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몸매·성적도 좌우하는 막강 물질, 호르몬

호르몬의 힘은 막강하다. 외모, 성격, 기분, 기억력 등에 관여하며 몸과 마음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호르몬은 밀리그램(mg, 1mg=0.001g)으로 측정한다. 매우 소량이지만 그 양이 조금만 많거나 적어도 우리 몸은 바로 혼란에 빠진다. 80여 개의 호르몬 중 어느 하나에만 변화가 생겨도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변덕스러워지거나 살이 쑥쑥 빠지고 탈모 증상이 나타나며 우리에게 바로 신호가 온다.

∎ 오늘따라 까칠? 그녀는 죄가 없다

여성에게 생리 시작 전 일주일은 한 달 중 가장 괴로운 시간이다. 온몸은 붓고 열이 나며 뾰루지가 올라오고 두통이 찾아온다. 기분은 최악이다. 우울하고 불안하며 예민해 쉽게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부린다. 월경 전 증후군으로 100개 이상의 증상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죄가 없다.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는 에스트로겐 탓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과 단짝이다.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올라가면 두 호르몬도 분비량을 늘리고 에스트로겐 농도가 감소하면 같이 줄어든다. 생리 전 일주일은 배란기에 최고점을 찍었던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빠르게 떨어지는 시기다. 기분도 함께 급격히 나빠진다.

특히 세로토닌은 스트레스와 걱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가뜩이나 양이 적은 시기에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평소보다 더 감정이 격해져 쉽게 울고 화도 잘 내게 된다. 호르몬의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는 1981년 미국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두 여성을 변호할 때 월경 전 호르몬에 의한 감정변화가 이유라고 호소해 이슈가 됐던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때 세로토닌의 분비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생선이나 달걀, 치즈 콩, 우유처럼 트립토판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트립토판은 필수 아미노산으로 뇌에 도착하면 화학적 단계를 거쳐 세로토닌으로 바뀐다.

아이스크림이나 쿠키 등 달콤한 간식을 먹는 것도 좋다. 이 시기에는 또 다른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당 대사 속도를 늦춰 혈당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단 음식이 당긴다. 그럴 땐 고민 말고 먹자.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의 분비량이 늘어나고, 인슐린은 트립토판을 뇌로 빠르게 운반하고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 아저씨 똥배는 게을러서가 아니다

기분 뿐만 아니라 몸매도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40대가 되면 남자는 똥배가 나오기 시작한다. 먹는 양이 증가한 것도 아니고 운동을 꾸준히 해도 마찬가지다. 원인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다. 남성은 보통 35살부터 매년 1%씩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해 예순이 되면 30대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도도 떨어진다. 기초대사량은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최소의 에너지다. 청소년기에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데, 이는 기초대사량이 높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이 낮아진 40~50대 남성은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찐다. 그렇게 얻은 뱃살은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키고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 다시 뱃살이 찐다.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40대에 나오는 똥배는 소위 나잇살이라고 한다. 그 말이 정답이다.

∎ 벼락치기는 맘 편히 해야 효과가 있다

시험공부도 호르몬을 알면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쪽지시험, 중간•기말고사, 토익, 승진시험과 같은 다양한 시험 속에 파묻혀 산다. 문제는 시험지를 받으면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텅 빈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시험 기억상실증이라는 이 현상의 원인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심리학자 도미니크 케르뱅은 이와 관련해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눈 뒤 60개의 단어를 외우게 하고 다음 날 시험을 봤다. 첫 번째 그룹은 혈액 속에서 코르티솔로 바뀌는 코르티손이라는 물질이 담긴 알약을 단어 암기 직전과 직후에 먹었다. 두 번째 그룹은 시험 60분 전에 코르티손 알약을 먹었고 세 번째 그룹은 가짜 알약을 투약했다. 참가자 모두 자신이 먹은 알약이 무엇인지 모르고 시험을 치뤘다. 결과는 어땠을까.

첫 번째와 세 번째 그룹은 시험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반면, 두 번째 그룹은 단어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60분 전 체내로 들어간 코르티손이 코르티솔로 바뀌면서 서서히 농도가 높아져 시험을 보는 시점에서 최대치를 기록하며 기억차단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험 직전에 외운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나는 것이다. 게다가 코르티솔의 농도가 올라가면 이해력도 떨어져 시험 때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가 시험을 치는 것이 현명하다. 시험지를 받은 뒤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서서히 분해되면서 기억력과 이해력이 서서히 회복되기 때문이다. 시험공부는 시험시간 열 두시간 전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시험 직전에 하는 공부는 시험 성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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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심해지는 안면홍조, 무엇이 문제?

