들의 시야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설치하며, 번개 또는 충격적인 사고 장면 등에서 주로 사용한다.

관람실의 분위기는 LED 조명이 만들어 준다. 보통 1,600만 개의 색상을 만들어 내며 햇살의 눈부심이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때 사용된다. 이 밖에도 비눗방울을 발생시키는 버블 장치, 안개를 만드는 포그 장치, 환상적인 모습의 레이저빔 장치,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눈(Snow) 장치 등이 있다.

청각 장치로는 스피커가 있다. 가슴을 울리는 웅장한 소리야 말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누군가 나에게만 속삭여주는 듯한 청각 장치가 있다면? 의자의 가장 위쪽에 작은 스피커를 설치해 내 귀에 속삭이듯 음성이 나오게 하면 무서운 장면에서 관객들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비명을 지르게 된다.

후각 장치로는 발향기가 있다. 전쟁터의 화약 냄새, 싱그러운 꽃향기, 스컹크의 고약한 방구냄새 등 미리 설정된 냄새로 관람객의 코를 자극한다.

4D를 말할 때 보통 촉각이 대표적인 느낌이라 할 정도로 촉각과 관련된 장치는 종류가 많다. 하늘을 날 때 바람을 내보내는 팬 장치, 폭탄이 터질 때 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공기 발사기, 공룡이 기침할 때 콧물이 튀는 물 발사기, 들판에 쥐가 지날 때 나의 발목을 스치는 다리 간지럼 장치,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아래로 떨어질 때 아찔한 모션 의자의 낙하 운동, 공포영화 관람 중 갑자기 옆구리를 찌르는 솔레노이드 장치,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처럼 몸을 떨어주는 진동 스피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장면에서 뜨거운 열기를 느끼게 해주는 히터 장치 등 촉각체험을 위한 장치들이 많이 개발돼 있다.

이 장치들은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고, 또 어떤 작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걸까. 기준은 영상이 재생되는 시간이며, 영상을 재생하면 미디어서버라는 장치에서 외부 장치로 년도+월+일+시간+분+초+프레임의 데이터를 출력해준다. 이 시간정보를 기준으로 미리 프로그래밍된 시간에 대해 각각의 장치에 명령을 전송한다. 그 다음 미리 프로그래밍 하는 사람을 코딩하는 사람인 코더(Coder)는 조이스틱과 같은 모션 입력 장치를 이용해 의자의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낸다. 이때 모션 입력장치의 데이터를 컴퓨터에서 시간대별로 저장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번개, 바람, 간지럼, 찌르기 등의 효과를 추가로 삽입해 완성된 코딩을 만든다. 이때 만들어진 데이터를 4D용 메타데이터라고 부른다.(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해서 시간대 별로 정렬시켜 완성하기도 한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난 후 영화가 재생되면 미디어서버에서 시간에 따라 정해진 정보를 분석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체감 장치에 통신으로 명령을 내린다.

한 편의 체험형 영화가 완성되는 데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자, 영상을 제작하는 그래픽 기술자와 소리를 담당하는 오디오 기술자,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실감형 장치를 만들어 내는 하드웨어 기술자, 영화에 맞게 실감형 장치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코더, 영화와 실감형 장치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 다양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협업과 기술의 융합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영화의 발전 뒤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으로 뒤따른다.

글 : 서영동 (주)창진알앤디랩 대표이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1872년 어느 날, 경주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말이 속보와 습보로 달릴 때 네 발굽이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있는가?” 라는 질문 때문이었다.

말의 걸음걸이는 속도에 따라 크게 평보, 속보, 구보, 습보의 네 가지로 나뉜다. 평상시 ‘터덜터덜’ 걸어가면 평보(walk), 그보다 빠르게 ‘탁탁’ 하고 뛰면 속보(trot), 점프를 뛰듯이 ‘성큼성큼’ 달리면 구보(canter), ‘타가닥타가닥’ 하며 전속력으로 질주하면 습보(gallop)라 부른다.

