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뉴스들이 자주 들려온다. 붕어가 개보다 영리하고, 까마귀의 지능이 침팬지와 비슷하고, 돌고래의 지능이 애초 알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못하다더니 하는 이야기 등이다. 자료를 뒤져보다 코끼리 아이큐 150, 돌고래 190, 침팬지는 60, 제일 좋은 사람이 215라고 한다. 그런데 내 아이큐는 80이다. 거의 침팬지 수준이라는데, 난 가끔 전문적인 글들도 써 내고 있다. 그렇다고 IQ 테스트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IQ 테스트에서 그 많은 문제를 풀기가 지겨워 한 번호로 돌린 죄가 있기 때문이다.

IQ측정은 ‘시험’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강한 사람이 유리하다. 최근 발표된 여러 자료를 보면 IQ로 지능지수를 평가하는 것의 신뢰성이 흔들린다고 한다. 대안으로 EQ(감성지수), SQ(영성지수)등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들 역시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상황이 이런데 동물들의 IQ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어떤 학자는 동물들 지능을 IQ 대신 ‘어린아이 나이’로 표현하기도 한다. 가령 침팬지는 4살 아이 정도, 개는 3살 아이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그런 식이다. 하나 요즘 애들은 조기교육의 영향으로 4살 때부터 영어나 한문도 척척 읽어내고 구구단을 외기도 하니 이 측정법도 쉽지는 않다.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면 어떨까? 침팬지를 야생에 놓아두면 그저 천방지축 원숭이일 뿐이지만(막대기로 개미집 쑤시는 게 뭐 그리 대단한가?) 조련용으로 가르치면 언어를 인식하고 혼자 장보기까지 한다. 또 사람들을 잘 관찰하다가 생전 처음 본 물통의 마개를 돌려 열기도 하고 밤도 속껍질까지 까 먹는다. 일본원숭이들도 ‘침팬지쇼’ 정도는 하고 있다. 새끼를 잃은 원숭이는 상심으로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곰들도 배고프면 일어서서 밥 달라고 일부러 박수치는 재롱을 부린다. 하이에나가 개처럼 길들여지고, 뱀이나 이구아나가 주인을 졸졸 따라 다니고, 닭이나 토끼도 고양이와 똑같은 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멧돼지가 달구지를 끌고, 코끼리가 사람 말을 흉내 낸다.

여러 동물들을 모아 놓으면 자기들끼리 서열(pecking order)을 정하여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알며, 공통육아가 보편적이고, 아픈 동물들끼리 동병상련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동물들이 사람을 각각 알아보고 사육사나 관람객들에게 판이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머리가 좋은 동물’이라고 부르기 보단 ‘길들이기 쉬운 동물’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타당하다. 게다가 어미보다 새끼가 훨씬 더 잘 길들여진다. 그렇다고 새끼가 더 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지 않는가!

20년간의 내 사육사 경험으로 보면, 동물들의 IQ를 측정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고 필요치도 않다. 서두에서 언급한 수치는 조련사나 사육사, 동물학자 같은 누군가가 근거없이 제시한 말들이 와전되어 내려 왔을 가능성이 크다.

동물들은 인간의 지능 측정 기준인 IQ와는 다른 지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잘 살아남는 지혜’다. 사실에 근거해 있다는 전제하에 <시턴 동물기>를 보면 ‘늑대왕 로보’가 얼마나 교묘히 덫을 피해 다니고 무리를 잘 이끄는지, ‘회색곰 왈프’가 그 험난한 야생과 맞서 얼마나 영리하게 삶을 꾸려 가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그들은 야생에서 잘 살아남는 쪽으로 머리를 발달시켰을 뿐, 사람처럼 다른 이보다 우월하기 위해 머리를 쓰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동물들은 생각이 많을수록 여러모로 불리해진다. 적이 가까이 오면 무조건 달리기 시작해야 하고 먹잇감이 있으면 일단 덤벼들고 보아야 한다. 호랑이가 고독에 몸부림 치고, 하이에나가 식중독을 염려하고, 사자가 먹잇감 앞에서 측은지심을 발휘한다면 그들은 그때부터 무리에서 쫓겨나거나 살아남기 힘들어 진다.

동물들은 지능이 낮아서 생각을 못하는 게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미래의 어느 시점에 사람주변에 편안히 살던 동물들이 서서히 생각을 갖기 시작하고 마침내 자기들이 ‘벌거벗은 원숭이’인 사람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글 : 최종욱 야생동물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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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톱스타인 마이클 더글러스와 발 킬머가 주연한 1996년 작 ‘고스트 앤 다크니스’에는 거대한 식인 사자가 나온다. 1898년 동아프리카 철도 공사장에 자주 나타나 인부 140여명을 살해한 고스트(Ghost)와 다크니스(Darkness)라는 실제 사자 두 마리가 이 영화의 모티프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투는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것으로, 이 사건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 피해는 서구 사회에 널리 알려질 만큼 큰 충격을 던졌다.

이 영화는 개봉 이듬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며 괜찮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아름다운 연인도, 신기한 로봇도 아닌 성난 사자에 관객의 눈과 귀가 집중된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야성이 현대 문명인들 사이에선 대단한 볼거리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도심 동물원이 제공하는 안락함에 취해 늘어진 사자만 봐오던 사람들은 거칠게 포효하며 극단적 야성을 뿜어내는 사자를 보기 위해 기꺼이 영화표를 샀다. 이는 문명의 결과물인 동물원이 동물답지 않은 동물을 양산했다는 사실과 맥을 같이 한다.

