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야구의 꽃, 홈런이 탄생하기까지

흩날리는 벚꽃과 함께 드디어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덩달아 태연과 아빠도 신이 난다. 어린 시절, 어린이 야구단 점퍼와 모자가 좋아 무작정 야구에 빠져들었던 아빠는 아직까지도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야구 마니아다. 물론 태연은 야구에 관심이 전혀 없다. 다만, 야구장 응원 열기에 휩싸여 먹는 치킨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놀라운 진실을 알고 있을 뿐!

이유야 어쨌든 야구장을 좋아한다는 점에서는 완벽하게 의견이 일치하는 부녀. 막대풍선을 하나씩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초반 폭풍 같은 응원 열기가 슬슬 잦아들고, 치킨이 바닥나기 시작하자 태연은 지루함을 견딜 수 없다.

“아, 재미없어. 아빠 그만 가요. 홈런이라도 딱딱 나와야지 5회에 1대 0이 뭐야. 별에서 온 우리 도민준씨 같았으면 초능력 써서 벌써 홈런 백 개는 날렸을 텐데. 역시 지구인은 이게 문제예요.”

“홈런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건 줄 알아? 그건 신이 내리는 거라고.”

“말도 안 돼. 저번엔 다른 게 신이 내려주신 거라면서요? 저의 떡 벌어진 어깨를 보세요. 저도 얼마든지 칠 수 있다고요.”

“자, 하나하나 짚어볼까? 투수가 공을 던지면 대략 0.4초 뒤에 타자에게 도달해. 이걸 맞추려면 타자는 0.2초 안에 직구인지 변화구인지 어떤 궤적으로 날아오는지 등 여러 가지를 분석해야 하지. 이걸 완벽하게 했다 하더라도 배트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 공을 맞히는 건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일이야. 또 타자가 자신의 힘을 순간적으로 배트에 싣는 훈련을 덜했다면 당연히 펜스를 넘기지 못하겠지. 그뿐 아니라 배트를 잡는 길이, 타격 타이밍, 배트의 무게, 타격 밸런스, 풀스윙 여부, 스윙 궤적 등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홈런이 나온단다.

“뭐가 이렇게 어려워요! 또 스위트 스폿은 다 뭐고요. 뭔가 달달하고 맛있는 건가?”

“헐~, 역시 너의 식신 본능은 어디서든 빛을 발하는구나. 스위트 스폿은 배트가 공을 때리는 순간 일어나는 진동을 합쳤을 때 그 값이 최소가 되는 지점을 말하는데, 여기 맞으면 공은 타자가 원하는 대로 가장 멋지게 날아간단다. 보통 배트의 끝에서 5~10cm 떨어진 지점을 말하지. 하지만 매번 공의 속도와 방향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니까 정확하게 맞추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야.

“뭐에요, 그럼 진동이 최소가 되는 그 달달한 지점을 일일이 계산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0.2초 만에 판단해야 한다면서 그걸 언제 계산해요! 난 뭐, 하루를 줘도 못하겠지만.”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쳐내야지. 그래서 예전에는 홈런 타자는 타고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단다. 하지만 요즘에는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홈런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어.

“정말요? 어떻게요?”

“공을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맞추는 순간판단력을 기르면 되는 거지.”

“말이 쉽지, 그게 노력으로 되겠어요?”

사람 뇌에는 움직이는 물체의 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측두피질(MT)이라는 부위가 있단다. 대부분 홈런 타자는 이 부위가 특별히 발달해 있는데,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공이 어떻게 날아올지 예상하고 정확하게 배트를 대서 홈런을 만들어내지.

“거 봐요. 연습해도 안 된다니깐.”

“하지만 근육을 자주 쓰면 발달하듯 뇌도 많이 사용할수록 기능이 향상되거든.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반복적으로 보는 연습을 치열하게 하면서 중측두피질의 능력을 높이면 타고나는 선수들을 어느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견해야. 또 날아오는 공을 최대한 끝까지 보고 배트를 대는 능력도 타고나는 부분이 있지만, 이 역시 피나는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는구나.”

“아, 뭐예요. 타고난다는 거예요, 아님 노력해도 된다는 거예요. 아빠 그렇게 애매하게 말씀하시면 앙돼요~!!”

