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의 과학] 황금빛 가을철 영양과 맛의 보고, 대하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도 지나가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 속에서 가을을 느낀다. 가을은 무릇 오곡백과의 추수철이라 먹을거리가 가장 풍부한 계절이지만 이 가을에 딱 먹기 좋은 바닷가 식재료는 따로 있다. 말 그대로 몸집이 큰 새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대하(大蝦)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우는 약 90여종에 이르는데, 바다에 서식하는 새우는 보리새우, 대하, 중하, 꽃새우, 젓새우, 도화새우 등이 있다. 대하는 보리새우과에 속하는 새우로 왕새우라고도 한다. 대하는 봄바람 따라 서해의 얕은 바다로 나와 산란을 한다. 다 자란 새우는 남서풍이 불 때 좀 더 깊은 바다로 나간다. 이 시기가 살이 통통하고 맛이 제일 좋을 때로 지금이 제철이다. 

옛날부터 대하는 서해안의 명물이었다. 지금도 서해안 쪽 외포, 소래, 태안, 보령까지 대하천지고, 안면도, 남당, 무창포 등은 가을철 대하 축제까지 열어 우리들을 대하의 세계로 유혹한다. 오래 전 조선시대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에서 쓴 <자산어보>(1814)에도 대하가 등장한다. “대하는 빛깔이 희거나 붉다. 흰 것은 크기가 두 치(약 6cm), 보랏빛인 것은 크기가 5~6치(15~20cm)에 이른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붉은 수염이 몸길이의 세 배나 된다”고도 했다. 이 수염 때문에 중국에서는 긴 수염을 두고 ‘해로(海老)’ 즉 바다의 노인으로 표현했다. 또한 새우는 암수가 구별되는데 크기만 보면 암컷이 수컷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암컷은 붉은 보랏빛을 띠며, 수컷은 하얀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띤다. 

대하는 초가을, 쌀쌀해질 무렵이 특히 좋은데 이는 대하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질 좋은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많으며, 특히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서 뼈 건강과 원기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는 출장 가는 남편에게 대하를 먹이지 말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도 대하가 양기에 좋은 강장 식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하를 한 때 기피하기도 했는데, 이는 콜레스테롤 때문이다, 물론 대하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다. 대하 100g당 약 300mg으로 적은 양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100g당 420mg정도가 들어 있는 달걀보다는 오히려 적은 양이다. 그런데 최근 대하가 괜찮다고 보는 이유는 대하에 들어 있는 타우린 성분이 혈압을 안정시키고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형성을 억제해주기 때문이다. 병 주고 또한 약도 함께 준 셈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라는 점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부신 피질 호르몬, 성 호르몬과 같은 여러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물질이고 또한 담즙을 만드는 데에도 필요하다. 담즙은 지방질 물질을 소화하고 흡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호르몬 기능과 두뇌활동이 저하되고 피부도 까칠해진다. 그래서 피부가 윤기 나게 하려면 콜레스테롤을 적당히 먹어주는 게 좋다. 콜레스테롤을 제한하면 오히려 혈관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하는 살이 많고 맛이 좋은 고급 새우로 어업이나 양식을 통해 잡힌다. 경제성이 높고 보리새우에 비해 기르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많이 양식되고 있다. 그래서 대하는 자연산과 양식이 있는데 그것은 꼬리와 뿔로 구분 한다. 꼬리가 분홍색을 띠면 양식이고, 뿔이 머리보다 밖으로 길게 나오면 자연산이다. 그리고 수염을 보는데, 자연산은 수염이 자신의 몸보다 두 배 이상 길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하를 골라야 할까? 몸이 투명하고 윤기가 나는 것과 껍질이 단단한 것이 좋다. 물론 머리와 꼬리가 제대로 붙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하를 보관해두었다가 먹으려면 깨끗이 손질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고 한 달까지는 보관해서 먹어도 된다. 그리고 대하는 이쑤시개를 이용해 등의 두 번째 마디에서 긴 내장을 빼내고 옅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는다. 

대하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과거 조선시대에도 우리 조상들은 대하를 무척 즐겼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1820)에서는 “빛깔이 붉고 길이가 한 자 남짓 한 것을 대하라고 하는데 회에 좋고, 국으로도 좋고, 그대로 말려서 안주로도 한다”고 적어두었다. 또한 <증보산림경제>나 <군학회등>에서 대하는 쪄서 볕에 말려 두고 겨울에 먹는다고 했다. 조선의 유명한 미식가인 허균이 쓴 <도문대작>(1611)에는 도하(桃蝦)가 기록돼 있는데, “주로 서해에서 나며 알로 젓을 담그면 매우 좋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하의 감칠맛을 그대로 살린 소금구이가 단연 인기다. 특히 은박지를 얹은 석쇠에 소금을 깔고 구워서 먹는 소금구이는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튀김이나 구이로 먹을 때는 껍질째 먹기도 한다. 그런데 대하를 제대로 먹는 사람은 머리만 먹는다고 하니 머리를 떼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머리를 바삭하게 구우면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대하와 꽃게를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해서 끓이는 대하꽃게탕은 역시 이 계절의 별미다. 대하는 특히 부추나 아욱, 마늘과 같은 채소와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이런 채소들은 항산화물질도 풍부하고, 대하에 부족한 비타민C나 섬유소가 많아 영양적으로도 궁합이 좋다. 