평보는 발굽이 모두 떨어지는 때가 없고 구보는 몸이 공중에 떠 있는 때가 많아 확실하지만, 속보와 습보는 판단하기가 애매했다. 사람의 눈으로 구별이 안 갈 만큼 빠르고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사진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움직이는 물체를 찍기가 쉽지 않았다. 경주마가 달리는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화가들도 땅에 닿은 발굽의 개수를 저마다 다르게 묘사했다.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경마 애호가이자 독지가인 릴런드 스탠퍼드(Leland Stanford)가 나섰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역임하고 후일 스탠퍼드대학교를 설립한 인물이다. 스탠퍼드는 개인 자금으로 연구비를 조성해 에드워드 마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를 고용하고 실험을 통해 증명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림 1] 동영상을 최초로 제작한 에드워드 마이브리지.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마이브리지는 1830년 영국 태생의 사진가로 25살에 미국으로 건너와 서점을 운영하다가 1860년 여행 중 마차사고로 머리를 다친다. 그러나 요양 중 연마한 사진기술 덕분에 1860년대에는 풍경과 건축물 사진으로 명성을 얻는다.

1870년 샌프란시스코 조폐국을 새로 지을 때는 저속촬영 기법(time lapse photography)으로 건축 상황을 기록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저속촬영이란 일정한 시간 간격에 따라 사진을 간헐적으로 촬영해 긴 시간을 짧게 줄여 보여주는 기법이다. 스탠퍼드가 마이브리지를 고용한 것도 사진술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방식 때문이었다.

마이브리지는 스탠퍼드 소유의 경주마 옥시던트(Occident)를 데려다 속보로 달리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말은 빠르게 달리는 반면에 사진기의 셔터 속도가 너무 느려 명확하게 판독을 하기 어려웠다.

스탠퍼드는 연구자금 지원을 멈추지 않았고 마이브리지는 마침내 1878년 새로운 촬영법을 개발하게 됐다. 경주 트랙을 따라 12대 또는 24대의 사진기를 1피트 간격으로 늘어놓고 말이 지나갈 때마다 순차적으로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셔터 속도도 개량해 1,000분의 2초라는 빠른 촬영이 가능했다. 이렇게 찍힌 사진에는 말이 달리는 모습이 순간마다 완벽하게 포착돼 있었다.

마이브리지의 촬영법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속보로 달리는 말의 모습이 담긴 12컷의 사진은 실제 모습을 명확하게 잡아냈다. 말의 움직임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포착한 이 한 장의 사진 덕분에 말발굽과 달리기에 대한 논쟁은 말끔하게 해결됐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1878년 10월호에 마이브리지의 사진이 판화로 재현돼 게재되면서 학술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그림 2] 1878년 마이브리지는 말이 달리는 모습을 연속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이듬해 마이브리지는 사진을 연속적으로 이어서 보여주는 ‘주프락시스코프(zoopraxiscope)’를 선보인다. 둥글고 납작한 유리판의 가장자리에 연속 촬영된 동물의 모습을 붙인 뒤 회전시키면 실제 움직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치였다. 스크린에 영화를 비추는 영사기의 원형이라 부를 만한 위대한 발명품이 탄생한 것이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에 등장했을 때도 주프락시스코프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도 마이브리지는 말 이외에 사람, 동물, 새의 움직임을 사진으로 촬영해 주프락시스코프로 재생했다. 사람들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도 강연 요청이 밀려들었다.

1881년 프랑스를 방문한 마이브리지는 ‘크로노포토그래픽 건(Chronophotographic Gun)’을 개발한 에티엔-쥘 마레(Etienne-Jules Marey)와 만나게 된다. 생태학자였던 마레는 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총 모양의 사진기를 개발한다. 이 사진기는 동물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나가는 대신 필름이 회전하면서 1초에 12장의 사진이 찍혔다.

공통의 목표를 지닌 마이브리지와 마레는 금세 의기투합해 공동 작업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마이브리지는 예술적인 태도로 마레에게 감명을 주었고, 반대로 마레는 과학적인 방식으로 마이브리지에게 영향을 끼쳤다. 둘의 업적은 연속촬영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었고 바야흐로 ‘동영상(Motion Picture)’의 시대를 열었다.