“음…, 비유하자면 이런 거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좋은 머리를 타고난 데다 노력도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재능이 좀 부족해도 두 배, 세배 엄청난 노력을 해서 따라잡는 아이들도 있단 말이야. 홈런 타자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러니까 여기서 아빠가 하려는 말의 요지가 뭐냐 하면, 너도 머리가 나쁘다고 실망만 하지 말고….”

“에이, 걱정 마세요. 제가 공부 머리는 나빠도 중측두피질 하나는 어마어마하게 발달해 있다고요. 수업 시간에 제가 졸면 선생님이 분필을 던지시겠죠? 그러나 저는 절대 맞지 않아요. 꿈속에서도 분필이 날아오는 정확한 속도와 방향을 분석해서 싹싹 잘 피하는 능력이 있거든요. 나중에 공부 대신에 홈런으로 성공할 테니까, 염려는 전광판에나 붙들어 매 두세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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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장래희망이 과학자에서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로 바뀐 규용이는 요즘 무척 신이 난다. 프로야구 선수인 외삼촌이 글러브와 야구방망이를 사줬기 때문이다. 또래 아이들과의 달리기에서 져본 적 없는 규용이의 목표는 매년 도루를 50개씩 하는 4할 타자. 오늘은 외삼촌이 특별훈련을 시켜줬다.

“깡~!”

야구공이 높이 뜬다. 규용이는 뜬공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달려보지만 공은 번번이 전후좌우 빈자리로 떨어진다. 슬슬 부아가 치미는 규용이.

“외삼촌! 공 좀 잘 쳐봐요. 계속 이상한 데 떨어지잖아요!”
“허헛! 야구를 보렴. 공이 수비수 있는 데로만 떨어지니? 아무리 먼 곳에 떨어져도 전력 질주해 다이빙하며 잡는 선수들 못 봤어? 야구는 잘 치고 잘 달린다고 해서 주전선수가 되지는 않아. 수비도 잘 해야지. 발 빠른 규용이는 수비만 잘하면 최고의 외야수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하늘 높이 뜬 공은 어디에 떨어질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많이 연습하면 감이 올 텐데 말이야.”
“아니에요! 감으로만 운동을 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요즘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방법을 보면 과학적인 분석과 그에 따른 연습방법 등으로 좋은 성과를 많이 내잖아요. 야구에서도 과학적인 운동방법이 있을 거에요.”

“응. 사실 있어.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야구와 관련된 연구가 많거든. 외삼촌도 이를 종종 참고한단다.”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먼저 뜬공을 잘 잡는 법에 대해 알아볼까? 일단 공이 배트에 맞은 직후의 움직임이 중요해. 공이 배트에 맞아 떠오르는 순간 1~1.5초 정도 앞이나 뒤로 조금씩 움직이면 낙하지점을 찾는데 도움이 된단다.”

“왜요?”

“가만히 서있는 사람은 공의 속도를 계산하기 힘들어. 공의 크기가 작고 거리가 멀어 위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하지만 조금씩 앞이나 뒤로 움직이면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공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어. 예를 들어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데도 공이 계속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면 그 공은 더 뒤로 날아갈 확률이 높단다. 그때는 더 뒤로 뛰어가야지.”

“아! 그렇구나! 그럼 좌우로 빗나가는 공은요?”
“그것도 공이 배트에 맞은 직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면 공을 쫓아가는데 도움이 된단다. 사람이 어떻게 원근감을 느끼는지는 알고 있지?”

“그럼요. 양쪽 눈에 보이는 영상이 달라서 이를 통해 입체감을 느끼잖아요.”
“그래. 그런데 바라보는 물체의 거리가 멀면 어떻게 될까? 상대적으로 눈과 눈 사이의 간격이 좁아서 영상에 큰 차이가 없지.”

“아! 그래서 몸 전체가 좌우로 움직이면 입체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거군요!”
“암. 역시 과학자가 꿈이었던 규용이는 이해가 빠르네. 그럼 공의 움직임에 대한 한가지 힌트를 더 줄게.”

“좋아요. 좋아요.”
“공은 야구 방망이에 맞은 뒤 회전이 생기거든. 이 회전이 공의 움직임을 변하게 만든단다. 아까 외삼촌이 친 공을 받을 때 공이 좌우로 휘는 것을 봤니?”
“네. 공이 회전하면 진행방향으로 회전하는 쪽 압력이 높아져 반대로 휜다는 것은 알아요. ‘베르누이 원리’죠?”


