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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9 아스피린이 항암제라구!?
  2. 2010.01.19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돌린다? (3)
오는 6월이면 네 번째 ‘다이하드’ 시리즈가 개봉된다. 1편이 1988년 선보인 것을 생각하면 분명한 ‘스테디 셀러’인 셈이다. 비결이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존 맥클레인’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는 늘 밉살스러운 말을 골라 뱉으며 악당의 화를 돋운다. 말없이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리며 흘리는 웃음은 상대를 긴장하게 한다. 신경질적이지만 카리스마가 있다. 그래서일까. 존 맥클레인은 두통을 끼고 산다. 그리고 그 옆엔 늘 진통제의 대명사인 ‘아스피린’이 있다.

그런데 두통약인 줄만 알았던 아스피린에 숨겨진 효능이 있다는 보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조금씩 장기 복용하면 혈관의 찌꺼기인 혈전 형성을 방지해 심혈관계 질환을 막는다는 것이다. 당뇨 합병증과 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심지어 ‘만병통치약’이라는 과장된 표현까지 눈에 띈다. 아스피린이 품고 있는 비밀을 차근차근 살펴보자.

아스피린의 역사는 대단히 길다. 히포크라테스가 아스피린을 쓴 기록이 있고 기원전 1550년에 만들어진 파피루스에도 아스피린에 관한 언급이 있을 정도. 까마득한 옛날부터 쓰였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아스피린은 본래 천연 의약품이었다. 바로 버드나무 껍질이 아스피린의 원료였다.

1830년대에 버드나무 껍질에 있는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이 약효를 낸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러나 살리실산은 먹으면 구역질이 날만큼 맛이 고약했고 위에 부담을 줬다. 살리실산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897년 펠릭스 호프만이 아세트산과 살리실산을 섞은 것이 최초의 ‘아스피린’이다. 이때까지 아스피린은 장티푸스나 류머티즘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밝혀지긴 했으나 역시 주된 기능은 진통, 해열, 소염이었다.

‘두통약’ 아스피린의 지위가 높아진 건 아스피린이 혈관 내 찌꺼기인 혈전 형성을 방지한다는 점이 밝혀지면서부터다. 1978년 캐나다 연구팀이 “아스피린이 뇌졸중 위험을 31%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 실제로 최근 미국과 유럽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아스피린이 혈전 형성의 주범인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소판 응집억제 효과는 당뇨 합병증도 지연시킨다. 당뇨병 환자의 혈소판은 생존 기간이 짧아 응집이 빠르다. 혈전을 만들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때문에 아스피린을 먹으면 혈관이 막혀 생기는 합병증을 늦출 수 있다. 의학계는 당뇨 환자에게 복부비만, 고혈압, 이상지혈증이 있거나 경부 초음파 검사에서 경동맥경화증이 발견되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심근경색, 뇌경색, 하지 동맥 폐쇄증을 앓았던 적이 있을 때에도 효과가 있다.

아스피린의 효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암 예방 효과도 밝혀지고 있다. 최근 대장암, 전립선암, 난소암 등에서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발병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염증이 생긴 세포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암세포가 발생하는데, 아스피린이 염증 자체를 막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뇌혈관의 염증과 손상 때문에 생기는 치매도 아스피린 복용으로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의학계는 말한다.

이렇게 아스피린의 효과가 속속 드러나면서 일부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확대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스피린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갖고 있다. 우선 위 점막을 손상시켜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지혈 작용을 방해하므로 월경 중이거나 출산을 앞둔 여성, 혈우병 환자도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드물지만 어린이의 경우 뇌와 간에 손상을 받아 의식불명에 빠지는 ‘라이 증후군’에 걸릴 수도 있다. 일부 연구는 심혈관계 질환 고위험군에서의 예방효과와는 달리 저위험군에서는 오히려 위장관 출혈이나 뇌출혈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때문에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할 경우 의사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가지 팁으로 국내 시판되는 진통제를 잠깐 비교해보자. 먼저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이 주성분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진통과 해열작용이 있는 약물이다. 게보린, 펜잘, 암씨롱, 사리돈은 아세트아미노펜과 함께 역시 진통과 해열작용을 하는 이소프로필앤티피린, 중추에 작용해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무수카페인이 주성분이다.

따라서 통증이 심한 사람은 복합 처방제인 게보린, 펜잘, 암씨롱, 사리돈을 쓰면 되고, 카페인에 민감하거나 위장 장애가 있는 사람은 통증 감소 효과는 좀 덜해도 타이레놀을 쓰는 것이 낫다. 통증완화와 함께 소염작용이 필요한 사람은 아스피린이 좋다.