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 이왕 여행을 떠날 거면 서해안 바다가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바다 풍경도 즐기고 싱싱한 대하를 소금구이로도 먹고, 다양한 채소를 듬뿍 넣어 끓인 대하꽃게탕으로도 즐기면서 여름철 손상된 마음과 원기를 회복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제철 식재료를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한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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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가장 맛있게 굽는 법!…‘향기’의 과학

2010년 말부터 발생한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육류 판매량이 급감했다. 2011년 3월말 기준으로 15만 마리, 돼지 33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 후 매몰됐다. 얼핏 생각하면 육류의 수요보다 공급량이 더욱 급감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급량보다 수요가 더 많이 줄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은 모두 매몰처리 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 게다가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전파되지 않고 열에 약해 섭씨 50도(℃) 이상에서 파괴된다. 고기를 익혀 먹는다면 ‘혹시…’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고기를 불에 익혀 먹으면 구제역 바이러스를 비롯한 다양한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고기 특유의 향이 나며 맛이 더욱 좋아진다. 지글지글 스테이크를 굽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모습과 함께 따라오는 고기의 향기. 고기 특유의 향은 고기를 더욱 맛있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향기에는 과학이 숨어있다. 가장 적절한 육질과 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즉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을 알아야 한다.

‘맛을 좋게 하는데 향기가 뭐 그리 중요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향기는 맛을 느끼거나 구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TV 프로에서 출연자들에게 눈과 코를 막고 음식을 먹게 한 후 그 음식을 맞추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눈과 코를 막은 한 출연자에게 양파를 먹게 하고 무슨 음식이냐고 묻자 사과라고 답했다. 이는 양파 특유의 매운 향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식 맛을 제대로 알고 더 잘 즐기기 위해서는 후각 기관을 통한 공기의 흐름이 필수적이다.

스테이크를 불에 구우면 고기 표면에서 수분이 제거되며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고기의 색은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고 침샘을 자극하는 향기가 생겨난다.

고기를 씹을 때 나는 맛은 단백질의 맛이 아니다. 단백질은 인간이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자의 크기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백질에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큰 분자들이 작고 다양한 분자로 변하면서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

마이야르 반응은 온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섭씨 130~200도(℃) 사이에서 격렬하게 반응이 일어나고 수많은 향기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반응을 일어나게 하려면 고기를 섭씨 130~2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를 강한 불에 굽는 이유가 고기의 육즙이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맛있는 스테이크는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표면에 향기가 나는 물질을 머금고 중심부에는 육즙이 담겨 있는 부드러운 상태여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높은 온도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것은 좋지 않다. 온도가 섭씨 200도 이상 올라가면 마이야르 반응에서 새로운 분자가 나타기 때문이다. 이 때 생기는 분자는 발암물질이 섞여 있고 맛 또한 좋지 않다.

마이야르 반응을 이용해 맛있는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스테이크를 굽고 난 팬에 육수나 물, 술, 우유 등을 넣어 팬을 닦아내 이 국물로 소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 요리 기술은 ‘데글라이즈(Deglaze)’라고 불린다.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팬에 남은 향기 물질들을 모아서 사용하는 요리 기술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향기를 발생시키는 마이야르 반응은 무엇일까. 이 반응은 1912년 프랑스 생화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e Maillard)가 발견해 처음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그가 한 연구는 음식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생물 세포의 생화학 분야에 몰두한 의사로, 인체 세포 속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과 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가 죽은 이후에야 음식에서도 아미노산과 당의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 알려져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마이야르 반응은 환원당의 카복시기(-COOH, 이온화하기 쉽고 산성을 나타내는 작용기)와 아미노산, 펩티드, 단백질 등 아미노기(-NH₂, 한 개의 질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로 이루어진 작용기)를 갖는 화합물 사이에서 일어난다. 식품의 대표적인 성분 간 반응으로 식품의 가열처리, 조리 혹은 저장 중에 일어나는 갈변현상이나 향기 생성에 관여한다.

반응에 관여하는 당과 아미노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한 가지 당과 아미노산 쌍에서 만들어지는 실제 생성물은 반응 온도나 산성도, 옆에 있는 다른 화학 물질 등에 의해 달라진다. 심지어는 운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니, 똑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온도와 환경에 따라 다른 향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고기를 구울 때 나는 향기 외에도 빵집에서 빵을 굽는 향기, 커피 향기, 소시지를 자를 때 나는 고소한 향기 등도 모두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생긴다.

마이야르 반응이 고온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 때에도 마이야르 반응은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 경우 실온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반응이 진행된다. 장맛이 오래 묵힐수록 깊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마이야르 반응에서 만들어지는 분자는 2011년 현재까지 1,000가지 이상 발견됐다. 그만큼 마이야르 반응은 대단히 복잡한 화학 반응이다. 당과 아미노산의 타입에 따라 수 백 가지의 서로 다른 향미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인공 향미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마이야르 반응은 음식의 맛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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