“외삼촌은 원리 이름까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야구공도 실밥에 걸리는 공기저항 때문에 회전에 따라 변화가 심하단다. 그래도 좌우로 휘는 공은 예측이 조금 쉬웠지?”
“네. 중간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날아오는 공은 왼쪽으로 휘고 반대쪽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그럼 앞뒤로 휘는 공은 어떨까?”
“엥? 그런 공도 있나요?”

“많아. 뜬공은 대개 야구 방망이 윗부분에 맞은 거겠지? 그렇다면 공의 위쪽은 진행 반대방향으로 회전해. 그럼 공 윗부분과 뒷부분의 압력이 낮아지지. 그래서 가까운 거리의 뜬공, 내야 뜬공이라고 할까, 이런 공은 포물선의 궤적보다 위쪽으로 솟아 오른 뒤 정점 부근에서 회전이 약해지면 중력에 이끌려 땅으로 뚝 떨어진단다.”

“헐.”

“포수 위 뜬공은 더 복잡해. 공이 올라갈 때는 뒷부분의 압력이 낮아 포수를 향해 휘지만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앞부분의 압력이 낮아져 투수 쪽으로 휘며 필기체 L자 형태의 궤적이 된단다. 그래서 포수는 이런 타구를 투수 쪽을 등지고 잡는 경우가 많아.”

“외삼촌!”

“응?”

“야구 너무 어려운 스포츠인데요?”

“그래도 여러 번 공을 받으며 익숙해지면 규용이가 무시하는 ‘감’이 생기지. 규용이의 언어로 풀자면 ‘기억된 정보를 바탕으로 뇌가 빠르게 계산해 근육으로 전달하는 초고속 통로’랄까? …그럼 연습을 계속하자. 일단 외야 뜬공 100개다. 뛰어!”


글 : 전동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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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장래희망이 과학자에서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로 바뀐 규용이는 요즘 무척 신이 난다. 프로야구 선수인 외삼촌이 글러브와 야구방망이를 사줬기 때문이다. 또래 아이들과의 달리기에서 져본 적 없는 규용이의 목표는 매년 도루를 50개씩 하는 4할 타자. 오늘은 외삼촌이 특별훈련을 시켜줬다.

“깡~!”

야구공이 높이 뜬다. 규용이는 뜬공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달려보지만 공은 번번이 전후좌우 빈자리로 떨어진다. 슬슬 부아가 치미는 규용이.

“외삼촌! 공 좀 잘 쳐봐요. 계속 이상한 데 떨어지잖아요!”

“허헛! 야구를 보렴. 공이 수비수 있는 데로만 떨어지니? 아무리 먼 곳에 떨어져도 전력 질주해 다이빙하며 잡는 선수들 못 봤어? 야구는 잘 치고 잘 달린다고 해서 주전선수가 되지는 않아. 수비도 잘 해야지. 발 빠른 규용이는 수비만 잘하면 최고의 외야수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하늘 높이 뜬 공은 어디에 떨어질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많이 연습하면 감이 올 텐데 말이야.”

“아니에요! 감으로만 운동을 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요즘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방법을 보면 과학적인 분석과 그에 따른 연습방법 등으로 좋은 성과를 많이 내잖아요. 야구에서도 과학적인 운동방법이 있을 거에요.”

“응. 사실 있어.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야구와 관련된 연구가 많거든. 외삼촌도 이를 종종 참고한단다.”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먼저 뜬공을 잘 잡는 법에 대해 알아볼까? 일단 공이 배트에 맞은 직후의 움직임이 중요해. 공이 배트에 맞아 떠오르는 순간 1~1.5초 정도 앞이나 뒤로 조금씩 움직이면 낙하지점을 찾는데 도움이 된단다.”

“왜요?”

“가만히 서있는 사람은 공의 속도를 계산하기 힘들어. 공의 크기가 작고 거리가 멀어 위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하지만 조금씩 앞이나 뒤로 움직이면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공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어. 예를 들어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데도 공이 계속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면 그 공은 더 뒤로 날아갈 확률이 높단다. 그때는 더 뒤로 뛰어가야지.”

<야구공이 방망이의 스위트스폿에 맞으면 경쾌한 소리와 함께 멀리 날아간다. 훌륭한 외야수는 타격음을 듣고
공의 낙하지점을 파악해 한발 먼저 움직인다. 자료: 미국물리학회, 이미지 제작: 동아일보>


“아! 그렇구나! 그럼 좌우로 빗나가는 공은요?”