[그림 3] 에티엔-쥘 마레가 개발한 ‘크로노포토그래픽 건’. 방아쇠를 당기면 필름이 회전하면서 1초에 12장의 사진이 찍힌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1888년 조지 이스트먼(Geoge Eastman)이 돌돌 말린 롤 형태의 필름을 개발하고 1892년 사진용품 회사 이스트먼 코닥(Eastman Kodak)을 설립하면서 동영상 기술은 다시 한 번 전환기를 맞이한다. 원반을 이용한 주프락시스코프는 몇 초 동안의 움직임만 보여줄 수 있었지만, 롤 형태의 이스트먼 방식을 사용하면 몇 십 분짜리 영상을 촬영하고 재생하는 일이 가능했다. 영화라는 장르가 인류 역사에 등장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였다.

발명왕 에디슨이 1891년 키네토그래프(Kinetograph)를 발명했지만 기계 안을 혼자서 들여다보는 방식이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던 1895년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대륙의 곳곳에서 스크린 위에 상영되는 최초의 영화가 선을 보였다.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Auguste & Louis Lumière)는 가장 늦은 1895년 12월 28일에야 영화 상영 기술을 선보였지만 “기차가 달려드는 화면에 관객들이 놀라 영화관을 뛰쳐나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영화의 창시자로 등극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최초의 영화로 알고 있는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는 사실 이듬해인 1896년에 상영된 작품이다.

어쨌든 그 이후 영화 장르는 발전을 거듭했으며 오늘날 거대한 산업을 이루었다. 말 애호가인 스탠퍼드의 자금으로 땅을 마련하고 끈기 있는 마이브리지의 노력으로 씨앗을 심은 덕분에 지금의 영화인들은 풍성한 열매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때는 기원전 1만 년의 어느 날, 북아메리카의 어느 평원에 매머드 한 마리가 육중한 몸을 이끌고 느릿느릿 걷고 있다. 매머드는 현재의 코끼리와 여러 면에서 비슷한 동물로 나뭇잎을 뜯어먹거나 식물의 연한 어린 가지를 뜯어 먹는다. 하지만, 키가 3미터가량으로 코끼리보다 크며, 코끼리 상아와 다르게 고리모양으로 휘는 상아를 갖고 있으며, 온몸이 두터운 털로 덮여 있다.

빙하기가 막 끝난 무렵이라 몸을 덮은 털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며 걷던 매머드가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호기심이 넘치는 매머드가 울긋불긋한 꽃 몇 송이를 발견하고는 다가가 파릇한 이파리들을 왕창 뜯어 입에 넣는다.

이때 수풀 너머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매머드는 몸을 움찔한다. 스밀로돈이 분명하다. 키는 자신의 절반도 안되지만 스밀로돈은 높이 솟아올랐다가 상대의 목에 20cm가량 길게 튀어나온 송곳니를 꽂아넣는 위협적인 공격력을 갖고 있다. 오늘날 ‘검치호'라고 불리는 동물이다. 하지만, 무리와 함께 있을 때는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스밀로돈이라도 땅을 울리는 매머드 무리를 만나면 일단 피하기 때문이다.

혼자인데도 이 매머드는 스밀로돈의 소리가 왠지 이상하다는 생각에 호기심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풀을 헤치며 나간다. 그리고 발을 멈춘다. 눈앞에 놓인 커다란 구덩이에 스밀로돈 한 마리가 빙글빙글 돌고 있다. 스밀로돈은 그림자를 보더니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건다.

“누구냐? 나 좀 꺼내줘~!”
매머드는 아직도 입 안에 잔뜩 남은 꽃잎을 질겅질겅 씹으며 긴 코를 말아 올려 콧잔등을 긁는다. 그리고 웃으며 말을 건다.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
“고깃덩어리가 있기에 웬 떡이냐 싶어 달려들었는데 갑자기 땅이 꺼지더라고. 너무 높아서 기어오를 수도 없어. 이봐, 매머드. 나 좀 도와주지? 만약 꺼내주면 앞으로 넌 내가 보호해줄게.”
매머드가 순진하게도 뒷일을 생각지 않고 어떻게 구해줄 수 있을지 주변을 살핀다. ‘나무기둥을 넣어주면 타고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 매머드는 쓰러져 있는 나무기둥 근처로 간다.

