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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2 상대를 알고 싶다면 손부터 보라!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의 주인공 닉 마샬은 광고기획자다. 어느 날 그는 기대했던 승진 기회를 빼앗기고, 상사가 된 그녀로부터 여성용품 광고 기획안을 짜보라는 지시를 받는다. 씩씩거리면서도 여자들의 마음을 알아내려 스타킹을 신어보는 등 애쓰다 감전돼 쓰러지는 닉. 하지만 그가 깨어나 보니 신통하게도 여성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사랑은 너무 복잡하다지만 상대방의 마음만 알아챌 수 있으면 ‘게임 끝’이다. 그러나 닉이 얻은 행운은 영화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에선 쉽지 않는 일이다. 그래도 사귈지 말지, 친구로 지낼 수 있을지 없을지 결정하려면 ‘착하고 성실한지 아니면 심술궂고 게으른지, 꼼꼼한지 덜렁거리는지, 돈은 잘 버는지’ 등 제 나름의 판단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저런 정보를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뒷조사를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겉모습으로 사람의 성품을 짐작하거나 알아내는 판별법에 대해 관심이 높다. 관상이나 손금, 혈액형 등이 그것이다.

요즘에는 손금보다도 손가락 길이, 특히 약지(네번째 손가락)와 검지(두번째 손가락) 비율 살펴보기가 한 몫 단단히 한다. 국내외에 검지와 약지 길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손가락과 발가락은 탄생 자체가 독특하다. 생명체의 모든 구조물은 세포 증식에 의해 형성되는데 손가락과 발가락은 일정부분 세포의 자살로 이뤄지는 것. 태아의 몸통에서 처음 나온 손은 주걱처럼 뭉툭하다. 여기에 다섯 개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뺀 나머지 부분의 세포가 자살해 손가락과 발가락이 만들어진다.

손과 발 세포의 자살은 발생과 분화 과정 중 불필요한 부분이 없어지는 절차다. 자살 과정에서 사라지는 부분 세포는 생체에너지 에이티피(ATP)를 적극적으로 소모하다 그만 쪼그라들어 죽고 이들 세포 조각을 주변 식세포가 잡아먹으면서 일단락된다. 손가락 모양이 다른 건 단백질 양(量)이 다르기 때문이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자라게 하는 ‘소닉 헤지호그(sonic hedgehog)’라는 단백질이 가장 많은 경우 새끼손가락이 되고 가장 적은 곳에서 엄지가 자란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뭉툭한 손에서 소닉 헤지호그의 분포 형태가 태아의 성장 단계에 따라 손가락마다 달라져 다섯 손가락이 제각각 다른 모양을 갖게 된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어쨌거나 손가락 연구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영국 센트럴 랭커셔대 심리학과의 존 T.매닝 교수(John T. Manning)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손가락은 건강과 성(性), 인류 진화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따라서 손가락으로 성격과 행동 경향은 물론 질병 가능성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가락 길이는 태아 초기(임신 6~8주)에 결정되는데 약지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검지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약지가 검지보다 길면 공격적이고 공간 지각력이 좋은 남성적 특성을 가지고, 검지가 길면 섬세하고 언어능력이 탁월한 여성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 그는 또 브라질 축구선수들과 영국 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예를 들어 약지가 긴 경우 운동 및 승부근성, 위험 감수 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음악적 재능 또한 뛰어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긴 약지’에 대한 연구보고나 설(說)은 수두룩하다. 영국 바스대 브러스넌 교수는 7세 남녀 어린이 75명의 손가락 길이와 영어·수학 점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약지가 검지보다 긴 남자아이들은 수학을 더 잘했고, 검지가 더 길거나 비슷한 여자아이들은 영어에 더 뛰어났다고 발표했다. 또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은 증권사 트레이더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지가 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배나 돈을 잘 벌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약지가 긴 남성에게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독일 마인츠대는 평균 38세 남성의 손가락 길이와 5년간 운전기록을 조사했더니 약지가 긴 남성에게 난폭운전 경향이 짙었다고 알렸다. 또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마크 브리드러브(Marc Breedlove) 교수팀에 따르면 약지가 긴 경우 동성애자일 가능성이 높고, 관절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기록도 있다.

바람둥이가 많다는 것도 통설이다. 약지가 아무리 길어도 중지보다 긴 경우는 드문데 혹시 약지가 중지보다도 길면 희대의 플레이보이 ‘카사노바 패턴’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서양에선 이처럼 약지가 긴 남성에 대한 연구가 주류를 이룬 가운데 국내 용인정신병원 이유상 박사팀은 검지가 긴 여성에 대한 분석결과를 내놨다.

검지가 긴 여성일수록 남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그것이다. 이 박사팀이 대학생 16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분석했더니 검지가 상대적으로 긴 여성일수록 남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함께 걱정해주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또한 부정적 측면도 있어 검지가 길면 젊을 때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과도 있다. 남자의 경우 검지가 길면 차분한 성격에 바람피울 확률이 낮지만 우울해하거나 불안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손가락 연구 대가인 매닝 교수조차 결과의 일반화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저 재미로 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확률과 통계는 불확실하고 예외도 많은데다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글 : 박성희 한국경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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