“그것도 공이 배트에 맞은 직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면 공을 쫓아가는데 도움이 된단다. 사람이 어떻게 원근감을 느끼는지는 알고 있지?”

“그럼요. 양쪽 눈에 보이는 영상이 달라서 이를 통해 입체감을 느끼잖아요.”

“그래. 그런데 바라보는 물체의 거리가 멀면 어떻게 될까? 상대적으로 눈과 눈 사이의 간격이 좁아서 영상에 큰 차이가 없지.”

“아! 그래서 몸 전체가 좌우로 움직이면 입체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거군요!”

“암. 역시 과학자가 꿈이었던 규용이는 이해가 빠르네. 그럼 공의 움직임에 대한 한가지 힌트를 더 줄게.”

“좋아요. 좋아요.”

“공은 야구 방망이에 맞은 뒤 회전이 생기거든. 이 회전이 공의 움직임을 변하게 만든단다. 아까 외삼촌이 친 공을 받을 때 공이 좌우로 휘는 것을 봤니?”

<뜬 공은 포물선의 궤적보다 위쪽으로 솟아 오른 뒤 정점 부근에서 회전이 약해지면 중력에
이끌려 땅으로 뚝 떨어진다. 사진 제공 : 동아일보>


“네. 공이 회전하면 진행방향으로 회전하는 쪽 압력이 높아져 반대로 휜다는 것은 알아요. ‘베르누이 원리’죠?”

“외삼촌은 원리 이름까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야구공도 실밥에 걸리는 공기저항 때문에 회전에 따라 변화가 심하단다. 그래도 좌우로 휘는 공은 예측이 조금 쉬웠지?”

“네. 중간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날아오는 공은 왼쪽으로 휘고 반대쪽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그럼 앞뒤로 휘는 공은 어떨까?”

“엥? 그런 공도 있나요?”

“많아. 뜬공은 대개 야구 방망이 윗부분에 맞은 거겠지? 그렇다면 공의 위쪽은 진행 반대방향으로 회전해. 그럼 공 윗부분과 뒷부분의 압력이 낮아지지. 그래서 가까운 거리의 뜬공, 내야 뜬공이라고 할까, 이런 공은 포물선의 궤적보다 위쪽으로 솟아 오른 뒤 정점 부근에서 회전이 약해지면 중력에 이끌려 땅으로 뚝 떨어진단다.”

“헐.”

“포수 위 뜬공은 더 복잡해. 공이 올라갈 때는 뒷부분의 압력이 낮아 포수를 향해 휘지만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앞부분의 압력이 낮아져 투수 쪽으로 휘며 필기체 L자 형태의 궤적이 된단다. 그래서 포수는 이런 타구를 투수 쪽을 등지고 잡는 경우가 많아.”

“외삼촌!”

“응?”

“야구 너무 어려운 스포츠인데요?”

“그래도 여러 번 공을 받으며 익숙해지면 규용이가 무시하는 ‘감’이 생기지. 규용이의 언어로 풀자면 ‘기억된 정보를 바탕으로 뇌가 빠르게 계산해 근육으로 전달하는 초고속 통로’랄까? …그럼 연습을 계속하자. 일단 외야 뜬공 100개다. 뛰어!”


글 : 전동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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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addest day of the year is the day baseball season ends.”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박찬호 선수의 ‘양아버지’라고 불리는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이 한 말이다. 야구 마니아들이 이보다 더 공감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우리나라 국가대표 야구팀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연이어 ‘세계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값진 준우승을 일궈내며 전국 야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비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프로야구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날씨와 관계없이 사시사철 야구를 할 수 있는 돔구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리보다 야구 역사가 긴 일본은 1988년 개장한 도쿄돔을 포함해 현재 총 6개의 돔구장을 운영 중이다. 이에 서울시는 고척동에 2011년 9월까지 2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안산시도 내년 3월 착공에 들어가 2012년까지 3만 2000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돔구장이 완공되면 안산시는 2013년 WBC를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구로구 고척동에 건립될 국내 최초의 돔 구장의 조감도.
2011년 9월 완공될 이 돔구장은 골조를 세우고 천막을 입히는 골조막 방식,
돛단배처럼 지붕을 줄로 연결하는 마스트 방식, 도쿄돔처럼 내외부의 기압
차로 지붕을 떠받치는 공기막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 자료사진

돔구장 건설은 야구 마니아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선수들은 겨울철 훈련장을 찾아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지 않아도 되며, 팬들은 겨우내 몸만들기에 열중하는 선수들의 연습경기도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 365일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다가오는 셈이다.