이때 누가 불쑥 나타난다. 길게 튀어나온 부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부리의 주인은 포루스라코스다. ‘공포새’라고 불리는 녀석이다. 가장 큰 포루스라코스는 키가 3미터 정도로 매머드와 맞먹을 정도다. 비록 날지는 못하지만, 새처럼 날개가 있다. 언뜻 보면 타조랑 비슷하지만, 훨씬 크고 빠르다. 특히 무척 긴 다리로 시속 60km 이상의 속력으로 사냥한다. 육식을 하는 이 새는 사람도 잡아먹어 식인새로도 불린다. 이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초식동물에 스밀로돈과 포루스라코스는 공포의 대상이다. 포루스라코스는 교활한 눈으로 곤경에 처한 스밀로돈을 비웃더니 매머드에게 말한다.

“절대 구해주지 마. 저기서 나오자마자 널 잡아먹을걸?”
스밀로돈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으며 눈길을 피한다.

“사람이 만든 함정에 걸린 거야. 털도 없고, 달리기도 느리고, 힘도 약한 사람. 하지만, 그 녀석들은 머리가 좋아. ‘함정'이라고 들어봤어? 사람이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나뭇가지를 덮은 다음 미끼를 놓은 거야. 저 스밀로돈은 바보같이 거기에 달려든 거고. 아마 조금만 더 있으면 사람들이……”
매머드와 포루스라코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쭉 펴며 고개를 높이 든다. 사람들의 기척이 들린다. 사람들이 저 멀리서 몸에 짐승의 가죽을 걸치고, 손에 무기를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 일부는 말을 타고 오고 있다.

“……창으로 널 찌르고, 손발을 묶어서 데려갈 거야. 난 멀리서 본 적이 있어. 저녁이 되면 불을 피우고 낮에 잡아온 동물들을 구워먹고, 너희를 가축으로 길러 피라미드를 만들 거야. 돛단배로 바다 동물도 잡아먹더라고. 큰 이빨도 없고 날카로운 부리도 없고 덩치도 작지만, 어쩌면 사람이 제일 무서운 존재일지도 몰라.
포루스라코스는 말을 끝내더니 장난기 어린 눈을 하며 멍하니 있던 매머드를 한쪽 발로 툭 찬다.

“뭐해? 여기 있다가, 너도 저 아래 있는 바보 스밀로돈이랑 똑같은 꼴이 될 거야, 얼른 도망쳐!”
매머드는 포루스라코스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며 허둥지둥 몸을 돌린다. 포루스라코스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뛰며 달아나다가 땅 위에서 잽싸게 움직이던 쥐 모양의 작은 동물 하나를 부리로 물고는 바람에 날리는 안개처럼 사라진다. 매머드는 얼마 전 사람에게 잡혀갔던 친구 하나를 떠올리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사람들은 달리는 매머드보다 이미 사로잡힌 스밀로돈에 더 관심이 많다. 과학향기링크

*****

앞에 제시한 내용은 최근 개봉한 ‘10,000 BC’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을 중심으로 영화 내용을 조금씩 넣어 재구성한 것이다. 동물이 말을 한다는 점은 잠시 제쳐놓더라도 앞 내용, 즉 영화에는 몇 가지 사실과 다른 오류가 있다.

영화에서 사람이 매머드로 돌을 나르게 하는 등 가축처럼 이용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기원전 1만 년에 비로소 정착하며 개와 같은 동물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매머드는 덩치가 너무 커 사람이 가축으로 기르기 불가능했을 것이다. 말 역시 5000~6000년 전에야 가축이 된 것이라서 이때 말을 타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더욱이 피라미드와 돛단배가 나오는데, 피라미드는 약 5000년 전에야 세워졌고, 돛단배는 약 4000년 전에 만들어졌다. 이들 장면은 사실과 다르지만, 영화감독이 영웅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려고 넣었다고 한다.