12월은 얼굴 붉힐 일이 많은 달이다.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크리스마스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송년회에서 마신 술기운에 얼굴이 벌게진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두 볼은 붉게 물든다. 이럴 경우 대개는 시간이 지나면 원상태로 돌아온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붉은기가 가시지 않는다면 새해를 맞기 전 병원에 가볼 필요가 있다. 안면홍조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안면홍조의 원인,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고 집에 돌아오면 얼굴이 벌게진다. 추운 날씨에 수축된 혈관이 따뜻한 실내에서 갑자기 이완되면서 혈액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보통은 다시 수축하면서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안면홍조증은 더 심하게 빨개지면서 좀처럼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안면홍조증은 피부 진피 내 가는 모세혈관들이 확장된 뒤 수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볼이 가장 빨개지는데 다른 부위보다 모세혈관이 많이 분포돼 있어서다. 실내외 온도차가 심한 겨울에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안면홍조증은 폐경기 증상 중 하나다. 연구결과 폐경기 여성의 70%가 폐경전후 2년 동안 안면홍조를 경험하고 여성의 25%가 5년, 여성의 5% 정도가 영구적으로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경을 맞으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든다. 에스트로겐은 모세혈관의 수축작용에 관여하는데 분비량이 줄면서 혈관이 잘 수축되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확장돼 얼굴 뿐 아니라 목과 가슴, 피부가 빨개지면서 식은땀이 나는 것이다.

나이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피부 아래 혈관은 교원섬유와 탄력섬유로 감싸져 있다. 이 섬유들은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원활하게 해주고 상태를 유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즉 혈관의 근육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외선에 노출되면 이 섬유들이 변성되고 손상되면서 혈관 수축상태를 지탱하지 못하고 쉽게 확장돼 버린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외선에 노출됐던 시간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노화와 함께 안면홍조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대도 안심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20대 역시 최소 20년 동안 자외선에 노출된 상태”라며 “어렸을 때부터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사람이라면 탄력섬유가 일정부분 손상된 상태”라고 전했다.


• 찜질방․술․스테로이드…외부 자극 요소들

날이 추워질수록 찜질방의 인기는 올라간다. 하지만 찜질방을 자주 찾는 습관은 안면홍조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뜨끈한 찜질방에 오래 있노라면 피부 속 혈관도 푹 퍼져 확장된다. 이렇게 장시간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는 일이 잦아지면 혈관은 수축하는 조절력을 점차 잃어간다. 평상시에도 마치 사우나에 있는 것처럼 확장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얼굴을 벌겋게 한다.

송년회에서 빠지지 않는 술도 안면홍조의 원인이 된다. 술을 마시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얼굴이 빨개진다.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면서 나오는 아세트알데히드가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조금만 마셔도 유난히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선천적으로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적어서지 질환은 아니다. 술로 붉어진 얼굴은 시간이 지나면 원상태로 돌아온다.

문제는 술이 깬 뒤다. 술을 먹은 다음날이면 여드름 등 뾰루지가 나는 경우가 많다. 아세트알데히드가 혈관을 확장하면서 피지의 양을 늘리고 수분을 빼앗으며 피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또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피로물질인 젖산이 생성되면서 피부 상태를 악화시킨다. 이는 여드름과 지루성 피부염 등 얼굴을 붉게 하는 피부 질환의 주범이 된다. 지루성 피부염은 피지샘이 발달된 코나 볼, 이마에 붉은 점을 만들고 가려움과 함께 그 위에 각질을 만든다. 과로나 음주 후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건조한 겨울철에 더 잘 발생한다.

여드름 역시 피지가 모공에 차서 발생하는데 술이 피지의 양을 늘려 증상을 악화시키면서 얼굴을 더욱 붉게 만든다. 딸기코라 불리는 비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루는 피부표면이 오렌지 껍질처럼 붉고 두꺼워지는 증상으로 코나 볼, 털이나 이마같이 돌출된 부위에 나타난다.

피부 연고의 남용도 문제가 된다. 여드름 등 피부질환에 많이 쓰이는 연고 중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제품들이 있다. 이 연고들은 염증을 치유하는 작용이 탁월해 바르면 일시적으로 피부 질환이 사라지고 얼굴이 매끄러워진다. 하지만 계속 바르면 혈관은 확장되고 표피는 점점 얇아진다.

원리는 입술이 붉은 이유와 비슷하다. 입술은 다른 부위에 비해 피부가 얇아 그 아래 혈관이 다 비쳐 늘 붉은색을 띤다. 입술의 얇기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스테로이드 연고는 피부를 얇게 만들면서 혈관을 확장시켜 안면홍조를 일으킨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스테로이드 연고는 농도에 따라 철저하게 분류돼 있다. 또 치료 목적으로 처방할 때도 일주일 이상 계속 바르는 것은 금하고 있다.

• 치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안면홍조증은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법도 다양하다. 피부 모세혈관 확장에 따른 붉은 기는 혈관 레이저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혈관 레이저는 혈관에만 작용하는 단일파장을 가진 레이저로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여드름 같은 피부질환이 원인인 경우에는 약물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고 폐경기 여성인 경우에는 호르몬 치료도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안면홍조증은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켜도 증상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우선 자외선 차단제와 모자, 양산 등으로 자외선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목욕이나 사우나 등은 짧게 하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뜨거운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세수를 할 때도 자극이 적은 제품을 사용하고 알코올 성분이 없는 화장품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12월, 얼굴이 붉어지는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달콤한 건 크리스마스에 하는 고백이 아닐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서면 교감신경이 급격히 흥분하며 모세혈관이 확장돼 얼굴이 달아오른다. 이 때 치료법은 단 하나, 크게 호흡하고 고백의 말을 전하는 것이다. 긴장의 순간이 지나면 혈관이 다시 수축하면서 얼굴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니 걱정은 접어두고 말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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