광폭한 사자만큼은 아니지만 현대 동물원의 화두가 동물의 야성을 재연하는 데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야성은 단순히 사나운 동물이 아닌, 동물다운 동물을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원래의 서식 환경과 가까운 사육 공간을 제공하는 ‘생태주의 전시’는 이런 목표를 구체화한다.

동물원에 자연을 모방한 사육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전까지 동물원은 동물을 가둬 두고 구경하는 공간에 불과했다. 기원전(BC) 1300년 경 이집트에서 출현한 인류 최초의 동물원은 희귀한 동물을 단순히 가둔 뒤 왕과 귀족들이 관람하는 곳이었다.

18세기 경 등장한 대중을 위한 동물원이라 할 수 있는 서커스단에서는 동물을 노골적으로 학대하기까지 했다. 조련사가 휘두르는 채찍에 따라 곰은 공을 굴리고 코끼리는 앞발을 치켜들었다.

1829년 문을 연 영국의 런던 동물원은 동물원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계기가 됐다. 당시 동물학계가 뜻을 모아 설립한 이 동물원은 동물의 기관, 조직, 세포의 기능을 연구하는 동물 생리학의 발전을 설립 이유 가운데 하나로 천명했다. 동물 생리학은 동물의 생사에 관심이 없다면 진척이 안 되는 학문이다. 런던 동물원의 설립은 동물을 인간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공개적 선언이었던 셈이다.

동물을 인간적으로 대하려는 노력은 1970년대 시작된 생태주의 전시 방식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인조 바위와 콘크리트 바닥이 난무하던 이전의 사육장 대신 실제 서식 지역의 기후와 흡사한 생활 조건이 동물들에게 주어졌다.

미국 우드랜드 동물원은 1977년부터 동물원 전체를 툰드라, 타이가, 산악지대, 온대 강우림, 온대 낙엽수림, 사막, 열대 강우림 등 10개 지구로 구분해 조성했다. 캐나다 토론토 동물원은 동물원 안에 초지, 숲 등을 만들어 각 동물이 자신의 습성에 맞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뉴멕시코 주에 있는 살아 있는 사막의 동식물 공원에서는 멕시코 국경 주변의 건조한 고원과 초지를 모래 언덕, 석회암 언덕, 냇물 유역 등으로 나눠 동물이 각자 여건에 따라 살 수 있게 했다.

이는 1970년대 이전까지 고양이과에 속하는 동물, 또는 같은 대륙에 사는 동물을 집단 수용한 전시 방식에서 크게 진일보한 것이다. 생태주의 전시가 실행되기 전까지는 한 지역에서 같이 살 수 없는 원숭이와 북극곰이 지척에서 사육되는 일도 있었지만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된 것이다. 철창이나 해자(관람객과 동물을 격리하는 도랑)를 통해 인간에게 구경 당하던 동물들은 이제 우거진 숲속에서, 두껍게 쌓인 흙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동물에게 자연의 향기를 제공하는 또 다른 노력은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이다. 자연을 닮은 서식 환경을 조성해 줄 뿐만 아니라 동물원의 안락함 때문에 나태해진 행동 방식을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

<서울대공원에 전시 중인 기린. 관객의 눈 앞에서 나뭇잎을 뜯어 먹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3년부터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실행 중인 서울대공원에서는 다양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린의 목 길이에 맞도록 먹이통의 위치를 높여준 것이다. 일견 단순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이는 기린의 습성을 정확히 인식한 것이다.

기린에게 다른 동물처럼 바닥에 먹이를 주면 앞 다리를 불편하게 구부리거나 극단적으로 고개를 숙여 먹이를 먹어야 한다. 자연계에서라면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으로 높은 나무 위에 달린 나뭇잎을 따서 먹도록 하는 효과를 내 기린의 야성을 살린 것이다.

미어캣 무리 위로 이따금씩 모형 비행기를 날려 주는 일도 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본래 남아프리카의 건조한 평원에서 사는 미어캣은 독수리와 같은 포식자의 움직임을 경계하기 위해 초병을 세우는 습성이 있는데 이런 습성은 쓰지 않으면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사육사들이 날린 모형 비행기는 미어캣이 야성의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하는 효과를 만든다.

<모형비행기를 경계하고 있는 미어캣의 모습. 동아사이언스 자료사진>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은 번식에 실패했던 동물이 새끼를 낳게 하기도 한다. 2006년 새끼를 낳은 수달이 대표적이다. 수달은 천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굴을 파 보금자리를 만들지만 이전까지는 이 같은 습성을 반영한 보금자리를 제공하지 못해 번식에 실패했다. 그런데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이 추진되면서 수달에게 굴이 파진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자 번식이 이뤄졌다. 자연의 분위기가 안긴 심리적 안정이 새끼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동물에게 자연과 닮은 환경과 생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동물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느냐하는 문제와 일맥상통한다. 서식지와 닮은 동물원 환경과 자신의 습성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사육장은 궁극적으로 동물이 그것의 가치를 간파할 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많은 과학자들은 동물도 사람 못지않게 정교한 즐거움을 느낀다고 지적한다. 사람의 뇌에서 분비돼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동물의 뇌에서도 분비되는 만큼 친구를 보고 귀를 펄럭거리는 코끼리의 감정이 사람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동물을 향한 배려가 짝사랑이라는 의구심을 벗어던질 때 동물의 행복도 제대로 실현될 것이다.

글 : 이정호 과학전문기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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