또한, 과학자들은 영화에서 식인새로 묘사된 포루스라코스가 실제 사람을 잡아먹지는 못했고, 오히려 사람의 공격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매머드와 포루스라코스를 같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들과 스밀로돈의 생존 시기는 겹치지만, 화석과 다른 증거를 볼 때 거주지역에 차이가 있다. 매머드는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에 걸쳐 있었지만, 남아메리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포루스라코스는 남아메리카에만 존재했기 때문에 이 둘이 마주쳤을 확률은 거의 없다.

기원전 1만 년에 매머드 외에도 다양한 초식 동물이 있었다. 사슴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뿔의 길이가 3m에 달했던 초식동물 메갈로케로스, 아르마딜로와 비슷하게 생긴 도에디쿠루스는 꼬리에 여러 개의 뿔이 삐죽삐죽 달려 이를 무기로 사용했다. 또 나무늘보와 친척 관계이지만 몸무게가 4톤이 넘는 메가테리움도 있었다.

기원전 1만 년에 먹이 사슬의 최우위를 점하던 각종 육식동물과 반대 위치에서 살았던 초식동물을 왜 지금은 볼 수 없는지, 이들이 어떻게 멸종됐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사람의 사냥 때문에 멸종했다는 설도 있지만, 신빙성이 약하다. 아마도 기후의 변화와 이에 따른 생태 환경의 이동 때문에 멸종했을 것이다. 반면 사람은 다양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남았고, 도구를 사용해 오늘날 생태 피라미드의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ndsl링크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업그레이드는 끝났다. 당신의 눈을 업그레이드 시켜라!’라고 외치는 영화 아이언맨이 적잖은 흥행을 올리면서 아이언맨의 갑옷 또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수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기존의 수퍼 영웅들은 옷을 단순히 걸치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러나 아이언맨은 힘을 얻기 위해서 옷을 입고 옷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아이언맨의 갑옷은 방탄 효과는 물론, 미사일 등 각종 무기 발사가 가능하며 하늘도 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타고난 신체적 능력이 아닌 장비의 도움으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아이언맨의 갑옷인 Powered Exoskeleton은 말 그대로 강화된 외골격이라는 뜻이다. 즉, 로봇은 스스로 움직이지만 강화복은 인간의 몸에 둘러져서 능력을 향상시키고 보호하는 장비이다. 군사 무기상이었던 주인공이 천재적인 두뇌를 사용해 만든 강화복을 부러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과학적으로 가능한 걸까?

강화복은 현대 기계공학의 정수라고 불릴 만큼 기계공학 기술이 집결된 결과물로, 크게 민간용과 군사용으로 나눌 수 있다. 아이언맨의 갑옷이 그러했듯이 군사용 강화복 위주로 과학적 필요조건을 생각해보자. 우선, 총탄이나 폭발에 안에 들어있는 사람이 다치지 않아야 하고,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또한 화생방전에서의 보호 능력도 갖춰야 한다. 이런 보호 기능이 없다면 보통 인간 병사를 쓰는 것보다 나은 점이 없다.

이러한 기본 요건을 만족시켰다면, 그 다음은 보통 성인 남성의 근력을 훨씬 상회하는 힘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아직까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강화복의 형태로 볼 때 더욱 그렇다. 임무 수행 중에도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의 일에 힘이 필요하지만 강화복의 무게 자체가 사용자의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강화복이란 사용자가 근력을 거의 쓰지 않고도 임무를 수행하게 해줘야한다. 사실 강화복 연구의 대부분은 이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