모든 약이 그렇듯 아스피린은 마음대로 먹어도 좋은 ‘건강식품’이 아니라 엄연한 의약품이다.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여러 보도에 현혹되지 말고 자기 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한 뒤에 약을 쓰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글 : 이정호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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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26.7%를 차지한 암이다. 암은 사망원인 통계조사가 시작된 1983년 이후로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673명이 생을 마감하는데 그 중 179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또 매년 12만명이 새롭게 암환자가 된다. 세계적으로도 암은 심혈관 질병 다음으로 높은 사망원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암은 의학·과학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분야다. 웬만한 생명과학 연구과제는 암과 연관을 맺고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이는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연구결과 중 상당수가 “암 치료하는 단백질” “나노로봇으로 암 치료”하는 식으로 암을 언급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류가 암과의 전쟁을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과연 암을 감기처럼 쉽게 취급하게 될 날은 언제쯤 올까?

먼저 암에 대해 이해하자. 사실 암이란 하나의 질병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약 200개의 질병이 ‘암’이란 이름으로 통칭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암세포’로 말미암아 생긴 질환이라는 점이다. 그럼 암세포란 무엇인가? 암세포는 성장을 멈출 줄 모르는 세포다. 정상세포가 특별한 이유로 바뀌어 암세포가 된다.

일반 세포는 성장을 엄격하게 조절 받기 때문에 수십 번 분열하고 나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일반 세포의 DNA에는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암세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장을 멈추게 하는 부분이 없어지거나, 성장을 빠르게 하는 부분이 여러 번 중복되면 세포의 성장은 브레이크를 없애고 액셀러레이터를 여러 개 붙인 자동차처럼 빨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 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는 물질을 ‘발암물질’이라고 부른다. 탄 음식에 많이 든 벤조피렌 같은 화학물질이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같은 세균·바이러스가 발암물질이 될 수 있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도 DNA를 변형해 암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우리 몸에 방어기작이 있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있다고 모두 암세포가 되는 건 아니며, 암세포가 있다고 해서 모두 암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일단 암세포가 되면 정상 세포와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암세포는 혈관을 늘려 주변의 산소와 양분을 빨아들인다. 성장과 분열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래 조직 세포의 모양과 임무는 잃어버리고 오직 성장만이 주된 관심사가 된다. 다른 세포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는 일반 세포와 달리 주변 세포를 잠식하면서 성장·분열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암세포가 자기 영역을 넓혀 덩어리 모양으로 된 것이 ‘종양’이다. 암세포 하나가 눈에 띄는 지름 1cm 정도의 종양으로 자라려면 5~10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안에는 보통 10억개의 암세포가 들어있다. 그리고 이런 종양 중에서 다른 조직으로 퍼지지 않는 것이 ‘양성종양’, 다른 조직으로 퍼지는 것이 ‘악성종양’, 즉 암이다.

그럼 암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기본 전략은 ‘암세포만 골라서 제거하는 것’이다. 세포는 약품, 방사선 등 여러 방법으로 죽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는 정상 세포까지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때 일반 세포와 다른 암세포의 특징은 암을 정복하려는 과학자들에게 좋은 지표가 된다. 다른 곳에서는 녹지 않다가 암세포가 있는 곳에서만 녹아 안에 든 치료약이 흘러나오도록 하는 캡슐이라든지, 암세포만 태워 없애는 특정 주파수의 전자파 등이 암세포만 골라 죽이기 위해 개발된 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KAIST 정종경 교수가 개발한 방법은 암을 정복하는 기본 전략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연구다. 바로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돌려놓는 것이다. 정 교수는 당뇨병, 비만에 관련된 ‘AMPK’라는 효소를 활성화시키자 대장암세포가 변해 미세돌기가 생기는 등 정상 세포로 바뀌는 사실을 밝혀 ‘네이처’ 5월 8일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AMPK 효소는 세포 구조와 염색체 개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가 원래 연구하던 분야는 초파리였다. AMPK 효소가 없는 초파리에서 암세포가 생기는 것을 발견하고 연구 방향을 급전환했다. 그리고 사람의 암세포에 AMPK 효소의 역할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놀라운 성과를 낸 것이다. 이는 효소가 대사에만 관여한다는 기존 생각을 깬 연구 결과로 앞으로 새로운 암 연구 분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암이 발생하기 전에 아예 싹을 없애는 연구도 활발하다. 암세포가 종양이 되기 전, 세포 단계에서 발견하고 없애겠다는 것이다. 가장 각광받는 방법은 CT/PET장비다. CT/PET장비는 컴퓨터단층촬영술(CT)과 양성자방출 단층촬영술(PET)이 결합된 장비다. 포도당유사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 몸에 주사하면 포도당 대사가 활발한 암세포에 포도당유사체가 집중적으로 모인다. 이때 전신을 CT/PET로 촬영해 암세포 위치를 추적하는 것이다. 포도당 대신 DNA의 원료인 티민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도 된다. 암세포는 매우 활발하게 세포 분열을 하기 때문에 DNA 원료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암 정복은 어디까지 왔을까? 세계보건기구는 “암의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현대의학으로 완치할 수 있고, 3분의 1은 아직 정복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인간은 암을 66.6%나 정복한 셈이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도 빠른 시간 안에 과학의 힘으로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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