그런데 돔구장은 일반 구장보다 홈런이 더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일까? 이승엽 선수는 2006년 41개의 홈런 중 22개, 2007년에는 30개의 홈런 중 18개 최악의 컨디션을 보인 지난해에도 8개의 홈런 중 4개를 홈구장인 도쿄돔에서 쏘아 올렸다.

이승엽 선수의 라이벌 타이론 우즈 선수는 일본의 스포츠 일간지 ‘스포츠호치’와의 인터뷰에서 도쿄돔이 홈런치기가 수월하다며, 이승엽 선수의 홈런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승엽 선수가 친 홈런은 돔에서 만들어 낸 홈런인 이른바 ‘돔런’(Domerun)이라는 것이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돔구장에서의 홈런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구장인 메트로돔은 개장 첫해인 1982년, 다른 구장보다 배에 가까운 191개의 홈런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메트로돔 전직 관리자 에릭슨은 “미네소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홈 플레이트에서 외야로 바람이 불도록 인위적으로 바람을 조절했다”며 “이 같은 공기 조절이 다른 돔구장에서도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메트로돔 처럼 인위적으로 바람을 일으켜 홈런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돔구장은 유독 홈런이 잘 나온다. 돔 구장에는 홈런을 증가시키는 공기역학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힘은 구장 내의 상승기류다. 돔구장에는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며 대류 현상에 의해 자연적으로 상승기류가 생긴다. 게다가 돔 천장 중앙에 설치된 환기시설이 뜨거운 공기를 강제로 배출시키기 때문에 인공적 상승기류도 형성된다. 도쿄돔의 경우 돔 상단에 더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는데 이는 도쿄돔은 얇은 막으로 된 천장을 관중석 상단에 설치한 송풍기 36대가 일으킨 바람으로 지탱하는 ‘공기부양식 돔’이기 때문이다. 일단 높이 뜬 타구는 이 같은 ‘외부 효과’의 도움으로 홈런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두 번째 힘으로는 수직 기온분포에 따라 타구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돔구장은 일종의 ‘온실’과 같아서 그라운드에서 천장 부근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 온도가 높은 상층부 공기는 밀도가 낮다. 높이 뜬 공이 그라운드 부근의 공보다 공기저항을 덜 받아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는 돔 구장이 외부 바람을 차단해서 생기는 풍압 감소 효과를 들 수 있다. 돔구장의 지붕은 하향 풍압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공이 받는 저항과 압력이 줄어들게 된다. 하향 풍압이란 외부에서 부는 바람이 경기장을 타고 넘어오며 천장에서 경기장 지면 방향으로 내리누르는 압력을 말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결과 지붕이 완전히 폐쇄된 돔 경기장은 지붕이 약 63% 정도만 덮인 하프 돔형 경기장에 비해 하향 풍압이 최대 75%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돔구장에는 이처럼 타구가 공기역학적 힘을 받아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환경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돔구장에서 모든 홈런이 상승기류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선수가 동일하게 받는 효과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이승엽 선수처럼 홈런을 많이 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삿포로 돔구장의 모습

이승엽 선수는 다른 타자들처럼 힘으로 공을 걷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으로 홈런을 치는, 이른바 ‘스위트 스팟’(sweet spot)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다. 스위트 스팟이란 야구 방망이에 맞았을 때 진동에너지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없어 타구에 최대의 힘이 실리는 지점을 의미한다. 이승엽 선수가 친 타구는 포물선이 아니라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럴 경우 돔구장 내 상승기류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분명 이승엽 선수의 홈런에 돔구장이라는 환경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돔 구장이라는 조건은 다른 일본 선수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또 그는 실외 야구장 뿐인 한국리그에서도 수많은 홈런을 날려 화제가 됐었다. 그가 홈런왕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돔 구장의 유리한 조건이 아닌, 최고의 타자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덕분일 것이다.


글 : 이준덕 과학칼럼니스트 / 도움말 김윤석 박사 (풍향실험 전문기업 티이솔루션 대표)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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