힘을 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 동력과 제어가 필요하다. 강화복의 경우는 동력을 자체 내장해야한다. 현재의 강화복들은 자체 동력기관, 전기 배터리, 연료 전지 등을 동력원으로 고려하고 있다. 제어부분은 다른부분보다 더욱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강화복은 엄밀한 의미로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에 자연스럽게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컴퓨터로 관절부의 움직임, 근육의 변화, 신경에서 근육으로 흐르는 전류 등을 감지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작동부에 전달한다. 현재는 모터, 유압장치 등을 사용하여 힘을 내는데, 전기활성 고분자 (EAPs : Electroactive Polymers)를 이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전기활성 고분자란 전기 자극으로 형태가 변하거나 최초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즉 컴퓨터 제어부에서 전기 자극을 보내면 그에 맞춰 움직이는 일종의 인공근육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종 전자장비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통신 장비, 관측 장비, GPS 등을 모두 강화복에 내장하는 것이다. 광대역전력증폭기, 야시경, 적외선 탐지기, 망원경을 모두 겸한 디스플레이는 물론 거기에 GPS를 결합하면 임무지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작전에 더 효율적으로 임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이 시스템과 무기를 결합하여 더 효과적인 화력 운용이 가능하다. 또한 강화복의 표면에 주변의 환경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전자 위장 장비를 부착한다면 작전 수행 능력도 월등해진다. 전자 장비는 외부의 환경 인식 뿐 아니라 사용자의 신체 조건을 감지하고 내부의 온도, 습도 등을 조절하는 데에도 필수이다. 또한 사용자의 심장 박동, 혈압, 체온 등을 항상 기록하여 군인의 경우 상부가 상시 대처할 수 있다.

강화복 기술은 군사용뿐만 아니라 민간용으로도 널리 사용될 수 있다. 점점 고령화 사회가 되고 질병과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는 사람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공근육 기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의 의수를 만들 때 손가락이나 손목을 구성하기 위해서나 근육이 퇴화한 노인을 위해서도 인공근육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이 외에도 각종 전자장비를 갖춘 강화복은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 주기 때문에 장거리 등반이나 탐험을 하는 일반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SF소설 혹은 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강화복은 이제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각종 연구 재단 등이 강화복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캘리포니아-버클리 대학에서 개발 중인 강화복 블릭스(BLEEX)는 팔이나 다리에 부착하는 강화장비를 이용해 약 4.5kg의 등짐을 져나를 수 있는 체력으로 약 90kg의 중량을 나를 수 있다. 일본은 군사용보다는 노약자 도움용으로 강화복 연구를 하고 있다. 일본의 초고성능 CPU개발로 유명한 회사 사이버다인은 할(HAL)이라는 이름의 강화복을 개발 중이다. 할은 피부의 표면에서 내부의 생체신호를 감지해 기계부를 제어하고, 모터로 손발의 움직임을 도와 고령자의 보행을 가능하게 한다.

미국 국방성은 기존의 랜드워리어(Landwarrior) 계획을 미래 병사 계획으로 개명하고 더욱 본격적으로 군사용 강화복 개발에 나섰다. 이 미래 병사 계획은 앞에서 언급한 거의 모든 요소를 전반적으로 포함한다. 즉, 머리 부분에 적용되는 디스플레이 및 통신 시스템, 무기와의 연동, 자체 동력, 근력 강화 기능 등이 개발 계획의 세부에 모조리 포함되어 있다. 이 계획은 앞서 얘기한 BLEEX 연구팀이나 메사추세츠 공과 대학의 군용 나노기술등도 연계되어 있다. 또한 미 국방성의 하위 기관인 미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 :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는 사르코스(Sarcos) 연구 재단과의 협력 하에 동력 및 제어부를 거의 완벽하게 구현한 강화복의 시범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더 효율적인 군사 무기의 개발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겠지만, 현대 과학의 상당 부분이 무기 개발 과정에서 발전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강화복 관련 기술은 의수, 의족 개발기술과 결합하면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공상의 산물이 현실로 등장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ndsl링크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1 
BLOG main image
생활에 밎줄 긋는 과학이야기♡ -KISTI의 과학향기-
by 과학향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78)
과학향기 기사 (892)
과학향기 이벤트 (1)
과학향기 독자참여 (1)
이런주제 어때요? (1)

달력

«   2017/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
Clicky Web Analytic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